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전공의 사직서 9천명 육박…“오늘부터 비대면진료 전면 허용”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의료계 혼란을 막기 위해 정부가 비대면진료를 전면 허용하기로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3일 의사 집단행동 대응을 위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 모두발언에서 “오늘부터 비대면 진료를 전면 확대해 국민께서 일반진료를 더 편하게 받으실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비대면 진료는 현재 '의원급' 의료기관과 '재진' 환자를 중심으로 하되, 예외적으로 의료취약지나 휴일·야간에는 초진부터 허용되고 있다.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는 극히 일부만 가능하다. 비대면 진료가 전면 확대되면서 의료취약지가 아닌 곳이나, 초진이라도 평일에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동안은 의료취약지인 경우, 혹은 주말이나 공휴일에만 초진 환자의 비대면 진료가 가능했다. 병원급 이상의 비대면 진료도 대폭 확대된다. 이전에는 병원급 이상에서는 재진 환자 중 병원급 진료가 불가피한 희귀질환자(1년 이내), 수술·치료 후 지속적인 관리(30일 이내)가 필요한 환자만 비대면 진료가 허용될 정도로 엄격히 제한됐다. 다만 대상은 중증이나 응급 환자가 아닌 '일반 환자'로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지난 19일 브리핑에서 “의사 집단행동이 장기화하면 비대면 진료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면서 “상급종합병원에서 중증이나 응급 환자를 대상으로 비대면 진료를 하겠다는 건 아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비대면 진료의 확대는 전공의 집단 이탈로 의료 공백이 발생한 상황에서 '경증환자'를 비대면 진료로 흡수해 중증·응급환자에 대한 대응을 강화한다는 의미가 있다. 대형 수련병원에서 전공의들이 대거 업무를 중단하면서 상대적으로 위중도가 낮은 환자들은 종합병원 등 2차 병원으로 몰려들고 있다. 중대본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 기준 주요 94개 병원에서 소속 전공의의 약 78.5%인 8897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이 낸 사직서는 수리되지 않았다. 사직서 제출 후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는 69.4%인 7863명으로 확인됐다. 또 22일 오후 6시 기준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 새로 접수된 피해사례는 총 40건이다. 수술 지연이 27건, 진료 거절이 6건, 진료예약 취소가 4건, 입원 지연이 3건이다. 기존에 접수된 149건과 합치면 환자 피해사례는 지금까지 모두 189건이 접수됐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선배의사의 걱정 “행정처분 예상…떠나고 싶으면 정상절차 밟아야”

전공의들의 집단사직과 관련해 한 선배 의사가 성급한 행동이었다며 피해가 우려된다고 걱정했다. 권용진 서울대학교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는 2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전공의 선생님들께'로 시작하는 글에서 '결정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으므로 진정으로 투쟁하고 싶다면 병원으로 돌아와 대안을 갖고 정부와 대화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권 교수는 일반의이자 '의료법학'을 전공한 법학박사로, 2000년 의약분업에 반발하는 의협 의권쟁취투쟁위원회(의쟁투) 총괄간사를 맡았고, 이후 의협 대변인도 지냈다. 그는 정부가 이날 오전 8시를 기해 보건의료재난 경보단계를 위기 최고단계인 '심각'으로 끌어올리면서 행정처분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그는 “위기단계 격상은 정부가 상당한 수준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근거가 되므로 강력한 행정처분을 빠르게 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것은 협박이 아니고 단지 사실일 뿐이고, 여러분 중 상당수가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젊은 의사들의 미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권 교수는 “행정처분은 기록에 남아 향후 의업을 그만둘 때까지 따라다니게 된다"며 “우리나라 의사 면허를 가지고 해외에 취업하려는 경우 서류에 '의료법에 의한 행정처분'이 남아 치명적인 제약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20여년간 의료계 투쟁에 앞장섰다는 분들은 형사처벌은 받았지만, 김재정 회장과 한광수 회장 두 분을 제외하고 의료업에 대한 제한은 받지 않았었던 것으로 기억된다"고 했다. 국내 법체계상 사직이 인정돼도 '의료법'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달리 '헌법 제36조 제3항'에 국가의 보건 책무를 명시하고 있는 국가"라며 “명시적 조문이 없다면 업무개시명령이 국가가 의사들의 직업선택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위헌소송에서 승소 가능성이 높겠지만, 이 조항 때문에 이길 확률은 낮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근로기준법·민법상 해석'으로도 불리한 상황일 수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달라는 당부도 했다. 