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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같은 곳에서 또 군사작전…가자 전쟁 장기화 우려

반년 가까이 이어지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끝날 기미가 아직도 보이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하마스 전멸을 목표로 세운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하마스와 치고 빠지는 전투를 거듭하면서 전쟁 장기화 우려가 제기된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최대 의료기관인 알시파 병원과 그 주변에서 이날까지 일주일 가까이 군사작전을 벌였다. 이스라엘군은 이 작전을 통해 약 800명의 테러 용의자를 체포했으며 이 중 480명이 하마스나 팔레스타인 이슬라믹 지하드(PIJ) 대원이라고 발표했다. 하마스 운영 매체는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알시파 병원 의사 5명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작년 11월에도 알시파 병원을 급습했다. 이스라엘군이 이처럼 4개월 만에 같은 장소에서 군사작전을 한 것은 가자지구가 무정부 상태로 전락한 것과 관련이 있다. 이번 전쟁으로 가자지구는 통치에 공백이 생겼고, 시민 질서는 무너졌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완전한 재점령을 꺼리고 있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군이 사후 관리는 신경 쓰지 않은 채 군사 작전을 마치고 떠난 틈을 타 하마스가 기존 전투 지역에 다시 돌아오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칼릴 시카키 팔레스타인정책연구소 소장은 하마스 대원들이 전투 지역 상황이 바뀌어 복귀할 수 있을 때까지 철수한다고 말했다. 가자지구 병원 등 기존 군사 작전 지역에서 이스라엘군의 추가 작전이 되풀이되면서 환자를 비롯한 민간인들의 피해가 커지는 등 인도주의적 위기가 한층 고조되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지금까지 3만2000명 넘게 숨졌으며 이 중 대부분은 여성과 어린이다. 이스라엘군은 이같은 사망자 수가 대략 맞는다면서도 이들 가운데 3분의 1가량은 무장세력이라고 주장했다. 오는 11월 대선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무슬림계 유권자들을 의식해 전쟁을 빨리 끝내도록 이스라엘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 섬멸을 위해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중동 분석가 요시 메켈베르그는 이스라엘이 하마스 제거라는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를 설정했다며 이보다 못한 결과는 실패로 여겨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이스라엘이 최대 우방인 미국의 만류에도 강경한 태도를 고집하는 이유로 꼽힌다. 그는 하마스가 게릴라 전술을 펼치는 점을 들어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의 최대 도시 가자시티와 남부 핵심 도시 칸 유니스에서 섣부른 승리를 선언했다고 지적했다. 휴전 협상이 난항을 겪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스라엘군은 약 140만명의 피란민이 몰려 있는 가자지구 남부 도시 라파를 상대로 한 지상전도 준비하고 있다. 한편, 이스라엘은 이날 자국 인질 40명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800명을 맞교환하는 새로운 안을 제시했다. 익명의 소식통은 이날 이스라엘 채널12에 “이스라엘이 주요 쟁점에서 새로운 유연한 제안을 하고, 하마스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며 “사흘간 (하마스의 가자지구 지도자) 야히야 신와르의 답변을 기다릴 것이며 타결 가능성은 50%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글로벌 탈석탄 시들시들...온난화 주범 ‘석탄’의 식지 않는 존재감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는 가운데 지구온난화의 대표적 주범으로 꼽히는 석탄에 대한 의존도가 앞으로도 커질 것으로 분석됐다. 24일(현지시간)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석탄 생산량은 87억톤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의 경우 생산량이 전년에 비해 다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지만 그럼에도 내년까지 안정적인 추이를 이어갈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대다수의 애널리스트들은 글로벌 석탄 생산량이 2013년에 고점을 찍은 후 정체기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지적했다. 주요 은행들이 석탄 업체들에게 자금조달을 중단하고 있는 점도 이러한 관측을 뒷받침했었다. 