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韓中 세탁기 전쟁] “중국산 가전 신뢰 못해···품질·A/S 불편”

24일 에너지경제신문이 마크로밀 엠브레인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3.1%는 중국산 가전의 개인정보 유출 및 보안에 대한 걱정 수준이 '제품 구매를 망설일 정도로 많이 불안하다'고 답했다. '불안하긴 하지만 가격이 저렴해 구매를 망설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는 31.7%, 별로 불안하지 않다'는 소비자는 12.1%였다. 중국 세탁기에 대한 인식(중복응답) 또한 '품질이 낮고 금방 고장난다'는 생각을 대답이 73.5%에 달했다. '애프터서비스(A/S)가 불편하다'(62.3%), '개인정보 유출 등 보안 문제가 걱정된다'(40.9%), '디자인이 별로다'(16.3%), '혁신 기술이 부족하다'(14.5%) 등이 뒤를 이었다. '가성비가 좋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한 이는 38.8%였다. 중국산 세탁기 구매 의향 또한 과반 이상이 '절대 구매하지 않는다'(54.7%)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가격이 30% 이상 저렴하면 구매한다'는 36.4%, '가격이 10~20% 저렴하면 구매한다'는 6.2% 나왔다. 연령대별로는 만 60~79세에서 '절대 구매하지 않는다'는 비율이 60.7%에 이르렀지만 19~29세에서는 44.7%로 낮아졌다. 반면 같은 질문에서 미국·유럽 세탁기 브랜드 구매 의향이 있냐고 묻자 '가격이 30% 이상 저렴하면 구매한다'는 응답이 36.7%로 가장 많이 나왔다. '가격이 10~20% 저렴하면 구매한다'는 28.7%, '절대 구매하지 않는다'는 24.1%였다. 우리나라 가정 내 중국산 세탁기 침투율은 아직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사용 중인 중국산 전자제품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70.6%는 '없다'고 밝혔다. '청소기'(18.9%), '태블릿 PC'(6.7%), 'TV'(4.4%), '스마트폰'(3.9%)을 이용 중인 경우는 간혹 있었다. 브랜드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많았다. '알고 있는 세탁기 브랜드'를 묻는 질문에 하이얼(14.9%), 하이센스(7.3%), TCL(5.1%), 메이디(2.9%) 등 중국 기업들은 대부분 하위권을 차지했다. 월풀(30.2%), 제너럴일렉트릭(GE, 27.6%) 같은 미국 브랜드는 물론 파나소닉(20.3%), 도시바(15.1%) 등 일본 제품에도 밀리는 상황이다. 도시바 백색가전 부문은 지난 2016년 중국 메이디그룹이 인수했다. 삼성·LG전자를 제외하면 대부분 브랜드의 '국적'에는 관심이 없어 보였다. 어느나라 제품인지 알고 있냐고 물었을 때 'LG전자'(92%), '삼성전자'(88.3%)를 제외한 모든 브랜드의 고향은 제대로 알지 못했다. 'GE'(21.3%), '월풀'(20.5%), '파나소닉'(15.5%), '일렉트로룩스'(13.6%), '도시바'(13.3%) 순이었다. 중국 '하이얼'(11.9%), '로보락'(8%), '하이센스'(3.5%), 'TCL'(2.8%), '메이디'(1.8%) 등 국적은 잘 모르는 모습이다. 소비자들은 세탁기 외 다른 가전 제품 분야에서도 중국산에 일정 수준 벽을 쌓고 있었다. 현재 사용 중인 제품과 성능이 비슷하다고 가정 시 중국 가전을 구매할 의향이 있냐고 물었을 때 '절대 구매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스마트폰(67.2%), 냉장고(60.5%), TV(56.8%) 등 전 분야에서 가장 많이 나왔다. 중국산 세탁기 대비 국산 브랜드가 지닌 강점으로는 '제품 성능'(40.9%), 'A/S'(35.3%), '브랜드 인지도'(13.7%) 등을 들었다. 한국산과 중국산 가전의 글로벌 시장 내 위상에 대한 시각 차이도 상당했다. 삼성·LG전자의 위상에 대해 물었을 때 '제품력과 품질 모두 최상위권 브랜드'라고 생각하는 이가 78.9%였다. '제품력 대비 가격이 저렴한 가성비 브랜드'라고 답한 이는 16.9%, '제품력 하위권 브랜드'라고 생각한 경우는 2.7%에 불과했다. 하이얼, 하이센스, 메이디, TCL 등 중국 업체들에 대해서는 '제품력 대비 가격이 저렴한 가성비 브랜드'(38.2%)와 '가격은 저렴하지만 제품력은 떨어지는 브랜드'(35.9%)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제품력 하위권 브랜드'라고 답한 이는 19.5%였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3일까지 진행됐다. 만 19세 이상 남성 755명, 여성 745명을 대상으로 인구비례할당을 통해 실시했다.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모바일 조사 형식이다. 신뢰수준은 95%다. 비확률표집 조사라 통계학적으로 산출되는 표본오차는 제공되지 않는다. 동일 규모 단순 무작위추출 조사라고 가정하면 최대 표본오차는 ±2.5% 포인트(p) 수준이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됐습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韓中 세탁기 전쟁] 사고 싶은 세탁기는 “LG·삼성”…비싼 가격 ‘걸림돌’

