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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A 2024 폐막, AI가 바꾸는 가전 지형도 보여줬다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IFA 2024가 AI 기술 대중화의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 속에 10일 막을 내렸다. 올해 행사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뿐 아니라 중국 기업들도 AI 기술을 앞세워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지속가능성과 에너지 효율이 주요 화두로 떠오르면서 가전 산업의 미래 방향성도 제시됐다. ◇삼성·LG 등 글로벌 기업들의 치열한 AI 경쟁 올해로 100주년을 맞은 이번 IFA는 '모두를 위한 혁신'(Innovation for All)이라는 주제로 139개국에서 1800여 개 업체가 참가했다. 총 18만2000명 이상의 방문객이 찾은 이번 행사에서는 인공지능(AI)과 지속가능성이 핵심 키워드로 부각됐다. 삼성전자는 'AI for All(모두를 위한 AI)'를 주제로 전시 공간을 마련했다. 여기서 삼성전자는 스마트싱스(SmartThings) 기반 서비스를 중심으로 AI 기술을 선보였다. 보이스 ID 기술을 통해 개인의 고유한 음성 패턴을 인식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앰비언트 센싱으로 실내 환경을 자동으로 최적화하는 기능 등을 공개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싱스 플랫폼은 보안, 지속가능성, 연결성, 안전과 건강 등 다양한 영역에서 혁신적인 기능을 선보였다. 삼성 녹스 매트릭스는 기기 간 안전한 연결을 지원하며, 삼성 녹스 볼트는 사용자의 중요 정보를 보호한다. 에너지 사용량 모니터링 및 최적화 기능을 통해 전력 소비를 줄이고 탄소 배출을 감소시키는 지속가능성 기능도 강화됐다. LG전자는 AI 홈의 두뇌 역할을 하는 'LG 씽큐 온'(LG ThinQ ON)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 AI 플랫폼은 사용자의 생활 패턴을 학습해 가전제품을 자동으로 제어한다. 사용자가 일어나는 시간에 맞춰 커피머신을 작동시키고, 출근 시간에 맞춰 에어컨을 끄는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씽큐 온은 생성형 AI를 활용한 대화형 명령 처리 및 연결 기기 관리 기능을 제공해 사용자 경험을 한 단계 높였다. LG전자는 B2B 사업도 강조했다. 고해상도 대형 디스플레이와 AI 기반 콘텐츠 관리 시스템을 결합한 디지털 사이니지 솔루션, 대규모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중앙 제어 시스템을 갖춘 상업용 에어컨, 호텔과 병원 등에서 활용 가능한 서비스 로봇 등을 선보였다. ◇중국 기업들, 유럽 시장 공략 나서 중국 기업들도 이번 IFA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TCL, 하이센스, 하이얼, 메이디 등이 대규모 부스를 마련하고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섰다. 하이센스는 'Connect Life' 슬로건으로 스마트홈 존을 운영했으며, AI 기반 음성 비서가 탑재된 스마트 냉장고를 선보였다. 이 냉장고는 식재료 관리, 레시피 추천, 온도 자동 조절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하이센스는 이동형 AI 홈 허브 '할리'를 공개했다. 이 로봇은 음성 명령을 인식해 집 안을 자유롭게 이동하며 각종 가전제품을 제어하고, 실내 환경을 모니터링하며, 사용자와 대화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TCL은 LG전자의 공간 디자인 TV와 유사한 제품을 전시했다. 이 TV는 벽에 완전히 밀착돼 설치할 수 있으며, 화면이 꺼졌을 때는 액자나 거울로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지속가능성·에너지 효율, 가전 산업의 새로운 화두 이번 IFA에서는 AI 기술과 더불어 지속가능성과 에너지 효율이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삼성전자는 '스마트싱스 에너지'와 '플렉스 커넥트' 등 에너지 절감 서비스를 강화했다. 이 서비스들은 전력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최적화해 에너지 비용을 절감한다. 스마트싱스 에너지는 테슬라와 협업해 개발한 서비스로, 전기차 충전, 태양광 발전, 가정용 배터리 저장 시스템을 통합 관리한다. 하이얼은 초절전 냉장고 라인업을 선보였다. 이 제품들은 AI 기반 온도 제어 시스템을 통해 기존 모델 대비 전력 소비를 30% 이상 줄였다. 메이디는 태양광 발전과 연계된 스마트 에어컨 시스템을 전시했다. 이 시스템은 태양광으로 생산된 전기를 우선적으로 사용해 전력 비용을 절감한다. 에코플로우(EcoFlow)는 가정용 전력 백업 시스템 'DELTA Pro Ultra'를 공개했다. 이 제품은 최대 90kWh의 대용량 배터리를 제공하며, 태양광 발전 시스템과 연동해 가정의 전력 자립도를 높일 수 있다. 연결성 강화도 이번 IFA의 주요 트렌드였다. 