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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23년 연속 인명 무사고 운항…비결은 ‘항공 MRO 역량’

영종대교를 따라 인천국제공항으로 가는 길목에 거대한 항공 정비 단지가 들어선다. 연면적 약 14만200제곱미터(㎡), 축구장 20개를 합친 규모의 '대한항공 신 엔진 정비 공장'이다. 대한항공과 자회사 아이에이티(IAT)가 2016년부터 운영 중인 민간 항공기 엔진 시험 시설(ETC, Engine Test Cell) 바로 옆에 신규 엔진 정비 공장을 증축하는 것이다. 올해 3월 기공식을 열고 첫 삽을 뜨면서 대한항공의 항공 MRO 역량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MRO는 정비(Maintenance), 수리(Repair), 오버홀(Overhaul, 완전 분해 후 재조립)의 앞글자를 딴 약어다. 항공 MRO는 안전한 항공기 운항을 위해 기체·엔진·부품 등을 정비하는 작업을 통칭한다. 매 이륙 전·착륙 후 항공기 상태 점검과 비행 시간·이착륙 횟수별로 정해진 항공기·엔진·부품 검사·부품 교환, 항공기·엔진·부품 전체에 대한 종합 점검, 각종 데이터를 활용해 고장을 예방하는 체계적인 활동 모두를 일컫는다. 통상 '안전 운항'이라고 하면 이륙해서 착륙하는 순간까지를 떠올리지만 항공기가 지상에 서 있는 동안에는 MRO가 안전 운항을 책임진다. 정비사 확인이 없으면 이륙도 할 수 없다. 대한항공이 23년 연속 인명 무사고 운항을 이어오는 배경에도 탄탄한 정비 역량이 있다. 보험 요율도 전 세계 항공업계 최저 수준이다. 대한항공은 본사 내부에 정비본부를 두고 MRO 사업을 운영하며 운항과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 항공기 엔진·부품의 품질과 안전성을 확보하고, 긴급한 상황에서도 정비 작업을 차질없이 수행해왔다. 최근엔 수익을 창출하고 내수를 활성화하는 신사업으로 MRO 사업을 본격 강화하고 있다. ◇인천·김포·부산에 격납고…경정비부터 엔진·부품 정비까지 항공 MRO는 크게 운항·기체 정비와 엔진 정비, 부품 정비로 구분한다. 운항·기체 정비는 항공기 운항에 필요한 타이어·엔진 오일·소모품 등을 점검하는 경정비와 항공기 동체·날개·전기 배선·객실 내부 등 기체 전반을 점검하는 정비를 포함한다. 엔진 정비는 항공기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엔진을 다룬다. 중요도가 높은 만큼 풍부한 경험과 고도의 기술력을 요구한다. 부품 정비는 항공기와 엔진에 장착되는 부품을 정비하는 업무다. 대한항공은 1969년부터 부품 정비 분야에서 폭넓은 경험을 쌓아왔다. 대한항공은 인천·김포·부산 소재 격납고에서 항공기 정비를 지원한다. 최신 장비와 시설을 유지해 간단한 정비 작업부터 복잡한 종합 정비 서비스까지 폭넓게 제공한다. 인천 격납고는 2대가 넘는 보잉 747 항공기를 동시에 수용할 수 있다. 중·대형기 정비에 특화돼 있으며 최신 장비와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인천공항으로 바로 접근할 수 있어 항공기를 운용하는 입장에서 편리하다. 김포 격납고는 중·소형기 정비에 특화돼 있다. 김해국제공항 근처에 있는 부산 격납고는 기체 정비에 특화돼 있으며, 항공기에 옷을 입히는 페인팅 작업을 할 수 있다. ◇전문성 높은 항공기 엔진 MRO 사업…해외 의존도 낮추고 내수 활성화 대한항공은 MRO 사업 중에서도 항공기 엔진 정비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1972년 우리나라 항공 당국과 미국 연방항공청(FAA) 인가를 받아 항공기 엔진 수리를 시작했다. 1976년 보잉 707 여객기 엔진 중정비 작업을 시작하며 엔진 MRO 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2024년 현재까지 5000대에 가까운 엔진을 재탄생시켰다. 대한항공은 고장난 항공기 부품을 완전히 분해해 세척하고, 수리한 뒤 장착하는 중정비가 가능하다. 엔진의 경우 경기 부천에 있는 공장에서 정비한 뒤 영종도 ETC에서 최종 성능 시험을 거쳐 출고한다. 대한항공은 자사 뿐만 아니라 진에어를 포함한 국내 항공사 일부, 미국 델타항공, 중국 남방항공 등 해외 항공사의 항공기 엔진 수리를 수주한 바 있다. 국내외 항공사가 항공 MRO 산업에서는 대한항공의 고객인 것이다. 세계 3대 항공기 엔진 제작사인 프랫앤휘트니(PW)와 제너럴 일렉트릭(GE)도 대한항공에 일부 엔진 정비를 맡긴다. 대한항공의 높은 정비 기술력은 국토교통부·미국 연방항공청(FAA)·유럽 항공안전청(EASA)·중국 민용항공국(CAAC) 등 공신력 있는 국내외 관계 당국 12곳으로부터 인정받았고, 해당 국가의 항공기와 엔진, 부품을 정비할 수 있는 인가 획득으로 이어졌다. 