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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김포의 서울 편입,도시경쟁력 차원서 접근해야

이강국 전 중국 시안주재 총영사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쏘아 올린 경기도 분도 논의가 김포시의 서울 편입문제로 옮겨 붙었다. 한강 북쪽 지역을 ‘경기북부특별자치도(경기북도)’로 분리하는 방향으로 분도가 추진돼왔는 데 김포시를 경기 남부와 북부 중 어느 쪽에 둬야 할 지를 김포시민의 선택에 맡기겠다고 했다. 하지만 ‘경기북도’로 편입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생각하는 김포 시민들 사이에서는 섬처럼 한강에 의해 격리되고 재정자립도가 떨어지는 경기북도보다는 서울시 편입을 희망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서울편입을 추진하겠다고 나서면서 국가적 이슈로 떠올랐다. 정치권은 물론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 찬반논쟁이 뜨거운 가운데 김포의 서울 편입 문제가 내년 총선의 메가톤급 이슈로 등장할 전망이다. 필자는 김포의 서울편입 문제를 중국 푸동 성공사례로 풀어보고자 한다. 1930년대에 동양 최대의 도시로 번영을 구가했던 상하이는 1949년 공산당 정부가 수립되면서 쇠락했다. 그러다 1978년 말 공산당 제11차 3중전회에서 개혁개방 정책이 결정되고 1990년 대표적인 낙후지역인 푸둥지역 개발이 시행되면서 일대 전환을 맞았다. 특히 1992년 덩샤오핑이 남방 주요 도시를 순시한 남순강화(南巡講話)를 통해 개혁개방을 독려한 후에 푸동 개발이 속도를 내면서 상하이는 급속히 발전하며 명실 공히 중국경제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2001년 1월 상하이를 방문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푸동을 둘러보며 "완전히 천지개벽을 했구먼"이라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이처럼 푸동 개발로 상하이가 발전한 것처럼 서울에 김포시가 편입되면 김포를 서울 발전의 동력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은 면적이 605㎢로 런던(1572㎢), 도쿄(2134㎢), 상하이(6340㎢) 등 세계적인 경쟁도시에 비해 작다. 더구나 이들 도시는 바다를 끼고 있어 교통·물류 이점을 누리고 있다.게다가 상하이는 푸동에서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양산도라는 섬에 심수항을 건설해 ‘국제물류허브’로 도약했다. 인천만 해도 면적이 1067㎢로 서울보다 훨씬 넓고 바다 매립을 통해 송도국제도시라는 명품도시를 만들었다. 이에 비해 서울은 북한산, 도봉산, 관악산 등 곳곳에 산들로 둘러쌓여 가용면적이 60%에 불과해 시대변화에 걸맞은 도시 기능을 갖추는 데 한계가 있다. 그런데 김포는 면적이 276㎢로 서울의 절반에 가깝고 대부분이 평지로 개발여지가 많은 데다 한강에 길게 연접한 상태로 바다를 끼고 있다. 김포가 서울로 편입되면 무엇보다도 넓은 토지를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첨단 미래산업 단지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더불어 한강을 통한 교통 및 물류 기반이 확대돼 관광자원 개발과 산업 활성화를 꾀할 수 있다. 서울은 김포 편입을 계기로 세계적 추세인 ‘메가시티’ 도시 경쟁에도 뛰어들 수 있다. 세계는 경제구조가 제조업 중심에서 지식경제 위주로 전환되면서 대도시권의 메가 시티를 통해 도시와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추세다. 프랑스는 파리를 중심으로 인근 위성도시를 하나로 묶어 ‘그랑파리 메트로폴(Metropole du Grand Paris)’을 출범했다. 영국은 런던 주변 도시를 합친 ‘대 런던계획’(Greater London Plan)을 세우고 대대적인 투자와 규제 완화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수도 베이징과 톈진·허베이 등 인접 도시를 묶어 중국 북방의 성장 거점 메가 시티로 개발하는 ‘징진지(京津冀)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메가 서울’의 핵심은 도시경쟁력 향상이고, 이는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과 직결된다. 그런 점에서 김포의 서울 편입은 정치논리가 아닌 도시와 국가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해야 한다. 국토의 균형 발전을 위해 지방 거점도시의 메가 시티 추진 방안도 동시에 추진할 필요가 있다.이강국 전 중국 駐시안 총영사 이강국 전 중국 시안주재 총영사

