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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 악화 삼성 MX…‘스냅드래곤 서밋’에 쏠리는 눈

삼성전자에서 스마트폰 사업 등을 담당하는 모바일 경험(MX) 부문의 수익성 악화가 이어지고 있다. 다수의 갤럭시 제품에 탑재되는 퀄컴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의 부품 가격 상승 여파를 피하지 못한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에서 업계는 퀄컴의 '스냅드래곤 서밋'에 주목하고 있다. 행사에 참석하는 노태문 삼성전자 MX 사업부장(사장)이 칩 단가를 낮출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는 분위기다. 21일 증권가 등에 따르면 MX 부문은 3분기 영업이익 2조6000억원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전년 동기 대비 21.2% 감소한 수치다. 앞서 MX 부문은 2분기에도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7%가량 줄어든 바 있다. MX 부문의 경우 매출 성장세는 지속되고 있다. 출시 제품이 잘 팔린다는 얘기다.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는 건 부품 가격 상승 탓이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MX 부문 영업이익 감소에 대해 “부품 원가 부담 가중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특히 모바일 AP 가격 상승이 악재로 다가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모바일 AP는 스마트폰의 소프트웨어를 구동하기 위한 두뇌에 해당하는 칩이다. 삼성전자의 올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모바일 AP 솔루션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8%가량 상승했다. 주요 매입처는 미국 퀄컴 등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출시된 신제품 가운데 갤럭시 S24 울트라 모델과 갤럭시 Z 플립6·폴드6 등 갤럭시 Z6 시리즈에 모바일 AP 퀄컴의 '갤럭시용 스냅드래곤8 3세대' 제품을 적용했다.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AP는 스마트폰의 핵심 부품이기에 가격이 비싸 원가에서 비중이 높다"며 “특히 타 사 칩을 사용할 경우 높은 가격을 제시하더라도 수용할 수밖에 없어 원가 부담이 커진다"고 말했다. 내년에도 MX 부문의 수익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내년 초 출시 예정인 갤럭시 S25 시리즈의 경우 전 모델에 퀄컴의 스냅드래곤8 4세대 제품이 탑재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이 칩의 경우 스냅드래곤8 3세대보다 25~30% 더 비싸질 것이란 시각이 우세한 만큼 MX 부문의 비용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노태문 사장이 하와이행 비행기에 오르는 이유다. 노 사장은 21~23일(현지시각) 하와이에서 진행될 '스냅드래곤 서밋'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행사에서는 퀄컴의 차세대 칩인 스냅드래곤8 4세대가 공개될 예정이다. 업계에선 노 사장이 이번 출장에서 크리스티아노 아몬 최고경영자(CEO) 등 퀄컴 경영진을 만날 것으로 보고 있다. 갤럭시 S25 시리즈에 탑재될 모바일 AP 칩 가격 상승이 점쳐지며, 칩 가격 협상을 통해 원가 부담을 최대한 낮추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한편 삼성전자는 갤럭시 S25 시리즈에 사용될 모바일 AP를 이달 말에서 다음 달 중 최종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IT업계 ‘인력 재편 두얼굴’… AI 인재 모시기와 구조조정 병행

국내 정보기술(IT) 업계가 인공지능(AI) 인재를 영입하면서 조직개편도 병행하는 모습이다. 주력 사업의 무게중심을 AI로 옮기며 체질 개선에 나선 것으로 보이지만, 구조조정에도 속도가 붙으며 고용불안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통신·게임업계를 중심으로 AI 인재 확보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AI 연계 서비스가 속속 나오고 있는 데다 내부적으로도 기술이 적용되는 업무 범위가 확대되면서다. LG유플러스는 최근 △컨슈머부문 AX(AI전환)마케팅 △최고기술책임자(CTO)부문 네이티브 앱 개발 △CTO 부문 데이터 거버넌스 등 AI 직군 채용을 진행했다. 올해 1000명 규모의 AI 인재 채용 계획을 밝힌 KT는 △AICT(AI+ICT) 프로젝트 전략가 △AI 분야 B2B 전문가 △클라우드 분야 B2B 전문가 △IT분야 B2B 전문가 등을 상시 채용하고 있다. 