영종도 운북지구 내 대한항공 엔진 정비 단지가 완공되면 자체 수리할 수 있는 엔진 대수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연간 100대 정도를 수리할 수 있는데, 향후에는 연간 360대의 엔진 정비 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대한항공이 수주 물량을 늘리면 국내 항공 MRO 정비의 해외 의존도도 낮아진다. 2020년 기준 국내 항공 MRO 물량의 절반 가량인 1조7000억원 상당이 해외로 유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국토교통부도 2025년까지 국내 항공 MRO 물량의 70%를 국내에서 처리하고, 2030년까지 국내 MRO 시장 규모를 5조 원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항공 MRO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얘기다. 신규 일자리 창출 효과도 크다. 2023년 8월 기준 대한항공 MRO 사업은 직·간접 고용을 포함해 전체 330명 가량의 일자리를 창출한다. 오는 2027년 신 엔진 정비 공장이 가동되면 관련 인력이 1000명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PW MRO 네트워크' 참여…세계 최고 수준 엔진 정비 기술력 인정 받아 대한항공은 PW·GE·CFM인터내셔널(CFMI)의 엔진 수리를 맡는다. PW와 GE 엔진은 전 세계 항공기 10대 중 8대에 들어갈만큼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대한항공은 2021년 PW사의 차세대 '기어드 터보 팬'(GTF, Geared Turbo Fan) 엔진 정비 협력 계약을 맺는 성과를 냈다. 이는 PW 엔진 정비 네트워크에 가입했다는 것으로, 대한항공의 높은 정비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GTF 엔진 정비 네트워크에는 미국 델타, 독일 루프트한자 테크닉 등 해외 주력 항공사 및 MRO 기업들이 참여한다. 대한항공은 작년 10월 GTF 엔진 초도 물량을 입고해 본격적인 정비를 시작했다. 차세대 GTF 엔진인 'PW1100G-JM'은 친환경 엔진으로 각광받는다. 효율이 높고 탄소 배출이 적은 에어버스 A321neo 기종에도 이 계열 엔진이 들어간다. 대한항공은 앞으로 매년 100대가 넘는 차세대 GTF 엔진을 수주받아 정비할 계획이다. 국내 항공 정비 분야에서 이 같은 대규모 수주는 대한항공이 처음이다. 대한항공은 차세대 신형 엔진을 포함, 정비 가능한 엔진 대수도 늘려나갈 방침이다. 현재 대한항공이 오버홀 정비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항공기 엔진 종류는 6종이다. 여기에 GE의 GEnx 시리즈 2종과 CFMI의 LEAP-1B를 추가해 정비 가능한 엔진 모델 수를 총 9종으로 늘릴 계획이다. 에어버스 A350 도입과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에 대비해 롤스로이스(RR plc)의 트렌트 XWB 엔진에 대한 타당성 검토도 진행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의 글로벌 항공 MRO 업체로서 위상도 한층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합 이후 시너지 기대…고부가가치 신사업으로 육성 대한항공은 항공기 엔진·부품 관련 정비 기술을 국내 중소 협력 업체에 전수하며 산업계 '맏형'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해외에서 수입하는 항공기 부품을 국산화하고 관련 인증을 받는 과정을 꾸준히 지원해오고 있다. 국내 업체에서 제작한 항공기 부품을 구매하는 방식으로도 상생을 실천한다. 국토교통부 인가를 받은 항공기 정비 교육 과정도 운영한다. 대한항공은 국내 항공 정비 자격증 응시 자격을 부여받을 수 있는 정비사 양성 과정을 비롯해 정기 과정과 특수 과정, 관리자 훈련 등 세분화된 커리큘럼을 운영한다. 9만개가 넘는 항공기 자재 품목을 고객사에 판매·대여하는 부품 공급망 역할도 한다. 항공기를 수리하는 다양한 첨단 장비와 공구도 대한항공에서 빌려 쓸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과 통합한 이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분야도 MRO 사업이다.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 에어서울, 에어부산의 항공 정비 물량까지 흡수할 경우 큰 폭의 성장이 기대된다. 또한 양사 정비 인력과 시설을 적극 활용한다면 보다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항공 MRO는 고효율·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성장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며 “항공 엔진 MRO 산업에서의 입지를 단단히 다지고, 안전한 항공기 운항으로 고객들이 믿고 탈 수 있는 항공사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단독] 대한항공 新 사업 ‘전용기 자회사’, 월 3억 흑자 전환…출범 2년여 만

