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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결국 유상증자 철회...최윤범 회장 입장 밝힐 듯

고려아연이 2조5000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철회하기로 했다. 시장 반응이 부정적인 데다 금융감독원이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하며 제동을 걸자 숙의 과정을 거쳐 이런 결정을 단행했다. 13일 고려아연에 따르면 오전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열린 임시 이사회에서 최근까지 추진해 온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고려아연 측은 “일반공모 유상증자 공시 이후 시장 상황 변화에 대한 기관투자자, 소액주주 등 주주들과 시장의 우려가 있었다"며 “주주 보호와 시장의 안정을 도모하고, 신뢰를 회복하는 가장 합리적이고 최선의 방안이라고 판단해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관련 법규와 정관 등이 정한 절차에 따라 철회하기로 결의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30일 고려아연은 보통주 373만 2650주를 일반공모 방식으로 유상증자해 2조5000억원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공시한 바 있다. 앞서 경영권 방어를 위해 전량 소각을 조건으로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한 상태였다. 자사주 공개매수가(89만원)보다 유상증자 예상 발행가격(67만원)이 한참 낮았다. 유상증자 발표 직후 고려아연 주가는 크게 하락했다. 논란이 커지자 금융감독원은 고려아연 측에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에 대한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하며 사실상 제동을 걸었다. 금융당국은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와 동시에 대규모 유상증자를 계획한 게 아닌지 살펴보고 있다. 자사주 공개매수 신고서엔 '공개매수 이후 재무구조에 변경을 가져오는 계획을 수립하지 않고 있다'고 적었는데, 허위 기재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은 지난 12일 열린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유동 물량 증가, 주주 기반 확대로 분쟁 완화와 국민기업 전환을 도모하려 했던 것"이라며 “시장 상황 변화와 투자자분들의 우려, 감독 당국의 정정 요구 등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고 사과하기도 했다. 한편 최윤범 회장과 박기덕 사장 등 고려아연 경영진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자회견을 연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유상증자 철회에 대한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고려아연, 99분기 연속 흑자 행진…동 판매량 늘어 실적 견인했지만 경영권 분쟁이 변수

고려아연이 올해 3분기에도 흑자를 달성하며 2000년 이후로 99분기 연속 흑자 기록을 이어갔다. 고려아연은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1500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1604억원 대비 6.5% 줄었다고 잠정 집계됐다고 12일 공시했다. 매출은 3조267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2조2932억원 대비 39.8% 늘었고, 순이익도 1528억원으로 전년 동기 778억원 대비 96.5% 늘었다. 고려아연 측은 수익성 악화 원인을 환율과 귀금속 가격 하락 등을 꼽았다. 실제로 고려아연 매출에서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연의 런던금속거래소(LME) 가격은 3분기 평균 t(톤)당 2038달러로, 지난해 3분기 대비 130달러 이상 하락했다. 온산제련소 시설 보수 비용이 3분기에 반영된 것도 영업이익에 영향을 미쳤다. 고려아연은 지난 2분기 아연 정광 수급 지연으로 생산량 조절이 불가피해지자 시설 보수 작업을 앞당겨 진행했는데, 관련 비용이 3분기에 반영된 것이다. 아울러 고려아연의 올해 3분기 동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37% 증가했다고 밝혔다. 동 수요 확대를 예상하고 지속적으로 생산 능력을 키워온 전략이 동 가격 상승과 맞물려 결실을 맺고 있다는 입장이다. 고려아연은 올해 3분기에 총 8332t의 동을 판매해 약 100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판매량은 21%(1452t), 매출액은 37%(280억원) 증가했다. 분기 판매량과 매출액 기준으로 모두 역대 2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동은 전선과 가전제품, 전기차, 풍력 터빈 등 산업 전반에 다양하게 쓰인다. 