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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의대 중 절반 모집인원 결정…내년 1500명 이상 전망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 증가폭이 1500명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됐다. 대부분의 사립대가 증원된 인원을 모두 모집하는 방향을 택하면서다. 모집인원을 줄이는 대학들은 일부 국립대에 한정될 것으로 보인다. 2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의대 정원이 늘어난 전국 32개 대학 가운데 약 15개 대학이 2025학년도 모집인원을 결정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이미 대학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모집인원을 제출했다. 국립대 가운데는 경북대가 증원분 90명 가운데 절반인 45명, 경상국립대 역시 증원분 124명 가운데 절반인 62명만 늘려 각 155명과 138명을 모집하기로 했다. 제주대 역시 증원분 60명의 절반인 30명만 늘려 총 70명을 모집하기로 했다. 이들 3개 대학이 감축하는 증원분은 137명이다. 강원대·경북대·경상국립대·충남대·충북대·제주대 등 6개 국립대 총장은 정부의 건의문을 전달하고 2025학년도에 한해 대학별로 자체 여건을 고려해 증원분을 자율 모집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에 비해 연세대 분교(증원 7명), 인제대(7명), 고신대(24명), 동아대(51명), 조선대(25명), 계명대(44명), 영남대(44명), 대구가톨릭대(40명) 등 사립대는 증원된 인원을 100% 모집할 계획이다. 아직 증원폭을 확정하지 못한 다른 사립대들도 대부분 최대한 정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모집인원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직 모집인원을 정하지 못한 충남대·충북대·강원대 등은 이번 주 회의를 통해 모집인원을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원이 가장 많이 늘어난 충북대(49명→200명)의 경우 29일 충북도와 대학, 민간단체, 교수들이 참여한 가운데 회의를 연다. 충북대는 고창섭 총장이 22일 교수들을 만나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의 50%가량만 반영한 125명으로 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으나, 김영환 충북지사는 같은 날 기자간담회에서 충북대와 건국대 분교 등 충북지역 의대가 배정된 정원을 100% 모집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충남대 역시 25일 의대학장이 참석하는 학무회의를 열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는데 이달 30일까지는 모집인원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부산대의 경우 증원분 대비 모집인원을 일부 축소한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기존에 배정된 정원만큼 모집하는 방안도 여전히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증원폭이 상대적으로 큰 이들 국립대의 결정에 따라 2025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은 전년 대비 적게는 1500명, 많게는 1700명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025학년도 수시모집 원서접수가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상황인 만큼 대학들의 의대 모집인원이 확정되면 대교협은 이를 심의·의결하는 데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러한 절차를 거쳐 지난해 이미 발표된 2025학년도 대학 입학전형 시행계획이 수정되면 대학들은 다음 달 말 신입생 모집요강에 이를 반영하고 본격적인 신입생 모집에 들어가게 된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의사들 조이는 수사망…의대 증원도 ‘그립’

경찰이 '전공의 집단 행동'을 부추긴 혐의로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차기 회장 당선인 등 주요 인물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책 영역에서도 의대 증원 실무 작업이 거듭 진행 중으로, 이번에는 의정 갈등 '그립'을 제대로 잡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26일 오전 임 당선인 휴대전화 등을 추가로 압수수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3월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임 당선인 휴대전화가 과거에 사용하던 것으로 확인돼 현재 사용 중인 휴대전화를 압수하기 위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그가 회장을 맡았던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마포구 사무실과 충남 아산 주거지에도 수사관을 보내 자료를 확보했다. 경찰은 임 당선인 등 의협 전·현직 간부들이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들 집단행동을 부추겨 의료법 등을 위반했다는 보건복지부 고발장을 지난 2월 접수해 수사 중이다. 