스마트홈 플랫폼, 크로스 디바이스 경험, IoT 생태계 확장 등이 주목받았다. 삼성전자는 약 3억5000만 명의 스마트싱스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안 및 프라이버시 강화도 중요한 이슈였다. 삼성 녹스 매트릭스는 기기 간 안전한 연결을 지원하며, 삼성 녹스 볼트는 사용자의 중요 정보를 보호한다. 리셋 보호(Reset Protection) 기능은 외부인의 임의 접속을 감지하고 차단한다. ◇AI, 미래 가전의 핵심 키워드로 부각 이번 IFA 2024는 글로벌 기업들 간의 치열한 기술 경쟁 무대였다는 평가다. 한국 기업들이 기술 주도권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두드러졌고, 중국 기업들의 적극적인 시장 공략이 눈에 띄었다. 반면 소니, 샤프 등 전통적인 일본 가전 기업들의 참여가 줄어들면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장 동향 측면에서 고가 프리미엄 제품과 함께 중저가 제품군도 동시에 강화하는 전략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소비자들의 양극화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은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한 가전업계 전문가는 “지속가능성과 연결성이 강화된 차세대 스마트홈 비전을 제시했다"며 “이번 행사를 통해 AI 기술을 필두로 지속가능성과 에너지 효율이 향후 가전 시장의 주요 화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HMM ‘프리미어 동맹’ 선포…2030년까지 23.5조 투자해 경쟁력 강화

HMM이 글로벌 주요 선사와 2025년 2월부터 협력기간을 5년으로 하는 신규 협력체제 '프리미어 얼라이언스(Premier Alliance)'를 결성했다. 또한 2030년까지 친환경 설비와 선복량 확대 등에 합계 23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해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중장기 전략을 발표했다. HMM은 10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본사에서 '얼라이언스 결성 및 2030 중장기 전략 설명회'를 열고 기존 디 얼라이언스(THE Alliance) 파트너인 ONE(일본), Yang Ming(대만)과 전략적 협력을 유지하기로 합의하고 새로운 협력체인 프리미어 얼라이언스를 결성했다고 밝혔다. 이와 동시에 글로벌 1위 선사인 MSC(스위스)와 북유럽 및 지중해 항로에서의 선복교환 협력에 최종 합의했다고 밝혔다. MSC와의 협력 기간은 2025년 2월부터 4년간이다. HMM은 이 같은 프리미어 얼라이언스 및 MSC와의 협력을 통해 원양항로 네트워크 증대, 기항 항만·국가 확대, 운용 선복량 확대 등 타 협력그룹 대비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프리미어 얼라이언스 신규 협력 서비스 항로는 기존 디 얼라이언스 체제의 26개에서 30개로 늘어난다. 이중 유럽 항로는 프리미어 얼라이언스 운영 서비스에 MSC와의 선복 교환 협력을 통해 기존 8개(북유럽 4·지중해 4)에서 11개(북유럽 6·지중해 5)로 대폭 강화된다. HMM은 2025년부터 미주서안 12개, 미주동안 4개, 북유럽 6개, 지중해 5개, 중동 3개 등 총 30개 항로를 얼라이언스 협력을 통해 제공한다. 또한 단독 운영 항로인 인도발 지중해 항로를 강화하고 인도발 북유럽 항로 및 남미동안 항로 등을 신설해 서비스 네트워크를 크게 강화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한국 선사의 진출이 어려웠던 대서양 항로 참여까지 고려하는 등 글로벌 선사로서의 위상을 대폭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HMM은 아시아-유럽 항로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함에 따라, 기존에 강점을 가지고 있던 아시아시아-미주 항로와 함께 동서 항로에서 보다 강력하고 안정적인 서비스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게 됐다. 이는 국내 해운물류 경쟁력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MSC와 유럽 항로에서 협력함으로써 기존 2M이 부산항에서 환적하던 물량 상당수가 유지될 전망이다. 또 한국발 직기항 서비스를 유치함으로써 국내 항만의 경쟁력 강화와 국내 화주에 대한 안정적인 물류 네트워크 지원체계를 구축하게 됐다. HMM은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우리나라 대표 종합물류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2030년까지 총 23조5000억원을 투자한다는 2030 중장기 전략을 발표했다. 컨테이너 운송사업을 중심으로 벌크 운송사업 및 통합 물류사업 영역을 확장해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선진적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컨테이너 사업(12조7000억원) △벌크 사업(5조6000억원) △통합 물류사업(4조2000억원) △친환경·디지털 강화(1조원) 등에 투자한다. 