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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농업과 환경이 같이 사는 길, 바이오 가스 에너지에 있다

매년 봄이 소리없이 왔다가 소리없이 가는데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그래도 봄이면 생각나는 것이 개나리, 철쭉, 쑥, 벚꽃이다. 그러나 환경과 연관하면 1962년에 출판한 “침묵의 봄"이 생각난다. 1962년 레이첼 카슨이 1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서 살포된 살충제나 제초제로 사용된 유독물질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여 쓴 책으로, 환경운동이 서양에서 시작하게 되는 계기가 된 책이다. 물론 이후에 많은 찬반론이 있었지만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을 가지도록 한 것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기후변화 또는 기후 위기에 대한 대응에는 여전히 많은 국가들이 침묵하는 듯하여 정말로 안타깝다. 그래도 반가운 것이 최근에 주요 국가들의 모임인 G7에서 기후에너지 환경 장관들이 늦어도 2035년까지 석탄 발전소를 폐쇄하겠다고 합의한 것이다. 작년 두바이에서 산유국과 선진국간에 이견이 있었지만 “화석 연료의 단계적 전환"을 선언한 것에서 확실히 시간을 언급한 것은 매우 의미있는 것이다. G7 국가들은 석탄 발전 용량이 전 세계 석탄 발전 용량의 15%(310GW)를 차지하고 있으며 전체 전력 가운데 16% 가량을 석탄을 통해 얻어왔다. 이러한 결정은 중국과 인도 등 대규모 온실가스 배출국뿐만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 주요 화석연료 생산국 등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특히 신재생 에너지 공급에도 명확한 시그널이 된다고 본다. 관심을 두어야 하는 것이 바이오 에너지라고 본다. 태양광이나 풍력과 달리 바이오에너지(bioenergy)는 24시간 운영이 가능하고 다양한 에너지원이 있어서 지속가능 하다. 바이오 에너지는 바이오매스를 연료로 해서 얻는 에너지로, 생물자원의 물질로 사용가능한 대체에너지다. 에너지원으로 이용되는 바이오매스는 햇빛을 화학 에너지의 형태로 저장한 유기물이다 여기에는 나무, 나무찌꺼기, 짚, 거름, 사탕수수, 그리고 농업 부산물 등을 연료로 사용 한다. 두 번째 이유는 환경부가 '유기성 폐자원을 활용한 바이오가스의 생산 및 이용 촉진법(일명 바이오가스법)'이 곧 시행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형 축산 농가의 바이오가스 생산 의무화를 의미하는 것인데 공공 및 민간 부분에 대하여 바이오가스 생산목표를 부여한다. 즉 공공 의무생산자는 2025년 50%, 2045년 80% 생산목표율을 정했으며 민간 의무생산자는 2026년 10%, 2050년 80% 생산목표율을 달성해야 한다. 민간 의무생산자는 사육두수 2만 마리 이상인 가축분뇨 배출자, 또는 국가/지자체의 지원을 받은 처리용량 100톤/일 이상의 가축분뇨 처리시설을 가진 자, 그리고 배출량이 연간 1000톤 이상인 음식물류 폐기물 배출자들이 해당한다. 특히 한국에 좋은 것은 가축 분뇨와 음식물 쓰레기를 혼합하여 유기성 폐기물을 에너지화하여 전력과 열을 생산하는 바이오 가스 설비라고 본다. 이점으로는 농촌의 골칫거리인 가축 분뇨를 처리하고, 친환경 유기질 비료를 생산하며 폐기물의 감소를 가져오며 결국에는 탄소저감에도 기여할 수 있는 일석 4조의 효과가 있는 것이다. 나아가 스마트 팜과 연계한다면 자연순환 농촌마을을 조성하는 것도 가능 하다. 이미 청양의 여영 농장이나 이천의 농업 회사법인 바이오에너지가 좋은 예라고 본다. 적극적으로 보급 확산하여 농촌을 미래형으로 만들어야 한다. 신재생에너지가 미래의 대세이기는 하다. 다만 일부에 국한하기보다는 다양하게 가야지만 된다. 에너지공급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포트폴리오 정책이다. 석유, 석탄, 원자력, 수력 등 다양하게 추구한 이유는 안정성 때문이다. 신재생에너지도 마찬가지다. 다양성이 있을 때 유연성도 더욱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 김정인

