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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타항공 가세, 이스타항공 매각설…‘LCC 지각변동’ 예고

대한민국 저비용 항공(LCC) 시장이 전례 없는 구조적 대격변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폭발했던 여행 수요가 점차 안정화되고 고질적인 공급 과잉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는 가운데, 시장의 근본적인 판도를 뒤흔들 네 가지 핵심 동인이 동시다발적으로 작용하며 업계의 미래를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신규 사업자인 파라타항공은 항공 운항 증명(AOC)을 취득하고 본격적인 상업 운항에 돌입하며 이미 포화 상태인 시장에 새로운 경쟁의 불씨를 지폈다. 여기에 사모펀드 VIG 파트너스는 성공적으로 회생시킨 이스타항공을 시장에 매물로 내놨다는 설이 파다해 LCC 업계의 지각 변동을 촉발할 것으로 점쳐진다. LCC 1위 사업자인 제주항공을 보유한 애경그룹은 핵심 계열사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이스타항공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과정에서 파생되는 독점 노선의 재분배는 기존 LCC들에게는 성장의 기회이자 새로운 경쟁의 장을 열고 있다. 1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파라타항공(옛 플라이강원)은 지난 8일 국토교통부로부터 AOC를 재발급받는 데 성공하며 상업 운항을 위한 모든 법·행정적 절차를 마무리했다. 이는 수개월에 걸친 김포·청주·양양·제주 등지를 오가는 시험 비행을 성공적으로 완료한 결과물이다. AOC 발급 직후인 11일부터 파라타항공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항공권 판매를 개시하며 본격적인 시장 경쟁에 뛰어들었다. 파라타항공의 초기 기단은 A330-300 1호기와 A320-200 2호기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LCC 업계에서 비용 효율성을 위해 단일 기종을 선호하는 전통적인 전략과는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협동체인 A320과 광동체인 A330을 동시에 운용하는 혼합 기단 전략은 단거리 노선뿐만 아니라 중장거리 노선까지 염두에 둔 포석으로 해석된다. 윤철민 파라타항공 대표는 “안전 운항을 최우선 원칙으로 삼아 합리적이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통해 고객에게 사랑받는 행복한 여행 파트너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치열한 가격 경쟁이 지배하는 LCC 시장에서 이러한 비전이 어떻게 구체화될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파라타항공의 첫 노선은 거점 공항인 양양과 제주를 잇는 국내선이다. 이는 인천과 김포 등 수도권의 극심한 경쟁을 초기에 회피하고, 강원도라는 지역적 기반을 활용해 안정적으로 시장에 안착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분석된다. 틈새 시장을 공략해 초기 운영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파라타항공의 장기적인 비전은 단순한 국내선·단거리 국제선 사업자에 머무르지 않는다. 회사 측은 과거부터 북미 노선 운항을 목표로 하고 있음을 공공연히 밝혀왔고 이는 1호기로 광동체인 A330을 도입한 배경을 설명해 준다. 이는 파라타항공이 전통적인 LCC 모델을 넘어 에어프레미아와 같이 합리적인 가격에 장거리 노선을 제공하는 하이브리드 항공사 모델을 지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단기적으로는 틈새 시장에서 생존을 도모하고, 장기적으로는 고부가가치 장거리 노선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기존 LCC와 하이브리드 항공사 모두와 경쟁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파라타항공의 진입은 이미 좌석 공급 과잉 문제에 시달리고 있는 국내 LCC 시장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파라타항공의 가세로 국내 LCC 사업자는 총 9개로 늘어났다. 이는 세계 최대 항공 시장이자 국토 면적이 훨씬 넓은 미국의 LCC 사업자 수와 동일한 수준으로, 국내 시장 규모에 비해 과도하게 많은 플레이어가 경쟁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문제는 이러한 공급 확대가 수요 증가 속도를 앞지르고 있다는 점이다.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LCC들의 총 좌석 공급은 약 12% 증가한 반면, LCC 이용 여객 수 증가는 8.6%에 그쳤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은 필연적으로 '출혈 경쟁'으로 이어지며 모든 시장 참여자의 수익성을 악화시킨다. 파라타항공의 등장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파라타항공의 강점은 모기업 위닉스의 지원을 전폭적으로 받는다는 점이다. 이 같은 조건이 유지된다면 이미 한계에 다다른 시장에 새로운 충격을 가해 재무적으로 취약하거나 차별화에 실패한 경쟁자들의 퇴출을 앞당길 것으로 예상된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VIG파트너스는 2023년 1월 약 400억원 상당의 구주 인수 대금과 1100억 원의 유상증자를 포함한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 회생 불가능에 가까웠던 이스타항공 지분 100%를 인수했다. 그 결과 2년여 만에 이스타항공은 괄목할 만한 운영 및 재무적 회복을 이뤄냄으로써 LCC 시장에서 가장 매력적인 매물 중 하나로 탈바꿈하는 데에 성공했다. 운항 재개 당시 3대에 불과했던 항공기는 현재 15대까지 늘어났고, 내년까지 총 27대의 기단을 확보한다는 공격적인 확장 계획을 추진 중이다. 