우선 HMM은 글로벌 목표라고 할 수 있는 2050년 '넷 제로(Net-Zero)'를 2045년으로 앞당기기 위해 친환경 경영 투자에만 전체 투자 금액의 60% 이상인 14조4000억원을 투자한다. 저탄소 선대, 친환경 사업, 친환경 설비 등에 대한 투자를 통해 글로벌 친환경 선사로 자리매김한다는 전략이다. 세부적으로 컨테이너 사업에서 2030년까지 11조원을 투자해 155만TEU(130척) 수준의 운용 선대를 확보함으로써 글로벌 선사와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강화한다. 또 늘어나는 선복량 확장에 맞춰 컨테이너 박스 확보에도 1조7000억원을 투자한다. 친환경 운송에 대한 시장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2030년까지 저탄소·무탄소 선박 약 70척을 확보하고, 2045년까지 전 운송구간에서 탄소 중립을 실현해 친환경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벌크 사업에서는 현재 634만DWT(36척)의 선대를 2030년까지 1256만DWT(110척)까지 확장하는데 5조6000억원을 투자한다. 아울러 컨테이너 서비스 네트워크 확장에 걸맞은 신규 터미널 및 시설 투자에 4조2000억원을 투자한다. 기존 항만 터미널 확장 및 주요 거점 항만 터미널을 추가 확보할 계획이며, 고수익 내륙 물류기지(ODCY) 사업 진출해 종합 물류사업 진출 기반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2045년 넷제로 목표 조기 달성을 위해 선박 개조, 친환경 연료 공급망 확보 등에 9000억원을, 디지털 기반 조직체계 구축에 1000억원을 투자한다. 더불어 급변하고 있는 시장 환경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조직문화 체계를 갖추는 등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김경배 HMM 사장은 “신규 협력체제를 통해 타 협력 그룹 대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출 예정이며, 한국 직기항 네트워크를 통해 국적선사로서의 역할도 다할 방침"이라며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및 친환경 경영체제 구축에도 지속적으로 노력하여 글로벌 친환경 선사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알뜰폰에 가입자 뺏기는 통신 3사 ‘고객접점 강화’로 반전 모색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 3사의 휴대폰 가입자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요금제를 앞세운 알뜰폰으로의 고객 이탈이 심화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통신업계는 오프라인 행사 등을 통한 고객 접점 강화로 알뜰폰에 대항한다는 계획이다. 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무선 통신서비스 통계 현황'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통신 3사의 가입자 수는 4692만8134명으로 전년 동기(4793만2611명) 대비 100만4477명 줄었다. 2년 전과 비교하면 229만3267명 감소한 수치로 통신 3사의 합산 가입자 수 감소세가 뚜렷하다. 전체 통신 가입자 수는 사실상 정체된 상황에서 알뜰폰의 영향력이 커진 여파로 풀이된다. 실제 알뜰폰 가입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22년 6월 670만250명이던 알뜰폰 가입자는 1년 만에 800만명을 돌파(809만48명)한 데 이어 지난 6월엔 929만6636명을 기록했다. 2년 만에 가입자가 39%가량 증가한 셈이다. 현 증가 속도라면 내년 상반기 중으로 가입자가 1000만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처럼 통신 3사 가입자가 알뜰폰으로 이탈하는 현상이 가속한 건 가격적인 측면에서 알뜰폰 요금제가 우위를 보였기 때문이란 평가가 나온다.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통신 3사 가입자 1500명과 알뜰폰 이용자 35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알뜰폰 이용자의 월평균 통신 요금은 2만252원으로 통신 3사 이용자가 내는 요금(6만5027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통신업계는 콘텐츠·부가서비스 이용료나 멤버십 혜택 등이 포함된 통신 3사의 요금제가 알뜰폰 요금제와 비교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에 통신업계는 고객과의 만남을 늘리는 데 주력하며 알뜰폰업계와의 차별화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고객과의 접점을 강화해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이를 통한 가입자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의지에서다. 통신 3사는 올해 들어 앞 다퉈 디지털 디톡스 고객 체험 행사를 열고 있다. SK텔레콤을 시작으로 KT가 관련 행사를 마무리한 가운데 LG유플러스는 9월 10일 행사를 진행한다. 