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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힌 전황 돌파구는 러시아 본토? 우크라이나 ‘푸틴 흔들기’ 전쟁 나서나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대반격에 나선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뒤바꿀 만한 전황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시선을 러시아 본토로 돌리고 있다. 다만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수 없을 것이라는 데는 이견의 여지가 크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서방 지원 여론을 언제까지 장담할 수 없는 우크라이나와 반란 이후 리더십 장기 유지에 의문점이 붙은 러시아 사이 치열한 여론전이 전개되는 양상으로 풀이된다. 다수 외신을 인용한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일일 연설에서 "전쟁은 러시아의 영토, 상징적 중심지, 군기지로 서서히 되돌아가고 있다"며 "이는 불가피하고 자연스러우며 지극히 공정하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 우크라이나 드론(무인기) 공습이 이뤄진 지 수 시간 뒤에 나왔다. 이와 관련 우크라이나 공군은 전쟁을 먼 얘기쯤으로만 여겨온 평범한 러시아인들에게 충격을 주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유리 이나트 우크라이나 공군 대변인은 "이제 전쟁은 이를 걱정하지 않는 이들에게도 영향을 주고 있다"며 "러시아 당국은 (드론을) 전부 요격했다고 말하면서 이런 상황을 애써 못 본 척하기를 원하지만, 뭔가는 실제로 타격을 가한다"고 덧붙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작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러시아인 일상에 전쟁이 미치는 악영향을 막으려 해왔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군은 점점 더 많은 무인기를 단순한 정찰 목적을 넘어 실전 배치하면서 전쟁을 러시아 본토로 끌어들이고 있다. 미하일로 페드로우 우크라이나 부총리 겸 디지털혁신부 장관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를 수복하는 반격 과정에서 드론 공습이 더 자주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용병그룹 바그너그룹 반란 이후 균열이 노출된 푸틴 대통령 철권통치에 틈을 더욱 벌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우크라이나가 과거와 달리 이런 시도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데는 ‘대반격’ 성과가 부진한 가운데 시간이 흐를수록 불리한 변수가 늘 수 있다는 우려에 기반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 육군 장교 출신 리처드 켐프는 이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칼럼에서 "시간은 우크라이나군의 편이 아니다"라며 우크라이나가 내년 미국 대선과 전쟁터의 날씨 변화에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군이 긴 부진을 끝내고 러시아군 1차 방어선을 뚫어내더라도, 몇 주만 지나면 가을이 오고 땅이 진흙탕으로 변해 전차 이동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이에 켐프는 "우크라이나로선 가을부터 최소한 땅이 얼어붙기 시작하는 11월까지는 공세 작전을 진행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경우 더 큰 문제는 내년 11월 치러질 미국 대선이다. 켐프는 미 대선이 우크라이나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전쟁이 성과 없이 길어지면 전쟁 지원에 동의해 온 유권자들 표심이 변할 가능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력한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이 점을 놓치지 않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연방수사국(FBI)과 국세청(IRS) 등이 바이든 가족 조사에 관한 증거를 넘길 때까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위한 선적 승인을 거부할 것을 공화당 의원들에게 촉구했다. 켐프는 무엇보다 미국이 ‘전쟁 장기화’보다 러시아 정권 붕괴를 더 두려워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가 크게 승리해 러시아가 분열되면 세계가 여러 방면에서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다. 켐프는 이 때문에 미국이 지난달 나토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의 신속 가입에 반대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F-16 전투기, 장거리 미사일 제공에 미온적인 것도 러시아 정권이 완전히 무너지지 않을 정도로만 무기를 지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 본토 위협을 평가절하하며 다방면에서 여론 수호에 나서고 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군 회의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진지를 공격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새로운 병력을 투입하고 있으나 진격하지 못하고 있다"며 "소위 ‘반격’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는 민간 기반시설에 대한 테러 공격에 