[이슈&인사이트] 공익법인 규제 재검토해야

유정주 한국경제인협회 기업제도팀장 2022년 국세청 공시 공익법인 기준 기업이 설립한 공익법인의 수는 784개이고 이중 대기업집단이 설립한 공익법인은 약 70~80여개 정도이다. 공익법인은 국가가 해야 할 교육, 장학, 사회복지, 의료 등 사회적 과제를 대신 발굴하고 해결하는 역할을 함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그룹계열사 지배를 공고히 하는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비판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의 공익법인에 대한 법제, 특히 대기업집단에 속한 공익법인에 대해서는 순기능은 고려하지 않고 부정적인 측면만을 강조해 강력한 규제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제도의 균형을 잃은 측면이 있다.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에 대한 규제에는 첫째 공정거래법에서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있다. 예외적으로 합병, 임원의 선임과 해임 등 일부 중요사안에 대해 특수관계인과 합산하여 최대 15%까지만 행사가 가능하다. 공정거래법상 공익법인의 의결권 행사 제한은 다른 외국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공익법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의도치 않은 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 많은 공익법인들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다. 평상시라면 문제가 없으나 외부에서 기업의 경영권을 위협하는 사태가 발생하면 공익법인이 보유한 지분은 아무런 역할을 할 수 없다. 둘째, 상속증여세법상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이 계열사 발행 주식 5%를 초과하여 보유하는 경우 가산세가 부과된다. 계열사가 발행한 주식의 5%를 넘는 주식 보유를 사실상 금지하는 효과가 있다. 주식 기부에 대한 면세 한도는 다른 국가와 비교하여 엄격하다. 미국은 공익법인이 기업이 발행한 주식의 20%까지 면세가 인정된다. 일본은 주식발행 총수의 50%까지 공익법인이 취득할 수 있고 별도로 상속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독일, 스웨덴은 아무런 규제도 면세 한도 규정도 없다. 이러한 공익법인에 대한 규제는 세계적인 트랜드에 역행하는 것으로 공익법인의 사회공헌 활동을 저해하고 있다. 공익법인에 대한 규제 취지는 공익법인을 통해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것은 바람직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세계적 유래가 없는 규제를 도입하면서까지 공익법인을 통한 기업의 지배를 막겠다는 제도의 취지가 과연 합당한 것일까? 해외로 눈을 돌려보면 공익법인을 통한 기업집단의 지배와 활발한 사회공헌 활동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스웨덴의 이케아 그룹은 스티흐팅 잉카 재단, 인터로고 재단, 인터 이케아 재단을 정점으로 그룹을 구성하고 있고 매년 수십 억원을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칼스버그 그룹도 칼스버그 재단이 칼스버그사의 지분 29%를 보유하고 있고 차등의결권을 활용하여 77%의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외에도 발렌베리 재단은 지주회사 지분 23%를 보유하면서 의결권은 50% 행사하고 있고, 아르마니, 롤렉스 등도 재단을 통해 기업집단을 지배하고 있다. 해외의 기업들은 공익법인을 통해 기부를 하면서, 기업의 영속성도 동시에 보장받고 있는 것이다. 최근 특정 기업집단의 총수가 자신이 가진 주식을 기부하겠다고 공익법인과 약정을 맺었다. 그러나 여기에는 조건이 있는데, 상속증여세 완화와 공익법인의 의결권 행사 금지 개선이다. 발행 주식 5%가 넘는 지분을 기부하면 최대 60%의 상속증여세 부과로 기부의 취지가 퇴색되고, 의결권 제한으로 외부에서 경영권을 위협하게 되면 자칫 외부세력에게 경영권을 침탈당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조건부 약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공익법인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을 저해하고 기업의 경영 안정을 해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ESG, CSR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공익법인이라는 지속 가능한 형태로 이어나가는 사회적 요구와도 맞지 않다. 이제는 공익법인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버리고 발렌베리, 이케아와 같은 글로벌 기업이 지속적으로 탄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할 때이다. 공익법인에 대한 규제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유정주

[특별기고] 라인야후 사태, 국익 관점에서 적극 대처해야

네이버는 “우리나라는 인구가 많지 않고 시장이 작기 때문에 반드시 해외에서 성공사례를 만들어야 생존할 수 있다"는 절박함을 가지고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만 한 서비스 개발을 위해 계속 해외 문을 두드렸다. 그 결과 메신저 앱 '라인(LINE)'이 탄생하여 글로벌 플랫폼으로 성장하였으며 '야후재팬'과 합병하여 '라인야후'가 되었는데, 일본 시장을 석권하고 태국, 대만, 인도네시아 등에도 진출해 있다. 매출 규모는 지난해 1조8146억엔(15조928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그런데. 지난 3월 일본 총무성이 지난해 11월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을 빌미로 “네이버와 라인야후 간 자본적·기술적 관계를 끊으라"는 행정지도를 하면서 '라인야후 사태'가 불거졌다. 지분 매각 압박을 받은 네이버는 라인야후 경영권을 놓고 소프트뱅크와 협상을 진행해 왔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라인야후 지분 64.5%를 보유한 최대지주 A홀딩스 지분을 각각 50%씩 가지고 있어 1주라도 지분이 넘어가면 주도권은 소프트뱅크가 쥐게 된다. 이렇게 되면 네이버의 해외 사업에 제동이 걸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일본의 라인 강탈 시도는 명백한 국익 침해이자 반시장적 폭거"라고 지적했다. 이제 라인야후 사태는 정치권을 비롯한 국민적 관심이 쏟아지면서 한일 관계는 물론 정권 지지율에도 영향을 줄 대형 이슈로 커졌다. 상황이 심각하게 전개되자 정부가 공식적으로 나섰다. 강도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은 지난 10일 브리핑을 통해 “우리 기업에 대한 차별적 조치와 우리 기업의 의사에 반하는 부당한 조치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성태윤 정책실장도 “라인야후가 일본 정부에 자본구조 변경을 제외한 정보보안 강화 대책을 제출하고자 한다면 네이버에 필요한 지원을 충분히 제공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정부는 우리 기업이 해외에서 어떠한 차별적 조치나 기업 의사에 반하는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면밀하고 강력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개인정보를 관리하는 네이버 클라우드와 업무를 위탁하고 있는 회사 직원들이 사이버 공격을 받아 개인정보 약 52만 건이 유출되면서 시작됐다. 일반적으로 이런 경우 재발 방지 조치를 요구하고,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과태료 등의 조치를 내린다. 하지만 일본 총무성은 라인야후에 행정지도를 통해 '자본 관계 재검토'를 요구했는데, 적성국 기업에나 적용할만한 과도한 조치이다. 이를 근거로 소프트뱅크는 네이버 지분 매각을 압박하고 라인야후 이사회에서 한국인 이사를 해임했다. 일본측이 민·관이 역할을 분담하여 '네이버 밀어내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라인야후 사태와 관련 “일본 정부 생각을 4월쯤 확인했고, 민간 기업과도 대화를 계속 해왔다"고 밝혔지만, 미흡하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일본 정부의 생각을 확인만 할 것이 아니라 강력한 입장을 전달했어야 했다. 라인야후의 한국 법인 격인 라인플러스 간담회에 참석한 라인플러스 관계자는 “글로벌 진출 기업이 해외 사업을 하면서 겪는 어려움에 대해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대반전을 이룬 한일관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조치를 하였지만 한국 정부는 한일 관계 훼손을 우려해 사태를 방치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나아가 정상 간 개인적인 친분과 케미(chemistry)에 의존한 탑다운 방식의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회의론도 제기된다. 글로벌 시장을 확보하고 성장 잠재력이 막대한 기업의 경영권이 하루아침에 일본에 넘어갈 처지에 있는 이 문제는 단순한 민간기업 이슈가 아니다. 우리 기업에 대한 차별 문제이자 국제 규범 위배 소지가 있는 통상 이슈다. 네이버가 경영권을 넘겨 라인야후와 관계가 단절되면 일본 시장에서 성장할 기회를 놓침은 물론, 동남아 시장 확장 기회마저 넘기게 될 우려가 있다. 그리고 이번 사태를 묵과하면 향후 한국 기업이 서비스하는 다른 국가에서 동일한 요구에 직면할 수 있다. 민간 기업 하나의 문제로 방치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특히, 한일관계 개선 및 한미일 관계 강화를 의식한 나머지 한일관계가 껄끄러워지는 것을 두려워하여 이 문제에 있어서 소극적이어서는 결코 안 된다. 늦었지만 정부가 '엄정 대응' 방침을 밝히고, 네이버가 지분을 매각하지 않기로 의사결정을 한 것은 다행이다. 라인야후가 7월 1일까지 일본 총무성에 행정지도 답변서를 제출하는 만큼 정부는 고도의 경각심을 갖고 대처해야 하며, 국회도 여야 가릴 것 없이 우리 기업의 이익과 대한민국의 국익을 지키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 이강국