내년엔 AI·클라우드 분야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AX 전문기업도 출범할 예정이다. 게임업계 역시 AI 개발 조직이 꾸려진 기업들을 중심으로 전문인력 채용이 활발하다. 엔씨소프트는 최근 텍스트를 음성으로 바꿔주는 텍스트투스피치(TTS)와 자연어처리(NLP) 분야를 중심으로 AI 직무 인력을, 크래프톤은 NLP·챗봇 등 AI 엔지니어와 연구개발(R&D) 분야 경력직을 채용 중이다. 이들은 중장기 성장 전략으로 AI 기술을 활용한 제작 혁신 등을 제시한 바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AI 인재들이 해외로 유출됨에 따라 채용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급여 등 채용 조건을 올리고, 내부적으로도 AI 인재 육성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작 신규 채용 규모는 줄어들며 경력직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는 추세다. 사람인에 따르면 올 2분기 IT업계 채용 공고 중 신입 모집 공고는 4%로 집계됐다. 반면 경력직 모집은 지난해 2분기 47%에서 1년 새 5%포인트(p) 상승했다. 전체 규모에서 AI 관련 경력직 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며 신입 개발자 등이 설 자리가 줄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성과가 미미했던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 작업도 한창이다. 변화폭이 가장 큰 곳은 KT와 엔씨다. KT는 선로·전원 등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유지 업무를 전담할 자회사 2곳을 설립하고, 관련 인력 약 5700명을 전출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특별희망퇴직을 시행한다. 시장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인력 운용의 효율화가 필요한 일부 직무를 재배치한다는 설명이다. 엔씨는 4개의 신설 법인 설립과 함께 인력 감축을 골자로 한 구조조정안을 내부적으로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초 엔씨QA·IDS를 분사한 데 이어 엔씨AI·스튜디오엑스·스튜디오와이·스튜디오지(가칭) 등 4개 자회사를 신설키로 했다. 일부 개발 프로젝트와 지원 기능을 종료·축소한 후, 인력 재배치와 희망퇴직도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엔씨가 희망퇴직을 시행하는 건 2012년 이후 약 12년 만이다. 군살빼기를 진행 중인 카카오 역시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 자회사 카카오VX의 경우 스크린 골프 장비 골프장 예약 플랫폼 등을 제외한 비핵심 사업을 철수할 예정이다. 최근 관련 부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했으며, 불응 시 자택 대기발령과 급여의 70%만 지급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안내문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부서 소속 인원은 약 100명이다. 이외에도 SK텔레콤은 퇴직 프로그램 '넥스트 커리어'의 위로금 지급 규모를 대폭 늘리며 희망퇴직을 유도하는 모양새다. 이 회사는 지난 2019년 제도를 도입한 지 약 5년 만에 위로금을 기존 5000만원에서 최대 3억원으로 대폭 늘렸다. 희망자는 프로그램을 통해 2년간 유급 휴직을 진행하고 복직 또는 퇴직을 선택할 수 있다. 이는 AI 기술 도입이 빨라지면서 시장 환경 및 인력 수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인건비를 줄여 비용을 절감하는 한편, 경영 전반의 변화를 통해 효율성을 제고하겠다는 것. 다만 지난해부터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어지며 고용불안이 확산됨에 따라 노사갈등도 증폭되는 상황이다. 노사 간 소통을 강화해 직원들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도록 취지를 전달하고, 선택지를 다양화하는 등 해법 도출이 중요하단 게 업계 중론이다. IT업계 관계자는 “기술 혁신 및 사업 재편에 따른 인력 조정은 불가피한 일이지만 기존 사업의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는 있다"며 “회사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하며 핵심 인재 이탈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고용안정 확보를 위한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법원, 또 최윤범 회장 손 들어줘 ‘고려아연 자사주 매입’ 이상무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 과정의 법정 공방 2라운드에서 법원이 또 최윤범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이로써 최 회장은 최악의 사태를 피하고 공개매수를 순조롭게 마무리할 수 있게 됐다. 2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영풍이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을 상대로 낸 공개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법원은 지난 2일에도 MBK파트너스·영풍 측이 제기한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바 있다. 