전체기사

[김성우 칼럼] 수소 심포지엄에 인파가 몰린 이유

지난 23일 정부 주최로 ‘수소경제와 한국의 수소기술 심포지엄’이 열렸다.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서 과학기술을 담당하고 있고, 기업들에게 탄소중립기술 투자자문을 하고 있는 필자는 최신 기술 동향을 파악하고 정책과 시장간의 괴리도 판단해 보기 위해 참석했다. 놀라운 것은 참석자 규모다. 호텔의 초대형 연회장을 가득 메우고도 자리가 부족해 양측 바닥에 앉고 벽에 기대고 후면에 서서 듣는 공간까지 꽉 찼다. 신박한 AI시연회도 아니고 딱딱한 미래 기술 심포지엄에 예상 밖의 인파가 몰렸다.왜 일까? 수소는 인간이 현재까지 발견한 원소 중에서 가장 풍부하고 가벼운 물질이다. 특히 온실가스나 미세먼지 등의 배출이 없는 청정한 에너지원으로, 철강 및 석유화학 등의 탄소감축에 필수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에너지 다소비 산업 구조에 더욱 필요한 탈탄소 수단이다. 또 에너지의 94%(대부분이 화석연료)를 수입하는 우리나라에 서 해외 현지 수소 생산을 늘려 에너지 자립도 확대를 도모할 수 있고, 전력망을 다른 나라와 연결할 수 없는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특성에서 재생에너지 증가로 전력계통 불안정 때 남는 전기를 담아두는 ‘에너지 캐리어’ 역할도 가능하다. 정부도 지난해 2020년 제정된 수소법을 고쳐 청정수소로의 전환 및 확산 기반을 마련하고, 수소경제 성장을 위한 수소 상용차 및 대규모 혼소 발전 확대, 인수기지 등 운송인프라 구축, 청정수소 인증제 시행 등의 정책방향을 제시해 산업 육성 기반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중장기적으로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를 빠르게 좁힐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청정수소의 생산기술은 4~7년, 장거리·대용량 운송에 필수인 액화액상기술은 10년 정도 뒤떨어진다. 글로벌 시장 빅뱅의 초기인 지금 그 격차를 좁히지 않으면 점점 더 좁히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청정수소 관련 정책 시그널의 명확화다. 청정수소의 범위나 청청수소 활용시 인센티브 등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사업 타당성을 판단하기 어려운 기업들이 투자의사결정을 미룰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은 2026년부터 연간 25만톤 규모의 청정수소를 세계 최초로 생산하고, 2027년부터는 화석연료 발전소에 청정수소(혹은 암모니아)를 섞어서 발전할 예정이다. 수소가 청정한 정도에 따라 보조금이 달라지는 청정수소인증제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청정수소로 발전한 전기를 파는 입찰 시장의 지원 방향성 및 금액도 결정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청정수소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어떻게 투자해야 할지, 운송·저장·배기·전환 인프라 투자는 얼마나 해야 할지, 발전설비 투자는 어떤 가정에서 해야 할지에 대한 의사결정이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주요 수소(및 암모니아) 사업들이 중동·호주에서 공급하고 한국·일본 수요처를 중심으로 개발되고 있는데, 수요처의 인증기준이 모호하면 상류 공급사업에 대한 투자 의사결정까지 영향을 미친다. 지금 의사결정을 해도 건설까지 최소 3~4년이 걸리기 때문에 최대한 빠른 정책 시그널이 절실하다. 청정수소를 활용한 발전시 인센티브가 어느 정도일지 불확실한 것도 문제다. 물을 전기분해해서 수소를 만드는 청정수소를 실증한 결과 Kg당 10달러가 넘게 들고, 탄소를 제거한 LNG로 수소를 만드는 청정수소의 경우도 연료비에 탄소제거비용까지 추가되다 보니 비싼 연료로 발전할 경우 실제 발전단가는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정부가 생각하는 인센티브와 기업이 기대하는 인센티브간 격차를 좁힐 필요도 있다. 2050년 글로벌 청정수소 시장이 연간 5억톤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청정수소 생산 및 저장시 투자비의 최대 절반까지 지원하는 등 선진국들의 정책 방향은 점차 선명해 지고 있다. SK·포스코·현대차 등 우리 기업들도 50조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투자계획을 수립하고 수소의 생산·운송·활용에 걸쳐 다양한 실증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빠르고 충분한 정책 시그널이 절실한 시점이다. 청정수소는 여러 국가와의 협력과 교역을 전제로 하고, 우리나라 산업 구조상 꼭 필요한 탄소감축 수단이기에 더욱 그렇다. 아마도 수소정책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 사업에 대한 의사결정을 서둘러야 하는 수소관련 기업과 종사자들의 절박함이 이번 심포지엄 행사장을 가득 메운 열기로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김성우 김앤장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국제유가를 좌우하는 변수들 [곽인찬의 뉴스가 궁금해?]