국내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세탁기 브랜드는 'LG전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품 구매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성능'이었으며, 국산 세탁기의 단점으로는 '비싼 가격'을 지적하는 경우가 많았다. 24일 에너지경제신문이 마크로밀 엠브레인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3.9%는 가격과 성능이 비슷하다고 가정할 경우 'LG전자' 세탁기를 구매하고 싶다고 답했다. '삼성전자'는 30.5%로 뒤를 이었다. 1~3순위 중복 선택을 허용할 경우 미국 브랜드 약진이 눈에 띄었다. 'LG전자'(81.2%)와 '삼성전자'(73.9%)가 압도적인 선호도를 보인 가운데 '제너럴일렉트릭'(GE, 12.3%), '월풀'(10.9%) 등이 대안으로 지목받았다. '밀레'(9.9%), '일렉트로룩스'(9.3%) 등 유럽 가전은 그 뒤를 이었다. 이밖에 '로보락'(8.5%), '파나소닉'(6.7%), '도시바'(3.1%), '히타치'(2.3%) 등을 선택한 경우도 있었다. 만 50~59세와 60~79세 연령층에서 '월풀'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각각 4.8%, 4.7%로 가장 높게 나왔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만 19~29세는 0.4%만이 '월풀'을 사겠다고 응답했다. 60~79세 소비자들은 'GE' 세탁기 구매 의사(4.3%) 또한 19~29세(1.7%), 30~39세(0.4%) 등 젊은층보다 훨씬 높았다. LG전자와 삼성전자는 인지도 측면에서도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알고 있는 세탁기 브랜드'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 대부분이 'LG전자'(94.1%)와 '삼성전자'(90.2%)를 골랐다. '월풀'(30.2%), 'GE'(27.6%), '일렉트로룩스'(26.7%), '파나소닉'(20.3%), '밀레'(19.1%), '로보락'(16.7%), '도시바'(15.1%) 등이 뒤를 이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세탁기'는 LG전자가 57.4%, 삼성전자가 38.4%, 기타가 2.8%였다. '기타'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이들을 연령별로 보면 만 19~29세가 5.2%로 다른 연령대(1~2% 안팎)와 다른 양상을 보였다. 고객들이 선호하는 세탁기 유형은 다양했다. '드럼세탁기'(38.3%), '건조 기능이 통합된 세탁건조기'(35.1%), '통돌이세탁기'(26.6%) 등이다. 19~29세 젊은층의 경우 통돌이(20.5%)에 대한 선호도가 전 연령대에서 가장 낮은 대신 '건조 기능이 통합된 세탁건조기'(43.2%) 선택 비중은 가장 높았다. 세탁기 구매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로는 '성능'(41.3%)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이 나왔다. '가격'(12.4%), '애프터서비스'(A/S, 11.5%), '제조사 브랜드 이미지'(8.8%) 등이 뒤를 이었다. '제조사 국적'(5.0%), '스마트 기능'(1.5%), 디자인(0.9%) 등은 거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1~3순위 중복 선택을 허용할 경우에도 '성능'(71.8%)과 '가격'(51.7%) 민감도는 높았지만 '스마트 기능'(7.7%)과 '디자인'(7.1%) 중요도는 다소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소비자들은 국산 세탁기의 최대 단점으로 '비싼 가격'(66.5%)을 꼽았다. '제품 라인업 다양성 부족'(9.4%), 'A/S 불만'(5.4%) 등을 지적한 경우도 있었다. LG·삼성전자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을 묻는 질문에도 '가격 경쟁력 강화'(54.3%)라는 답이 제일 많이 나왔다. '연구개발 역량 강화'(24.1%), '세금 혜택 등 정부 지원'(10.1%) 등이 뒤를 이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3일까지 진행됐다. 만 19세 이상 남성 755명, 여성 745명을 대상으로 인구비례할당을 통해 실시했다.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모바일 조사 형식이다. 신뢰수준은 95%다. 비확률표집 조사라 통계학적으로 산출되는 표본오차는 제공되지 않는다. 동일 규모 단순 무작위추출 조사라고 가정하면 최대 표본오차는 ±2.5% 포인트(p) 수준이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됐습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KAI 노조 상경 집회…“사장 부재 탓 사업 전반 제자리 걸음 넘어 흔들려 경영 위기”

“경영 정체 책임져라! 사업 차질 각성하라! 내부 혼란 끝장내자! 신뢰 하락 방치 말라!" 24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노동조합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소재 한국수출입은행(KEXIM) 본점 앞에서 사장 인선 촉구를 위한 상경 결의 대회를 열었다. 김승구 KAI 노조 위원장은 “지난 7월 1일 강구영 전임 사장이 퇴임한지 100일이 다 돼가지만 사장 인사는 여전히 오리무중이고, 이는 단순 인사 지연을 넘어 대한민국 항공우주산업의 미래를 뒤흔드는 중차대한 문제"라고 운을 뗐다. 김 위원장은 “KF-21 개발비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초도 양산 예산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폴란드 사업이 흔들리고 전자전기 사업과 미 해군 사업 수주 건 역시 표류하며 회사 전체가 위기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실제 KAI는 최근 대한항공-LIG넥스원 컨소시엄과의 대결에서 9613억원 규모의 블랙 호크 성능 개량 사업과 1조7775억원 수준의 한국형 전자전기 사업 등 총 2조7388억원 어치를 놓쳤다. 