경찰은 3월 압수수색으로 첫 강제수사에 착수한 뒤 임 차기 회장 당선인을 비롯해 의협 전·현직 간부 6명을 업무방해, 교사·방조 등 혐의로 소환해 조사했다. 경찰은 현재 의협 관계자나 의협 사무처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참고인 조사와 압수수색으로 확보된 증거물을 분석해 이들의 혐의 입증을 위한 법리를 검토하고 있다. 이밖에 서울 성동경찰서는 교육부로부터 수사의뢰를 받고 다른 학생들에게 단체수업 거부를 지속하라고 강요한 혐의로 한양대 의대 일부 학생들을 수사 중이다. 이런 흐름과 관련해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인수위)는 이날 “명백한 정치적 보복이고 매우 치졸한 행위"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임기 시작을 며칠 앞둔 당선인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은 분명한 의도가 있어 보인다"며 다음 달 1일부터인 임 당선인 임기 시작을 강조했다. 인수위는 “들은 바 없는 대통령실의 '5+4 협의체 제안 소동'과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참여 거부,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 경질 요구, 의대생 수사 중지 촉구 등 최근 당선인의 몇몇 행보 이후 갑작스럽게 추가 압수수색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국민들 앞에서는 의료계와 진정으로 대화를 원한다고 하면서 임기가 공식적으로 시작하기도 전에 유일한 의사 법정단체인 의협의 당선인을 압수수색했다. 절대 납득할 수 없는 겁박"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의협은 의료계 내부에서 의대 증원을 찬성하는 '반대파'에는 소송으로 대응 중이다. 임 당선인은 “수술실에서 무자격자에게 의사 업무를 시켜 왔다"며 조승연 인천광역시의료원장과 의료원 소속 직원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승연 원장은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의료계 대내외에 목소리를 내온 인물이다. 조 원장은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에 “엉터리 같은 이야기"라고 반발했다. 그는 “내부 조사 결과 이미 사실이 아닌 걸로 밝혀진 사안이고 의료법에 저촉되는 행위는 없었지만 경찰 조사가 들어오면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의협은 다양한 회원들의 의견을 모아 전문가 입장에서 정부에 조언해야 한다. 생각을 따르지 않는다고 고발하는 건 상식을 벗어난 일"이라고 지적했다. '강대강' 대치 속에 주목 받는 건 교수들 사직·휴진 행보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두 달이 넘도록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비우고 있는 상황에서 의대 교수 단체가 주 1회 휴진과 사직 입장을 밝힌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의대 교수들께서는 환자와 사회 각계의 호소를 외면하지 말고 환자 곁을 계속 지켜주실 것을 당부한다"고 했다. 또 정부는 '의대 2000명 증원'에서 물러났다는 사실 역시 다시 강조했다. 전 실장은 “정부는 오랜 고민 끝에 내년도 모집 정원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정책적 결단을 내렸다"며 “의료계도 집단행동을 접고 의료계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논의의 장으로 나와주실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안효건 기자 hg3to8@ekn.kr

‘빅5’ 병원 교수들 주1회 휴진 결정…정부 “환자 지켜달라”

정부의 의대증원 강행 추진을 반대하는 '빅5'로 불리는 서울시내 주요 대형병원 다섯 곳 소속 교수들이 일주일에 하루 외래 진료와 수술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2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에 이어 서울성모병원 교수들도 휴진에 동참하기로 했다. 다섯 곳 병원 교수 모두 일주일에 하루 휴진하더라도, 응급·중증 환자와 입원 환자에 대한 진료는 유지한다.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은 다음 주 화요일인 이달 30일에 쉬기로 했다. 세브란스병원 교수 비대위는 이달 30일을 시작으로 내달 말까지 매주 하루 휴진을 이어간다. 서울대병원 교수들은 다음 달에 출범하는 3기 비대위에서 정기 휴진 여부를 논의한다. 서울아산병원은 다음 주 금요일인 내달 3일에 진료과별 상황에 맞춰 일반환자 진료와 수술을 멈춘다. 이 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울산의대 교수 비대위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울산대병원도 같은 날 휴진한다. 서울성모병원 교수들은 다음 달 3일부터 매주 일요일 휴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필수 및 중증 질환과 응급·중증환자의 진료와 수술은 유지한다. 삼성서울병원 교수들은 각자 초과 근무 여부에 따라 일주일에 하루를 정해 휴진한다. 성균관의대 교수 비대위는 삼성서울병원과 강북삼성병원, 삼성창원병원 교수들에게 “주 52시간 근무 시간을 지키고, 근무 시간 초과로 피로가 누적된 교수는 주 1회 외래나 수술 등 진료 없는 날을 휴진일로 정해 휴식을 가져 달라"고 권고했다. 권고는 지난 24일부터 시행됐다. 