예를 들어 전선 제조 원가의 약 90%를 동이 차지할 정도이며,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차보다 약 4배 많은 약 83kg의 구리를 필요로 한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센터 건설과 전력망 개선 사업이 늘고 있고, 전기차 보급과 신재생에너지 투자 확대 등으로 동에 대한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수요 증가를 예상한 고려아연은 일찌감치 동 생산 능력을 확대하는 계획을 세웠다. 현재 연간 3만t 수준인 생산 능력을 2028년까지 순차적으로 늘려 약 5배인 연간 15만t 수준으로 향상시키는 것이 목표다. 이 전략이 최근 동 수요 증가에 따른 가격 상승과 맞물려 매출액 증가로 이어졌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전 세계적인 친환경 에너지 전환으로 동 수요는 구조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고려아연의 동은 제련 부산물과 재활용 원료로 만들기 때문에 수익성이 우수할 뿐 아니라 인류의 지속 가능성에도 기여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최근 경영권 분쟁이 고려아연의 향후 실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고려아연 측은 최근 단행된 2조5000억원의 유상증자 논란과 관련해 주주와 시장관계자들에게 사과했다. 이날 고려아연 고위 관계자는 3분기 실적 발표 후 진행한 컨퍼런스콜에서 “유통물량 증가, 주주기반 확대로 분쟁 완화와 국민기업 전환을 도모하려고 했으나 시장 상황 변화와 투자자분들의 우려와 감독당국의 정정 요구 등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투자자들을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에게 사과드리고 있다"며 “시장 피드백과 주주분들 우려, 당국 요구 등을 종합 검토해 입장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려아연은 지난달 30일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갑작스레 발표했다. 발행주식 전체의 20%에 육박하는 보통주 373만2650주를 주당 67만원에 일반공모 형태로 새로 발행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 계획이 발표된 직후 고려아연의 주가는 하한가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고려아연의 이번 유상증자 계획이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을 대거 희석시켜 MBK·영풍의 경영권 인수 시도를 막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아울러 앞서 주당 89만원의 공개매수를 통해 사들인 자사주는 곧 소각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고려아연 측은 “자기주식 소각을 뒤로 미룰 생각 없다"며 “빠른 시점에 진행할 계획이며 구체적인 시점은 추후 이사회 결의 통해 밝힐 예정"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공개매수에 따른 이자비용 부담에 대해서는 “공개매수 통한 자사주 매입량은 약 10%로 당초 목표(17.5%)보다 작다"며 “이에 따라 차입금 부담은 예상보다 많이 줄었고 지난해 8209억원 현금이 유입되는 등 영업활동현금흐름 덕에 이자비용 부담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변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한화-KAI, ‘미래먹거리’ 우주사업 강화 박차…투자 성과 기대

경제·안보 등의 이유로 글로벌 우주산업의 빠른 성장세가 예상되면서 각국 정부와 기업이 관련 기술 개발과 경제성 향상에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도 한화그룹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이 성과 창출을 위해 자체 경쟁력 향상 및 유망기업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우주산업 규모는 지난해 5000억~6000억달러(약 680~820조원) 규모로 집계됐다. 매킨지는 이 시장이 2035년 2조달러(약 2800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발사체·인공위성 제조 등 업스트림 분야와 위성서비스를 비롯한 다운스트림 분야 모두 시장 규모 확대가 예고된 상황이다. 대한민국 정부와 업계는 글로벌 시장점유율 10%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 등으로 구성된 '스페이스허브'를 중심으로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2032년까지 차세대발사체(KSLV-Ⅲ) 개발을 수행 중이다. 이는 '누리호(KSLV-Ⅱ)' 대비 수송능력이 3배 가까이 높아 △저궤도 대형 위성 △정지궤도 위성 △달 착륙선 발사 등에 활용할 수 있다. 한화시스템은 국내·외 전시회에서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이 촬영한 사진과 영상을 선보이는 중으로, 폴란드 WB그룹과 손잡고 SAR 위성체와 탑재체 수출도 추진한다. 국내 최초로 저궤도 위성용 위성간 레이저 통신(ISL) 장비도 개발했다. 