노조는 사장 공백에 따른 결과물이라며 회사가 무너지는 모습을 묵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완제기 수출 등 KAI의 사업 전반에는 정부 차원의 지원이나 지급 보증이 필수적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남병서 KAI 노조 조직쟁의실장은 “사장 자리가 비어있는 탓에 주요 사업 추진과 대외 신뢰 확보가 지연되며 국가 전략 사업과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아덱스(ADEX) 2025가 불과 1개월 앞으로 다가왔는데 사장 공백 상태로 전시회를 맞이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우리는 대한민국 항공우주 산업계와 도약할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며 “이는 곧 국제적 신뢰를 잃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노조 역시 회사가 문제 없이 수주할 경우 책임있는 자세로 항공기 생산 작업에 임할 것"이라며 “세계 만방에 회사 상태가 이렇다는 것을 적극 알릴 생각은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2027년까지 글로벌 방산 4대 강국으로의 진입을 천명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노조 측은 이 대통령이 이와 같은 약속을 지킬 의지가 있다면 즉시 업무를 수행하고 사업 수주에 앞장서며, 현장을 존중하고 산업 생태계를 꿰뚫어 보는 전문가를 새 사장 자리에 앉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KAI 노조는 새 사장이 선임될 경우 △실패한 사업부제 철폐 후 본부제로의 전환 △퇴직 임원 복귀 시도 전면 차단 △정치 줄 세우기·기밀 유출 세력에 대한 철저한 응징 등에 화답해야 한다고도 했다. 한편 KAI 노조는 최대 주주인 수은이 결단을 내리지 못할 경우 이번 집회를 시작으로 투쟁을 전면 확대하고 대 정부 압박 수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김 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산업통상자원중기벤처위원회·국방위원회·세종 정부 청사까지 직접 찾아가 시위를 전개할 것이고, 필요하다면 전면 투쟁에도 나서겠다"고 투지를 밝혔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보잉코리아 “한국 세계4대 방산수출에 참여하겠다”

“한국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수준의 제조 역량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자 한다. 한국의 혁신 정신에 입각해 한국 산업계와 함께 계속해서 성장을 이끌어 나가겠다." 24일 윌 셰이퍼 보잉 코리아 사장은 서울 중구 을지로 소재 롯데호텔에서 열린 '보잉-대한민국 파트너십 75주년'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이 같이 말했다. 이어 “혁신적 성장과 첨단 제조업, 세계적 수준의 기술 인력을 갖춘 한국은 미래 항공우주 산업을 위한 당사의 주요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보잉 측은 지난 75년간 한국과 맺어온 협력의 역사를 조명하고, 한국 산업·기술 역량과 결합해 미래 항공우주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보잉과 한국의 인연은 1950년에 시작됐다. 대한항공의 전신인 대한국민항공이 보잉이 제작한 DC-3 항공기를 도입한 것이 그 시작이었고, 같은 해 한국 공군이 F-51D 머스탱 전투기로 첫 임무를 수행하며 방위 분야의 협력도 막을 올렸다. 이후 양측의 파트너십은 상용기와 방산 부문을 아우르며 꾸준히 발전했다. 현재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및 여러 저비용 항공사(LCC)를 포함, 총 270여대의 보잉 상용기가 한국에서 운용되고 있고, 시장 점유율은 60%를 상회한다. 특히 대한항공은 올해 777-9, 787 등 차세대 보잉 항공기 103대 구매 의사를 밝혔다. 이는 대한항공 역사상 최대 주문이자 보잉이 아시아 항공사로부터 수주한 최대 규모의 광동체 주문이 될 전망이다. 방산 부문에서도 △F-15K △아파치(AH-64) 헬기 △치누크(CH-47) 헬기 등 150여 대의 보잉 플랫폼이 대한민국 국군의 핵심 전력으로 활약하고 있다. 과거 단순 구매에서 나아가 F-15K 프로그램에서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한화그룹·LIG넥스원 등이 부품 공동 개발에 참여했고, 아파치 헬기는 KAI가 동체를 직접 제작하는 등 공동 생산·기술 협력 관계로 발전했다. 셰이퍼 사장은 한국이 단순한 고객을 넘어 핵심적인 공급망 파트너임을 분명히 했다. 보잉은 2024년 기준 약 3억2500만달러(약 4500억원) 규모의 부품을 한국 협력사로부터 구매했다. 이는 보잉의 전 세계 공급망에서 5~6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셰이퍼 사장은 “737과 787 생산량이 늘고 있고, 2026년부터는 777-9의 생산도 본격화될 것"이라며 “향후 한국 공급사로부터의 구매액이 단기적으로 50%가량 증가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보잉 측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인도량은 8월까지 누적 385대로 전년 동기 258대 대비 49.2% 증가하며 가파른 생산량 증대를 뒷받침했다. 보잉은 한국의 R&D 역량에도 주목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셈타워에 입주한 보잉코리아기술연구센터(BKETC)에는 현재 100명 이상의 엔지니어가 근무하며 차세대 기술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셰이퍼 사장은 “내년까지 BKETC 인력을 약 20% 증원할 계획"이라며 “소프트웨어·인공 지능(AI)·시스템 엔지니어링 분야를 중심으로 한국의 우수한 인재들과 함께 항공우주 혁신을 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출입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내용. -2024년 3억2500만달러 투자의 의미와 향후 계획은. “투자 개념보다는 한국 내 공급사로부터의 '구매액'으로 이해하는 것이 옳다. 737·787, 내년부터 생산이 늘어날 777-9 등 상용기 프로그램의 생산량 증대에 따라 이 구매액은 향후 50%까지도 증가할 수 있다." -대한항공의 대규모 주문이 영향을 미쳤는가. “직접적인 투자 증대 결정으로 이어졌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와 오랜 기간 중요한 파트너십을 유지해왔고, 이러한 긴밀한 관계가 향후 추가적인 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경쟁사인 에어버스가 LIG넥스원과 협력하는 등 한국 방산업계와의 경쟁이 치열하다. 