빅5 소속 교수들이 일제히 하루 휴진을 예고한 데 따라 일부 병원에서는 진료를 조정하거나 대체 진료를 제공하고 있다. 예정된 진료 일정에 같은 과목 다른 교수를 투입하거나, 일정을 조정하는 식이다. 각 병원 비대위 수뇌부를 중심으로 교수들의 사직 움직임도 구체화하고 있다. 울산의대 교수 비대위원장인 최창민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이날부터 병원을 떠난다고 밝혔다. 분당서울대병원 소속인 서울의대 교수 비대위원장 방재승 신경외과 교수 등 4명도 내달 1일 자로 실질적 사직을 예고한 상태다. 정부는 의대 교수들에게 환자 곁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다만 의사단체들이 요구하는 '의대 증원 백지화' 요구에는 응답하지 않았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의사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존경해 온 국민의 간절한 마음을 부디 외면하지 말기를 바란다"며 “교수가 현장을 지키고, 전공의가 병원에 돌아올 때 정부와 국민은 의사들의 목소리를 더 진중하게 경청하고, 더 무겁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정부는 언제 어디서든 열린 자세로 의료계가 제시하는 안에 대해 충분히 소통할 준비가 돼 있다"며 “전공의와 의대생도 정부와 국민을 믿고 조속히 환자 곁으로, 학업의 장으로 돌아와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각 대학의 내년도 신입생 모집 절차도 정부 발표대로 질서 있게 진행될 수 있도록 점검해 달라"고 지시했다. 한 총리는 “정부는 오로지 국민과 환자만 보며 의료개혁을 실행하고 있다"며 “의료개혁은 우리 국민 모두를 위한 것이며, 이미 현재진행형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이날 '전공의 집단행동'을 부추긴 혐의로 고발당한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차기 회장 당선인에 대해 그가 회장을 맡았던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마포구 사무실과 충남 아산에 있는 주거지에서 압수수색을 했다. 경찰은 임 당선인 등 의협 전·현직 간부들이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을 부추겨 의료법 등을 위반했다는 보건복지부의 고발장을 지난 2월 접수해 수사 중이다. 압수수색이 실시되자 임 당선인 측인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명백한 정치적 보복이고 매우 치졸한 행위"라며 “임기 시작을 며칠 앞둔 당선인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은 분명한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반발했다. 강경파인 임 당선인의 임기는 다음 달 1일부터다. 그는 “정부는 국민들 앞에서는 의료계와 진정으로 대화를 원한다고 하면서 임기가 공식적으로 시작하기도 전에 유일한 의사 법정단체인 의협의 당선인을 압수수색했다. 절대 납득할 수 없는 겁박"이라고 비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연 끊어도 내 재산’ 유류분…‘받는’ vs ‘못 받는’ vs ‘못 받을’ 사람은?

헌법재판소가 가족이라면 의무적으로 일정 비율 이상 유산(유류분·遺留分)을 상속토록 한 현행 민법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헌재는 25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유류분을 규정한 민법 1112조 1∼3호에 2025년 12월 31일까지만 효력을 인정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국회가 그때까지 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효력이 자동 상실된다. 특정인의 기여분을 인정하지 않는 민법 1118조도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았다. 특히 형제자매의 유류분을 규정한 민법 1112조 4호는 효력을 '즉시 상실'하는 위헌으로 결정됐다. 현행 민법은 자녀·배우자·부모·형제자매가 상속받을 수 있는 지분(법정상속분)을 정하고 있다. 피상속인이 사망하면서 유언을 남기지 않으면 이에 따라 배분한다. 유언이 있더라도 자녀·배우자는 법정상속분 2분의 1을, 부모와 형제자매는 3분의 1을 보장받는다. 이와 관련 헌재는 “가족의 역할은 오늘날에도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상속인들은 유류분을 통해 긴밀한 연대를 유지하고 있다"며 제도 자체는 정당하다고 봤다. 그러면서 가족 구성원별로 상속 비율을 획일적으로 정한 부분도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위헌·헌법불합치로 결정한 조항들에는 “불합리하고 부당해 이로 인해 피상속인과 수증자가 받는 재산권의 침해가 공익보다 중대하고 심각하다"고 했다. 특히 가족으로서 도리를 다하지 않는 구성원에게 유류분 권리를 빼앗을 보완 제도를 두지 않은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피상속인을 장기간 유기하거나 정신적·신체적으로 학대하는 등 패륜적인 행위를 일삼은 상속인의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일반 국민의 법 감정과 상식에 반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류분 상실 사유를 별도로 규정하지 아니한 것은 불합리하다"고 짚었다. 다만 “위헌결정을 선고해 효력을 상실시키면 법적 혼란이나 공백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국회에 개정 시한을 부여했다. 