그러나 2021년 중국에 전력대란이 발생하자 중국 정부가 석탄에 눈길을 다시 돌렸고, 2022년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인도 폭염 등이 일어나면서 석탄 수요가 더욱 치솟았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그 결과 석탄 가격은 과거 평균 가격보다 높은 수준에 유지되고 있다. 발전용 석탄 가격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호주 뉴캐슬 석탄 선물 가격은 지난 22일 톤당 127.7달러를 기록했다. 석탄 가격이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2022년 450달러에 육박했던 점을 고려하면 현재는 많이 빠진 상태지만 2011년부터 2020년 사이 어느 때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현재 석탄 수요를 주도하는 지역은 단연 아시아다. IEA에 따르면 지난 2000년에는 선진국들이 세계 석탄 소비의 절반 가량을 차지했다. 그러나 2026년에는 중국과 인도에서만 70% 이상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신규 석탄 발전 프로젝트 또한 아시아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에서 새로 가동된 석탄발전소 규모는 59기가와트(GW)로 나타났으며 새로 계획 중인 석탄발전소는 106GW로 집계됐다. 이는 세계 전체 대비 90%에 이르는 수준이다. 국제사회에서도 탈(脫) 석탄에 대한 인식이 약해지고 있다. 지난 2021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주요국은 석탄 발전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내용의 조약을 채택했다. 이에 대한 연장선으로 지난해 열린 COP28에서 이보다 더 진전된 단계적 퇴출이 합의안에 담길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결국엔 화석연료에서 '멀어지는 전환'이란 문구로 대체됐다. 이런 가운데 아민 나세르 사우디아람코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개최된 에너지 콘퍼런스 세라위크에서 “에너지 전환 전략은 다섯 가지 어려운 현실과 충돌하면서 눈에 띄게 실패하고 있다"며 “전 세계가 지난 20년동안 에너지 전환을 위해 9.5조 달러 이상을 투자했지만 화석연료가 대규모로 대체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석탄 수요 또한 사상 최고 수준"이라며 “이는 그동안 사람들이 그려왔던 미래의 모습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나세르 CEO의 발언 직후 이날 참석한 업계 관계자들은 일제히 박수를 보내며 동의를 표했다. 장기적으론 석탄이 재생에너지 등에 밀려날 수 밖에 없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블룸버그는 “태양광·풍력 기술 발전으로 비용이 석탄보다 이미 낮고 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ESS) 기술력이 향상되면 에너지 믹스를 바꾸는 비용 또한 저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현재로서 석탄 등 화석연료는 쉽게 대체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호주 광산업체 뉴호프의 롭 비숍 CEO는 “아시아의 석탄 수요와 신규 발전소 건설 등을 보면 석탄은 빠른 시일 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에너지 전환을 지지하기 위해 앞으로 수십년 동안 많은 석탄이 요구될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골드만 “엔화 환율 전망치 상향”…역대급 엔저 지속되나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달러 대비 일본 엔화 환율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엔화 약세). 이 같은 전망은 최근 엔/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연중 최고 수준에 유지되고 있는 와중에 제기돼 관심이 더욱 쏠린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 향후 3개월, 6개월, 12개월 뒤 달러당 각각 155엔, 150엔, 145엔을 기록할 것을 내다봤다. 이는 직전 전망치인 달러당 145엔(3개월), 142엔(6개월), 140엔(12개월)보다 모두 상향 조정된 수치다. 지난 22일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51.41엔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올해 최고 수준으로, 엔화 환율은 올 들어 7.5% 가량 급등한 상황이다. 엔화 환율이 골드만삭스의 전망대로 달러당 155엔까지 치솟을 경우, 역대급 엔저 현상이 일어났던 2022년 10월 당시 최고점인 151.96엔을 넘어서 1990년 이후 3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게 된다. 골드만삭스의 이러한 전망은 일본은행이 최근 마이너스 금리에서 벗어난 이후 나왔다. 