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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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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25억 하이엔드에 포위된 ‘4평 청년들’… 노량진의 위태로운 공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6.04.04 06:00

뉴타운 첫 분양 임박에 ‘하이엔드’ 기대감 고조
이면도로엔 ‘전세 실종’… 월세 비중 70% 육박
“갈 데 없어 남는 곳”… 청년 주거지 기능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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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 일대 공인중개업소에 게시된 매물 정보. 원룸 월세와 재개발 구역 아파트 분양가가 나란히 제시되며 지역 내 주거가격 격차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사진=장혜원 기자

에너지경제신문이 지난 3일 찾은 서울 동작구 노량진역 1번 출구. 컵밥거리를 지나 좁은 골목으로 들어서자, 서울의 과거와 미래가 날카롭게 맞물린 현장이 펼쳐졌다. 수십 층 높이의 아파트 골조가 예고하는 화려한 미래는 약 9000가구 규모의 '부촌'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그 골목 안에서 방을 찾는 청년들에게 노량진은 이제 '머물고 싶은 곳'이 아닌 '밀려나지 않기 위해 버티는 섬'이 되어가고 있었다.


본지를 만난 복수의 공인중개업자는 “요즘은 방 하나 나오면 길어야 2~3주면 다 빠진다"며 “가격이 싸서가 아니라 서울에서 이 가격대에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없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55만원. 숨만 쉬어도 주거비 70만 원이 나가는 4평 남짓한 방마저, 매물로 나오면 2주를 채 넘기지 못하고 계약이 끝난다. 이것이 4월 노량진의 현재다. 손바닥만 한 고시원부터 다가구 원룸까지 상태가 괜찮은 매물은 나오자마자 계약이 이뤄진다는 것이 현지 공인중개업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월세 70% 시대" 회전 멈춘 시장… 가격보다 방이 없다

이 같은 흐름은 서울 주택시장 구조 변화와 맞물려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2월 전국 전월세 거래 중 월세 비중은 68.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서울 역시 70%를 넘어섰다. 전세 물량 감소와 보증금 부담 확대 속에 임대차 시장이 빠르게 월세 중심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노량진은 이 변화가 가장 먼저, 가장 선명하게 나타나는 지역으로 꼽힌다.


실제로 부동산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서울 주요 대학가 원룸 평균 월세는 62만2000원(보증금 1000만 원 기준)으로 집계됐다. 성균관대(73만8000원), 이화여대(71만1000원) 등 일부 지역은 이미 70만 원을 넘어섰고, 신축의 경우 100만 원을 웃도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전세사기 여파와 대출 규제, 임대사업자 제도 변화 등이 맞물리며 월세 중심 구조가 강화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노량진의 상승폭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코로나 이전 대비 약 5~10% 수준 상승에 그치고 있지만, 체감 부담은 오히려 더 크게 느껴진다는 것이 현장의 반응이다. 원룸월세를 전문으로 하는 공인중개업자는 “겉으로 보면 몇 만 원 오른 수준"이라며 “노량진은 구조적으로 구축의 초저가 월세 시장이기 때문에 집주인들도 함부러 월세를 못 올리는 분위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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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구 노량진 학원가와 고시촌 인근 골목 모습. 사진=장혜원 기자

노량진은 원래 공시생과 대학생, 사회초년생이 유입과 이탈을 반복하는 '회전형 월세 시장'이었다. 시험 일정이나 학기 단위로 수요가 빠르게 교체되면서 공실과 계약이 순환하는 구조다. 최근 수요층이 바뀌고 있는 흐름이 감지된다. 공무원 시험 준비생이 줄어든 자리를 여의도·용산·강남 등 주요 업무지구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이 채우면서, 시장은 '정체형'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한 번 입주하면 장기간 거주하는 구조로 바뀌면서 매물 회전율은 눈에 띄게 낮아졌다. 과거에는 계절이나 시험 주기에 따라 일정 수준의 공실이 발생했지만, 현재는 공실 자체를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 공인중개업자는 “예전에는 수험생들이 빠지면 바로 다음 수요가 들어오면서 시장이 돌아갔지만, 지금은 직장인들이 들어오면 2~3년씩 거주하면서 잘 움직이지 않는다"며 “가격 문제가 아니라 방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국 노량진은 '저렴한 주거지'가 아니라 '버티기 위한 마지막 선택지'로 변하고 있는 모습이다.