[이슈&인사이트] 물가안정과 배달앱의 중개수수료율 규제

최근에도 여전히 고물가는 진행형이다. 올해 들어 물가수준은 3% 내외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물가 목표 수준인 2%를 훨씬 초과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외식 물가상승률은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훨씬 웃돌고 있다. 소비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대표 먹거리인 떡볶이, 비빔밥, 김밥, 햄버거 등의 물가상승률은 5%를 상회한다. 외식물가는 35개월째 전체 물가수준을 상회하는 등 안정세에 접어들 기미가 전혀 없다. 외식업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경우 대체로 규모가 작은 영세 사업자로서 원재료·공공요금 인상에 취약하다. 규모 및 범위의 경제 측면에서 비용절감이 어려운 영세 사업자의 경우 식재료 및 전기·가스료 인상시 이를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전이시키는 정도가 높은 편이다. 우리의 국민 경제구조에서 차지하는 자영업자 등 비임금근로자 비중은 23%이며, 이는 OECD 국가 중 7위일 만큼 높다. 이는 미국의 3배, 일본의 2배 이상 해당되는 수치이다. 우리의 물가상승률이 높은 이유가 자영업 비중이 높은 국민경제의 구조적 특징과 연관되며, 최근 들어 유가, 곡물류 등 원자재 공급 차질에 따른 가격급등이 지속되고 있는 점에 기인한다. 더욱이, 국제결제 통화인 달러대비 원화의 가치절하가 빠르게 진행되며, 물가상승 요인으로 수입단가 상승도 한몫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그런데, 최근 물가상승을 부추길 수 있는 또 다른 잠재적 요인으로 배달앱 서비스의 중개수수료율이 지목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동안 증가하기 시작한 배달음식 수요가 엔데믹 기간에도 눈에 띄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피자, 치킨 등 야식에 대한 배달수요는 꾸준한 증가세를 기록 중이다. 음식배달 서비스는 앱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으며, 배달앱 시장은 '배달의 민족', '쿠팡이츠', '요기요'의 3사가 주도하고 있다. 최근 높은 배달비로 소비자의 배달수요가 줄어들자 배달앱들은 배달비 무료정책을 앞다투어 제시하며, 소비자의 배달앱 이용을 유인하고 있다. 하지만, 배달비 무료혜택이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대신 배달앱들은 자영업자에게 높은 중개수수료율이 적용되는 요금제 서비스로의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자영업자들은 배달앱에 중개수수료로 전체매출의 약 7%, 업주 부담 배달료 2,500~3,300원, 결제수수료 1.5~3.0%를 지급해왔다. 하지만, 무료 배달정책이 일반화되며, 일부 배달앱의 경우 배달비 포함된 새로운 요금제에서 중개수수료율이 무려 27%까지 상승하여, 자영업자의 큰 재무적 부담이 되고 있다. 더욱이, 업주가 부담하는 수수료는 대체로 정률 요금제가 적용되며, 매출이 올라갈수록 더 많은 수수료를 내는 구조이다. 배달비 무료혜택이 제공되지 않는 요금제를 이용하는 자영업자들은 소비자 선택을 받기가 어려워 매출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일부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은 대체로 2만원 정도의 치킨 한 마리 판매시 수수료 등으로 대략 30%의 비용 지출이 이루어진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이러한 배달앱의 높은 중개수수료율 정책이 지속되는 한 결국 자영업자들은 판매가격에 배달 관련 비용액을 이전시킬 가능성이 충분하다. 가뜩이나 높은 수준의 원자재와 공공요금 가격이 지속되는 가운데, 배달앱의 지나친 중개수수료율 책정은 비용절감이 어려운 영세한 자영업자의 판매가격 인상이라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로써, 배달앱에 대한 중개수수료율 규제가 시급한 시점이다. 배달앱의 높은 중개수수료율은 자영업자의 판매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고물가 현상의 심화를 가져오고, 이는 결국 민간소비의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다. 올해 1분기 국내 경제성장률은 1.3%를 기록하는 등 기존 예상치 0.6%를 상회했다. 일부에서는 이를 경기회복 신호탄으로 기대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도 상향조정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수출호조세로 무역수지 흑자기조가 지속되고 있어, 경제성장률 상향조정에 대한 의견이 힘을 얻는다. 하지만, 민간소비 측면에서 살펴보면, 반드시 그렇지는 않은 듯하다. 서비스 소비로 이해되는 올해 1분기 서비스업 생산은 전분기에 비해 0.8% 늘었다. 하지만, 서비스업과 해외지출을 제외한 재화 소비는 오히려 0.2% 감소했다. 즉, 국내 소비자의 해외소비는 늘었지만, 국내 소비는 오히려 줄었다는 해석이다. 이는 민간소비 개선이 뚜렷하지 않다는 방증이다. 민간소비가 고물가에 부정적 영향을 받는다고 볼 때, 아직 물가수준이 내수소비를 유도할 만큼 낮지 않다고 평가된다. 그런데, 잠재적으로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배달앱 서비스의 높은 중개수수료율에 대한 규제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뚜렷한 민간소비의 개선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배달앱이 금융사가 아닌 만큼 현 제도상으로 카드사처럼 금융당국에서 직접적으로 중개수수료율을 규제하기란 쉽지 않다. 정부 차원에서 배달앱의 시장 독과점 구조하에서 이루어지는 높은 수수료율에 대한 상한선제 도입 등 효과적 정책 마련을 통해 물가 안정화에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는 민간소비 개선을 통한 경제성장률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서지용