집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수십억 달러어치의 지원이 사실상 비효율적이고 무의미하게 소모되고 있다"며 모스크바 드론 공습에 "우크라이나가 절망적 행동에 의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러시아가 마인크래프트를 비롯한 비디오게임을 우크라이나 전쟁 미화 여론전 수단으로 삼는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온라인 위협을 분석하는 우크라이나 컨설팅사 ‘몰파르’는 마인크래프트, 로블록스, 러시아판 월드오프탱크, 월드오브워쉽, 플라이코프, 아머드워페어 등에서 러시아의 선동 사례 수십건을 확인했다. NYT는 특히 이런 게임을 이용한 선동에 러시아 정부가 개입한 정황이 있다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도 앞서 정부가 대중에 가치를 주입할 수 있게 해주는 수단으로서 게임산업의 역할을 직접 강조한 바 있다. 그는 "게임은 인간 개발을 도와야 한다"며 "보편적 인간 가치와 애국심의 틀 내에서 개인을 교육하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고 말했다. hg3to8@ekn.krPresident Putin attends Main Naval Parade in St Petersburg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타스/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러시아 영토에도 전쟁이"...대놓고 모스크바 위협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우크라이나가 자국을 침공한 러시아에 기습 드론 공격을 가한 가운데 본토 타격을 거듭 경고하고 나섰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국 CNN 등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일일 연설에서 "전쟁은 러시아의 영토, 상징적 중심지, 군 기지로 서서히 되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러면서 이를 "불가피하고 자연스러우며 지극히 공정하다"고 평가했다. 젤렌스키 대통령 이런 발언은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 드론(무인기) 공습이 이뤄진 지 수 시간 뒤에 나왔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드론 3대가 요격됐지만 모스크바 서부에서 기업 사무실과 상가로 쓰이는 건물이 타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드론이 떨어진 곳은 모스크바 내에서도 현대식 고층건물이 밀집한 ‘모스크바 시티’ 경제지역이다.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은 50층 건물의 5층, 6층이 파손됐으나 사상자는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모스크바를 겨냥한 이번 공격은 전쟁을 먼 얘기쯤으로만 여겨온 평범한 러시아인들에게 충격을 주는 데 목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유리 이나트 우크라이나 공군 대변인은 "요즘 모스크바를 비롯한 러시아 곳곳엔 항상 뭔가 날아다니는 게 생겼다"며 "이제 전쟁은 이를 걱정하지 않는 이들에게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 당국은 (드론을) 전부 요격했다고 말하면서 이런 상황을 애써 못 본 척하기를 원하지만, 뭔가는 실제로 타격을 가한다"고 덧붙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작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최소한 표면적으로라도 러시아인 일상에 전쟁이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막으려 해왔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군은 점점 더 많은 무인기를 단순한 정찰 목적을 넘어 실전 배치하면서 전쟁을 러시아 본토로 끌어들이고 있다. 미하일로 페드로우 우크라이나 부총리 겸 디지털혁신부 장관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를 수복하는 반격 과정에서 드론 공습이 더 자주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디지털혁신부는 우크라이나 부대에 보급될 드론 조달 계획을 감독한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24일에도 모스크바 시내 국방부 청사에서 2㎞ 정도 떨어진 지역 비주거용 건물에 드론 공습을 가했다. 러시아는 이런 드론 공습을 테러리즘으로 규정하고 강하게 규탄해왔다. 그러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군사시설뿐만 아니라 주거지역에도 수시로 미사일을 쏴 민간인 살상에 따른 전쟁범죄 비판을 받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29일에도 우크라이나 동북부 도시 수미에 미사일 공격을 가해 민간인 최소 2명을 살해하고 20명을 다치게 했다. 같은 날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에서도 로켓 공격으로 2명의 목숨을 앗았다. hg3to8@ekn.krUKRAINE-CRISIS/ZELENSKIY-BAKHMUT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종전 협상 아프리카가? 