일본은행은 지난 19일 2007년 2월 이후 17년 만에 금리를 인상했지만 금융완화 정책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일본은행은 향후 금리전망에 대한 가이던스를 제시하지 않아 '비둘기파적 인상'이란 평가가 뒤따랐고 그 결과 엔화 환율은 올해 처음으로 달러당 151선도 돌파했다. 이런 와중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금리인하에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꾸준히 강조하고 있다. 카마크샤 트리베디 등 골드만삭스 전략가들은 “긍정적인 거시경제적 리스크 환경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엔화 가치에 무게를 가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둔화로 연준이 금리를 신중히 내리더라도 엔화 가치는 오르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미국 금리 인하가 축소될 것이란 전망은 오히려 엔화의 안전자산 매력도를 부각시키는 경기 침체 리스크 확률을 낮췄다"고 덧붙였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글로벌 증시전망] ‘연준 선호’ 美 2월 PCE 물가 분수령

이번 주 글로벌 증시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발표를 경계하여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 주 뉴욕증시 3대 지수는 모두 반등에 성공했다. 3대 지수는 지난 21일까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연내 금리 인하 기대와 예상보다 강한 경제 환경 등이 주가를 떠받쳤다. 그러나 지난 주 마지막 거래일인 22일에는 고점 부담에 지수별로 흐름이 엇갈렸다. 다우지수는 4만선을 눈앞에 두고 하락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도 소폭 하락 마감했다. 반면 기술주 중심 나스닥지수는 이날에도 상승하는 등 나홀로 사상 최고치 흐름을 이어갔다. 하락해 2주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한 주간 0.13% 떨어졌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기술주 중심 나스닥 지수는 각각 0.02%, 0.7% 떨어졌다. 이번 주의 핵심 이벤트로는 오는 29일 발표 예정인 2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다. PCE 가격지수는 미국 거주자들이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때 지불하는 가격을 측정하는 지표다. 연준은 통화정책 목표 달성 여부를 판단할 때 CPI 대신 PCE 가격지수를 준거로 삼는다. 소비자 행태 변화를 반영하는 PCE 가격지수가 CPI보다 더 정확한 인플레이션 정보를 제공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연준은 또 에너지 및 식료품 가격이 제외된 근원 물가를 상대적으로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에너지·식료품 가격은 단기 가격 변동성이 커 잘못된 물가 신호를 제공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월 근원 PCE 가격지수가 전월대비 0.3%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1월(0.4%)보다 소폭 둔화되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근원 PCE 가격지수의 월간 상승폭이 2월에도 높은 수준에 유지되자 3개월 및 6개월 상승률도 연율 기준 각각 3.5%, 2.9%로 대폭 치솟을 전망이다. 3개월 및 6개월 상승률의 경우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각각 1.5%, 1.9%를 기록해 연준 목표치인 2%를 하회했다. 심지어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1월 지표가 상향 수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1월 근원 PCE 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4% 상승, 지난해 1월(0.5%) 이후 1년 만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한 바 있다. 연준은 최근 물가 지표가 예상치를 웃돈 것에 아직은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러나 2월 근원 PCE 가격지수마저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면 금리인하에 대해 더욱 신중한 태도를 보일 전망이다. 한편, 오는 29일은 굿프라이데이(성금요일)로 뉴욕증시는 휴장한다. 이에 2월 PCE 가격지수 발표에 따른 영향 등은 4월 첫 거래일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28일 공개되는 작년 4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확정치는 기존 수정치와 같은 3.2%로 예상되고 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모스크바 테러범 모두 체포됐지만…배후설 공방 여전, 우크라 전쟁 향방은?

