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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 산업재해 1위 오명 벗으려면 제도 개선 필수”

한국의 건설산업이 '산업재해 다발' 업종으로 낙인찍혀 있는 가운데, 이를 줄이려면 '빨리빨리' 속도전식 공사 관행 없애기, 불법하도급 근절, 최저 낙찰제 폐지 등 제도적 개선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24일 민주노총 건설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일터에서 사망한 노동자가 598명이며 이중 건설업이 303명으로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비교적 단순한 조치로도 예방할 수 있는 후진적 사고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유형별로 △떨어짐 185명 (183건) △끼임 14명(14건) 등의 사고로 건설노동자들이 사망했다. 예컨대 떨어짐 사고 중 12건이 개구부에서 발생한 것이 대표적이다. 개구부는 자재를 오르내리는 출입구로 사용을 하지 않을 경우 덮개를 씌우고 주변에 출입금지 표지를 해야 한다. 대다수 중대재해들은 이런 간단한 조치를 하지 않아 발생했다. 끼임 사고는 대표적인 건설기계 재해 유형이다. 법적으로는 유도자를 두어 건설기계와 노동자 간 접촉 방지하게끔 하고 있지만 대다수 현장엔 유도자가 없거나 부족하다. 노동자 개개인의 부주의 탓이 아니라 빨리빨리 속도전, 불법도급, 최저가 낙찰제 등 제도적인 문제를 시정해야 한다는 게 건설노조의 주장이다. 실제 건설노조가 올해 1월 2632명의 건설노동자를 대상으로 중대재해의 주된 원인을 설문한 결과 빨리 빨리 속도전이 60.4%(1591명)로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불법 다단계 하도급(57.2% 1505명) △최저가 낙찰제(43.5% 1,146명) △신호수 미배치, 안전시설 조치 미비 등 건설사의 안전 관리감독 소홀(36.1% 949명) △중대재해처벌법을 제대로 적용하지 않음(35.5% 935명) 등 순이었다. 건설노조는 “중대재해 사고 원인들은 서로 맞물려 있다"며 “도급단계가 많아질수록, 최저가 낙찰제와 맞물려 안전에 대한 비용이나 관리감독 주체는 모호해진다"고 비판했다. 특히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지난 2월 확대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을 적극 시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내놨다. 이들은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존 형법에서 해결할 수 없었던 '조직화된 무책임'의 문제를 풀어내길 기대하며 시행됐다"면서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 로드맵이라는 '포장지'를 씌우고 건설사에 위험성평가라는 '면죄부'를 건넸고, 국토교통부는 중대재해 건설사 명단을 공개하지 않도록 '숨겨'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홍섭 한국건설안전학회 회장(군산대 명예교수)은 “중대 산업재해 사고의 절반 이상이 건설업종에서 일어 나는 것은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라며 “발주자를 포함한 건설 업계·기술인 등 이해 당사자 및 관계자들간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현주 기자 zoo1004@ekn.kr

서울 2분기 4600여 가구 공급…“대형건설사 위주”

