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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늘하게 돌아선 尹·전공의, SNS ‘저격’까지

윤석열 대통령과 전공의 단체 대표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박단 비상대책위원장 간 만남이 의정 갈등 돌파구가 되긴커녕 오히려 악화 계기가 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오후 2시부터 140분간 면담했다. 대통령실은 박 위원장이 윤 대통령에 열악한 전공의 처우와 근무 여건 등을 설명했다고 전했다. 또 윤 대통령은 의료계와 의사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을 논의할 때 전공의들 입장을 존중하겠다고 했다. 반면 박 위원장의 입장은 대통령실 설명과는 온도 차가 뚜렷하다. 박 위원장은 이날 저녁 SNS에 별다른 설명 없이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에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 대화 성사 소식에 조심스레 기대감을 표하던 의료계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번 만남 자체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던 전공의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대전성모병원을 사직한 인턴 류옥하다 씨는 이날 박 위원장 페이스북에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과 여당에 명분만 준 것 같아 유감"이라고 댓글을 달았다. 그는 이번 만남에 “전공의들의 의견이 수렴되지 않은 비대위의 독단적 밀실 결정"이라고 공개적 비판한 바 있다. 애초 윤 대통령과 전공의 만남이 성사됐다는 데 의미를 부여했던 의료계에서도 말을 아끼고 있다. 구체적인 대화 내용이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박 위원장마저 부정적 입장을 피력한 데 따른 것이다. 일각에서는 '원점 재논의'에 대한 정부와 전공의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는 현 상황에서는 뻔한 결말이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전공의를 포함한 의료계에서는 의대 증원 2000명을 백지화한 채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정부는 의대 증원을 더이상 미룰 수 없다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의료계에서는 '원점 재논의' 부분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갈등이 봉합보다는 악화할 수 있다고 예측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과 전공의 대화가 아무런 소득 없이 종료된 것으로 보이면서 현장 시름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공의들이 집단사직하고 병원을 떠난 지 7주차를 맞이하면서 남아있는 교수들과 의료진은 정신적·신체적 한계에 직면했다. 의·정 협상 마지막 기대마저 사라지면서 이미 사직서를 제출한 교수들이 실제로 병원을 떠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의정 갈등을 지켜보는 환자들은 조속한 해결을 거듭 촉구하고 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이날 논평을 통해 “(의정이) 서로의 입장만을 내세우는 싸움 속에서 환자들은 기다릴 시간이 없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고통받는 환자들 처지를 최우선에 두고, 정부와 의료계는 머리를 맞대어 지금 당장 의료현장을 정상화시킬 방법을 찾아달라"고 요구했다. 안효건 기자 hg3to8@ekn.kr

尹, 전공의 대표와 140분 면담…“의사증원에 입장 충분히 존중”

윤석열 대통령은 4일 전공의 측 대표인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과 140분간 면담하고 의대 정원 증원 문제 등을 논의했다. 대통령실 김수경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면담은 오후 2시부터 시작해 2시간 20분간 이뤄졌다며 “박 비대위원장은 전공의들의 의견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또 “윤 대통령은 향후 의사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에 관해 의료계와 논의 시 전공의들의 입장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박 비대위원장으로부터 현 의료체계의 문제점을 경청했다"며 “윤 대통령과 박 비대위원장은 전공의의 처우와 근무여건 개선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설명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다른 전공의들과 동행하지 않고 단독으로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에서는 성태윤 정책실장과 김수경 대변인이 배석했다. 대통령실은 박 비대위원장의 의견을 존중해 사진이나 영상 촬영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일 윤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의사단체와 대화하겠다고 강조했고, 이튿날 대통령실을 통해 전공의들과 직접 만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 비대위원장은 이날 윤 대통령과의 면담과 관련해 “2월 20일 성명서 및 요구안의 기조에서 달라진 점은 없다"며 대통령에게 기존과 같은 요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 20일 대전협은 '정부는 잘못된 정책을 철회하고 비민주적인 탄압을 중단하십시오'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7가지 요구사항을 내세웠다. 