그럼에도 즉시 효력을 잃게 된 민법 1112조 4호와 관련해서는 “형제자매는 상속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나 상속재산에 대한 기대 등이 거의 인정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유류분권을 부여하는 것은 그 타당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고인이 공동상속인 중 상당 기간 특별히 고인을 부양하거나 재산 형성에 기여한 사람(기여상속인)에게 증여한 재산을 유류분 배분 예외로 인정하지 않는 민법 1118조 일부에도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헌재는 “기여상속인이 그 보답으로 피상속인으로부터 재산의 일부를 증여받더라도 해당 증여 재산이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에 산입되므로, 기여상속인이 비기여상속인의 유류분 반환 청구에 응해 증여재산을 반환해야 하는 부당하고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익 기부, 가업 승계 등 목적으로 증여한 재산도 예외 없이 유류분을 산정하기 위한 '기초재산'에 포함하는 1113조 1항, 유류분권리자에게 손해를 가할 의사로 증여한 경우에는 증여분을 기초재산에 포함하는 1114조는 합헌 판단을 받았다. 고인이 생전에 공동상속인에게 증여한 재산(특별수익)은 증여 시기를 불문하고 기초재산에 넣는 1118조 일부, 유류분 반환 시 원물 반환을 원칙으로 하는 1115조도 합헌이었다. 한편, 이번 판결로 1977년 도입 뒤 한 차례 개정도 없이 현재까지 그대로 유지된 유류분 제도는 47년 만에 수술대에 오르게 됐다. 원래 유류분 제도는 남성을 중심으로 재산을 쌓던 옛 관습 아래 어머니와 딸 등 남은 가족 구성원들 생존과 형평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로 마련됐다. 그러나 혈연으로 이어지기만 하면 아무런 예외도 없이 무조건 상속받을 수 있는 점은 계속 논란이 됐다. 자녀를 학대하거나 유기한 부모, 배우자를 때린 가정폭력범, 부모를 저버린 자식도 일정 비율 이상의 재산을 예외 없이 상속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 경우 국회가 법을 고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2025년 12월 31일 효력을 상실한다. 현대에 이른 유류분 제도 핵심은 가족 제도 공공성을 수호한다는 공익과, 개인 소유 재산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사익을 저울질한다. 이날 헌재 심판대에 오른 47건 청구인 중 한 공익법인은 2020년 3월 배우자와 자식 없이 숨진 이모 씨 재산을 증여받았는데, 이씨 형제들과 그 상속인이 법인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 소송은 형제·자매 유류분이 즉시 효력을 잃었으므로 법원에서 기각 수순을 밟게 된다. 다만 이미 판결이 확정된 사건들은 구제책이 없다. 민사소송은 형사소송과 달리 헌재의 위헌 결정 효력이 소급되지 않아 재심 사유가 되지 않는다. 부모·자식 간 유류분 청구 소송은 사건 내용과 법원 재량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법원에 계류 중인 유류분 청구 소송은 수천 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효건 기자 hg3to8@ekn.kr

‘마이웨이’ 가는 정부, ‘사직날’ 교수들 아직은 잠잠

25일 의대 교수들이 사직 강행과 '주 1회' 휴진 등을 거듭 예고하며 대정부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불참 속에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공식 출범시켜 의료개혁 '드라이브'를 거는 상황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서울성모병원·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 등 '빅5'를 비롯한 주요 대형병원에서 당장 뚜렷한 사직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담당 의사 사직으로 인해 수술이나 외래진료 일정을 조정해달라는 요청도 아직 없다고 한다. 사직서 제출 교수들 대다수는 현장에 남아 환자를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직서 제출 시기가 다른 탓에 효력이 발생하는 날이 분산됐다는 분석도 있다. 이날은 사직서 제출 효력이 발생하는 '첫날'이므로, 시간이 지나면서 사직 효력이 발생해 병원을 떠나는 교수들이 점차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의원회 등도 '이날부터' 사직이 시작된다고 밝힌 바 있다. 사직서 제출 후에 한 달이 지난 시점에 바로 사직하지 않고, '사직 희망일'을 추후로 잡은 교수들도 있다. 병원을 떠나지 않았더라도 목소리를 높이는 교수들도 있었다. 장범섭 서울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진료실 앞에 붙여둔 자필 대자보에서 “현재 대한민국 의료는 정치적 이슈로 난도질당하고 있다"며 “대한민국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는 현 정부보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호소했다. 일부 의대에서는 교수들 사직서를 모은 교수 비대위가 총장 등에게 제출하지 않은 사례들도 적지 않았다. 