대한항공의 비상장 전용기 사업 자회사가 출범 2년여 만에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좌석 단가가 상당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해야 본격적인 사업 확대를 이뤄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비상장 자회사 '케이에비에이션(K-Aviation)'은 지난해 매출 34억6800만원, 영업손실 10억4800만원, 당기순손실 9억9400만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는 2022년 매출 없이 영업손실 2억2800만원, 당기순손실 2억2300만원을 낸 것으로 확인된다. 1년 후 영업손실은 359.65%, 당기순손실은 345.74% 불어난 것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법률 자문료·사무실 임대료 등 초기 영업 비용이 상당히 많이 들어가 적자가 났던 것"이라며 “현재는 예상했던대로 현금 흐름도 정상적이고 사업도 잘 되고 있다"고 말했다. 케이에비에이션은 대한항공이 2021년 12월 23일 자본금 50억원을 들여 설립한 100% 자회사로, 2022년 2월 1일부로 계열사로 편입됐다. 항공사업법에 따른 법적 지위는 '소형 항공 운송 사업자'다. 경영진은 대한항공 김해 중정비 공장장(상무) 출신 이대준 대표와 염병일·박정우 이사로 이뤄져있다. 대한항공과 항공 운송 사업 양도·양수를 한 만큼 케이에비에이션은 항공안전법 제90조 5항과 동법 시행 규칙 제262조 2항에 따라 작년 9월 26일 서울지방항공청에 고정익 항공기에 대한 '안전운항체계 변경 검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는 운항 증명(AOC) 발급 조건에서 변경 사항이 발생한 경우 안전 적합성을 입증하는 자료를 제출하고 이를 검증하는 절차다. 관계 당국으로부터 이 과정을 무사히 통과해 케이에비에이션의 객실 승무원·운항 관리사·정비사들은 자체 교본에 의한 훈련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훈련 과정도 인가 사항인데, 그 이유는 이를 바탕으로 상업 운항에 나설 수 있어서다. 현재 국토교통부 항공기술정보시스템(ATIS)에 등록된 정보에 의하면 케이에비에이션이 보유한 회전익 항공기는 총 3대로, 모두 이탈리아 아구스타 웨스트랜드가 제작한 15인승 중형 쌍발 헬리콥터 'AW139'이다. 대한항공이 891억원어치의 현물을 출자한 것이다. 대한항공 소유인 고정익 전용기는 4대이나, 현재 계획으로는 보잉 비즈니스 제트(BBJ) 737-700(HL8222)과 봉바르디에(Bombardier) BD-700-1A10 글로벌 익스프레스(HL8230)를 케이에비에이션으로 넘기는 방안이 유력하다는 것이 대한항공 측 전언이다. 국토부는 '비즈니스용 항공 서비스' 활성화 차원에서 기업이 구매한 항공기를 위탁 운항·관리를 대행하는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올해 안으로 입법이 완료되면 대한항공은 이에 맞춰 해당 기재들을 케이에비에이션으로 이관한다는 계획이다. 케이에비에이션의 구성원은 38명이고, 대한항공으로부터 고정익기를 넘겨받을 경우 객실 승무원 추가 채용을 진행할 방침이다. 대한항공에서 전적한 직원들의 급여 수준은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됐다는 후문이다. 당초 대한항공 내부적으로도 사업 전문성 제고를 위해 전용기 전량을 케이에비에이션으로 완전히 넘기는 방안을 고려한 바 있다. 아직 추가 협의가 필요하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전용기로 쓰이는 787-8 드림라이너(HL8508)와 걸프스트림 G650(HL8068)은 자체 사업용으로 남겨두되, 케이에비에이션의 전세기로 운영하는 등 상호 마케팅을 통한 수익 공유를 추진한다는 설명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영업력이 강한 분야가 서로 달라 이와 같이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하게 됐다"고 언급했다. 업계에 따르면 케이에비에이션은 회사 규모가 작은 만큼 큰 이익을 내지는 못하지만 삼성전자와 장기 전세 계약을 맺어 월 평균 2억~3억원 수준의 흑자를 꾸준히 내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현 시점 기준 케이에비에이션의 최대 고객은 서울 서초 본사-지방 사업장 또는 사업장-사업장 사이를 헬리콥터를 타고 이동하는 삼성전자 임원들이다. 또 다른 고객들은 기업인이나 방탄 소년단(BTS)·블랙핑크와 같은 탑급 연예인들이다. 분초를 다투는 이들을 위해 주 사업지는 입·출국 수속 시간이 짧은 서울김포항공비즈니스센터(SGBAC)로 정했고, 기내식은 한앤컴퍼니 산하 대한항공씨앤디서비스나 해외 현지 업체와 계약해 공급받는다. 