매출액은 2023년 1467억원에서 이듬해 4612억원으로 3배 이상 급증했으며 , 같은 기간 영업손실 폭도 크게 줄이며 흑자 전환의 가시권에 들어섰다. VIG 파트너스가 희망하는 이스타항공의 매각 가격은 6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는 최근 LCC 시장에서 이루어진 다른 M&A 사례와 비교했을 때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대명소노그룹이 티웨이항공의 경영권을 확보하는 데 투입한 총비용이 약 2500억원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스타항공의 희망 매각가는 두 배 이상이다. VIG파트너스가 인수 후 2년 7개월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투자금 회수를 모색하는 것은 현재가 이스타항공의 기업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시점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티웨이항공은 대형 기재를 보유했고 유럽과 호주를 넘어 북미 운수권을 따냈다"며 “6000억원은 너무 비싼 가격"이라고 지적했다. 애경그룹은 최근 그룹의 핵심 현금 창출원이던 애경산업을 태광그룹 컨소시엄에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매각을 통해 애경그룹이 4000억원을 상회하는 넘는 막대한 현금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결정은 단순한 재무 구조 개선을 넘어 그룹의 미래를 건 중대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게 재계 중론이다. 애경그룹은 애경산업 매각 대금을 항공과 화학 양대 축에 집중 투자하는 '뉴 애경' 전략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이는 사실상 그룹의 자원을 재배치해 다가오는 항공 시장의 패권 경쟁에 대비하기 위한 체력을 비축하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애경그룹과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으로 탄생할 '메가 LCC'의 압도적인 위협 때문이다.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이 통합해 출범한 거대 LCC는 출범과 동시에 약 43~50%에 달하는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며 십수년간 업계 1위를 수성해온 제주항공을 단숨에 2위로 밀어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주항공에게 이스타항공 인수는 선택이 아닌 필수에 가깝다. '메가 LCC'와 대등한 수준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M&A를 통한 '몸집 불리기'가 유일한 현실적 대안이기 때문이다. 2020년 이스타항공 인수를 추진했다가 막판에 무산된 경험이 있는 제주항공으로서는 이번 기회를 놓칠 경우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영원히 상실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가 “사모펀드가 투자한 항공사들은 언젠가는 매각 대상이 되며, 향후 M&A 기회가 왔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가 중요하다"고 언급한 것은 이러한 전략적 고민을 명확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는 공격적인 확장이 아니라 시장 지위를 지키기 위한 절박한 방어적 조치인 셈이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은 보유 기종도 동일해 통합이 성사되면 기단 규모 확대에 따른 '규모의 경제'를 실현함으로써 각종 분야에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 거론되는 6000억원 상당의 인수 자금은 애경그룹 전체의 재무 구조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다. 또한 작년 12월에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참사의 여파를 수습하고 내부 안정성을 다져야 하는 시점이라는 점도 M&A 추진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 쉽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은 LCC 시장에 전례 없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양사 합병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 조건에 따라 통합 항공사는 독과점이 우려되는 노선의 운수권과 특정 시간대 공항 이착륙 권리인 슬롯을 다른 항공사에 이관해야 한다. 재분배 대상은 일본·중국·인도네시아 등을 포함한 국제선 26개 노선과 국내선 8개 노선에 달한다. 이 귀중한 자산을 차지하기 위한 LCC들의 물밑 경쟁은 이미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번 재분배 과정에서 합병의 당사자인 한진그룹 LCC인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은 배제될 가능성이 있어 나머지 항공사들에게는 더 큰 기회가 열릴 전망이다. 현재 시장에서는 이스타항공과 티웨이항공이 가장 유력한 수혜자로 거론된다. 특히 티웨이항공은 이미 대한항공으로부터 유럽 4개 노선을 이관받아 성공적으로 운항한 경험이 있어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다. 반면 LCC 1위인 제주항공은 최근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사고로 인해 이번 재분배 심사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변수가 존재한다. 