의대 학장이 가지고 있으면서 대학 본부에 전달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에 의대 교수들 사직서 효력을 놓고 법률 자문을 받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등을 수련병원으로 둔 울산의대 교수 비대위는 사직서를 의대에 접수한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사 표시가 됐다고 보고 사직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는 교수들이 한꺼번에 이탈할 가능성은 작다는 시각이다. 보건복지부는 교육당국을 통해 파악한 결과 대학 본부에 사직서를 제출한 의대 교수는 많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 의대 교수는 대학 본부 소속으로 병원 진료와 대학 강의를 겸직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는 대학에 사직서를 제출해야 한다. 교수로 불리지만, 병원에만 소속된 교수는 병원장에 사직 의사를 표해야 한다. 이 가운데 정부는 이날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위를 발족, '필수의료 보상 강화' 등 의료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다졌다. 특위는 의대 증원 대신 의료개혁 과제 중 우선순위가 높다고 의견이 모인 4개를 집중 논의해 상반기 내 구체적 로드맵을 발표할 계획이다. 4개 과제는 △ 중증·필수의료 보상 강화 △ 의료전달체계 정상화 △ 전공의 수련 국가책임제 도입 △ 의료사고 안전망 강화다. 특위는 위원장을 포함한 21명 민간위원 그리고 기획재정부·교육부·법무부·행정안전부·보건복지부 등 5개 부처 장관과 금융위원장 등 정부위원 6명으로 구성된다. 민간위원은 위원장을 빼면 공급자단체 추천 10명과 수요자단체 5명, 전문가 5명이다. 정부는 공급자단체 10명 중 6명을 의사·병원에 각각 3명씩 배분했다. 의사단체로는 의협과 대전협, 대한의학회에 1명씩 배정됐다. 그러나 이들 단체가 불참을 통보하면서 위원 3명을 아직 정하지 못했다. 결국 '반쪽짜리' 특위를 내놓게 된 정부는 의사단체에 조속한 참여를 촉구하고 있다.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의협과 대전협이 언제든 참여할 수 있도록 (논의의) 장을 열어놨으니 당사자이면서 가장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는 두 단체가 조속히 참여해달라"고 말했다. 안효건 기자 hg3to8@ekn.kr

‘일용직 월평균 근무일’ 22일→20일…대법 21년만에 기준변경

민사소송에서 배상금을 산정하는 주요 기준 중 하나인 '도시 일용근로자의 월평균 가동일수(근무일수)'가 22일에서 20일로 줄었다. 연간 공휴일이 늘고 근로자들의 월평균 근로일이 줄어드는 등 사회적·경제적 변화를 고려해 대법원이 21년 만에 기준을 변경한 것이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25일 근로복지공단이 삼성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구상금 지급을 청구한 사건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공단과 삼성화재는 지난 2014년 경남 창원의 철거 공사 현장에서 근로자들이 크레인에서 떨어져 숨지거나 다친 사고와 관련해 소송을 벌였다. 공단은 다친 피해자에게 휴업급여·요양급여 등 3억5000만원을 지급한 뒤 크레인의 보험사인 삼성화재를 상대로 구상금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부터 대법원에 이르기까지 삼성화재의 손해배상 책임은 모두 인정됐다. 다만 구체적인 배상금을 따지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일실수입을 얼마로 볼 것인지가 쟁점이 됐다. 일실수입이란 사고로 인해 피해자에게 장해가 발생했을 때 사고가 나지 않았다면 장래에 얻을 수 있었으리라고 기대할 수 있는 수입을 말한다. 이는 대한건설협회의 시중노임 단가에 '평균 가동일수'를 곱해 월별로 산정한다. 평균 가동일수는 대법원이 판례를 통해 기준을 설정해왔는데 지난 1992년에는 월평균 25일, 2003년에는 월평균 22일로 정했고 최근까지 그대로 유지돼 왔다. 1심은 피해자의 근로내역을 바탕으로 월 가동일수를 19일로 설정해 일실수입을 계산했다. 반면 2심은 종전 대법원 판례에 따라 월 가동일수를 22일로 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날 판결에서 “과거 대법원이 도시 일용근로자의 월 가동일수를 22일 정도로 보는 근거가 되었던 각종 통계자료 등의 내용이 많이 바뀌어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게 됐다"며 21년 만에 월 가동일수의 기준을 20일로 줄였다. 대법원은 1주간 근로 시간을 40시간으로 제한하는 근로기준법이 지난 2011년부터 5인 이상 모든 사업장에 적용됐다며 “현장에서 근로 시간의 감소가 이뤄졌고 근로자들의 월 가동일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짚었다. 또 “대체공휴일이 신설되고 임시공휴일의 지정도 가능하게 돼 연간 공휴일이 증가하는 등 사회적·경제적 구조에 지속적인 변화가 있었다"며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과 일과 삶의 균형이 강조되는 등 근로 여건과 생활 여건의 많은 부분도 과거와 달라졌다"고 밝혔다. 