그는 “정상적인 절차를 밟지 않고 사직서 제출 후 바로 병원에서 나갔다는 점이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다"며 “단순한 사직으로 해석되기보다, 목적을 위한 행위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아 의료법상 행정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본인의 경험을 들어 의료계 선배들이 무언가 해줄 것을 기대하지 말라고도 했다. 권 교수는 “노무현 정부 시절 의협 상근이사로 일할 당시 시위를 주도했다가 교육부로부터 고발당해 벌금형을 받았으나, 의협에서 받은 건 소송 비용과 벌금을 내준 게 전부"라며 “의료계 선배들이 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으므로 여러분 스스로 결정하고 피해도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선배 의사이자 교수로서 현 상황을 안타깝게 보면서도, 의사라는 전문성을 고려할 때 무한한 개인으로 인정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며 '직업적 윤리'도 한 번쯤 생각해달라고 했다. 그는 “의사로서 전문성에 대한 법적·사회적 처우는 면허를 받은 개인의 행동을 무한적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여러분이 사직서를 제출하자마자 병원을 떠난 것은 의협의 의사윤리 지침에도 있는 '숭고한 사명의 수행을 삶의 본분으로 삼고 있는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러분이 환자 곁을 떠나는 것을 부추기거나 격려했다면 그분들은 여러분을 앞세워 '대리 싸움'을 시키고 있는 비겁한 사람일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현 상황은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은 상태인 만큼 '근무지 무단이탈'에 해당할 수 있다며 거듭 우려를 표했다. 권 교수는 “의업을 포기한다면 여러분의 선택이겠지만, 계속 의업에 종사하고 싶다면 최소한 의사로서 직업윤리와 전공의로서 스승에 대한 예의, 근로자로서 의무 등을 고려할 때 여러분의 행동은 성급했다"며 “성급한 행동으로 여러분 개인에게 큰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점도 걱정스럽다"고 했다. 이어 “진정으로 의업을 그만두고 싶다면 병원으로 돌아와 일을 마무리하고 정상적인 퇴직 절차를 밟고 병원을 떠나시기를 바란다"며 “투쟁하고 싶다면 병원으로 돌아와 내용을 깊이 있게 파악하고, 정부가 고민하는 국가의 문제들에 대한 더 나은 정책 대안을 갖고 정부와 대화하시기를 바란다"고 조언했다. 그는 “제 판단으로는 정부의 조치가 급박한 것으로 보인다"며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여러분의 몫이지만, 여러분의 피해가 우려되는 마지막 의사 결정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원전 주민·대학생·유관기관 “고준위 특별법 즉시 제정하라” 600여명 모여 촉구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고준위 특별법)'의 폐기 시한이 임박한 가운데 법안 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강해지고 있다.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는 23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고준위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한 범국민대회'(범국민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경주·기장·영광·울주·울진 등 원전지역 주민을 비롯해 카이스트 등을 포함한 8개 대학 학생들이 참여했다. 한국원자력산업협회와 한국 전력기술, 한국원자력연구원, 대우건설, 현대건설 등 산·학·연 유관기관도 참석했다. 여기에 최남호 산업부 2차관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회 여당 간사를 맡은 김성원 의원을 비롯해 법안 대표발의자인 이인선·김영식 의원, 원전을 지역구에 둔 김석기(경주)·정동만(기장)·서범수(울주) 의원도 자리했다. 총 참석자 규모는 600여 명이다.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은 이날 행사에서 “남은 2월 임시국회 기간 중 고준위 특별법의 산중위 통과를 위해선 국회의 협력이 절실하다"라며“정부도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특별법 제정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조속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40년 이상 고준위 방폐물을 원전 내에 두고 있는 주민들의 고통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고준위 연구·개발(R&D) 전문가들은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법적 근거인 고준위 특별법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국가적 난제 해결을 위한 국회의 의지를 국민에게 보여달라“고 강조했다. 원자력산업협회를 비롯해 원자력 및 방사성폐기물 관련 업계도 성명을 통해 "원전산업 활성화와 수출경쟁력 강화를 통한 해외 진출 확대를 위해 21대 국회가 협치와 합의의 정신으로 고준위 특별법을 제정해달라“고 촉구했다. 8개 대학 학생들도 미래세대를 대표해 "고준위 방폐물 관리 책임을 미래세대에 전가하지 않도록 현세대의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석자들은 정치 논리를 떠나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진정 국민이 원하고 국민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마무리하여 줄 것을 국회에 촉구하는 공동건의문 채택에 합의했다. 