한화시스템은 군집 운용 저궤도 위성간 통신이 구현되면 초고속 우주인터넷을 쉽게 제공하고, 통신단절 리스크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미국 스페이스X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도 우주인터넷 시장 진출 등을 위한 ISL 탑재 저궤도 위성 통신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한화가 지분을 투자한 쎄트렉아이는 올 3분기 연결기준 매출 437억원·영업이익 8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올 7월 항우연과 맺은 민간 광학위성 1·2호 개발 계약(약 1727억원) 등 위성사업이 선전한 덕분이다. 배성조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쎄트렉아이 위성사업부 수주잔고를 5400억원으로 추정했다. 내년에는 스페이스X를 통해 자체 고해상도 위성 'SpaceEye-T'를 발사하고, 위성영상 판매를 수행하는 자회사 SIIS도 고객사를 늘리면서 수익성을 늘린다는 목표다. 이를 토대로 연간 기준 흑자도 달성한다는 목표다. KAI는 현대로템·이노스페이스 등과 함께 재사용발사체 경쟁력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우주로 보내는 물체가 늘어나면서 발사 비용 부담을 줄이는 솔루션이 주목 받는 까닭이다. 재사용발사체는 지구와 우주를 여러차례 오갈 수 있도록 설계된 항공기 형태의 우주비행체다. 현재는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을 비롯한 기업이 시장을 선도하는 추세지만, 아직 초기단계라는 점에서 참여 가능한 시장이 넓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밀 유출 등 보안 문제도 언급된다. 임석희 항우연 책임은 앞서 서울 광화문 한국생산성본부에서 열린 '방위산업 최고위 과정'에서 제약·바이오를 비롯한 분야의 경우 일정 수준의 정보를 발사체 제공자에게 전달해야 하는 탓에 자국산 발사체를 선호하는 경향이 포착된다고 설명했다. KAI는 최근 위성통신 항공전자 강소기업 제노코의 경영권도 인수했다. 수직계열화로 원가를 절감하고 위성 핵심부품 개발 역량을 높이기 위함이다. 통신위성과 위성 운영을 위한 지상국 설계·구축 분야 시너지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제노코는 초소형 위성 체계와 핵심부품 개발로 KAI의 우주사업 강화에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배성조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제노코가 올 상반기 기준 985억원에 달하는 수주잔고를 바탕으로 연간 최대 매출을 시현할 것으로 예상했다. KAI는 제노코를 핵심 계열사로 육성한다는 전략으로, 앞서 영상분석 전문업체 메이사에 단행한 투자로 위성서비스 시장 진출도 추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우주시장에서 자리잡지 못하면 헬륨-3 등 지구에 필요한 자원을 채굴하고 보내는 마이닝·수송 분야에서도 외국에 의존할 수 있다"며 “우주항공청이 국내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제도개선에 나서고 있으나, 생태계 강화 등을 위한 범부처 차원의 지원사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경영권 분쟁’ 고려아연, 3분기 영업익 1499억…전년比 6.5%↓

고려아연이 3분기 비우호적인 대외 환경과 시설보수 비용 반영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슷한 수준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고려아연은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3조2066억원, 영업이익은 1499억원을 기록했다고 12일 공시했다. 매출액은 지난해 3분기 2조2932억원 대비 39.8% 늘었고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1604억원 대비 6.5% 줄었다. 매출 증가에도 3분기 수익성이 악화된 원인으로는 환율과 런던금속거래소(LME) 금속 가격 하락이 꼽힌다. 고려아연 매출에서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연 가격은 3분기 평균 t당 2038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30달러 이상 하락했다. 온산제련소 시설 보수 비용이 3분기에 반영된 점도 수익성에 영향을 미쳤다. 고려아연은 앞선 2분기에 아연 정광 수급이 지연돼 생산량 조절이 불가피해지자 시설 보수 작업을 앞당겨 진행했고, 관련 비용을 작업이 마무리된 3분기에 반영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4분기 들어 환율과 LME 가격이 긍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고 앞당겨 실시한 시설보수로 '풀 캐파'로 생산이 가능한 만큼 4분기에는 실적 향상이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적대적 인수합병(M&A)에도 불구하고 올해 초에 세운 목표 판매량을 달성하기 위해 모든 임직원이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매출과 이익 증대 등 기업가치 제고로 주주들의 이익을 지키고, 장기적인 수익률 제고도 이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포스코 화재로 생산 차질 없을듯…안전성 강화엔 지적 잇달아

