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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런 "미중 디커플링은 재앙…공급망 다양화 추진"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나흘간 중국을 방문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9일 중국과의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이 아닌 공급망 다양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옐런 장관은 이날 베이징의 미국대사관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추진하지 않는다"며 "디커플링과 공급망 다양화는 분명히 구별된다"고 말했다. 옐런 장관은 지난 6일 중국을 방문해 리창 국무원 총리와 허리펑 부총리, 류허 전 부총리, 류쿤 재정부장 등을 잇달아 만났다. 옐런 장관은 "디커플링은 양국에 재앙이 될 것이며, 세계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실행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역동적이고 건강하고 공정하고, 자유롭고, 열린 세계 경제를 추구하며, 다른 나라에 한 쪽의 편을 들도록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옐런 장관은 또 미중간에 중대한 이견이 존재한다며, 양국은 책임있게 관계를 관리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협의가 직접적이고 실질적이고 생산적이었다고 평가했다.그는 이견을 한 번에 해결할 수는 없다면서 중국의 새 경제팀과 내구성 있고 생산적인 대화 채널을 만드는데 이번 방문의 의미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옐런 장관은 미중이 일부 진전을 마련했으며, 건강한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또 이번 방문 기간 중국과 지적재산권 문제와 비(非) 시장적 정책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전했다.9일 중국 베이징의 미국대사관 기자회견에서 발언 중인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사진=AFP/연합)

프리고진은 왜 푸틴 통치 러시아로 돌아갔나…궁금증 분출시키는 수수께끼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지난달 무장반란을 일으켰던 러시아 용병단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러시아로 향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그의 행보 배경에도 관심이 모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6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영국 더타임스 등은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프리고진은 더는 벨라루스에 있지 않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프리고진이 이날 오전까지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었다면서 "지금은 아마 모스크바나 다른 곳으로 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프리고진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합의에 따라 내란 책임을 지지 않는 대신 모스크바 진군을 중단하고 벨라루스로 망명한 바 있다. 그러나 루카센코 대통령 설명은 이런 기존 상황과는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우크라이나 군 정보당국도 프리고진이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체류했던 것으로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일단 러시아 당국은 "프리고진을 추적하고 있지 않다"고 밝히며 짐짓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러시아를 활보하고 있는 프리고진이 누구에게도 구속되지 않는다며 "절대적으로 자유롭다"고 언급했다. 게다가 "푸틴이 악의와 복수심을 품고 내일 프리고진을 죽일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최근까지 중요한 측근이던 그가 당장 살해될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하기까지 했다. 이 또한 무장반란 당시 프리고진을 반역자로 몰아세우던 푸틴 대통령의 비판과 러시아 관영매체의 선동과는 결이 다르다. 다만 루카셴코 대통령은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며 "나중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모른다"고 여지를 남겼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벨라루스에 새 둥지를 트는 것으로 전해진 바그너그룹 용병은 결국 푸틴 정권이 운영하게 될 것이라고도 밝혔다. 그는 바그너 용병이 어디에 배치될 것인지에는 "그들이 벨라루스에 머물지 말지, 머문다면 규모가 어떨지는 조만간 알게 될 것"이라며 "내가 아니라 러시아 리더십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현재 새로 군사시설을 짓고 있지는 않으며, 바그너에게는 과거 소련 시절 사용되던 군사기지 부지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바그너 측이 이를 거절했다며 "바그너는 배치와 관련해 다른 비전을 갖고 있다"고만 덧붙였다. 그는 지난 5일 프리고진과 대화했고 바그너그룹이 "가능한 한 오랜 기간 러시아에 대한 의무를 계속 이행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하지만 ‘의무 이행’이 어떤 것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이에 프리고진과 바그너그룹 병력 움직임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벨라루스가 바그너 용병을 수용할 준비를 하는 것으로 최근 위성사진 상 나타났다고 전했다. 