고준위 특별법은 원전 가동 과정에서 나오는 방사선 폐기물을 저장하는 고준위 방폐장 마련을 골자로 한다. 현재 이 법안은 여야의 의견 충돌로 인해 통과가 지연되고 있다. 여당은 고준위 방폐장 수용용량을 원전 '운영기간 발생량'으로, 야당은 '설계수명 기간 발생량'으로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당이 방폐장 저장용량을 원전이 예측한 수명보다 더 돌아갈 것을 대비해 충분히 확보하자는 입장인 반면 야당은 원전을 정해진 수명까지만 운영하도록 방폐장을 건설하자는 것이다. 법안은 처리 시한이 임박한 상태다. 사실상 제21대 국회의 마지막 회기인 이번 임시회에서 통과되지 못할 경우, 다음 국회 시작 전까지 계류돼 있는 법안들은 모두 삭제 처리한다는 규칙에 따라 자동 폐기 수순을 밟게 된다. 이번 임시회는 6일 뒤인 오는 29일 종료된다. 한국은 원전을 운영한지 50년이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방사성 폐기물 영구 처분장과 중간 저장시설이 없어 원전 부지에 임시로 저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는 이마저도 한계에 도달해 원전 부지에서 임시로 사용하는 저장시설 마저도 당장 6년 뒤면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 차고 넘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023년 2월 발표한 '사용후 핵연료 발생량·포화 전망 재산정 결과'에 따르면 오는 2030년쯤이면 대부분의 저장시설이 포화된다고 내다 봤다. 산업부가 10차 전기본에 따라 저장시설 포화 시점을 재산정한 결과, 사용후 핵연료 예상 발생량이 지난 2021년 12월 당시 63만5329다발에서 79만3955다발로 1년여사이 15만8626다발 늘어나면서 앞서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가 '9차 전력기본계획'을 전제로 산정한 포화 시점보다도 1∼2년 빨라졌다. 전라남도 영광군 한빛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포화 시점은 오는 2031년에서 2030년으로 1년 빨라졌다. 경상북도 울진군 한울원전은 기존 2032년에서 2031년으로, 경북 경주시에 있는 신월성원전은 애초 2044년에서 2042년으로 당겨지면서 원전 운영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분석된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전공의 집단행동에 커지는 의료공백…보건의료경보 최상위 ‘심각’ 단계로 상향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과 병원 이탈에 환자들의 피해가 확산되고 의사단체들이 총궐기에 나서면서 정부가 보건의료재난 위기경보를 최상위인 '심각'으로 끌어올렸다. 코로나19 감염병 대유행 시기에도 '심각'이 발령된 적은 있지만 보건의료와 관련해 '심각'까지 올라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에 의사들의 반발이 거세지는 동안 환자들과 현장을 지키는 의료진의 '신음'은 깊어지고 있다. 2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2일 오후 10시 기준 주요 94개 병원에서 소속 전공의의 약 78.5%인 8897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들이 낸 사직서는 수리되지 않았다. 사직서 제출 후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는 69.4%인 7863명으로 확인됐다. 이는 기존에 복지부가 집계해오던 100곳의 병원 가운데 자료를 부실하게 제출한 6곳을 제외한 채 집계한 것이다. 이 때문에 9275명(21일 오후 10시 기준)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8024명이 근무지를 이탈했다는 복지부의 전날 집계보다 수치 자체는 줄었다. 다만, 실제로는 집계 대상 병원 수가 줄어든 만큼 전공의 사직 자체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21일 오후 6시 기준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 새로 접수된 피해사례는 총 40건이었다. 수술 지연이 27건, 진료 거절이 6건, 진료예약 취소가 4건, 입원 지연이 3건이다. 기존에 접수된 149건과 합치면 환자 피해사례는 지금까지 모두 189건이 접수됐다. 복지부는 업무개시명령에도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들에 '의사면허 정지'를, 법무부는 집단행동 주동자에 대한 '구속수사' 원칙을 내세우며 압박에 나섰지만 환자 곁을 떠난 전공의 수는 계속 늘고 있다. 선배 의사들의 협의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을 두고 “집단행동이 아니다. 후배들의 자유로운 결정이고, 이를 지지한다"며 힘을 싣고 있다. 정부와 의사단체의 팽팽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환자들은 '의료대란'의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서울시내 주요 대형병원은 전공의들의 대규모 이탈에 따라 전체 수술을 최소 30%에서 50%까지 줄인 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공의 집단행동에 따른 의료공백이 커지고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사단체가 다음달 3일 전국의사총궐기대회를 예고하는 등 국민 건강과 생명에 대한 피해가 커짐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이날 오전 8시를 기해 위기경보 '심각' 단계를 발령했다. 