이번 2차 가처분은 고려아연이 지난 4일부터 오는 23일까지 자사주를 주당 89만원에 공개매수하는 것이 배임 행위에 해당한다며 이를 막아달라는 취지로 영풍 측이 신청한 것이다. 반면 최 회장 측은 자사주 매수가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응하기 위한 경영권 방어 수단이라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자본시장법은 '주권상장법인이 상법 제341조 제1항이 규정하는 방법으로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경우에는 이사회 결의로써 자기 주식을 취득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공개매수가 주주총회 결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해도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자사주 매입이 배임이라는 영풍 연합의 주장에 대해서도 “매수한 자기 주식을 전부 소각하기로 한 이상 이를 업무상 배임행위라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산업권에서는 이번 가처분 판결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큰 변곡점 될 것으로 진단해 왔다. 만약 자사주 취득 금지 가처분이 인용되면 MBK·영풍은 즉시 고려아연 지분에 대한 장내 매수를 시도해 추가로 지분을 매입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최 회장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최악의 시나리오인 셈이다. 그러나 법원이 기각을 결정하면서 고려아연은 오는 23일까지 예정된 자사주 공개매수를 계속 진행할 수 있게 됐다. 고려아연은 이날 법원의 기각 결정 직후 발표한 입장문에서 “자사주 공개매수를 완료한 뒤 의결권을 최대한 확보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막겠다"고 밝혔다. 현재 MBK·영풍 측은 지난 14일 마무리된 공개매수를 통해 고려아연 지분율을 38.47%까지 끌어올린 상태다. 최 회장 측에서도 이번 공개매수에 성공할 경우 베인캐피털을 통해 회사 지분율을 36.49%까지 학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법정 공방 2라운드에서 고려아연이 승리했지만, 업계에선 양측의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 MBK·영풍은 법원의 판결 직후 입장문을 통해 가처분이 아닌 본안소송으로 다툼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MBK·영풍 측은 사전적 금지 처분인 가처분의 특성을 고려하면 법원의 결정 취지는 '자사주 공개매수가 배임행위를 구성하는 것이라고 명백히 증명되지 않았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MBK·영풍 측은 “가처분 재판부의 결정을 존중함과 동시에 향후 손해배상청구, 업무상 배임 등 본안소송을 통해 고려아연의 현 경영진에 대해 자기주식 공개매수 행위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양측의 지분율 격차가 크지 않아 임시주주총회까지 지분 확보와 표 대결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산업권에서는 고려아연의 지분 7.83%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우선 캐스팅보트를 쥘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서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고려아연 의결권 행사와 관련한 질문에 “장기적인 수익률 제고 측면에서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이 트로이카 드라이브 등을 통해 고려아연의 체질개선을 이끌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현재 경영진에 유리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MBK·영풍 측은 이번 공개매수 과정에서 거짓 사법리스크를 조장하는 것은 물론 공개매수 가격에 대한 말바꾸기를 이어가고, 고려아연의 재무건정성과 사업적 우수성을 지속적으로 호도해 왔다"며 “법원의 결정에 따라 합법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공개매수를 완료하고, 이후에도 의결권 강화를 통해 MBK·영풍의 국가기간산업 훼손을 막아내겠다"고 강조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해운 탄소중립 비용 부담 “2050년 컨선 운임 100%↑”