보잉의 계획은. “앞으로는 '세계 4대 방산 수출국'을 목표로 하는 한국의 성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기여하고 싶다. 단순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공동 개발을 통해 한국과 함께 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자 한다. 요컨대 아파치 헬기에서 드론을 발사하는 '런치 이펙트' 같은 기술을 한국과 공동 개발한다면 현재 폴란드·호주·인도 등에서 수요가 높은 아파치 시장에 한국 기업과 함께 진출할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 -민항기 시장에서 에어버스와의 경쟁 전략과 향후 개발 로드맵, 코로나19 시기 해고했던 숙련공 충원 계획은. “판매 목표는 고객사의 수요에 따라 결정되는데 향후 20년간 전 세계적으로 약 4만3000대의 신규 항공기 수요가 예상된다. 이 중 절반은 동남아·인도 등 신흥 시장의 성장에 따른 것이고, 차세대 기종 개발보다는 현재 주문이 2030년대까지 밀려있는 기존 제품군의 생산 안정화에 집중하고 있다. 시장의 수요가 여전히 견고하고, 엔진 등 차세대 기술의 발전도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코로나 시기에 인력을 대규모로 감축하지는 않았고, 일부 조정과 은퇴 인력이 있었을 뿐이다. 이후 적극적으로 엔지니어를 신규 채용해 현재 엔지니어 인력의 약 50%가 새로 합류한 인원이다." -지난 3월 취임 후 포부와 보잉코리아기술연구센터(BKETC) 인력 증원 계획은. “사장으로서 고객 지원·인재 개발·한국 정부 및 산업계와 공동 개발 프로젝트를 발굴하는 데 집중할 것이다. BKETC의 인력은 내년까지 약 20% 증원할 계획이며, 주로 AI 엔지니어링·시스템 및 생산 엔지니어링·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분야에 집중해 핵심 프로젝트를 수행할 것이다. 또 스마트 팩토리·AI 등 한국이 선도하는 첨단 제조 기술을 보잉의 생산 시스템에 적용하는 방안을 배우고 싶다. 향후 기술 개발·인재 양성·공급망 고도화 등 다방면에서 한국과의 파트너십을 한 단계 격상시킬 계획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석화 구조조정 지연에 정부 “속도 내라” 압박

위기에 빠진 석유화학산업의 회생을 위한 개별 기업 차원의 자구안 마련이 차일피일 미뤄지자 정부가 구조조정 속도전을 강조하며 사전정지 작업에 나서 업계의 대응이 주목된다. 석화업계는 구조조정 작업이 오래 걸릴 가능성을 거론하면서도 일단 알짜 계열사의 매각을 검토하는 등 장기전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자칫 석화산업 구조개편이 긴 호흡으로 진행될 경우 회생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며 석화업계의 자구책 마련과 신속한 이행을 정부가 도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3일 석화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와 주요 석화기업 10곳은 이날 서울 중구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만나 기업결합 심사 관련 방안을 논의했다. 석화 사업 재편 과정의 일환으로 합작법인 설립 같은 기업결합 방식이 거론되면서 양측이 신속한 기업결합 심사 방법에 관한 의견을 교환했다. 정부와 석화기업들이 구조조정 방안을 구체적으로 확정하지 않았지만, 통폐합 내용이 결정되면 빠른 속도로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석화기업들에 미리 안내하는 의도로 풀이된다. 석화기업 간 통폐합 작업을 진행하려면 담합과 독과점 가능성을 검토하는 기업결합 심사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는 기업결합 심사는 까다롭고 시간이 오래 걸려 기업들에 부담으로 작용해왔다. 기업결합 심사가 일사천리로 진행되지 않으면 자칫 석화 구조조정 작업이 차일피일 미뤄질 수 있어 규제당국이 사전정지 작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공정위와 석화업계 간담회를 계기로 해당 기업들은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라는 채찍과 자구책이라는 '뼈를 깎는 고통'에 대한 당근을 동시에 받게 됐다. 석화기업들은 지난달 20일 맺은 '산업계 사업재편 자율협약'을 통해 △나프타분해시설(NCC) 최대 370만톤(t) 감축 △고부가가치(스페셜티)·친환경 제품 중심 전환 같은 구조조정 내용을 약속했다. 정부는 이 같은 자구 노력이 선행돼야 석화기업들을 지원할 수 있다는 선(先) 자구 후(後) 지원 원칙을 내세웠다. 석화 기업들은 NCC 생산량 감축을 어떻게 분담할지를 비롯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이달 19일 울산 석유화학산업단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참석 석화기업들을 향해 “기업 간 진행중인 협의에 속도를 내 사업재편 계획을 빠르게 마련해 달라"고 촉구하며 “정부도 맞춤형 패키지 지원방안을 마련해 기업 사업재편계획 이행을 위해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통폐합 구조조정 시나리오는 NCC 중심의 화학기업 생산시설을 정유기업으로 넘기는 방향이다. 정유기업이 나프타 같은 제품을 생산하고 NCC를 통해 소재를 뽑아내는 수직계열화로 효율적인 산업 재편을 하겠다는 것이다. 