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구리(사진=픽사베이) |
22일(현지시간) 런던금속거래소에서 구리 현물 가격은 톤당 7815달러를 기록했다. 구리값은 종가 기준, 지난 3월 7일 1만 730달러까지 치솟는 등 2020년 코로나19 사태 이후 2년 동안 상승곡선을 그려왔다. 그러나 같은 달 연준이 기준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올리기 시작한데 이어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는 3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75bp 인상)을 단행하자 구리 가격이 3월 고점대비 30% 가까이 빠졌다.
연준의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경기가 침체될 것이란 공포심이 구리 가격 폭락으로 이어진 것이다. 구리는 가격 흐름이 실물경기 방향을 앞서서 잘 보여준다는 뜻에서 시장에서는 ‘닥터 코퍼’로도 불린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1인 가구 집에서 400파운드(약 181kg) 이상의 구리가 소비된다.
연준은 점도표를 통해 내년말 금리 전망치를 4.6%로 제시했고, 내년 기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7%에서 1.2%로 하향조정한 상태다. 이에 따라 구리 가격 하락세는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세계 최대 광산업체 BHP 그룹은 수요 위축 우려로 구리 가격에 대한 전망이 험난하다고 이달 초 밝혔다. 씨티그룹은 내년 1분기 구리 가격이 톤당 6600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종가를 기준으로 보면 가격이 앞으로 16% 가량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세계 최대 구리 소비국인 중국 수요도 불확실하다. 최근 아시아개발은행(ADB)는 중국 당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중국 부동산 시장 침체 등을 이유로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0%에서 3.3%로 하향 조정했다. 울프 리서치의 팀나 태너스 애널리스트는 "중국 부동산 시장이 크게 위축된다는 것은 구조적인 수요 둔화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 |
▲지난 1년 구리 현물 가격 추이(사진=네이버 금융) |
S&P 글로벌 리서치에 따르면 현존하는 구리 광산들의 공급량은 2024년에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런 추이가 지속될 경우 2023년에는 공급 부족 규모가 최대 1000만 톤에 이를 것이란 분석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광산업체들이 800만 톤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향후 10년 동안 1500억 달러어치 개발에 지출해야 한다고 추산했다.
블룸버그는 "실물 구리시장은 공급이 빠듯하기 때문에 선물가격 하락세에도 당장 인도하는 물량에 대해선 프리미엄이 상승세"라고 지적했다.
구리 수요도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가 추진 중인 탄소중립을 달성하는데 있어서 구리가 핵심 원자재로 꼽히기 때문이다. 구리는 내연기관차보다 전기차에 두 배 이상 사용되며 태양광, 풍력, 발전그리드 구축에도 필수 광물로 꼽힌다. 에너지 조사기관 BNEF는 올해부터 2040년까지 구리 수요가 50% 넘게 급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와 관련, 웰스파고의 존 라포지 실물 자산 전략 총괄은 "구리는 이전만큼 글로벌 경기 흐름에 의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현재 글로벌 경기와 구리 시장의 침체로 업계가 신규 공급투자에 나서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신규 광산이 개발되고 운영되는데 최소 10년이 걸리는데 업계가 투자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는 것은 공급부족이 결국 심화될 것이란 관측으로 이어진다.
세계 최대 구리 공급업체인 프리포트 맥모란은 현재 구리 가격이 신규 투자를 지원하기에는 부족하다고 경고했다. 제프리스의 애널리스트들은 이달 초 보고서를 내고 "현금흐름을 신규 광산 투자가 아닌 투자자 배당 등에 활용하고 있다는 점은 공급부족을 야기시키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반영하듯, 블룸버그에 따르면 광산업체 뉴몬트는 최근에 20억 달러 규모의 페루 구리 개발 프로젝트를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골드만삭스는 2025년에 구리 평균가격이 톤당 1만 50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제구리연구그룹(ICSG)은 지난해 구리 시장에서 약 44만 1000톤어치의 공급이 수요대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로 인해 구리 가격이 25% 뛰었다고 짚었다. 실제로 구리 현물 가격은 작년 1월초 톤당 7900달러대에서 12월 31일 9692 달러까지 급등했다.
라포지 총괄은 "시장은 단지 눈앞에 놓인 우려를 반영하고 있지만 미래를 생각해보면 세계는 확실히 변하고 있다"며 "전기화는 이루어질 것이며 많은 구리가 필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