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국토 면적 16.5%에 국민 92.1%가 몰려 산다

국토 면적의 16.5%에 해당하는 도시지역에 전체 주민등록 인구의 92.1%인 4715만 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도시화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높으며, 미국·일본 등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도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은 수준이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국토정보공사는 도시 인구 비율과 개발행위허가 건수 등을 분석한 '2024년 도시계획현황 통계'를 23일 발표했다. 주민등록상 총인구 5122만 명 중 도시 지역 거주 인구는 92.1%(4715만 명)로 전년과 동일한 수준이었다. 도시 면적은 1만7639㎢로, 전체 국토의 16.5%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행정구역상 도시 인구 비율은 2000년까지 급속히 증가하다가 2005년 90.1%를 기록한 이후, 안정기에 접어들어 현재까지 90% 초반대를 유지 중이다. 통계청이 지난해 유엔(UN)에서 권고하는 인구 격자(1㎞×1㎞)를 활용한 통계적 지역분류체계에 따라 작성해 발표한 평균 도시화율도 2021년 기준 90.7%로 비슷한 수준이다. 유엔이 2020년 OECD 국가 평균 도시화율을 75%로 산정해, 2050년까지 OECD 평균 도시화율이 약 84%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 것보다 높은 수치이다. 지난해 기준 주요 선진국인 미국의 도시화율도 83.52% 수준으로, △프랑스 82.04% △캐나다 81.98 % △일본 92.13%과 비슷하거나 다소 높았다. 아울러 국민이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도시·군계획시설은 총 36만6000개소, 면적으로는 7196㎢로 분석됐다. 이 가운데 교통시설(도로·철도 등)이 2302㎢(32.0%)로 가장 많았고, 방재시설(하천·유수지 등) 2242㎢(31.2%), 공원·녹지·광장 등 공간시설이 1208㎢(16.8%)로 뒤를 이었다. 불필요한 시설은 지속 해제돼 10년 이상 토지보상이 이뤄지지 않은 장기 미집행 도시·군계획시설은 지난해 340㎢로 1년 전보다 36㎢ 줄었다. 부동산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개발행위허가 건수는 3년 연속 감소해 10만 건대로 떨어졌다. 지난해 개발행위허가는 18만6080건으로, 전년(20만5464건) 대비 9.4% 줄었다. 개발행위허가는 난개발을 막기 위해 토지 형질변경, 건축물 건축, 공작물 설치 등을 할 때 지자체장의 허가를 받도록 한 제도를 뜻한다. 연간 허가 건수는 2016∼2018년 30만 건대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개발행위허가 유형별 비중은 △건축물 건축 9만769건(48.8%) △토지 형질변경 5만949건(27.4%) △공작물 설치 2만7,401건(14.7%) 순이었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4만2225건으로 전체의 22.6%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이어 전남(2만651건), 경북(2만5건) 등에서 높게 나타났다. 반면 국토 전체의 용도지역 면적은 간척사업 등의 영향으로 소폭 증가했다. 주거·상업·공업·녹지 등으로 나뉘는 용도지역 총 면적은 전년보다 0.3%(356㎢) 늘어났다. 도시지역 내 용도지역별 비중은 녹지지역이 71.2%로 가장 높았다. 이어 주거지역(15.8%), 공업지역(7.2%), 상업지역(2%)이 뒤를 이었다. 5년 전과 비교했을 때 도시지역 내 주거지역 83㎢(3.1%↑), 상업지역 10㎢(2.8%↑), 공업지역 58㎢(4.8%↑)은 증가하고, 녹지지역은 다소 감소 (76㎢, 0.6%↓)했다. 비도시지역에서는 농림지역이 55.6%로 가장 비중이 컸으며, 계획관리지역(13.7%), 자연환경보전지역(13.4%), 보전관리지역(11.6%) 순이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단독] 국회 예산정책처 “6·27 대책, 출산·양육 가구엔 예외 둬야”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6·27 대책'이 본격 시행된 가운데,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주택 공급에는 예외를 두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22일 '주거지원 사업 종합 평가' 보고서를 통해 출산·양육 가구를 위한 대출 규제 완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예정처는 획일적인 현행 LTV·DSR 제도가 신혼부부와 자녀 양육 가구의 주거 접근성을 가로막고 있다며, 자녀 수에 따라 주담대 비율을 최대 80%까지 높이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저출생 대응과 실질적 주거 지원을 연계하기 위해서는 금융 규제의 생애주기 맞춤형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예정처는 “현행 LTV·DSR 제도는 신혼부부나 자녀 양육 가구의 주거 접근성을 제약하고 있다"며 “생애주기와 자녀 수에 연계한 차등적 대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지난 6·27 대책 이후 생애최초 주택구입자는 LTV 최대 70%까지 대출이 가능하지만, 무주택자나 1주택자(처분 조건부)는 규제지역 50%, 비규제지역 70%로 제한돼 있다. 