남은 2분기 서울 지역에서는 약 4600가구의 아파트 공급이 진행될 전망이다. 24일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2분기 서울에는 5곳, 4613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일반 분양 물량은 2202가구로 집계 됐다. 이번 서울 물량의 특징은 모두 '2023년 건설사 시공능력평가 도급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한 대형 건설사 물량으로 구성된 점이다. 삼성물산 '래미안 원펜타스'(292가구), 대우건설 '푸르지오 라디우스 파크'(718가구), HDC현대산업개발 '서대문 센트럴 아이파크'(409가구), 현대건설·GS건설 '공덕1구역 재건축'(456가구), DL이앤씨 '그란츠 리버파크'(327가구) 등이 상반기 분양을 예정하고 있다. 또한, 서울 아파트 물량은 희소성을 필두로 수요자들의 관심이 입증된 바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서울 아파트 물량은 일반공급 기준 단 328가구가 공급, 1순위 평균 147.2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 1918가구(1순위 평균 42.61대 1)에 비하면 물량은 약 6분의 1수준으로 감소하면서 경쟁률은 크게 웃도는 수치다. 서울 아파트 당첨 경쟁도 치열해졌다. 지난 1분기 서울 아파트 최저 당점 가점 평균은 65.78로 집계됐다. 지난해 4분기 최저 당첨 가점 평균 52.22점이었음을 감안하면 13점이 넘게 오른 점수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 아파트 물량의 희소가치는 매번 부각돼 왔다"며, “아파트 분양가격도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만큼 수요자들의 선점 경쟁은 치열한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렇다 보니 이번 2분기 서울 아파트 분양 물량에 수요자들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일원에 건립되는 '서대문 센트럴 아이파크'를 분양할 예정이다. 지하 3층~지상 15층, 12개 동 총 827가구 규모로 이 중 전용면적 49~84㎡ 409가구를 일반 분양한다. 특히, 전용면적 84㎡에는 테라스 하우스 설계가 적용된 T84㎡ 타입 24가구가 포함된다. 희소성 높은 서울 신규 분양 아파트로, 쾌적한 환경까지 품어 수요자들의 많은 관심에 예상된다. 단지는 뒤로 북한산, 앞으로 인왕산, 서쪽으로는 안산과 백련산을 품고 있는 '쿼드러플' 산세권 입지를 갖췄다. 대우건설은 서울 성북구 장위동 일원에 건립되는 '푸르지오 라디우스 파크'를 분양할 예정이다. 지하 3층~지상 최고 33층, 15개 동, 전용면적 39~105㎡ 1637가구 규모다. 이 중 718가구를 일반 분양한다. 서울 지하철 1·6호선 환승역인 석계역이 가깝고, 인근 우이천과 접해 있어 주거여건이 쾌적하다. DL이앤씨는 서울 강동구 성내동 일원에 건립되는 '그란츠 리버파크'를 분양할 예정이다. 지하 7층~ 지상 42층, 2개 동, 407가구 규모로 327가구가 일반분양된다. 서울 지하철 5호선 천호역 인근에 위치한 역세권 아파트다. 삼성물산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일원에 건립되는 '래미안 원펜타스'를 상반기 분양할 예정이다. 지하 4층~지상 35층, 6개 동, 총 641가구 규모다. 이 중 전용면적 59~191㎡ 292가구를 일반에 분양한다. 신반포 15차 아파트를 재건축한 아파트로 수요자들의 많은 관심이 예상된다. 이현주 기자 zoo1004@ekn.kr

LH 공공주택 공급 일정 줄줄이 연기…당첨자들 ‘발동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일부 공공주택 공급 일정이 파행을 겪으면서 입주 예정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공공분양 사전청약 단지 10곳 중 7곳에서 본청약이 지연되고 있지만 LH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LH '사전청약 입주자모집공고'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달까지 본청약이 예정됐던 사전청약 단지 45개 중 32개(71.1%)가 원래 발표했던 일정을 연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공급이 지연된 총 지연 물량은 약 1만7913채 규모로, 6개월부터 길게는 4년까지 일정이 미뤄졌다. LH가 지연 예정일을 공개한 단지로만 따져도 평균 지연 기간이 1년 2개월에 달했다. 올해 본청약이 예정됐던 18개 단지에서도 10개 단지가 공급계획서에서 빠지며 평균치에 반영되지 않았다. 때문에 실제 지연 기간은 더 길 것으로 추측되며, 앞으로 본청약이 지연되는 단지들 숫자가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본청약 일정이 지연되는 이유에 대해 LH는 “기존 주민들의 이주 반대, 보상 거부, 오염토 발견, 법정 보호종 및 문화재 발굴 등 돌발적인 상황에 따른 불가피한 사태"라고 해명했다. LH는 또 “사전에 본청약 및 입주예정시기 등이 추후 사업추진 여건에 따라 변경 및 지연될 수 있다는 내용을 입주자공고 당시 안내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사전 청약 당첨자들은 불만을 털어 놓고 있다. LH가 거론한 지연 사유, 즉 주민 보상, 감리 업체 선정, 주민 이주 반대 등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문제로 일정 지연의 사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부 사전청약 당첨자들은 실망감에 포기까지 고려하고 있다. 한 LH 사전청약 단지 당첨자는 “입주 일정에 맞춰 자금 및 자녀 계획을 세웠는데 본청약 일정 연기로 인해 계획이 틀어졌다"며 “아직까지 명확한 발표도 없어 청약을 포기해야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사전청약은 본청약 1~2년 전 청약을 진행하는 제도다. 2009년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제로 처음 도입됐지만 사업지연 등의 이유로 당첨자들이 제 때 입주하지 못하자 폐기된 바 있다. 정부는 이후 2021년 7월 '패닉바잉' 등으로 집값이 폭등하자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매수세를 진정시키고 수요를 분산하기 위해 사전청약 제도를 부활시켰다. 당시에도 일부 전문가들은 주민 보상 및 기반 시설 협의가 제대로 되지 않은 시점에서의 사전청약 제도는 부동산시장에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LH의 무성의한 대응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불만이 고조된 당첨자들에게 뚜렷한 대안·입장을 밝히거나 사과하지 않아 '매를 벌고 있다'는 것이다. LH는 다만 국토교통부와 사전청약 단지 전수조사 등을 통해 해결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LH 관계자는 “국토부 주관으로 지연된 본청약 일정을 다시 짜고 있지만 아직 정리가 다 되지 않은 상황이다. 지금은 일정 및 안내 시기를 정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전청약 관련 제도 개선이 검토되고 있으며, (결정되면)사전청약 당첨자들에게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수조사 완료되는대로 구체적 지연사유와 지연기간을 당첨자에게 개별 안내할 예정"이라며 “당첨자가 사전청약지구 사업현황을 직접 조회할 수 있는 소통체계도 구축해 국민 불편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과거 이미 많은 문제가 발견된 제도를 무리하게 끌고 갈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사전청약에서 보이는 문제점들은 과거 이에 대해 이미 지적됐었던 문제들이 현실화된 것"이라며 “애초부터 문제가 지적됐던 제도를 무리하게 끌고 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선분양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사전청약에서 나오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김다니엘 기자 daniel1115@ekn.kr