푸틴 ‘프레임’ 시도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방과 아프리카를 구분 짓고 ‘평화 프레임’ 구축에 나섰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로이터·스푸트니크 통신 등은 푸틴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아프리카를 중재자로 띄운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 발언을 인용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정상회의 중 "우크라이나 위기는 심각한 문제이고 우리는 논의를 피하지 않는다"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아프리카의 평화 제안을 존중하고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또 "이전까지는 어떤 중재 제안도 소위 선진 민주국가들이 독점했으나 이제는 아니다"라며 아프리카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이제 아프리카 역시 자신들의 주요 이해관계 외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준비가 돼 있다. 이는 그 자체로 많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 우방국으로 평가되는 서방을 배제하고 러시아 우방국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미 아프리카 평화사절단은 지난달 16~17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차례로 방문해 사태 중재에 나선 바 있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등 아프리카 국가 지도자들로 구성된 사절단은 분쟁 완화, 즉각적인 협상 개시, 흑해 곡물 운송로 개방, 전쟁 포로 교환 등을 골자로 한 평화 제안을 양측에 제시했다. 그러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 철수 없이는 협상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푸틴 대통령도 우크라이나가 대화를 거부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는 등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이미 전쟁 전부터 아프리카에 ‘공’을 들여온 푸틴 대통령은 아프리카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쳐 다소 거리감을 보인 가운데서도 적극적인 손짓을 보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도 러시아가 올해 상반기 아프리카에 공급한 곡물량이 지난해 전체(1150만t)에 육박하는 1000만t에 달한다며 아프리카에 식량 공급을 늘리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에도 아프리카에 곡물 최대 5만t을 무상 제공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자국이 일방적으로 파기한 흑해곡물협정과 관련해서는 협정으로 수출된 우크라이나 곡물 대부분이 유럽 국가로 향했다고 화살을 돌렸다. 그러면서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가 위선이라고 비난했다. 흑해곡물협정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튀르키예, 유엔과 맺은 곡물 수출 안전 보장 협정을 말한다. 식량난을 겪는 아프리카 여러 국가들이 이 협정 파기로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가운데 푸틴 대통령이 아프리카를 상대로 민심 달래기와 책임 돌리기에 나선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또 바그너그룹이 통해 전달했던 군사 지원에도 무기 지원 형태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아프리카의 안보 강화를 위해 무기를 무상으로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며 "아프리카 사법 및 정보기관과 더욱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바그너그룹을 통해 10년 넘게 아프리카 각국 군사 지원을 제공했으나. 최근 무장반란 시도로 바그너그룹 통제권을 거의 잃은 상태다. 아울러 푸틴 대통령은 구체적인 시기나 대상 등은 언급하지 않은 채 아프리카에 대해 230억 달러 부채를 탕감해줬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국가 대 국가 차원이 아닌 지도자 개인에 대한 로비 성격의 행위도 포착됐다. 짐바브웨 공보부는 최근 ‘X’로 이름을 바꾼 트위터 공식 계정에서 "푸틴 대통령이 에머슨 음낭가과 대통령에게 대통령 전용 헬기를 선물했다"며 관련 사진 4장을 올려 홍보했다. 짐바브웨도 인권 탄압과 민주주의 절차 훼손 등 이유로 미국 등 일부 서방국들로부터 러시아처럼 제재를 받는 처지다. 남아공 현지 매체 뉴스24는 공보부가 배포한 영상을 인용해 음낭과가 대통령이 헬기 앞에 서서 "제재의 피해자들은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다만 이렇게 공을 들인 푸틴 대통령이 더 강한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아프리카연합(AU) 회원국 54개국 중 49개국이 이번 회의에 참여했지만, 국가수반이 직접 참석한 곳은 17개국에 불과했다. 이는 2019년 첫 회의 때와 비교하면 정상 참석 규모가 절반에도 못 미친다. hg3to8@ekn.kr2nd Russia-Africa Summit: plenary session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타스/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 ‘악수’ 여실히…러시아 푸틴, 등 돌린 아프리카·프리고진에 망신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담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전쟁 ‘청구서’로 돌아오는 모양새다. ‘반란 용병단’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푸틴 대통령 주재 행사 근처를 버젓이 돌아다니고, 아프리카 국가들 반응도 예전만 못한 모습을 보이면서 대내외 리더십 위축이 고스란히 노출된 것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27일(현지시간) CNN방송·dpa통신 등은 바그너그룹 수장 프리고진이 러시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러시아·아프리카 국가들 정상회의 근처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활동하는 바그너그룹 핵심인사 드미트리 시티는 프리고진이 사절단 일원으로 추정되는 인사와 웃으며 악수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재했다. 