[EE칼럼] 더욱 정교해져야 할 에너지 투자 가치판단

2024년 현재 세계의 가장 큰 위험은 지정학적 위험과 불합리한 정치권 행태라고 골드만 삭스' 연구소(Global Investment Research)가 밝혔다. 이중 압도적인 위험은 지정학적 위험이다. 미국 대선 등 정치 '리스크'는 두 번째이다. 특히 이들 위험은 단기간 내 파급 효과 계측이 힘들 정도로 심각하단다. 그리고 경제부문의 가장 큰 위험으로도 '인플레'를 뛰어넘어 이 두 위험이 등장한단다. 전통적 경제위기 대응수단인 석유나 금 등 실물상품투자나 '스위스 프랑' 등 안전화폐 역시 위험 경감효과가 전만 못 하단다. 글로벌 위험 증가는 인플레이션 저하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세계 유수의 정치외교분석전문지 '포린어페어스(Foreign Affairs)'는 최근 지정학 위험의 원인으로 '인프라 네트워크 시스템' 취약성을 꼽았다. 현대 사회/국가체계 간의 다양한 연계, 그리고 기술 의존성 증대로 인해 다양한 인프라-시스템 의존도가 글로벌 차원 급증하고 있다. 더욱이 각국 정부는 에너지, 물, 통신 등 필수 민생서비스 제공을 완전 통제하기에는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대신 기업, 기술, 환경 부문이 정부와 연계하여 새로운 세계 질서를 형성한다. 따라서 글로벌 네트워킹 성격이 가장 강한 에너지 산업과 통신산업 등은 이런 변화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현재 에너지 부문의 주된 이슈가 전통적 에너지 생산-유통-소비 체계가 아니다. 약 30년 전쯤부터 에너지 이용 합리화가 주요 관심대상이 되었고, 지금은 에너지 유발 기후변화대응이 주된 관심사이다. 최근 영국 가디언(Guardian)지는 세계 최고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는 2100년까지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최소 2.5C 이상 상승할 것이라고 한다. 이는 지구 문명 소멸을 초래할 수 있는 수준이다. 거의 80% 전문가들이 기온상승이 최소 2.5C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였다. 이들 중 거의 절반은 최소 3C 이상일 것으로 예상했다. 단지 6%만이 국제적으로 합의된 1.5C 제한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따라서 기근, 폭염, 산불, 홍수, 폭풍으로 인해 이전보다 훨씬 높은 강도의 '디스토피아(Dystopia; 극단적 암울한 미래)가 우려된다고 한다. 그러나 조금 더 준비를 더 할 여유가 있다는 반론도 있다. 지구 기온 2C 이상 높아져도 인류문명의 종말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하지만 1.5C 목표는 기후대응 협상의 가장 기초자료(지침)일 뿐이다. 지구 일부에서 억제목표를 넘더라도 지구 전체적으로는 복원/회복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2.7C까지 상승추세가 과학적 추론으로는 유력하다. 당연히 이런 상승추세에 대응하여 더욱 적극적 국가 정책과 함께 글로벌 기후협력 강화가 필요할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세대 간 인식 차이 혹대와 인공지능(AI)과 같은 최첨단기술 대두라는 두 가지 새로운 요소에 관심이 필요하다. 최근 연구결과로는 50세 이하 '소장' 전문가 52%가 지구 기온이 최소 3C 상승할 것으로 본다. 노장층 학자의 38% 만이 그러하다. 여성 전문가들의 49%가 3C 이상 상승을 우려한다는 조사결과도 흥미롭다. 그러나 지금껏 소극적이었던 소장층과 여성이 보다 '스마트'한 대응능력 제고로 장기 기후문제 해결 가능성에는 고무적일 수 있다. 또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에너지 효율적 활용'을 강조하는 가운데 AI가 전력망 관리, 수요 예측 및 관리, 소비자 편익과 행태변화 등 탄소 중립 에너지 솔루션의 핵심이라고 적시하였다. 2026년 AI기술을 기반으로 한 세계 데이터센터 소요 전력량은 일본의 년간 전기수량(939TWh)와 거의 같다고 한다. 2040년 세계 전기차 전력 소비 역시 40GW(기가와트) 수준이라고 IEA는 전망한다. 여기에다 재생에너지 출력 조정, 전기차 충전망 연결 등에 필요한 엄청난 데이터 처리도 AI 기술이 밑받침되어야 한다. 점차 AI 기반 전력시스템으로 전환이 더욱 가속화될 것 같다. 우리 경우는 호남지역의 신재생 전력의 공급과잉 문제가 벌써 새로운 걱정이다. 제10차 전력 수급계획에서 호남지역- 수도권으로 대규모 송전망 건설투자가 논의되지만, 그 경제성에 대한 논란은 당연하다. 심지어 해상 고압-직류 송전방식의 도입이 거론되는 상황은 당혹스럽다. 그동안 호남지역은 RE100(재생에너지 100% 충당) 정책 등에 따라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설비에 집중하였다. 2036년 신규 태양광(65.7GW)의 63%가 이 지역에 집중돼 있으며, 해상풍력도 17GW 이상으로 증설될 것 같다. 그러나 지역 내 대규모 수요처가 없고, 외부공급 송전선로 등이 충분하지 않다. 따라서 태양광, 풍력 과잉 발전에 대한 강제 중단이나 원전 출력 감발의 필요가 제기된다. 지역 전력계통 안정유지가 문제가 된다. 결국 극단적인 전력 투자 비효율을 의미하는 '무효(無效· Reactive)전력' 증가를 의미한다. 이를 회피하기 위해 비싸고 비효율적인 전력 저장설비 증설이 불가피하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하면 우리 최초로 전력 최대 수요 발생과 신재생 전력 생산 시간이 서로 차이가 나는 현상인 '덕 커브(Duck curve)'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10여 년 전 태양광이 많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정전위기를 예고하는 오리 모양의 수급 그래프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아뫃든 시장경제가 통제할 수 없는 이기주의적 신재생발전 투자 후유증이다. 국민경제 효율화 차원에서 적극 회피대책 강구가 절실하다. 시장경제에의 한계, 글로벌 정치와 시장통합의 역행(Fragmentation), AI 등 신기술의 역할 강화 등으로 에너지 부문의 가치 창출과 그 평가과정은 급변 조짐이 크다. 이에 에너지 수급의 취약성이 세계 상위권인 우리로서는 신중한 투자가치 방법론 설정이 긴요하다. 이는 모든 관련 정책의 요체라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이기주의를 시스템적 접근으로 호도하는 에너지 원별 이해당사자들과 환경 분야 이해당사자들의 역주행을 막아야 한다. 이것이 정부와 지식인의 주된 책무이다. 최기련