그러나 자녀 1명을 둔 가구에는 LTV를 75%, 2명 이상인 경우 최대 80%까지 올려주는 등 혜택을 줄 필요가 있다는 게 보고서의 주장이다. 다만 무분별한 대출 확산을 막기 위해 7억원 이하 대출한도 등 안전장치가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DSR 산정 방식도 유연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는 연소득 기준으로 대출 원리금 상환 비율을 산정하지만, 출산·육아로 인한 일시적 소득 감소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구조다. 예정처는 “복직 예정 소득이나 과거 평균 소득을 기준으로 연소득을 재산정하는 방식으로 DSR 산정 기준을 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예정처는 신생아 특례 대출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제기했다. 이 제도는 출산 가구에 특례금리를 적용해 주택구입·전세자금을 지원하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고소득층의 대출 갈아타기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윤석열 정부 시절 소득요건을 계속 완화했다다. 정부는 2023년 1억3000만원이던 기준을 2024년 맞벌이 기준 2억원까지 상향했다. 예정처는 “2024년 대환 대출 중 8000만원 초과 소득자의 비율은 약 51%로, 신규 대출보다 고소득 집중도가 높다"며 “정책이 저출생 문제 해결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있는지 면밀히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정책 목표와 수단 간 괴리를 점검하지 않은 채 자격 요건을 완화하는 것은 정책의 정당성과 지속 가능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상환 구조도 문제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구입자금의 경우 특례금리 적용이 5년, 전세자금은 4년으로 한정돼 있다. 이후 일반 정책금리나 시중금리로 전환되면서 금리 변동 위험과 상환 부담이 급증할 수 있다. 특히 청년층은 최장 30년간 장기 채무 상태에 놓일 수 있으며, 이는 소비 여력을 제약하고 내수 위축으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예정처는 “향후 대출 정책은 단기적 수요 자극이나 양적 확대에 머물 것이 아니라, 정책 간 연계성과 상환능력을 고려한 지속 가능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특례금리 종료 시점에 대한 사전 고지 의무, 소득 기반 상환 유예 장치 마련 등 실효성 있는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특검 수사 조직적 방해 국토부…행정 신뢰 어디로

국토교통부가 '김건희 특검'의 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사건 관련 '수사 방해' 저격으로 벌집을 쑤셔 놓은 분위기다. 대대적인 수사와 감사가 예고됐고, 행정 신뢰를 초래했다는 자성론이 나온다. 반면 정치인 등 윗선의 지시를 따랐을 뿐 정권이 바뀔 때마다 애먼 공무원만 때려잡는다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21일 국토부 안팎에 따르면, 오정희 김건희 특검보는 지난 18일 브리핑을 통해 “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관련 의혹 사건을 조사하던 중, 국토부 직원들의 조직적인 수사 상황 공유와 대처 행위가 포착됐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국토부 A 과장을 중심으로 직원들이 수사와 관련해 말을 맞추는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특검팀은 국토부 2차관을 지낸 김희국 국민의힘 전 의원이 수사가 본격화된 이달 초 국토부 도로정책과 직원을 불러모은 사실을 확인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특검이 조사 중인 서울–양평 고속도로 김건희 일가 특혜 의혹은 지난 2021년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노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토부가 2023년 5월 김건희 일가의 땅이 포함된 강상면을 종점으로 하는 변경안을 발표해 불거졌다. 이후 논란이 되자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은 돌연 사업을 백지화했다. 국토부는 특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수정된 노선이 교통량이 많고 환경 문제와 주민 수용성 면에서도 기존안보다 낫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다만 최근 국토부가 공개한 자체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종점 변경안이 담긴 타당성 조사에서 용역 업체가 경제성 분석과 종합평가를 이행하지 않았음에도 용역 대금을 지급한 점이 드러났다. 