이번 결정은 '보건의료 재난 위기관리 표준매뉴얼'에 따른 것이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을 보면 자연재난 외에도 '코로나19 등 감염병', '보건의료 등 국가 핵심 기반의 마비' 등을 사회재난으로 규정한다.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처음으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며 “보건의료재난 경보단계를 위기 최고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하고 국무총리 주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해 범정부 총력 대응 체계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우선 “모든 공공 의료기관의 평일 진료 시간을 가능한 최대로 연장하고, 주말과 휴일 진료도 확대해 공공의료기관 가동 수준을 최대치로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응급실 24시간 운영체제도 지금처럼 유지한다"며 “중증‧위급환자의 이송과 전원을 컨트롤하는 광역응급상황실을 3월초 4개 권역에 신규로 개소헤 응급환자가 골든타임내 치료받을 수 있도록 집중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또 “병원에서 임시 의료인력을 추가 채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중증‧응급환자 최종치료시 수가를 2배로 대폭 확대했으며 관련 규제를 완화해 병원 인력의 탄력적 운영이 가능토록 하겠다"고 말헸다. 아울러 “보훈부, 고용부, 국방부, 지자체 등 소관 병원이 있는 기관에서도 외부 의사나 시니어 의사 선생님 등의 대체 의사를 임시로 채용하는 등, 의료 공백에 총력 대응해 달라"며 “재정은 정부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정부는 오늘부터 비대면 진료를 전면 확대하여 국민들께서 일반 진료를 더 편하게 받으실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며 “비교적 병증이 가벼우신 분들은 정상 운영되는 가까운 병의원을 이용해 주시고, 지자체에서도 환자들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충분히 안내해 달라"고 당부했다. 각 병원은 전공의의 빈 자리를 전임의와 교수 등을 동원해 채우고 있다. 야간 당직 등에 교수를 배치하고 있지만 상황이 길어지면 버티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전공의 집단사직 5일째…9천여명 사직서 제출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닷새째 이어지면서 환자들과 현장을 지키는 의료진의 '신음'은 깊어지고 있다. 23일 정부에 따르면 전체 전공의 대부분이 근무하는 주요 100개 수련병원에서 지난 21일까지 927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전체 전공의 규모가 1만3000명이므로, 10명 중 7명 이상이 사직서를 낸 셈이다. 이들 100개 병원에서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는 8024명으로, 하루 전보다 211명 늘었다. 보건복지부는 업무개시명령에도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들에 '의사면허 정지'를, 법무부는 집단행동 주동자에 대한 '구속수사' 원칙을 내세우며 압박에 나섰지만, 환자 곁을 떠난 전공의 수는 계속 늘고 있다. 선배 의사들의 협의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을 두고 “집단행동이 아니다. 후배들의 자유로운 결정이고, 이를 지지한다"며 힘을 싣고 있다. 정부와 의사단체의 팽팽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환자들은 '의료대란'의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서울시내 주요 대형병원은 전공의들의 대규모 이탈에 따라 전체 수술을 최소 30%에서 50%까지 줄인 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각 병원은 전공의의 빈 자리를 전임의와 교수 등을 동원해 채우고 있다. 야간 당직 등에 교수를 배치하고 있지만, 상황이 길어지면 버티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빅5' 병원의 한 관계자는 연합뉴스를 통해 “앞으로 일주일에서 열흘이 고비가 될 수 있다"며 “그 이후부터는 걷잡을 수 없이 힘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직장암 3기로 지난해 세브란스병원에서 수술받았으나, 항암 치료가 종료된 지 두 달 만에 간으로 암으로 전이돼 수술을 앞두고 있었다는 한 환자는 “지난 20일 입원, 21일 수술 예정이었는데 취소됐다"며 “시기를 놓쳐서 간 이식으로 넘어갈까 봐 너무 두렵고 무섭다"고 했다. 지방에서는 치료받을 수 있는 응급실을 찾지 못해 수백㎞를 떠돈 환자 사례도 나왔다. 강원도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21일 오전 11시 30분께 당뇨를 앓는 60대 A씨가 오른쪽 다리에 심각한 괴사가 일어나 119에 도움을 요청했는데, 전공의 부재로 수술이 어렵다며 병원 측이 이송을 권유하자 길거리를 떠돌다 3시간 30분 만에 치료받은 사례가 있었다. 현장에 남은 의료진도 업무 과중에 시달린다. 광주 전남대병원의 한 의료진은 “병원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전공의가 해온 유치 도뇨관(소변줄) 삽입 업무를 하게 된 남성 간호사도 있다"며 “추가 근무야 당연지사고, 점심 먹을 시간도 촉박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의료진은 “가장 좋은 (해결) 방법은 정부와의 정책 갈등을 줄이고, 전공의들이 하루빨리 업무에 복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국민의 힘, 청년 기준 39세 상향…공공주택 대량 신규 공급