시티는 "대사가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 첫 사진을 나와 공유했다"며 "눈에 익은 얼굴들이 보인다"고 사진에 설명을 곁들였다. 영국 매체 파이낸셜타임스는 프리고진과 함께 선 사진 속 인물이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의전 책임자인 프레디 마포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 매체 폰타카는 사진이 촬영된 장소가 프리고진 가족이 소유한 상트페테르부르크 번화가에 있는 호텔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곳이 정상회의 개최를 지원하기 위해 사흘간 통째로 예약된 곳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러시아 매체들은 프리고진이 최근 친 서방 대통령 축출 쿠데타가 발생한 니제르, 친 러시아 성향이 짙어지는 말리의 사절단과도 만났다고 보도했다. 프리고진이 이렇게 계속 아무렇지 않게 모습을 드러낸 것은 무장반란 사태 후 러시아 내 지위를 보여주는 단면으로 해석될 수 있다. 프리고진은 바그너그룹의 새 거점이 마련되고 있는 벨라루스와 러시아를 오가며 러시아 내에서 사적으로 종종 모습을 드러냈다. 이제는 푸틴 대통령이 공을 들이는 행사에 접근하면서 그가 여전히 러시아 기득권일 수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프리고진이 러시아에 계속 나타난다는 점에서 그가 크렘린 기득권 조직의 중요한 일부라는 점이 드러난다"며 "아직까지는 푸틴 대통령이 프리고진을 조직에서 떼어내길 꺼리거나 떼어낼 수 없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미 푸틴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 영향력이 예전만 못한 것으로도 한차례 ‘망신’을 당한 상황이다. 앞서 러시아 측은 이번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에 아프리카 정상 21명이 참석하고 나머지 국가에서는 장관이나 고위 공무원이 참석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2019년 열렸던 제1회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에 참석했던 정상 45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수준이다. 이에 서방 외신들은 아프리카에 외교적 노력을 쏟아 부었던 러시아에 큰 실망을 안겨줬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러시아는 과거 냉전 시절 아프리카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러나 이후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에는 그 영향력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최근 몇년 새 아프리카에서 서방의 입김을 억제하고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왔다. 바그너그룹도 소비에트연방(소련) 시절을 그리워하는 푸틴 대통령 제국주의 성향을 아프리카에서 실현하는 준군사조직이었다. 프리고진은 용병단을 파병해 아프리카 국가들의 독재정권을 비호하고 그 대가로 경제적 이권을 챙기며 푸틴 정권의 전략적 이익, 제3세계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를 도모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과정에서 푸틴 대통령은 바그너그룹 불만을 통제하는 데 실패했고, 이는 공개 반란으로 이어졌다. 푸틴 대통령은 반란 책임을 응징하기는커녕 반란 닷새 뒤인 지난달 29일 프리고진을 직접 만나 3시간 동안 면담했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지난 2019년과 달리 러시아 부름에 비교적 미온적인 모습을 보인 것도 우크라이나 전쟁과 무관치 않다. 가장 가시적인 요인으로는 러시아의 흑해곡물협정 파기가 거론된다. 러시아는 이달 17일 흑해곡물협정의 4번째 기한 연장을 앞두고 협정 파기를 선언했고, 이는 곡물 가격 상승과 우크라이나 곡물 공급 감소로 이어졌다. 이에 우크라이나 곡물에 크게 의존해온 아프리카 국가들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프리카 55개국 연합체인 아프리카연합(AU)도 러시아 흑해곡물협정 중단에 유감을 표했으며 케냐 외무부는 "뒤통수를 쳤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또 러시아는 전쟁으로 서방과의 갈등을 키워가고 있지만, 대 아프리카 교역 규모에서 러시아는 서방에 크게 못 미치는 상황이다. 2021년 기준 러시아와 아프리카 교역 규모는 177억달러에 불과했던 반면, 유럽연합은 2950억달러, 미국은 837억달러를 기록했다. hg3to8@ekn.krPresidents of Russia and Burundi meet at 2nd Russia-Africa Summit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타스/연합뉴스