여수산단에서는 LG화학과 GS칼텍스, 롯데케미칼과 여천NCC를 각각 통합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울산에서는 SK지오센트릭과 대한유화, 대산에서는 현대오일뱅크·롯데케미칼 간 합병이 거론된다. 다만, 아직 누가 먼저 구조조정 첫 발을 뗄 지 기업들 간 눈치작전이 계속되면서 생산량 감축·구조조정 이외의 카드도 꺼내려는 분위기다. DL케미칼의 석유화학 자회사 카리플렉스 매각설이 대표적인 경우다. 카리플렉스는 합성고무와 라텍스를 만드는 기업으로, 수술용 장갑에 필요한 이소프렌 고무와 이소프렌 라텍스를 주력으로 한다. 지난해 매출 2400억원과 순이익 255억원을 창출했다. 그러나, DL케미칼은 22일 “카리플렉스 매각 등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려 중이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공시했다. 한국 석화사업 재편이 시급한 만큼 기업들이 갈팡질팡하지 않도록 자구책을 먼저 마련하라고 요구할 뿐만 아니라 정부 지원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석화기업 입장에서는 구조조정에 선제적으로 나섰다가 손해를 볼 수도 있고, 기업들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버틸 체력을 확보하기 위해 알짜 계열사를 매각하면 스페셜티 중심으로 석화 산업을 재편한다는 전략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석유화학 산업은 성장하는데 한계에 다다른 데다 중국과 중동 기업의 부상으로 더 어려움에 처하고 있어 산업 구조조정 이슈가 떠오르는 것"이라며, “공정위 같은 규제기관 입장에서도 석화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거쳐야 하는 기업결합 심사에 완화된 기준을 적용해 가능한 빠른 속도로 진행하도록 돕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한국지엠, 기본급 9만5천원 인상 합의 ‘고비 넘겼다’

한국지엠 노사가 도출한 '2025년 임금 교섭'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해 23일 최종 가결됐다. 전체 조합원 중 투표자 6508명 중 4330명의 찬성(찬성률 66.5%)으로 잠정합의안을 통과시켰다. 한국지엠 노사의 이번 합의안은 △기본급 인상 9만5000원 △타결 일시금 및 2024년 경영성과급 1750만원 지급 △지역사회 상생을 위한 20만원 재래시장 상품권 지급 △각종 수당 인상 등을 담고 있다. 로버트 트림(Robert Treme) 노사 및 인사 부문 부사장은 “노동조합의 잠정합의안 가결로 2025년 노사 교섭을 마무리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며 “이제부터는 지속되고 있는 대외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회사의 경쟁력과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카카오톡, 내달부터 최신 챗GPT-5 도입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이용자는 오는 10월부터 별도의 앱 설치 없이 오픈AI 챗GPT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카카오는 23일 경기 용인시 카카오 인공지능(AI) 캠퍼스에서 개발자대회 '이프 카카오 25 콘퍼런스'를 열고, 카카오톡 채팅 탭에서 챗GPT 최신모델 도입 등 하반기에 선보일 카카오톡 개편 등 주요 개발 성과를 공개했다. 카카오톡에 선보일 챗GPT 모델 버전은 GPT-5로, 카카오톡 이용자라면 누구나 채팅탭 상단의 챗GPT를 눌러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으며 챗GPT로 주고받은 대화와 생성된 콘텐츠를 대화방에 공유할 수 있다. 또, '카카오 에이전트'를 통해 선물하기, 카카오맵, 예약하기, 멜론 등을 사용할 수 있다. '가능성, 일상이 되다'라는 슬로건 아래 오는 25일까지 열리는 이프 카카오 25 콘퍼런스에서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이번 개편은 이용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시대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려는 카카오의 전략을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15년만의 대대적 개편으로 평가받는 이번 성과 공개에서 카카오는 목적형 메신저에서 탐색형 서비스로 진화하는 카카오톡 개편의 방향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카카오는 카카오톡 전용 AI 서비스인 '카나나'를 연내 출시할 예정이다. 카나나는 이용자의 대화 상황을 스스로 이해해 별도의 지시가 없어도 이용자에게 카톡을 보낸 일정을 관리하거나 유용한 정보를 안내한다. 이밖에 예약 및 상품 추천까지 지원한다. 특히, 카나나는 보이스톡 녹음 및 요약 기능도 제공한다. 보이스톡으로 상대방과의 대화를 녹음하고 카나나가 대화 내용을 요약해준다. 또 '안 읽은 채팅방'의 대화를 카나나가 요약해주는 기능도 포함됐다. AI 서비스는 10월 중 일부 이용자를 대상으로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다. 한편, 카카오톡 서비스도 15년 만의 대대적 변화를 예고했다. 홍민택 카카오 최고제품책임자(CPO)는 “이용자들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불편 사항을 해소했다"고 전했다. 먼저 '채팅탭'은 '채팅방 폴더' 기능을 도입해 이용자가 직접 설정한 카테고리별로 채팅방을 분류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8월 '메시지 삭제' 기능 개선에 더해 '메시지 수정' 기능도 추가된다. 채팅탭 내 '안읽음' 폴더에서 채팅방을 아래로 살짝 당겨 아직 읽지 않은 메시지를 볼 수 있는 기능과 읽지 않은 채팅방 메시지를 카나나가 요약해 주는 기능도 도입할 예정이다. 