국제유가가 강세다. 올 상반기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은 배럴당 60~70달러 선에서 거래가 이뤄졌다. 지금은 80달러 안팎이다. 그나마 요 며칠 하향세를 보이고 있어 다행이다. 중국 불황에 대한 우려가 기름값을 끌어내리는 것으로 보인다. 국제유가는 상장사 한국전력의 실적에 영향을 미친다. 전기료 인상 여부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이기도 하다. 최근 국제유가를 결정하는 요인은 뭔지, 앞으로 기름값이 어떻게 될지 등을 살펴보자. ◇ OPEC 감산 작전 지난해 10월 OPEC 플러스(OPEC+)는 하루 200만배럴 감산을 발표했다. 하루 세계 원유 공급량의 2%에 해당하는 규모다. OPEC+는 원유를 수출하는 23개국 연합체다. 주도국은 세계 1위 원유 수출국 사우디아라비아다.작년 가을이면 세계 경제에 인플레이션 먹구름이 짙게 끼었을 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를 비롯해 각국 중앙은행들은 경쟁하듯 금리를 올렸다. 이 마당에 OPEC+의 원유 감산은 인플레이션에 불을 지른 격이다. 공급이 줄면 자연 값이 뛰기 때문이다. 미국은 발끈했다. 심지어 사우디가 러시아 편을 들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는 기름값이 올라야 전비를 충당할 수 있다. 그러나 사우디는 끄덕하지 않았다. 감산 결정은 수요·공급을 조절하기 위한 경제적인 이유에서 나온 것이라고 반박했다. 나아가 OPEC+는 올 4월에 하루 166만배럴 추가 감산을 발표했다. 작년 10월 감산과 별도다. 역시 사우디가 주도했다. 이뿐 아니다. 사우디는 OPEC+와 상관없이 7월부터 독자적으로 자발적인 감산(100만배럴)에 들어갔다. 독자 감산은 9월까지 연장된 상태다. 러시아를 비롯해 여러 나라가 사우디에 동조해 자발적인 감산에 착수했다. ◇수요·공급이 최대 변수국제유가를 결정하는 요인은 다양하다. 그러나 원인이 무엇이든 결국은 수요와 공급으로 귀착된다. 중동에서 전쟁이 터지면 기름값이 뛴다. 공급 불안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원유 수출국들이 감산을 발표할 때마다 국제유가는 들썩일 수밖에 없다. 사우디는 왜 오랜 우방 미국과 얼굴을 붉히면서까지 감산을 주도하는 걸까? AP 통신이 흥미로운 분석을 내놨다. 바로 ‘비전 2030 프로젝트’에 들어갈 자금 마련을 위해서라는 것이다. 비전 2030은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추진하는 대대적인 개혁 프로그램이다. 장차 석유산업에 대한 의존을 낮추고, 민간 부문을 육성하는 게 핵심이다. 5000억달러를 투입하는 미래도시 ‘네옴(Neom) 시티’ 건설도 프로젝트의 일부다. 러시아는 사우디에 열심히 맞장구를 치는 중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들어갈 전비를 마련하려면 고유가가 절대 유리하기 때문이다. 2021년 기준 러시아는 사우디에 이어 세계 2위 원유 수출국이다.◇ 차이나 변수 등장중국은 사우디와 가깝다. 시진핑 국가 주석은 지난해 12월 사우디를 국빈 방문해 환대를 받았다. 중국은 러시아와도 친하다. 시 주석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말이 통하는 몇 안 되는 지도자 중 한 사람이다. 그런데 중국 경제가 침체 조짐을 보이면서 묘한 일이 벌어질 참이다. 중국은 원유 수입 시장의 큰손이다. 지난해 중국은 3660억달러(약 485조원)어치의 원유를 수입했다. 압도적인 세계 1위다. 이는 글로벌 원유 수입량의 23%에 해당한다. 사우디-러시아-이라크 순으로 중국에 원유를 많이 수출한다. 요즘 중국 경제에 먹구름이 끼었다. 성장률은 예전만 못하고, 수출도 쪼그라들었다. 물가가 마이너스로 진입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도 나온다. 비구이위안 등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디폴트(채무불이행)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다. 부동산은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5%를 차지할 만큼 중요한 산업이다. 전세계가 지금 중국 경제에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질지 잔뜩 긴장해서 지켜보는 중이다. 차이나 변수는 이미 유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8월15일자 기사에서 ‘부진한 중국 경제 데이터에 유가 1% 넘게 하락’이란 제목을 달았다. 향후 원유시장 판도는 OPEC의 감산과 차이나 변수 가운데 어느 쪽이 더 힘이 센지에 달렸다는 시각도 있다. 만약 유가가 더 떨어지면 결과적으로 중국이 사우디의 고유가 전략에 브레이크를 거는 셈이다. ◇한전도 긴장, 정부도 긴장최근의 국제유가 오름세는 한국전력 실적에 악영향을 미친다. 발전원가가 비싸지기 때문이다. 일반 기업이라면 원자재가 상승 요인을 판매가에 슬쩍 얹으면 된다. 그러나 공기업 한전은 그럴 수 없다. 전임 문재인 정부는 전기료 인상을 최대한 억눌렀다. 그 부담이 고스란히 윤석열 정부로 넘어왔다. 윤 정부는 올 2분기까지 전기료를 꾸준히 올렸다. 다만 3분기엔 동결했다. 한전 적자를 고려하면 전기료는 더 올리는 게 맞다. 전임 한전 사장들이 말한 대로 아직은 두부(전기료)가 콩(연료가격)보다 싼 형편이다. 한전채 발행으로 당장 적자를 메울 순 있지만 임시방편일 뿐이다. 결국은 한전이 다 갚아야 할 돈이다. 정부도 고심이 크다. 내년 4월 총선이 실시된다. 전기료를 또 올릴 경우 여론 반발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다시 동결하면 전임 정부처럼 한전 적자를 방치하는 잘못을 되풀이하는 격이다. ◇향후 유가 전망은한국은 원유 수입국 순위에서 중국-미국-인도에 이어 세계 4위다. 세계 원유 수입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6.7%로 5위 일본을 약간 웃돈다. 그만큼 국제유가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넓고 깊다. 한국 경제에 최상은 하향 안정세다. 그러나 유가는 우리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8월 석유시장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석유 수요가 사상 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름철 항공여행, 발전용 석유 사용, 중국 정유화학 활동 증가 등을 배경으로 꼽았다. 수요가 늘면 가격이 오른다.한가닥 기대는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9월 9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사우디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회담을 검토중인 것으로 보도됐다. 양국 관계가 예전으로 돌아가면 사우디의 감산 기조에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산유국 이란의 역할도 주목된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2018년 이란핵협정(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서 탈퇴한 뒤 이란산 석유는 거래금지 품목이 됐다. 그러나 음성적인 거래는 이뤄진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란과 핵협정 복원을 논의 중이다. 최근에 수감자 맞교환에 합의하기도 했다. 이란이 미국의 묵인 아래 원유 생산을 늘린다면 국제유가 하락세에 도움이 된다. 전통적으로 이란은 중동 패권을 놓고 사우디와 앙숙이다. 1960년 설립된 OPEC은 전형적인 이권 카르텔이다. 그러나 석유라는 비장의 무기를 손에 쥔 탓에 아무도 건드리지 못한다. 미국도 영향력 행사에 한계가 있다. 석유, 석탄, 가스 등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지 못하는 한 OPEC의 힘은 쉽게 사그라들 것 같지 않다. <경제칼럼니스트>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본부 건물. 사진=AP/연합뉴스