국민의힘은 22일 현행법상 19세 이상 34세 이하로 설정된 청년 연령 기준을 39세까지 올리겠다고 밝혔다. 청년도약계좌, 내집마련 사업 등 각종 맞춤형 정책의 혜택 대상을 확대함으로써 더 많은 '청년층'의 주거·결혼비용 등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구로구 오류동 행복주택단지를 찾아 이 같은 내용의 '청년 모두 행복 2호' 공약을 발표했다. 우선 2020년 제정된 청년기본법을 개정해 매년 1년씩 5년에 걸쳐 39세까지 연령기준을 상향하기로 했다. 건강 수준의 변화, 인구 고령화, 만혼 추이 등을 고려하면 청년을 위한 자산형성·주거지원 사업 대상도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국민의힘은 설명했다. 여기에 청년·신혼·출산가구를 위한 공공주택을 대량으로 신규 공급하겠다고 공약했다. 국민의힘이 총선 공약으로 내놓은 도심 철도 지하화·재개발 사업 등을 통해 확보된 부지를 최우선으로 활용하고, GTX 역세권 개발 과정에서 상향된 용적률 일부를 공공분양 주택 등으로 공공기여하겠다는 것이다. 지방 광역권은 개발제한구역 입지규제 개선을 통해 일자리 연계 청년·신혼·출산가구 주택을 공급하기로 했다. 광역권별로 1곳 이상의 공공주택지구와 기회발전특구 등 첨단산업단지를 연계해 지정하는 '친환경 컴팩트시티' 방안, 지자체 주도로 공공개발과 규제 프리존 정책을 융복합한 이른바 '지방형 판교 모델' 구현 방안 등을 제시했다. 주거 안정을 위한 자금 마련 지원도 약속했다. 저금리 정책 금융 상품인 디딤돌(주택 구입 대출), 버팀목(전세자금 대출) 사업에 예비부부와 결혼 후 1년 이내 신혼부부를 위한 특례를 신설,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부부합산 소득 기준을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디딤돌 대출의 부부합산 소득기준은 현행 8500만원에서 1억2000만원으로, 버팀목 대출은 7500만원에서 1억원으로 각각 확대한다. 국민의힘은 또 이른바 '스·드·메'(스튜디오 촬영·드레스·메이크업의 줄임말) 등 예식 비용의 소비자 보호 장치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결혼준비대행서비스 표준약관을 도입하고 웨딩 패키지 세부 가격을 공개하도록 하는 한편, 소비자 보호를 위한 보증보험제도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전공의 집단행동, 정부 ‘엄포’·여론 ‘냉담’에도 확산…환자 피해는 갈수록 늘어

의과대학 증원 정책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단체행동인 집단사직이 정부의 엄포와 냉담한 여론에도 확산되고 있다. 필수의료의 핵심을 맡는 전공의들이 병원 현장을 떠나면서 수술이 지연되는 등 환자들의 피해는 갈수록 늘어만 가고 있다. 2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후 10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소속 전공의의 74.4%인 927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들 100개 병원에는 전체 전공의 1만3000여명의 약 95%가 근무한다. 근무지 이탈자는 소속 전공의의 64.4%인 8024명으로 하루 전보다 211명 늘었다. 복지부는 현장점검에서 근무지 이탈이 확인된 전공의 6038명 중 이미 업무개시명령을 받은 5230명을 제외한 808명의 전공의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했다.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 센터에 신규로 접수된 환자 피해사례는 21일 오후 6시 기준 57건이었다. 수술 지연이 44건, 진료거절이 6건, 진료예약 취소가 5건, 입원 지연이 2건이다. 기존에 접수된 92건과 합치면 환자 피해사례는 모두 149건에 달한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전공의 단체가 성명서를 통해 제안한 '열악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한 구체적인 법적 대책 제시' 등 요구 조건의 많은 부분을 수용할 수 있으니 정부와의 대화에 참여해 의견을 제시해달라"고 말했다. 의대 증원에 반발해 전국 의대생이 동맹휴학을 결의한 가운데 전체 휴학 신청은 1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지난 19일 1133명, 20일 7620명에 이어 사흘간 총 34개 의대에서 1만1778명이 휴학을 신청한 것이다. 작년 4월 기준 전국 의과대학 재학생 1만8793명 가운데 62.7%가 휴학 신청을 했다. 사흘간 휴학이 승인된 경우는 입대, 유급, 건강 등 정부 정책과 상관없는 44건에 그친다. 나머지는 동맹휴학을 위해 휴학계를 제출한 것으로 여겨진다. 휴학계를 제출했다 철회한 뒤 다시 제출하는 등 중복 인원을 고려하더라도 1만명가량이 집단 휴학에 동참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대통령실은 홈페이지 '사실은 이렇습니다' 코너에 올린 '의료개혁에 대한 오해와 진실 Q&A'를 통해 반박했다. 대통령실이 네거티브 대응 등을 위해 개설한 '사실은 이렇습니다' 코너에 게시물을 올린 것은 작년 10월 10일 '순방외교 국익 효과' 관련 글 이후 5개월 만이다.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한 전공의 집단사직과 병원 이탈이 사흘째 이어지자 대통령실도 전방위적인 여론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대한의사협회와 공식 소통 채널을 구성해 28차례 논의를 진행했다"며 “또 의료계를 비롯해 전문가, 소비자 단체 등 사회 각계각층과 다양한 방식으로 130차례 이상 소통했다"고 알렸다. 