“갑질 or 억울”…공정위 칼날 위에 선 ‘준공 후 잔금 지급’

공정거래위원회가 유보금 명목으로 하도급 대금 일부를 지연 지급한 건설사들에 대해 조사에 착수하면서 일부 대형 건설사들이 긴장하고 있다. 하도급법상 위반이긴 하지만 정해진 기간을 준수하고 하자 보수를 위해 어쩔 수 없다는 '현실론'도 나오고 있다.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달 초 대우건설 등 건설사 4곳에 조사관을 보내 하도급 대금 지급 내역서 등 자료를 확보했다. 공정위는 이들 건설사가 하도급 대금 일부를 유보금으로 정해 지급을 미룬 부분에 대해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보금은 건설사가 공사 완성 및 하자 보수 의무 이행을 이유로 잡아둔 보증금 성격의 돈이다. 약속된 공사대금의 일부를 준공 후나 하자 보수 기간 이후에 지급하는 방식이다. 유보금은 통상 전체 공사대금의 5∼10%로 책정된다. 건설업계 일각에서 이같은 대금 지급 조건을 특약에 넣거나 '관행'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시장 침체기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가 겹친 상황에 중소 건설사 유동성을 악화시킬 수 있어 비판을 받고 있다. 일단 이같은 유보금 제도는 하도급법 위반이 명백해 보인다. 하도급법은 원사업자가 목적물의 인수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수급 사업자에게 하도급 대금을 지급하도록 돼 있다기 때문이다. 만약 이를 어기면 지연 이자를 줘야 하며, 적발시 과징금 부과 대상이 된다. 수사 대상으로 지목된 대우건설 관계자는 “이제 막 조사를 시작해 드릴 수 있는 얘기가 별로 없다. 결과를 기다리고 그에 따르겠다"면서 “너무 단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만 보지 말아주시길 바란다.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공정위의 유보금 지급 관행 조사에 대해 건설업계에선 '잘못된 행태'라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현실적 필요성 등을 들어 '엄벌의 대상'이 되어야 할 '갑질'인지 여부에 대해선 이견이 나오고 있다. 우선 잘못된 관행이므로 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들어 유보금과 같이 대금을 묶어놓는 형태의 계약은 잘 보지 못했다. 요새는 협력업체와의 거래가 워낙 투명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유보금이라는 것은 조금 철 지난 얘기"라며 “협력업체들도 예전처럼 주먹구구식으로 사업을 진행하지 않고 절차가 잘 적립돼있기 때문에 그런 일들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유보금 얘기는 부적절한 관행"이라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유보금은 건설업계 관행이긴 하지만 지양해야 할 낡은 시스템"이라며 “한쪽이 일방적으로 유리하거나 불리하기 때문에 공정위에서 지적을 한 것이고 앞으로 해소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큰 문제'는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한 건설사 하청업체 관계자는 “공정에 따라 하자가 나오는 부분이 일정하지 않고 마감에서 나오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유보금은 공사를 잘 마무리 지으라는 차원에서 받는 것"이라며 “통상적으로 업체를 선정할 때 완공 후 유보금을 주겠다는 협의를 하고 공정을 시작하기 때문에 갑질이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디. 그는 이어 “대기업이 하청업체에게 하도급 대금을 지연 지급했다면 갑질이라고 할 수 있지만, 상황에 따라 갑질이냐 아니냐를 판단하기가 애매하다"면서 “조사 대상 기업들도 억울한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다니엘 기자 daniel1115@ekn.kr

“철수는 오보”라지만…건설업계, 중동 리스크 심화에 ‘발동동’