100명이 넘는 사망자를 낸 러시아 수도 모스코바 총격·방화 테러범들이 하루 만에 전부 체포됐다. 러시아 측은 이번 테러에 우크라이나가 연계됐다고 주장하고 있어 3년째 접어든 우크라이나 전쟁에 돌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23일(현지시간) 타스, 스푸트니크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모스크바 북서부 크라스노고르스크의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서 테러를 벌인 핵심 용의자 4명을 포함해 이 사건 관련자 총 11명을 검거했다. 무장 괴한들은 지난 22일 저녁 공연장에 난입해 무차별 총격을 가하고 건물에 불을 질렀다. 사건 직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는 테러의 배후를 자처했다. 현재까지 테러로 숨진 이들이 총 133명이지만 사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현지 매체는 143명 이상이 숨졌다고 전했다. 사망자 중에는 어린이도 최소 3명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안드레이 보로비요프 모스크바 주지사는 구조물 해체 및 인명 수색에 며칠은 더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러시아 당국이 구성한 사건 조사위원회는 핵심 용의자 4명이 모두 모스크바에서 남서쪽으로 약 300㎞ 떨어진 브랸스크 지역에서 검거됐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경찰의 정지 명령을 무시하고 도주하던 르노 승용차와 추격전을 벌인 끝에 핵심 용의자들을 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FBS는 “용의자들이 범행 후 차를 타고 도주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으려 했다"며 “이들은 우크라이나 측과 관련 접촉을 했다"고 주장했다. 브랸스크는 우크라이나 국경과 가깝다. 차량에서는 마카로프 권총, AK-47 소총의 개량형인 AKM 돌격소총 탄창, 타지키스탄 여권 등이 발견됐다. 타지키스탄 외무부는 이번 테러 공격에 자국 시민들이 연루됐다는 의혹과 관련해 러시아 당국과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영 방송사 RT의 편집장 마르가리타 시모냔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검거된 용의자 중 샴숫딘 파리둔(26)은 신원 미상의 '전도사'라는 인물로부터 애초 50만루블(약 730만원)을 대가로 약속받고 범행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그가 실제 전달받은 돈은 그 절반가량에 불과했지만 지시자로부터 '나중에 100만 루블(1461만원)을 주겠다'고 재차 약속받았다고 한다. FSB는 추가 공범을 찾아내기 위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대국민 연설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모든 이들에게 깊은 조의를 표한다"며 일요일인 24일을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했다. 푸틴 대통령은 용의자 검거와 관련해 “그들은 우크라이나 방향으로 도주했는데, 초기 정보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쪽에 국경을 넘을 수 있는 창구가 마련돼 있었다고 한다"며 “배후에 있는 모든 사람을 찾아내 처벌하겠다"고 다짐했다. 레오니트 슬루츠키 러시아 하원 국제관계위원장은 텔레그램에서 “테러 공격 조사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의 흔적이 더욱 명백해지고 있다"며 “잔혹한 키이우 정권이 테러리스트를 고용했다고 믿을 만한 이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IS가 이번 테러의 배후가 자신들이라고 주장했음에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연관성을 제기한 것이다. 우크라이나 측은 이를 즉각 일축했다. 오히려 이번 참사가 러시아 측의 자작극일 수 있다는 의구심을 드러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모스크바에서 일어난 일은 명백하다. 푸틴과 다른 인간쓰레기들이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돌리려 하고 있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책임을 전가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우크라이나는 이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받아쳤고,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HUR)은 “모스크바 테러는 푸틴의 명령에 따라 러시아 특수부대가 계획적이고 의도적으로 도발한 것"이라며 자작극 의혹을 제기했다. 