요구사항은 ▲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및 의대 증원 계획 전면 백지화 ▲ 과학적 의사 수급 추계 기구 설치 ▲ 수련병원의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 완화 ▲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전공의 대상 부당한 명령 전면 철회 ▲ 업무개시명령 전면 폐지 등이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전공의 대표, 尹대통령 만나 입장 전달…“요구 안 받아들여지면 다시 눕겠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4일 내부 공지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과 만나 입장을 전달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대화를 제안한 뒤 이틀 만이며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을 시작한 지 약 45일 만이다. 박 비대위원장은 “현 사태는 대통령의 의지로 시작된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번 만남은 대통령이 나오는 것이라 4월 10일 총선 전에 한 번쯤 전공의 입장을 직접 전달하고 해결을 시도해 볼 가치는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2월 20일 성명서 및 요구안의 기조에서 달라진 점은 없다"며 대통령에게 기존과 같은 요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 20일 대전협은 '정부는 잘못된 정책을 철회하고 비민주적인 탄압을 중단하십시오'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7가지 요구사항을 내세웠다. 요구사항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및 의대 증원 계획 전면 백지화 △과학적 의사 수급 추계 기구 설치 △수련병원의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 완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전공의 대상 부당한 명령 전면 철회 △업무개시명령 전면 폐지 등이다. 박 비대위원장은 “총회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최종 결정은 전체 투표로 진행하겠다"며 대전협 차원의 행동을 투표에 부칠 것을 예고했다. 그는 이번 결정이 대전협 비대위 내에서 충분한 시간 회의를 거쳐서 결정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대전협 비대위는 이날 내부 공지를 통해 “비대위에서는 2월 20일부터 모든 대화나 개별 인터뷰 등 외부 노출을 꺼리고 무대응을 유지했다"며 “법적 리스크를 피하고 개별 사직의 진의를 주장하기 위함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결정권자를 움직이기 위함인 걸 다들 알고 계실 거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2월 말부터 저희 쪽으로 보건복지부 실장에서부터 장·차관까지 수십명의 대화 제안이 있었지만, 모두 무대응으로 유지했고, 그 결과 행정부 최고 수장이 직접 나왔다고 생각한다"며 “요구안에서 벗어나는 '밀실 합의'는 없다"고 못 박았다. 비대위는 특히 앞으로도 대정부 강경 대응 기조는 계속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비대위는 “만남 후에 정부에서 유리하게, 우호적인 방향으로 얘기가 진행됐다고 언론 플레이를 할 가능성은 있다"며 “그러나 지난 7주 내내 얘기했듯이 요구안 수용이 불가하다면 저희 쪽에선 '대화에는 응했지만 여전히 접점은 찾을 수 없었다' 정도로 대응한 뒤 원래 하던 대로 다시 누우면 끝이다. 오늘 당장 변하는 건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1일 윤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의사단체와 대화하겠다고 강조했고 이튿날 대통령실을 통해 전공의들과 직접 만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도서정가제 협약 체결 대형서점 무더기 시정명령…“제휴카드 할인 제한은 담합”

책값 할인율을 15%로 제한한 도서정가제 이행을 위해 자율협약을 체결한 대형서점 등에 무더기로 시정명령이 내려졌다. 4일 관가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교보문고와 영풍문고, 서울문고, 예스24, 인터파크커머스, 알라딘커뮤니케이션, 북큐브네트웍스, 문피아, 리디 등 9개 서적판매업체의 부당 공동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이들 9개 업체는 지난 2018년 4월 신용카드와 휴대전화 포인트 등 제3자가 제공하는 할인액을 도서 정가의 15% 이내로 제한하는 방안의 자율협약을 체결했다. 신규 가입 이벤트 등 구매 여부와 무관에게 제공되는 상품권의 한도를 1000원까지로 제한하는 내용도 자율협약에 포함됐다. 협약을 준수하지 않은 서점에는 도서 공급을 15일에서 최대 1년까지 중단하는 등의 제재 수단도 만들었다. 이는 온라인서점 등이 제휴카드 할인이나 각종 마일리지 등으로 결제하는 방식으로 15% 넘게 할인해 도서정가제를 실질적으로 위반한다는 지적에 따라 기존 협약을 개정한 것이다. 자율협약 체결 이후 9개 업체에서는 15% 이상의 제3자(제휴카드 등) 할인이 사라졌으며 신규 가입 이벤트 상품권 역시 1000원으로 일괄 축소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제3자 할인 제한 등으로 국내 출판 유통 및 전자책 유통 시장의 경쟁이 부당하게 제한됐다고 보고 제재를 결정했다. 다만 자율 협약이 도서정가제 보완 및 개정을 위해 구성된 민관협의체 논의를 거쳐 마련됐으며, 9개 업체가 담합으로 취득한 이득이 크지 않다고 보고 과징금을 부과하지는 않았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尹 “직접 보고 얘기하자” 한 마디에…의사들 ‘조각조각’