다만 "지금까지는 다수 용병이 벨라루스로 들어간 동향은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쿠데타로 비칠 정도의 위협적인 난을 일으킨 준군사조직 수장이 정부 제지 없이 자유롭게 돌아다닌다는 점은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은 러시아 내에서 프리고진이 푸틴 대통령에 버금가는 여론의 지지를 받는다는 점을 들어 내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했다. 더타임스는 "프리고진이 벨라루스를 떠난 것이 사실이라면, 러시아 땅을 밟는 한 걸음 한 걸음이 푸틴 대통령에게 모욕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반란을 일으킨 프리고진이 벨라루스로 망명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푸틴 대통령의 취약점을 드러낸 셈이 됐다고 짚었다. 다만 개인 소유의 거대한 미디어 그룹을 거느리며 대규모 선전전에 능숙한 모습을 보이던 프리고진이 일주일 동안 공개 발언에 나서지 않은 점은 의아하다. 더타임스는 이에 "크렘린궁이 그럴 추적하지 않는다고 밝힌 것은, 그럴 필요가 없다는 뜻일 수도 있다"며 "프리고진이 이미 죽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반면 CNN 방송은 지난 5일 프리고진이 러시아 당국에 압수당했던 1억 1000만달러(약 1400억원) 상당의 자산을 돌려받았다는 현지 언론 보도를 가리켜 "수수께끼에 또 다른 층위가 더해진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 방송은 "감옥에 가게 될지, 관으로 들어갈지, 프리고진의 앞날은 아직 불확실하다"며 "향후 푸틴이 국내 소란 상황을 가라앉히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쌓여 있고, 막후 싸움이 더욱 치열하게 진행되리라는 점만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hg3to8@ekn.kr제목을-입력해주세요_-001 - 2023-06-27T091212.846 예브게니 프리고진 바그너그룹 수장(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AP/연합뉴스

전쟁 중 푸틴 앞마당 휘젓는 프리고진...우크라이나 "러시아 내전 직전"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지난달 러시아 반란 사태를 일으켰다가 벨라루스로 향했던 용병단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다시 러시아 주요 도시로 향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당장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는 푸틴에 맞선 지지를 받는 프리고진이 러시아 내전을 촉발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다수 외신을 인용한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프리고진은 더는 벨라루스에 있지 않다"면서 "아마도 오늘 그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모스크바나 다른 곳으로 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바그너 용병들의 소재와 관련해서는 "내가 아는 한 그들의 캠프에 있다"며 "이 캠프는 용병들이 우크라이나 바흐무트에서 철수한 뒤 치료와 정비 등을 하기 위해 머물던 곳"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구체적인 위치는 거론하지 않았다. 일부 언론은 러시아로 돌아간 프리고진이 무장 반란 당시 압수당한 현금과 금괴를 되찾았다는 관측도 나왔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현지 독립언론 ‘폰탄카’ 보도를 인용, 러시아 당국이 지난 2일 프리고진 측에 현금 1억 달러가량과 금괴 5개 등 1억 1000만 달러(약 1400억원) 상당 자산을 돌려줬다고 보도했다. 폰탄카는 애초 수사관들이 이 자산을 프리고진에게 돌려주는 걸 원치 않았으나 "더 큰 권력이 개입했다"고 전했다. 프리고진이 최근 며칠 사이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목격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프리고진 개인 제트기가 벨라루스와 모스크바를 오가는 모습이 목격됐다며 "맞춤형 권총 등 무기를 수집하기 위해 러시아로 돌아간 것"이라고 보도했다. 전날 저녁 프리고진 소유 사륜구동 차량이 상트페테르부르크 중심부 수사관 사무실에 정차한 모습, 프리고진과 그 참모진들이 무기를 차에 싣는 모습도 목격된 것으로 전해졌다. 텔레그래프는 불과 얼마 전만 해도 모스크바를 점령하겠다고 위협했던 프리고진에게 러시아 정부가 현금과 무기를 돌려주기로 한 깜짝 결정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웃음거리로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이 가운데 우크라이나 군 정보수장은 러시아 내부 정보를 입수했다며 내전 발생 가능성을 제기했다. 더 타임스 인터뷰에 나선 키릴로 부다노우(37) 우크라이나 국방부 군사정보국장은 영국 일간 더 타임스 인터뷰에서 프리고진에 대한 심상치 않은 대중 지지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러시아에서 내전이 발생할 시기가 됐다"고 확신했다. 그는 그 근거로 러시아 메시지 애플리케이션과 소셜미디어 등을 들여다보는 스파이웨어로 여론을 분석한 러시아 내무부 보고서를 들었다. 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프리고진이 바그너그룹 용병들을 이끌고 무장 반란을 일으킨 지난달 24일과 25일 러시아 46개 주(州) 중 17개 주에서 프리고진을 지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푸틴 대통령을 지지하는 주는 21개였다. 