국내 주택시장 불황 극복을 위해 해외 공략에 나선 건설사들이 '이스라엘-이란' 분쟁이란 뜻하지 않은 암초를 만났다. 현재 확전 가능성은 낮지만 유가 등 원자잿 값이 상승할 수 있고, 특히나 해외 물량의 절반 이상이 몰려 있어 위기가 심화될 경우 기존 공사는 물론 신규 수주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22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최근 이란과 이스라엘이 공격과 반격을 주고받으며 긴장을 높여 가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건설업체들은 현재 직접적 피해없이 이스라엘(2개 업체), 이란(1개 업체)에서의 활동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핫라인을 구축해 현지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업체들이 다행스럽게도 아직 피해를 입지 않았다"라며 “현재 정상적으로 활동을 하고 있고 일부 언론사에서 철수를 했다고 기사가 나오고 있는데 아직 철수는 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이스라엘-이란' 분쟁이 해외 수주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내 건설사들의 중동 주요 수주국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등인데 아직 이들 국가에서 발주 관련 특이사항은 감지되지 않고 있기 떄문이다. 김화랑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주요 수주국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카타르 등인데 이들 국가에서 전쟁에 개입할 가능성은 낮은 것 같다"며 “분쟁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현재 중동전쟁이 전면전 양상을 띠지 않고 있다"며 “우리나라 건설사들에게 주는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건설사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향후 확전 여부에 따라 중동 건설 공사와 신규 수주 활동에 영향을 받을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국내 해외건설 수주 비중의 절반 가까이가 중동 국가들에서 나오고 있다. 실제 해외건설협회의 '2024년 1분기 해외건설 수주실적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총 183개의 건설사들은 올해 1분기 전 세계 63개국에서 171건의 수주를 따내 55억2000만 달러(한화 약 7조6452억원)의 누적 해외수주액을 기록했다. 이중 중동지역 수주액은 24억달러로 전체의 44%를 차지했다. 구체적으로 카타르 알 샤힌 유전 고정식 해상플랫폼(11억5000만달러), 사우디 SEPC 에틸렌 플랜트(5억달러), 오만 마나1 태양광 발전(1억3000만달러), UAE 크릭 워터스 주택(2건, 2억2000만달러) 등을 수주했다. 전년보다 수주액이 93.3%나 증가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이스라엘, 이란과 현재 현장이 멀리 떨어져 있어 대응 메뉴얼을 마련하진 않았다"면서도 “향후 상황을 예의주시 중"이라고 밝혔다. 현대건설도 중동 각국 지사들에게 행동 지침 및 안전 대책을 마련하도록 했으며, 만약의 경우 해외 비상사태 매뉴얼을 가동할 예정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미국-이란 대리전 확산 및 아랍국 참전에 따른 5차 중동전쟁 가능성 등에 대비해 미리 공유된 지침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확전이 안 되더라도 긴장이 계속될 경우 원자재 수급 불안 및 국제유가 상승 등에 따른 부작용이 예상된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이뤄질 경우가 가장 큰 문제다.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주요 산유국의 해상 진출로 전 세계 천연가스(LNG) 3분의1, 석유의 6분의 1이 호르무즈 해협을 거친다. 2022년 기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석유 물동량은 일 평균 2080만배럴이다. 이는 글로벌 해상 석유 수송량의 21% 규모다. 김 부연구위원은 “이란은 전세계에서 3번째로 원유를 많이 생산하는 산유국이지만 대부분 중국에 수출하기 때문에 현재 우리나라의 영향을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만약 분쟁이 심화하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설 수 있어 원자재 수급 불안 및 국제유가의 상승 등의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현주 기자 zoo1004@ekn.kr

