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나영무 원장)는 암환자였다. 2018년 8월 직장암 4기에 간과 폐로 암세포 전이, 생존율 5%라는 진단을 받았다. 믿기지 않은 현실에 눈앞이 캄캄했다. 내 몸은 6번의 수술 자국과 36번의 독한 항암 약물치료 후유증이 할퀴고 지나갔다. 그런 후에야 죽음의 경계선에서 삶으로 넘어올 수 있었다. 돌아보면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왔던 비결은 '긍정의 마인드'와 '재활 운동'이었다. 무엇보다 긍정의 힘으로 삶의 충만한 에너지를 얻은 것이 컸다. 암 진단 이후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하는 절망과 부정, 분노가 치밀었다. 여기에 재발의 두려움과 죽음에 대한 공포도 겹쳤다. 그러다 보니 우울감까지 생겼다. 암세포가 침투한 몸보다 마음이 더 문제였다. 그래서 마음을 바꾸어 먹기로 했다. 불행한 마음은 불행을 가져오고, 희망적인 마음은 희망을 가져다준다고 하지 않는가. 암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우선 선물처럼 주어진 하루를 “정말 감사하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모든 게 잘 될거야. 나는 반드시 나을 수 있다" “1%의 가능성에도 희망이 있는데 나는 무려 5%다"는 긍정의 주문을 되뇌이며 부정적인 생각들을 서서히 밀어냈다. 복잡하고 무거웠던 마음의 짐을 내려놓으니 몸이 한결 가벼웠다. 긍정의 힘이 좋은 에너지를 몸에 가득 충전시켜 주는 느낌이었다. 이는 의학적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긍정적인 생각은 뇌에서 도파민, 엔도르핀, 세로토닌 등 행복 호르몬 분비를 증가시켜 통증 감소는 물론 회복 촉진에 도움을 준다. 한마디로 암세포와 싸울 수 있도록 몸의 면역력을 키워주는 것이다. 또한 긍정의 마인드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분비도 줄여준다. 만일 스트레스로 인해 코르티솔이 과다 분비되면 만성 염증은 물론 혈압과 심박수를 높여 심혈관 질환 발생위험이 크다. 긍정적 생각이 일상에 가져온 또 다른 행복 에너지는 '부담감'과 '의구심'을 '자신감'으로 바꿔준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고난과 시련들을 마주한다. 새로운 시작, 변화, 어려움에 직면하면 우리는 멈칫거리거나 두려워한다. '잘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과 함께 선택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다. 암환자는 그 정도가 심한 편이다. 항암치료에 따른 부작용 탓이다. 내가 겪었던 항암 후유증은 말초신경염, 수족증후군, 구토와 설사, 어지럼증, 탈모, 피로감 및 근육통 등 무려 38가지였다. 그래서 외출은 물론 사람과 만나는 것을 꺼리게 된다. 감염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근본적 이유는 달라진 외모, 불편한 걸음걸이, 어눌한 말투, 조기 피로감, 그리고 표정 관리도 힘들어 만남에 대해 겁을 내기 때문이다. 특히 식사 자리에서 음식을 제대로 먹을 수 있을지, 오랜 시간 앉아서 버틸 수 있을지 등 불안감이 크다. 이런 마음이 누적되면 스스로 외로움과 고립감의 성을 쌓게 된다. 처음엔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긍정의 힘이 몸에 배면서 “일단 도전해 보자. 하다 보면 잘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만남에 나섰다. 식사 자리가 몇 번 반복되면서 차츰 커피 타임까지 갖는 2차 자리로 발전했다. 일상의 두려움이 자신감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인간의 몸은 생각하는 대로 준비한다. 만남을 위해 약도 더 잘 챙겨먹고, 체력을 위해 운동도 더 열심히 하는 등 상황에 맞게 몸이 반응한다. 긍정적 생각을 많이 할수록 몸도 좋은 방향으로 변하는 것이다. 덕분에 나는 수술과 회복 기간, 항암치료 기간을 제외하고 병원으로 꾸준히 출근하면서 환자들을 진료했다. 환자들과 소통하는 공간인 진료실에 존재한다는 것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최고의 명약이었다. 암과 싸우면서 어두운 마음을 지니면 부정적인 에너지가 몰려오고, 긍정의 마음을 지니면 밝고 희망찬 에너지가 밀려온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길가에 놓인 돌을 바라보며 '걸림돌'로 여길지, '디딤돌'로 생각하는지에 따라 운명과 에너지의 방향은 확 바뀐다. 그렇다. 결국 우리네 삶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질병도 마찬가지다. 박효순 기자 anyto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