나머지 지역에서는 프리고진과 푸틴 대통령 지지율이 서로 비슷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다노우 국장은 이 조사 결과가 "러시아 사회가 두 개로 분열됐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하나의 작은 내부 ‘사건’이 발생하면 더욱 심한 내부 갈등이 불거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부다노우 국장은 프리고진과 우크라이나가 협력할 가능성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프리고진을 실제로 만난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 "우리는 여러 아프리카 국가에서 만났다"며 "‘만났다’는 말에는 많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유출된 미국 정보당국 기밀문서에는 프리고진이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과 접촉했다는 내용이 있었다. 우크라이나군이 바흐무트에서 철수한다면 그 대가로 러시아군의 위치 정보를 넘기겠다고 프리고진이 제안했다는 것이다. 한 기밀문서에는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 요원과 프리고진이 어느 아프리카 국가에서 만났다고 언급돼 있었다. 다만 프리고진을 품었던 벨라루스의 루카셴코 대통령은 바그너 용병들이 "러시아에 대항해 무기를 들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면서 "사방에서 겁을 주지만 벨라루스에 위험이 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전했다. hg3to8@ekn.kr제목을-입력해주세요_-001 - 2023-06-27T091212.846 예브게니 프리고진 바그너그룹 수장(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AP/연합뉴스

中 수출통제에 美 "단호히 반대"…미중 갈등 속 옐런 방중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중국이 반도체 원료재료인 갈륨·게르마늄에 대한 수출을 제한하기로 한 가운데 미국이 강력 반발했다. 이런 와중에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6일부터 9일까지 중국을 방문해 양국 경제·무역 관계와 국제 경제 현안들을 논의한다. 미중 간 반도체 패권 경쟁이 격화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옐런 장관의 방중으로 양국 갈등이 해소될 실마리가 마련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5일(현지시간) 중국의 수출 제한 방침에 대해 "단호하게 반대한다"며 "미국은 이를 해결하고 핵심 공급망에서 탄력성을 구축하기 위해 동맹 및 파트너 국가와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조치는 공급망을 다양화할 필요성을 보여준다"면서 "미국은 이를 해결하고 핵심 공급망에서 탄력성을 구축하기 위해 동맹 및 파트너 국가와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앞서 중국 상무부는 최근 반도체용 희귀금속인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을 8월 1일부터 통제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중국 당국의 허가 없이는 이 금속을 수출하지 못하게 된다.중국은 전 세계 갈륨과 게르마늄의 80%를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 등에 대한 대응 차원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지난 5월 미국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에 대한 제재도 발표한 바 있다.이에 따른 미국의 추가 행동에도 관심이 쏠린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인공지능(AI)과 슈퍼컴퓨터에 사용되는 첨단반도체와 반도체 생산 장비 등에 대한 포괄적인 대중국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했으며 조만간 후속 조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옐런 장관이 9일까지 3박4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해 더욱 주목받는 상황이다. 옐런 장관은 방중 기간 리창 국무원 총리와 허리펑 부총리, 류쿤 재정부장(장관) 등 중국 경제라인 핵심 인사들과 두루 회동할 것으로 예상된다.옐런 장관의 이번 방중은 지난달 18∼19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방중 때 양국 간 고위급 소통을 계속하기로 합의한 데 뒤이은 것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출신으로 미국 경제의 실질적 사령탑으로 불리는 옐런 장관의 이번 방문에서 양국 간 ‘경제 전쟁’의 최전선에 있는 핵심 현안들이 폭넓게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대중국 고율 관세, 위안화 약세로 인한 환율 문제, ‘디리스킹’(de-risking·위험제거)으로 일컬어지는 미국의 첨단기술 산업 공급망 재편 등 민감한 이슈들이 다뤄질 전망이다. 특히 양국이 상대를 겨냥해 내놓은 반도체 관련 규제가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부과된 대중국 고율 관세가 ‘미국 소비자·기업에 더 피해를 주고 있다’는 견해를 옐런 장관이 꾸준히 밝혀왔다는 점에서 유화적인 접근이 나올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영국 BBC 방송은 옐런 장관이 연초 "(미중) 경제가 완전히 분리되는 것은 양국 모두에 재앙이며 나머지 국가들을 불안정하게 할 것"이라고 언급하는 등 전임자들보다 세계주의자(globalist) 적인 면모를 보여왔다며, 이번 방중 기간에 미국이 ‘디커플링’(decoupling·산업망과 공급망에서의 특정국 배제)을 의도하지 않는다고 중국 측에 이야기할 것으로 전망했다.반면 획기적인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인플레이션이 둔화하면서 대중국 고율 관세를 철폐해야 한다는 경제적 압력은 약해진 반면 중국과의 긴장 고조로 이를 유지해야 한다는 정치적 압력이 커졌다며, 관세 문제는 현행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미국 싱크탱크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ASPI)의 웬디 커틀러 부소장은 BBC에 "옐런 방중에 대한 기대는 낮춰야 한다. 