우크라이나 측이 이번 테러와 무관함을 재차 밝혔지만 러시아는 이와 상관없이 그 책임을 우크라이나에 돌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실시된 대선에서 87%가 넘는 득표율로 5선에 성공한 푸틴 대통령으로서도 당선 직후에 수백명의 희생자를 낸 초대형 참사가 일어난 것은 내치에 있어 대형 악재로 꼽히기 때문이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찰스 리치필드 부국장은 “크렘린궁이 분위기를 반전시킬 확실한 경로는 (테러를) 우크라이나 전쟁과 연관 짓는 것"이라며 러시아가 이번 테러를 계기로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공세의 고삐를 더 세게 쥘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미국 정부는 이번 테러와 관련해 규탄 입장을 밝히고 희생자 가족에게 애도를 표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은 모스크바에서 발생한 치명적인 테러 공격을 강력하게 규탄한다"면서 “우리는 이 극악무도한 범죄로 희생된 사람들의 가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명한다"라고 말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도 별도 성명을 통해 “미국은 모스크바에서 발생한 극악무도한 테러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라면서 “우리는 무고한 시민을 대상으로 한 비양심적인 공격으로 희생된 사람들의 가족과 부상자 등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테러의 배후를 자처한 IS를 거론하면서 “IS는 모든 곳에서 물리쳐야 할 공동의 적"이라고 밝혔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모스크바 테러 사망자 143명…“배후는 우크라이나”

러시아 모스크바 공연장에서 벌어진 무차별 총격 및 방화 테러로 사망자가 140명을 넘어선 가운데 러시아 측은 이번 테러가 우크라니아와 연관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방송사 RT의 편집장 마르가리타 시모냔은 23일(현지시간) 텔레그램에서 143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금요일 밤 다수의 군중이 몰려있던 가운데 사건이 발생한 데다, 부상자 중 중상자가 많아 추가 사망자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안드레이 보로비요프 모스크바 주지사는 이날 성명을 통해 소방·구조인력 719명이 사건 현장에 투입돼 구조물 해체 및 인명 수색을 하고 있다며 “작업이 적어도 며칠 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보로비요프 주지사는 테러 장소인 모스크바 북서부 크라스노고르스크의 '크로커스 시티홀' 중에서도 콘서트홀이 화재로 완전히 소실되는 등 피해가 집중됐다며 “남은 천장 부분이 붕괴할 위험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사망자 유족에게 300만루블(약 4383만원)을 위로금으로 지급한다고 밝혔다. 입원 환자에게는 100만루블(1461만원), 외래 치료를 받는 경상자에게는 50만루블(730만5000원)을 각각 지원한다. 이런 가운데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번 테러의 배후로 우크라이나를 지목했다. 러시아 당국은 이번 테러의 핵심 용의자 4명 등 관련자 11명을 검거했다며 핵심 용의자 4명이 모두 모스크바에서 남서쪽으로 약 300㎞ 떨어진 브랸스크 지역에서 검거됐다고 밝혔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용의자들이 범행 후 차를 타고 도주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으려 했다"며 “이들은 우크라이나 측과 (테러 관련) 접촉을 했다"고 주장했다. 브랸스크는 우크라이나 국경과 가깝다. 시모냔은 용의자들을 체포한 군인들이 포상받아야 한다면서 “괴물들(테러 용의자들)은 우크라이나 국경까지 불과 100㎞ 정도만 남겨놓고 있었다"며 이어 이번 사건이 “형제가 아닌 사람들(우크라이나인들)에 의해 계획된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이번 테러의 배후가 자신들이라고 주장했음에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연관성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이 같은 러시아 측 주장을 전면 부인하며 이번 테러가 자신들과 관련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우크라이나는 이 사건들과 전혀 관련이 없다"며 러시아 측의 주장이 절대적으로 용납될 수 없으며 터무니없다고 일축했다. 우크라이나는 나아가 이번 참사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측의 자작극이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군 정보기관은 “모스크바에서 발생한 테러 공격은 푸틴의 명령에 따라 러시아 특수부대가 계획적이고 의도적으로 도발한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더욱 확대하고 확장하려는 것이 목표였다"고 주장했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도 브리핑에서 “현재로서는 우크라이나나 우크라이나인이 연루돼 있다는 징후는 없다"며 '우크라이나 연루설'에 선을 그었다. 