경북 포항시에 자리잡은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다수의 사고에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최근 발생한 화재에 관련해서는 생산 차질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설비 정상화에 드는 비용과 주민 불안 등 경제적·비경제적 손실을 막기 위해서는 종합적인 안전 강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새벽 4시20분쯤 화재가 발생한 포항제철소 파이넥스 3공장은 연산 200만t에 달하는 쇳물을 생산할 수 있다. 파이넥스는 원료 예비처리 공정을 생략하고 철광석·유연탄을 바로 사용해 고로(용광로)처럼 쇳물을 뽑는 용융로(비용광로) 공법으로, 고로 보다 원가 부담을 낮출 수 있다. 포스코는 파이넥스 3공장이 일주일 가량 멈춘다고 해도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포항 파이넥스 3공장이 포스코의 국내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가 되지 않는다. 포항제철소 보다 큰 광양제철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포항사업장 파이넥스 2공장과 2~4고로의 총 생산력도 1381만t에 달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철강 시황이 부진한 것도 이같은 목소리에 힘을 싣고 있다. 포스코는 올 3분기 조강생산량이 923만4000t로 집계됐다고 설명했다. 가동률은 90.3%로, 전년 동기 대비 소폭 하락했다. 제품 판매량도 824만8000t로 1.5% 축소됐다. 4분기 판매량이 4% 가량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으나, 중국 경기부양책의 효과가 예상을 밑돌 것이라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현지 항만의 철광석 재고가 지난해 최고치를 상회하는 탓이다. 업황 부진으로 재고가 충분한 상황에서 2분기 고로 개수 등으로 생산량이 줄었던 것도 언급된다. 물건이 없어서 못 파는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고로 보다 원가 부담이 적은 파이넥스 공장이 멈춘 탓에 수익성 악화 우려가 있지만, 고정비 감소 효과에 힘입어 가공비가 줄어들고 탄소강 매출원가도 낮아진 덕분에 영향이 크지 않을 전망이다. 원재료값 부담이 완화된 것도 언급된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1월5일 t당 142.6달러였던 철광석값은 8일 104.9달러로 26.4% 하락했다. 유연탄값은 같은 기간 92.9달러에서 93.3달러로 1.2% 상승에 그쳤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화재 때문에 전체 고로 가동이 일시 중단되고 올 초에도 통신선 및 석탄 운반시설에 불이 나는 등 지속적으로 사고가 발생하는 점은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강산업에서 생기는 문제는 자동차·조선을 비롯한 수요산업에 끼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원치 않는 비용 발생은 수소환원제철 기술개발에 필요한 '실탄' 모으기에도 도움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2022년 태풍 '힌남로'로 생산이 멈추면서 조단위 손실을 입고 안전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으나, 설비 노후화와 인력 부족 등에 따른 리스크를 해소하지 못하면서 크고 작은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정 설비에서 반복적으로 사고가 벌어진다는 점에서 안전 교육 강화 필요성도 제기된다. 그룹 내부 출신의 '철강맨'으로 불리던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철강부문 경쟁력 회복을 위해 매년 1조원 상당의 원가 절감을 주문한 것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임원들의 임금을 삭감하고 원재료 구입을 효율화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으나, 다른 부분에도 영향을 주지 않았냐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가 로봇·드론·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기술로 안전을 강화하려는 행보를 보여왔지만, 잇따른 사고로 인근 주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되는 등 '국민으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받던 포스코의 모습을 되찾겠다'던 취임사가 빛을 잃은 형국"이라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길 잃은 RE100⑦] 조상훈 기후솔루션 연구원 “RE100, 그린철강 넘어 경제 지킴이”