[EE칼럼] 산업계,값싼 에너지에 안주할 때 아니다

2014년 파리협약과 더불어 글로벌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노력이 시작된 지도 10년 가까이 됐다. 이제 RE-100이나 EGS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온실가스 감축은 기업생존의 주요 요소로 간주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제조업 비중이 높고 에너지 다소비 기업이 많은 환경에서는 온실가스 대응 문제가 더욱 중요한 과제다. 국제적인 온실가스 감축 규제나 자발적 노력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앞으로 여러 가지 어려움에 봉착하는 것은 물론 기업의 생존도 위협받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들도 이런 점을 인식하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접근 방식이나 정책수단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나아가 열악한 환경에서 현재의 방식이 지속가능할지도 의문이다. 미국, 유럽, 일본의 주요 기업들은 오래전부터 RE100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강구해 오고 있다. 지금까지 세계 400개 이상의 기업이 RE100에 가입했으며 이 가운데 100여개 정도가 소요전력의 90%이상을 재생에너지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4∼5년 전에 제품 생산과 유통에 사용되는 에너지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쓰고 있다. 독일의 BMW는 80% 이상, 미국 GM은 24%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며 적극적으로 RE100에 동참하는 등 에너지를 많이 쓰는 제조업체로 확산되는 추세다. 지난 한해에만 56개의 기업이 RE100에 새로 가입한 가운데 아마존은 현재까지 25GW의 전력구입계약(PPA)을 발표하는 등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RE100 확산을 주도하고 있다. 이에 비하면 우리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은 아직도 매우 낮다. 전기요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유리한 환경인데도 재생에너지 구입에 추가비용 지불하려는 의지는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일부 기업이 자체 전력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대규모 발전소를 짓고자 하지만 이 또한 많은 부분을 외부에서 해결해주기를 바라는 현실이다. 산업이 국가경제에 기여하기 때문에 인프라의 관점에서 에너지 공급에 필요한 지원이 필요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글로벌기업이라는 시각에서 보면 아직도 미국이나 유럽의 기업에 비해 에너지분야에서 우리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글로벌 RE100 가입 기업은 지난해 기준 27개로 2020년 이후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이와는 별개로 시행중인 한국형 RE100 즉, K-RE100에 가입한 기업은 214개이고 이 중 제조업종이 38%를 차지한다. 이들 참여기업 중 80%가 이행수단을 통해 실질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행물량도 약 5GWh를 넘어섰다. 그러나 이행량의 대부분이 한전으로부터 구입한 물량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이 방식은 참여기업이 에너지 구입시 kWh당 10원 정도 추가요금을 부담하는 일종의 ‘녹색요금’ 방식으로, 실제 전력회사가 구입한 재생에너지비용의 일부만을 부담하는 형태다. 실질적인 RE100 이행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에 비해 글로벌 기업들은 녹색요금제와 더불어 대체로 자체발전분을 제외하면 재생에너지발전사(IPP)와 직접 또는 가상 PPA로 조달하거나 IPP로부터 인증서만 별도 구입하는 방식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우리 기업도 RE100 확대를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조달방식을 개선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국내 기업이 재생에너지를 자체조달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따로 재생에너지발전설비를 건설운영하지 않으면, 기껏해야 오피스나 공장에 태양광을 설치하는 정도다. 이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 외부에서 조달해야 하지만 현재의 여건은 그리 녹녹치 않다. 최근 재생에너지 보급이 늘어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절대량은 많지 않고, 이마저 대부분 태양광이어서 앞으로 공급량을 획기적으로 늘리기도 쉽지 않다. 해상풍력과 같은 대규모 재생에너지발전단지을 개발하지 않으면 근본적으로 해결되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현재의 재생에너지 공급방식 또한 기업의 직접 조달을 어렵게 한다. 글로벌기업의 경우 100%를 충당한 기업도 자체공급 즉, 자가발전의 비중은 많아야 20%에 그친다. 결국 대부분을 외부에서 구입하여 해결할 수 밖에 없다. 가장 일반적이 구입방법은 재생에너지 IPP로부터 사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사업자는 전력시장에서의 도매가격(SMP)과 재생에너지인증서(REC) 판매를 통해 높은 수익을 기대하는 구조다. RE100으로 팔고자 하는 유인이 발생하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현재의 RPS의 이행방식이나 가격결정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이행하기 어렵다. 지금과 같은 RPS 일변도의 재생에너지 보급정책으로는 높은 추가비용을 부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제 재생에너지도 다양한 공급과 조달방식을 통해 시장의 유연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앞으로 분산에너지특별법이 시행되면, 지역을 중심으로 신재생 분산에너지 투자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통해 기업의 온실가스감축으로 연결된다면 신규투자도 활성화는 물론 기업의 참여를 통해 재생에너지 공급비용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온실가스를 줄이면서 공급비용도 낮춰 RE100이행비중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전력회사도 망 사용료나 부대비용을 줄여줌으로써 이행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유도해야 한다. 기업들도 낮은 에너지비용에만 안주할 것이 아니라 적절한 에너지비용을 지불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눈앞에 다가온 기술규제와 국가 온실가스감축에 산업체도 적극 동참해야 한다.이창호 가천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과 교수