또, 새롭게 개편된 '지금탭'으로 '숏폼'은 다양한 영상을 스크롤해 보며 친구에게 바로 공유할 수 있고, 채팅방에서 친구와 함께 영상을 보며 소통할 수 있다. '오픈채팅'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오픈채팅 커뮤니티'는 개별 채팅방에 입장하지 않아도 화제성 있는 대화들을 피드에서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친구탭도 친구의 프로필을 일일이 눌러보지 않아도 프로필 변경 내역, 게시물을 타임라인 형태로 확인할 수 있고, 프라이버시 보호 장치도 강화돼 사용자가 직접 프로필 내 게시물의 공개 범위, 댓글 허용 여부 등을 설정할 수 있게 했다. 친구의 소식을 보지 않길 원할 경우에는 친구 숨김 설정도 가능하다. 카카오는 채팅방 폴더를 비롯해 메시지 수정, 보이스톡 통화 녹음 및 AI 요약, 지금탭, 친구탭 등 카카오톡의 신규 기능 업데이트(v25.8.0)는 23일 오후부터 이용자들에게 순차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韓中 세탁기 전쟁] “세탁기, 중국제가 최고”…대륙의 이유 있는 ‘애국소비’

“수입 제품이 우리 것보다 좋지 않냐고요? 아닙니다. 중국 제품의 가성비가 훨씬 좋습니다." 지난 8월 4일부터 8일까지 나흘간 중국 가전제품 시장을 둘러보기 위해 베이징 시내의 현장 곳곳을 찾았다. '애국 소비' 열풍에 힘입어 자국 브랜드가 시장을 장악했다는 소문은 익히 들었지만 그 이유'를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현장에서 만난 하이센스(Hisense) 직원의 자신감 넘치는 한마디는 이번 취재의 목적을 관통하는 답변과도 같았다. 중국의 애국 소비는 맹목적인 국산품 사랑이 아닌, 치밀한 현지화 전략과 기술력으로 무장한 '제품 경쟁력'에 그 뿌리를 두고 있었다. 매장 곳곳에서 확인한 중국 가전의 현주소는 한국 기업들이 더 이상 '프리미엄'이라는 이름만으로 우위를 점하기 어려운 치열한 격전의 현장이었다. 베이징의 한 대형 가전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하이센스의 '3-in-1' 세탁기였다. 상단에 1kg 용량의 소형 드럼 세탁기 두 대와 하단에 13kg 용량의 대형 드럼 세탁기 한 대가 결합된, 마치 로봇처럼 생긴 독특한 형태였다. 하이센스 매장 직원은 “이 세탁기는 동시에 세 부분을 구동할 수 있다"고 설명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속옷, 아기 옷, 양말 등 소량의 빨랫감을 상단에서 각각 분리 세탁함과 동시에 하단에서는 이불이나 많은 양의 옷을 처리할 수 있다는 말이어서다. 한 번에 최대 15kg의 세탁물을 용도에 맞게 나눠 빨 수 있는 것이다. 이 제품은 최근 중국 사회의 변화를 정확히 겨냥하고 있었다. 해당 직원은 “요즘 베이징 같은 대도시에는 1~2인 가구가 급격히 늘었다"며 “이들은 빨래를 모아뒀다 한 번에 하기보다 소량이라도 자주, 그리고 분리해서 세탁하길 원한다"고 설명했다. 이 세탁기 하나면 여러 대의 세탁기를 놓는 효과를 누릴 수 있어 공간 효율성도 높다. 단순히 물리적인 결합에 그치지 않았다. 기술력 또한 인상적이었다. 세탁물의 무게와 종류를 감지하는 AI 기능이 탑재돼 물의 양, 세제 투입, 세탁 시간 등을 알아서 최적화한다. 이 직원은 “수천만 가지의 옷감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옷의 재질을 식별하고 그에 맞는 최적의 세탁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요컨대 실크 같은 섬세한 옷감은 스팀으로 부드럽게 관리해주는 식이다. 세탁 성능을 나타내는 객관적인 수치도 제시했다. 그는 “세탁 후 얼마나 깨끗한지를 나타내는 국가 표준 세척도 수치가 있는데, 이 제품은 1.33에 달한다"며 “보통 다른 브랜드 제품은 1.15 수준에 머문다"고 자신했다. 여기에 하이센스의 자체 스마트홈 앱인 '아이자(愛家)'를 통해 스마트폰으로 세탁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원격으로 제어하는 사물 인터넷(IoT) 기능까지 갖췄다. 모터는 무려 12년, 기기 전체는 3년간 품질을 보증한다는 조건은 제품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한국 사람들은 유독 큰 세탁기와 냉장고를 좋아하더라고요. 저는 한국 가서 정말 놀랐어요." 현장에서 만난 한 소비자는 자신이 중국 집에서 8kg짜리 LG 세탁기를 쓴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의 말처럼 매장을 둘러보는 내내 20kg가 넘는 대용량 세탁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부분 8~10kg, 커봐야 13kg 용량의 제품들이 주를 이뤘다. 이는 중국의 세탁 문화와 깊은 관련이 있었다. 한국에서는 많은 가정이 두꺼운 이불까지 집에서 세탁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만 중국의 상황은 달랐다. 현지 직원과 통역의 말을 종합하면 중국에서는 전통적으로 솜이불을 많이 사용해왔고 이는 물세탁 대신 털어서 관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는 아예 전문 세탁소에 맡기거나 집 근처 코인 빨래방을 이용하는 것이 보편화됐다. 굳이 비싼 돈을 주고 집안에 거대한 세탁기를 들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문화적 차이는 한국 가전 기업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매장을 찾은 한 소비자는 “삼성전자나 LG전자가 글로벌 시장에서 주력으로 미는 25kg짜리 대용량 프리미엄 제품을 중국에 그대로 가져와서 팔아봤자 그 필요성을 못 느끼는 현지 소비자들에게는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현지 수요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글로벌 스탠다드'를 고집하는 전략의 한계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현지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오프라인 백색 가전 매장을 찾아볼 수 없었던 것도 시장 변화와 무관하지 않아 보였다. 