노선 재분배는 단순히 LCC들의 운항 노선 수를 늘리는 것을 넘어 그들의 사업 모델 자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고수익 비즈니스 노선과 독점 관광 노선을 확보하게 된 LCC들은 저마진의 출혈 경쟁이 만연한 단거리 레저 노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보다 안정적이고 다각화된 수익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당국의 노선 배분 기준이 뭔지 알 수 없고, 항공은 규제 산업이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적 결정이 각 기업의 미래를 좌우하는 '킹메이커' 역할을 하게 된다"고 전했다. 그러나 장거리 노선 확장이 반드시 수익성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고가의 광동체 항공기 도입과 복잡한 승무원 자원 관리, 막대한 유류비 등은 LCC의 근본적인 사업 모델을 위협해서다. 실제로 티웨이항공은 유럽 노선 취항으로 매출은 크게 늘었지만 비용 부담이 가중되며 영업손실 폭이 확대되는 등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장거리 노선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따기 위해 나선 LCC들이 자칫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음을 경고하는 사례다. 이들은 풀 서비스 캐리어(FSC)만큼 높은 운임을 받기는 어려우면서도 비용 구조는 이에 가까워지는 딜레마에 직면할 수 있어 꾸준한 재무 관리가 요구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에어프레미아 김재현 대표 돌연 사임…후임에 박영철 경영본부장

에어프레미아 경영진 중 김재현 각자 대표이사가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하고, 후임으로 박영철 경영본부장이 선임됐다. 9일 에어프레미아는 전날 이사회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회사는 기존 유명섭 대표와 박영철 신임 대표의 각자 대표 체제로 운영된다. 박 신임 대표는 취임해 공식 직무를 시작했다. 신임 박 대표는 경영본부장으로서 기재 구매와 기획, 조직 관리 등 회사 운영 전반을 챙겨온 인물이다. 향후 항공기 기재 도입과 투자 유치 등 전략적 사업 영역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유명섭 대표는 항공 전문가로서 운항·정비·안전 통제·객실 운영 등 항공사의 핵심 사업 부문을 계속해서 맡는다. 에어프레미아는 이번 각자 대표 체제를 통해 전문성에 기반한 역할 분담과 빠른 의사결정으로 사업 확장 시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운영 안정성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미주 등 중장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성장 중인 에어프레미아는 최근 기재 확충과 국제선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인사 역시 향후 사업 확장 과정에서 효율적인 의사결정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HJ중공업, 8850TEU급 컨테이너선 4척 수주

부산=에너지경제신문 조탁만 기자 HJ중공업은 오세아니아 지역 선주사와 총 6400억 원 규모의 8850TEU급 친환경 컨테이너선 4척에 대한 건조계약을 체결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에 수주한 선박은 고효율의 최신 선형과 높은 연비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도록 설계된 8850TEU급 친환경 컨테이너 운반선이다. 최근 중점을 두고 건조 중인 친환경 선박과 마찬가지로 연료 효율과 컨테이너 적재량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 황산화물 배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탈황설비인 스크러버(SOx Scrubber)가 설치되며, 친환경 연료인 메탄올을 추진 동력으로 사용할 수 있는 메탄올 레디 선박으로 건조돼 탄소중립 운항으로 전환할 수 있다. 글로벌 환경 규제에 따른 탈탄소 기조가 확산되면서 시장에도 LNG와 메탄올, 암모니아 등 차세대 친환경 연료 추진 선박도 빠르게 도입되는 추세다. HJ중공업 또한 국내 선사인 HMM으로부터 수주한 9000TEU급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을 비롯해 LNG 이중연료 선박, 메탄올 레디 선박에 이어 최근 수주한 LNG 벙커링선에 이르기까지 친환경 선박 건조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HJ중공업은 지난 3년간 주 사업장인 영도조선소에 최적화된 5,500~9,000TEU급 컨테이너선을 수주, 건조하면서 중형 친환경 선박 분야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유상철 HJ중공업 대표이사는 “이번 계약은 기존 선주가 납기와 사양, 품질에 만족하면서 추가 발주를 이어간 사례로 회사의 친환경 컨테이너선 기술력이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음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고 했다. 한편, HJ중공업은 이번에 수주한 컨테이너선을 부산 영도조선소에서 건조해 오는 2027년부터 순차적으로 인도한다. 조탁만 기자 hpeting@ekn.kr

파라타항공, 국토부 AOC 재취득 완료… 상업 운항 개시