[EE칼럼] SK이노베이션의 해상유전 성공이 주목받는 이유

지난달 초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으로 시작된 중동의 위기가 확산 조짐을 보이자 다들 반세기 전인 1970~1980년대 중동전 당시의 석유파동 상황을 거론하며 국제유가가 치솟고 물가가 오르며 경제가 나빠질 것이라고 호들갑이다. 한국은행까지 나서서 시나리오 분석을 하며 언론의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런데 그 시절에 우리나라가 중동발 1·2차 석유파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시행한 정책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당시 석유파동 극복을 위해 정부가 내놓은 처방전은 바로 국내 석탄 증산 정책이다.정부의 석탄 증산 정책 덕택에 한때 우리나라의 석탄 생산량은 국내 에너지소비의 50% 이상을 감당했다. 석탄은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까지도 국내 가정용 난방연료의 80%를 차지할 만큼 대표적인 에너지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1987년 국제유가 하락과 더불어 국내 석탄산업은 전세계에서 보기 드물게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대부분 도시가스 산업으로 전환했다. 이제 대한석탄공사가 운영하는 마지막 남은 국내 대규모 탄광인 장성광업소가 내년 에 문을 닫는다고 한다.지난 50여 년간 세계 에너지산업은 크게 변했다. 21세기 초반에는 미국의 셰일가스와 셰일오일 산업이 급격한 성장을 이뤘다. 자본투자 못지 않게 기술개발투자에 집중한 덕분에 미국은 에너지수출국이 됐고, 에너지산업의 혁신에 성공했다. 유럽은 에너지절약과 재생에너지 확대에 집중하면서 재생에너지와 청정에너지 분야 전문기업이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유럽에서는 첨단 IT기술과 빅데이터를 동원해 건물과 공장의 에너지 효율화를 주도하는 회사들이 앞서가고 있다. 최근에는 전통적으로는 에너지산업이 아니었지만 전기자동차와 배터리 산업이 새로운 에너지산업 혁신을 주도하는 강자로 등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에너지산업은 어떻게 변화해 왔을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에너지산업은 변화와 혁신 면에서 한참 뒤처져 있다. 2010년 국제유가의 급상승과 함께 일어난 우리나라의 해외자원개발 붐은 공기업 위주로 진행되면서 국제 경쟁력 확보에 실패했다. 가뜩이나 공기업 주도로 해외자원 개발이 진행되다 보니 시장의 변화에 대한 뒤늦은 대응과 느린 혁신 속도로 인해 모두 부실사업으로 전락하며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세상에 나가서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해 더 많이 벌어오게 하는 정책 대신, 국내 기업의 비용을 절감시키는 역할에만 그치는 정책이 이어지며 에너지 공기업들은 수십, 수백조원 단위의 빚더미에 올라 있다. 이러는 사이에 중국의 CNOOC등 에너지공기업은 세계 굴지의 규모와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국영회사로 성장했다. 중동의 위기가 발생하던 지난 9월 말 국내 대표 에너지기업인 SK이노베이션은 남중국해의 해상유전에서 원유생산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2015년 광구권 확보 이후 8년간 노력한 결과로 국내 민간기업이 광구 운영권을 가지고 자체 기술력을 통해 초기 탐사부터 원유 생산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성공시킨 첫 사례다.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했기에 가능한 멋진 성공 사례이다. 아직 희망은 있다.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진 우량한 에너지 기업이 한국에 많이 생긴다면, 중동사태로 물가는 오를지 모르나 경제 발전에는 크게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다. 국제유가가 오를수록 더 많은 매출이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경쟁력 갖춘 우량 에너지기업이 에너지독립을 이끄는 셈이다. 따라서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에너지산업 역시 공기업이든, 민간기업이든 국제경쟁력의 확보가 최우선이다. 정부의 적극적이며 전폭적인 에너지산업 육성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

[기자의 눈] 늦깎이 한국 mRNA, 글로벌 톱티어 늦지 않았다

[에너지경제신문 김철훈 기자] 우리 기업과대학들이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급부상한 메신저리보핵산(mRNA) 기술 확보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달 가톨릭대학교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개발한 mRNA 백신의 핵심기술인 ‘지질나노입자(LNP) 전달체’ 제조기술을 SML바이오팜에 이전하는 협약식을 개최했다. 같은 달 연세대학교 연구진은 기존 mRNA 코로나19 백신에 사용된 지질나노입자 전달체의 문제점을 개선한 나노 튜브 형태의 새로운 mRNA 전달체를 개발했다. 또한, 동아쏘시오그룹 계열사 에스티팜도 이화여자대학교와 손잡고 상온에서 보관 가능한 mRNA 전달체 개발을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코로나 백신 등 mRNA 의약품은 ‘내용물’인 mRNA 못지않게, 불안정하고 쉽게 분해되는 mRNA를 감싸 안정적으로 세포 내에 운반하는 ‘포장재’인 mRNA 전달체 개발이 중요하다. 10여 년 전 개발된 mRNA 기술이 코로나 팬데믹 때 처음 상용화될 수 있었던 것도 운반체인 지질나노입자 개발에 성공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평가이다. 그러나, 학계에 따르면 현재 mRNA 전달체로 사용되고 있는 지질나노입자는 아직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 먼저, 지방질 혼합물로 만드는 현재의 지질나노입자는 열에 매우 약해 영하 20~70℃에서 보관·운송해야 한다. mRNA는 기다란 실 모양인데 기존 지질나노입자는 동그란 공 모양이라는 것도 불안정성을 높인다. 이 때문에 지질나노입자가 원치않은 타이밍에 분해돼 mRNA가 체내 정확한 지점에 도달해 작동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일부 학자는 기존 코로나19 백신의 부작용이 mRNA 자체보다 전달체인 지질나노입자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우리나라 mRNA 기술은 미국·유럽보다 3년 가량 늦었지만, mRNA 전달체 분야는 아직 글로벌 차원에서 독보적인 선두기업이 없어 우리에게도 추월할 기회가 많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제약사·바이오벤처를 위시해 대학·정부가 ‘원팀’을 이뤄 투자와 정책 지원에 매진한다면 자동차·조선 산업처럼 mRNA 분야도 우리나라가 후발주자로 출발했다가 글로벌 톱티어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kch0054@ekn.kr김철훈 김철훈 유통중기부 기자