[기자의눈] 저출생보다 ‘축소사회’ 대안 논의해야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전례 없는 '인구 절벽' 사태에 닥쳤다. 정부와 국회는 출생률을 높이기 위해 현금성 지원, 일·가정 양립을 위한 배우자 휴가, 급여 인상 정책 등을 제시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통해 저출생 문제를 '국가적 비상사태'로 규정, '저출생대응기획부'를 신설해 교육, 노동, 복지를 아우르는 정책을 수립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다만, 청년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정책만으로는 저출생·고령화 문제가 해결되기는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저출생의 원인으로는 부동산 급상승과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도 포함되어 있지만, 기본적으로 청년들의 가치관 변화도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것이다. 이것은 비단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인 흐름이다. 자가가 있어도, 일·가정 양립이 되는 일터에 다니는 청년이더라도 출산을 결심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2030세대는 자신이 경험해보지 못한 것을 위해 더 이상 희생을 감수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도 좋지만, 이미 시작된 축소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해결책을 찾는 것이 더 시급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나라는 이미 2021년부터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생산가능인구인 15~64세는 2019년 이후로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 생산가능인구는 2044년까지 1000만 명 가량 감소하고, 현재 5100만 명 가량의 총인구가 2065년에는 3000만명 대로 추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인구가 국가를 지탱하는 사회경제시스템과 사회적 인프라가 인구의 변화 속도를 따라잡기 어렵고, 기술이 선제적으로 발전하기 전에는 인구 감소로 인해 삶의 질을 현저하게 저하시킬 수 있다. 우선 경제활동인구와 생산연령인구가 줄어들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계속해서 낮아질 수밖에 없다. 출생아 감소로 인해 어린이집·유치원, 학교 기능의 저하와, 군 병력 감소에 따른 국가 안보 문제, 수도권 집중 현상에 따른 지방소멸 심화, 사회보험의 지속가능성 약화 등 우리 사회의 존속 문제와도 직결된다. 인구 감소를 피할 수 없다면 외국인 인력(이민자)를 받거나, 인공지능 기술 발달, 내수 시장·수출 경쟁력 강화 등 축소 사회에 맞는 새로운 경제·사회적 시스템 구축을 모색해 나가야 할 것이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EE칼럼] 지속가능한 자원안보 기본은 지속적 인력양성에 있다

한국은 발전된 산업과 그 규모에 비하여 국내에 보유한 자원이 부족한 대표적인 자원 미보유국이다. 그러므로 불안한 세계 정세에서 항상 안정적인 에너지자원 공급망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필요한 자원의 국내 비축이다. 유사시를 대비한 국가의 전략적 비축은 몇 주에서 길어야 몇 개월 분량에 해당 될 뿐이다. 장기적인 공급망 문제가 발생할 때의 해결책은 무엇일까? 결국 지속 가능하게 자원안보를 튼튼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풍부한 자원을 보유한 국가를 대상으로 해외자원개발을 추진하여 국가산업과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 시대를 맞아 다양한 저탄소 에너지가 요구되고 인공 지능과 자동화 시대를 맞아 에너지의 전력화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CCUS, 수소에너지, 에너지 광물의 수요가 확대되는 에너지 신산업 시대에서도 국가적 차원의 자원공급망 확보를 위한 자원개발은 중요하다. 이 과정의 성공과 완성은 전적으로 꾸준한 자원개발 인력의 양성과 공급에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더욱이 자원 보유국에 비해 산업생태계 구축이 어려운 분야는 결국 국가가 나서서 인력을 양성할 수밖에 없다. 산업체에서 대규모로 요구되는 인력은 스스로 시장에서 인력공급 체계가 형성되겠지만 꼭 필요하고 중요하지만 소수로 필요한 부분은 간과되기 쉽다. 특히, 한사람의 능력이 전체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력이 가장 큰 분야인 에너지자원 개발을 책임지는 상류 부문 인력양성은 중요하지만 단기적인 효율성 집착하는 시장논리에 의해서 소홀하게 다루기 쉽다. 국가 자원안보 구축의 한 축인 해외자원개발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무엇보다도 국제적 실무경험을 갖춘 능력 있는 기술 인력 확보이다. 유능한 기술 인력양성은 학교와 산업체의 유기적인 협조가 있어야 효과적으로 수행이 가능한 일이다. 장기적이고 기술 의존도가 높은 자원개발사업과 마찬가지로 인력양성도 장기적인 안목에서 체계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가에 따라 에너지산업의 축소와 확장에 따라 대학에서 인력 양성이 조정되기도 하고 때에 따라서는 관련 학과가 없어지는 경우도 존재한다. 그러나 없어진 인력양성 프로그램은 다시 회복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인력양성엔 시간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 예로 미국에서 2005년 고유가 시대에 들어서면서 전 세계적으로 자원개발 인력의 수요가 급증하게 되었으나 그동안 무너져 버린 대학의 인력양성 제도로 인하여 부족한 인력공급 문제를 해결할 수 없게 되었다. 결국 회사는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기존인력을 스카우트 하거나 타전공 졸업생을 선발하여 단기간의 훈련을 통해 필요한 자원개발 인력을 충원하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되었다. 즉, 많은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유능한 인재를 찾기는 더욱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자원개발은 세계 경제 상황에 따라 장기적인 주기를 갖고 변하는 분야이다. 작금의 국가 자원안보시대와 미래의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시대에도 에너지자원개발 분야의 인력양성은 중요하고 꾸준히 필요하다. 어느 분야나 인력 양성에는 최소 4년~6년의 기간이 필요하다. 연구 인력은 10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다. 즉 인력이 필요한 시기보다 5년 앞서서 인력양성을 시작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10년 이상의 긴 주기를 갖고 변하는 자원개발산업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일정 규모의 꾸준한 인력양성이 필요하다. 산업체의 요구에 맞추어 인력을 공급하는 일은 꾸준한 인력양성 제도가 마련되지 않으면 어렵다. 성공적인 해외자원개발을 위해 필수적인 유능한 현장 실무형 기술인력 양성을 위해서는 대학의 충실한 교과과정, 산업체의 현장 실무 기회 제공, 정부의 연구개발 및 인력양성 프로그램 지원이 체계적이고 조화롭게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인력양성 시스템은 구축되었다고 손을 놓는 것은 마치 사업을 하기 위해 기계를 구입만 해놓고 운영하지 않는 것과 같다. 모든 시스템은 유지되고 운영되어야 성과물이 나온다. 인력양성은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자원개발과 인력양성분야 모두 국가에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 분야이므로 자원개발분야 인력양성은 정부의 꾸준한 지원과 관심이 요구되는 분야이다. 신현돈