청소년들이 스마트폰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을 막자는 취지의 이 행사는 자사의 서비스 사용을 늘리기보다 오히려 줄이자는 역발상 메시지를 통해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려는 의도가 깔렸다. 팝업스토어 운영을 통한 고객 경험 확장에 나선 점도 눈에 띈다. KT는 'KT 플라자 홍대애드샵플러스점'을 'KT 이강인 팬스토어'로 새롭게 선보인다. 오는 10월 15일까지 운영되는 이 곳은 이강인 선수의 '일러스트 벽화', 유니폼 형태로 제작된 '에어볼 이벤트존', '축구 국가대표팀 전시' 등 기존 통신 매장에서 볼 수 없었던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 게 특징이다. LG유플러스의 경우 특화 매장 '일상비일상의틈byU+'을 통해 스마트폰, 문구, 자동차 등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한 전시를 공개하고 있다. SK텔레콤은 홍대 복합문화공간 'T팩토리'를 중심으로 국내외 관람객들에게 첨단기술 체험, 특색 있는 전시 등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도 알뜰폰으로의 고객 이탈 현상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며 “체험 행사나 특색 있는 공간을 통해 이용자와의 만남을 늘리고 지속적으로 긍정적인 경험을 선사할 경우 신규 가입자 유치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매각설’ 카카오VX 노조 “구조조정 중단하고 고용불안 해소해야”

카카오게임즈 자회사인 카카오VX가 일부 부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 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카카오 노조는 일방적인 구조조정을 중단해 고용불안을 해소해야 한다고 사측에 요구했다. 카카오 노동조합인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크루유니언)은 9일 서울 강남구 뮤렉스파트너스 본사 앞에서 카카오VX 사모펀드 매각 반대 피켓 시위를 벌였다. 크루유니언 측은 이 자리에서 계열법인의 일방적 구조조정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카카오는 올들어 비핵심 사업들을 정리하는 등 고강도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카카오가 순차적으로 계열사 정리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투자은행(IB) 업계 등에 따르면 현재 매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곳은 △카카오게임즈 △카카오VX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 등이다. 크루유니언 측에 따르면 카카오VX는 최근 사업 철수 의사를 밝힌 골프용품과 헬스케어 플랫폼 관련 부서 등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사측은 희망퇴직을 이달 중순까지 신청하지 않을 경우 자택 대기발령을 내리고, 급여를 70%만 지급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안내문을 전달했다고 노조 측은 밝혔다. 구체적인 인원 규모를 밝히진 않았지만, 사업 철수가 예정된 부서 소속 인원은 약 100여명이다. 카카오VX는 지난해에도 일부 구조조정을 통해 약 100명 규모에 대한 희망퇴직을 단행한 바 있다. 크루유니언 측은 이번 구조조정이 카카오VX 경영권 인수에 나선 벤처캐피털(VC) 뮤렉스파트너스와의 사전 논의 후 이뤄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크루유니언은 이와 관련해 사모펀드 매각 철회를 요구하는 공문을 사측에 전달했지만, 현재까지 들어온 공식 입장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매각 절차가 진행된다면 이달 말쯤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승욱 크루유니언 지회장은 “카카오VX는 당장 정해진 인원수만큼 희망퇴직을 진행하지 못하면 회사를 운영하기 힘든 상황이 아니다. 자산도 어느 정도 있고 이익유보금도 있다"며 “그럼에도 이달 안에 인원을 줄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해 직원들의 고용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카카오를 둘러싼 논란이 빚어지는 근본 원인 중 하나는 다수 계열사들의 2~3대 주주가 사모펀드라는 것"이라며 “기업이 단일한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구조임에도 경영권을 사모펀드를 매각하려는 건 작금의 문제를 더 악화시키는 지름길"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카카오는 이같은 매각설을 부인하고 있다. 매각보다는 사업 축소 가닥을 잡고 있는 모양새다. 카카오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VX 주요 사업 중 골프용품·헬스케어 플랫폼·대체불가토큰(NFT) 사업을 연내 철수키로 결정했다. 주력 사업인 스크린골프 및 골프장 예약 플랫폼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카카오 측은 “경영 효율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현재로썬 일각에서 제기되는 매각설과 관련해 구체화되거나 확정된 내용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HD현대·효성·LS “슈퍼사이클 온다” 전력기기 증설 박차