[데스크 칼럼] 탄소중립과 철없는 파란 단풍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40%로 삼되, 그 이상까지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지의 표명이다" 2년 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공식 행사에서 나온 한정애 당시 환경부 장관의 발언이다. 이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앞선 COP26 행사 기조연설에서 ‘우리나라 NDC를 40% 이상’으로 표현한 것에 대한 부연 설명이었다. 한국 대통령의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 설정 및 공식 발표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바로 직전 기존 NDC안인 2018년 대비 26.3%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서 40%로 17.7%포인트나 확대한 것이니 그럴 만도 했다. 당시 우리나라가 실제 UN에 제출한 NDC는 2030년 대비 37%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불과 2년 후, 국제사회에 천명한 한국의 NDC를 실행 가능할 것으로 믿는 전문가는 얼마나 될까? 최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이에 대한 명확한 대답을 내놓았다. 한경협은 자체 분석을 통해 국제사회의 낙관적인 기대 및 선언과는 달리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미국·인도·러시아의 2030 NDC 목표 달성이 불투명할 것으로 전망했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와 실현가능성과의 간극을 나타내는 감축격차율에서 한국은 13개국 중 2위를 차지했다. 국제사회에서 기후변화 정책을 선도했었던 영국, 독일조차 당면한 에너지 위기 해결을 위해 석탄 등 화석연료로 회귀하는 등 ‘말과 행동이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현실도 드러났다. 영국은 일찌감치 지난 1979년 온실가스 배출량 정점을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배출량이 감소에 앞장서 온 국가로 평가된다.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1990년 대비 68% 감축하고 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선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실제 행보는 이와 거리가 멀었다. 지난 7월 영국 정부는 에너지 안보 위기 극복과 에너지 자립을 달성하기 위해 약 100건 이상의 북해 원유 및 가스전에 대한 개발을 허가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영국 기후변화위원회의 최근 보고서에서는 "영국은 기후대응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상실했으며, 스스로 설정한 2030 NDC 목표 및 넷제로 목표 달성에 실패할 것"이라고 자가 진단을 내리기도 했다. 이 같은 모습은 G20 국가 전체에서 나타나는 공통된 모습이기도 하다. 올해 정기 국정감사에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한무경 의원은 G20국가들의 화석연료 발전량이 4개국을 뺀 총 16개국에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에너지 전환에 가장 앞장서고 있는 유럽국가에서도 화석연료 발전량이 2020년 1176TWh에서 2022년 1278TWh로 102TWh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NDC 목표 달성과는 역행하는 모습이다. 올 가을, 유독 단풍놀이객들의 실망이 크다고 전해진다. 단풍은 나무가 추위에 적응하기 위해 광합성을 멈추고 나뭇잎에서 초록빛을 띠게 하는 엽록소 농도가 줄어들어야 점차 붉은색을 띄는데, 올해는 늦더위가 이어져 단풍이 제때 옷을 갈아입지 못해 단풍색이 제대로 들지 못했다는 푸념이다. 탄소배출로 인한 기후변화 위기는 생각보다 깊숙이 이미 우리 생활 곳곳에 드리워져 있다. 2050년 탄소배출 제로(0)를 목표로 하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과제는 무엇인가?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과제이니 ‘천천히 가자’는 속도 조절에 대한 요구인가, 아니면 우리가 설정한 목표를 가능한 빠른 시기에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정책방향의 전략적 조정에 대한 요구인가. 뜨거운 가슴과 냉철한 지성이 또 한번 요구되는 시기다.02_35x45_일반증명사진 (1) ▲김연숙 기후에너지부장.

