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김준현·김기령 기자] 주택시장 침체가 심상치 않다. 우선 속도가 빠르고 낙폭도 크다. 이를 반증하듯 지난달 전국 집값이 약 1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지난 15일 한국부동산원의 ‘8월 전국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종합(아파트·단독·연립주택) 매매가격이 전월 대비 0.29% 하락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지난 2009년1월 주택 가격이 0.55%가 하락한 이후 13년7개월 만에 최대 하락폭이다.대세하락기 속에 금리 인상 영향으로 주택가격 추가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거래심리 위축 및 관망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세 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한번에 0.75%포인트 금리인상)을 밟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은행도 추가 금리인상이 확실시되고 있어 국내 부동산 시장은 빙하기에 접어들고 있다. 이 여파로 잘 나가던 강남과 용산도 하락세로 전환했다. 이제는 낙폭이 확대되면서 경착륙 후유증이 본격화된 가운데 전문가들은 정부가 연착륙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것에 목소리를 모았다.18일 에너지경제신문은 부동산 전문가인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서진형 경인여대 교수(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가나다順)을 통해 △13년7개월만에 최대 낙폭 집값 하락 원인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한 해결책 △남은 하반기 부동산 시장 최대 변수 등 긴급진단을 마련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주택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변수들이 있는데 지난해까지 집값이 올랐던 이유는 유동성도 하나의 요인이었지만 ‘패닉바잉’, ‘영끌’ 같은 단어가 등장할 정도로 주택 가격이 계속 상승할 것이라는 심리가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반면 올해는 집값이 고점을 찍고 더 큰 폭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심리가 작용하면서 거래절벽이 발생하는 등 지난해와는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연말까지 미국이 한꺼번에 금리를 1%로 인상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국내 주택담보대출 상한선도 7~8%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금리 이슈에 시장이 크게 반응하면서 거래 절벽, 집값 하락 등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다만 내년 상반기 이후로 금리 인상이 멈추거나 금리 인하로 전환하는 시기가 올 텐데 이때 정부가 규제 완화 등 정책을 내놓는 시점이 맞물리게 되면 회복될 수 있는 여지는 있다고 생각한다.투기과열지구 등 규제지역 완화, 대출 규제 완화, 정비사업 안전진단 규제 완화 등 규제완화책이 추진되거나 8·16 대책 때 나왔던 신규 택지 발표나 1기 신도시 재정비 사업 등이 구체화되면 주택시장이 다시 활기를 띨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으로 본다.남은 하반기에는 부동산 시장이 경착륙한다고 보일 만큼 집값 하락 폭이 커질 것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 시기는 길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하반기 부동산 시장 최대 변수는 금리 인상 속도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라고 본다. 연말까지 추가 금리 인상 단행은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금리 인상 요소 외에는 부동산 정책의 구체적인 속도나 깊이가 관건이 될 것이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집값 하락 폭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낙폭이긴 하지만 아직까지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 과거 하락기에는 거래량이 많은 상태에서 집값이 떨어졌지만 현재는 거래량이 없는 상황에서 일부 급매물이 거래되면서 집값이 떨어진 것이기 때문에 동일하게 보기 어렵다. 지금 상황은 거래 표본이 매우 적기에 통계에 왜곡 현상이 있다고 봐야 한다. 전체 약 1만가구 중에 30가구 정도만 거래되고 있는 것이기에 집값 하락을 논하기엔 무리가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부동산 시장이 경착륙하지 않도록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이를 위해서는 시장에서 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전면적인 세제 개편을 단행해야 한다. 보유세를 높이고 거래세를 낮추는 방향으로 개편해야 주택 거래량이 증가하고 시장이 안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현재는 문재인 정부 시절 추진했던 보유 억제·취득 억제·매도 억제라는 3불 정책이 그대로 시행되고 있는데 새 정부가 국민들을 설득하고 야당과 협치를 통해 전면적인 조세 개편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하반기 부동산 시장 최대 변수는 금리와 글로벌 시장의 경제 불확실성이다. 기준금리 인상은 하반기 부동산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오르고 매수세가 약화될 수밖에 없다. 또한 이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규제 완화 속도가 더딘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부동산 경기가 하락 기조에 접어들 수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이번 집값이 최대폭으로 급락한 가장 큰 이유는 단기간 주택가격이 급등한 것과 고점인식 영향이 크다. 