‘난민 우겨넣기’ 공격에 러우 전쟁 반란군까지...폴란드, 벨라루스 국경 폐쇄 검토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우크라이나 우방으로 꼽히는 폴란드가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을 품은 벨라루스에 대한 경계심을 거듭 강조하고 나섰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폴란드 PAP통신 등은 마테우슈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가 28일(현지시간) 폴란드·벨라루스 국경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보도했다.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바그너와 관련 "극히 위험한 용병으로 무자비하다"며 "그들은 우크라이나와 아프리카, 중동 등 출연하는 곳에서 어떤 전쟁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지 보여줬다"고 우려했다. 그는 "국경을 지키는 폴란드 장병들의 노고와 경비 강화를 위한 정부의 조처가 없었다면, 바그너그룹은 2시간 내 바르샤바로 진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경계심을 거듭 고취시켰다.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또 폴란드가 "벨라루스 국경에서 2년 넘게 하이브리드 공격을 당하고 있다"며 "이는 우리의 평화와 질서를 파괴하려는 벨라루스와 러시아 보안당국의 계획적인 공격"이라고 지적했다. ‘하이브리드 공격’은 정규전과 비정규전, 정치전쟁에 사이버 전쟁을 결합한 형태의 공격을 의미한다. 벨라루스는 특히 지난 2021년부터 중동·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온 이주민을 인접국인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국경으로 몰아내고 있다. 폴란드는 이를 자국의 사회 불안을 노린 ‘하이브리드 공격’이라고 주장해왔다. 벨라루스는 이달 한 달 동안에도 중동과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등지의 73개국 국민들에게 무비자 입국을 허용했다. 벨라루스가 이를 재차 폴란드에 대한 하이브리드 공격으로 쓸 것도우려되고 있다.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올해 들어 폴란드 국경을 불법적으로 넘으려는 시도가 1만 6000건에 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난민 위기를 조장하려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폴란드 국경 공격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전주곡이었다"고 지적했다. 마리우시 카민스키 폴란드 내무장관은 "현재 벨라루스에는 1000∼1200명의 바그너 그룹 용병이 머물고 있다"며 "그들 중 대다수는 아시포비치 훈련장에 있고, 수십명은 폴란드 접경 지역인 남부 브레스트주 훈련장에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이 함부로 국경 주변을 돌아다니게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벨라루스와 국경을 모두 폐쇄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리투아니아, 라트비아와 협의 중인데, 바그너그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유럽연합(EU) 국경에서 심각한 일을 벌인다면, 벨라루스의 완전한 고립을 의미하는 조처를 결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답했다. 한편 폴란드는 벨라루스 국경 병력을 기존 3개 사단에서 7개 사단으로 확대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폴란드는 최근 벨라루스와 국경에 5m 높이의 장벽을 건설하고 병력을 확대 배치하는 등 경비를 강화하고 있다. hg3to8@ekn.krBRITAIN-RUSSIA/WAGNER 바그너그룹 용병들.로이터/연합뉴스

지지부진 전쟁, 힘 내보는 우크라이나…뜨거워진 남동부 전황 [NYT]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빼앗긴 영토 수복을 위한 반격에서 두 달 가까이 큰 진전을 보이지 못한 가운데 남동부 전선에서 재차 진격을 시도 중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6일(현지시간) 미국 국방부 당국자 2명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가 추가 병력 수천 명을 전장에 투입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병력 다수가 서방 지원을 받아 이제까지 비축하고 있던 장비를 갖춘 훈련된 병사들이라고 전했다. 이날 자포리자주를 중심으로 우크라이나 남동부 최전선을 따라 곳곳 격렬한 전투가 벌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NYT는 새로 투입된 우크라이나 부대 일부는 서방 장갑차 등을 갖추고 제대로 정비된 해병대 및 기계화보병과 함께 전투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가 지난달 초 개시한 반격 작전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는 남부 전선에서 러시아군을 흑해 북부 아조우해(아조프해)까지 밀어내는 것이다. 이는 러시아가 점령한 동부와 남부 영토 사이에 쐐기를 박는다는 목적이다. 그러나 러시아군은 전선을 따라 매설한 지뢰와 대전차 함정, 공습과 폭격 등 겹겹의 방어로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을 저지하고 있다. 이날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 이고리 코나셴코프는 우크라이나군이 아조우해에서 95㎞ 북쪽에 있는 오리히우 마을과 그 인근의 로보티네 마을에서 대대적인 공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자포리자주 친러시아 행정 관리인 블라디미르 로고프도 이 지역에서 전투에 나선 우크라이나 부대가 해외에서 훈련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크라이나군이 독일제 레오파르트 주력전차, 미국제 브래들리 장갑차를 포함한 전투차량 100대가량을 갖추고 있다고 전했다. 