[이슈&인사이트] 전쟁이 만들어내는 위기와 기회

박세원 S&P Global 상무/거시경제·국가리스크 한국 총괄 역사적으로 전쟁과 지정학적 갈등은 세계 경제와 지역 경제에 광범위하고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고 극심한 불확실성을 몰고 왔다. 이런 불확실성에 대비하려면 전쟁으로 인해 발생하는 영향을 항목별로 조목조목 따져보고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다면 전쟁으로 발생하는 불확실성은 어떤 것이 있을까. 첫째, 무역과 공급망 이슈이다. 전쟁은 국제 무역 및 공급망을 교란시킨다. 인프라 파괴, 봉쇄, 제재 등으로 상품과 서비스의 흐름이 중단돼 필수 상품의 부족과 비용 증가를 유발한다. 이는 분쟁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국가 뿐만 아니라 무역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 모두에 영향을 미친다. 둘째, 상품 가격의 변동성이다. 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은 상품 가격의 변동성을 초래한다. 특히 석유가 풍부한 지역의 갈등은 유가 변동을 초래한다. 에너지 자원 공급 불안정성은 전세계적으로 기업과 소비자의 비용을 증가시켜 우리나라 같이 대외 자원에 의존하는 산업에 크나큰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셋째, 투자 및 자본 이동과 그에 따른 통화 가치에도 영향을 미친다. 전쟁은 불확실성의 분위기를 조성해 투자자들의 신뢰를 감소시킨다. 투자자들이 보다 안전하고 안정적인 시장을 추구함에 따라 외국인 직접 투자가 감소할 뿐만 아니라 자본 유출을 발생시킨다. 이는 분쟁에 연루된 국가와 주변 지역 국가의 통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고 글로벌 금융 시장과 무역 관계 변화와 연결된다. 투자자들이 분쟁의 영향을 받는 지역에서 투자를 자국으로 회수하거나 다른 나라로 옮긴다면 환율과 투자 환경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넷째, 지역 및 글로벌 경제 둔화를 불러온다. 전쟁으로 인한 무역 중단이 만들어내는 불확실성은 경제 성장을 둔화시켜 안정적인 시장에 의존하는 기업과 산업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에게는 오히려 High-Intelligence 기반의 군사적, 외교적, 경제적 전략을 마련해야 될 시점이자 기회다. 연관 국가들의 국방 및 안보에 대한 군비 지출에 대한 단기적인 대응은 물론이고 장기적으로 전쟁에 연루된 나라들이 경제적 불확실성을 해결하고 분쟁 후 피해를 입은 경제를 재건을 위해 외교, 원조, 재건 및 안정성을 육성할 때 우리가 지능적으로 기여하면서 혜택을 누릴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다. 역사적으로도 전쟁을 치르는 나라들의 피해는 전략적으로 접근한 다른 나라들의 이득으로 연결됐다.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으로 물자가 부족한 유럽국가들에 미국은 무기와 상품을 팔아 경제대국이 됐다. 일본은 한국전쟁으로 인해 엄청난 경제적 이익을 누렸고, 우리나라도 베트남 전쟁 참전을 통해 50억달러에 달하는 외화를 벌어들였다. 지역 및 글로벌 제조 공급망과 메쉬 네트워크의 주된 노드처럼 긴밀하게 연결된 우리나라의 산업 생태계는 전쟁의 직접적인 영향과 리스크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최근 자국의 이익 중심으로 재편되는 글로벌 공급망이 전쟁의 큰 영향을 받고 있으니, 우리 기업들이 새로운 제품을 기획하고 원자재와 부품을 조달, 가공, 생산을 통해 최종 고객에게 전달할 때 정치적 논리보다는 경제적인 논리를 펼쳐야 할 시점이다. 고유가· 고물가를 야기하는 전쟁의 여파가 우리에게 단기적으로는 ‘마이너스 경제’라는 위기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치밀한 외교전략을 통해 전쟁 자원을 전략적으로 제공하고, 전후 복구 사업에 참여한다면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위기는 곧 기회다.박세원 S&P글로벌 한국지사 상무 박세원 S&P Global 상무/거시경제·국가리스크 한국 총괄

[EE칼럼] 편집된 인용, 오도된 진실

1986년 영국 가디언지는 30초짜리 짧은 ‘관점’ 광고를 TV와 영화에 내 보냈다. 첫 번째 관점은 한 남자가 차를 피해 도망치는 듯한 장면이고, 두 번째 관점은 차를 피해 도망치는 줄 알았던 남자가 양복차림 남자의 서류가방을 탈취하려는 듯한 장면이며, 세 번째 관점은 차로부터 도망치며 가방을 탈취하려고 하는 듯한 남자가 양복차림 남자를 잡아채서 떨어지는 건축자재를 피하게 하는 장면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장면만 봤다면 남자를 누군가에 쫓기는 강도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세 번째 장면까지 전부 봤다면 남자가 떨어지는 건축자재를 발견하고 양복 입은 남자를 구한 착한 사람임을 비로소 알게 된다. 어떤 일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관점에 따라 달라지므로 사실을 제대로 알려면 전체를 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이다. 이 광고는 대성공을 거둬 가디언지가 다른 언론 매체에 비해 진실을 보도한다는 인식을 크게 높였다. 오늘날에도 언론의 진실 보도를 촉구하는 소재로 자주 인용된다. 요즘 ‘악마의 편집’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지난 20대 대선 선거일 직전 윤석열 대통령은 상대 후보로부터 ‘대장동 몸통’이라는 거센 공격을 받았다. 아마도 유권자의 막판 표심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대선 일년 반이 지나 ‘윤석열 커피’ 보도는 의도적으로 편집된 것이었다는 정황과 증언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관련 보도를 했던 유력 보도매체는 "보도에 누락, 왜곡이 있었다"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만들어진 진실」의 저자 헥터 더글라스는 오도자를 "잘못된 현실 인식을 만들어낼 것을 알면서도 일부러 그런 내용의 경합하는 진실을 적시하는 사람"으로 정의했다. 관련 인터뷰 내용을 선택적으로 편집, 보도한 기자는 오도자이다. 이런 종류의 사건은 에너지분야에도 종종 발견된다. 팩트 체크를 가장해 잘못된 정보가 보도되기도 한다. 얼마 전 한 경제지는 슈뢰더 전 독일총리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기사의 제목은 ‘獨, 섣부른 탈원전으로 경쟁력 추락’이었다. 유사한 내용이 국내외 언론에서 자주 다뤄지긴 했지만 유독 이 매체가 대상이 됐다. ‘뉴스의 이면, 팩트 너머의 진실’을 표방하는 언론비평지(신문도 발행한다)는 선택된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일부 발언만 가지고 탈원전 때문에 독일에 에너지 위기가 온 것처럼 잘못 묘사", "탈원전 관련 보수 신문의 악의적 프레임" 등의 표현으로 비판했다. 특히 "독일의 도매 전기요금이 프랑스보다 오히려 더 싸다"는 대목에는 어리둥절할 뿐이다. 세계 최고 수준으로 알려진 독일의 전기요금이 프랑스 보다 싸다니 말이다. 아마도 대부분의 독자는 도매 전기요금을 전기요금으로 읽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글은 팩트다. 전력시스템에서 재생에너지의 공급비중이 늘어날수록 도매가격은 낮아진다. 독일의 경우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 변동비가 ‘0’인 재생에너지가 한계설비가 되는 시간대가 많다. 이때 도매 전력가격은 ‘0’이 된다. 나아가 공급전력이 수요를 초과할 때는 ‘마이너스’ 도매가격이 발생하기도 한다. 독일에서는 1년 8760시간 중 2021년 139회, 2022년 69회의 마이너스 도매가격이 발생했다. 따라서 독일의 도매 전기가격이 프랑스 보다 싸다는 말은 팩트다. 그렇지만 소비자가 지불하는 독일의 전기요금이 프랑스 보다 싸다는 말은 오보다. 2010년 이후 독일의 비가정용 전기요금이 프랑스에 비해 싼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https://tradingeconomics.com/germany/electricity-prices- non- household-medium-size-consumers-eurostat-data.html) OECD/IEA에서 발행하는 「Energy Prices and Taxes」의 2022년 산업용 전기요금 비교에서 137.1달러 대 203.5달러로 독일이 훨씬 비싸다. 세금을 제외해도 130.6달러 대 166.7달러다. 해당 기자가 이 사실을 알고 기사를 썼다면 그 기자는 ‘선택적 인용’으로 사실을 왜곡한 것이고, 모르고 썼다면 취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다. ‘팩트를 넘어 진실을 추구’하는 언론은 ‘탈원전 관련 진보 신문의 악의적 프레임’을 설정하고 싶었는지 모른다.이렇게 본다면 ‘재생에너지는 원자력보다 싸다, 또는 재생에너지는 원자력 보다 비싸다’라는 완전히 대립되는 명제도 둘 다 사실로 보도될 수 있다. 전자는 유럽 등의 나라에서, 후자는 한국에서를 생략한다면 말이다. ‘만들어진 진실’의 한 구절. "사건을 한 가지 관점에서 보면 한 가지 인상만 남는다."노동석 에너지정보문화재단 원전소통지원센터장