여기에 고용노동부의 '고용 형태별 근로 실태 조사'에 따른 최근 10년간 고용 형태별·직종별·산업별 월평균 근로일수를 살펴본 결과, 월평균 가동일수의 통상적인 기준을 20일로 정하는 것이 현실에 부합한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기준점이 22일에서 20일로 줄어들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실제 실무례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면서도 “모든 사건에서 월 가동일수를 20일로 인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증명한 경우에는 20일을 초과해 인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변화된 시대 상황을 반영해 현재 적용될 수 있는 경험칙을 선언한 것으로 판례변경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반드시 전원합의체에서 종전 판례를 폐기하고 판결을 선고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당초 이 사건을 전원합의체 심리 대상으로 지정했으나 다시 소부 사건으로 내려 이날 판결을 선고했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예정대로 사직 진행”…의대교수들 오늘부터 병원 떠난다

전국 의대 교수들이 25일부터 집단사직을 시작한다. 특히 일부 교수는 사직서 수리 여부와 상관없이 병원을 떠나겠다는 입장인만큼 의료공백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2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빅5' 병원을 포함한 전국 의대 교수들은 병원과 진료과별 사정에 따라 이날부터 병원을 떠난다. 의대 교수들은 의대 정원 확대 등 정부의 의료개혁에 반대해 지난달 25일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했는데, 이날로 1개월이 지나 민법상 사직서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전국 20여개 의대가 참여하는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지난 23일 온라인 총회 후 “예정대로 4월 25일부터 사직이 시작된다는 것을 재확인했다"며 “정부의 사직서 수리 정책과 관계없이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 위원도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날로부터 30일이 지난 시점부터 개인의 선택에 따라 사직을 실행한다"며 “비대위 수뇌부 4명은 5월 1일부터 실질적으로 병원을 떠난다"고 밝혔다. 서울아산병원 등을 수련병원으로 둔 울산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진료와 수술 예약 상황을 고려해 25일부터 사직을 진행하겠다고 밝히면서, 당장 사직하지 못하는 교수들은 5월 3일부터 주 1회 휴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의대 교수들이 두 달 넘게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의 사직행렬에 동참하겠다고 밝히자 유감을 표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전날 “절차와 형식, 내용을 갖춰서 정당하게 (교육) 당국에 제출된 사직서는 많지 않고, 이를 수리할 계획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이어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직한다는 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며 “'나는 사표를 냈으니 내일부터 출근 안 한다'라고 할 무책임한 교수님이 현실에서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의대 교수 일부는 사직서 수리 여부와 상관없이 병원을 떠나겠다는 입장이다. 다음 달부터 사직을 예고한 방재승 서울의대 교수협 비대위원장은 “사직서는 교수들이 쓸 수 있는 마지막 카드"라며 “정부가 우리의 진정성을 못 믿겠다고 하니 사직하겠다"고 말했다. 배우경 서울의대 교수협 언론대응팀장은 “사직 효력이 문제가 된다면 법원에 가서 다퉈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사회적 협의체인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출범해 이날 오전 서울에서 첫 회의를 연다. 특위는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수가 등 보상체계 공정성 제고를 핵심으로 하는 '4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구체화하는 역할을 한다. 정부와 의사들이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는 내년도 의대 정원은 특위 안건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특위 위원에는 6개 부처 정부위원, 20명의 민간위원으로 구성된다. 민간위원으로는 의사단체를 포함한 공급자단체 추천 10명, 수요자단체 추천 5명, 분야별 전문가 5명이 참여한다. 다만 의료계에서 큰 목소리를 내는 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불참을 선언하면서 특위에서 실행력을 담보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빅5’ 초유의 전면 휴진 가능성…환자 불편· 병원 경영난 불보듯