30시간 단위의 회원권은 7억원 수준이고 미결제 시 시간당 이용료는 약 2800만원이다. 국내 최대 항공 대기업의 '스핀 오프'임에도 좌석당 단위 비용이 비교적 높게 책정된 이유는 300~750여대를 보유한 넷젯·비스타젯 등 외국의 전용기 회사들 대비 영세한 스타트업이라서다. 항공업계는 규모의 경제 논리가 지배하는 영역이다. 케이에비에이션도 이 방식에 충실해야 수송 원가 경쟁력을 높여 사업 확장이 가능할 것인 만큼 대한항공 전용기 사업의 향배에 귀추가 주목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해진공, 사장 공개 모집…7월4일까지 서류 접수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가 사장 공개모집에 나섰다. 해진공은 임원 후보자 추천을 위한 위원회를 구성하고 공개모집 계획을 확정했다고 26일 밝혔다. 지원서류는 다음달 4일까지 제출할 수 있다. 임원추천위원회는 심사를 거쳐 후보자를 선정하고 임명권자의 최종 임명이 진행될 예정이다. 자격요건을 비롯한 자세한 사항은 해진공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해운업계, 선복 공급 압박에도 실적 향상 기대

글로벌 해운시장 내 선복량 확대가 여전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실적은 향상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수요 반등이 이어지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공급 압박을 상쇄하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3475.6으로 전주 대비 2.85% 오르는 등 3달 가까이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오래된 자동차·가전을 비롯한 제품을 새 것으로 바꾸는 '이구환신' 정책을 비롯한 경기 부양책을 펴면서 수요가 반등한 까닭이다. 미국에서는 양호한 실물경제 흐름에 힘입어 서안과 동안지역으로 향하는 선박들의 운임이 높아졌다. 유로존의 경우 경기가 좋지 않으나 운임은 인상됐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란 등의 갈등으로 수에즈 운하를 지나가는 선박이 대폭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드라이벌커 시황도 강세다.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는 올해 평균 발틱 건화물선 운임지수(BDI)가 지난 21일 기준 1821p로 전년 동기의 157% 수준에 육박한다고 설명했다. 만성적 물 부족을 겪고 있는 파나마 운하의 통항이 제한되고 남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가는 선박이 많기 때문이다. 중국 부동산 경기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나 중국향 철광석 운송 수요가 많은 것도 시황을 뒷받침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화력발전소로 향하는 석탄 물량도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전기차·배터리 시장의 성장으로 핵심광물의 물동량이 많아지고 대서양을 오가는 곡물의 양이 확대된 것도 건화물선 수요를 촉진하는 요소다. 올해 건화물선 인도량이 3460만DWT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해진공은 컨테이너선 신조 발주가 줄었으나 발주 잔량이 여전히 많다는 점을 들어 공급 압력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향후 인도될 선박의 72%가 1만TEU 이상의 대형선이라는 점도 언급했다. 1만7000TEU가 넘는 초대형 컨선도 꾸준히 건조될 예정이다. 올해 건화물선 해체량도 460만DWT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내년부터 노후 선박의 폐선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신조선가가 높아 선주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으나, 환경규제 강화의 흐름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선박의 실제 연료 소모량과 운항거리를 토대로 산출된 선박탄소집약도지수(CII)가 낮으면 속도를 낮추거나 심한 경우 폐선 조치를 취해야 한다. HMM의 올해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0조5215억원·1조8390억원으로 예상되는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매출은 전년 대비 25.2%, 영업이익은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팬오션도 매출 4조7300억원·영업이익 4659억원을 기록하는 등 실적이 향상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팬오션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조3610억원·3859억원이었다. 