우크라이나 측은 이번 테러와 무관함을 재차 밝혔으나 러시아는 그 책임을 우크라이나에 돌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실시된 대선에서 87%가 넘는 득표율로 5선에 성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서도 당선 직후에 수백명의 희생자를 낸 초대형 참사가 일어난 것은 내치에 있어 큰 악재가 아닐 수 없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푸틴 대통령이 이번 테러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이미 많은 러시아 전문가는 지난주 치러진 대선 이후 푸틴 대통령이 안보 정책에 있어 상당한 변화를 꾀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전했다. 내부 반대 의견을 가혹하게 진압하거나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위해 군인을 추가 징집하는 조치 등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텔레그래프는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이 안보 정책에 있어 대대적인 변화를 줄 구실을 찾고 있었다면, 이번 테러가 그 빌미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찰스 리치필드 부국장은 “크렘린궁이 분위기를 반전시킬 확실한 경로는 (테러를) 우크라이나 전쟁과 연관 짓는 것"이라며 러시아가 이번 테러를 계기로 우크라 전장에서 공세의 고삐를 더 세게 쥘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韓 밸류업 프로그램 보러 갈까”…해외 큰손들, 내주 방한

정부가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관련해 글로벌 투자 거물들이 한국을 찾는다. 23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ACGA) 대표부와 해외 투자자들은 오는 25일부터 28일까지 한국을 방문한다. 이들은 방문 첫날 한국거래소를 비롯한 유관기관들과 면담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CGA는 연례 행사처럼 한국을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방문에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 투자를 담당하는 펀드와 연기금 등 기관들의 임원급 인사들도 함께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했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 영국계 팰리서 캐피털과 페더레이티드 헤르메스, 홍콩계 행동주의펀드 오아시스, 노르웨이연기금, 네덜란드연금자산운용(APG),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JP모건 등이 ACGA 사무국과 함께 한국을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ACGA는 아시아의 기업 거버넌스(지배구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1999년 설립된 비영리 단체다. 1997∼98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기업 지배구조가 아시아 자본시장 발전에 필수적이라는 신념에 바탕을 두고 있다. 전 세계 18개 시장의 연기금과 국부펀드, 자산운용사, 글로벌 투자은행, 상장사, 회계법인 등 101개사를 회원으로 두고 있다. ACGA는 한국의 기업지배구조 제도와 관행이 개선될 여지가 큰 것으로 보고 있다. ACGA의 보고서 'CG Watch 2023'에 따르면 한국의 기업지배구조 제도는 호주를 포함한 아시아 12개국 중 8위를 기록했다. 3년 전 9위에 비하면 한 계단 뛰어올랐으나, 같은 기간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결실을 보기 시작한 일본은 5위에서 2위로 순위가 급등했다. ACGA는 주기적으로 한국 자본시장 관계자들과 소통을 이어오고 있지만 최근 정부가 대대적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 해소 의지를 보이면서 이번 방한에는 특별히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합뉴스