국토부 직원들이 국회에 관련 자료를 제출할 때 종점부 위치 변경 검토가 담긴 4페이지 분량을 고의로 제외한 사실도 확인됐다. 더욱이 최근 추가 의혹이 폭로되면서 국토부 직원들의 개입 정도도 더 확인될 지 주목된다. 이와 관련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 유튜브에 출연해 “실은 이렇게 본인 땅으로 고속도로를 휘게 시도했던 사례가 또 있다"며 “강원 쪽에도 김건희 씨네 땅이 또 있어 그쪽으로도 고속도로를 휘게 하다 문제가 제기돼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의혹들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국토부는 양평 고속도로 의혹 뿐만 아니라 윤석열 전 정부 당시 국책 행정 전반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상황에 처할 전망이다. 국토부 내부에서는 자성론이 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의 한 관련 인사는 “아무리 위에서 강하게 압박을 했어도 너무 무리한 행정 행위라면 거부했어야 한다"면서 “12·3 비상계엄이 군인들의 소극적 저항 때문에 무위로 그친 반면 국토부에서는 윗사람들의 전횡을 누구도 견제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반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 바람이 불고, 대대적인 감사, 정책 뒤집기 등이 반복되면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국토부는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 사업부터 문재인 정부 이후 부동산 통계 조작 의혹까지 연이어 정책 감사 대상이 됐다. 특히, 4대강 사업 관련 감사원 감사는 다섯 차례나 진행됐으나 결과는 정권에 따라 상이했다. 통계 조작 사건 역시 부동산원 직원들의 진술이 감사원의 회유와 협박에 의해 허위로 조작됐다는 증거가 제시된 만큼, '정치 프레임'에 시달릴 만큼 시달렸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다. 대통령 중심제나 삼권분립, 행정 관료제라는 원론적 틀 아래에서 대통령이나 장관의 결정을 관료가 거부할 수 없는 데다, 형식적으로 거부권을 보완한다고 해도 결국 윗선에서 담당자를 바꿔버리면 그만인게 현실이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권력자가 비리를 저지르려 하면 이를 막을 방법이 사실상 없다. 관료가 그런 지시를 거부할 권한이 있어야 한다고 쉽게 말하지만 고위층에서 누구에게 득이 되게 하기 위한 조치를 취한 건지, 다른 정치 판단인지 실무자인 관료가 판단해 업무를 거부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선거나 감사, 국회의 감시 기능 등을 통해 행정적 절차나 정치적으로 통제하는 메커니즘으로 문제를 확인하는 것"이라며 “이 같은 이슈는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반복되지만, 공무원의 저항권이나 정치적 결탁 문제를 일관되게 이야기하긴 어렵다. 본인이 괴롭기는 하겠지만 많은 경우에 그러려니 하고, 일신상의 이득을 얻고 싶은 자가 자청해서 한 후 승진해 있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주택시장 교란 ‘주범’ 몰린 HUG…“공급 보증에만 주력해야”

이재명 정부가 주택 시장은 물론 자산 구조 개편 등 한국 경제의 '근본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전세 제도의 사실상 '퇴출'을 예고하면서 전세보증 관련 기관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운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택용 토지 공급에 주력하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땅 장사꾼' 소리를 들으며 대대적인 개편이 예고된 것처럼 HUG 또한 '개혁 대상'으로 제도 개편, 업무 조정이 추진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HUG의 전세대출보증을 주택 시장을 교란시켜 온 '주범'으로 지적하면서 공급자 보증이라는 본인의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2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HUG는 주택도시기금의 운용·관리를 담당하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비사업 자금대출, 모기지 보증 등을 수행하는 주택 보증 전문기관이다. 주거 안정을 위해 분양보증과 전세대출 보증,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등도 함께 맡고 있다. 문제는 HUG 등의 전세대출 보증이 오히려 전세 가격을 끌어올리는 데다, 전세보증금 반환제도의 허점이 오히려 전세사기를 늘렸다는 점이다. 