중국 가전 시장은 하이얼(Haier)이라는 거대한 이름 아래 여러 브랜드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구도였다. 한 매장 직원은 “전 세계 판매량으로 보면 하이얼이 단연 1위"라고 단언했다. 하이얼의 가장 큰 무기는 '가성비'와 '품질'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고장이 적고, 문제가 생겨도 AS가 편리하다'는 인식이 깊게 자리 잡고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하이얼이 단순히 가성비 시장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하이얼은 '카사디(Casarte)'라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별도로 운영하며 고급 시장을 공략하고 있었다. 그는 “동일한 사양의 제품이라도 카사디 브랜드로 출시되면 디자인과 스크린 등에서 차별화를 둬 2000위안(한화 약 37만 원)가량 더 비싸다"고 전했다. 이는 삼성의 '비스포크 인피니트'나 LG의 '시그니처'처럼, 대중적인 브랜드와 프리미엄 브랜드를 이원화 해 시장을 공략하는 고도화된 전략이다. 여기에 샤오티엔어(小天鹅, Little Swan)처럼 오랜 역사를 지닌 중견 브랜드와 샤오미(Xiaomi)처럼 IoT 생태계를 앞세워 가전 시장에 뛰어든 신흥 강자까지 가세해 시장은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샤오미는 세탁기뿐만 아니라 스마트 건조대까지 선보이며 집안의 모든 가전을 하나로 연결하는 스마트홈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인상적인 제품들과는 별개로 오프라인 매장의 분위기는 다소 침체돼 있었다. 특히 시내의 한 '궈메이(Gome)' 매장은 불 꺼진 공간이 많고 먼지가 쌓여 있어 마치 창고를 방불케 했다. 이는 중국 역시 온라인으로 소비의 중심이 이동하면서 오프라인 유통 채널이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러한 불황 속에서도 내수 시장을 활성화하려는 중국 정부의 의지는 강력해 보였다. '이구환신(以旧换新)'이라 불리는 당국의 가전 교체 보조금 정책이 대표적이다. 헌 제품을 반납하면 새 제품을 살 때 일정 금액을 보조해주는 이 정책은 소비자들의 교체 주기를 앞당기고 내수 판매량을 끌어올리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러한 정책적 지원은 자국 브랜드의 성장에 든든한 발판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4박 5일 간의 짧은 취재였지만 중국 가전 시장의 저력과 잠재력을 확인하기에는 충분했다. '애국 소비'라는 말 뒤에는 자국 소비자의 생활 방식을 꿰뚫는 치밀한 현지화, 글로벌 브랜드를 위협하는 기술력, 그리고 시장을 세분화해 공략하는 노련한 브랜드 전략이 숨어 있었다. 더 이상 '메이드 인 차이나'는 값싼 제품의 대명사가 아니었다. 그것은 이제 한국 기업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강력한 경쟁자의 이름이 됐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됐습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韓中 세탁기 전쟁] ‘가전 거인’ 부상 중국, 글로벌 리더십 뽐낸다

하이얼·메이디·하이센스·TCL 등 중국 가전 기업들이 전세계 세탁기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아직 삼성전자와 LG전자 상품성을 따라오지는 못했지만 물량과 자본을 앞세운 공세가 꽤나 매섭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과 일본 도시바 가전사업부를 흡수하는 등 인수합병(M&A)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은 '중국 세탁기의 글로벌화와 한국 기업의 대응 전략' 기획 기사를 연재한다. 한국 가전기업의 '캐시카우'인 세탁기 분야에서 중국산의 약진 배경을 찾고 대응 방법을 찾는 차원이다. 주요 시장인 미국·일본에서 한·중 세탁기 진출상과 현지기업들의 방어 움직임도 소개한다. [베이징(중국)=김윤호 기자] 글로벌 가전 시장의 구도가 바뀌고 있다. 한때 '값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제품 세계공장'으로 불리던 중국 가전업체들이 이제는 기술 중심 기업으로 변신해 삼성·LG로 대표되는 한국가전 기업의 아성을 흔들고 있다. 특히 세탁기 분야에서 하이얼·메이디를 필두로 샤오미·TCL·하이센스 등 '메이드인 차이나 빅5'는 막대한 내수 시장과 정부 정책 지원을 무기로 글로벌 리더십을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23일 시장조사업체 모더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올해 중국 세탁기 시장 규모는 약 25조원으로, 글로벌 시장(88조원)의 약 30%를 차지한다. 지난해 중국의 세탁기 생산량은 1억1737만대로, 이 가운데 4297만대(36.6%)가 내수 판매로 소화됐다. 이는 전년(2023년) 대비 7.3% 증가한 수치로, 소매액 기준으로는 약 20조원에 이른다. 이처럼 압도적인 내수 기반은 중국 기업들에 안정적 수익원이자 원가 경쟁력을 키우는 훈련장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중국정부의 정책도 차이나 가전 브랜드의 성장에 가속도를 붙인다. 소비진작책인 '이구환신(以舊換新)'을 통해 노후 가전을 친환경·스마트 제품으로 교체하면 보조금을 지급함으로써 내수 확대와 기술 업그레이드를 동시에 유도하고 있다. 베이징의 업계 관계자는 “보조금은 소비자들에게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기반 프리미엄 제품을 사도록 유도해 기업들의 연구개발(R&D)과 대량생산을 뒷받침하는 효과가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궈차오(國潮·애국소비)' 트렌드가 더해지며 중국 브랜드에 충성도 높은 고객층이 형성됐다. 