파라타항공은 전날 국토교통부로부터 항공 운항 증명(AOC)을 재발급받고 본격적인 상업 운항 준비를 마쳤다고 9일 밝혔다. 이로써 경영난으로 운항을 중단했던 플라이강원이 새로운 이름과 비전으로 다시 한번 날아오를 채비를 갖추게 됐다. AOC는 항공사가 안전 운항을 위한 인력·시설·정비 시스템 등 정부의 엄격한 안전 기준을 모두 충족했음을 증명하는 공식 허가 절차다. 특히 파라타항공의 이번 AOC 취득은 최근 대폭 강화된 국토교통부의 안전 기준을 통과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에 따라 파라타항공은 금주 중으로 홈페이지를 열고 본격적인 항공권 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파라타항공의 전신은 강원도 양양공항을 거점으로 했던 플라이강원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경영난을 겪던 플라이강원은 지난해 8월 '제습기 명가'로 알려진 생활 가전 전문 기업 위닉스에 인수되며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 위닉스는 항공업을 그룹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기존 플라이강원의 사명을 '파라타항공'으로 변경했다. '파라타'는 '파랗다'라는 순우리말에서 따온 이름으로 맑고 투명한 이미지를 통해 안전하고 쾌적한 비행을 약속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파라타항공은 저비용항공사(LCC)의 합리적인 가격과 대형항공사(FSC)의 고품질 서비스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항공사(HSC)'를 표방한다. 이를 위해 중단거리 노선에 투입될 A320-200 기종과 북미 등 장거리 노선까지 운항 가능한 A330-200 기종을 함께 도입하며 노선 유연성을 확보했다. 연내에는 일본·동남아시아 노선에 우선 취항하고, 내년부터는 북미 노선으로 확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윤철민 파라타항공대표이사는 “안전 운항을 최우선 원칙으로 삼아 합리적이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통해 고객에게 사랑받는 행복한 여행 파트너가 되겠다"고 포부를 내비쳤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한화그룹, 트럼프 ‘외교 책사’ 앨릭스 웡 영입설에 “확정된 바 없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의 외교안보 분야 핵심 인사인 앨릭스 웡 전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이 한화그룹에 합류할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는 한화그룹이 현지 대정부 네트워크 강화를 위해 중량급 인사를 영입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회사 측은 답변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웡 전 부보좌관은 미국 워싱턴DC에서 한화그룹의 미국 사업 전략과 대관 업무를 총괄할 예정이다. 이번 영입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지난달 한미정상회담 경제 사절단으로 워싱턴 D.C.에 방문했을 당시 웡 전 부보좌관과 직접 면담한 뒤 발탁을 결정하며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웡 전 부보좌관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국무부에서 대북 특별부대표를 지내며 북미 정상회담 실무 협상을 주도했으며, 이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로 자리를 옮겨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했다. 국내에서는 2021년 쿠팡에 합류해 미국 현지 대관 업무를 맡은 바 있으며, 김동관 부회장과는 하버드 대학교 동문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재계에서는 한화그룹의 이번 영입 추진이 미국 내 사업 확대와 무관치 않다고 본다. 한화는 한미 조선분야 협력 프로그램인 '마스가(MASGA)' 프로젝트 참여와 함께 펜실베이니아주 필리 조선소에 50억 달러(약 7조 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등 미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따라 미 정부 및 의회와의 원활한 소통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한편 한화그룹 관계자는 “인사는 결과가 나와봐야 아는 것이고,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고 답변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대한항공, ‘2705억원’ 캐나다 항공사 웨스트젯 지분 인수 내년 2월로 연기

대한항공의 캐나다 항공사 '웨스트젯(WestJet)' 관련 지분 인수가 당초 계획보다 약 5개월 연기된다. 대한항공은 8일 '타법인 주식 및 출자 증권 취득 결정' 정정 공시를 통해 캐나다 법인 '케스트렐 탑코(KESTREL TOPCO INC.)'의 주식 취득 예정일이 기존 오는 9일에서 2026년 2월 3일로 변경됐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정정 사유에 대해 “인수 거래 종결 프로세스 진행에 따른 추가 일정 소요"라고 설명했다. 이번 지분 인수는 캐나다 항공사 웨스트젯에 대한 투자를 목적으로, 대한항공이 케스트렐 탑코의 주식 74만6845주를 약 2705억원에 취득하는 건이다. 이는 대한항공 자기 자본인 약 10조9631억원의 2.47%에 해당하는 규모다. 해당 안건은 지난 5월 9일 이사회에서 가결된 바 있다. 한편 이번 투자의 대상인 웨스트젯그룹은 최근 재무 상황이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시에 첨부된 요약 재무 상황에 따르면 웨스트젯은 2024년 말 연결 재무제표 기준 자산 총계 약 9조814억원, 부채 총계 약 11조 7278억원을 기록하며 약 2조6464억 원의 완전 자본 잠식 상태에 빠져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약 7조3546억원, 당기 순손실은 7457억원을 기록했다. 대한항공은 이번 지분 인수가 마무리되면 북미 항공 시장 내에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수 일정이 연기된 만큼 향후 절차 진행 과정에 시장의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이슈&인사이트] 북극항로 시대에 대응하는 법제의 필요성