'빅5'로 불리는 서울시내 주요 대형병원 중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에 이어 나머지 병원도 주 1회 전면 휴진에 동참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미 주요 병원의 수술이 반토막 나고 외래 진료가 크게 줄어든 상태에서 추가적인 진료 축소가 시행될 경우 환자들의 불편은 극심할 것으로 보인다. 전공의 집단 이탈 후 대규모 적자에 시달리는 병원들의 경영난 역시 더욱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서울의대와 울산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이미 휴진 날짜를 확정한 데 이어 나머지 의대 교수들도 휴진을 검토 중이다. '빅5'로 불리는 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서울성모병원·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의대는 서울대·연세대·가톨릭대·울산대·성균관대 등 5곳이다. 성균관대 의대를 제외한 의대 4곳이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에 참여하고 있는데, 전의비는 전날 총회에서 각 병원 상황에 맞춰 다음 주 중 하루 휴진하기로 결정했다. 서울의대 교수들은 이달 30일 하루 서울대병원에서 응급·중증·입원 환자 등을 제외한 일반 환자 진료를 중단한다. 울산의대 교수들은 서울아산병원 등에서 내달 3일부터 주 1회 휴진하기로 했다. 서울의대 교수들은 향후 주 1회 휴진 등 주기적인 진료 중단을 이어갈지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연세의대, 가톨릭의대, 성균관의대 역시 교수들이 정신적·신체적 한계에 이르렀다고 보고 휴진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의비에 참여하는 의대 4곳에 성균관의대 교수들까지 휴진에 가세할 경우 서울시내 주요 대형병원 5곳이 모두 일주일에 하루는 진료를 멈출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응급·중증·입원 환자에 대한 진료는 그대로 유지된다. 전공의 집단 이탈에 이어 현장을 지켜왔던 교수들마저 진료를 멈추겠다고 하면서 환자들의 불안은 고조되고 있다. 이미 상급종합병원이 수술을 절반 넘게 줄였고 외래진료도 대폭 축소한 상황에서 휴진이 더해지면 애꿎은 환자들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당장 서울대병원은 교수들의 휴진 예정일인 이달 30일, 서울아산병원은 내달 3일 진료가 예약된 환자들의 극심한 불편이 예상된다. 각 병원은 우선 휴진하는 교수와 당일 예정된 진료 등 상황을 파악한 뒤, 진료 일정을 조정하거나 다른 교수를 연계해주는 등의 조처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의대 교수들은 이러한 휴진은 환자 안전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조치라며, 응급·중증·입원 환자에 대한 진료는 유지된다는 점을 주목해달라고 강조한다. 진료 축소 등에 따른 주요 병원들의 경영 악화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서울시내 대형병원은 전공의들의 집단행동 이후 매일 수십억원의 손해를 보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연세의료원), 서울대병원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 허리띠를 졸라매는 중이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오는 25일부터 개인의 선택에 따라 사직을 하기로 했으며 비대위를 이끌던 교수 4명은 다음달 1일 실질적으로 사직한다고 밝혔다. 방재승 비대위원장은 “의대 2000명 증원을 먼저 하고 의료개혁 패키지를 추진하자는 정부의 계획은 선후 관계가 맞지 않다"며 “의사와 환자가 행복한 의료시스템을 먼저 구상하고, 그러한 시스템을 만들 때 의사가 얼마나 필요한지를 추계하는 시나리오를 마련해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근거를 마련하는 데는 8∼12개월이 걸리며 서울의대 비대위가 공모하는 연구 결과를 2026학년도 의대 정원에 반영하자"며 “만약 국민도 이 방안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면, 정부와 의사단체도 양보하고, 의사 수 추계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전공의와 의대생들도 복귀할 것“을 제안했다. 방 위원장은 다만 이러한 제안이 전공의나 의대생 등 의사단체와 합의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한편 의료개혁을 논의하는 사회적 협의체인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오는 25일 출범할 예정이지만 대한의사협회·대한전공의협의회 등은 특위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서울의대 교수들 “30일 일반진료 중단…5월 1일엔 수뇌부 사직”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4명이 다음 달 1일부터 병원을 떠난다. 교수들은 또 오는 30일 진료를 전면 중단할 계획이다. 방재승 서울대 의과대학·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5월 1일부터 비대위 수뇌부 4명이 실질적으로 사직한다"고 밝혔다. 방 위원장은 “수뇌부 4명은 모두 필수의료 교수"라며 “대한민국 의료가 붕괴되는 상황에서 병원에 앉아서 환자를 보는 것이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어서 사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직서는 교수들이 쓸 수 있는 마지막 카드"라며 “사직서 제출이 형식적일 뿐이라고 매도하는 시각이 있는데, 정부가 우리의 진정성을 못 믿겠다면 나는 사직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전공의와 의대생이 돌아오지 않으면 의료 붕괴는 5월부터 시작된다"며 “영화 타이타닉에서 타이타닉호가 침몰하기 전까지 연주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연주한다고 승객이 더 살 수 있느냐. 