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라인야후 사태, 국익 관점에서 적극 대처해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5.16 10:37

이강국 전 중국 시안주재 총영사

이강국 전 중국 시안주재 총영사

▲이강국 전 중국 시안주재 총영사

네이버는 “우리나라는 인구가 많지 않고 시장이 작기 때문에 반드시 해외에서 성공사례를 만들어야 생존할 수 있다"는 절박함을 가지고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만 한 서비스 개발을 위해 계속 해외 문을 두드렸다. 그 결과 메신저 앱 '라인(LINE)'이 탄생하여 글로벌 플랫폼으로 성장하였으며 '야후재팬'과 합병하여 '라인야후'가 되었는데, 일본 시장을 석권하고 태국, 대만, 인도네시아 등에도 진출해 있다. 매출 규모는 지난해 1조8146억엔(15조928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그런데. 지난 3월 일본 총무성이 지난해 11월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을 빌미로 “네이버와 라인야후 간 자본적·기술적 관계를 끊으라"는 행정지도를 하면서 '라인야후 사태'가 불거졌다. 지분 매각 압박을 받은 네이버는 라인야후 경영권을 놓고 소프트뱅크와 협상을 진행해 왔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라인야후 지분 64.5%를 보유한 최대지주 A홀딩스 지분을 각각 50%씩 가지고 있어 1주라도 지분이 넘어가면 주도권은 소프트뱅크가 쥐게 된다. 이렇게 되면 네이버의 해외 사업에 제동이 걸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일본의 라인 강탈 시도는 명백한 국익 침해이자 반시장적 폭거"라고 지적했다. 이제 라인야후 사태는 정치권을 비롯한 국민적 관심이 쏟아지면서 한일 관계는 물론 정권 지지율에도 영향을 줄 대형 이슈로 커졌다.


상황이 심각하게 전개되자 정부가 공식적으로 나섰다. 강도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은 지난 10일 브리핑을 통해 “우리 기업에 대한 차별적 조치와 우리 기업의 의사에 반하는 부당한 조치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성태윤 정책실장도 “라인야후가 일본 정부에 자본구조 변경을 제외한 정보보안 강화 대책을 제출하고자 한다면 네이버에 필요한 지원을 충분히 제공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정부는 우리 기업이 해외에서 어떠한 차별적 조치나 기업 의사에 반하는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면밀하고 강력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개인정보를 관리하는 네이버 클라우드와 업무를 위탁하고 있는 회사 직원들이 사이버 공격을 받아 개인정보 약 52만 건이 유출되면서 시작됐다. 일반적으로 이런 경우 재발 방지 조치를 요구하고,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과태료 등의 조치를 내린다. 하지만 일본 총무성은 라인야후에 행정지도를 통해 '자본 관계 재검토'를 요구했는데, 적성국 기업에나 적용할만한 과도한 조치이다. 이를 근거로 소프트뱅크는 네이버 지분 매각을 압박하고 라인야후 이사회에서 한국인 이사를 해임했다. 일본측이 민·관이 역할을 분담하여 '네이버 밀어내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라인야후 사태와 관련 “일본 정부 생각을 4월쯤 확인했고, 민간 기업과도 대화를 계속 해왔다"고 밝혔지만, 미흡하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일본 정부의 생각을 확인만 할 것이 아니라 강력한 입장을 전달했어야 했다. 라인야후의 한국 법인 격인 라인플러스 간담회에 참석한 라인플러스 관계자는 “글로벌 진출 기업이 해외 사업을 하면서 겪는 어려움에 대해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대반전을 이룬 한일관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조치를 하였지만 한국 정부는 한일 관계 훼손을 우려해 사태를 방치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나아가 정상 간 개인적인 친분과 케미(chemistry)에 의존한 탑다운 방식의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회의론도 제기된다.




글로벌 시장을 확보하고 성장 잠재력이 막대한 기업의 경영권이 하루아침에 일본에 넘어갈 처지에 있는 이 문제는 단순한 민간기업 이슈가 아니다. 우리 기업에 대한 차별 문제이자 국제 규범 위배 소지가 있는 통상 이슈다. 네이버가 경영권을 넘겨 라인야후와 관계가 단절되면 일본 시장에서 성장할 기회를 놓침은 물론, 동남아 시장 확장 기회마저 넘기게 될 우려가 있다. 그리고 이번 사태를 묵과하면 향후 한국 기업이 서비스하는 다른 국가에서 동일한 요구에 직면할 수 있다. 민간 기업 하나의 문제로 방치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특히, 한일관계 개선 및 한미일 관계 강화를 의식한 나머지 한일관계가 껄끄러워지는 것을 두려워하여 이 문제에 있어서 소극적이어서는 결코 안 된다. 늦었지만 정부가 '엄정 대응' 방침을 밝히고, 네이버가 지분을 매각하지 않기로 의사결정을 한 것은 다행이다. 라인야후가 7월 1일까지 일본 총무성에 행정지도 답변서를 제출하는 만큼 정부는 고도의 경각심을 갖고 대처해야 하며, 국회도 여야 가릴 것 없이 우리 기업의 이익과 대한민국의 국익을 지키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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