[EE칼럼] 올바른 기후변화 정책의 시작은 NDC에 대한 바른 이해부터

파리기후변화협정 체제하에서 각국의 기후변화 정책은 국가적 기여, 즉 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를 통해 입안·시행함으로써 파리협정의 목적 달성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문재인 정부를 거쳐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우리 정부는 NDC 개념에 대한 오해로 효과적이면서 적절한 기후변화 정책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NDC는 각국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정책으로서 야심찬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설정과 신성장 동력의 확보, 생물다양성 등을 보장할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계획을 포괄한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NDC를 단순히 온실가스 감축목표 정도로만 인식해 제대로 된 기후변화 정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올바른 NDC 개념의 이해를 위해서는 국제사회 기후변화 협상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NDC는 현 파리협정 체제 하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다. NDC에 대한 논의의 시작은 2012년 이후 새로운 기후변화 체제를 만들기 위한 협상을 개시한 2007년 발리 유엔기후변화 회의로 거슬러 올라간다. 주지하다시피 파리협정 이전 교토의정서 하에서는 ‘부속서 I’ 국가로 불리는 선진국 그룹과 ‘비 부속서 I’ 국가로 불리는 개도국 그룹으로 이원화됐다. 이른바 역사적 책임과 공통의, 그러나 차별적인 책임 원칙에 바탕을 두고 선진국들만이 온실가스 감축 의무 (commitment)를 졌다. 그런데 이후 급격한 경제성장과 더불어 온실가스 배출 증가가 예상되는 개도국 그룹의 온실가스 감축 문제가 중요하게 부상했다. 그러나 2012년 이후의 신 기후체제에 대한 논의에서 개도국들은 온실가스 감축의무 부담을 절대 원치 않았고, NAMA (Nationally Appropriate Mitigation Action)라고 불린 자발적인 행동 차원에서의 기여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졌다. 그 결과 2009년 코펜하겐 기후변화 회의에서는 조약 채택에 실패하고 ‘코펜하겐 합의’라는 정치적 문서를 채택하는데 그쳤다. 이후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가 기후변화 대응에 나서지 않으면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판단에 이르면서 2011년 더반 기후변화 회의에서 2015년까지 선진국과 개도국에게 함께 적용될 수 있는 (applicable to all) 신 기후변화 체제에 대한 협상을 마루리하기로 하고 새롭게 협상을 개시했다. 그리고 2013년 폴란드 바르샤바 유엔 기후변화 회의에서 온실가스 감축의무와 자발적 행동을 모두 포함하는 ‘기여(contribution)’라는 용어에 합의하는데 성공하였다. 즉, 국가들은 자국 상황을 감안해 스스로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설정하고, 이를 이행할 수 있는 행동계획을 스스로 마련해 실행함으로써 유엔 기후변화 협약 회원국 모두가 같이 기후변화 대응에 동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INDC (Intended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로 명했다. 이후 INDC는 2015년 파리협정 제4조를 통해 현재의 NDC로 확정됐다. 이런 협상의 과정을 보더라도 NDC는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이에 대한 국가의 행동 계획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국가적 기여’라고 번역을 하는 것이 맞다. 우리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라고 번역하는 것은 NDC 개념에 대한 정확한 이해 부족에 기인한다. 이러한 NDC 개념에 대한 우리나라 정부의 중대한 오해는 지나치게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에 대해서만 소모적인 논의를 하고 있다는 문제와 함께, 구체적인 정책 계획 마련 및 시행에서도 문제점을 노출한다. 예컨대 문재인 정부의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시행과 관련한 문건들을 보면 녹색성장은 우리나라 NDC를 이행하기 위한 정책에 대한 별칭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큰 개념인데 온실가스 감축, 적응, 정의로운 전환과 함께 분야별 시책의 하나로만 다루고 있다. 안타가운 것은 이러한 문제점이 윤석열 정부에 들어서도 시정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하루 속히 파리협정 상의 NDC 개념에 대한 정확한 이해의 바탕 위에서 우리나라 관련 기후변화 정책의 틀을 재정비해야 한다.정서용 고려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이슈&인사이트] 코인사기 기승 …가상자산법