윤석열 대통령이 전공의들과 직접 만나겠다고까지 밝히며 이틀 연속 대화를 제안하자, 의료계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일부 교수 단체뿐 아니라 '강경파'로 평가됐던 대한의사협회(의협)까지 환영 의사를 밝혔지만, 전공의들 반응이 싸늘한 것으로 전해지면서다. 3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전날 저녁 “윤 대통령은 집단행동 당사자인 전공의들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고 알렸다. 이는 지난 1일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는 윤 대통령 대국민 담화 제안에서 한발 더 나아간 손짓이다. 이런 발언은 조윤정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홍보위원장이 “대통령과 전공의 대표가 아무런 조건 없이 만나서 대화해달라"고 호소한 뒤 나왔다. 대통령과 전공의 간 직접 대화는 그동안 의협이 주장한 바와도 같다.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자는 지난달 28일 “대통령이 전공의와 직접 대화해야 한다"며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백지화, 책임자 처벌이 이뤄진다면 새로운 정부 인사와 대화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선배 의사들과 다르게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이 확대될 경우 더 치열한 환경에서 경쟁해야 하는 입장이라, 이들과의 대화를 먼저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대통령이 직접 대화 의사를 밝히자, 의협과 교수단체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의협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난주 의협 비대위에서 제안한 대통령님과 전공의의 직접 만남을 진행해 주시겠다는 것은 환영할 일"이라며 “어렵게 성사되는 만남이 의미 있는 만남이 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 또한 확고하다"고 밝혔다. 김성근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전공의들이 대통령과 만날 지 확인할 수 없다면서도 “일부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만남이 이뤄지지 않지는 않을 것 같다. 저희 예상으로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도 이날 합리적 방안을 만든다는 전제하에 대화하는 것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의비는 “대통령실에서 대통령과 전공의와 대화를 제안한 것에 원칙적으로 환영한다"며 “다만 무조건 만나자고 한다면 대화 제의의 진정성이 없다.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의료계와 협의해 합리적인 방안을 만들겠다는 조건을 먼저 제안해달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공의들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은 직접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20일 총회 후 7가지 선결 조건을 내걸고, 이를 먼저 받아들이지 않는 이상 현장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 마지막 공개 주장이다. 7가지 조건은 △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2000명 의대 증원 전면 백지화 △ 과학적인 의사 수급 추계를 위한 기구 설치 △ 수련 병원의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부담 완화 △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 전공의 대상 명령 철회 및 사과 △ 행정명령 철회 및 사과 등을 말한다. 정작 대화를 제안했던 전의교협 내에서도 조윤정 홍보위원장이 사퇴하고, 매일 진행했던 브리핑도 중지됐다. 조 위원장 대화 제안 브리핑 직후 전의교협 내부에서는 큰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공의 단체 '요구 조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홍보위원장이 '조건 없는 만남'을 조언하는 개인 의견을 공식 브리핑에서 밝혔다는 이유에서다. 전의교협은 몇 시간 후 자료를 내고 “해당 브리핑 내용은 전의교협 소속 전체 교수들의 의견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비슷한 사례는 지난달에도 있었다. 전국 20개 의대가 모인 전국의대교수비대위(전의비) 방재승 위원장 또한 한 방송 발언으로 비난 세례를 받았다. 그는 “정부가 전공의 조치를 풀어주고 대화의 장을 만들면 저희 교수들도 사직서 제출을 철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는 발언으로 사퇴 의사까지 표명했었지만, 재신임됐다. 안효건 기자 hg3to8@ekn.kr

서울대병원도 비상경영 선언…“올해 예산 원점 재검토”