글로벌 전력기기 슈퍼사이클이 향후 몇 년간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국내 업계도 실적 향상을 위해 생산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해 5월부터 360억원을 들여 중저압차단기 스마트팩토리용 부지를 매입했다. 내년 말까지 약 820억원을 투자해 충북 청주 공장을 짓는 등 2030년까지 생산량을 2배 가량 높인다는 목표다. 올해 말까지 변압기공장 철심가공설비 구축 등이 이뤄질 예정으로, 180억원 규모의 800kV급 리액터 설비 증설도 계획하고 있다. 변압기 적치장 및 자재창고 확장으로 납기변경에도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효성중공업은 올 상반기에 신·증설과 설비개선 등에 200억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했다. 이는 전년 동기의 2배가 넘는 수치다. 초고압변압기 생산력을 40% 이상 늘리기 위해 미국 멤피스와 경남 창원에도 1000억원을 투자한다. 저압전동기 이익 확대 목적으로 배트남 공장 증설도 이뤄졌다. LS일렉트릭 역시 1000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단행한다. 기존 부산사업장에 예정된 803억원에서 205억원을 늘린 것이다. 진공 건조설비(VPD) 2기 구축으로 초고압변압기 생산력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일감도 많아졌다. HD현대일렉트릭의 6월말 기준 수주잔고는 52억52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1.1% 늘어났다. 북미·중동·유럽에서 선전한 덕분으로, 최근 스웨덴 시장에도 처음 진출했다. 효성중공업의 수주잔고(중공업부문)도 같은 기간 5조5000억원에서 6억6000억원 규모로 향상됐다. 여기에는 노르웨이·모잠비크와 체결한 계약도 포함됐다. LS일렉트릭 전력부문도 북미향 초고압변압기·배전반 호조에 힘입어 수주잔고가 지난해말 2조3000억원에서 올 상반기 2조8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이는 △AI 데이터센터 시장 성장 △노후 인프라 교체 수요 △해상풍력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확대 등이 맞물린 결과다. 업계는 향후에도 이같은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가 사용하는 전력량은 2022년 460테라와트시(TWh)에서 2026년 1050TWh까지 급증할 전망이다. AI 활용에 필요한 데이터센터의 전력설비 증가율도 기존 데이터센터 보다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AI 서버 기술이 전력사용량 증가를 야기하고 있으며,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 서비스가 기존 검색 서비스 보다 전력 소모가 큰 것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선진시장 내 오래된 송·배전 설비가 많은 상황에서 공급이 충분하지 않은 것도 국내 기업들에게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송전 인프라의 70% 가량이 25년을 넘었고, 2차대전 직후 건설된 경우도 있다. 유럽에서도 배전망의 40%가 40년 이상인 상황이다. 전력망 인프라가 노후되면 정전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설비 고장이 잦아지고, 복구에 소요되는 기간도 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도 언급된다. 유럽 국가들의 우크라이나 전력망 복구 지원에 나서면서 관련 장비 수요가 꾸준히 발생하는 까닭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마진 프로젝트가 매출로 반영되는 중으로, 수익성 향상을 위한 선별수주도 이뤄지고 있다"며 “수주지역 다변화로 글로벌 입지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10대그룹 지배구조보고서]⑦ LG그룹, 지배구조핵심지표 준수 노력 필요