[신율의 정치 칼럼] 지지자들만 국민인가?

“양당 교섭단체의 사전 합의도, 의회 운영의 기본 절차도, 존중과 이해에 기반을 둔 민주주의 정신도 모두 짓밟은 반민주적 다수당의 폭거(다)". 얼핏 보면, 민주당의 법안 단독 처리에 대한 국민의힘의 반발 성명인 것 같다. 그런데 해당 언급은 민주당으로부터 나온 말이다. 지난달 29일 서울시 의회에서 학생 인권 조례 폐지 조례안을 국민의힘 의원들이 단독으로 통과시키자, 이에 반발한 민주당 의원들이 기자회견에서 발언한 내용인 것이다. 현재 서울시 의회에서는 국민의힘이 전체 의석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서 학생인권 조례 폐지가 잘된 일이다, 잘못된 일이다, 여부를 논하려는 것은 아니다. 논하려는 것은, 민주주의에서는 수(數)의 횡포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국회에서는 민주당의 독주가, 서울시 의회에서는 국민의힘의 독주가 횡행하고 있다. 양당은 '국민'이라는 이름을 팔아, 자신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들을 주저 없이 수(數)적 우위를 내세워 해치우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의 박찬대 신임 원내 대표는, 22대 국회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공언하고 있고, 22대 국회 1호 법안은 민생 회복 지원금 관련 법안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국민 명령에 민주당이 화답해 행동하는 민주당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압도적 의원 숫자가 '국민 명령'이라는 이름으로 둔갑하는 순간이다. '국민 명령'이라는 단어는 여권에서도 등장한다. 지난 2일 해병대원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협치 첫 장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민주당이 입법 폭주를 강행한 것은 여야가 힘을 합쳐 챙기라는 총선 민의와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여기서는 행정 권력의 행사 가능성이 '국민 명령'으로 변하고 있다. 누구의 말이 옳은지를 가리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서로 '국민의 명령'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지만, '국민'은, 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국민 전체'가 아니라, 자신들의 생각에 동의하는 '지지자'들만을 의미한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자신들의 지지자들을 '국민'으로 포장하면, 정치적 양극화는 더욱 극에 달할 수밖에 없다. '진짜' 국민들도 진영에 따라 갈라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은 국민의힘에 1.8배 정도 되는 압도적 의석을 획득했지만, 양당의 지역구 득표율은 불과 5.4%p.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는데, 양측이 각각 자신의 지지자를 '국민'이라고 지칭하면, 상대 정당을 찍은 절반에 가까운 유권자는, '국민' 취급을 받지 못하게 된다.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정당이라면, 자신들을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민주주의의 가치는, '다양성에 대한 인정'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상대 정당 지지자들을 '국민'으로부터 소외시키는 행위는,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국민 양분화에 의한 정치 양극화가 심해지니, 지난번 영수 회담의 긍정적 효과가 가시화되지 않는 것이다. 지난 2일 발표된 NBS 조사(4월 29일부터 5월 1일까지 3일간,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조사, 응답률 14.6%,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대통령 지지율은 직전 조사와 마찬가지로 27%였고, 정당 지지율에서 민주당은 29%를 기록해 31% 지지율의 국민의힘에게 밀렸다. 이런 결과가 나오는 이유는. 양극화가 심해지면 그 어떤 이벤트가 있어도 중도층은 아예 정치를 외면하게 되고, 양쪽 지지자들은 진영 논리에 더욱 충실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보면,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국민'에게 '국민'의 이름을 찾아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모두가 '국민'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질 수 있을 때, 비로소 민주주의가 제 기능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제 갈라치기는 그만하자. 신율

[기자의 눈]차원이 다른 미분양 위기, 특단의 대책 필요

부동산 경기 침체가 가속화되면서 점점 늘어나는 아파트 미분양이 시장을 옥죄고 있다. 지난해 11월 5만7925가구까지 줄어들었던 전국 미분양 물량은 4개월 만에 6만4964가구까지 급증했다. 지난 3월 기준 '악성'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은 1만2194가구로 1년 전인 지난해 4월(8716가구) 대비 40% 가깝게 늘어났다. 일부 지방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미분양 무덤'이라고 불리는 대구에서는 얼마전 한 채도 팔리지 않아 전가구가 미분양인 아파트 단지가 등장해 우려를 키웠다. 최근에는 수도권까지 미분양 증가세가 확산됐다. 지난 3월 수도권 미분양은 1만1977가구로 지난해 12월 말(1만31가구) 대비 19.4% 급증했다. 특히 경기도는 지난해 말 5803가구에서 3달 만에 8340가구로 43.7%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앞으로 미분양 증가세가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달 전국 분양 예정 물량이 지난해 동기(1만4363가구) 대비 2배가량 많은 3만6235가구나 되기 때문이다. 전국 미분양 주택 물량이 조만간 8만가구에 육박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건설업체들은 미분양 증가 때문에 아예 공사 수주를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올해 들어 건설사들의 수주액은 최근 5년 내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정부는 뚜렷한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 '1·10 대책'에서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구입하면 주택 수 산정에서 제외해 세제 혜택을 주겠다고 발표했지만 아직까지 실행도 되지 않았다. 지난 3월 '건설경기 회복 지원 방안'을 통해 10여년 만에 기업구조조정(CR)리츠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환매될 가능성이 높은 우량 물건에만 집중돼 한계가 명확하다. 최근의 미분양 위기는 이전과 차원이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고금리 상태에서 벌어져 건설사들에겐 저금리였던 2009년 금융 위기 직후 미분양 사태때보다 더 치명적이다. 특히 높은 금리는 미국발이라는 외생변수이기 때문에 정부, 기업들의 대응책도 마땅치 않다. 사상 초유의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물가인상, 공사비 급등 등도 전쟁 등 외부적 요인 때문이다. 내부적으로는 경기 침체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와 겹쳐 있기도 하다. 현 정부가 온갖 규제 완화 대책을 내놔도 부동산 시장 전체가 꿈쩍도 하지 않는 이유다. 그만큼 미분양으로 인한 위기가 더 심화되지 않도록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부디 정부가 빠르게 미분양 증가세를 억누르고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할 수 있는 대책을 만들어 시장이 정상화되기를 기대한다. 김다니엘 기자 daniel1115@ekn.kr