[기자의 눈] 국민의힘, 간판 바꾸고 혁신위 출범했지만 여의도 반응은 ‘글쎄’

"간판만 바꾼다고 새로워지는 게 아니다. 혁신을 외치려면 본인들의 몫부터 내려놔야 한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에서 참패한 국민의힘이 최근 ‘김기현호 2기’를 구성하고 혁신위원회까지 출범했지만 정치권 안팎의 여론은 이처럼 싸늘하다. 여론의 냉랭한 시선은 혁신위 안건에도,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밀어 부치는 ‘김포-서울 편입론’까지 찬바람을 불어 넣고 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국민의힘 안팎으로는 당 지도부 사퇴론까지 불거졌다. 하지만 김기현 대표는 "총선 패배 시 아예 정계를 떠나겠다"는 배수진을 친 채 지명직 당직자만 바꾼 ‘2기 지도부’를 구성했다. 식당 주인이나 레시피는 그대로인 채 간판만 바뀐 셈이다. ‘공천 사령탑’이 될 사무총장에는 대구·경북(TK) 지역의 친윤석열(친윤)계열인 이만희 의원이, 인재영입위원장에는 이철규 전 사무총장이 올랐다. ‘윤심 공천·회전문 인사’란 논란이 불거지는 이유다. 국민의힘은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겠다며 ‘2기 지도부’와 혁신위를 꾸렸지만 내놓는 안건마다 ‘갑론을박’이 따르고 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 내부에서는 진정한 혁신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며 "혁신위 명단이 발표되자 일각에서는 지금까지 당을 위해 일했고 앞으로도 당에 건강한 쓴소리를 해 줄 젊은이들을 외면했다는 평가도 나왔다"고 말했다. 혁신위는 ‘1호 안건’으로 당내 통합을 내세운 ‘대사면’ 이어 ‘2호 안건’으로 △국회의원 숫자 10% 감축 △불체포특권 전면 포기 당헌당규 명문화 △국회의원 세비 삭감 및 국회의원 구속 시 세비 전면 박탈 및 본회의·상임위원회 불출석 시 세비 삭감 △현역의원 평가 후 하위 20% 공천 원천 배제 등 4개 안건을 의결했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당 지도부, 중진, ‘친윤’은 불출마하거나 험지인 수도권에 출마해라"는 요구도 강력하게 했다. 중역을 맡은 당내·원내 인물들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취지지만 정작 혁신위원장과 위원들은 자신들의 출마 여부에 대해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채 공천 룰이 될 수 있는 안건을 내놓고 있다. 국회의원을 보좌해야 하는 보좌진들 사이에서는 ‘국회 보좌진 축소’ 안건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크다. 일부 보좌진들은 "일부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 국회의원 보좌진 수가 많다는 건 알지만 갑자기 그 규모를 줄이는 건 실현 가능성이 낮다"며 "쓸데 없는 일을 줄인다면 몰라도 지금 보좌진 세계의 상황에서는 규모를 줄이는 게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당 지도부가 당론으로 꼽은 ‘김포-서울 편입론’ 역시 당내에서도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일부 당 관계자들은 "정말로 김포시가 서울시에 편입이 되냐 안되냐를 떠나 국면 전환에는 성공했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평론가들은 "실제로 각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섣부른 판단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내비쳤다. ‘집에서 인정받지 못하면 나가서도 기를 펴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여야 대립이 극단적인 상황에서 총선을 이겨야 한다는 목표가 있다면 당내 통합이 우선이다. 당내에서 인정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안건의 추진력이 생긴다. 하지만 정작 지도부는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음에도 무늬만 탈바꿈에 그쳤고 혁신위는 당내 의견 조차 설득하지 못할 안건들을 내놓기 바쁘다. 국민의힘은 민생과 정책을 책임지는 여당인 만큼 표면적인 ‘혁신’과 ‘개선’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실현 가능한 그리고 다수가 공감할 만한 정책을 개선하는 데에 힘써야 한다. claudia@ekn.kr오세영 기자수첩