정부가 지난달 15일 의협에 의대 정원 증원 규모에 대한 의견을 요청했으나 의협이 끝까지 응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 밖에도 △의대 정원 증원 규모는 과하다 △의대정원 2000명 증원으로 의학교육 질이 하락한다 △의사 수가 증가해도 지역·필수 의료로 안 간다 △의사 수가 늘면 의료비 부담이 증가한다 등 의협 측 주요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특히 의대 증원이 지역·필수 의료 재건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일각의 주장엔 “지역에서 교육받으면 지역 의사로 성장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의사가 증가해도 의료비 부담은 늘지 않았다"며 “지난 10년간 의사 수, 진료비 증가율 상관관 관계를 분석한 결과 미미했다"고 주장했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전공의 70% 사직서…사흘째 의료대란 속 환자 피해 ‘눈덩이’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 정부와 의사 간 갈등 격화로 환자들의 피해는 갈수록 커지는 실정이다. 22일 정부에 따르면 전체 전공의 대부분이 근무하는 주요 100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20일 밤까지 전공의 8816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전체 전공의 1만3000여명의 70% 가까이 차지하는 수치다. 특히 7813명은 실제로 가운을 벗어 던지고 결근한 것으로 집계됐다. 보건복지부는 지금까지 전공의 6228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렸고, 3377명은 소속 수련병원으로부터 명령 불이행 확인서를 받았다.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20일 긴급 대의원총회에서 ▲ 의대 증원 계획 전면 백지화 ▲ 업무개시명령 전면 폐지 ▲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향후 집단행동 계획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정부가 받아들일 가능성이 작은 요구 사항들을 제시한 만큼 전공의들의 사직 및 병원 이탈은 계속될 전망이다. 선배 의사들의 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도 “국민의 생명권은 당연히 소중하지만, 의사의 직업 선택 자유 역시 국민의 기본권으로서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며 전공의들의 움직임에 힘을 실었다. 정부 역시 원칙대로 법을 집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양측의 갈등은 쉽게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법무부, 행정안전부, 대검찰청, 경찰청은 전날 '의료계 집단행동 대책 회의'를 열고 업무개시명령에도 복귀하지 않고 집단행동을 주도하는 주동자와 배후 세력에 대해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정상 진료나 진료 복귀를 방해하는 행위도 엄중히 처벌하기로 했다. 환자 피해는 갈수록 늘고 있다. 특히 수술 일정에 막대한 차질이 생기고 있다. 병원들은 응급과 위중증 환자 위주로 수술하면서 급하지 않은 진료와 수술은 최대한 미루고 있다. 하루 200∼220건을 수술하는 삼성서울병원은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이 시작된 19일 전체 수술의 10%, 20일에는 30%, 전날에는 40%를 연기했다. 세브란스병원과 강남세브란스는 수술을 아예 '절반'으로 줄였다. 대다수 전공의가 현장을 떠난 데 따라 정상적인 수술실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서울성모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역시 수술을 30%가량 축소했다. '의료공백' 사태가 종합병원만이 아닌 일반 병원급까지 확산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강원 원주의 한 병원은 최근 입원환자와 보호자에게 '응급상황 발생 시 상급병원 전원이 어려울 수 있어 사망, 건강 악화 등 환자 상태 변화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서약서를 받고 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집단행동으로는 국민으로부터 어떠한 공감과 지지도 얻을 수 없다"며 “전공의들께서는 환자 곁으로 즉시 복귀하시고, 정부와의 대화에 참여해달라"고 호소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의사 집단행동 처벌, 어디까지 가능하나…면허정지·형사기소 기준 ‘엄격’

정부가 의과대학 입학 정원 증원 방침에 반발해 전공의 등 의사단체들의 불법 집단행동을 주도하는 이들에 대해 원칙적으로 구속수사를 하는 등 엄정 대응하겠다고 21일 밝혔다. 그러나 그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특히 전공의들의 집단 사표 제출 관련 정부가 처벌할 수 있는 지에 대해서도 분명치 분명치 않다는 것이다. 정부가 전공들의 집단행동에 대해 어디까지 처벌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정부는 전공의들의 정당한 개별 사직서 제출에 대해선 직접적으로 처벌할 수 없다. 다만 집단 사직서 제출의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의료행위를 방해하는 등의 집단행동 형태를 띨 경우 처벌이 가능하다는 게 법률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부는 현재 행정처분과 민·형사 처벌 등 두 갈래 방식으로 엄정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이같은 입장에 따라 각각 단계적 절차를 예고하고 그 수순을 밟고 있다. 