그는 양국 관계를 복구하거나 중국의 수출통제·관세 해제 요청에 응할만한 위치에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사진=AFP/연합)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란 영향 없다"는 러시아, 전황은 ‘글쎄’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러시아가 자국 용병단 바그너그룹 반란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미친 영향력을 부정하며 거듭 ‘건재함’을 과시하고 나섰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직접 회유를 시도하며 전력화하려던 바그너그룹은 반란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을 따라 벨라루스 행을 택한 모양새다. 우크라이나전 전황 역시 반란 이전 보다 더욱 치열한 양상을 보인다. 3일(현지시간) 다수 외신을 인용한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바그너그룹이 사실상 ‘1호 공적’으로 지목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이날 러시아군 고위 참모들과 회의에 나서 반란 사태를 처음 언급했다. 쇼이구 장관은 "지난달 23∼25일 러시아의 상황을 불안정하게 했던 시도에 대해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며 "반란은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전쟁)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특별군사작전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평가절하하며 표현이다. 쇼이구 장관은 "이런 계획(반란)이 실패한 주된 이유는 러시아군 장병들이 그들의 소임에 따라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이라며 "도발은 (특별군사작전에 참여한) 러시아 군대의 활동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고, 장병들은 용기와 헌신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충실하게 맡은 일을 하고 있는 장병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1000㎞ 가까운 거리를 하루 만에 주파해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를 목전에 뒀던 바그너그룹 반란 중심에는 쇼이구 장관이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바그너그룹은 우크라이나전 개전 후 바흐무트 등 동부 격전지에 주로 투입됐다. 그러나 바그너그룹은 러시아 국방부가 탄약 등을 제대로 보급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드러내 왔다. 특히 프리고진은 바그너그룹을 정규군 통제권 안에 묶어두려 한 쇼이구 장관에 강하게 반발해 그를 축출하려고 반란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프리고진은 반란 개시 당일에도 쇼이구 장관이 바그너그룹에 대한 로켓 공격을 명령했다고 주장하는 영상을 온라인에 게시한 뒤 "이 인간쓰레기는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바그너그룹은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중재 속에 하루 만에 진격을 멈췄다. 이후 프리고진은 자신의 용병단을 뒤로 물리고 나서 벨라루스로 이동했다. 현재 남은 바그너그룹은 용병 모집을 중단하고 벨라루스로 이동할 채비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바그너 그룹은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민간군사기업(PMC) 바그너 지역 모집센터의 업무를 한 달간 일시 중단한다"며 당분간 러시아 특별군사작전에 참여하지 않고 벨라루스로 거점을 옮기기로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우크라이나가 지난달 대반격에 나선 전선에서도 반란 사태 이후 곳곳에서 전투가 다시 격화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한나 말랴르 우크라이나 국방부 차관은 텔레그램을 통해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주 스바토베 인근의 일부 지역을 획득했다고 전했다. 루한스크 동부는 러시아군 핵심 보급로가 이어져 전략적 요충지로 알려진 곳이다. 말랴르 차관은 스바토베 남부에 있는 루한스크주 빌로호리우카와 도네츠크주 세레브리안카를 러시아군이 공격하고 있다면서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말랴르 차관은 또 러시아군이 도네츠크주 아우디우카, 마린카 리만 등에서 진격했다며 "동부 전선 전체를 따라 격렬한 전투가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군은 북동부에서 우크라이나군을 막는 데 성공했다며 특히 바흐무트 인근 마을들과 전략적 요충지 부흘레다르에서 우크라이나군을 격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말랴르 차관은 우크라이나군이 바흐무트 남쪽 측면을 따라 이동하면서 부분적인 성공을 거뒀다고 맞섰다. 그는 우크라이나군이 남동부 베르스크와 멜리토폴 주위에서 점진적으로 진격하는 등 남부 전선 공세에서 일부 진전을 보였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지난달 시작한 ‘대반격’에서 주로 남부 지역 러시아 점령지 탈환에 집중하고 있다. 남부 전선을 책임지는 우크라이나군의 올렉산드르 타르나우스키 사령관은 우크라이나군이 체계적으로 러시아군을 파괴하고 있다면서 "지난 24시간 동안 28번 이상의 전투가 벌어졌고, 이 기간에 러시아군 수백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당초 일각에서는 여러 층위 민주주의 집단 결합체로 이뤄진 우크라이나와 서방이 푸틴 대통령 철권통치 중인 러시아 보다 ‘시간의 편’에서 불리하다는 관측을 제기해왔다. 그러나 반란 사태로 러시아 역시 내부적 전쟁 부담이 쌓이고 있다는 점이 노출되면서 장기전이 어느 한쪽에게만 유리하다고 볼 수만은 없게 됐다. 이에 향후 평화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한 양측 공세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hg3to8@ekn.krUKRAINE-CRISIS/BORDER-RUSSIA 우크라이나 국기가 걸린 험비 차량이 질주하는 모습.로이터/연합뉴스