[편집자주] 국내 대기업들이 올해부터 개정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새로운 지배구조보고서는 최근 정부의 제도 개선 사항과 G20·OECD 원칙 등 국내외 지배구조에 대한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은 새로운 지배구조보고서를 통해 국내 10대그룹의 지배구조 현황과 핵심지표 이행률 등을 짚어본다. LG그룹 상장 계열사들의 지배구조 투명성이 전반적으로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LG디스플레이의 준수 현황 하락이 두드러져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9일 LG그룹 9개 상장 계열사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올린 기업지배구조보고서공시를 종합한 결과 모두 전년 대비 지배구조핵심지표의 준수 항목 수가 감소했다. 지배구조핵심지표는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건전성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다. 기업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실천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로 활용된다. 상장기업의 지배구조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주주권리 보호, 이사회 구성 및 활동, 감사기구, 관계사 위험 등 4개 영역에 걸쳐 총 15개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기업은 이 항목들에 대해 준수 여부를 'O'(준수) 또는 'X'(미준수)로 표시하여 보고한다. 이번 평가에서 LG그룹 산하 상장사 중 LG디스플레이가 지난 2022년 13개 항목을 준수했다가 이번에는 10개로 총 3개 항목이 감소해 가장 큰 폭의 하락을 보였다. LG헬로비전은 12개에서 10개로 2개 항목이 감소했으며, 나머지 7개 계열사(LG, LG전자, LG화학,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LG이노텍, LG에너지솔루션)는 모두 1개 항목씩 감소했다. 2023년 기준으로 LG그룹 계열사 중 가장 많은 항목을 준수한 곳은 LG이노텍(13개)이었다. 반면 LG디스플레이와 LG에너지솔루션, LG헬로비전이 각 10개 항목만을 준수해 가장 저조한 실적을 보였다. LG그룹의 전반적인 점수 하락은 이유가 있다. 먼저 '현금 배당 관련 예측 가능성 제공' 항목이 2023년 평가에 새롭게 추가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투자자 보호 강화와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도입된 항목으로, 배당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한국 자본시장의 신뢰도를 제고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러나 LG그룹의 모든 계열사가 이 새로운 항목을 준수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상 LG그룹 계열사들이 배당 정책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 2022년 평가에 포함되었던 '내부감사기구 연 1회 이상 교육' 항목은 2023년 평가에서 제외되었다. LG그룹 상장사는 모두 이 항목을 준수하고 있었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이 항목을 형식적으로 이행하는 경향이 있어 실질적인 내부감사 역량 강화에 한계가 있는 지적이 있었다. 단순한 교육 횟수보다는 내부감사기구의 실질적인 기능과 역할 수행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추가로 고질적으로 LG그룹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LG그룹 계열사들의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LG그룹 계열사에서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고 있어, 이사회의 독립성과 경영 감독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한 집중투표제 도입 문제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 LG그룹 계열사들은 대부분 집중투표제를 채택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소수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고 이사회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특히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지배구조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LG디스플레이는 '주주총회 4주 전 소집공고 실시' 항목과 '주주총회의 집중일 이외 개최' 항목을 2022년에는 준수했으나 2023년에 준수하지 않았다. 대상 기업 중 이 두 항목을 모두 지키지 못한 곳은 LG디스플레이가 유일하다. 이는 주주들의 의사결정을 위한 충분한 시간을 제공하지 못했을 뿐더러, 주총에 참석하기 용이하게 하지도 못했다는 의미다. LG그룹의 전반적인 지배구조가 퇴행하면서 새롭게 도입된 평가 항목에 대한 대응과 기존에 준수하던 항목들의 지속적인 이행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한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는 “LG그룹 계열사들의 지배구조 점수 하락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지배구조 확립이 아직 미흡함을 보여준다"며 “특히 새로운 평가 항목에 대한 준비 부족과 기존 항목의 후퇴는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기업들 ESG ‘뒷전’… 올해 ESG채권 발행 코로나때보다 적은 41조원