행정처분의 경우 우선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면 정부의 인가를 받고 운영되는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정당한 개인적 사유를 제외하고 소속 전공의의 사직서를 수리하지 말도록 압박하고 있다. 전공의가 수련병원의 사직서 수리 거부에도 병원을 이탈하면 정부는 현장 점검 등을 거쳐 해당 전공의에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뒤 그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의사 면허 등 자격정지 등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다. 민·형사 처벌은 현행 의료법상 면허정지와 함께 의료 차질 등 명백한 피해를 초래할 경우 가능하다. 정부가 불법 집단행동의 주동자를 찾아 원칙적으로 구속수사한 뒤 형사 처벌을 하고 민사상 책임도 묻겠다고 한 것은 바로 이같은 근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집단 휴업해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면 보건복지부 장관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이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업무개시명령을 할 수 있고 이 명령을 위반한 의료인에 대해서는 1년 이하 자격정지 또는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무부, 행정안전부, 대검찰청, 경찰청은 이날 오후 의료계 집단행동 대책회의를 진행한 뒤 공동브리핑을 했다. 정부는 이 브리핑을 통해 우선 업무개시명령에도 의료현장에 복귀하지 않고 집단행동을 주도하는 주동자 및 배후세력에 대해서는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정상진료나 진료복귀를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엄중히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복귀를 거부하는 개별 전공의도 원칙적으로 정식 기소를 통해 재판에 넘기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불법 집단행동에 일시 가담했더라도 조기에 현장에 복귀하면 그 사정을 충분히 반영해 사건을 처분할 것이라고 정부는 설명했다. 만약 불법적인 집단행동으로 환자의 생명과 건강이 훼손되는 결과가 실제 발생한다면 이에 대해서는 가장 높은 수준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정부는 집단행동을 방지하고 수습할 책무를 방기해 의료 시스템의 공백을 초래하는 의료기관 운영 책임자들에 대해서도 그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묻기로 했다. 전공의에 대해 먼허 정지 등 행정처분을 하고 민·형사 첵임을 묻기에 앞서 절차상의 정당성도 논란이 될 수 있다. 전공의들의 근무지 이탈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전공의들에 제대로 전달돼 송달 효력이 있는지 여부가 다툼의 중요 변수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의료계에 따르면 전공의들은 SNS를 중심으로 업무개시명령을 피해가기 위해 문자메시지 등을 확인하지 않거나 모르는 전화를 받지 않는 등 정부의 명령서 송달을 받지 않는 방법을 공유하고 있다. 행정명령서를 받지 않고 반송하거나 전자메일을 읽지 않으면 법적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이유다. 그러나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직접 교부받지 않더라도 행정절차법 등 관련 법률에 따라 적법하게 송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전공의들이 전화를 회피하는 방법을 통해 명령서를 송달 받지 않아도 정부가 각 병원을 통해 문자 메시지를 보내면 명령서가 송달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지난 19일 브리핑을 통해 “정부는 모든 가능한 시나리오를 다 검토했고, 법적 효력을 발휘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검토를 마쳤다"고 밝혔다. 업무개시명령은 지난 2022년 7월 추가된 행정절차법 24조 2항에 따라서 본인에게 송달이 돼야 효력이 있다. 행정절차법에 따르면 정부는 공공의 안전 또는 복리를 위하여 긴급히 처분할 필요가 있으면 휴대전화 문자 등으로도 처분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모든 전공의들의 연락처를 확보해, 문자와 우편, 수련부장 통보 등 3가지 방식으로 업무복귀 명령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실상 법적 처벌을 위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전공의들이 지난 2020년 전공의 파업 당시에 정부가 2주만에 백기를 들었던 사례를 반복하려는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지난 2020년 정부는 해당 병원의 수련부장에게 전공의들의 업무복귀 명령을 알린 것으로 알려져 송달 효력에 따른 논란이 될 수도 있을 법 했다. 하지만 당시엔 코로나 펜데믹 상황에서 2주 만에 정부가 물러서고 전공의들에 대한 처벌 의사를 거둬들이면서 일단락이 됐다. 당시 전공의 단체는 전공의들이 업무개시명령서를 송달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 휴대전화를 꺼놓으라는 '블랙아웃' 지침을 내렸다. 그러나 이번에는 개정된 행정절차법에 따라 업무개시명령의 효력이 발생할 것이라는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나온다. 