글로벌 해운 시장에서도 탄소중립 흐름이 이어지고 있으나, 이로 인한 운임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노르웨이선급(DNV)은 '2050년까지의 해양예측' 보고서를 통해 탄소중립 시나리오상 2050년 컨테이너선 운임이 현재 대비 91~112%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벌크선과 탱커선도 각각 69~75%, 70~86%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연합무역개발협의회(UNCTAD)도 2050년까지 100% 탄소중립 연료 공급을 위한 인프라 확대시 연간 280~900억달러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했다. 여기에는 탄소포집저장(CCS)을 비롯한 기술이 포함된다. 영국·미국 등이 '녹색해운항로' 구축에 나서는 것이 향후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무탄소 연료 또는 친환경 기술로 해상운송 전 과정에서 탄소배출이 없는 항로로, 협의 중인 녹색해운항로는 2022년 22개에서 지난해 44개, 올 2월 57개로 증가했다. 우리나라도 2027년 운항을 목표로 미국·싱가포르·호주 등과 손잡고 녹색해운항로 확대 흐름에 동참하는 모양새다. 8개 정기노선에 약 50척의 선박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현재 운영 중인 선박 중 90% 가량은 벙커C유를 쓰고 있다. 업계는 이를 암모니아·메탄올 등 상대적으로 비싼 연료로 대체하기 위해서는 비용 문제가 발생한다고 토로한다. 올 2분기 기준 전 세계에서 발주된 선박 301척 중 대체연료 선박의 비율이 38.9%(117척)에 머무는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수출입은행도 녹색해운항로에 투입될 연료의 82%가 '미정 또는 다중연료'로 책정되는 등 방향성이 뚜렷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장욱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친환경 선박 발주 잔량 1377척 중 액화천연가스(LNG) 연료를 쓰는 비중이 73%(970척)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LNG의 경우 유럽을 중심으로 벙커링 시설이 갖춰졌고, 생산량도 많아 그나마 가격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메탄올은 벙커링이 용이하고 공급망 투자가 크게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장점이다. 메탄올 추진선이 LNG추진선 다음으로 발주 잔량(17%·226척)이 많은 원인이다. 하지만 메탄올은 지금도 수급이 타이트하다는 문제가 있다. 박 애널리스트는 현재 메탄올 재고가 18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주요 공급 지역에서 차질이 발생한 탓이다. DNV도 생산량 부족 등으로 해운업에 필요한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우려했다. 이같은 국면에서 수요가 증가하면 가격 상승도 피할 수 없다. LNG와 메탄올 등 저탄소 연료를 대체할 주자로 꼽히는 암모니아는 발주 잔량이 2%(27척)에 불과하다. 수소경제 활성화에 힘입어 공급량은 적지 않으나, 독성·부식성 제어를 위한 기술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높은 생산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또한 △수소혼소 및 전소발전 △수소모빌리티 △비료를 비롯한 분야에서 암모니아를 필요로 한다는 점도 공급·가격에 대한 리스크로 불린다. 엔진 제조사들이 LNG와 메탄올·암모니아를 동시에 쓰는 이중연료(DF)엔진 개발에 나서는 것도 이같은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추세로 볼때 DF엔진을 현실적인 대안으로 판단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물가 상승분을 고려하면 실제로는 더 큰 폭의 운임 상승이 이뤄질 수 있다"며 “현실적인 규제가 수립·시행되지 않으면 선사들의 발주 계획이 꼬이고 물동량 증가를 저해하는 등 현장의 혼란이 지속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이건희 4주기, 차분한 가운데 의료·문화 공헌 기려