지난 2019년 말 발생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19)의 확산으로 대외활동이 제한되면서 자금의 흐름이 부동산과 가상화폐 투자에 집중됐다. 특히 가상화폐의 ‘대장주’인 비트코인은 코로나19의 덕을 톡톡히 봤다. 비트코인은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년 10월만 해도 시가가 1200만원 정도였는데 2021년 3월에는 7000만원으로 5개월 만에 5.8배나 뛰었다. 여기에 가상화폐가 단기간에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투자수단이라는 소문이 더해지면서 비트코인 외의 이더리움, 도지코인 등 알트코인은 물론이고 잡코인으로까지 뭉칫돈이 몰렸다. 돈이 몰리는 곳에 편법과 불법이 판을 치게 마련이다. 실제로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고수익 보장을 미끼로 투자자들을 등치는 코인사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아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가상화폐를 이용한 사기·횡령 등 불법행위로 발생한 피해액이 5조2941억원에 달한다. 특히 2020년 2136억원에 불과했던 피해액이 2021년에는 3조1282억원으로 급증했다. 2021∼2022년 피해액은 4조 1474억원으로 같은 기간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피해액(1조3182억원)의 3배가 넘는다. 현재 대표적인 코인사기 형태는 ‘투자하는 코인이 상장되면 가격이 급상승할 것’이라고 현혹하며 코인을 매수를 권유하는 방식과 카지노, 비트코인, 금 채굴 등에 투자해 높은 이율의 수익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하며 투자를 유도한 후 투자 수익금을 가상화폐로 지급한 후 가상화폐 인출을 정지시켜 투자금을 가로채는 수법 동원된다. 따라서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이런 수법에 걸려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전자인 원금과 고수익 보장을 앞세워 투자를 권유하고 약정하는 경우 기본적으로 유사수신행위법 위반에 해당한다. 이 경우는 특히 고수익 보장 약정을 빌미로 투자금을 받은 후 해외로 빼돌리거나, 사적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다음으로 단기간에 고수익을 보장하는 약정을 하면서 투자금을 요구하고 그 투자금을 현금 대신 가상화폐로 지급하도록 유도하는 경우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현금 대신 가상화폐를 구입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범죄의 추적을 어렵게 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업체들은 투자자와 직접 현금이나 가상화폐를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와 업체 사이에 투자를 유인하는 중간책을 두고, 중간책에게 가상화폐 또는 현금을 전달하도록 해 범죄의 추적과 자금 흐름의 추적을 피하는 수법을 동원한다. 마지막으로 투자를 권유한 업체가 수익금으로 지급한 가상화폐 인출을 정지하는 경우, 이미 그 업체의 자금이 부족해지거나 이미 투자금을 해외로 빼돌린 경우가 많은 만큼 투자를 권유한 업체의 재산을 신속히 압류하고, 수사기관을 통해 출국정지 등의 적극적인 조치를 해야하므로 가능한 신속하게 법률전문가의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한편으로 이같은 코인사기에 대해 현행법상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사기, 유사수신행위법위반, 방문판매법위반 등이 있다. 그러나 법 규정만으로는 코인사기에 적극 대처하기 어렵고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인 구제수단으로서의 제기능을 못하는 실정이다. 더구나 사기죄보다 광범위한 규제가 가능한 자본시장법상 불공정거래행위에 관한 처벌규정 등이 가상화폐에는 적용되지 않아 처벌규정이 미비하다. 지난 6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해 내년 7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이법은 가상자산의 개념을 정의하고 가상화폐를 제도권에 편입시켜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예치금 보관의무, 이용자 명부 작성 및 비치의무 등의 규제 근거를 뒀다. 또 미공개 정보 이용과 시세조종행위 등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처벌과 과징금 부과 규정을 도입하는 한편 가상자산사업자가 임의로 이용자의 입·출금을 원칙적으로 차단해 이용자의 재산을 보호하고, 이상거래에 대한 감시의무도 뒀다. 부디 가상자산법의 시행으로 가상자산을 이용한 사기와 불공정거래행위 등에 대해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이 이뤄져 추가적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박지훈 비욘드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기자의 눈] 자동차 미래가 배터리면 건설은 모듈러다