[데스크칼럼] 대통령 탄핵 ‘그림자’

생일 잔칫날에 재 뿌리는 것 같지만 짚고 갈 게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2주년을 맞았다. 그런 때 윤 대통령을 둘러싸고 불길한 기운이 드리우고 있다. 탄핵의 그림자가 그에게 어른거린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 투표로 선출됐다. 그런 대통령의 임기가 아직 반환점도 돌지 않았다. 이 시점에 탄핵이라니 무슨 소리냐 할 거다. 하지만 탄핵의 먹구름이 윤 대통령에 몰려오고 있다.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대통령 탄핵 경고가 잇달았다. 민주당의 원내 사령탑까지 공공연히 대통령 탄핵 엄포에 가세했다. 윤 대통령 취임 2주년 하루 전날이자 1년 9개월만의 기자회견 당일인 지난 9일 일이다. 강성 친이재명계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언제까지 대통령실의 눈치만 볼 것이라고 생각하나"라며 “2016년 당시에는 야권 4당을 합쳐 170석 밖에 의석이 없었지만 실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의결을 할 때는 234표나 찬성이 나왔다"고 상기시켰다. 박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지금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의 지지율보다 낮다는 말이 나온다"며 “대통령실이 정신 바짝 차리고 국정 기조를 바꿔야한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국정을 똑바로 하지 않으면 대통령 탄핵 절차를 밟을 수 있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힌 것이다. 사실상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10일 “채 해병 특검(특별검사)을 통해 해병대원 사망 사건에 윤석열 대통령의 관여가 확인되면 대통령 탄핵 사유"라고 으름장을 놨다. 단순히 말만 그런 게 아니다. 민주당 등 야권은 곳곳에 탄핵의 지뢰를 놨다. 해병대원 채 상병 사망 수사 특검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야권 단독으로 강행 처리한 게 대표적이다. 이 사건의 당초 수사 및 대응 과정에서 윤 대통령의 격노설이 제기됐다. 수사 및 책임자 범위 축소 의혹에 윤 대통령도 직접 개입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 관련 특검 추진도 마찬가지다. 윤 대통령이 이런 지뢰들을 잘못 밟으면 언제든 탄핵 폭탄을 맞을 수 있는 위기에 놓였다. 야권이 바람을 잡고 불을 지피면 수사기관들이 불쏘시개 역할을 할 수 있다. 최근 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는 채 상병 사건 수사를, 검찰은 김 여사 명품백 수수 관련 수사를 각각 본격화했다. 현재 이들 수사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 결과를 예단키도 어렵다. 윤 대통령에겐 검찰조차 믿을 수 없는 형편이다. 검찰은 자신의 친정이자 실질적으로 그가 수뇌부 인사권을 휘두르는 곳이 아닌가. 내 편이라 생각했던 검찰이 언제든 돌변할 수 있다. 권력 풍향에 민감했던 검찰 역사를 되돌아보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수사방향이나 타겟을 바꿔 윤 대통령을 겨냥할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전해지는 검찰 내 여러 이상기류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오는 30일 임기를 시작하는 새 국회 상황도 녹녹지 않다. 민주당이 어떤 당인가.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원내 과반의석을 훌쩍 넘은 당이다. 사실 현재 민주당은 마음만 먹으면 못할 게 별로 없다. 새 국회 전체 의석 300석 중 민주당 의석만 171석이다. 조국혁신당 12석 등 야권이 개헌선(200석)에 불과 8석 부족한 무려 총 192석을 차지했다. 반면 집권 국민의힘 의석은 겨우 108석에 그쳤다. 개헌·대통령 탄핵 등 저지선(101석)을 가까스로 확보했다. 국민의힘 8석만 이탈해도 대통령 탄핵이 현실화할 수 있는 셈이다. 윤 대통령이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쓰던 대통령의 법안 재의요구권(거부권)도 무력화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법안 거부권을 벌써 9차례나 행사하며 야당의 '입법 독주'에 맞서왔다. 그러나 야권이 원내 전체의석의 3분의 2인 200석을 넘기면 대통령 거부권도 단번에 무용지물이 된다. 국민의힘에선 대통령 탄핵의 도화선이 될 수 있는 채 상병 특검법에 조경태·안철수 의원과 김재섭·한지아 당선인 등 4명이 이미 공개 찬성 의견을 밝혔다. 추가로 의원 4명만 더 찬성하면 채 상병 특검 도입도 가능하다. 대통령 탄핵을 실질적으로 몰아갈 수 있는 직접적인 단초가 마련되는 것이다. 윤 대통령으로선 외부 공격을 막기 위한 방벽 쌓기와 함께 집안단속도 단단히 해야 할 판이다. 윤 대통령 탄핵은 야권을 유혹하는 요소다. 우선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로선 본인들의 정치 생명을 쥔 '사법 리스크'의 부담을 덜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 대표는 현재 7가지 사건 10가지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입장이다. 조 대표는 자녀 입시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형을 받은 뒤 현재 항소심 선고를 앞뒀다. 윤 대통령 탄핵으로 차기 대선 일정이 앞당겨지면 이 두 사람에겐 대권 도전의 길이 더 넓어지거나 열릴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민주당엔 국민의힘처럼 탄핵 역풍의 트라우마도 없어 보인다.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실패했다. 