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김준현 기자] 건설업계가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추진에 따라, 친환경 트렌드에 발 맞추기 위해 다양한 대책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건설사들이 새로운 먹거리 시장으로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CCUS 기술은 공장 등 시설에서 유해 물질인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순간부터 운송, 저장 및 재활용까지 전 단계에 걸쳐 공기 중에 탄소가 배출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기술을 말한다.정부 등 유관기관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온실가스농도 및 해수 온도, 해수면, 해양 산성도 등이 최고치를 기록했다. 탄소 배출로 인해 지구온난화는 심화되고 있고 이로인해 지구촌 작은 섬나라들은 지도에서 완전히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이 가운데 세계 건축 및 건설연맹 보고서에 따르면, 건설산업은 지난 2020년 기준 전 세계 에너지생산과 관련한 이산화탄소 배출의 47%를 차지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이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 친환경기술로 바로 CCUS를 선택했다.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건설사 중에선 DL이앤씨,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GS건설, 롯데건설 등이 탄소포집 기술발전에 선두주자로 나섰다.◇ 탄소제로 구축을 위한 필수 기술 ‘CCUS’탄소포집 기술 CCUS는 기존 발전산업설비에서 배출되는 탄소나 대기 중 탄소를 포집하고 처리하는 친환경기술이다. 탄소(Carbon)·포집(Capture)·활용(Utilization)·저장(Storage)의 준말이기도 하다.CCUS는 산업공정에서 배출된 탄소나 대기 중으로 보내지 않고 모두 포집할 수 있어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있는 비장의 카드다. 국내 2050탄소중립 방안에서도 그린수소와 CCUS 병행 추진을 목표로 잡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CCUS 기술은 미국 발베르데 천연가스 발전소에서 1972년 최초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이후 약 50년 동안의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최근에서야 상용화 단계에 들어섰다.글로벌 시장 조사기관인 인더스트리아크에서는 2026년 글로벌 CCUS 시장 규모가 253억달러(32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2050년이 되면 CCUS 연간 56억t에 이를 전망이다. 글로벌 CCUS 시장이 연평균 17%가량 성장, 2050년엔 2조달러(2440조원) 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본래 기업은 탄소를 추가 배출하면 탄소배출권을 사야 한다. 그러나 탄소 배출권은 무상 할당량이 매년 줄어들기에 장기적으로 오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렇게 되면 기업의 영업이익은 크게 감소할 수밖에 없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업은 탄소배출을 줄이면서 생산을 지속할 수 있도록 탄소 저감 기술에 투자할 수밖에 없게 됐다. 참고로 국제 에너지기구 IEA에서는 2020년 ‘에너지 기술 전망 리포트’에서 CCUS 기술 없이는 탄소제로가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CCUS, 어떻게 활용되나일반적으로 화력발전소에서 연료를 태우며 발생하는 배기가스는 공기 중으로 배출하게 된다. 공기 중으로 배출되기 전 흡수탑에서 배기가스 성분 중 하나인 이산화탄소가 흡수제와 반응해 흡수제랑 흡착되는데 이 단계를 포집이라고 한다.이산화탄소가 제거된 가스는 흡수탑 상부를 지나 대기로 방출되고 흡수제에 흡착된 이산화탄소는 재생탑으로 이동하면 이산화탄소와 흡수제가 분리돼 탈착된다. 이때 재생탑 상부로 이산화탄소가 기체 상태로 분리배출되고 이산화탄소가 탈착된 흡수제는 재사용된다.재생탑 상부로 나오는 이산화탄소는 기체 상태이기에 고농축 압축 과정을 거쳐 액체탄산이나 석유회수증진 등으로 유용하게 활용하거나 지상에서 800m 이상 떨어진 지하 저장소에 저장할 수 있게 된다.저장소에는 이산화탄소가 누출되지 않도록 안전하게 저장하는 기술이 적용된다. 이 외에도 화학적 또는 생물학적 기술이 적용해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방법이 있다. 포집된 이산화탄소는 고분자 필름, 탄산칼슘, 바이오디젤 연료로 재활용되기도 한다. ◇ DL이앤씨, 건설업계 CCUS 선두주자로건설업계에서는 DL이앤씨가 세계 각국 다양한 기업과 협약을 맺으며 CCUS 기술발전에 선두주자로 나서고 있다. DL이앤씨는 2002년부터 탄소포집 국책연구 과제에 참여한 바 있다. 특히 연 100만t 규모 이산화탄소 포집 플랜트 설계 능력도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21년에는 서해그린환경의 폐기물 처리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지난해 3월에는 호주의 친환경 비료 제조 기업인 뉴라이저(NeuRizer)와 탄소 포집·활용 및 저장 시설 건설을 위한 개념설계와 기본설계를 수행하는 우선 계약 합의서를 체결했다.