철강산업이 RE100을 달성하면 해당 업종 뿐 아니라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자동차와 조선 등 수요산업의 수출길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유다. 조상훈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철강이 그 자체로 주요 수출품이지만, 다른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탄소배출량으로 인한 직·간접적 무역제제가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저탄소화에 실패하면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에 따른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EU향 철강재 수출을 위한 탄소 차액 추정치 이상의 피해도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 연구원은 지난해 녹색산업법을 통과시킨 프랑스가 자동차에 사용된 소재들의 탄소배출량을 근거로 올해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한국과 중국 전기차를 대거 탈락시킨 사례를 들었다. 국내 기업들이 멕시코를 통해 우회 수출하던 루트도 탄소배출량 기반 규제 적용시 좁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최근 알루미늄·카본섬유·나노셀룰로오스를 비롯한 소재를 활용해 자동차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으나, 철강은 앞으로도 차량 무게에게 30~50%를 차지하는 주요 소재가 될 것"이라며 “자동차 탄소배출량에서 차지하는 위치도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CBAM과 관련해서는 “EU에서 생산한 강재가 다른 나라보다 얼마나 친환경성이 높은지, 판가는 어느정도로 잡는지와 국내에서 저탄소 강재를 만드는 비용과 탄소차액간 차이가 결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RE100을 위한 재생에너지 조달 비용 및 안정성이 유의미하게 개선되면 기업들이 EU에 차액을 지불하는 것보다 더 큰 단기 손실이 발생해도 재생에너지를 사용할 유인이 생긴다는 논리다. 조 연구원은 “업계에서는 이론적으로 고로 60%, 전기로 40% 비율까지 합탕할 때 고로 100%와 유사한 품질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며 “전기로에 RE100이 이뤄지면 t당 탄소배출량을 2.3tCO2e에서 1.3tCO2e로 낮출 수 있다"고 밝혔다. '그린철강' 시장 활성화되면 탄소 차액을 줄일 수 있으나, 현재는 서로 책임을 미루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린철강은 제조 공정에서 화석연료를 쓰지 않음으로써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소화한 제품이다. 조 연구원은 “수요산업은 철강사가 만들지 않아 구매를 검토한 적이 없다고 말하고, 철강사는 사겠다는 확약이 없어서 만들지 못하고 있다고 반박하는 등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의 국면을 타파할 수 있도록 정부 주도로 협의회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일본도 마찬가지였으나, 정부가 경제산업성 주도로 '그린철협의회'를 만든 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취합해 그린스틸의 개념과 구매자-판매자의 비용 분담 방안 및 정부 지원책 등의 해법을 제안한다"고 소개했다. 초기 시장을 선점하고, 토요타 등 수요기업들이 철강 탄소배출량으로 인해 국제 무역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게 저탄소 강재 공급망을 갖추기 위한 조치다. 조 연구원은 “철강사들이 수요에 대해 어느정도 신뢰를 갖고 기술 개발 및 제품 생산을 할 수 있도록 촉진하는 역할도 한다"며 “그린스틸 생산량이 예측가능하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및 수소 사업자도 이에 맞춰 투자를 결정하는 등 다각적인 연쇄효과가 발생한다"고 발언했다. 그린수소 비용을 낮추려면 철강산업에도 인센티브를 적용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경제성 있는 그린수소를 수소환원제철에 활용해야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인센티브가 청정발전 입찰시장을 통한 발전비용 보상이 전부인 까닭이다. 철강 등 전력소비량이 많은 산업들이 재생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도록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와 해상풍력 고도제한 규제 온화를 통해 공급량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으로 생산된 재생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고, 수소와 같이 에너지 형태를 전환해 잉여전력을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철강에서 RE100을 달성하지 못하면 지역경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예측도 내놓았다. 국내에서 수출되는 강재 대부분이 고로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사회가 고로강재를 퇴출하고자 한다면 설비들의 자산가치가 상실된다는 이유다. 경쟁국 대비 뒤쳐진 국내 재생에너지 및 수소 시장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국내 고로를 폐쇄하고 해외로 사업장을 이전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 연구원은 “호주가 그린수소 수출을 넘어 해외 철강사들이 직접 환원철 제조설비와 철강 생산시설을 자국에 구축하는 것을 장려하는 것은 '산업 엑소더스'가 발생할 가능성도 대비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기후솔루션은 탄소집약적 산업군의 대표주자인 철강이 탈탄소를 달성하고 화석연료 기반의 철강이 그린스틸로 전환될 수 있도록 연구와 활동을 하는 단체로, 2021년 11월 첫 철강보고서를 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길 잃은 RE100⑤] 철강·석화, EU 수출 비상인데… 세액공제 美 30%·韓 3% 수준