‘비둘기’ 보스틱 총재…“올해 금리인하 1회 예상”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대표적인 비둘기파 성향 인사인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올해 미국 기준금리가 한 차례만 인하될 것으로 예상했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보스틱 총재는 이날 기자들에게 이같이 말하며 금리 인하 시기 또한 예상보다 더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최근 보스틱 총재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해 말까지 2회에 걸쳐 0.25%포인트씩 내리고 첫 인하는 여름에 단행될 것으로 내다본 바 있다. 보스틱 총재는 최근 미국 물가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던 점에 우려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경로에 대한 자신감이 지난해 12월 당시에 비해 떨어졌다"며 “경제는 계속해서 서프라이즈를 안겨주고 당시 예상했던 것보다 회복력과 활기가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결과, 금리 인하가 언제 적절한지 다시 수정했다"며 “경제가 호황인 것을 감안하면 우리가 인내심을 가질 여력이 마련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금리 인하 횟수 전망을 낮춘 것과 관련해 “아슬아슬한 결정"이라며 “앞으로 몇 주내 공개될 데이터를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금리 결정 투표권을 갖는 보스틱 총재의 이같은 견해는 연준 내부 컨센서스에 비해 매파적이다. 앞서 연준이 지난 20일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에서 공개한 점도표에 따르면 올 연말 미국 기준금리가 4.6%(중간값)로 제시됐다. 이는 작년말 FOMC 발표와 마찬가지로 올해 안에 0.25%포인트씩 3차례, 총 0.75%포인트 정도의 금리 인하가 있을 것이란 예상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1~2월 두달간의 데이터에 과민하게 반응하지도 않을 것이며 무시하지도 않겠다"고 했다. 최근 미국 물가 지표가 예상치를 웃돌고 있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방향에 무게를 실은 것이다. 또 이번 점도표에선 연준 위원들 19명 중 10명이 연내 3회 기준금리 인하를 전망했다. 나머지 9명은 연내 2회 이하의 금리 인하를 예상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냉온탕 비트코인 시세, 다시 후퇴…5만달러 밑으로 추락할까

급등과 급락을 오가던 비트코인 시세가 다시 후퇴하고 있다. 암호화폐 시세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23일 한국시간 오전 10시 10분 기준, 비트코인은 24시간 전 대비 3% 가량 하락한 6만3756달러에 거래 중이다. 지난 13일 역대 최고가(7만3800달러)를 기록했던 비트코인은 이후 일주일 동안 냉온탕을 오갔다. 한때 6만 달러선을 위협하기도 했다. 비트코인은 지난 20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연내 세 차례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하면서 급반등해 6만8000달러대까지 껑충 뛰었다. 7만달러선을 재돌파할 것처럼 보였던 비트코인은 그러나 추가 상승을 이어가지 못해 6만 3000달러대까지 추락한 상황이다. 이에 일각에선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 열기가 식어가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자예 캐피털 마켓츠의 나임 아슬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근 상승세가 힘을 잃고 있다"며 “이번 상승 국면은 과거처럼 최고 기록을 훌쩍 뛰어넘지 못하면서 투자자들의 의심을 낳고 있다"고 분석했다. 비트코인이 2021년 11월에 세웠던 최고가 6만8990달러를 2년 4개월 만에 갈아치우고 한때 7만 달러도 넘어섰지만, 추가 상승 폭이 제한되면서 투자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고 있다는 것이다. 또 비트코인 가격 상승을 견인했던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로 자금 유입이 둔화한 점도 상승세가 꺾인 요인으로 꼽힌다. JP모건 니콜라스 파니기르초글루 분석가는 “비트코인 ETF로의 순유입 속도가 현저히 느려져 지난 한 주간 상당한 유출이 발생했다"며 “이는 현물 ETF를 통해 자금이 계속 순 유입될 것이라는 전망에 의문을 제기한다"고 말했다. 이에 비트코인 가격의 추가 하락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파니기르초글루 분석가는 “비트코인 반감기를 앞두고 이런 이익 실현 행보는 더욱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지난주 조정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시장 전체적인 투자 포지션이 과열 상태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고 내다봤다. 나임 아슬람 CIO는 “반감기가 다가오고 있는데, 반감기가 상승세를 제대로 유지하지 못한다면 심각한 역주행에 직면할 수 있다"며 “이는 비트코인 가격이 5만 달러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망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英 국왕에 왕세자빈까지 암 판정…“항암 치료중” 직접 공개