증권시장에서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2차 전지) 열풍이 거세다. 동네 슈퍼 주인조차 배터리와 관련한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질, LFP, NCM 등 키워드를 마치 ‘태정태세문단세’, ‘칼카나마알아철니’처럼 자동으로 읊을 정도니 대중적 인기를 실감케 한다. 하나의 산업이 마치 생활경제처럼 우리 삶을 깊숙이 파고들어 왔다. 전기차 수요는 지속 늘어날 것이며, 핵심은 배터리이고, 배터리 기술은 양극재에 달렸으며, 이 기술은 국내 기업들이 세계 최고라는 근거 있는 분석이 개인 투자자들의 마음을 울렸기 때문이다. 건설산업에서도 이같은 울림이 필요하다. 건설공법 중에는 모듈러공법이 있다. 모듈러는 현장에서 공사를 하는 것이 아닌, 제조 및 운반을 통해 짓는 방식이다. 현재는 모듈러 주택, 공업화 주택, OSC(탈현장 건설), 레고처럼 쌓는 주택, 컨테이너 박스, 임시시설 등 정형화되지 않은 용어들로 국민에게 혼란을 주고 있어 이에 대한 국민인식 전환이 시급해 보였다. 그래서 모듈러를 배터리에 비교하는 무리수를 뒀다. 모듈러는 두 가지로 압축 설명할 수 있다. 생산성과 안전성이다. 현장 숙련공들이 점차 사라지고 젊은 인재들은 유입되지 않는다. 그 자리는 모두 외국인 노동자들이 차지하고 있다. 분양아파트 사전점검에 참여한 입주예정자들은 현장에 중국어가 들리면 ‘내 아파트 괜찮은가’ 불안해 할 정도로 인식이 좋지 않다. 모듈러는 공장조립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기에 대량 생산과 노동자 숙련도에 의존하지 않을 수 있다. 또 건설현장은 안타깝게도 늘 사망사고가 따라다닌다. 얼마 전 SPC 성남공장 사망사고가 있어 큰 비난과 질책을 받았다. 사망자 수를 따질 것은 아니지만 건설현장에서는 매일 있는 일이며 대형건설사도 으레 발생한다. 비난과 질책이 응당 따르나 SPC 사망사고 때와 견줄 만큼 크게 다루지 않는다. 그만큼 건설산업은 태생적으로 사망사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모듈러는 고소작업 추락사고나, 악천후에서 자유로워 사망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현재 정부는 기업의 기술력 검증을 우선으로 보고 있고, 기업은 정부의 적극 발주를 원하는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 기로에 서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건설의 제조화’를 넘어서 ‘건설의 자동화’에 도래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인식 전환에 달려 있다. 모듈러는 흔히 100년 주택이라고 하는 ‘장수명주택’으로 가는 길이다. 장수명 주택은 벽식구조와 달리 리모델링에서 자유롭고, 층간소음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고 하니 관심을 가져볼 만 하지 않은가. 기존 층간소음에서 자유로울 수 없던 벽식구조나 최근 문제가 됐던 무량판 구조에 대해 알게 된 국민들이 모듈러에 대해서도 장단점을 대중적으로 비교해보는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김준현