천정부지 치솟는 공사비…주택공급 ‘동맥경화’ 일으키나

중동 정세 불안 등 각종 이유로 공사비가 3.3㎡당 1000만원 시대를 열면서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주택조합·건설업체 모두 착공을 미룰 정도로 비싸져 자칫 주택 공급의 '동맥경화'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스라엘-이란간 보복전 등 중동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안그래도 비싼 원자잿값이 더 상승할 전망이다. 여기에 내년부터 착공하는 아파트에 에너지 효율화를 위한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과 '층간소음 규제'가 의무화돼 공사비 상승에 기름을 부을 전망이다. 이미 공사비는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 서울 재개발, 재건축 현장에서는 3.3㎡(평)당 공사비 1000만원 시대가 도래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말 여의도 공작아파트 재건축사업을 3.3㎡당 공사비 1070만원으로 수주했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2차는 2017년 현대엔지니어링과 3.3㎡당 약 500만원으로 공사비를 협의했으나 최근 1300만원으로 공사비를 인상하기로 했다. 조합에서 시공자 선정 단계부터 3.3㎡당 공사비 1000만원을 제시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지난 2월 시공자 선정 입찰을 공고한 남영동업무지구 2구역 재개발 조합은 3.3㎡당 공사비로 1070만원을 제시했다. 마포구 마포1-10구역 재개발조합은 최근 공사비를 1050만원까지 높여 재입찰에 나섰다. 작년 10월(3.3㎡당 930만원)보다 10%가량 높인 가격이다. 이같은 공사비 상승은 통계치로도 잘 나타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 공사비원가관리센터에 따르면 지난 2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54.81로 잠정 집계됐다. 2022년 2월 142.38 대비 8.7%, 2021년 2월의 124.84과 비교하면 24%나 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부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겪으면서 시멘트, 철강 등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중동 리스크가 확산하면서 공사비가 더 오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전면전으로까지 격화하지 않았지만 최근 이란과 이스라엘이 공격과 반격을 주고받으며 긴장을 높여가는 모양새다. 국내에서는 석유·가스 등 에너지 수급이 어려워지고 원자재 공급에 차질을 겪을 수 있다. 특히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우려된다.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주요 산유국의 해상 진출로 전 세계 천연가스(LNG) 3분의1, 석유의 6분의 1이 호르무즈 해협을 거친다. 2022년 기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석유 물동량은 일 평균 2080만배럴이다. 이는 글로벌 해상 석유 수송량의 21% 규모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중동 분쟁이 격화하면 에너지 수급의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며 “결국 원자재 가격 상승을 초래해 공사비 급등을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도 공사비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내년부터 30가구 이상 민간 아파트에도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이 의무화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을 위해 추가적으로 드는 공사비는 84㎡ 기준 한 가구당 130만원이다.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은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건물을 지을 때 단열·환기 등의 성능을 높이고, 재생에너지 등을 활용한 정도를 다섯 단계로 평가받는 것이다. 강화된 층간소음 규제도 내년부터 적용된다. 모든 공공주택에 층간소음 기준 1등급 수준, '49㏈(데시벨) 이하'가 적용돼된다.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사용 승인이 불가능하다. 층간소음 개선을 위해 바닥을 두껍게 시공해야 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비용이 불가피하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과 층간소음 규제 등은 취지는 좋지만 공사비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동산 업계에선 공사비 상승이 계속되면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시장이 위축되며 주택공급의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현재 공사비 문제로 갈등을 빚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이 늘고 시공 포기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250만 가구 이상 공급을 약속한 정부가 규제 완화를 추진하며 정비사업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각종 규제 완화 대책을 쏟아 내고 있지만 가장 큰 현안인 공사비 급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며 “주택공급 부족은 향후 아파트값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zoo1004@ekn.kr

청약 당첨자 80% 3040세대, 식지않는 ‘학세권’ 인기

3040세대가 분양 시장을 주도하면서 우수한 교육 환경을 갖춘 학세권 단지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19일 한국부동산의 '연령별 청약 당첨자 정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0~60세 청약 당첨자(11만148명) 중 30~40세 당첨자는 약 79.54%(8만7617명)으로 50~60세 당첨자(25.72%, 2만2531명)보다 3배 가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청약 당첨자 10명 중 8명은 3040세대인 셈이다. 이처럼 한장 아이를 키울 때인 3040세대가 분양 시장의 주 수요층으로 떠오르면서 학세권 단지의 인기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달 8일 기준 부동산R114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1월~3월) 1순위 경쟁률 상위 10개 단지 모두 학교가 도보권 내에 있는 단지로 나타났다. 상위 1위를 차지한 '메이플자이'의 경우 인근에 원촌초, 원촌중 등이 가까이에 있다. 대구에서는 이례적으로 두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한 '대구 범어 아이파크(15.3대 1)'의 경우 동산초, 동도초, 황금중 등 학교가 가까웠다. 인기는 매매가에도 반영되고 있다. 강원 춘천시 일원에 위치한 '춘천 센트럴타워 푸르지오(2022년 3월 입주) 전용면적 84㎡는 올해 2월 8억원에 팔렸다. 입주 직후인 2022년 6월 동일 면적이 6억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약 1년 8개월 만에 2억원이 올랐다. 이 단지는 지역 명문인 춘천고를 비롯해 춘천초∙중, 남춘천 초∙중, 남춘천여중, 춘천교대부설초 등이 밀집돼 있다. 학세권 아파트는 다양한 보육시설과 학교가 인접해 있어 자녀를 위한 안전한 통학 환경이 조성된다. 특히 단지 인근에 학교가 위치한 경우 유해시설이 들어서기 어려워 보다 쾌적한 주거 환경을 누릴 수 있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어린 자녀가 있는 3040세대 수요자들이 학세권을 더욱 선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으로도 학세권 단지의 인기는 지속될 전망이다. 이달 부동산R114가 발표한 '내 집 마련에 대한 수요자 인식' 설문조사에 따르면 실수요자들은 거주지 선택의 중요한 요소로 △교육 환경 △교통 △주거 쾌적성 △편의시설 △직장과의 거리를 뽑았다. 이중 교육환경의 경우 29.73%로 1위를 차지했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학세권 단지는 분양시장의 핵심 수요층을 이끌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인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라며 “이처럼 탄탄한 수요를 바탕으로 향후 단지 가치 상승도 기대할 수 있어 연내 내 집 마련을 계획하는 수요자라면 학교 인근 단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이현주 기자 zoo1004@ekn.kr