김봉철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학부 교수/극지연구센터장 북극은 지구와 인류의 생존에 많은 영향을 주는 지역으로, 국제사회는 이를 보호하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관리하기 위해서 다양한 국제법과 거버넌스 체계를 만들어왔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북극해의 스발바르 제도에 대한 영유권과 국제법적 지위를 정립하는 기준을 마련하기 위하여 스발바르 조약이 체결되었다. UN해양법협약(UNCLOS)과 국제해양오염방지협약(MARPOL)은 북극해에도 적용될 수 있는데, 특히 UNCLOS 제234조는 북극해와 같은 얼음이 많은 해역에 관한 규정을 두었다. 북극이사회와 같은 협의체는 환경 보호, 자원 관리, 과학 연구, 원주민 권리 보호 등을 주요 목표로 하며, 이러한 문제에 관련된 여러 조약이 회원국들 사이에 체결되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북극과 남극의 해역을 항해하는 선박의 안전을 담보하고 환경을 보호하려고 국제기준(Polar Code)을 제정하였다. 이러한 국제적 협력은 북극에 대한 공동 관리의 틀을 제공하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존재한다. 북극은 기후변화의 영향이 심각한 지역으로, 이에 대한 국제적 대응과 모니터링은 정책 수립에 필수적이다. 자원의 개발과 관광산업의 확대 등 북극의 경제적 활용은 북극 생태계에 위협이 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국제사회의 관심과 조사 그리고 정교한 관리와 통제를 위한 국제법과 환경 기준이 필요한 것이다. 한편, 이러한 국제법 질서에 참여하는 국가들은 자국의 국내법을 해당 국제법 기준에 맞게 제정하거나 개정해야 하는 의무를 부담하게 되며, 결과적으로 국제법이 각국의 국내법에 영향을 준다고 이해할 수 있다. 러시아는 UNCLOS 제234조에 따라 북극해 관련 국내법을 정비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자국의 영해와 배타적경제수역(EEZ)에 연결되는 북극항로를 통제하고자 한다. 한국도 북극에 관련된 조약을 체결하면서 국내법을 조정해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 한국은 남극조약체계에 참여하면서 이 기준에 조화되는 국내법을 마련하고자 2004년 남극활동법을 제정하였다. 이 법은 남극활동의 규율과 환경보호를 위한 국제법 기준을 국내법으로 수용하며, 남극활동의 허가, 환경영향평가, 동식물 보호, 폐기물 처리, 해양오염 방지, 모니터링 및 보고 등을 규정하였다. 그러나 북극에서 수행되는 활동에 관한 국내법은 존재하지 않았는데, 2013년 북극이사회 옵서버 지위 획득과 북극정책기본계획 수립을 계기로 북극과 남극에서 이루어지는 한국의 활동 전반을 아우르는 국가정책과 법적 기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공감을 얻었고, 결국 북극 활동까지 포함하는 「극지활동진흥법」 제정으로 이어졌다. 극지활동진흥법은 남극활동법과의 기본계획 중복, 법적 근거 이중성, 주무부처 사이의 관할 혼선 등 구조적 문제들이 지적되었다. 특히 '진흥법'이라는 명칭과 달리 법의 내용은 '기본법' 성격을 띠고 있어, 명칭과 기능의 불일치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다른 국내법과의 관계도 불명확하여, 이 법이 환경 등 다른 분야의 국내법과 충돌하면 법적 해석 기준이 모호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북극항로에 대한 사회적·정부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2025년 3월 국회에 '북극항로 구축 지원 특별법안'이 제출되었다. 이 법안은 해상 항로의 불안정성과 물류비용 증가, 지구온난화로 인한 북극항로 개척 가능성 증대 등을 반영하여, 정부의 북극항로 정책 추진과 북극이사회 옵서버로서 역할을 강화하도록 지원하는 목적을 가진다. 그러나 이미 극지활동진흥법이 있음에도 별도의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은 법체계 중복과 혼선을 준다는 비판도 있으며, 북극항로 개척 및 지원은 극지활동진흥법을 기반으로 하위규범 정비나 법 개정을 통해서 대응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후 우리 국회에는 북극항로에 관한 다른 법안들이 제출되었는데, 이 법안에는 거점이 되는 항구를 지정하여 지원하자는 내용이 추가되기도 하였다. 이제 정부의 북극항로 관심은 시간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데, 이를 지원하고 활동을 관리할 수 있는 세밀한 국내법의 마련, 그리고 국내법과 국제법의 조화는 앞으로도 지속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북극항로 관련 국내법이 기존 국내법과 차별성을 가지면서도 조화되어야 한다는 과제는 꾸준히 고려되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 다른 국가의 국내법 제정 상황을 살펴보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김봉철

티웨이항공→트리니티항공 사명 변경…종합여행기업 도약

티웨이항공이 '트리니티항공(TRINITY AIRWAYS)'으로 사명을 바꾸고 항공, 여행, 숙박을 아우르는 종합 여행 기업으로의 전환을 꾀한다. 대주주인 대명소노그룹과의 시너지를 본격화해 사업 영역을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8일 티웨이항공은 이와 같은 내용의 리브랜딩 계획을 발표했다. 새 사명 '트리니티(TRINITY)'는 '셋이 하나가 되어 완전함을 이룬다'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기존 항공업에 숙박과 여행의 가치를 더하겠다는 비전을 담았다. 이번 사명 변경은 대명소노그룹과의 본격적인 시너지 창출을 위한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양사는 티웨이항공의 국내외 노선망과 대명소노그룹의 호텔·리조트 인프라를 결합한 차별화된 패키지 상품을 출시하고, 통합 멤버십 프로그램을 구축해 고객 혜택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이를 통해 고객에게 항공, 숙박, 여행이 하나로 이어지는 통합된 경험을 제공하고 편의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명 변경을 위한 실무 절차는 내년 상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에 맞춰 새로운 브랜드 아이덴티티(BI)를 적용한 항공기 도장(리버리) 변경 등 전면적인 리브랜딩 작업도 함께 추진된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새로운 사명은 기업의 새로운 도약을 알리는 출발점"이라며 “안전과 신뢰를 기반으로 항공업계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파라타항공, 2호기 A320 도입…운항 안정성·노선 유연성 도모