전공의 사직에 따른 의료 공백 장기화로 서울대병원도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하고, 올해 배정 예산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2일 밝혔다. 서울대병원 그룹은 이날 온라인 게시판에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이 같은 내용의 공지사항을 올렸다. 병원은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바와 같이 우리 병원을 포함한 수련병원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우리 서울대학교병원 그룹은 부득이 비상경영 체제로의 전환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배정된 예산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여 비상진료체계는 절대 무너지지 않도록 유지하고 최대한 효율적으로 집행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병원은 “조금 불편하시더라도 환자 안전을 위해 교직원 여러분께서 널리 이해해 달라"며 “여러분의 헌신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을 슬기롭게 이겨왔다. 이번 위기 또한 함께 힘을 모아 극복하자"고 협조를 당부했다. 서울대병원은 기존 500억원 규모였던 '마이너스 통장'의 한도를 2배로 늘려 1000억원 규모로 만드는 등 의료공백 사태의 장기화에 대비해왔다. 본원은 전체 60여개 병동 중 10개가량을 폐쇄했으며, 병동 간호사들을 중심으로 무급휴가 신청을 받고 있다. 서울대병원 노조 관계자는 “병원은 노동자들에 경영 상황을 설명한다거나 함께 들여다보는 자리를 마련하지 않았다. 예산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정도로 경영이 어려운지, 어렵다면 어떤 대책을 마련할지 함께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의료계와 정부 사이에서 노동자와 환자는 방치되고 있는데,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 노동자들에게 무급휴가 등의 책임을 전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서울의 '빅5'병원 중 공식적으로 비상경영을 선언한 것은 서울대병원이 세 번째다. 연세의료원과 서울아산병원은 지난달 중순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하기로 하고 병상·인력 운영 효율화에 들어갔다. 서울성모병원 또한 비상경영 체제 돌입과 그에 따른 세부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삼성서울병원은 아직 무급 휴가나 비상 경영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노조 리스크’ SPC그룹, 대표 구속 이어 허영인 회장 체포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노조 탈퇴 강요' 의혹을 받는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검찰에 체포됐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공수사3부는 허 회장에 대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했다고 2일 밝혔다. 이날 오전 8시께 허 회장은 서울 시내 한 병원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압송돼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체포영장이 집행될 경우 검찰은 48시간 동안 신병을 확보할 수 있다. 검찰은 조사 내용과 허 회장의 조사 태도 등을 고려해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허 회장은 총 네 차례 검찰의 소환조사 통보에 불응했다. 지난달 18~22일 세 차례 출석 요구를 받았으나 업무상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고, 같은 달 25일 조사를 받았지만 가슴 통증을 호소해 1시간 만에 종료됐다. 검찰은 1일에도 허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으나 허 회장 측이 건강상 이유로 불응하자 체포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2019년 7월부터 2022년 8월 SPC 자회사인 '피비파트너즈'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 지회 조합원들을 상대로 노조 탈퇴를 종용하고, 승진 인사에서 불이익을 주는 과정에 SPC그룹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PB파트너즈는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양성 등을 담당한다. 검찰은 SPC가 사측에 친화적인 한국노총의 조합원 확보를 지원하고, 한국노총 노조위원장에게 사측 입장에 부합하는 인터뷰를 하거나 성명을 발표하게 한 것으로 보고있다. 검찰은 이 같은 의혹을 받는 황재복 SPC 대표이사를 구속 기소했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전공의·의대생 “의대 정원 감축하거나 유지…복귀 조건은 백지화”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집단행동을 벌이는 전공의와 의대생 96%는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줄이거나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2일 나타났다. 사직 전공의 류옥하다 씨는 지난달 29일부터 전날까지 전공의 1만2774명과 의대생 1만834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여론조사 결과를 2일 발표했다. 조사에 응답한 1581명 중 64.1%(1014명)는 '한국 의료 현실과 교육환경을 고려할 때 의대 정원을 감축해야 한다'고 답했다. 