겹겹이 쌓인 악재…총선 후 부동산시장 ‘총체적 난국’

4.10 총선 이후 건설부동산 시장의 대내외 환경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미국발 고금리 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중동발 유가 급등 등 원자잿값 상승 압박.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 고조, 미분양 확산, 여당 패배에 의한 부동산 규제 완화 동력 상실 등 악재가 산더미처럼 쌓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금리 인하 여부 등 시장의 흐름을 예의주시해야 할 때라고 조언하고 있다. 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4.10 총선을 전후로 건설부동산 분야에 각종 악재가 산적하면서 일각에서 전망했던 '4월 위기설'에 대한 우려가 다시금 고조되고 있다. 우선 공사비 급등, 미분양 적체 등으로 건설업체들의 수주 실적이 급감했다. 최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지난 2월 국내 건설수주 실적에 따르면 10조 2000억원에 그쳐 전월 대비 2.9%, 전년 동월 대비 24.2% 감소했다. 공사비가 급증하다 보니 수익성을 보장할 수 없어 건설사가 일감을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민간 수주는 재개발과 건축수주가 각각 45.3%, 16.2% 줄었다. 재건축시장만 봐도 유찰이 거듭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서울 용산구 산호아파트, 서초구 신반포12차, 송파구 가락삼익맨숀과 우성4차 등은 지속 유찰을 겪으며 건설사가 수주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게다가 이스라엘-이란간 충돌로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면서 고물가, 고금리에 유가까지 들썩이고 있다. 원자잿값 인플레이션 압박이 공사비 상승을 더 부추길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 원화 환율까지 10년래 최고치인 1400원대를 넘나 들면서 가뜩이나 불안한 수입 물가를 위협하고 있다. 부동산 PF도 다시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착공에 따라 전 단계인 '브릿지론'에서 '본 PF'로 전환하지 못하는 사업장들이 많아 부실이 누적되고 있다. 금융권 입장에선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많아지다 보니 추가 자금 대출보다는 회수가 안전한 상태다. 건설사들도 부실 비율이 높아지면서 신용도 하락 위험에 직면해 있다. 해외 부문도 악재가 겹쳤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최근 대형프로젝트 수주로 잭팟을 터뜨렸지만 이스라엘-이란간 전쟁 국면으로 장밋빛 전망을 장담할 수 없다. 게다가 사우디 정부의 역점 사업인 네옴시티 프로젝트의 중기 목표가 대폭 축소됐다. 전체 170km 가운데 2030년까지 겨우 2.4km만 건설하기로 했다. 연간 400억달러 수주라는 올해 해외 수주 목표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박철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좋아질 것이란 지표는 안 나오고 악재만 겹치다 보니 건설업계가 힘든 시기를 장기간 감내해야 할 것"이라며 “단기 악재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하반기 금리인하까지 잘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주택 시장도 조기 금리 인하, 규제 완화가 어려워지면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정부는 그간 1.10대책 등을 통해 대대적인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등을 약속했지만 총선 패배로 대부분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 특히 주택 수요 자극의 관건인 금리 인하 여부가 점점 불투명해지면서 시장을 위축시키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확산) 때 공급된 과잉 유동성 때문에 발생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고금리(현재 기준금리 5.25~5.50%)를 유지하자 어쩔 수 없이 따라가고(3.5%) 있으며, 이는 부동산 투자 위축으로 이어졌다. 이에 부동산 업계에선 미국의 금리 인하 시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당초 미국은 지난해 말부터 인플레가 어느 정도 진정되는 기미가 보이자 경기 부양을 위해 올 하반기 3차례 정도 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측됐었다. 이에 우리나라도 늦어도 9월 이후엔 금리를 인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최근들어 금리 인하 시기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지난 16일(현지시간) 강한 인플레가 지속되는 반면 3월 소매판매지수가 호조를 보이는 등 경기가 견조하다는 점을 들어 단기간 내 금리 인하 조치가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하반기 우리나라의 금리도 현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커졌다. 주택담보대출금리 인하가 불가능해 가뜩이나 어려운 부동산 시장의 경색 국면을 장기화시킬 전망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총선이 야당의 승리로 끝나면서 수요자 입장에선 심리적인 기대감이 떨어지고 있다"며 “중동 긴장감으로 투자 위축이 심화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올해 말 금리인하마저 없다면 2차 하락기를 경험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준현 기자 kjh123@ekn.kr

‘찬밥신세’ 리모델링, 다시 봄날 올까?

