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7월 27일(토)



[이슈&인사이트] 공익법인 규제 재검토해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5.16 10:43

유정주 한국경제인협회 기업제도팀장


유정주 한국경제인협회 기업제도팀장

▲유정주 한국경제인협회 기업제도팀장

2022년 국세청 공시 공익법인 기준 기업이 설립한 공익법인의 수는 784개이고 이중 대기업집단이 설립한 공익법인은 약 70~80여개 정도이다. 공익법인은 국가가 해야 할 교육, 장학, 사회복지, 의료 등 사회적 과제를 대신 발굴하고 해결하는 역할을 함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그룹계열사 지배를 공고히 하는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비판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의 공익법인에 대한 법제, 특히 대기업집단에 속한 공익법인에 대해서는 순기능은 고려하지 않고 부정적인 측면만을 강조해 강력한 규제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제도의 균형을 잃은 측면이 있다.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에 대한 규제에는 첫째 공정거래법에서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있다. 예외적으로 합병, 임원의 선임과 해임 등 일부 중요사안에 대해 특수관계인과 합산하여 최대 15%까지만 행사가 가능하다. 공정거래법상 공익법인의 의결권 행사 제한은 다른 외국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공익법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의도치 않은 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 많은 공익법인들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다. 평상시라면 문제가 없으나 외부에서 기업의 경영권을 위협하는 사태가 발생하면 공익법인이 보유한 지분은 아무런 역할을 할 수 없다.


둘째, 상속증여세법상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이 계열사 발행 주식 5%를 초과하여 보유하는 경우 가산세가 부과된다. 계열사가 발행한 주식의 5%를 넘는 주식 보유를 사실상 금지하는 효과가 있다. 주식 기부에 대한 면세 한도는 다른 국가와 비교하여 엄격하다. 미국은 공익법인이 기업이 발행한 주식의 20%까지 면세가 인정된다. 일본은 주식발행 총수의 50%까지 공익법인이 취득할 수 있고 별도로 상속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독일, 스웨덴은 아무런 규제도 면세 한도 규정도 없다. 이러한 공익법인에 대한 규제는 세계적인 트랜드에 역행하는 것으로 공익법인의 사회공헌 활동을 저해하고 있다. 공익법인에 대한 규제 취지는 공익법인을 통해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것은 바람직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세계적 유래가 없는 규제를 도입하면서까지 공익법인을 통한 기업의 지배를 막겠다는 제도의 취지가 과연 합당한 것일까?


해외로 눈을 돌려보면 공익법인을 통한 기업집단의 지배와 활발한 사회공헌 활동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스웨덴의 이케아 그룹은 스티흐팅 잉카 재단, 인터로고 재단, 인터 이케아 재단을 정점으로 그룹을 구성하고 있고 매년 수십 억원을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칼스버그 그룹도 칼스버그 재단이 칼스버그사의 지분 29%를 보유하고 있고 차등의결권을 활용하여 77%의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외에도 발렌베리 재단은 지주회사 지분 23%를 보유하면서 의결권은 50% 행사하고 있고, 아르마니, 롤렉스 등도 재단을 통해 기업집단을 지배하고 있다. 해외의 기업들은 공익법인을 통해 기부를 하면서, 기업의 영속성도 동시에 보장받고 있는 것이다.




최근 특정 기업집단의 총수가 자신이 가진 주식을 기부하겠다고 공익법인과 약정을 맺었다. 그러나 여기에는 조건이 있는데, 상속증여세 완화와 공익법인의 의결권 행사 금지 개선이다. 발행 주식 5%가 넘는 지분을 기부하면 최대 60%의 상속증여세 부과로 기부의 취지가 퇴색되고, 의결권 제한으로 외부에서 경영권을 위협하게 되면 자칫 외부세력에게 경영권을 침탈당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조건부 약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공익법인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을 저해하고 기업의 경영 안정을 해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ESG, CSR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공익법인이라는 지속 가능한 형태로 이어나가는 사회적 요구와도 맞지 않다. 이제는 공익법인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버리고 발렌베리, 이케아와 같은 글로벌 기업이 지속적으로 탄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할 때이다. 공익법인에 대한 규제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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