전문가들은 “궈차오 열풍은 중국 기업들의 성장에 날개를 달아주며 내수 시장에서 브랜드 파워를 축적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같은 든든한 내수 기반을 토대로 중국 가전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삼각편대 공세'를 펼치고 있다. 삼각편대 공세는 △M&A를 통한 프리미엄 진입 △가성비·신흥국 집중 공략 △럭셔리 브랜드 창출 등을 말한다. 하이얼은 뉴질랜드 피셔앤페이클(2012), 미국 GE 가전(2016), 이탈리아 캔디(2019) 등을 인수하며 현지 유통망과 브랜드 신뢰를 확보했다. 이후 '산이냐오'라는 IoT 플랫폼을 이식, 단순 제품 판매를 넘어 사용자를 자사 생태계에 묶어두는 전략을 전개 중이다. 샤오미·TCL·하이센스는 '신흥국 맞춤형' 전략을 강화했다. 샤오미는 AIoT(인터넷에 연결된 기기가 수집한 데이터를 AI로 분석하고 활용하는 기술) 생태계와 연동되는 가성비 세탁기를 앞세워 동남아 시장에서 세를 넓혔고, TCL·하이센스는 대용량·에너지 효율 제품으로 중동·아프리카를 집중 공략했다.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하이얼과 메이디가 각각 '카사르테', '콜모'라는 럭셔리 브랜드를 선보였다. 카사르테는 지난해 매출이 20% 크게 신장하며 프리미엄 시장 입지를, 콜모는 AI 통합·혁신 디자인을 앞세워 글로벌 고급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가전업계는 “중국 가전이 이제 단순 제조를 넘어 브랜드를 '창조'하는 단계에 진입했다"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메이드인 차이나 가전의 공세에 맞서 한국 가전기업들은 상반된 전략으로 적극 대응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비스포크 AI 생태계를 축으로 '프리미엄 리더십'를 확대하고 있다. AI 세탁 최적화, 음성 제어 등 차별화 기술을 통해 “중국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를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보다 유연한 노선을 취하고 있다. 중국 스카이워스와 합작개발생산(JDM)을 도입해 유럽 중가 시장을 겨냥한 세탁기를 공동생산해 LG 브랜드로 판매한다. 가격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1위를 수성하기 위한 외형 확장으로 업계는 풀이한다. 결국, 차이나 세탁기의 위협에 삼성은 '정공법'을, LG는 '볼륨존 확대'라는 서로 다른 생존전략을 채택한 셈이다. 중국 세탁기 산업의 부상은 단순한 가격 경쟁을 넘어 정책·기술·브랜드·소비문화가 맞물린 입체적 도전으로 보인다. 따라서 한국 가전기업들은 프리미엄 초격차를 지키면서 동시에 중저가 시장 압박을 방어해야 하는 '이중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가전의 속도를 과소평가할 경우 프리미엄 시장마저 내줄 수 있다"고 지적하며, “AI 혁신 강화,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 확장, 브랜드 가치 제고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결국 삼성과 LG의 대응은 단순한 개별기업의 시장 방어 차원을 넘어 K-가전의 글로벌 리더십 유지와 국가산업 생존 전략과 직결된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됐습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삼성전기, 서울대와 ‘첨단소재 산학협력센터’ 설립

삼성전기가 MLCC 제품·기술 경쟁력 제고 및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해 서울대학교와 손잡고 '첨단소재 산학협력센터'를 설립했다고 23일 밝혔다. 삼성전기와 서울대는 소재·부품 분야와 인공지능(AI) 공정 등 제품개발의 전 영역의 기술력 확보를 위해 산학센터인 '첨단소재 산학협력센터'를 신설하는데 합의하고 MOU를 체결했다. 지난 22일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에서 진행된 행사에는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 최재열 컴포넌트사업부장 부사장, 주혁 중앙연구소장 부사장, 김영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학장, 심병효 교무부학장, 김성재 대외협력위원장, 이명규 재료공학부 학부장 등이 참석했다. 삼성전기와 서울대는 이번 업무 협약을 통해 첨단소재 산학협력센터에서 향후 5년간 소재·부품 및 AI를 활용한 공정 등에 대한 산학협력 연구과제를 수행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는 서울대 10여명의 교수가 참여한다. 연구과제는 MLCC 제품 재료·공정 연구 및 메커니즘 해석 기반의 원천기술 확보로 이뤄져 있다. 또한, 과제에 참여하는 석·박사급 연구원을 대상으로 우수 인재 양성 및 확보를 위한 채용 연계 활동도 병행할 계획이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소재·부품 산업의 기술경쟁이 갈수록 첨예해지면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며 “이번 서울대학교와의 협약은 삼성전기의 기술 경쟁력은 물론, 한국 소재·부품 산업의 뿌리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학장은 “이번 MOU를 통해 첨단 소재·부품 산업 발전에 서울대가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특히 이러한 블록펀딩 형태의 산학협력은 대학에 자율성을 보장하고 지속가능한 연구환경을 구축할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협력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