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국제유가가 8개월 여만에 배럴당 80달러선이 붕괴됐지만 월가에서는 강세론을 고수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달러화 강세 등의 악재들이 난무하지만 원유 공급부족이 유가 상승을 견인시킬 것이란 주장이다. 빠르면 이번 4분기부터 유가가 반등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2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5.7% 떨어진 78.7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 가격이 80달러 밑에서 마감한 적은 지난 1월 이후 8개월만이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11월물 브렌트유도 배럴당 5.03% 급락한 85.03달러를 기록했다. 주간 가격으로도 WTI와 브렌트유 모두 4주 연속 하락해 지난해 12월 이후 최장기 하락세를 이어갔다.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3연속 75bp(1bp=0.01%포인트) 기준금리 인상과 이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 달러 강세 등이 유가를 짓눌렀다. 어게인 캐피털의 존 킬더프 파트너는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경착륙에 대한 공파감이 스며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월가에서는 유가가 반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JP모건은 브렌트유가 10월부터 3개월 동안 브렌트유가 배럴당 101달러에 머무를 것으로 내다봤다. 모건스탠리는 95달러를 제시했고 골드만삭스는 무려 125달러를 전망했다. 모건스탠리의 마티즌 래츠 글로벌 석유 전력가는 인터뷰에서 "지난 여름동안 시장은 매우 빠듯했고 모든 지표들은 강세장을 시사했다"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수요 회복으로 유가는 많이 올랐지만 공급은 이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원유재고 감소는 수요가 본격 탄력을 받기 시작할 때 유가 급등이 다시 일어나는 결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현재는 수요가 위축됐지만 공급 측면에서는 큰 변화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래츠는 "공급량이 천장까지 도달하는데 얼마 남지 않았다"며 "수요가 다시 회복되면 유가는 다시 상향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JP모건의 파슬리 옹 아시아 에너지 및 화학 부문 총괄은 "수년간 투자가 부족했었다"며 "미국의 경우 새로 개발이 시작된 유전은 2014년 이후 최저 수준이고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여유생산능력도 매우 낮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의 니크힐 반다리는 "현재 원유시장의 공급부족 현상은 현재 유가 수준으로 지속가능하지 못할 것"이라며 "여행 활동 증가, 가스에서 석유로의 전환 등도 원유 소비를 늘리는 요인"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월가에서는 최근 글로벌 원유시장이 수요공급 펀더멘털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한다는 업계 의견에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앞서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달 "최근 원유 선물 가격이 기본적인 수요와 공급의 펀더멘털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좋지 않은 변동성이 시장을 교란하고 가격 안정성도 떨어뜨렸다"고 지적한 바 있다. 헤지펀드 매니저로 활동하는 피에르 안두란드도 최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아무 이유 없이 유가가 하루 장중 배럴당 10달러씩 움직이는 등 원유시장이 망가졌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JP모건의 옹은 "펀더멘털은 공급부족을 향하고 있지만 달러 강세 때문에 유가는 이를 반영하고 있지 못한다"며 "이런 측면에선 선물 시장은 공급이 빠듯한 펀더멘털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의 래츠는 "유동성은 낮고 변동성이 큰 것은 맞지만 브렌트유가 90달러 수준에 이르는 것은 펀더멘털을 대체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며 "이에 선물시장은 망가지지 않았다"고 했다. 일각에선 OPEC이 추가 감산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티미프레 실바 나이지리아 석유장관은 유가가 계속 떨어지면 OPEC은 감산에 나설 수 밖에 없다고 이날 말했다. 앞서 OPEC+는 10월부터 산유량을 하루 10만 배럴 줄이기로 합의한 바 있다.원유시추기(사진=AFP/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