미중 갈등 개선되나…블링컨에 이어 옐런도 중국 방문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6∼9일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번 방문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에 이어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장관 가운데 두 번째로, 미중 관계 개선에 탄력이 붙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중국 재정부는 3일 홈페이지를 통해 "미·중 간 합의에 따라 옐런 장관이 오는 6∼9일(현지시간) 중국을 방문한다"고 발표했다.미 재무부도 성명을 통해 옐런 장관의 방중을 확인하면서 그가 양국 관계의 책임감 있는 관리, 관심 사안에 대한 직접적인 소통, 세계적인 도전에 대응하기 위한 협업의 중요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옐런 장관은 허리펑 중국 부총리 등과 만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로이터통신이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자신의 중국 측 대화 상대방인 류쿤 재정부장도 만날 것으로 보인다. 또 중국 경제 부문 최고 책임자인 리창 국무원 총리와 회동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예방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미지수로 보인다.옐런 장관의 이번 방중은 지난달 18∼19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방중 때 미중 양국이 양국 관계를 안정화하고 고위급 소통을 계속하기로 합의한 이후 첫 번째 이뤄지는 미국 장관급 이상 인사의 중국행이다. 관측통들은 미국의 대중국 고율 관세 문제와 환율, 최근 ‘디리스킹(de-risking·위험제거)’이라는 새 간판을 내세운 미국의 첨단기술 산업 공급망 재편 등 양국 간 경제 현안들이 포괄적으로 논의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옐런 장관은 지난달 13일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중국과의 관계 유지가 미국에 최선의 이익이라며 "디커플링(산업망·공급망 등에서의 중국 배제)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옐런 장관은 또 더 값싸게 생산한 중국 물품을 구매하는 데서 미국이 큰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덧붙였다.중국 측 인사들은 옐런 장관에게 디리스킹 역시 시장경제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주장과 함께, 위험 제거는 각국 기업이 결정할 문제이지 정부가 나설 일이 아님을 역설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와 더불어 직전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때 도입한 미국의 대중국 고율관세가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가중하는 ‘부메랑’이 되고 있음을 강조하며 폐지를 촉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옐런 장관은 세계 경제와 연결되는 두 경제 대국의 금리와 환율 등 거시경제 정책 방향에 대해 중국 측 인사들과 의견을 나눌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인상, 중국은 인하 방향으로 서로 역방향 행보를 보이고 있는 기준금리, 최근 심상치 않은 위안화의 달러 대비 가치 하락 등에 대해 의견이 오갈 전망이다. 또한 미 재무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옐런 장관이 강화된 중국의 반(反)간첩법(방첩법)에 대한 우려도 전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그는 "새로운 조치의 도입·적용에 따라 중국 당국에 의해 간첩 활동으로 간주되는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면서 이로 인해 양국 경제 관계와 중국의 투자환경에 미칠 영향에 대해 지적했다.아울러 미 당국은 옐런 장관이 방중 기간 중국의 고위급 관리뿐 아니라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 관계자들을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옐런 장관의 방중으로 양국 관계 전반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도 주목된다. 재무부 관계자는 미국이 이번 옐런 장관의 방중을 통해 중대한 돌파구를 기대하지는 않는다면서, 중국과의 관계를 안정화하고 장기적인 소통 채널을 구축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전했다.반면 앞서 방중한 블링컨 장관이 미중 경쟁에 대한 미국의 원칙적인 입장을 통보하고, 양국 간 무력 충돌을 피하는 방안을 주로 논의했다면 경제 분야를 책임지는 옐런 장관의 논의는 좀 더 협력적이고 호혜적인 쪽에 방점을 찍을 수 있다는 관측도 존재한다.지난 1월 18일 스위스 취리에서 회동한 류허(왼쪽) 당시 중국 부총리와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사진=로이터/연합)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종전론에 ‘사뭇’ 달라 보이는 중국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종전 논의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는 가운데 친러로 분류됐던 중국이 전향적인 태도를 노출해 주목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27일 독일 공영방송 ARD는 지난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우크라이나와 미국·독일 등 주요 7개국(G7), 브라질, 남아공, 인도 등의 관계자들이 극비리에 만나 종전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다음 달 평화회담이 개최될 것으로 관측했다. 