[EE칼럼] 최악의 미세먼지 공습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해야

박기서 전 대기환경학회 부회장 지난 10월30일에서 이달 2일까지 중국 베이징의 미세먼지가 최근 몇 년 동안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했다. 특히 이달 1일에는 초미세먼지가 250ug/Nm3로 기록됐다.기록적인 초미세먼지가 몇 일간 이어지자 베이징시는 중대 오염 수준으로 판단해 대기 오염 오렌지 경보를 발령했다. 우리나라도 중국으로부터의 미세먼지 유입이 우려됐지만 다행스럽게 이 기간에 남쪽 바다로부터 더운 공기가 한반도로 유입되면서 중국 미세먼지의 영향이 크지 않았다. 베이징의 초미세먼지 상황을 연도별로 살펴본 결과, COVID-19 사태가 시작된 2019년 이래로 2022년까지는 꾸준히 대기질이 지속적으로 개선이 됐다. 이는 중국의 봉쇄정책에 따른 산업 생산 감소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같은 긍정적인 추세는 COVID-19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고 단계적 일상회복 정책으로 전환되면서 올해부터 전반적으로 다시 악화하며 2021년 수준으로 회귀하는 모습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올 겨울에는 중국발 미세먼지의 유입이 우려된다. 특히 석탄과 같은 화석에너지 사용에 있어서 중국은 올 상반기에만 석탄 수입이 2억2000만톤 정도로, 지난해보다 93% 정도 늘어난 것은 물론이고 중국 내 자체 생산량도 23억톤으로 지난해보다 4.4%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올 겨울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미세먼지 증가에 대한 우려를 더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중국의 올해 상반기 석탄 생산과 수입 증가는 방역 완화 이후 산업망 가동이 정상을 회복한 데다 올 여름 폭염에 따라 급증한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IEA는 올해 중국의 연간 석탄사용량은 46억8000만톤으로 지난해보다 3.5%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비해 미국은 올해 석탄사용량을 지난해보다 24%, EU는 17% 정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도 2.8%정도 줄어든 1억 1700만톤 정도의 석탄이 사용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중국의 석탄 사용량 증가는 중국내 대기질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을 하기에 충분하다. 더 큰 문제는 중국의 석탄사용량 증가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미-중 간 대립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중국 경제 성장률이 5% 수준으로 꺾이 것으로 전망된다. 가뜩이나 부동산 시장 침체 등의 영향으로 내수 부진과 수출 감소가 계속되고, 고용지표도 악화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는 성장률을 끌어 올리기 위해 제조업 등 에너지다소비 산업에 대한 화석원료 사용 규제를 완화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사회적 양극화 추세 확대로 급증하는 경제적 약자층의 난방 등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해 값싼 화석연료 에너지 사용이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은 지난 2020년 9월 제75차 유엔총회에서 2030년을 정점으로 탄소배출량을 감축하고,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탄소감축 로드맵을 국제사회에 약속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상황이라면 기대난망이다. 이 계획이 지켜진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2030년까지는 석탄에너지 중심인 에너지의 획기적 전환을 기대하기 어렵다. 당장 최근 베이징시의 미세먼지 대란 상황은 석탄에너지 난방 수요가 집중되는 내년 3월까지는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중동 전체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에너지 위기로 번질 가능성까지 생겼다. 에너지원의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중국과 같은 세계의 제조공장에서는 값싸고 효율이 높은 석탄에너지의 사용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비용이 많이 들고 효율은 떨어지는 신재생에너지 사용이 위축되고 대기오염 우려는 커진다. 에너지위기가 현실화되면 계절관리제를 통해 난방 수요가 커지는 겨울철에 석탄발전소 가동제한 등 대기질 개선을 위한 수단이 큰 제약을 받는다. 따라서 올 겨울철 대기질 관리는 과거와는 달리 그간의 위기 대응 단계를 넘어설 수 있다는 가정과 에너지 위기 상황을 모두 고려해 현실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박기서 전 대기환경학회 부회장 박기서 전 대기환경학회 부회장