삼성그룹이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의 4주기를 맞아 의료와 문화 분야 공헌을 중심으로 고인의 철학을 기리는 데 집중할 전망이다. 21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오는 25일 이건희 선대회장 4주기를 앞두고 그룹차원의 추모 행사가 연이어 열린다. 행사는 단촐하다. 대내외 위기론 속에 지난해보다 차분한 분위기가 예상된다. 기일에는 경기 수원 선영에서 4주기 추도식이 열릴 예정이다. 올해는 별도 추모행사 없이 유족들과 삼성 사장단이 모여 신경영 철학 등 고인의 업적을 기릴 것으로 보인다. 앞서 24일 오후에는 경기 용인 삼성전자 인재개발원에서 4주기 추모음악회가 열릴 예정이다. 지난해에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조성진을 비롯한 신예 연주자들이 참여했으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유족들, 삼성 사장단 등 1000여 명이 참석했다. 21일에는 서울대 어린이병원 소아암·희귀질환 지원사업단이 사업 4년차를 맞아 의료진과 환자 가족들이 함께하는 자리를 진행했다. 이 사업은 이 선대회장의 '어린이 사랑'과 '인간 존중' 철학을 바탕으로 한 의료공헌의 일환으로, 지난 2021년 유족이 기부한 3000억원을 재원으로 출범했다. 이번 추모 행사에서는 이 선대회장의 문화예술, 의료 분야 철학이 집중 조명될 전망이다. 특히 이 선대회장의 '문화 인프라' 육성 의지는 그의 생전 활동과 유산을 통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고인은 생전 “문화적인 경쟁력은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라며 기업의 문화 인프라 향상 역할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삼성은 재능 있는 예술 인재를 선발해 해외 연수를 지원하고, 백건우와 백남준, 이우환 등 한국 예술인들의 해외 활동을 후원해왔다. 지난 2021년에는 유족들이 이 선대회장이 평생 모은 문화재와 미술품 2만3000여점을 국가기관 등에 기증하며, 그의 문화공헌 철학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삼성은 지역사회를 위해 인재개발원 콘서트홀을 개방하여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제공하는 등 문화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탈상 의미가 컸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위기론 속에 더 조용히 추모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 선대회장은 지난 1987년 삼성그룹 2대 회장에 올라 1993년 '신경영 선언'으로 그룹 혁신을 추진해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4년 5월 쓰러진 후 6년 5개월여 만인 2020년 10월 25일, 78세로 별세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1보] 법원, 고려아연 자사주 취득금지 2차 가처분도 기각···예정대로 공개매수 진행

고려아연 경영권을 노리는 영풍·MBK파트너스가 2차로 낸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중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현 경영진인 최윤범 회장 측이 다시 한 번 법정 다툼에서 승리했다. 21일 산업권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영풍이 최 회장 측을 상대로 낸 공개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번 가처분은 고려아연이 지난 4일부터 오는 23일까지 자사주를 주당 89만원에 공개매수 하는 것이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배임 행위에 해당한다며 이를 막아달라는 취지로 영풍 측이 신청했다. 가처분이 기각되면서 경영권 방어에 나선 최 회장 측이 큰 고비를 넘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려아연은 오는 23일까지 자사주 공개매수를 예정대로 마무리할 수 있게 됐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침묵에서 행동으로, 이재용의 선택에 걸린 삼성의 미래

리더의 부재는 기업의 위기를 더욱 깊게 만든다. 삼성전자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이재용 회장의 책임 있는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이 회장의 결단이 단순한 기대가 아닌, 위기 극복을 위한 필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미래는 이재용 회장의 리더십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가 논의되는 이유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이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해 책임경영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위원장은 “재판 결과와 상관없이 책임경영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옳다"며 “사법 리스크의 두려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과 리더십 공백 문제가 심각해지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이 위원장은 또한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존경받는 일류 기업으로 변화해야 할 중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할 경우, 법적 책임을 지면서 보다 적극적인 경영 활동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주주들에게 책임경영에 대한 명확한 신호를 줄 수 있으며,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도 도움이 될 이슈다. 