이 모임에 중국은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노출된 중국 측 인사 발언을 보면, 러시아 편에서 종전 중재를 시도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던 그간 입장에 비해 변화된 논조가 감지된다. 푸충 유럽연합(EU) 중국대표부 대사는 지난 16일 브뤼셀의 ‘2023 유럽-중국 비즈니스 정상회담’ 후 알자지라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영토 회복을 지지하냐는 질문에 "안 될 이유를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모든 국가의 영토 보전을 존중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발언은 도네츠크주, 루한스크주, 자포리자주, 헤르손주 등 러시아가 점령한 지역을 우크라이나에 돌려줘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이에 최근 미국 등 서방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 압박에 몰린 중국이 러시아 양보를 끌어내는 종전안을 만들어 제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작년 2월 러시아 침공 이후 전쟁이 1년 6개월 가까이 지속되는 동안 중국은 침략국인 러시아를 비판하지 않았다. 대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협상 테이블에서 이견을 해소해야 한다는 논리를 피면서 사실상 러시아 편들기인 ‘기계적 중립’을 고수했다. 그러나 푸 대사 발언은 통상 외교관들 공적 발언이 본국 지침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중국 당국 의지와도 가까워 보인다. 최근 러시아 용병 기업 바그너 그룹 군사 반란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입지가 크게 훼손된 것 역시 변수다. 우크라이나와 친 우크라 서방에서는 이를 계기로 영토 회복을 위한 투쟁을 지속할 동력을 더욱 확보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대로 푸틴 대통령과 친러 진영에는 압박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이를 계기로 중국이 러시아의 양보를 끌어내는 행보를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우크라이나전 이후 러시아에 대한 영향력이 더 커진 중국은 그동안 나름대로 종전 중재 노력을 해왔다. 특히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1년을 맞아 낸 ‘우크라이나 위기의 정치적 해결에 관한 중국 입장’에서는 구체적인 종전 방법론까지 제시했다. 여기에는 △미국과 유럽의 러시아산 석유 금수 등 러시아 제재 중단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직접 대화 재개와 휴전 모색 △핵무기 사용·사용 위협 금지 등 12개 항이 제시됐다. 이후에도 시진핑 국가 주석은 푸틴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각각 만나는 등 중국은 여러 경로를 통해 종전 중재 행보를 지속해왔다. 특히 중국의 우크라이나전 중재 특사인 리후이 유라시아사무특별대표는 폴란드·프랑스·독일·벨기에를 거쳐 러시아에 중재안을 들고 찾아가기도 했다. 리후이 대표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 어떤 제안을 했고, 반응이 어땠는지에는 현재 구체적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양측 모두 중국 중재에 반응이 없는 것을 보면 효과적인 안은 아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hg3to8@ekn.krHONG KONG-CHINA-HANDOVER-ANNIVERSARY 홍콩에 중국 오성홍기가 내걸린 모습.AFP/연합뉴스

‘치매설’ 바이든,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라크전"...러시아 반란 꼬집다 또 망신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역대 현직 미국 대통령 가운데 최고령(80)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또다시 말실수를 해 화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오전 시카고로 이동하기 전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기자들과 문답하던 중 지난해 2월 러시아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라크 전쟁이라고 칭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에서 발생한 일로 약해졌느냐’는 질문을 받고 "물론"이라고 답했다.후속 질문으로 ‘어느 정도나 약해졌느냐’는 물음이 나오자 바이든 대통령은 "알기 어렵지만, 그는 분명히 이라크에서의 전쟁에서 지고 있다"며 "그는 전 세계에서 어느 정도 왕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에서 발생한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 반란에 푸틴 대통령 리더십을 공격한 발언이었지만, 오히려 본인이 말실수로 실점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간 이런 말실수를 수차례 반복해 치매설을 비롯한 건강이상설이 제기돼왔다. 지난 16일에는 코네티컷주(州) 웨스트 하트퍼드에서 열린 총기규제 개혁 관련 행사에서 연설하다가 뜬금없이 작년 서거한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을 지칭한 듯한 발언을 내뱉어 좌중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이보다 앞서 지난 4월엔 ‘한국’(South Korea)을 ‘남미’(South America)로 언급했다가 정정했다. 최근에는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와 회담 중 수낵 총리를 대통령으로 잘못 부르기도 했다.