대한해운도 매출 1조6507억원·영업이익 3430억원을 시현하는 등 유사한 흐름을 보일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경기 부진이 심상치 않으나, 어려움에 처한 산업군에서 감산이 이뤄지지 않는 중"이라며 “중동 분쟁 장기화로 선박들의 우회에 따른 영향도 길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단독] “폐렴 걸리겠어요”…에어프레미아, ‘곰팡이·먼지 투성이’ 기내 에어컨 빈축

신생 국적 항공사 에어프레미아의 기내 환기 장치 관리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외부 공기를 흡입해 객실 내에 공급하는 부분이 불결할 경우 승객들이 폐병을 앓을 수 있어 철저한 기재 관리가 요구된다. 24일 네이버 여행자 카페 '태사랑'에 따르면 이용자 A씨는 지난 22일 태국 방콕에서 인천까지 에어프레미아 여객기(YP602)에 탑승했다. 자리에 앉아 고개를 든 A씨가 목격한 것은 송풍구가 새카만 기내 에어컨이었다. 사진 속 검은 이물질은 곰팡이와 먼지로 추정돼 청결하지 않다는 것은 분명해보인다. A씨는 “전반적인 환기 시스템 관리가 안 된다는 것 말고는 설명이 안 된다"며 “밀폐된 공간 안에서 이런 공기를 마시게 하는 것은 범법 행위"라고 일갈했다. 이어 “지난 30여년 간 해외 영업을 하며 비행기를 타고 다녔지만 이건 말이 안 된다"며 “이런 상태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슬롯을 받아 미국 운항을 한다는 게 가당키나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내용의 게시물을 접한 항공·우주 카페 '플라이터스' 회원들 역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 회원은 “지난해 11월에도 이런 상태였는데 변한 게 없다"고 말해 에어프레미아의 기내 불결 상태가 만성적임을 시사했다. 또 다른 회원은 “기본도 안 된 상태에서 유상 승객을 받는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호흡기 내과 의사들은 에어컨 청소를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 '레지오넬라증'을 유발할 수 있고, 폐렴으로 이어질 경우 치사율이 39%에 이른다고 지적한다. 이 같은 이유로 에어프레미아가 항공기 공기 순환 시스템에 장착된 헤파(HEPA, High Efficiency Particulate Air) 필터의 장착 상태와 오염 여부 등을 철저히 검수해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헤파 필터는 먼지·바이러스·박테리아 등 각종 입자를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고성능 필터다. 항공업계에서는 헤파 필터가 최적의 성능을 낼 수 있도록 하는 적정 교환 주기를 설정해 교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2019년 10억원에 가까운 비용을 헤파 필터 교체에 들인 바 있다. 한편 문제의 기재는 에어프레미아가 노르웨이 항공사 '노르위전 에어 셔틀(Norwegian Air Shuttle ASA)'로부터 인수한 중고 보잉 787-9 드림라이너이고 국토교통부 등록 기호는 HL8517이다. 이 여객기는 잦은 고장으로 결항과 회항 사태를 빚었고 지난달 중국 상하이에서 정비 작업을 거친 이력이 있다. 에어프레미아 관계자는 “이달 30일 해당 기재에 대한 '딥 클리닝'이 예정돼있다"며 “좌석 교체와 더불어 최상의 컨디션 유지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K-방산 기획 ③] 대한항공·KAI, K-무인기 개발 잰걸음

국내 방위산업체들이 고도화된 전기·전자 기술을 바탕으로 무인기와 이에 따른 위협 방지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는 무인 비행체의 미래 혁신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관련 시장 성장의 잠재력을 확인한 대한항공은 첫 시장 진입 목표로 '사단급 정찰 무인기'를 꼽았다. 이후 사단 정찰용 무인기(KUS-FT) 체계 개발에 착수해 '전투용 적합 판정'과 국내 최초 무인기 감항성 인증을 동시에 취득했고, 2020년 초도 물량 양산과 군 전략화를 마쳤다. 현재는 기존 사단급 무인기의 발진 방식을 개선한 '리프트 앤 크루즈' 방식의 'KUS-VS' 개발을 진행 중이다. 