최근 반도체 업계는 리더십 스타일이 기업 성과에 미치는 영향이 뚜렷하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은 제품 개발과 전략 수립에 직접 관여하며 경영의 최전선에서 활동 중이다. 그 결과 엔비디아는 인공지능(AI)와 고성능 컴퓨팅 분야에서 남다른 혁신과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이재용 회장은 경영 최전선에서 한 발 물러나 있는 모습이다. 이런 모습은 최근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에 대한 대응에서도 드러났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7.6% 감소한 2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이 '반성문'을 발표했다. 통상적으로 최고 경영자가 맡아야 할 역할을 다른 임원이 대신한 것으로, 이 회장의 직접적인 책임 경영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부분이다. 삼성전자의 위기는 심각한 상황이다. 반도체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과 가전 등에서 중국 기업들의 추격으로 인해 점유율이 하락 등을 겪고 있다. 여기에 노사 갈등도 심화되고 있어 내부 결속력 약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용 회장의 리더십 공백이 문제로 지적되는 것이다. 위기 상황에서 리더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얘기다. 추가로 장기적인 비전과 전략 수립, 그리고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조직 문화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과 기술 혁신, 그리고 글로벌 인재 유치 및 육성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최고 경영자가 책임지고 결정을 내리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라며 “이는 단순히 이재용 회장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 거버넌스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책임과 권한이 명확한 리더십 구조가 삼성전자에 필요하다"며 “그의 선택이 삼성전자는 물론 한국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신중하면서도 과감한 결단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수출입은행 대출액 10%가 한화그룹에 집중···“다른 그룹보다 확연히 높아”

한국수출입은행 여신 잔액의 10% 가량이 한화그룹 계열사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대기업 그룹과 비교해 눈에 띄게 높은 비중이다.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수출입은행의 여신 잔액은 총 135조6327억원이다. 이 중 약 10%에 달하는 13조2천523억원이 한화 계열사에 대한 여신으로 집계됐다. 수출입은행 여신 지원 상위 10개 기업의 여신 잔액은 총 26조6392억원인데, 그중 한화 계열사인 한화오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대한 여신 잔액이 9조5886억원으로 36%에 달했다. 한화 계열사에 대한 수출입은행 여신은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12월 말 4조4747억원에서 올해 8월 말 13조2523억원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최근 한화그룹에 대한 집중 현상이 두드러진 셈이다. 차 의원은 한화그룹이 지난해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효과가 있지만, 인수 후 한화오션에 대한 신규 여신 집행 금액도 4조7223억원에 달해 단순 기업결합 효과로 보기는 어렵다고 해석했다. 실제 수출입은행은 지난 4월 한화그룹에 대한 동일 차주 신용 공여 한도 소진율이 법에서 제한하는 5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자 금융위원회에 예외 취급 승인을 받기도 했다. 