재건축에 밀려 한풀 꺾였던 리모델링 시장에 다시 봄날이 찾아올지 주목된다. 4.10 총선이 야당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던 재건축 중심의 규제 완화 정책이 동력을 상실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규제를 강화해왔던 서울시에서도 리모델링 운영기준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1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사비 급등과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에 리모델링 사업들이 찬바람을 맞고 있다. 재건축 사업에 밀려 일부 건설사는 사업성 문제로 이미 확보한 리모델링 시공권을 포기하고 있고 심지어 조합이 사업을 도중에 철회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한화 건설부문은 경기 성남시 매화마을2단지 리모델링 조합에 기업운영 상황과 공사비 등의 이유로 사업 참여 철회를 통보했다. 지난해 8월 수의계약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 약 8개월 만이다. 매화마을2단지 리모델링은 수평·별동 증축을 통해 가구 수를 현재 1185가구에서 1339가구로 늘리는 사업이다. 쌍용건설도 최근 서울 성동구 옥수극동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을 철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공사 상황이 쉽지 않고 이에 따른 공사비 상승 등 사업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서다. 한강변 900가구 규모인 이 아파트는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통해 1000가구 이상 단지로 탈바꿈할 계획이었다. 조합이 리모델링 사업을 손절한 상황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서울 송파구 송파동 거여1단지는 지난해 임시총회를 열고 리모델링 사업 중단을 결정했고 풍납동 강변현대아파트도 최근 리모델링 조합 해산 절차에 들어갔다. 강남구 개포동 대치2단지 또한 재건축 선회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서울시의 규제 정비와 4.10 총선의 후폭풍에 따라 리모델링 시장에 다시 훈풍이 불 수도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무엇보다 4.10 총선이 야당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던 재건축 중심의 규제 완화 정책이 동력을 상실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정부가 재건축 패스트트랙 도입을 위해 안전진단 면제 등을 추진하려면 도시정비법 개정이 필요한데, 야당이 다수당을 차지하게 되면서 사실상 국회 통과가 어렵게 됐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법무학과 교수는 “다음 국회에서도 야당이 다수당을 차지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재건축, 재개발 규제완화 정책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2022년 야당이 발의했다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리모델링 특별법'이 다시 부활할 지가 주목된다. 시가 공동주택 리모델링 운영기준 개선을 추진하는 것도 리모델링 활성화에 긍정적인 부분이다. 시 주택정책실 공동주택지원과는 최근 '공동주택 리모델링 운영기준 개선'을 주제로 연구용역 입찰공고를 냈다. 용역비는 1억원이며 기간은 계약일로부터 9개월이다. 시는 구체적인 연구 과제로 △공동주택 리모델링 사업의 지역별 특성과 사업방식을 고려한 밀도계획 마련 △공동주택 리모델링 적용의 완화기준 마련 △공공지원 방안 마련 △사업 기간 단축을 위한 행정절차 개선 등 제도 개선 방안 마련 △공동주택 리모델링 전문가(구조안전, 설계, 시공, 사업관리) 자문회의 개최 등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시는 공동주택 리모델링을 규제해왔다. 특히 지난해 내놓은 '2030 서울시 공동주택 리모델링 기본계획'은 1차 안전진단만으로 추진할 수 있던 수평 증축 리모델링도 2차 안전진단까지 받도록 하면서 다수의 사업장이 사업을 대폭 변경하거나 취소해야 하는 처지에 있었다. 서울시리모델링주택조합협의회 관계자는 “시가 연구용역 입찰공고를 낸 것은 리모델링 활성화에 긍정적인 부분"이라면서도 “시가 그동안 규제를 강화해왔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정비업계에선 지속적인 주택 공급을 위해선 리모델링 활성화가 중요하다고 하다고 보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1기 신도시 대부분이 고용적률 아파트로 구성돼 있고, 리모델링이 유일한 대책일 수밖에 없는 단지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2030 서울시 공동주택 리모델링 기본계획'에 따르면 서울시내 공동주택 4217개 단지 중 3096개 단지는 리모델링으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리모델링 업계 관계자는 “리모델링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선 사업성을 끌어올려줄 규제완화가 시급하다"며 “리모델링의 대못 규제로 꼽히고 있는 수직증축 및 내력벽철거 등에 대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현주 기자 zoo1004@ekn.kr