철강·석유화학업계가 글로벌 공급과잉과 전방산업 부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판로 축소에 대한 우려도 하고 있다. 유럽연합(EU) 등이 환경 및 역내 산업 보호를 위해 탄소 기반 무역장벽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사격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8일 경제계에 따르면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국내 수출 제조기업 610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플라스틱 업종에 속한 기업 중 'RE100 요구를 받은 경험이 있다'는 비중이 3분의 1에 달했다. 이는 조사 대상 업종 중 가장 높은 수치다. 또한 섬유·패션(30.2%)과 석유화학(17.9%) 등 화학산업군에 속한 기업들이 다른 산업군 보다 재생에너지 사용 압박을 많이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철강도 16.1%로 평균을 웃돌았다. RE100은 국내·외 사업장에서 쓰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주요 수출 지역별로 보면 유럽에서 RE100 요구를 받은 경험이 28.3%로 가장 많았다. 25%를 넘은 것도 유럽이 유일하다. 화석연료 등 기존 발전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그 자리를 태양광·풍력발전 등으로 채우지 못하면 유럽시장 내 입지를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RE100 달성과 기업의 지속가능성 향상을 함께 이루기 위해서는 경제성 있는 재생에너지를 공급 받아야 한다. 기업들이 사업장 부지 내 태양광 자가발전 투자 세액공제 확대 등을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경우 재생에너지 설비투자 세액공제가 30%에 달하지만, 국내에서는 3% 수준일 뿐더러 관련 제도가 일몰되면 1%로 축소되면서 비용 부담이 불어난다는 이유다. 금속(철강) 기업 중 50%, 석유화학 기업 중 42.9%가 RE100 이행 지원을 위해 필요한 정책과제로 관련 신규 투자에 대한 세제혜택 및 금융지원 강화를 꼽은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철강의 경우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업종으로 꼽힌다. EU는 지난해 철강 수출이 49억달러로 미국에 이어 2번째(13%)로 중요한 수출 지역이기 때문이다. 앞서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는 철강업계가 부담해야 하는 인증서 비용이 2026년부터 2034년까지 9년간 총 2조6440억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한국과 유럽연합의 내재배출량과 탄소가격이 유지된다는 시나리오에서 산출된 액수로, 2026년에는 851억원 수준이지만 유상할당 비중이 본격적으로 높아지는 2030년 3000억원을 돌파하는 등 급증할 전망이다. 석유화학도 CBAM이 적용될 수 있는 업종으로 언급됐던 만큼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CBAM은 EU에서 생산된 것보다 탄소배출량이 많은 제품 수입시 EU 탄소배출권거래제(ETS)와 연동된 탄소가격을 부과하는 제도다. EU향 수출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국 내 탄소배출권 가격을 높이면 되지만, 다른 지역으로 향하는 제품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만큼 재생에너지 활용을 늘리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RE100을 이행 중인 국내 수출 제조기업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솔루션이 자가발전이라는 점도 주목 받고 있다.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자가발전 의존도가 높은 것도 특징이다. 선호도 역시 자가발전이 49.4%로 전기요금에 '녹색프리미엄'을 얹는 방식(23.6%), 재생에너지 인증서(REC) 구매(18.0%), 제3자 전력구매계약(PPA) 체결(1.1%) 등 보다 월등히 높았다. 상대적으로 도입이 용이하고 탄소배출권으로도 활용 가능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보급사업의 영향도 있지만, 올 8월까지 제주지역에서만 태양광·풍력발전의 출력제한이 80회를 넘기는 등 송전망을 통한 재생에너지 조달에 의존할 경우 안정성이 낮다는 우려가 자가발전 선호도를 뒷받침하는 요소"라며 “송전망 부족 등 재생에너지 조달여건이 좋지 않다는 점도 고려한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두산 “회계법인 두 곳서 추가로 비율 검증…합병가액 문제 없다”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 지분을 보유한 두산에너빌리티 분할신설부문 간 합병을 추진 중인 두산그룹이 회계법인 두 곳으로부터 추가 검증을 받았다고 밝혔다. 