추가 금리인상 우려 등으로 매수심리가 크게 위축됐고, 초급매물 위주로 소수의 거래와 매물가격 하향 조정이 지속되며 하락폭이 확대된 것이다.또한 금리인상에 따른 전세대출 이자부담 가중으로 전세가격 상승에 제약이 생겨 매매수요로 전이효과가 낮아진 것도 한몫했다.이번 최대폭 집값 급락 하락 속도는 예상보다 빨랐던 것 같다. 앞서 소득대비 집값과 거래량축소 등으로 수요이탈과 함께 집값에 대해 지나치게 높다는 평가가 상당히 많았다. 여기에 미국의 인플레이션으로 연방준비제도(Fed)가 빠르고 큰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기 때문이다.현재는 저금리 시대인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유발시킨 것처럼 몇 년간의 저금리 유동성이 부동산 버블을 만든 환경과 매우 닮아 있다. 다만 지금은 경기침체까지 이어지지 않아 단기간 급락이후 연착륙 할 것으로 본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해 현재와 같이 시장을 모니터링 하면서 규제와 완화에 속도조절을 할 필요가 있다. 전세사기 등 시장교란에 대한 처벌도 강화해 시장안정에 기여할 필요가 있다.아울러 현재는 높아가는 대출금리 시장동향을 파악하고 세심하고 점진적으로 시장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규제지역 해제 시 규제로부터 좀 더 자유롭다는 점에서 거래활성화에 일정부분 기대해 볼 수 있으나, 현재 하락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반등은 어렵다고 본다.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돼 비규제 지역이 된 대구 서구도 같은 기간 동안 아파트가격은 하락세가 더 가팔러졌다.부동산 시장은 금리 영향력이 주택가격 변동 영향요인과 기여도가 크기에 올해 하반기까지 하락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금리인상이 정점이 아닌 점과 추가금리 인상 가능성 등을 고려했을 때 내년 하반기까지도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지난 5년간 상승세가 쉼 없이 이어진 상황에서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가 맞물리다 보니 조정 폭이 더 크게 느껴지고 있다. 하지만 오름 폭이 워낙 컸던 것을 감안하면 집값을 되돌린다는 성격이 강하다고 보인다. 부동산R114 자료를 보면 올해 서울 집값은 평균적으로 보면 아직까진 강보합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 임기 당시인 지난 2017년부터 2021년 사이 서울 주택 가격 누적 상승 폭이 100%에 달하는 등 집값이 두 배가량 올랐기 때문에 쉬어가는 과정이 한 번은 필요했고 현 상황은 그렇게 해석할 수 있다.시장이 한 번 꺾여서 장기 침체로 간다면 다시 회복하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도 부동산 시장 경착륙을 원하지 않을 것이고 연착륙을 유도할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시장이 빠른 속도로 위축되면 정부 차원에서 장기 침체를 막기 위해 규제 완화 등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려 할 것이다. 다만 지금은 정부가 규제 완화와 관련해서도 속도감 있게 추진하다가 다시 뒤로 물러선 느낌이 강하고 지난달 발표한 8·16 공급 대책도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빠져 있어서 정책 효과가 검증이 안 된 상황이다.일단 금리 인상 폭이 어느 정도까지 오르냐에 대한 문제가 올 하반기 부동산 시장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본다. 그리고 규제지역 완화, 정비사업 규제 완화 등이 실행된다면 시장에서도 저렴한 급매물 정도는 소화되면서 분위기가 전환될 수 있다. 매수자 우위 시장이기 때문에 수요자가 어떤 판단을 하는지가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본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집값 급락은 금리인상, 집값 고점인식, 수요자 거래관망, 금리인상, 경기 둔화 등의 영향으로 주택가격 하향 조정과 저조한 주택 거래현상으로 인해 나타났다고 본다.다만 외환위기와 글로벌금융위기와 같은 경기 및 경제충격 등 크러쉬가 터지지 않고, 고물가 문제도 내년 해결된다면 기준금리가 정점을 지나 아주 심각한 상황으로 전이되기에는 제한적이라고 판단된다.이번 집값 폭락 예고는 시그널이 있는 것도 있었고 없는 것도 있는 복합적인 상황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경기부양을 위해 풀었던 유동자금이 부동산시장에 유입되며 부동산 자산가격이 소득 증가보다 빨리 급등하는 문제를 내포하고 있었다.여기에 미·중 무역분쟁, 우·러 전쟁 등으로 원자재 및 에너지 수급불안, 글로벌 유통망에 문제가 생기며 고물가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금리인상으로 이어졌고 부동산 시장에도 큰 악재가 된 것이다.다만 예고된 문제도 있었지만 글로벌 변수가 많았고 지난해 8월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으로 1년 안에 기준금리가 0.5%에서 2.5%로 급등하며 생각보다 빨리 주택시장에 타격을 가하고 구매심리를 위축시켰다.이럴 때일수록 정부는 금리인상기 시장 경착륙을 예방하기 위한 디레버리징 정책(자기자본 대비 차입비율에서 차입비율을 낮추는 것)과 저리대환대출을 통한 한계차주 예방 대책이 필요하다.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 해제 여부, 종부세, 양도세 등 세금과 관련된 명료한 정책 방향성과 법 개정 관련 여야 합의가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다.앞으로 부동산 시장은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거래관망 속 저조한 주택거래와 가격 약세장이 이어질 것으로 판단된다. 한동안 집값이 제자리에 머물거나 떨어질 가능성이 보이는 상황에서 금리인상기 높은 이자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대출로 무리하게 집을 사는 의사결정은 어려운 문제일 수밖에 없다고 본다. kjh123@ekn.kr, giryeong@ekn.kr수도권 아파트 청약 당첨자 미계약 1년새 두 배로 늘었다. 연합뉴스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서진형 경인여대 교수(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