또 지난해 9월 백악관 행사에서는 교통사고로 사망해 본인 명의로 성명까지 냈던 연방 하원의원 이름을 부르며 찾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4월에 허공에 혼자 악수하는 듯한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을 때는 보수 진영 일각에서 치매설도 나왔다.hg3to8@ekn.kr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UPI/연합뉴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장기전 전황 싫은 쪽 이젠 ‘글쎄’…반란이 남긴 흔적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러시아 용병단 반란 사태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시간의 편’에 대한 시각을 뒤바꾸고 있다. 그간 일각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철권통치’ 밑 러시아가 자국 국민 뿐 아니라 우방 뜻까지 계속 모아야 하는 우크라이나 보다는 장기전에 유리할 것이라는 시각이 존재했다. 그러나 용병단 반란을 계기로 오히려 러시아가 장기전 전략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용병단 반란으로 보면 러시아 독재자까지도 군사적 부진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반란이 기본적으로 전쟁 부진과 러시아군 수뇌부 무능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다. 프리고진은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부 장관,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 등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군사 참모와 야전 사령관들을 계속 헐뜯어왔다. 푸틴 대통령과 군 수뇌부가 전장으로까지 확산하는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바그너그룹의 정규군 통폐합을 지시하자 결국 반란이 터졌다. 반란군은 특히 1000km 가까운 거리를 하루 만에 주파해 크렘린궁이 있는 모스크바 200㎞ 앞까지 진군했다. 당시 푸틴 대통령에게 충분한 ‘숙고의 시간’이 허락되지 않은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반란 수괴를 벨라루스 망명 형식으로 풀어주고 모스크바 방위를 강화하는 선에서 사태를 서둘러 미봉했다. 이런 무장봉기는 전쟁이 국내에 미치는 영향을 철저히 차단할 수 있다는 푸틴 정권 자신감과 배치되는 사태라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그간 푸틴 대통령은 국민 여론에 정권이 좌우되는 민주주의 정치체제를 서방 약점으로 보고 ‘버티면 결국 이긴다’는 장기전 전략을 택했다. 프랑스 싱크탱크 전략연구재단의 프랑수아 에이스부르 고문도 WSJ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이 내년 미국 대선 뒤에 결판을 볼 장기전을 생각하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실제 서방에서는 그간 평화 협상론이 끊임없이 제기된 가운데 우크라이나 대반격이 극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 지에도 회의적인 시각이 이어졌다.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둔 미국에서는 공화당 소속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원 축소를 공공연히 언급하고 있다. 서방 지원을 주도하는 미국의 여론, 특히 정권교체 가능성은 푸틴 대통령에게 중대 기로이자 이정표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에이스부르 고문은 "(반란이 일어난) 지난 24일 가닥이 잡혔다"며 "이제는 서방보다 먼저 러시아가 전쟁을 접을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진단했다. 현재 각종 구설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미 한차례 패배한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을 상대로 ‘복수전’에 성공할 수 있을 지부터 미지수인 상황이다. 미국 행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연방의회 역시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초당적 합의를 견지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에는 용병단 반란과 같은 악재가 수면 위아래에서 되풀이될 가능성이 관측된다. WSJ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전쟁이 지속되면 누구일지는 몰라도 다른 엘리트가 들고일어날 수 있다"며 "러시아군 지도부 내홍으로 우크라이나에서 싸우는 러시아 부대원들의 사기 저하 문제가 악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완승’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되는 우크라이나 역시 우회적인 방법으로 이런 틈새를 공략하는 전략을 택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미샤 글레니 오스트리아 인문과학연구소 소장은 최근 더타임스 기고에서 교착 지속이 판단될 경우 우크라이나가 점령지에서 러시아 영향력을 최대한 약화하고 푸틴 정권을 흔드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봤다. 군사 이론가들은 적국 혼란을 가중하고 내전 촉발을 유도하는 전략 목표를 ‘재앙적 성공’(catastrophic success)이라고 부른다. 글레니 소장은 남부에서 크림반도를 노리고 진행되는 우크라이나 대반격에서 이런 책략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당장 푸틴 대통령은 여론전 전면에 나서 ‘미봉’에 그쳤던 수습에 거듭 박차를 가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 대국민 연설에 이어 이날까지 이틀 연이어 반란 사태에 대해 연설했다. 그러나 이런 수습이 ‘먹힐’ 지는 미지수다. 워싱턴포스트(WP)는 푸틴 대통령 발언이 반란을 멈추기로 합의한 프리고진이 로스토프나도누에서 철수할 때 주민들로부터 박수를 받고 셀카까지 촬영한 모습과 상반된다고 꼬집었다. 푸틴 대통령이 단결을 강조했으나 러시아 곳곳에서 균열이 보인다는 것이다. 푸틴 정권을 비판해온 정치평론가 보리스 카가르리츠키도 "정권에 대한 지지가 너무 적어서 놀라웠다. 