검토 결과 자본시장법 등에서 규정하는 합병가액 산정방법에 위배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8일 두산로보틱스 측은 “외부평가기관으로 선정된 안진회계법인으로부터 합병가액 산정 평가을 받아 적정성을 확인했다"며 “공정성 및 객관성을 강화하기 위해 외부평가기관으로 이촌회계법인 및 우리회계법인을 추가 선정해 합병비율을 검증받았다"고 밝혔다. 중복 검증 결과 안진회계법인 평가와 동일하다는 설명이다. 먼저 이촌회계법인은 합병법인의 두산로보틱스는 기준시가(8만114원)가 자산가치(6737원)보다 높아 기준시가를 합병가액으로 산정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기준시가를 적용하되 자산가치보다 낮은 경우엔 자산가치로 정할 수 있다. 피합병법인인 두산에너빌리티의 분할신설부문은 비상장사로 기준시가를 산정할 수 없기 때문에 본질가치 평가방식을 적용했다. 여기에 두산밥캣 지배력 등을 감안해 기준시가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가산해 수익가치를 산정했다. 경영권 프리미엄은 43.7%를 반영했다. 이촌회계법인 측은 “2016년부터 분석기준일까지 양수도 금액이 100억 원 이상인 국내 상장주식 거래사례 중 최대주주의 변경을 수반한 주식양수도 거래사례를 기준으로 업종을 고려하고, 극단치 영향을 제거 후 경영권 프리미엄율 최저치와 최고치를 산출했다"고 했다. 종합적으로 합병비율의 기준이 되는 주당 평가액은 8만114원, 2만9965원으로 산정해 합병비율은 1대 0.3740353로 산정했다. 우리회계법인도 같은 방식으로 합병가액을 산정해 발표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고려아연, 금감원 제동 걸린 유상증자 철회 여부 고심…“시장·주주 의견 살핀다”

고려아연이 추진하는 2조5000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에 금융당국이 제공을 걸자 고려아연 이사회가 주자와 시장의 입장을 충분히 살펴 추진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향후 유증 계획을 철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고려아연은 8일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 본사에서 정기 이사회를 열고 유상증자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정정 요구 관련 안건을 논의했다. 올해 3분기 주요 경영 사항과 2조5000억원 규모 유상 증사 추진 여부 등을 논의한 것으로 파악된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주말 동안 시장 전문가들과 주주 등으로부터 의견을 충분히 듣고 유상증자 추진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며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이날 사외이사만 참여하는 별도 모임을 만들어 이번 유상증자 추진 과정에서 주주 및 시장과 당국이 우려하는 지점에 대해 토의하기로 결정했다. 유상증자 추진 여부를 토의하기로 한 것은 사실상 자진 철회를 위한 수순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고려아연이 유상증자를 자진 철회하기로 가닥을 잡는다면 이르면 다음주 초 임시 이사회를 열어 의결한 뒤 해당 내용을 공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달 30일 보통주 373만 2650주를 일반공모 방식으로 유상증자해 약 2조5000억원을 조달하겠다고 공시했다. 이에 금감원이 지난 6일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해 제동이 걸렸다. 금감원 측은 “유상증자 추진 경위 및 의사결정 과정, 주관사의 기업실사 경과, 청약 한도 제한 배경, 공개매수신고서와의 차이점 등에 대한 기재가 미흡한 부분을 확인했다"며 “투자 판단을 위한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도록 보완 요구를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MBK파트너스·영풍이 소집하는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는 이르면 올해 연말쯤 열릴 예정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 50부는 영풍이 신청한 임시주총 소집허가 사건의 심문기일을 오는 27일로 정했다. 통상 임시주총 소집허가 사건은 심문기일 한 번으로 종결된다. 법원은 심문기일을 마친 뒤 신청인(영풍)과 사건본인(고려아연) 양측에게 준비서면 제출 기간을 1∼2주 정도 더 주고 인용 여부를 결정한다. 법조계에서는 대체로 인용 결정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신청인이 스스로 주총을 소집할 수 있도록 법원이 허가(인용)하면, 임시주총 날짜는 신청인인 주주가 지정한다. 