도로 하나 사이 '25억 아파트'…극단적 양극화

이 같은 골목 풍경은 불과 몇 분 거리에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이어진다. 노량진뉴타운 재개발 구역에서는 철거와 공사가 동시에 진행되며 지역 전체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1~8구역, 약 9000가구 규모로 조성되는 뉴타운에는 '아크로', '디에이치', '오티에르' 등 하이엔드 브랜드가 들어설 예정이다. 23년 만에 첫 일반분양도 시작된다.


GS건설과 SK에코플랜트는 다음 달 6구역 '라클라체자이 드파인' 369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며, 대부분 구역이 관리처분인가 단계에 진입하면서 사업은 사실상 막바지에 들어섰다.


용적률 완화가 적용될 경우 전체 공급은 9800가구 이상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첫 분양 단지의 전용 84㎡ 분양가는 24억~25억원 수준이 거론된다. 같은 지역 안에서 월 50만원대 원룸과 20억원대 아파트가 공존하는 구조는, 노량진이 겪고 있는 주거 양극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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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 개발 현황. 정리=장혜원 기자

6구역 지근거리의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자금 여력이 있는 수요자들은 이미 청약을 준비하고 있다"며 “노량진은 입지상 중장기적으로 서남권 핵심 주거지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자이드파인의 실제 매수를 검토 중인 한 직장인은 “노량진은 대규모 신축 단지가 들어서면서 주거 위상이 크게 바뀔 것"이라며 “9호선 급행 등 교통과 신축 메리트를 고려하면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노량진이 기존 고시촌 이미지에서 벗어나며 빠르게 신축 중심 주거지로 전환될 것이라는 청사진이었다.


노량진재개발 지역 투자에 관심이 높다는 여의도 근무 직장인은 “서남권은 그동안 낙후된 주거지 이미지가 강했지만, 최근 재개발과 정비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면서 주거 환경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며 “흑석·상도·노량진·신길을 축으로 신도림·영등포까지 이어지는 주거벨트가 형성되면서 실수요 기반의 거래도 점차 확대되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사라지는 '청년 디딤돌'… 남겨진 질문은 “어디로 가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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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6구역 재개발 현장 전경. 공사장 펜스 너머로 타워크레인이 세워져 있다. 사진=장혜원 기자

문제는 변화의 속도다. 노량진은 오랜 기간 저렴한 방값을 기반으로 청년들이 사회 진입 전 머무는 '디딤돌'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재개발이 가속화되면서 일부 구역에서는 이미 이주와 철거가 진행되고, 나머지 구역도 이주를 앞두면서 고시원과 다가구 주택 등 저가 주거지는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대신 그 자리는 고가 아파트와 하이엔드 브랜드 단지가 채우고 있는 모습이다.


현장에서 만난 한 취업준비생은 “공시생들을 위한 고시뷔페가 있어 365일 저렴하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고, 전반적으로 물가도 낮은 편이라 생활하기 부담이 적다. 나름 깨끗하고 안전한 동네라는 점도 장점"이라면서도 “동네가 좋아지는 건 환영하지만, 그 과정에서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방이 사라질까 걱정된다"며 “결국 더 먼 곳으로 밀려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다가구 주택을 임대하는 한 집주인은 “집값이 오르고 결국 고시촌이 사라지면, 이곳을 기반으로 형성된 대형 학원가도 결국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며 “그 시점이 되면 노량진 고시촌은 사실상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엔드 아파트 숲이 올라가는 사이, 청년들의 마지막 보루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노량진은 지금 '저가 주거 마지막 방어선'에서 '붕괴 직전 단계'로 이동 중인셈이다.


임미화 전주대 부동산국토정보학과 교수는 “노량진 고시촌은 청년층을 수용해 온 저렴한 주거지지만, 동시에 안전과 주거 환경 측면에서 개선 필요성이 큰 공간"이라며 “재개발 과정에서 단순히 철거·대체하는 방식이 아니라, 청년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적정 임대료 기반 주거 공급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임대 등 다양한 주택 유형을 통해 기존 기능을 보완하고, 학원가와 결합된 지역 자산을 유지하는 방향의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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