자포리자주의 친러시아 행정 수반인 예브게니 발리츠키 역시 우크라이나가 지난 25일부터 이 지역에 36차례 포격 시도를 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 공격을 모두 격퇴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안드리 코발료우 우크라이나군 참모부 대변인은 러시아군이 로보티네 북동부 진지 수복을 시도했다가 실패했다며 "적군은 계속 강한 저항을 하면서 부대를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증원한 병력으로 러시아군 지뢰밭을 뚫고 자포리자주 남부 도시 토크마크까지 진격하고, 성공한다면 더 남진해 아조우해 연안 도시 멜리토폴까지 진격한다는 계획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군 목표는 러시아 점령지와 크림반도를 잇는 육로를 끊어 내거나, 적어도 크림반도를 우크라이나 포병대 사거리 안에 넣을 만큼 남진하는 것이다. 그간 러시아는 2014년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를 흑해함대와 남부 병력에 대한 군수물자 공급 기지로 삼아 왔다. 우크라이나 측은 반격 작전에서 주요 돌파구를 찾지는 못했으나 서서히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강한 러시아 화력에 전술을 조정해야 했으나 일부 러시아 1차 방어선을 뚫는 등 진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수주 간 더 빠른 진격에 길을 틀 수 있다는 게 우크라이나 측 설명이다.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발레리 잘루즈니 총사령관과 전선에서의 공격·방어를 논의했다면서 "우리는 우리 사람들을 믿는다. 우리는 계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hg3to8@ekn.krLITHUANIA NATO SUMMIT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EPA/연합뉴스

한화의 레드백, 호주 장갑차 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에너지경제신문 김아름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미래형 궤도장갑차 ‘레드백(Redback)’이 호주 정부의 보병전투차량 도입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 한화는 국내 방산 기업 최초로 자체 기획한 ‘수출형 무기체계’가 선진 방산 시장에 진입할 기회를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7일 호주군 현대화 사업인 ‘LAND 400 Phase3’ 보병전투차량 최종 후보 2개 중 레드백이 우선협상대상 기종에 선정됐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호주군이 1960년대에 도입한 미국제 M113 장갑차를 교체하기 위한 사업이다. 최종 계약이 체결되면 호주군은 2027년 하반기부터 레드백 129대를 순차 배치한다. 당초 이번 도입 사업에는 글로벌 선진 방산기업인 미국 제너럴다이내믹스의 ‘에이젝스’, 영국 BAE시스템스의 ‘CV90’, 독일 라인메탈사의 ‘링스’가 레드백과 경쟁했고, 2019년 9월에 레드백과 링스 2개 기종이 최종 후보에 올랐다. 레드백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수출용으로 최초로 기획·개발한 무기체계로, 자주포와 장갑차 등 지상장비 분야에서 축적한 기술과 경험으로 개발됐다. 통상 국내 군의 소요에 맞춰 개발하는 것과 달리 처음부터 해외 수출을 목표로 상대국이 요구하는 사양을 빠른 시일 내에 맞춰서 전략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수출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따르면 이번 계약이 최종적으로 이뤄지면 레드백은 호주 빅토리아주 질롱시에 건설중인 H-ACE(Hanwha Armored Vehicle Center of Excellency) 공장에서 생산된다. H-ACE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호주형 K9 자주포인 헌츠맨 AS9과 탄약운반차인 AS10을 생산하는 곳으로 2024년에 완공을 앞두고 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방산기업으로서 우방국의 국가 안보 강화를 통한 세계 평화와 국제 정세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지속적인 투자와 연구개발로 K방산의 해외진출에 앞장 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는 "호주 시장을 시작으로 유럽 등 선진 방산시장 공략에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레드백

지지부진 전쟁 속 전투기 조르는 우크라이나, 서방 ‘볼멘소리’도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특별한 반전을 꾀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서방 지원을 둘러싼 시각차가 지속 드러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미국산 F-16 전투기에 대한 조속한 지원을 촉구하는 반면, 서방은 우크라이나 조종사 훈련 계획에 대한 합의를 미루는 상황이다. 아울러 서방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가 이미 훈련을 제공 받은 병력도 활용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미국산 F-16 전투기를 제공받으면 국제시장으로의 곡물 수출 안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조속한 전투기 지원을 거듭 촉구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25일(현지시간) "F-16이 도입되면 우리는 우크라이나 곡물의 국제시장 수출에서 러시아로부터 위협을 당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투기 제공이 더 빨리 이루어질수록 수백만t의 곡물이 더 빨리 세계 시장에 공급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F-16 지원이 우크라이나군 반격 작전 성공 가능성을 높일 뿐 아니라 러시아 흑해곡물협정 파기로 위기를 겪는 세계 곡물 시장 안정화에도 기여할 것이란 주장이다. 