기존 정원인 3058명을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자는 31.9%(504명)였다. 이에 따라 의대 정원을 감축 또는 유지해야 한다는 답변은 전체의 96.0%를 차지했다. 증원해야 한다는 답변은 4%에 불과했다. 전공의와 의대생의 66.4%(1050명)는 '차후 전공의 수련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다만 이를 위해 '의대 증원·필수의료 패키지 백지화'(93.0%·복수응답), '구체적인 필수의료 수가 인상'(82.5%), '복지부 장관 및 차관 경질'(73.4%), '전공의 근무시간 52시간제 등 수련환경 개선'(71.8%)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답했다. 수련 의사가 없다고 답한 전공의·의대생도 33.6%(531명)에 달했다. 그 이유로는 '정부와 여론이 의사 직종을 악마화하는 것에 환멸이 났기 때문'(87.4%),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대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를 추진했기 때문'(76.9%), '심신이 지쳐서'(41.1%) 등을 꼽았다. 한국 의료의 문제로는 '현실적이지 않은 저부담 의료비'(90.4%), '비인간적인 전공의 수련 여건'(80.8%), '응급실 및 상급종합병원 이용의 문지기 실종'(67.0%), '당연지정제'(62.4%) 등이 지적됐다. 당연지정제는 건강보험 가입 환자를 병원들이 의무적으로 진료하고 국가가 정한 금액을 받도록 한 제도다. 사직·휴학 과정에서 동료나 선배로부터 압력이나 협박이 있었다고 답한 응답자는 0.9%(15명)에 불과했다. 류옥 씨는 “(병원이나 학교에서) 왕따가 되는 것이 두려워 돌아오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이 결과가 보여준다"고 말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 당선인은 “왜 오늘의 불행한 사태가 발생한 것인지를 이 조사 결과가 보여주고 있다"며 “의협은 젊은 의사들과 의대생들의 입장을 전적으로 지지하며, 이들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는 해결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단축진료 이틀째…대학병원 가동률 큰 변동 아직 없어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에 따른 의료 공백 장기화로 의대 교수들이 이틀째 주 52시간 단축 근무를 이어간다. 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의대 교수들과 개원의들은 이날로 이틀째 단축 진료를 이어간다. 20개 의대의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모인 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이달부터 외래와 수술을 조정하는 등 근무를 줄이기로 지난달 30일 의결했다. 다른 의대 교수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도 근무 시간 단축과 함께 이달부터 응급환자 치료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의협 비대위 역시 지난달 31일 주 40시간 '준법 진료'를 하겠다며 진료 축소 동참을 선언했다. 주요 대학병원에 이어 집 근처 병의원까지 진료를 줄이기로 해 우려가 컸지만, 다행히 아직 뚜렷한 진료 축소는 이뤄지지 않은 모습이다. 일부 의대 교수들이 근무 축소에 나섰지만, 지난주 대비 주요 대학병원 가동률은 큰 변동을 보이지 않았다. 의료계에 따르면 전날 오후 1시 기준 '주요 대학병원 평균 가동률'은 1주 전보다 0.1%포인트 감소했으며, 직전일 대비 평균 가동률은 4.6%포인트 증가했다. 개원의들도 진료 축소에 대체로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기도·부산시·강원도·울산시·전북도 의사회 등은 “동네 개원의들이 개별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며, 집단행동에 동참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적이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정부에 대한 의사단체들의 강경한 태도는 앞으로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약 50분간의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의사 확충의 필요성을 강조한 직후에도 의료 현장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의협 비대위는 '2천명'이라는 의대 증원 숫자에 대한 후퇴 없이는 협상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비대위는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담화문에서 보면 숫자에 대한 후퇴는 없었다고 생각한다"며 “숫자를 정해놓은 상태로 여러 단체가 모여서 협의 내지는 여러 가지 의논을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일축했다. 익명을 요구한 필수의료 분야 수도권 소재 대형병원 교수는 “이제 전공의 복귀, 의대생 유급 사태의 해결은 수습이 어려워졌다"며 “한국 의료는 향후 몇 년간 회복이 어려울 정도로 황폐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응급 상황에서 야간이나 휴일에는 그야말로 아비규환이 될 것"이라며 “정권이, 정치가 민생과 의료, 그리고 경제를 망치는 대표적 흑역사로 세계 역사에 오래 회자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공의들 역시 꿈쩍하지 않고 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은 대통령 담화에 대한 견해를 묻자 “특별한 입장이 없다"고 짧게 답했다. 