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11월 미국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국제유가 급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요 경합주에서 여전히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유가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바이든 전 대통령에게 역풍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1.7% 상승한 배럴당 85.15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도 전날 대비 1.7% 오른 배럴당 88.9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두 선물가격 모두 종가 기준으로 10월 27일(85.54달러)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미국 휘발유 가격 또한 고공행진하고 있다. 미 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현재 미국 휘발유 전국 평균 소매가격은 갤런당 3.535달러로,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 반등을 자극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 성과를 강조하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치명적이다. 미국 유권자들이 생활비 문제 등 경제에 불만을 가지면 현직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둔화되지 않을 경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금리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이를 겨냥해 이날 미시간주 유세 현장에서 “혹시 모를까봐 에너지 가격이 다시 오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유가가 오르고 있는 배경엔 중동지역을 둘러싼 지정학적 갈등도 있지만 수요회복과 공급축소가 원유시장에 동시에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름 드라이빙 시즌을 앞두고 시장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2분기에도 하루 220만 배럴 감산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OPEC+는 지난달 하루 2686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2월과 비슷한 수준으로, OPEC와 그 동맹국들의 지속적인 감산에 브렌트유가 이날 89달러까지 오르게 됐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블룸버그는 또 유가 급등에 따른 바이든 대통령의 위험은 더 커졌다며 “유권자들이 인플레이션, 일자리, 이민 등에 불만을 표하는 상황 속에서 경제적 타격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좋은 실탄"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경제를 이번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로 꼽고 있는 미국 유권자들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갤럽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 대선에서 경제를 가장 중요한 이슈로 꼽는 유권자 비중이 2020년 대선 당시에 비해 모든 연령대에서 커졌다. 특히 18~29세 젊은층의 비중이 2020년 11%에서 올해 47%로 네 배 넘게 확대됐고 30~49세 사이에서도 비중이 18%에서 43%로 증가했다. 50~64세, 65세 이상도 비중이 각각 15%→28%, 11%→19%로 늘어났다. 이는 최근 진행된 여론조사에서도 반영되고 있다. 블룸버그가 지난달 모닝컨설트와 진행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7개 경합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18~34세 유권자 지지율은 47%로, 40%를 기록한 바이든 대통령을 크게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국제유가 전망에 대해선 엇갈린 시각이 나온다. 호주 커먼웰스은행(CBA)의 비벡 다르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원유 수요 증가는 실망으로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에 브렌트유 가격은 향후 75~80달러로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원유 옵션시장 트레이더들은 유가 추가 상승에 더욱 대비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