아울러 차 의원은 현 정부 들어 수출입은행이 한화그룹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동안 검찰 출신이 한화그룹에 무더기 재취업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22~2023년 한화오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비롯해 한화손해보험, 한화솔루션, 한화시스템 등에 검사와 검찰 수사관 출신 8명이 이직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출입은행 상임감사로 여당 당직자 출신인 차순오 전 대통령실 정무1비서관이 선임되기도 했다. 차 의원은 “수출신용기관의 여신이 특정 기업에 너무 많이 쏠리면 공정성 시비가 일어날 수 있다"며 “여신의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계열별 여신 순위를 보면 1위가 한화, 2위가 삼성, 3위가 HD현대로, 모두 대형 조선사를 보유한 그룹"이라며 “선수금 환급보증(RG)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한화는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이후 1위에 올랐다"며 “한화에 대한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도 “방산 수출 관련한 계약이행보증 및 선수금반환보증 등은 수출입은행 같은 국책은행의 보증이 없으면 대규모 수출이 불가능한 상황인데 수출액 대비 지원 규모를 보면 한화그룹 방산 계열사들과 국내 여타 방산 기업들 간 여신 잔액 비율에 큰 차이가 없다"며 “방산 수출 중 규모가 상당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이집트 수출 지원 건은 지난 정부에서 승인된 것으로, 현 정부의 특혜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시승기] 제네시스 G80 전동화 모델, 럭셔리 디자인에 우아한 주행감

제네시스의 럭셔리 전기 세단 'G80 전동화 모델'은 역동적 디자인과 부드러운 주행감, 넓은 실내 공간이 돋보이는 차량이었다. 워낙 고급스러운 분위기와 성능으로 인해 나도 모르게 '우아한 운전'을 하게 되는 모델이었다. 특히 운전자뿐만 아니라 2열의 탑승자들도 '대접받는 느낌'을 받게 하는 진정한 세단이었다. 지난 19일 제네시스 G80 전동화 모델을 서울 도봉구부터 경기 양주시까지 왕복 약 60㎞ 코스로 주행했다. 퇴근시간과 겹치는 바람에 꽉 막힌 도심과 뻥 뚤린 자동차전용도로를 모두 경험할 수 있었다. 이번 시승한 차량은 지난달 출시한 '부분 변경' 모델로 기존 보다 실내 공간과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가 늘어난 것이 특징이다. 차량의 전면부는 이전의 우아한 스타일을 계승하면서 범퍼, 램프 등 주요 디자인 요소에 정교한 디테일을 더해 세련미를 끌어올렸다. 특히 차량의 인상을 결정하는 그릴에 지-매트릭스(G-Matrix) 패턴을 그라데이션 형태로 입혀 '전기차스러움'을 더했다. 측면부는 이전보다 늘어나 '고급 세단'의 이미지를 배가시켰다. 축간거리는 3140㎜로 기존 대비 130㎜ 길어졌다. 또 19인치 '디쉬 타입 휠'을 새롭게 적용해 고급 전기차만의 차별화된 이미지를 부여하고 공력 성능까지 개선했다. 후면부는 범퍼 디자인을 간결하고 깨끗하게 다듬고 크롬 장식을 측면 하단부에서부터 범퍼를 가로지르도록 이어 매끈하면서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완성했다. 실내 인테리어는 '역시 제네시스'였다. 1, 2열의 디스플레이를 비롯한 편의사양이 풍부했고 곳곳의 디자인 마감도 훌륭했다. 시승차량의 경우 사방이 시트와 바닥이 흰색으로 이뤄져 더욱 고급스러운 느낌을 받았다. 차량에 탑승하면 27인치 OLED 클러스터·내비게이션 통합형 디스플레이가 운전자를 반긴다. 2분할 또는 3분할 화면 선택이 가능해 사용자는 취향에 맞게 내비게이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등 다양한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 센터페시아는 터치 타입 공조 조작계와 크리스탈 디자인의 전자식 변속 다이얼, 통합 컨트롤러를 적용해 조작감을 향상시켰다. 대부분의 버튼이 터치로 이뤄진 반면 비상등은 버튼식으로 설계됐다. 비상등을 킬 일이 잦은 한국 도로상황을 적극 반영한 것이다. 풍부한 음직은 차량의 이색 매력이다. 17개 스피커의 뱅앤올룹슨 고해상도 사운드 시스템과 돌비 애트모스를 새롭게 적용해 고급스러운 음질의 음악을 들으며 주행이 가능하다. 2열 사양도 풍부했다. 2개의 디스플레이가 설치돼 탑승자의 지루한 주행을 방지했고 가운데 설치된 컨트롤 박스로 여러 기능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었다. 또 버튼을 누르면 문이 열리는 방식을 탑재해 내리는이의 편안함을 극대화했다. 주행감은 정숙하면서도 민첩했다. 합산 출력 272kW, 합산 토크 700Nm의 강력한 듀얼 모터의 성능을 증명하듯 가벼운 출력을 보였다. 승차감은 잔잔한 호수 위를 지나가는 듯 부드러웠다. 내비게이션 정보를 통해 미리 도로 상황을 파악하고 사전 제어를 하는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ECS)'이 탑재돼 어느 상황에서도 부드러운 승차감을 제공했다. 또 기존 대비 용량이 7.3kWh 증대된 94.5kWh 고전압 배터리 탑재돼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가 475㎞로 개선됐다. G80 전동화 모델의 판매 가격은 전기차 세제혜택 적용 전 기준으로 8919만원이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삼성전자 vs. 엔비디아 누가 맞을까? AI 도입 ‘엇갈린 판단’