최근 몇 년 동안 재계에 화두로 떠오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올해는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경기 악화와 고금리로 인해 수익성이 흔들리고 재무관리가 중요해지면서 ESG채권을 발행하는 기업이 크게 줄었다는 진단이다. 9일 산업권에 따르면 최근 기업들 사이에서 ESG 경영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지면서 지난해까지 상당한 규모였던 ESG채권 발행이 올해 규모가 크게 줄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ESG채권은 올해 1~8월 기간 동안 41조4763억원에 발행하는데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 52조7540억원 대비 21.38% 줄었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 2020년 1~8월 동안 발행 규모인 42조5620억원 보다 적은 규모로 집계됐다. ESG채권은 발행자금이 친환경 또는 사회적 이득을 창출하는 프로젝트에 사용되는 채권으로 녹색채권, 사회적채권, 지속가능채권, 지속가능연계채권을 통칭하는 단어다. ESG가 최근 몇 년 동안 재계 화두로 떠오르면서 ESG채권의 발행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ESG채권 발행 규모는 2018년 1조2500억원, 2019년 25조6873억원을 기록한 후 2020년 연간58조8842억원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다. 2년 만에 47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이후 지난해까지도 2020년 이상의 물량이 발행돼 왔다. 이 같은 흐름과 반대로 올해 발행 실적이 크게 줄어든 것은 기업들이 극도록 발행 물량을 줄인 결과로 분석된다. 금융권이나 공공기관은 올해도 여전히 지속적으로 ESG채권을 발행하고 있으나 지난해까지 발행의 큰 축이었던 대기업들이 발행량을 극단적으로 줄였다는 분석이다. 실제 올해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한화에너지 등 10대 그룹 계열사 이외에는 ESG채권을 발행한 기업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금리가 높아지면서 개인 투자자들까지 일반 회사채를 매입하면서 ESG 채권에 대한 선호도는 급격히 떨어졌다"며 “기업 입장에서도 일반 채권의 수요가 좋다보니 굳이 ESG 채권을 발행하지 않아도 무방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올해 경기 위축으로 인한 불황과 고금리 현상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최근 한국은행은 올해 2분기(4~6월) 국내총생산(GDP)이 0.02% 역성장했다고 발표했다. 경기 불황으로 오히려 역성장이 일어난 것은 지난 2022년 4분기 이후 1년여 만이다. 아울러 경기 불황과 심각한 고금리가 맞물렸다.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에도 경기 위축이 심각했으나 그 때는 기준금리가 0.5~1.25%로 역사적인 저금리가 지속됐다. 이에 기업들이 큰 이자 부담 없이 ESG채권을 발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국내 기준금리가 3.5%가 유지되고 있어 부담이 큰 상황이다. 기업 입장에서 경기 위축으로 이전보다 수익이 줄면서 일반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에서 ESG채권까지 이전과 비슷한 규모로 발행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ESG채권은 일반 채권보다 금리가 다소 낮은 편이나 조달한 자금을 ESG 분야에만 활용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산업권에서도 당장 생존이 힘들어진 상황에서 이전만큼 ESG에 신경을 쓰기가 어려워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업이 당장 ESG에 집중하기도 어려울뿐더러 ESG채권을 발행하기 위해 별도로 자금의 활용에 대한 심사 등 준비 작업이 추가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하면 단순 회사채를 발행해 ESG 이외 목적에도 조달한 자금을 투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계산이다. 산업권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ESG채권 발행에 관심이 있었던 기업이 올해는 관심을 잃어가고 있다"며 “기업 상황과 시장 분위기가 달라지면서 굳이 ESG를 내세우지 않고 단순 회사채를 발행하는 편이 낫다는 분위기 같다"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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