또 하나의 무인기가 특정 임무를 수행하는 것을 넘어 수십, 수백 대의 무인기가 함께 움직이고 임무를 수행하는 자율 군집 비행의 최신 기술 R&D에까지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RQ-101 송골매'의 후속 기종인 차기 군단급 무인 정찰기를 개발하고 있다. KAI는 해당 무인기에 전자 광학(EO)·적외선(IR) 센서와 고성능 영상 레이더(SAR), 자동 이착륙 기능을 탑재한다는 방침이다. 또 항법 장비 이중화와 확장성을 고려한 기체 설계, 지상·위성 중계도 가능케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틸트 로터형·헬리콥터형 수직 이착륙 무인기 △전동 무인기용 연료 전지 동력 장치 개발 △유인기 무인화 실용 기술 △정밀 타격용 무인기 체계 선행 연구 △무인기용 표준 소프트웨어 솔루션·테스트 베드 개발 등의 선행 R&D를 진행했다. 한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예멘 내전에서 무인기의 효율성은 전장에서 입증돼 활용 가치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는 곧 무인기에 의한 양적·질적 위협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인 만큼 이에 대응할 시스템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LIG넥스원은 이에 착안해 레이다와 RF스캐너를 통해 획득한 융합 정보를 기반으로 전자 광학 카메라로 표적을 찾고, 재머로 무력화하는 '통합 안티 드론 솔루션'을 선보였다. 향후 AI 기반으로 자동 추적까지 수행하는 것이 목표다. 한화시스템은 '통합 드론 감시·방어 시스템'의 광역화를 위해 표적 추적 정확도와 탐지 거리를 높이는 최첨단 능동 위상 배열 레이더(AESA, Active Electronically Scanned Array) 기술을 연동하고 적용해나갈 계획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한화·HD현대, ‘해가 지지 않는 조선소’ 전략 구사

한화그룹이 미국 조선소를 인수하고 HD현대는 필리핀 군함을 진수하며 해외 건조 체계 구축을 공언해 글로벌 조선 시장 내 국내 업계의 영향력 확대가 예상된다. 2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과 한화오션은 지난 20일 미국 필라델피아주 소재 필리 조선소 지분 100%를 1억달러(약 138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한화그룹은 미국 상선·방산 시장 본격 진출 교두보를 마련하게 됐다. 이곳은 '존스 법(Jones Act)'에 의거, 미국 본토 연안에서 운항하는 상선을 건조하는 곳이다. 필리 조선소는 미국 현지 건조 석유화학 제품 운반선(PC선)·컨테이너선 등 대형 상선 중 절반에 달하는 물량을 공급해오고 있다. 미 교통부 해사청(MARAD)의 대형 다목적 훈련함 건조 등 상선뿐만 아니라 해상 풍력 설치선·관공선 등 다양한 분야의 선박 건조 실적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수송함 수리∙개조 사업도 핵심 사업 영역 중 하나인 만큼 한화그룹은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도 수주할 수 있게 됐다. 한화오션은 미국 생산 거점을 확보한 만큼 중형급 유조선·컨테이너선 분야로 수주량을 늘려 시장 내 입지 확대에 나선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친환경 선박·스마트십·스마트 야드 기술 등을 필리 조선소에 효과적으로 접목해 필리 조선소를 북미 지역 내 압도적인 기술·원가 경쟁력을 갖춘 생산 기지로 탈바꿈시켜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한화오션은 호주 방산 기업 오스탈 인수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어 글로벌 조선 거점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18일 3200톤급 필리핀 1번 초계함인 '미겔 말바르'의 진수식을 진행했다. 미겔 말바르함은 길이 118.4m, 폭 14.9m, 순항 속도 15노트(약 28km/h), 항속 거리는 4500해리(8330km)에 이르는 최신예 함정이다. 이 함정에는 대함 미사일·수직 발사대, 능동형 전자 주사식 위상 배열(AESA, Active Electronically Scanned Array) 레이더 등 첨단 무기체계가 탑재된다. 미겔 말바르함은 시운전·마무리 의장 작업 등을 거쳐 필리핀 해군에 2025년까지 인도될 예정이다. 지난 14일 기공식을 가진 필리핀 초계함 2번함은 올해 12월 진수돼 내년 중 인도된다. 