[이슈&인사이트] 미래 모빌리티, 파운드리에게 물어봐

요즘 모빌리티 시장에서 전기차가 대세다. 최근 뉴스만 봐도 내연기관차 얘기는 한 줄도 없고 전기차·수소차 얘기뿐이다. 전기차를 구성하는 배터리 ·차량용 반도체·배터리 리사이클링·자율주행·커넥티드카·인공지능을 포함한 알고리즘 구현 등이 단골 키워드다. 부품중심으로 이뤄지는 이전과 달리 미래 모빌리티는 융합이 화두다. 단순한 운송수단을 넘어 ‘움직이는 생활공간’, ‘움직이는 가전제품’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미래모빌리티 시장의 최종 승자는 누구냐에도 관심이 쏠린다. 물론 당분간은 기존의 완성차업계가 시장을 주도할 것이다. 여기에 차량용 반도체 기업과 라이더 센서 등 자율주행 기술을 구현하는 하드웨어업체 등이 가세할 것이다. 그러나 내연자동차와 같이 하나의 영역으로 모두를 지배할 수 있는 시대는 물건너 갔다는 점은 분명하다. 결국 피라미드의 꼭지점은 인공지능(AI)를 포함한 알고리즘 기업이 미래모빌리티 시장을 주도할 것이다. 주도권이 기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넘어가는 것이다. 미래모빌리티 시장의 주도권 싸움은 미국과 중국,이른바 G2간에 펼쳐지고 있다. 바로 GAFA(구글, 아마존닷컴, 페이스북, 애플)와 BATH(바이두, 일리바바, 텐젠트, 화웨이)간의 대결이다. 미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알고리즘 회사들이다. 이렇다 보니 각 기업들도 알고리즘의 독립을 통한 부가가치 높이기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를 대신할 ‘타이젠’을 개발 중이고, 현대차그룹은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를 선언했다.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좌우할 또 다른 분야가 바로 ‘모빌리티 파운드리’(자동차 위탁생산)다. 모빌리티 파운드리는 전기차 등의 모빌리티를 대량으로 위탁생산하는 기업이다. 전기차는 우스갯소리로 ‘초등학생도 만든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누구나 만들 수 있다. 수만개의 부품으로 이뤄진 내연기관차와 달리 장난감 처럼 모터와 배터리,바퀴 등으로 제작이 단순하기 때문이다.구조가 단순하고 모듈별로 쉽게 제작할 수 있다. 최근 유럽의 한 기업은 가정에서 조립해 이용할 수 있는 초소형 전기차 모듈을 내놓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여기에 앞으로는 전기차 전용플랫폼이 오픈 플랫폼으로 전환돼 완성도 높은 전기차를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시대도 열릴 것이다. 대표적인 게 ‘애플카’다. 애플카는 원래 자율주행 레벨4를 기반으로 위탁 생산한 전기차에 자체의 알고리즘을 구현하는 전기차를 보급하기 위한 차종으로 오는 2026년께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모빌리티 파운드리’가 실현되는 셈이다. 외부 위탁을 통해 제작한 수백 만대의 ‘베어 샤시’ 위에 모양이 다른 덥개를 씌우고 새로운 알고리즘을 부여하면 완전히 새로운 애플카가 탄생한다. 이른바 ‘애플 스마트폰에 바퀴를 붙이고 자율주행하는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애플카의 등장은 곧 모빌리티 파운드리 시대의 개막을 의미하는 셈이다. 모빌리티 파운드리시대의 개막에 따라 앞으로는 구글카와 아마존카는 물론이고 LG카, 삼성카도 등장할 수 있다. 지금의 반도체 펩리스와 파운드리로 나누어지는 것과 같이 미래 전기차 등도 알고리즘 전문 개발 기업과 이를 구현해 하드웨어적로 공급하는 ‘모빌리티 파운드리’가 등장해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다. 물론 두 가지 기능을 동시에 가지면서 프리미엄급의 독자적인 모빌리티를 생산하는 글로벌 제작사도 등장할 수 있다. ‘아직 가 보지 않은’ 미래 모빌리티 시장은 여전히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시장 주도권을 놓고 새로운 강력한 모델을 중심으로 짝짓기가 한창이다. 그래서 앞으로 5~10년이 골든타임이다. 이 시장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가지려면 산학연관의 융합이 더욱 중요하다. 정부도 예외일 수 없다.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김필수자동차연구소 소장

[EE칼럼] 올 여름 폭염 등 극한 기후가 던진 과제

올해 여름은 더워도 너무 덥다. 긴 장마에 폭염 등 극한 기후마저 겹치면서 지구촌 곳곳에서 각종 재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세계기상기구에 따르면 올해 7월은 세계적으로 역사상 가장 높은 온도를 기록했다. 캐나다에서는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며 현재까지 한반도 1.5배 크기의 산림이 잿더미가 된 데 이어 지금도 계속해서 불타고 있다. 하와이 마우이섬도 산불로 엄청난 인명과 재산 피해를 입고 있다. 온도가 섭씨 40도, 심지어 50도가 넘는 지역도 세계 곳곳에서 점점 확산되고 있다. 진짜로 불타는 지구가 현실이 되고 있다. 당연히 가장 중요한 원인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결과이며 그 핵심은 탄소에 있다. 폭염이 이어지다 보니 전력 수요가 지난 7∼8일에는 한 시간 평균 100GW를 넘어서며 전력시장 역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중에 태양광 출력은 14.205GW로 14.1%를 차지했다. 주목할 것은 추정치이기는 하지만 전력시장 내 수요 이외에 한전 PPA(전력구매계약)와 자가용 태양광 발전 등 전력시장 외 수요를 합한 것이기에 총 수요 추계보다 약 7∼10GW 더 늘어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전력시장 이외의 수요를 제외하고도 역사상 가장 많은 전력 수요임에는 틀림없다. 이에 따라 송·배전망을을 ‘최대전력 100GW 시대’에 맞춰 대대적으로 확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기존 전력설비에 대비하지만 태양광 발전이 여름에는 주요 에너지원으로 부상함에 따라 한전은 향후 5년간 7511억 원을 들여 1MW 이하 태양광 발전 송·배전망을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투자해서 준비하겠다니 좋다. 그러나 돈 안들이고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당연히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다. 첫 번째는 바로 절약이다. 에너지 절약을 습관화하는 장기적이고 대대적인 그린 에너지절약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정부는 국민들의 에너지 절약 행동을 촉진하기 위한 교육 제도의 실현,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강제적인 수단도 동원해야 한다. 대표적인 예가 개문 냉방이다. 한국에너지공단은 개문냉방을 하면 문을 닫고 냉방 하는 경우보다 최대 3~4배 전력소비가 증가할 수 있다고 했다. 기상청은 에어컨 실외기 열풍이 열섬 현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이같은 개문 냉방으로 인한 전력 낭비는 물론 한전의 천문학적 적자에도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에너지이용합리화법’에 근거해 시정명령과 명령 불응시 최대 300만원까지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안되고 있다. 상인들은 매출 걱정, 정부는 에너지 낭비 걱정. 상반된 입장이지만 국민들이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안될 리 없다. 두번째로 에너지의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데 힘써야 한다. 한국의 에너지효율은 선진국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제조업에서는 에너지효율 향상이 기업의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에 효율성 제고에 많은 투자를 하여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하지만 가정이나 일반 건물 등에서의 에너지효율은 크게 뒤떨어진다. 산업단지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재활용에 있어서도 제도 개선이나 투자가 여전히 미흡하다. 덴마크의 칼룬보그시는 공단에서 나오는 폐열과 폐수를 기업들 간에 재활용하는 시스템을 오래전부터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부터 도입하고 있지만 선진국에서는 그린 빌딩 제도를 점점 강화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건물을 보수하는 경우 대출이자를 저리로 제공하고 있으며 물과 에너지의 효율이 기준을 통과 하지 않으면 아예 건물의 인가를 내주지 않는다. 오래전에 에너지 절약 공익 광고 중에 이런 노래 가사가 있다. " (승강기를) 잡지 말고, (계단 손잡이를) 잡으세요." 에너지절약을 위해 기억하기 쉽고 좋은 문구다. 절약은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홍보해야 한다. 국가적으로 운동을 하자. 그래서 에너지 절약과 효율성 제고를 통해 "과거를 잡지 말고, 미래를 잡으세요"라는 것이 이루어 지도록 행동할 때다.김정인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기자의 눈] 넥스트 KT가 기대되는 이유