복지부는 주요 수련병원 100곳 중 50곳에 직원을 파견해 현장을 점검하고 업무개시명령에도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에 대해서는 '면허 정지' 등 행정 처분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박 차관은 거듭된 브리핑에서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하면 최고 징역 3년 등의 벌에 처한다"며 “만일 전공의들이 장기간 복귀를 하지 않아서 (병원) 기능에 상당한 마비가 이뤄지고, 실제로 환자 사망 사례 등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면 법정 최고형까지 갈 것“이라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업무복귀명령에도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들을 검찰에 고발한다는 보도에 대해 “업무복귀명령 절차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고발과 행정처분 여부를 검토하려 한다"고 밝혔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전공의 7813명 환자 떠났다…수술 취소 44건 등 피해 속출

전공의 7813명가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정책에 반대하며 환자가 있는 병원을 떠났다. 수술 취소 44건 등 환자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2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일 오후 10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전공의의 71.2%인 8816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들 100개 병원에는 전체 전공의 1만3000여명의 약 95%가 근무한다. 사직서는 모두 수리되지 않았다. 근무지 이탈자는 소속 전공의의 63.1%인 7813명에 달한다. 복지부는 지금까지 전공의 총 6228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렸고 3377명에 대해서는 소속 수련병원으로부터 명령 불이행 확인서를 받았다. 복지부는 주요 수련병원 100곳 중 50곳에 직원을 파견해 현장을 점검하고 업무개시명령에도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에 대해서는 '면허 정지' 등 행정처분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김국일 복지부 비상대응반장은 업무복귀명령에도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들을 검찰에 고발한다는 보도에 대해 “업무복귀명령 절차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고발과 행정처분 여부를 검토하려 한다"고 말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도 “(전공의들이) '대마불사'를 생각하는 거 같은데, 정부는 원칙대로 법을 집행한다는 방침을 처음부터 밝혀왔다"며 “2020년 의사단체 집단행동 때보다 기본 방침을 확고하게 세웠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투쟁 방침을 세우고 모금을 하기로 한 대한의사협회(의협)에는 공문을 보내 모금 중단을 요청했다. 박 차관은 “성금 모금은 불법적인 단체행동을 지원한다는 것이므로 중단을 요청했다"며 “(모금을 이유로) 의협의 설립 취소를 검토하지는 않았고, 다만 공익적 목표에 부합하는 활동을 해달라고 당부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 센터에 신규로 접수된 피해사례는 20일 오후 6시 기준 58건이었다. 주로 일방적인 진료예약 취소, 무기한 수술 연기 등의 내용이었다. 세부적으로 보면 수술 취소 44건, 입원 지연 1건, 진료예약 취소 8건, 진료 거절 5건 등이다. 19일까지 피해 사례 34건을 합치면 92건으로 100건에 육박한다. 복지부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이날 97개 공공의료기관장과 간담회를 열고 비상진료체계 유지를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비상진료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건강보험 수가(酬價) 인상, 각종 평가에서의 불이익 방지 등 지원책을 강구할 계획이다. 모든 공공의료기관은 비상진료대책을 바탕으로 24시간 응급의료체계 운영, 병원 내 인력 조정을 통한 필수의료 진료 기능 유지, 진료시간 확대 등을 추진한다. 박 차관은 “전공의 이탈이 심한 상급종합병원이 중증·응급환자 진료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2∼3주보다 훨씬 더 비상진료체계가 지속 가능하도록 정부가 가능한 모든 수단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공의들에게는 “아직 (면허 정지 등) 처분이 나간 것이 아니므로 지금 복귀하면 모든 것이 정상을 회복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정부의 각종 명령이 의사들에 대한 '겁박'이라는 지적에는 목소리를 높였다. 박 차관은 “(집단 사직 등) 의견 표출도 법이 정한 테두리 안에서 해야 한다"며 “사람 목숨을 가지고 그러면 안 된다. 정부의 명령을 '겁박'이라고 하는데, 정부는 그냥 법을 집행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인들이 현장을 떠나서 환자를 위태롭게 하는 거는 (정부 명령의) 억만 배에 가까운 겁박 아닌가"라며 “왜 인식들이 그런지 정말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