군대, 경찰은 움직이지 않고 사람들은 그저 지켜봤다"며 "아무도 정부 청사로 달려가 지지를 보여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프리고진에 대한 지지는 그의 정치적 견해 때문이 아니라 정부 시스템에 대항하는 일을 했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꽤 많은 사람이 그것(반란)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서 기뻐했다"고 강조했다. hg3to8@ekn.krUKRAINE-CRISIS/RUSSIA-PUTIN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스푸트니크/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용병기업 바그너그룹 반란 뒤 침묵을 지켰었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적극적인 수습에 나서고 있다. 바그너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과 갈등을 빚었던 군 수뇌부를 치하하는 한편, 바그너그룹 내부에 ‘이간계’를 펼쳐 잠재 위협을 줄이고 나선 것이다. 다만 푸틴 대통령이 당장 본인의 리더십을 회복하기 위한 내부 여론전에 집중하면서, 우크라이나는 대반격 공세 수위를 한층 높이는 상황이다. 다수 외신을 인용한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크렘린궁 내 광장에서 보안군 약 2500명, 국가근위대 등 군인들을 상대로 연설에 나섰다. 푸틴 대통령은 "여러분이 헌법 질서와 시민의 생명, 안전과 자유를 지켰다"며 "여러분이 격변에서 조국을 구했고 사실상 내전을 막았다"고 추켜세웠다. 아울러 "여러분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명확하고 조화롭게 행동했고, 행동으로 국민에 대한 충성을 증명했다"고 거듭 감사의 뜻을 표했다. 푸틴 대통령은 동시에 반란이 가졌던 영향력을 평가절하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반란 중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전투부대를 차출할 필요가 없었다며 반란이 국민 지지를 얻지 못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국민과 군은 반란에 함께 맞섰다. 반란은 국민과 군의 지지를 절대 얻지 못했다"며 "반역에 휘말린 이들은 국민과 군이 그들과 함께하지 않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에도 대국민 연설에 나선 바 있다. 이날 역시 이틀째 반란 사태를 언급하며 러시아 내부 동요를 차단하고자 하는 모습이다. 그느 저녁에도 일부 군 장교와 면담하고 언론사 대표들과도 비공개로 만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연설 현장에서는 프리고진이 처벌을 요구한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도 목격됐다. 쇼이구 장관은 전날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된 러시아 군부대를 방문한 데 이어 저녁에는 푸틴 대통령이 주재한 회의에도 참석하는 등 건재를 과시했다. 이렇게 내부 결속을 다지는 푸틴 대통령이 바그너그룹에는 반대로 ‘갈라치기’를 시도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이날 푸틴 대통령이 연설에서 프리고진 이름을 직접 거명하진 않았으나 여러 차례 무장 반란 조직자들을 반역자로 비난한 점에 주목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압도적 다수의 바그너 그룹 전사들과 지휘관들이 국민과 국가에 헌신하는 러시아 애국자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바그너 그룹 용병들과 무장 반군 조직자, 즉 프리고진과 그 추종자들을 구분했다. 푸틴 대통령은 그러면서 바그너 그룹 용병들에게 세 가지 선택권을 제공했다. 그중 하나는 러시아에 계속 복무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러시아 국방부 등과 계약을 맺을 수 있게 한 것이다. ISW는 "러시아로선 바그너 그룹의 현 지휘관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게 그들의 전투 효율성과 사기를 유지하는 데 중요할 것"이라며 "이들을 달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바그너 지휘관들의 공로를 치하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ISW는 이어 "푸틴 대통령으로선 바그너 사령관들을 반역죄로 체포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는 대신 이들을 용서하고 통합하겠다고 제안했다"며 "이는 (그에게) 잘 훈련되고 효과적인 병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뜻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크렘린궁 역시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 및 기타 국제 교전에서의 작전을 유지하기 위해 바그너 그룹을 유지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크렘린궁이 바그너 그룹을 독립 조직으로 유지하기로 한다면 프리고진과의 연관성을 끊어내기 위해 새로운 지도자를 내세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가운데 최근 대반격에 착수한 우크라이나군은 틈새를 놓치지 않는 공세 강화해 나섰다. 영국 국방부 산하 국방 정보국(DI)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발표한 일일 정보 업데이트에서 우크라이나가 지난해 2월 개전 이래 처음으로 2014년 러시아에 빼앗겼던 영토 일부를 탈환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DI는 "우크라이나 공수부대가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시 인근 크라스노호리우카 마을에서 동쪽으로 소폭 진격했다"고 밝혔다. 크라스노호리우카 마을은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한 해인 2014년부터 점령해온 곳이다. 도네츠크 주도 도네츠크시에서는 불과 약 30㎞ 떨어져 있다.APTOPIX Russia Putin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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