[에너지경제신문 윤소진 기자] 지난 4일 새벽 7시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안다즈 서울강남을 찾았다. 이곳에서 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차기 KT 대표 후보 숏리스트 최종면접을 진행한다는 정보를 입수해서다.면접 장소인 안다즈 호텔 지하 2층 스튜디오1은 이른 아침 시간에도 직원들이 행사 준비로 분주했다. 그렇게 행사장 입구에서 대기한 지 2시간 가량이 흐르자, 위원들이 속속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가장 먼저 면접장에 들어선 후보는 차상균 서울대 교수였다. 면접장 입구로 향하는 차 교수에게 질문하기 위해 따라붙자, 직원들이 앞을 막아 섰다. 이후 행사장 한쪽에 가림막을 세우고 비상 출입구를 여는 등 직원들의 보안이 한층 강화돼 취재가 쉽지 않았다.그다음 심사는 최종 후보로 낙점된 김영섭 대표 내정자, 마지막은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 순으로 진행됐다. 심사를 마치고 나오는 박 전 부문장과는 인사를 나눴지만 아쉽게도 김영섭 KT 신임 대표 후보만 만나볼 수 없었다.다만 김 후보는 최종 후보로 낙점된 소감을 묻는 문자에 주주총회를 마친 후에 답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그는 최종 선임까지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업계 안팎에선 ‘김영섭호’ 출범은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최근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도 김 후보를 KT 대표에 선임하는데 찬성표를 던졌다.이제 오는 30일 열리는 KT 임시주주총회에서 김 후보를 KT의 새 수장으로 결정하는 의결이 진행된다. 앞으로 일주일이면 장기간 지속된 KT의 경영 공백도 일단락되는 것이다. 김 후보자가 주총에서 대표로 공식 선임되면 임기는 2026년 3월 말까지로, 그는 2년 7개월 동안 KT를 이끌게 된다.대표 부재가 길어진 만큼 김 후보의 어깨는 무겁다. 김 후보는 KT 내부 인사가 아닌 데다 경쟁사에 오래 몸담았던 인물이다. 이에 KT 임직원들의 융합과 경영 정상화도 그에게 숙제로 남겨졌다. 그러나 김 후보는 최종 면접에서 KT의 변화와 혁신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의 KT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앞서 구현모 전 KT 대표는 ‘디지코’를 키워드로 KT의 디지털 종합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을 꾀했으며, 황창규 전 KT 대표는 ‘기가토피아’라는 경영전략을 내세웠다.김 후보는 기업 경영 경험과 정보통신기술(ICT) 전문성을 두루 갖춘 인물로 평가되는 만큼 그만의 색깔로 물든 KT의 재도약을 기대해 본다.sojin@ekn.kr윤소진 산업부 기자.

[기자의 눈]