러시아는 실제로 곡물협정 탈퇴 뒤 우크라이나의 흑해 주요 수출항인 오데사 등에 연일 미사일 공격을 퍼붓고 있다. 이밖에 우크라이나는 서방이 F-16 전투기나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 등 효과적인 무기를 제공하지 않고 많은 병력을 희생하라는 압박을 준다고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서방 분위기는 다르다.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복수의 미국 및 유럽 관리들을 인용해 서방 동맹국들이 앞서 약속한 우크라이나 조종사 세부 훈련 계획을 최종 조율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미국 관리는 "연말까지 일부 (우크라이나) 조종사를 훈련할 순 있겠지만 우크라이나 국기를 단 F-16은 내년 봄 이전에는 출현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F-16 지원을 위한 다른 사전 조치들도 계속 지연되고 있다. 당장 우크라이나 조종사 훈련을 위해 미 국무부가 지침서 및 비행 시뮬레이터와 같은 교육 자료의 이전을 공식적으로 승인해야 하는데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우크라이나 조종사의 F-16 훈련을 지원하는 다국적 연합 가운데 훈련 프로그램에 전투기를 제공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나라도 없다. 서방 일각에서는 대규모 지원을 받은 우크라이나가 대반격에서 고전하는 데 따른 볼멘소리도 이어진다. 독일 신문 빌트가 입수해 보도한 독일군 기밀 정보 문서에 따르면, 독일군은 우크라이나 대반격이 지지부진한 이유가 서방에서 받은 훈련을 완전하게 수행하지 못하는 군 리더십에 있다고 평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독일군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표준 훈련을 받은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훌륭한 습득 능력을 보이고 있지만, 이들이 우크라이나로 돌아가면 서방 훈련을 받지 않은 사령관들의 지휘를 받기 때문에 실전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군이 서방 훈련을 받은 군인보다 전투 경험이 있는 군인을 선호하고 진급시키는 것도 문제로 꼽았다. 독일군은 "전투 경험이 있다고 전투에서 좋은 지도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우크라이나군 사령관들은 리더십에서 상당한 결함을 보인다"고 우려했다. 다만 영국 국방부의 고위급 소식통은 텔레그래프에 "우크라이나군에 많은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독일군이 비판한 내용이 그 문제 중 하나라고는 보지 않는다"며 우크라이나군이 서방에서 훈련받은 내용을 이행하려고 노력했다고 반박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런 보도에 대한 논평을 내놓지는 않았다. hg3to8@ekn.krKoreas War Anniversary B-52H 폭격기를 호위하는 F-16 전투기들.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튀는 벨라루스·폴란드...폴 "보람 없단 것 보여줘야"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어느 한쪽의 확실한 전과 없이 이어지는 가운데 갈등 축이 양측 우방국들로 번지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AFP통신은 24일(현지시간) 러시아 맹방인 벨라루스는 자국으로 도피한 러시아 반란군 바그너그룹 용병들을 우크라이나와 그 우군인 폴란드 국경에 배치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벨라루스 내무부는 성명에서 이반 쿠브라코우 장관이 최근 군 훈련 센터에서 바그너 용병 지휘관들을 만나 접경지 공동 경비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바그너 용병들은 지난달 무장 반란을 시도했다가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중재로 반란을 끝냈다. 이후에는 벨라루스에 들어와 현지 군 특수부대 등의 훈련을 맡고 있다. 쿠브라코우 장관은 "공화국 국경 상황이 어려워짐에 따라 잠재적 위협과 도전에 대응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벨라루스가 러시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우크라이나·폴란드 등과의 군사적 충돌 우려도 커지고 있다. 벨라루스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지만 전쟁 초기 러시아군에 전초기지를 제공하는 등 적극 협력해왔다. 또 벨라루스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폴란드에도 적대 관계를 유지해 왔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났을 때 "바그너 용병들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는 폴란드에 대한 적개심이 상당하며, 폴란드 방면으로 진격하고 싶어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폴란드는 국경 수비를 강화하며 대비 태세를 다지고 있다.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장관은 이날 "바그너그룹의 벨라루스행은 우리에게 위협이 되지만, 이는 예상됐던 일이기 때문에 폴란드군의 동부 국경 배치를 강화했다"면서 "핵심은 폴란드를 공격해도 보람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침략자를 쫓아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브와슈차크 부총리는 "이미 폴란드-벨라루스 국경을 불안정하게 만들기 위한 행위는 2년째 진행 중"이라며 "루카셴코 정부가 한 난민 밀어내기가 그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는 벨라루스와 접하는 동부국경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이미 진행 중이라며 K2전차와 에이브럼스 전차, 아파치 헬기를 납품받았거나 납품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방 전문가들도 벨라루스와 바그너 용병들의 위협에 다소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다. 