신생 항공사 파라타항공은 지난 6일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2호기인 A320-200 항공기를 도입했다고 8일 밝혔다. 이로써 파라타항공은 장거리와 중단거리 노선을 아우르는 '하이브리드 항공기 운용' 전략을 본격화하며 시장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이번에 도입된 A320-200은 180석 규모의 중단거리 주력 기종으로, 지난 7월 도입한 북미까지 운항 가능한 장거리용 A330-300에 이어 두 번째로 확보한 항공기다. 이처럼 장거리와 중단거리 기종을 동시에 운용하는 전략은 변화하는 시장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안정적인 운항 스케줄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파라타항공의 기재 도입 계획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연내 A330-200 1대와 A320-200 1대의 추가 도입을 확정했으며, 광동체 항공기 추가 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협의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파라타항공은 항공운항증명(AOC) 발급을 위한 마지막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운항·정비·서비스 등 각 분야의 전문 인력을 확충하고 시스템을 구축하며 안전 운항 체계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파라타항공 관계자는 “안전 운항과 정시성은 항공사의 가장 중요한 가치"라며 “고객들에게 높은 신뢰를 바탕으로 만족스러운 여행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첫 운항까지 모든 준비 과정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기획] ‘닭장론’ 성화에 못이긴 대한항공의 프리미엄석 도입 전면 중단에 대한 고찰

“대한항공은 보잉 777-300ER 항공기를 대상으로 진행했던 일반석 3-4-3 배열 좌석 개조 계획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좌석 제작사와의 협의 및 재검토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관계로, 향후 계획은 추후 안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대한항공이 당초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를 신설하며 일반석 배열을 기존 '3-3-3'에서 '3-4-3'으로 변경하려던 계획이 거센 여론의 역풍과 규제 당국의 압박에 부딪히면서 한발 물러섰다. 이번 결정은 표면적으로는 소비자 불만에 대한 수용으로 비치지만 그 이면에는 글로벌 항공업계의 표준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따른 공정거래위원회의 엄격한 규제, 그리고 새로운 소비자 수요 충족이라는 복잡한 전략적 고뇌가 얽혀있다. 세간의 비판은 '닭장'이라는 자극적인 단어로 요약된다. 좌석 너비가 약 1인치 줄어드는 것을 두고 서비스의 질적 저하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나 이러한 단편적인 비난이 과연 대한항공이 처한 다층적인 현실을 온전히 반영하고 있는 것일까? 이번 사태는 단순한 좌석 수 논쟁을 넘어 글로벌 스탠더드와 국내 여론 사이의 간극, 그리고 규제 준수와 시장 경쟁력 확보라는 두 가지 상충하는 목표 사이에서 줄타기해야 하는 국적 대표 항공사의 딜레마를 여실히 보여준다. 본 기사는 논란의 핵심을 해부하고, '닭장론'이라는 프레임에 가려진 대한항공의 전략적 선택과 그 불가피성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논란의 시작은 단순했다. 대한항공은 총 3000억원을 투입해 777-300ER 11대의 기내 환경을 전면 개선하는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핵심은 비즈니스석과 이코노미석 사이의 새로운 등급인 '프리미엄 이코노미'를 도입하고, 이코노미석 배열을 기존 한 열에 9석인 3-3-3에서 3-4-3으로 한 자리 늘리는 방향으로 변경하는 것이었다. 이 변경으로 항공기 한 대당 총 좌석 수는 291석에서 328석으로 37석 늘어나게 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코노미석 좌석 너비의 감소였다. 좌석 수가 늘어나는 만큼 각 좌석의 좌우 폭은 기존 18.10인치에서 17.10인치로 1인치(2.54cm) 줄어들게 된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소비자 단체를 중심으로 즉각 비난이 빗발쳤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와 한국소비자연맹 등은 이를 승객의 편의성과 안전성을 직접 위협하는 조치이자 항공 소비자 권리를 구조적으로 침해하는 행위라고 매도하며 계획 철회를 강력히 촉구했다. 언론은 '닭장', '콩나물시루'와 같은 자극적인 표현을 동원하며 부정적인 여론에 불을 지폈다. 여론의 파장은 정치권과 규제 당국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특히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국회 인사 청문회 과정에서 이번 사안에 대해 직접적인 우려를 표명하면서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주 후보자는 “좌석 축소 뿐만 아니라 소비자 후생 감소 우려가 제기되는 여러 이슈를 다각도로 살펴보겠다"며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 결합 승인 조건과의 연계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시정 조치 불이행이 확인되는 경우 엄중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단순한 소비자 불만 이슈를 중대한 규제 준수 문제로 격상시켰다. 