국회에서 다수 의석의 힘으로 밀어붙여 탄핵 소추안을 가결했으나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서 기각 당했다. 한나라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탄핵한 뒤 그 후폭풍으로 '한나라당' 간판을 뗐다. 당사도 허허벌판에 천막을 치고 그 자리로 옮겼다. 그 덕분에 정권을 교체하고 연장까지 했다. 하지만 그 후유증은 오래 갔다. 전임 문재인 정권 때 많은 실정과 과오가 지적됐어도 탄핵의 '탄'자도 꺼내기 어려웠다. 반면 민주당은 달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성공했다. '차떼기 정당'의 오명을 뒤집어쓴 보수정당을 천막 당사에서 건져낸 뒤 대를 이어 대통령에 오른 박 전 대통령을 대통령 자리에서 쫒아냈다. 민주당은 그 직후 정권 교체를 했고 그 기세로 '적폐청산 몰이'를 해 보수정권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탄핵 소추를 받은 노 전 대통령은 세상을 뜬 지 15년이나 됐지만 지금 민주당에서 추앙받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그의 후광으로 자신의 사위까지 금배지를 달았다. 윤 대통령도 최근 돌아가는 사정이 심상찮다고 느낀 것일까. 무엇보다 최근 민정수석실 부활이 이를 반증한다. 민정수석실은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세웠고 현 정부 출범과 함께 의기양양하게 폐지했던 참모 조직이다. 당시 폐지 이유로 이 조직이 검찰, 경찰, 국세청, 국정원 등 사정기관을 장악하고 막강 권력을 행사하는 폐단을 보였다는 점을 내세웠다. 윤 대통령 스스로 권력을 내려놓겠다는 다짐이었다. 윤 대통령은 그런 민정수석실을 갑자기 복원시키면서 부활의 명분으로 민심 청취 기능 강화를 내세웠다. 그러면서 “(자신을 둘러싼) 사법리스크가 있다면 내가 풀어야지 민정수석이 할 일이 아니다"고 차단막을 쳤다. 윤 대통령의 이런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 시기와 인선 결과를 보면 그렇다. 야권의 대통령 탄핵 거론과 특검 도입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데다 부활 민정수석을 본인과 인연이 있고 사정의 최일선 조직인 검찰 출신을 임명했다. 진짜 민심청취 만의 목적이라면 다른 방법도 있다. 예컨대 비서실장 산하에 민정비서관을 신설하든지, 기존 시민사회수석실을 확대 개편할 수 있다. 그런데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구태여 민정수석실을 만들었다. 그 의도는 윤 대통령이 더 이상 말을 안 해도 일반 상식으로 보면 뻔한 것 아닌가. 앞으로 있을 수 있는 특검이나 탄핵 등 시도에 정면 대응하고 방어하기 위한 목적 말이다. 윤 대통령이 모처럼 가진 기자회견에서 보인 자세도 집권당의 총선 참패 이후 전개된 정국 상황을 반영한 것 같다. 취임 이후 처음 '사과' 표현까지 했고 소통·협치를 강조하며 몸을 낮췄다. 그러나 이런 방어적인 자세와 일상적이고 상투적인 대응으로는 지금의 위기를 돌파할 수 없다. 그간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입증했다.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지난 2년 간 대부분 30%대에 머물렀다. 지난 대선 때 특표율 48.56%는커녕 40%도 넘기 힘들었다. 취임 2주년 지지율은 30% 안팎이다. 최근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대선 때 윤 대통령을 찍었던 유권자의 절반이 돌아섰다. 윤 대통령은 삐끗하면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 있는 벼랑 끝 비상상황에 놓여 있다. 이럴 땐 반전을 이룰 수 있는 충격요법, 국면전환이 필요하다. 지금은 답답한 선비처럼 한가하게 선문답이나 할 때가 아니다. 대통령은 있는 의혹, 없는 의혹으로 공격받는 자리다. 그런 자리에서 야권이 예리한 창으로 찌르는데 허술한 방패 만으로 당해낼 수 없다. 똑같이 날카로운 창으로 맞서야 진검 승부를 펼칠 적수가 될 수 있는 것 아닌가. 물론 그렇다고 사정 권력을 남용해 상대를 제압하라는 건 아니다. 윤 대통령이 대범한 성격·스타일과 달리 결정적일 때 정치적 고비 극복과 난국 돌파의 승부수를 던지는 사례를 보지 못했다. 아마도 승부수로 성장하는 정치세계의 경험이 부족한 대신 논리와 이성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법조계에 오래 몸담은 탓일 것이다. 하지만 정치는 머리로 하는 게 아니다. 가슴으로 하는 것이다. 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뭔가 대담한 결단으로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 말하자면 특검 수용 카드 등을 고민해볼 수 있다. 그토록 떳떳하고 당당하다면 뭐가 문제인가. 국민 다수가 관련 의혹들을 궁금해 하고 이들에 대한 특검 수사를 원하지 않는가. 자꾸 '내로남불'을 얘기한다. 듣기 지긋지긋한 해명을 되풀이 하고 변명을 늘어놓는다. 선례가 없다거나 제도 도입 취지에 맞지 않다며 꾸물거린다. 그러면 국민들은 “그건 됐고. 그래서 어쩌겠다는 건데"라고 되묻는다. 의혹을 풀기는커녕 오해만 사고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눈덩이처럼 커질 뿐이다. 국민을 납득이나 이해하게 하는 대신 자꾸 화를 돋우고 분노하게 한다. 윤 대통령을 지켜줄 사람은 이제 국민뿐이다. 권성동·장제원·이철규 등 친윤석열 친위세력의 권력조차 눈에 띄게 줄지 않았나. 그들의 행보는 '윤핵관'으로 지목됐어도 '개국공신'이란 자부심으로 윤 대통령을 굳건히 지켜줬던 정권 초와 사뭇 다를 수밖에 없다. 국민은 어머니의 품과 같은 존재다. 자식이 어떤 잘못을 했어도 배 아파 난 자식을 내칠 수 없다. 4.10 총선 결과는 국민이 잠시 윤 대통령에 사랑의 회초리를 든 것이다. 국민은 자신을 진심으로 모시고 섬기는 대통령을 푸근하게 안아줄 것이다. 윤 대통령의 중대 결단, 승부수를 보고 싶다. 구동본 기자 dbkoo@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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