최근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이 위기를 이겨내고 세계 일류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사측에 생성형 인공 지능(AI) 사용을 허용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가운데 글로벌 반도체 업계를 호령하는 젠슨 황 엔비디아(nVIDIA) 최고 경영자(CEO)는 AI에 의한 혁신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삼성 관계사들이 노조의 요구에 어떤 입장을 취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초기업 노조는 지난 18일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에서 제안하는 삼성그룹 변화의 시작'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정현호 사업 지원 TF장을 수신인으로 지정해 발송했다. 노조는 “최근 삼성전자의 위기에 대해 정말 다양하고 많은 곳에서 이야기 하는데, 회사의 영향력이 큰 만큼 관심도 역시 높은 듯 하다"며 “삼성그룹의 위기는 우리 직원만의 위기가 아닌 대한민국 재계 전반에 영향이 갈 수 있을 정도로 중대 사안"이라고 언급했다. 이들은 “위기 극복 차원에서 다양한 방식의 혁신적인 시도가 필요한데, 오픈AI의 챗GPT 사용 제한을 전면 해제해달라"며 “세계 일류가 되려는 회사는 최상의 툴을 사용하고 트렌드에 맞게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삼성전자가 사내 챗GPT 사용을 금지하는 이유는 보안 문제에 있다. 지난해 3월 디바이스 솔루션(DS) 부문이 챗GPT 사용을 허가하자 기밀에 해당하는 설비 계측·수율 데이터가 미국 회사로 전송되는 등 회수가 불가능한 정보 유출 사고가 연이어 발생한 바 있다. 노조는 “전쟁과도 같은 세계적인 경쟁을 하는데 최고의 도구를 두고도 쓰지 않는 건 어리석음 그 자체"라며 “보안과 관련된 이슈는 엔터프라이즈 버전으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어 삼성 직원들이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도 했다. 아울러 “줄어드는 근무 시간과 워라밸 등이 중요한 시대에 우리는 남들과 똑같은 8시간을 보내면 안 된다"며 “과거 개인용 컴퓨터(PC)화 시대에 PC를 도입하지 않았다면 그런 회사는 살아남지 못했을 것인데, AI 시대인 지금도 마찬가지로 이를 거부하면 도태된다"고 경고했다. 반면 엔비디아는 과감한 AI 도입을 통해 혁신을 이끌어 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엔비디아는 AI를 위한 전체 컴퓨팅 스택을 재발명했고 그래픽 처리 장치(GPU)·가속 컴퓨팅·AI 인프라 등 전 분야에서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모델 학습뿐 아니라 추론 단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유튜브 채널 'Bg2 포드'에 출연해 “미래에 5만명의 직원과 1억개의 AI 어시스턴트를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AI 도입이 직원 해고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회사의 성장과 수익 증대로 이어져 더 많은 인재 채용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엔비디아가 AI를 도입하는 목적은 회사의 생산성을 대폭 향상시키는 데에 있다. 현재 엔비디아 직원은 3만2000명 수준인데 56.25% 가량 늘리는 셈으로, 15만명 규모의 회사 생산성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AI 어시스턴트들은 모든 부서에 배치돼 인간 직원들과 함께 슬랙 채널에 참여하여 소통하고 일반적인 업무와 특화된 업무를 수행하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AI 에이전트들끼리 서로 협력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전망이다. 현재 엔비디아의 사이버 보안 시스템은 AI 에이전트 없이는 운영이 불가능할 정도로 AI에 의존하고 있다. 이 외에도 칩 설계·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검증 등의 분야에서 AI 기반 디지털 직원들을 활용하고 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엔비디아가 AI를 단순 도구가 아닌 회사의 핵심 구성원으로 통합하려는 접근법을 확인할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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