다양한 루머에 휩싸였던 케이트 미들턴 왕세자빈도 암 진단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아버지 찰스 3세 영국 국왕에 이어 아내까지 암에 걸린 것으로, 윌리엄 왕세자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왕세자빈은 22일(현지시간) 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고 영상을 통해 직접 밝혔다. 왕세자빈은 지난 1월 16일 런던 병원에서 복부 수술을 받고 2주간 입원했으며 이후 공무에 나서지 않아 왔다. 왕세자빈은 “의료진은 내게 예방적인 화학치료를 받도록 조언했고 나는 현재 그 치료의 초기 단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42세인 케이트 왕세자빈은 왕실에서 가장 높은 인기를 누려온 인물이다. 여론조사에서 찰스 3세와 커밀라 왕비는 물론이고, 남편인 윌리엄 왕세자보다도 높은 지지율을 보여왔다. 유복한 평민 가정 출신으로 윌리엄 왕세자와 동갑내기 대학 캠퍼스 커플로 사랑을 키웠고 결별한 적도 있으나 2011년 결혼에 골인했다. 우아하면서도 대중 친화적인 이미지로 사랑받았고, 무엇보다 조지(10) 왕자 등 세 남매의 어머니로서 단란한 가정을 꾸리면서 인기를 끌었다. 윌리엄 왕세자의 부모인 찰스 3세와 다이애나 왕세자빈이 떠들썩한 이혼을 겪었고 다이애나가 교통사고로 요절했기에 화목한 왕세자 가정은 더욱 주목받았다. 그러나 왕세자빈과 미디어의 관계가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왕세자 부부와 동생 해리 왕자·메건 마클 부부간 불화설은 언론과 소셜미디어에 수시로 오르내렸고, 이번에 복부 수술 후 왕세자빈이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추자 위중설, 부부 불화설 등 온갖 루머가 떠돌았다. 지난 10일 공개한 가족사진은 조작 의혹이 제기돼 왕세자빈이 편집을 인정하고 사과했고, 17일 보도된 외출 영상은 대역설까지 떠돌면서 왕실이 소셜미디어 시대에 가짜뉴스에 대한 통제력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왕세자빈이 치료받은 병원의 직원들이 왕세자빈의 의료 기록에 접근을 시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정보보호 당국이 조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그 사이에 먼저 암 진단 사실을 공개한 찰스 3세가 서거했다는 가짜뉴스가 러시아 채널과 온라인 매체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일도 있었다. 결국 왕세자빈은 이날 영국 왕실로서는 아주 드문 방식으로 영상을 통해 직접 암 치료 사실을 공개하며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이렇게 대외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해 12월 25일 성탄절 예배에 참석한 이후 거의 석 달 만이다. 왕세자빈은 자신에게도 암 진단이 “엄청난 충격"이었다고 고백했고, 어린 자녀에게 엄마는 괜찮을 거라고 안심시킬 수 있는 방식으로 대응할 시간이 필요했다며 인정에 호소했다. 이번 공개 시점도 세 자녀의 방학이 시작돼 대중의 눈에서 벗어날 수 있는 때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와 동시에 왕실은 물론이고 영국 정계도 나서서 사생활 보호를 촉구했다. 왕세자 측인 켄싱턴궁은 화학요법이 지난달 말 시작됐다는 것 외에는 암의 종류나 단계, 치료 병원 등 더 이상의 정보는 일절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왕세자빈에게 사적인 시간과 공간을 달라면서 치료 중 과도한 취재를 삼가달라고 강조했다. 리시 수낵 총리도 “최근 몇 주간 왕세자빈은 집중된 관심을 받았고 전 세계의 특정 미디어 부문과 소셜미디어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아왔다"며 “건강에 관해서라면 다른 모든 이들처럼 왕세자빈도 치료에 집중하고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할 사생활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1야당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 대표도 “어떤 암 진단도 충격적이겠지만, 우리가 몇 주간 봐온 끔찍한 추측 속에서 그 뉴스를 접하는 스트레스의 가중은 상상도 안 된다"고 꼬집었다. 영국 언론도 동정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커밀라 토미니 텔레그래프 기자는 “품위 있는 왕세자빈과 역겨운 온라인 트롤 사이에 극명한 대비가 보인다"며 “케이트의 행방을 묻는 광풍 속에서 상처를 주는 음모론을 퍼뜨린 이들은 부끄러운 줄 알라"고 썼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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