이러한 정치적 압박은 대한항공에 결정타로 작용했다. 소비자 여론 악화는 감수할 수 있는 경영 리스크일 수 있지만 아시아나항공 합병이라는 그룹의 명운이 걸린 과제를 앞둔 상황에서 주무 부처 수장 후보자의 발언은 차원이 다른 위협으로 다가왔다. 결국 대한항공은 여론의 성화와 규제 리스크를 이기지 못하고 이미 개조가 완료된 1호기를 제외한 나머지 10대의 좌석 배열 변경 계획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단순한 여론 수렴을 넘어 거대한 규제 장벽 앞에서 취할 수밖에 없었던 전략적 선택이었던 셈이다. '닭장'이라는 비난은 과연 타당성을 갖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글로벌 항공 시장의 현실을 외면한 '우물 안 개구리'식 비판에 가깝다는 게 항공업계 중론이다. 대한항공이 도입하려던 보잉 777-300ER 기종의 3-4-3 좌석 배열은 저비용 항공사(LCC)의 전유물 또는 이례적인 원가 절감 조치가 아니다. 오히려 전 세계 유수의 풀 서비스 항공사(FSC)들이 채택하고 있어 사실상 '글로벌 스탠더드'다. 777은 1990년 12월 첫 설계가 이뤄졌고, 1994년 4월 시제기가 세상의 빛을 봤다. 출시 이래 1700여대가 팔린 스테디 셀러다. 해당 기종 제작사 보잉은 한 열에 최대 10개의 좌석을 배치할 수 있도록 기내 폭을 디자인했다. 이 잠재력을 활용해 수익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은 항공사의 보편적인 운영 전략이다. 표에서 명확히 드러나듯 중동의 대표 항공사인 에미레이트 항공·카타르 항공, 유럽의 에어프랑스·KLM, 미국의 유나이티드 항공 등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항공사 대부분이 B777-300ER 기종의 이코노미석을 3-4-3 배열로 운영하고 있다. 이들 항공사의 좌석 너비는 17.00인치에서 17.50인치 수준으로, 대한항공이 계획했던 17.10인치와 대동소이하거나 오히려 더 좁은 경우도 있다. 오히려 대한항공의 기존 3-3-3 배열과 18.10인치의 좌석 너비가 글로벌 표준과 비교했을 때 이례적으로 넓은 편에 속했던 것이다. 따라서 이번 변경 계획은 '서비스의 개악' 아닌 '글로벌 스탠더드로의 정상화' 과정으로 해석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국내 소비자들의 기대치가 높은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글로벌 시장에서 무한 경쟁을 펼쳐야 하는 항공사의 전략적 선택을 국내 기준만으로 재단하고 '닭장'이라 비난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이번 기재 개조 프로젝트의 본질은 이코노미석 축소가 아니라 '프리미엄 이코노미'라는 새로운 선택지의 제공에 있다. 반대 여론은 1인치의 축소에만 매몰됐지만, 대한항공의 진짜 목표는 변화하는 여행 트렌드에 맞춰 소비자들에게 더 넓은 선택의 폭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는 이코노미석의 합리적인 가격과 비즈니스석의 편안함을 절충한 '중간 시장'을 공략하는 상품이다. 장거리 비행의 피로를 줄이고 싶지만 비즈니스석의 높은 가격은 부담스러운 개인 여행객이나, 비용 규정상 비즈니스석 이용이 어려운 기업 출장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매력적인 대안이다. 대한항공이 신설하는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의 사양은 경쟁사 대비 우위에 있다. 좌석 간격은 39~41인치(약 99~104cm)에 달해 해외 주요 항공사들이 운영하는 동급 좌석보다도 여유로운 공간을 제공한다. 등받이는 최대 130도까지 젖혀지고 더 넓은 좌석 폭과 다리·발 받침대 등이 장착돼 장시간 비행에도 안락함을 유지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우선 탑승·전용 어메니티 키트·격상된 기내식 등 차별화된 서비스가 제공된다. 항공기 객실은 한정된 공간이라는 물리적 제약을 갖는다. 이 공간 안에서 더 넓고 편안한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다른 공간의 재조정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이코노미석의 '밀도화(Densification)'는 프리미엄 이코노미라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과물인 셈이다. 언론과 대중은 이코노미석의 축소라는 결과에만 집중했지만 이는 '더 나은 선택지'를 만들기 위한 기회 비용의 성격이 짙다. 따라서 대한항공의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히 좌석 하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고객 경험의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서비스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려는 전략적 투자의 일환으로 평가됐어야 했다는 아쉬움을 남긴다. 대한항공의 이번 좌석 배열 변경 철회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대중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변수가 있다. 바로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건부 승인'이다. 공정위는 두 항공사의 결합으로 인한 독과점 폐해를 막기 위해 여러 시정 조치를 부과했는데, 그중 핵심이 바로 '공급 좌석 수 유지' 의무다. 공정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경쟁 제한이 우려되는 노선에서 2019년 대비 좌석을 90% 이상 공급하라는 강력한 명령을 내렸다. 