영풍은 최대한 이른 시일 내 임시주총을 개최하겠다는 입장이라, 14일간의 주총 소집 통지기간 등을 고려하면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1월 안으로는 임시주총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MBK·영풍은 지난달 28일 14명의 신규 이사 선임과 집행임원제도 도입을 위한 정관 개정을 결의하기 위한 임시주총 소집을 회사 측에 요구했다. 신규 이사를 진출시켜 이사회를 재구성하고, 집행임원제도를 통해 최윤범 회장을 비롯한 주주들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트럼프 2.0] 경쟁 격화되는 철강, 숨통 트이는 석유화학 ‘희비교차’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컴백하며 국내 철강·석유화학 기업들의 경영환경도 급변할 것으로 전망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제조업 일자리 보호를 명분으로 전 세계 수입품을 대상으로 10~20%에 달하는 '보편관세' 부과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도 예외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국의 경우 대미 무역흑자를 보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관세가 책정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덤핑과 상계관세를 비롯한 수입규제 조사 빈도와 강도도 높아질 공산이 크다. 철강산업은 트럼프 1기 시절 미국 무역확장법 제232조에 따른 관세 25% 부과를 면제 받는 대신 수출량을 3년 평균치의 70%(연간 약 263만t)로 제한하는 방식에 합의한 바 있다. 미국이 중국산 철강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도 반사이익을 얻기 힘들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새로운 합의가 있지 않는 한 현지 시장 내 입지 확대가 어렵다는 것이다. 업계는 기존 쿼터가 축소되거나 초과 물량에 대한 관세가 높아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모양새다. 미국은 지난해 50억달러 수출을 달성한 국내 주요 철강재 수출국이다. 이는 전체의 14%에 달하는 수치로, 지난해까지 4년간 연평균 증가율도 24.8%로 집계됐다. 높은 관세와 우회 수출 방지로 인해 미국으로 들어가지 못한 중국산 제품이 한국을 비롯한 다른 시장으로 풀리면서 경쟁 강도가 심화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산 제품에 대해 60% 관세를 부과하고, 철강재의 경우 단계적으로 수입을 중단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법무법인 율촌은 '미국의 정책 방향과 국내 통상·산업 영향' 보고서를 통해 “멕시코를 통해 미국으로 수출되던 중국산 철강이 국내에 덤핑으로 유입될 경우 국내 철강 업체에 가격인하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앞서 현대제철이 중국산 후판을 대상으로 반덤핑 제소를 진행한 상황으로, 포스코도 올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중국산 철강재에 대한 제재 요청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석유화학은 상대적으로 기대감이 높은 업종으로 분류된다. 바이든 행정부가 유발한 인플레이션 원인 중 하나로 에너지 가격을 지목하고, 이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국내 기업들도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논리다. 구체적으로는 셰일오일과 원유 등 화석연료 생산 확대로 국제유가 하락을 도모할 전망이다. 이러한 흐름에서 시장점유율을 잃지 않기 위해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 국가들도 감산을 완화하는 등 국내 기업들은 경제적인 원재료를 안정적으로 쓸 수 있다. 정제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인 납사의 가격이 낮으면 이를 원료로 에틸렌 등을 만드는 석유화학 기업들은 원가 절감에 따른 수익성 향상이 가능하다. 금호석유화학을 비롯해 고무 밸류체인을 보유한 기업은 미국의 대중국 규제가 수혜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 기업들이 중국산 장갑 대체를 위해 동남아 지역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는 이유다. 이 중 말레이사아는 국내 NB라텍스 최대 수출국으로, 현지 기업 탑글러브는 올 3분기 미국향 판매량이 전분기 대비 100% 이상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율촌은 트럼프 대통령이 석유화학제품 규제 폐기를 공언한 것도 국내 기업에도 긍정적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석유화학 등 국내 기업들의 대미투자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미국 에탄크래커(ECC)들이 원가경쟁력을 강화해 현재 보다 더욱 아시아 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은 리스크"라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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