[에너지경제신문 조하니 기자] 요즘 젊은 세대 사이에서 찐부자가 입을 법한 ‘올드머니 룩’이 인기다. 집안 대대로 부를 쌓아온 귀족이나 모태 부자처럼 보이는 게 핵심이다. 중저가가 주를 이루는 신명품과 마찬가지로 타깃 고객은 20∼30세대지만 올드머니 룩은 고급 소재를 중시하는 특성상 최대 수천만 원에 이르는 초고가 브랜드도 많다. 올드머니 룩 트렌드에 불씨를 당겼다고 평가받는 미국 HBO사 드라마 ‘석세션’에 등장한 브랜드만 봐도 그렇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로로 피아나(Loro Piana)’가 대표 사례다. 이 브랜드 패딩 제품은 최대 1000~2000만원대 수준으로 유명하다. 또 다른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인 ’브루넬로 쿠치넬리’ 티셔츠 한 장이 저렴해도 수십 만 원대다. 이들 브랜드의 공통점은 고급 소재가 특징인 만큼 비싼 가격임에도 로고를 보이지 않는 것이다. 과시하지 않되 부자다움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의 명품 소비 성향과 일맥상통하다는 업계 설명이다. 올드머니 룩은 부를 선망하는 패션 코드로 재벌의 ‘부자다움’ 그 자체를 추종하면서도 과시욕을 드러내지 않는 게 특징이다. 보이지 않는 부마저 추종하는 셈이다. 기존처럼 부를 동경하는 물질주의적 소비 경향은 여전한 동시에 과시욕을 드러내는 졸부 같은 소비 패턴에는 반감을 드러내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 사회의 젊은 세대는 돈이 없다는 점이다. 평균 자산은 늘었으나 갈수록 자산 격차는 더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트렌드를 좇으면 과소비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지난해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20~30세대가 가구주인 가구의 평균 자산은 3억5651만원이다. 이 가운데 자산 상위 20%와 하위 20% 간 자산 격차를 보여주는 자산 5분위 배율은 35배에 이른다. 소득 역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2020년 기준 20~30세대 내 상위 20%의 연간 소득은 1억2832만원으로 집계된 반면, 하위 20%의 연간 소득은 1968만원으로 6분의 1에 불과했다. 일각에서는 질 좋은 제품을 구매해 입는 점에서 올드머니 룩이 패스트 패션(최신 유행을 즉각 반영한 패션)의 대항점에 놓여있다고 평가한다. 다만, 소비자 차원에서 합리적 가격에 괜찮은 제품을 구매해 오래 입는 것과 무리해서 과소비하는 것은 다르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업계도 젊은 고객들의 구매력을 과대평가해 사치성 소비를 조장하는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 inahohc@ekn.kr조하니 기자 조하니 유통중기부 기자

[이슈&인사이트] 탄소 다배출 빅테크 기업의 책무

기후위기가 날로 심화되면서 탄소배출 저감이 인류에게 가장 뜨거운 과제로 떠올랐다. 최근 ‘빅테크의 탄소 배출’이라는 보고서가 글로벌기업들의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세계적으로 연간 360억 톤에 달하는 이산화탄소(CO2)를 배출하며 기후위기를 심화시킨다. 이로 인해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이 불가피하고 유엔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정책 보고서는 탄소 오염을 줄이는 것이 지구의 온도가 1.5도 상승하는 파괴적인 영향을 완화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탄소 다배출 기업인 글로벌 기술산업(테크기업들)은 탄소배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유엔의 환경 프로그램에 따르면 글로벌 기술산업 부문은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2~3%를 차지한다. 이는 전 세계 항공산업의 배출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구글,메타와 같은 거대 기술기업(빅테크)들은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 9억2500만 달러를 투입하기로 약속했다. 그럼에도 글로벌 기술산업은 여전히 탄소집약적인 공급망에 의존하고 있으며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국가에 자리한 기업들이 있다. 추가 보고서는 그들의 로비 영향력이 기후 행동에 크게 사용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다. 기술산업은 세계를 탄소중립으로 이끄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주요 업체들이 시장을 지배하고 궁극적으로 기술산업 분야의 녹색 전략에 영향을 미친다. 주요 기술회사들이 탄소배출에 관한 명성에 부응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일렉트로닉스허브는 세계 최대 기술기업의 환경 보고서를 분석하여 경쟁업체와 탄소 생산량을 비교했다. 일렉트로닉스허브는 공개적으로 사용 가능한 ESG(환경, 사회적 책임, 투명경영) 및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보고서를 사용해 업계에서 가장 큰 100개 기술회사의 총 직간접 탄소 배출량 수치를 찾아 오염도가 가장 높은 회사부터 가장 낮은 회사까지 순위를 매겼다. 이 결과에 따르면 삼성(삼성전자)은 연간 이산화탄소(MTCO₂e) 배출량이 2017만 미터톤(20.1 million metric tons)으로 세계 100대 기술기업 중 가장 많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에 따르면 이는 매년 도로에서 430만 대의 자동차가 배출하는 양과 맞먹는다. 2021년에 18%의 이산화탄소 발생이 증가한 삼성전자는 2050년까지 넷제로 달성을 약속하고 소비자가전 운영을 탈탄소화하기 위해 50억 달러 이상을 지출하겠다고 약속했다. 아마존(1620만 미터톤),대만의 TSMC(1134만 미터톤),SK하이닉스(763만 미터톤),마이크론 테크놀로지(609만 미터톤)으로 그 뒤를 이었다.. 기술산업에서 가장 큰 탄소발자국을 가진 기업인 삼성은 다른 어떤 기술회사보다 더 많은 CO₂를 배출하고 있다. 통계기업 스태티스타는 세계적으로 65억 개 이상의 스마트폰이 유통되고 있으며,이 중 최소 12억개가 태블릿 PC로 추정한다. 일상적인 기술이 환경에 해롭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장치는 간접적으로 업계 최대 조직을 수백만 톤의 탄소 오염에 대한 책임으로 만드는 복잡한 공급망을 통해 생산된다. 정부가 국제사회에 선포한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려면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역부족이다. 국내 모든 기업과 국민들의 동참 없이는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탄소다배출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빅테크 기업들의 높은 사회적 책임과 함께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투자확대 등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ESG메타버스발전연구원장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