앞서 필리핀 정부는 자국 해군의 현대화와 전력 증강을 위해 다수의 함정을 확보하는 군 현대화 사업을 진행하며 HD현대중공업에 호위함 2척(2016년)·초계함 2척(2021년)·원해 경비함(OPV) 6척(2022년) 등 함정 10척을 발주한 바 있다. HD현대중공업은 함정 분야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해외 거점별 파트너십 체결 △현지 건조 체계 구축 △기술 이전 패키지 표준화 등을 통해 필리핀·페루·호주·사우디아라비아·미국 등 권역별 해외 거점을 구축하겠다는 '환태평양 벨트화 비전'을 구현해 나갈 방침이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향후 필리핀을 핵심 거점으로 삼고 K-함정 수출을 확대해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대한항공 “유럽행 일정 변경, 佛 티웨이 취항 승인 지연 탓…보상 방안 강구”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 결합을 앞둔 대한항공이 특정 시간대 유럽 노선 운항 권리(슬롯) 양도에 따라 발생한 고객 불만 사항에 대해 보상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20일 대한항공 관계자는 전날 한 방송사의 '일정 변경' 일방 통보 보도와 관련해 “당사가 보유한 유럽 노선을 통해 고객의 여정에 불편이 없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프랑스 항공 당국의 티웨이항공 운항 승인 등 필수 조치가 선결돼야 했는데, 당초 계획 대비 늦어져 빚어진 일"이라고 적극 해명하면서도 “승객 불편을 최소화하는 일정으로 협의해 조정하고 있으며 일정 변경에 따른 제반 비용을 보상하겠다"고 부연했다. 해당 보도에서 올 9월 유럽 지역에서의 신혼 여행을 앞뒀던 한 30대 직장인은 “일요일로 예정된 이탈리아 로마행 티켓을 예약해뒀는데, 대한항공 측이 일방적으로 출발 일정을 하루 미뤄 모든 일정이 하루씩 밀리거나 첫날 일정을 다 날리게 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슬롯 양도가 결정된 이상 불가피한 일이었다"면서도 “해외발 기업 결합 승인이 늦게 남에 따라 대 고객 안내 시점도 덩달아 지연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앞서 대한항공은 유럽연합(EU)의 경쟁 당국인 집행위원회(EC)로부터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에 대해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이에 따라 인천발 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여객 노선 슬롯을 티웨이항공으로 넘겨주게 됐다. 구체적으로 대한항공은 로마 노선 운항편을 8월부터 주 7회에서 4회로, 10월 이후에는 3회로 줄인다. 바르셀로나 노선은 9월까지 주 4회 비행편을 투입하다 철수하고, 주 7회 다니던 프랑크푸르트 노선에는 10월 중 4회로, 11월 이후 3회로 재차 감편한다. 파리 노선 운항은 10월 중 주 7회에서 6회로 변경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대한항공, 12월 중 아시아나항공 M&A 마무리

대한항공이 통합 대형 항공사로 거듭나고자 제반 과정을 거쳐온 가운데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부 매각 우선 협상 대상자로 에어인천을 낙점했다. 이로써 에어인천은 명실상부한 중견 화물 항공사로 급성장하고, 대한항공은 올해 말 약 4년에 걸친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 결합 여정에 마침표를 찍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대한항공은 이사회를 개최해 아시아나항공 화물본부 매각 우선 협상 대상자로 에어인천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사업 인수 시 거래 확실성 △장기적 항공 화물 사업 경쟁성 유지·발전 성장 △역량있는 컨소시엄을 통한 자금 동원 능력 등을 종합 고려한 결과라는 것이 대한항공 측 공식 입장이다. 우선적인 매각 협상 대상자를 발표한 것인 만큼 구체적인 매각 대금 수준이 거론되지는 않았지만 4500억원에 가깝다는 것이 대한항공 고위 관계자와 에어인천 측의 공통된 설명이다. 에어인천 관계자는 “부채까지 포함하면 실제 인수에 드는 비용은 1조9000억원 가량 된다"고 했다. 2012년 설립된 에어인천은 국내 유일 항공 화물 전용 항공사다. 현재 최대 23톤(t)까지 실어나를 수 있는 보잉 737-800SF 4대를 보유하고 있고, 아시아나항공 화물기들을 모두 인수하면 747-400F·767-300F 등을 포함해 영업 기재가 총 15대로 늘어나게 된다. 중·대형 화물기를 넘겨받게 되면 에어인천의 아시아 노선 위주의 화물 사업은 미주·유럽 장거리 노선으로 확대돼 경쟁력 강화가 기대된다. 에어인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대형 여객기 밸리 카고의 동남아 노선 수요 유실 부분은 소형 화물기 운항으로 보완하는 등 기재를 적절히 배치하고 운영해 보다 효율적인 경영이 가능해지고, 물류 창고와 화물 청사 등의 인프라를 함께 이용해 운영 시너지 효과를 증대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또 “이번 우협 선정은 역량과 잠재력을 인정받은 결과이고, 아시아나항공 화물본부 인수는 글로벌 항공 화물 시장 내 선도적 역할을 강화하는 중요한 발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번 우협 선정은 기존 경쟁 환경을 지속적으로 유지함과 동시에 국가 기간 산업인 항공 화물 산업의 성장을 위해 모든 면을 종합 고려해 이뤄졌다"고 전했다. 