만약 이 조건을 지키지 못할 경우 막대한 이행 강제금 부과는 물론이고 최악의 경우 기업 결합 승인 자체가 취소될 수 있다는 주장까지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등 그 무게는 실로 엄청나다. 실제로 공정위는 최근 아시아나항공이 이 좌석 공급 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혐의로 본사에 대한 현장 조사에 착수했고, 앞서 운임 인상 제한 조치를 어긴 혐의로는 121억원이라는 거액의 이행 강제금을 매기고 검찰에 고발 조치하기도 했다. 이러한 엄격한 규제 환경 속에서 대한항공의 선택지를 다시 살펴보자. 앞서 언급했듯,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을 도입하면서 기존의 3-3-3 배열을 유지할 경우 항공기 한 대의 총 좌석 수는 필연적으로 감소한다. 이는 곧 공정위의 '좌석 공급 90% 유지'라는 절대적인 명령을 위반할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다. 결국 3-4-3 배열로의 변경은 이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하고도 합리적인 해법이었다. 이코노미석의 밀도를 높여 총 좌석 수를 291석에서 328석으로 늘림으로써 프리미엄 이코노미 도입으로 인한 좌석 수 감소분을 상쇄하고도 남아 공정위의 기준을 안정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직면한다. 다양한 노선과 좌석 공급 유지라는 소비자 편익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규제가 역설적으로 소비자들이 불편하게 여기는 좌석 배열인 3-4-3을 강제하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대한항공은 '소비자 후생'이라는 이름 아래 내려진 상충하는 두 가지 요구인 즉, '좌석 수를 줄이지 말라'는 명령과 '좌석을 넓게 유지하라'는 기대 사이에서 외통수에 몰린 셈이다. 이번 논란의 본질은 기업의 탐욕이 아닌 경직된 규제와 시장의 요구 사이에서 발생한 구조적 모순에 있다. '좌석 너비 1인치'에 가려져 대중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 또 다른 가치들이 있다. 바로 운영 효율성 증대와 환경 보호 기여, 그리고 전반적인 서비스 품질 향상이다. 첫째, 지속 가능성 측면이다. 좌석 밀도를 높이는 것은 항공사의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가장 즉각적이고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다. 항공기의 연료 소모량은 승객 수와 무관하게 비행 거리와 기체 무게에 따라 거의 고정된다. 따라서 한 번의 비행에 더 많은 승객을 태울수록 1인당 탄소 배출량은 현저히 감소한다.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를 비롯한 여러 연구 기관은 좌석 밀도가 항공사 연료 효율성의 핵심 동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대한항공의 이번 계획은 단순히 좌석 공급량을 대폭 유지하라는 공정위 규제와 수익성 제고 사이 줄타기의 결과를 넘어 승객 1인당 탄소 배출량을 줄여 '넷 제로(Net Zero)'라는 항공업계의 시대적 과제에 기여하려는 책임 있는 노력의 일환으로도 볼 수 있다. 둘째, 이번 기재 개조는 단순히 좌석 배열만 바꾸는 것이 아닌, 총체적인 승객 경험을 업그레이드하는 프로젝트였다. 대한항공은 새로운 좌석을 도입하며 모든 클래스에 최신 기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IFE)과 더 커진 개인용 모니터를 설치하고, 전 좌석에서 이용 가능한 기내 와이파이(Wi-Fi)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었다. 이는 좌석 너비 감소라는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한 실질적인 서비스 개선이다. 승객들은 비행 중에도 지상과 같이 자유롭게 인터넷을 사용하고, 더 풍부한 콘텐츠를 고화질 화면으로 즐길 수 있게 된다. 결국 대중에게 전달된 이야기는 '좁아지는 좌석'이라는 부정적인 단면뿐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프리미엄 선택지 제공 △규제 준수 △환경 보호 △기술 기반 서비스 향상이라는 다각적이고 긍정적인 측면이 존재했다. 전체 그림을 보지 못한 채 일부의 문제에만 집중한 비난은 본질을 왜곡할 수밖에 없다. 대한항공은 결국 연일 이어진 언론 보도와 여론에 떠밀려 원안대로 계획을 추진하지 못하게 됐다. 단기적으로는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한 현명한 결정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고 엄격한 규제를 준수하며, 새로운 시장 수요에 부응하려던 항공사의 합리적인 전략이 근거가 빈약한 감성적 비난에 의해 좌초됐다는 아쉬움을 남긴다. 대한항공의 계획은 세계 유수 항공사들의 보편적인 운영 방식과 다르지 않았던 만큼 '닭장론'은 사실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결정의 배경에는 아시아나항공 통합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성공시키기 위한 공정위의 엄격한 규제를 준수하려는 불가피성이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다. 또한 프리미엄 이코노미라는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하고, 지속 가능성과 기내 서비스를 향상시키려는 미래 지향적 비전이 담겨 있었던 셈이다. 이제 공은 다시 대한항공에 넘어왔다. 여론을 수용하면서도 글로벌 경쟁력과 규제 준수라는 과제를 어떻게 풀어낼지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안게 됐다. 이번 사태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교훈은 분명하다. 비 전문적 단견과 편협한 사고에 기반한 감성적 비난을 넘어 기업이 처한 복합적인 현실과 전략적 맥락을 이해하려는 숙의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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