아울러 포집한 탄소를 건설자재, 석유화학 소재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해 활용할 수 있는 핵심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이를 위해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탄소광물플래그십 사업단과 탄소광물화 원천기술 상용화를 위한 실증플랜트 구축을 추진 중이다.지난해 10월에는 카본코(CARBONCO) 및 GE가스파워와 ‘아시아 및 오세아니아 지역 내 CCUS 기술을 접목한 친환경 발전소 건설을 위한 공동 업무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카본코는 현재 매일 3000t(연100만t) 이상 탄소를 포집할 수 있는 CCUS 설계 역량과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 CCUS 사업과 함께 친환경 수소·암모니아 사업도 추진하며 친환경 사업 디벨로퍼로 도약하고 있다.◇현대건설, CCUS 개발·저장소 확보 나서현대건설은 지난 10월 ‘2045 탄소중립’을 선언한 바 있다. 이후 현대건설은 CCUS 사업 가속화를 위한 국제공동연구에 착수했다. CCUS 상용기술 고도화 및 해외저장소 확보를 위한 국제 공동연구로 탄소중립 실현에 필수적인 CCUS 관련 기술역량을 강화하고, 이미 고갈된 동남아시아 유전 및 가스전 중 국내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는 후보지 선정을 목표로 했다. 현대건설·한국석유공사·현대중공업·SK이노베이션 등 컨소시엄은 말레이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 ‘페트로나스’가 보유한 16개 고갈 유·가스전의 안전성과 저장용량 평가, 경제성 분석 등을 통해 이산화탄소 저장소로서의 적합성을 판단하게 된다.이는 글로벌 CCUS 개방에 앞서 유망 후보지를 확보해 이산화탄소 해외저장소를 선점하고, 국내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수송·저장해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함이다. 이 과정에서 현대건설은 국내 이산화탄소 포집부터 수송망과 수출입 허브터미널, 주입시설 설계까지 CCUS 전 주기에 걸친 사업모델 개발과 경제적 타당성 분석을 담당한다.◇ GS건설·현대ENG·롯데건설도 CCUS 박차GS건설 역시 친환경 중심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대표 건설사로 자리매김한다. 이는 GS그룹의 핵심가치인 ‘친환경 경영을 통한 지속가능성장’ 일환에 따른다. GS건설은 CCUS 개발의 시작으로 탄소포집 플랜트의 핵심인 ‘분리막’ 기술개발에 나섰다. 지금까지 탄소포집 플랜트는 습식방식으로 공장에서 배출되는 폐가스가 반응성 화학물질을 통과하며 이산화탄소가 포집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탄소포집을 위한 화학물질 대신 차세대 분리막을 적용하면 기존 설비 대비 차지하는 면적이 작아 경제적이고 효율이 높으며 모듈화의 용이성이 있는 등 친환경 기술로 기대하고 있다.게다가 독일 글로벌 화학기업 바스프와 핵심 탄소포집기술 ‘오아세 블루’의 표준화된 모듈러를 공동으로 개발하기로 협약을 맺었다. 바스프는 탄소포집기술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GS건설은 대규모 정유화학플랜트 사업으로 축적된 모듈화 기술력을 통해 설계, 시공을 표준화함으로써 국내와 해외 CCUS 시장에 동반 진출할 계획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2021년 7월 조직 개편을 통해 신사업을 전담하는 G2E(Green Environment & Energy) 사업부를 출범시킨 바 있다. 여기에서 탄소중립 실현하고 수소 밸류체인 내 생산·공급자로서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이산화탄소 포집 및 자원화 등 사업에 힘쓰고 있다.특히 CCUS 기술 설비를 실제 플랜트 구축 현장에 적용했다. GT사와 협력해 현대제철 인천공장 부지에 ‘이산화탄소 포집 자원화 설비’를 완공하고, 실증 단계에 돌입했다.현대제철 인천공장에서 이산화탄소를 공급받아 GT사의 10kW급 ‘메탈 이산화탄소 시스템’을 통해 수소, 전기, 탄산염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수소가 생산되는 자원화 처리 과정에서 배기가스 배출이 전혀 없어 이산화탄소가 저감되는 효과가 있다.아울러 롯데건설은 이산화탄소를 스마트팜에 직접 공급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국내 공동주택에서 사용하는 연료전지가 대부분 도시가스를 이용해 수소를 얻는데 여기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식물이 광합성 하는 데 이산화탄소가 필수인 만큼 이를 활용하면 재배 속도를 향상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대형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세계적 탄소중립 흐름에 맞춰 국내에서 ‘2050 탄소중립’ 추진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며 "이 시나리오에는 화력발전을 잔존하는 방안 대신 CCUS 등 신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이 있어 향후 기술발전에 더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kjh123@ekn.kr이산화탄소 포집 pilot plant 사진. 현대건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