[인구감소와 부동산시장]④ 개인은 ‘영끌족’ 피하고, 건설사들 ‘패러다임’ 바꿔야

지난해 대한민국 합계출산율이 0.72명으로 기록됐다. 올해 합계출산율은 0.6명대로 추락할 전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출산율이 1.58명인 것과 비교하면 한국의 출산율은 재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인구감소가 필연이라면 개인와 기업은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1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미 오래 전부터 예견된 인구감소 신호가 이제는 부동산 시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출산율과 혼인율이 저하되면서 1인 가구가 증가해 당분간 주택 수요에 큰 영향을 미치는 가구수가 유지 또는 늘어날 수는 있다. 하지만 최소한 2040년부터는 이마저 감소할 수 밖에 없어 시장의 구조적 변동이 불가피하다. 특히 실거주자 입장에선 주택을 매매해야 할지 장기임대로 가야 할지 고민이 많은 게 현실이다. 지금까지 서울 등 주요 도심의 1주택자는 빚을 내서라도 똘똘한 한채를 매입해 가격이 상승하면 팔아 더 큰 주택으로 옮기거나, 평생 보유하고 있다가 팔아서 노후 자금으로 쓸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주택 가치의 장기적 하락이 불가피해 이런 전략은 쓸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영끌'을 피하라고 권하고 있다. 소득의 50% 이상을 주택 구입을 위한 대출 이자 지급에 쓰지 말라는 것이다. 실거주를 위해 집을 사고 싶다면 청약시장을 지속 두드리거나, 저렴한 경매매물로 안전 마진을 확보하는 게 좋다. 또 노후 대비를 위한 주택 매수 후 향후 주택연금으로 전환하는 것도 하나의 트렌드가 될 수 있다. 주택이 투자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는 실거주자는 주식이나 기타 대체투자로 눈을 돌리는 것도 주요 재테크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주택은 월세 등 임대로만 거주하면서 비용을 최소화하고, 남는 돈을 주식, 채권 등 다른 분야에 투자해 자산을 불릴 수 있다는 것이다. 다주택자 입장에선 선별 투자가 강조될 것으로 전망됐다. 거주 인구 규모에 따라 특정 지역은 초고층 밀집 개발이 진행되고 나머지 지역은 슬럼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서울 등 재개발로 수익을 크게 낼 수 있는 '알짜배기' 땅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며, 특히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지역이나 실버주택 등 임차 수요가 늘어날 수 있는 곳이 주요 투자처로 떠오른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정부가 저출산과 인구감소를 인지하고 세제 혜택이나 대출관련 규제완화 대책을 내놓으며 상황 악화를 막고 있다"며 “다만 결국 공급이 부족한 서울에만 가격 상승 요인을 부추길 수 있어 향후 쏠림 현상이 더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구 구조가 변화하는 만큼 건설업 부문의 대내외적 환경도 확 달라진다. 신규 주택 수요가 감소하기 때문에 국내 건설업체들의 주요 업무 영역이 임대 주택 공급, 주택 리모델링이나 인프라 건설, 해외 부문으로 변화될 수 있다. 또 현재 초기 단계인 프로젝트매니지(PM) 방식을 활성화해 리스크는 최소화하고 효율성·비용 절약은 극대화하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정부의 제도 개선도 요구되고 있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최근 주택공급 활성화 세미나에서 “하나의 공간에 주거와 업무, 상업활동 등 수요변화에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가변성을 높인 리모델링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건설업계에선 또 인구 감소 시대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민간 장기임대주택 보급 활성화를 위해선 일정한 수익성 보장이 필요하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기도 하다. 민간 사업자들이 임대 주택 사업에 뛰어들려면 그만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며, 그래야 실수요자들을 위한 주택 공급이 원활하다는 것이다. 지방의 빈집 해소도 향후 과제다. 지방 관급공사를 주로 하는 C 대표는 “앞으로 지방 소도시나 농촌은 디트로이트처럼 빈집으로 가득찰 것"이라며 “정부가 추진하는 광역도시철도망을 좀 더 촘촘하게 구축해서 소멸되는 공간의 빈집을 문화 및 관광산업과 연결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에 나서면 변화하는 인구감소를 대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건설업계의 변신도 요구된다. 신기술을 활용한 비용 절감·제로 탄소 시대 개막·시간 단축·인력 투입 최소화 등이 과제다. 구체적으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설계 최적화 솔루션이나 3D설계인 BIM과 가상 시뮬레이션 디지털트윈, 사물인터넷(IoT), 모듈러건축, 3D프린터 등 신기술 개발과 활용에 적극 나서야 한다. 또 이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해외시장 진출 확대도 필수다. 해외건설 관계자는 “해외진출에는 정부의 지원이 수반돼야 한다"면서 “개발도상국 등 정부가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이나 각국 인프라 건설 등에 참여할 수 있도록 현지 발주자 협업 및 금융지원 등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kjh123@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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