전공의로 첫발을 내디딜 예정이었지만 최근 의정 갈등 속에서 임용을 거부한 인턴들은 이날 상반기 수련을 위한 임용 등록이 끝난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브리핑에서 “올해 인턴으로 합격한 분들의 경우 4월 2일까지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임용 등록할 것을 안내한 바 있다"며 “이 기간까지 임용 등록이 되지 못하면 올해 상반기 인턴 수련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경우 9월부터 시작하는 하반기에 인턴 수련을 시작하거나 (그게 안 되면) 내년 3월에 인턴 수련을 시작해야 한다"며 “더 늦기 전에 의료 현장으로 돌아와 환자의 곁을 지켜주시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의협 “대통령 담화문 기존과 같아…‘2000명’ 후퇴 없인 협의 없어”

대한의사협회(의협)는 1일 정부의 의료개혁에 관한 대통령 담화문에 대해 “정부의 이전 발표 내용과 다른 점을 찾아볼 수 없다"며 실망스럽다고 평가했다. 김성근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1일 서울 용산 의협회관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12만 의사들은 현재 의정 대치 상황이 해결될 수 있는 실마리가 제시될 것으로 생각하고 (대통령) 발표를 지켜봤지만, 이전의 정부 발표와 다른 점을 찾아볼 수 없었다"며 “많은 기대를 했던 만큼 더 많이 실망하게 된 담화문이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은) 의대 증원에 대해 의료계와 많은 논의를 했다고 했으나, 그 내용을 살펴보면 의료계의 의견은 전혀 들어주지 않은 시간이었다"며 “해법이 아니라고 말씀드린 '의대 증원 2000명' 부분만 반복적으로 언급되고 있어서 답답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담화문에 담긴 여러 내용은 기존에 의협 비대위 발표 등에서 여러 자료를 들어 반박했던 것"이라며 “추가로 반박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발표한 담화를 통해 정부와 의료계 간 갈등의 도화선이 된 '2000명 의대 증원' 등 의료개혁 필요성에 관해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의료계가 증원 규모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려면 집단행동이 아니라, 확실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통일된 안을 정부에 제안해야 마땅하다"며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의사단체는 하루라도 빨리 정부와 함께 테이블에 앉아 무엇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한 길인지 논의에 나서야 한다"며 “국민, 의료계, 정부가 참여하는의료개혁을 위한 사회적 협의체 구성도 좋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협 비대위는 '2000명'이라는 의대 증원 숫자에 대한 후퇴 없이는 협상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은 “오늘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담화문에서 보면 숫자에 대한 후퇴는 없었다고 생각한다"며 숫자를 정해놓은 상태로 여러 단체가 모여서 협의 내지는 여러 가지 의논을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또 "의료계에서 단일한 의대 정원 안을 만드는 과정은 굉장히 지난할 것“이라며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의 제안에 이를 위한 기구 설치가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말했다. 전공의 단체인 대전협은 지난달 20일 성명에서 정부에 7대 요구를 제안하면서 '과학적인 의사 수급 추계를 위한 기구를 설치하고 증원과 감원을 같이 논의하라'고 밝혔다. 의협 비대위는 '총파업' 등 단체행동 개시에는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의료계가 총파업을 하는 일은 앞으로 안 생겼으면 좋겠다고 계속 말씀드렸다며 “만약 단체행동에 들어가게 된다면 전 회원 투표로 방법과 시기를 결정한다고 말씀드렸지만, 아직 그럴 시기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임현택 차기 의협 회장 당선인이 전공의나 의대생이 한명이라도 다치면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했다"며 “그러한 상황이 벌어지면 당선인과 같이 보조를 맞출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협 비대위는 정부 방침에 대한 항의 표시로 이날부터 일부 개원의들이 근무 시간을 주 40시간으로 제한하는 '준법진료'에 나선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오늘부터 병원 몇군데가 '주 40시간' 진료를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의협이 이를 점검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날 의협 회관에는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이 모여 의사들에게 환자 곁으로 돌아와달라고 호소했다. 한국파독광부간호사간호조무사연합회는 “파독 광부들은 지하 1천미터 막장에서 얻은 질병, 진폐, 규폐, 청각장애 등으로 죽을 수밖에 없었고 지금도 죽어간다"며 “의협은 환자를 담보로 협박하지 말고 환자 곁으로 즉시 복귀하라"고 촉구했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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