[기고] 포천시 박물관 건립추진

1992년 동-서독이 통일되면서 한반도는 세계 유일의 분단박물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서 말하는 박물관은 특정한 지역의 건물이 아니라 우리 삶의 터전 모두를 말한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지역을 ‘자연박물관’ 또는 ‘노천박물관’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특정한 건물 안에 최소한의 삶의 자취를 모아 놓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박물관이다. 선진국일수록 거대하고 다양한 박물관을 건립, 운영하는데 영국의 대영박물관(The British Museum)이나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Louvre Museum), 대만 타이완의 국립고궁박물관(National Palace Museum)은 삶의 자취를 종합적으로 전시하고 있다. 그러나, 독일 뮌헨의 과학과 기술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국립과학기술박물관(Deutsches Museum)이나, 일본이 중일전쟁 중 난징에서 저지른 대학살을 아주 직접적이고 적나라하게 전시한 난징대학살기념관(侵華日軍南京大屠殺遇難同胞紀念館) 등과 같이 한 분야를 집중적으로 전시한 박물관도 있다. 박물관은 글자 그대로 삶의 자취를 모아놓는 장소다. 그렇기 때문에 한 사회나 국가의 참모습을 보기 위해 박물관을 찾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사실, 학교 교육을 제외하고 어느 나라나 국민의 교육을 위해 꼭 필요한 곳이 도서관과 박물관이다. 도서관이 책을 읽어서 사회와 역사를 이해하는 간접기관이라면, 박물관은 역사를 눈으로 보면서 배우기 때문에 훨씬 더 직접적인 교육의 장이다. 그래서 많은 국가의 정상들이 다른 나라를 방문하면 그 나라의 박물관을 찾는 것이 하나의 관례처럼 굳어졌다. 이 점에서 우리나라는 유구한 역사와 문화적 전통에도 불구하고, 박물관 시설이나 활용에 있어서는 후발주자다. 우리 포천시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시 승격 20주년을 맞이해 포천시 역사와 문화를 종합적으로 수집, 연구, 조사, 전시하는 1종 박물관 건립을 추진한다고 하니 이는 진심으로 환영할 일이다. 사실 너무 늦은 감이 있지만 그렇기에 더욱 훌륭하고 충실한 박물관이 조속히 건립될 수 있기를 우리 모두 간절하게 기대한다. 포천시는 지리적으로 한반도 중심이며, 남으로는 광릉국립수목원이, 북으로는 한탄강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이라는 아름다운 자연풍광을 자랑하는 지역이다. 역사적으로도 선사시대의 고인돌부터 삼국시대의 산성 등 다양한 유적을 도처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특히, 사상과 문화유적으로 기호학파 맥을 이루는 유교의 중요한 지역으로, 포천의 향교를 비롯한 옥병서원, 화산서원, 용연서원 등은 물론 충신이나 효자들을 존숭 표창하던 사당이나 정문이 많은 선비의 고향이기도 하다. 특히, 19세기 항일 의병운동 선봉이던 화서학파의 김평묵-최면암 활동지이며, 양사언과 이해조 등 문인이 활동하던 곳이기도 하다. 이러한 점에서 포천은 한국 근대사상 발생지이자 경기도 북동부의 양평-가평에서 일어난 화서학파의 발전지로, 남양주 다산 정약용 실학의 능내리 및 불교개혁과 역경(譯經)의 산실인 광릉의 봉선사 등과 삼각의 사상적 발생지인 것이다. 더구나 남양주와 경기도 광주의 한강유역에 일어난 천주교의 개조 광암 이벽(李蘗)도 포천시 화현면 사람이 아닌가? 우리의 고향 포천은 6.25전쟁 중 한반도의 양측 군인뿐만 아니라 참전국의 많은 군인이 지나간 역사현장이며, 전후부터 지금까지 전국의 수많은 청년이 군대생활로 젊음과 조국애를 불태우는 곳이기도 하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 포천시에는 두 곳의 수복 기념탑, 외국군 참전 기념탑, 전승 기념물 등 전쟁의 상처 또한 적지 않다. 따라서, 전후부터 현재까지 포천시는 대한민국 수호의 전방기지로서 상당한 군사문화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면 우리의 포천시립박물관을 어떻게 유용하면서도 독창성 있게 만들 것인가? 관계 당국은 물론 많은 시민의 빛나는 지혜를 널리 구해야 할 것이다. 다양하면서도 가치 있는 소장품을 소장, 전시해 포천 역사성과 정체성을 시민에게 잘 보여주는 문화교육기관으로 손색이 없어야 한다. 또한, 유물들의 종합적인 전시뿐만 아니라 우리 지역만의 고유한 특수성을 갖는 전시장 성격도 갖추길 바란다. 포천 지역에는 많은 군부대가 있으며 6.25전쟁 관련 역사의 현장이었던 만큼, 이와 관련하여 다양한 유물 등을 수집, 전시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현재 시도되고 있는 38선을 따라 걷는 산책길과 연계해 분단 역사와 6.25 남침 역사를 함께볼 수 있다면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상징적 전시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포천시가 추진하는 박물관 건립을 위해 포천 전역의 문중 자료나 작은 단위의 기관에 소장된 다양한 삶의 자취들을 이 기회를 통해 함께 정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는 포천시 역사교육의 좋은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포천시립박물관 건립 필요성과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면서 훌륭한 계획이 차질 없이 잘 진행되어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역사와 문화의 포천이란 자긍심을 확립하며 후세에 전하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신용철 전 경희대 사학과 명예교수신용철 전 경희대 사학과 명예교수 신용철 전 경희대 사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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