이어 “유연한 협의를 통해 조속히 매각 절차를 마무리하고, 아시아나항공을 인수를 위한 신주 인수 계약(SPA) 거래 종결에 힘쓸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대한항공은 에어인천과 계약 조건을 협의한 후 인수 절차를 신속히 진행해 7월 중 매각 기본 합의서를 체결하고, 이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의 심사 승인을 받을 예정이다. 앞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 3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 총회(AGM)에서 미국 정부를 거론하며 올 10월 말로 기업 결합이 마무리 될 것으로 전망했다. 대한항공 고위 관계자는 “미국에는 합병 승인 개념이 없어 연방법무부(DOJ)가 반 독점 소송을 걸지 않으면 성공인데, EC의 기준에 부합토록 성사시킬 것인 만큼 현 시점에서는 피소될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본다"며 “12월 중순까지는 M&A에 관한 모든 것이 끝날 것"이라고 언급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아시아나 화물, 4500억에 에어인천行 가닥…FSC 통합 9부능선 넘는다

에어인천이 아시아나항공 화물본부를 인수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힘에 따라 4년 가까이 끌어온 대한항공에 의한 국적 대형 항공사(FSC) 통합 작업도 매듭을 짓게 될 전망이다. 14일 대한항공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높은 확률로 오는 17일 이사회를 열고 이변이 없다면 에어인천에 아시아나항공 화물본부를 매각하는 방안을 결의할 것"이라며 “증시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위해 장 마감 이후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화물본부의 부채는 에어인천이 떠안지 않는 것으로 계산이 돼있는 만큼 매각가는 4500억원에서 5000억원 사이라는 설명이다. 이로써 에어인천은 아시아나항공 화물본부가 노후기 대체 차원에서 최근 구매하기로 한 747-400F 화물기 등 11대를 인수하게 돼 15대를 보유한 중견 화물 전문 항공사로 거듭나게 된다. 에어인천의 최대 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소시어스는 컨소시엄 구성원인 △인화정공 △한국투자파트너스 △신한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과 향후 약 2~3주 간 추가 공동 실사 작업에 나선다. 앞서 유럽연합(EU) 경쟁 당국인 집행위원회(EC)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간 합병의 전제 조건으로 아시아나항공 화물본부 매각을 거론했다. 실제 시장 내 통합 대한항공의 경쟁자로 활동이 가능한지를 따져보는 적격 경쟁사 검증 과정도 예고했다. 이를 무사히 통과하면 대한항공 주도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은 종지부를 찍게 된다. 최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 총회(AGM)에서 “미국과 EU 경쟁 당국들이 요구한 모든 조건들을 이행해왔다"고 언급했다. 그는 “아시아나항공 화물본부 매각과 일부 장거리 여객 노선 조정 외 더 이상의 양보는 필요하지 않다"며 “10월 말까지 미국 연방법무부(DOJ)로부터 기업 결합에 대한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국내에서는 아시아나항공 화물본부 인수자도 찾은 만큼 DOJ의 반 독점 소송 제기만 없으면 깔끔한 일처리가 이뤄진다는 것이 대한항공의 입장이다. 최근 대한항공 관계자는 “현재 DOJ의 기업 결합 심사 절차가 이뤄지고 있고, 추가 자료 제출 후 경쟁 제한성 해소 관련 조치에 관해 지속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에어프레미아에 여객 슬롯을 나눠준 점에 대해서는 만족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시아나항공 화물본부 매각 진행 상황 등을 종합 검토한 후 제반 절차를 마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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