우리는 그런 심정"이라고 말했다. 배우경 서울의대 교수협 언론대응팀장은 “사직 효력이 문제가 된다면 법원에 가서 다퉈봐야 할 것"이라며 “만약 사직이 안된다면, 우리는 사직도 안 되는데 출근하지 않아 무단결근으로 징계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서울의대 교수들은 오는 30일 응급·중증·입원 환자를 제외한 분야의 진료를 전면 중단한다. 이들은 또 의사 정원에 대한 합리적인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의사 수 추계에 관한 연구 논문을 공모하겠다고 밝혔다. 방 위원장은 “정부의 비합리적이고 독선적인 정책 수립 및 집행에 대한 항의와 올바른 의료개혁을 위한 정책 개선을 요구하기 위해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들은 3월 25일부터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으며, 개별 교수의 제출일로부터 30일이 지난 시점부터 개인의 선택에 따라 사직을 실행한다"고 밝혔다. 이어 “두 달 이상 지속된 초장시간 근무로 인한 체력 저하 속에서 몸과 마음의 극심한 소모를 다소라도 회복하기 위해 4월 30일 하루 동안 응급·중증·입원 환자 등을 제외한 진료 분야에서 개별적으로 전면적인 진료 중단을 시행한다"며 “주기적인 진료 중단은 추후 비대위에서 다시 논의한다"고 밝혔다. 또 “비대위는 의사 정원에 대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국민들이 원하는 의료개혁 시나리오를 반영한 필요 의사 수의 과학적 추계'에 대한 연구 출판 논문을 공모하겠다"고 밝혔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尹 정부 물러서도 의사들은…교수단체 “전공의, 학생들이 반대”

의료개혁 관련 정부가 의사단체들에 조정안과 대화기구를 제안한 가운데, 교수단체는 전공의 및 의대생들 의견을 근거로 수용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최창민 전국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위원장은 24일 KBS 라디오 '전종철의 전격시사'에서 각 의대에 할당된 증원 규모를 올해만 한시적으로 최대 50%까지 낮출 수 있게 한 정부 방안에 “교수들이 받아들인다고 될 문제는 아니"라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전공의하고 학생들도 물어봤을 때 이런 건 안 된다고 해서 반응이 좋지 않다"며 “제가 아무리 대화하려고 해도 전공의나 학생들이 받아들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가 제안한 의사단체와 정부만 참여하는 대화기구가 거절당한 경위에도 “제가 얘기한 건 '그러면 전공의들이 참여하냐. 그래도 전공의를 설득해 봐라' 그 정도 얘기"라며 “결국은 전공의가 안 된다 해서 끝났던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비공개만 보장된다면 저는 얼마든 만나서 진짜 허심탄회하게 얘기할 생각은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정부와의 만남 자체에 비판적인 일부 의사단체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당선인이 일부 정치권 인사에 대한 경질 혹은 사퇴 등을 대화 조건으로 제시한 데 대해서도 “지금은 너무 급박한 상황"이라며 “여러 가지 조건이 많아지는 건 개인적으로는 별로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행선을 달리는 의정 갈등 상황에 “너무 이렇게 서로 감정싸움이 되고 막 진행이 되고 있다"며 “지금 정도면 좀 멈춰봐야 되지 않을까"라고 우려했다. 그는 교수들 진료 축소에는 “내과 그런 과들은 70시간, 저도 100시간 그렇게 넘게 근무를 하고 있어서 사태 해결 기미가 안 보이는 상태에서는 더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근무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는 외래를 좀 줄여서 병동 환자를 본다든가 그런 식으로 좀 조정을 해야 된다"며 “쉰다기보다는 휴진을 하고 수술 좀 줄여서 병동 환자를 보고 시간을 배분해야겠다는 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비행기 조종 기장이 부기장도 없고 아무도 없는데 한 36시간 운전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 보라"며 “안전 보장을 위해서도 그런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길어지는 업무 공백에 따른 병원들 재정 상태에 “경제적으로 경영이 안 돼 운영하지 못하는 병원들도 나올 수도 있다"며 “아주 심각하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또 의료 현장 환자들과 관련해서도 “신환(새 환자)을 안 보기 시작한 지도 좀 됐기 때문에 기존에 있는 환자들이 나빠지고 그래서 응급실에 오시고 그런 환자들이 많이 입원하셔서 중증도는 아주 높아져 있는 상태"라며 “교수들이 어떻게든 버티면서 유지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최 위원장은 “당장 지금 해결을 못하면 저희는 꽤 큰 위험한 상황이 벌어진다"며 “그래서 제발 좀 이번에는 멈춰주시고 잘 얘기해서 협의해 내년에 좀 이렇게 하는 쪽으로 전향적으로 생각해주시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안효건 기자 hg3to8@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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