미국의 싱크탱크 전쟁연구소는 "바그너 용병들은 우크라이나나 폴란드를 위협할 수 없다"라며 "바그너 용병들은 주변국을 공격할 만큼 충분한 중화기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hg3to8@ekn.krPOLAND USA MILITARY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장관.EPA/연합뉴스

“연 끊은 시아버지 빨리 체포되길”, 홍콩 정치권에 무슨 일이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중국화’가 진행 중인 홍콩에서 정치적 이견으로 가족끼리 "체포됐으면 좋겠다"는 발언이 나오는 등 갈등이 커지고 있다. 25일 명보 등 홍콩 언론을 인용한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홍콩 경찰 내 국가보안법 담당 부서인 국가안전처는 현상금이 걸린 해외 체류 민주 활동가들의 가족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국가안전처는 특히 전날 현상금이 내걸린 민주 활동가 8명 중 한명인 엘머 연(74)의 아들과 딸, 며느리를 자택에서 연행해 조사했다. 이중 며느리는 친중 정당인 신민당의 유니스 융 입법회(의회) 의원이다. 융 의원은 경찰 조사를 받고 나온 뒤 새벽에 경찰 10여명이 집으로 와 디지털 기기들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은 경찰서에서 3시간 동안 연과의 접촉 여부 등을 조사받고 풀려났다고 전했다. 그는 "나는 경찰 조사에 전적으로 협조했다"며 "그(시아버지)가 어디에 있는지 안다면 나는 의심의 여지없이 그의 소재를 경찰에 알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융 의원은 자신의 남편도 경찰 조사에 협조할 것이라 믿는다면서 "경찰이 가능한 한 빨리 8명을 체포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융 의원은 지난해 8월에도 한 홍콩 매체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시아버지와 절연하겠다는 신문 광고를 게재한 바 있다. 그는 당시 광고에서 "위대한 모국의 피가 흐르는 중국인으로서 홍콩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시아버지 엘머 연과의 모든 관계를 끊는다"고 밝혔다. 기업인 출신 엘머 연은 2019년 반정부 시위 당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 뒤 2020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현재는 현지에서 트위터를 통해 홍콩 정치에 관한 의견을 적극 게재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다른 해외 체류 홍콩 민주 활동가들과 함께 ‘해외 홍콩 의회’ 추진에 나섰다. 이에 홍콩 경찰은 관련자들에 국가정권 전복 혐의로 수배령을 내렸다. 홍콩 경찰은 또 지난 3일 해외 체류 민주 활동가 8명을 체포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는 이에게 100만홍콩달러(약 1억 6000만원) 포상금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이들 8명의 가족은 잇달아 경찰에 연행돼 수배자들을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 조사받고 있다. 이에 전날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우리는 그들(8명)을 쫓고 체포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증거를 수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 안보의 진정한 반대파는 ‘더 큰 힘’을 가진 자들이거나 외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자들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홍콩에 대한 중국 본토 통제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이날 중국 관영 통신 신화사는 인민해방군 홍콩 주둔군은 지난 24일 일부 육군, 해군, 공군을 동원해 합동 순찰을 수행했다고 보도했다. 신화사는 인민해방군 홍콩 주둔군이 신속한 계획, 긴급 대응, 특수 상황 처리, 합동 작전 등 전투 역량 훈련에 초점을 맞춰 이번 합동 순찰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실제 전투 상황 아래 기동성 높은 보병, 선박, 헬리콥터와 다른 무장 무대가 참여해 지휘소 설치, 요격 및 검증, 침투하는 적 제거, 부상자 긴급 대피 등의 훈련을 했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1997년 홍콩 주권 반환 후 인민해방군 홍콩 주둔군이나 중국 정부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중련판) 등 존재를 부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2019년 홍콩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진 이후 태도를 바꿔 홍콩 내 ‘중국의 영향력’을 강조하고 있다. hg3to8@ekn.krclip20230725110454 홍콩 친중 정치인 유니스 융이 지난 24일 수배된 시아버지와 관련해 경찰 조사를 받고 나온 뒤 가진 기자회견.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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