실제로 국토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전세자금대출 보증이 3.8% 증가할 때 전세가격은 연간 8.21%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주거비 완화 효과가 줄어드는 데다 특히 수도권에서는 오히려 주거비 부담이 증가한다는 분석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최근 전세금 반환보증 제도가 전세보증금을 부풀리는 역할을 해 집값 상승기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특히 아파트보다 시세 산정이 어려운 빌라에 '전세금 100% 반환 보증'을 제공한 2017년 이후, 전세가격이 급등하고 역전세·전세사기 피해가 잇따랐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HUG가 2013년부터 2023년 말까지 집주인을 대신해 임차인에게 지급한 대위변제액은 총 9조800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회수된 금액은 2조5000억원에 불과해 미회수율이 74%에 이르렀을 정도이다. 올해 상반기에도 HUG의 대위변제액은 1조2376억원을 넘어섰다. 이러한 손실 구조는 HUG가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3년 연속 '미흡(D)' 등급을 받은 배경이 됐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전세금의 과도한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적용 등 제도 전반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HUG가 대신 지급하는 '손해보험' 형태의 구조적 한계를 개선하기 위해, 보증금 반환 의무를 보다 명확히 하는 등 전세 관련 보증의 대대적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아울러 한 기관이 감당할 수 있는 업무에 한계가 있는 만큼, 전세 관련 보증은 주택금융공사에 이관하고, HUG는 공급자 보증 등 본연의 역할에 집중해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임대보증보험에 가입했음에도 시행사가 계약금과 중도금을 공사대금으로 유용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주택조합이나 협동조합 사업에서는 HUG의 보증이 악용되거나 제도의 허점이 드러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로 인해 강원도 춘천 입주예정자대표회의 측은 시온토건과 새마을금고, HUG를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시작한 바 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HUG는 공급자 보증을 담당하는 기관인데, 전세는 소비자 대상인지 공급자 대상인지 애매하게 들어와 있는 구조"라며 “소비자 보증은 주택금융공사가 담당하는데 두 기관 업무가 중첩되는 부분이 있어 하나는 소비자, 하나는 공급자 보증을 나눠 맡게 하도록 새 정부 차원에서 역할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정권 교체해도…” 국토부 산하기관에 ‘尹의 사람들’ 가득

지난 6.3 조기 대선으로 정권이 교체됐지만 국토교통부 산하 기관에는 여전히 윤석열 정부가 임명한 기관장들이 다수 재임하고 있어 새 정부 국정 과제 실행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17일 정관계 등에 따르면 현재 국토부는 건설부동산 관련 공기업 등 15곳의 산하기관을 관리·감독하고 있다. 국토부 산하 기관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등 국내 공기업 중에서도 인력 및 예산규모 측면에서 손꼽히는 대형 기관들이 많다. 그만큼 국토부 산하 기관은 국민 실생활과 밀접히 관련돼 있을뿐더러 국가 정책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따라서 주무부처인 국토부의 지휘 아래 산하기관들의 일사분란한 업무 수행 능력이 중요하다. 문제는 현재 15개 국토부 산하 기관 수장 가운데 현 정부가 임명한 인사는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사장과 이사장들은 대부분 전 정부 당시 선임됐다. 다만 이 가운데 몇 곳은 자진사임 등의 사유로 수장이 공석인 경우가 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20일 '2024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경평)'를 발표하면서 경평에서 미흡(D) 등급을 받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유병태 사장이 최근 자진 사임했다. SR도 D등급을 맞아 이종국 사장이 국토부에 사표를 냈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의 양영철 이사장도 미흡한 경평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직서를 썼다. 문재인 정부서 임명됐다가 윤 정부 임기 도중 물러나 현재까지 수장이 공석인 국토부 산하기관도 있다. 한국공항공사는 윤형준 전 사장이 문재인 정부 임기 말기인 2022년 2월 취임한 후 전 정권 임기 중인 2024년 4월 자리에서 물러나 현재까지 후임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부동산원의 경우 손재락 원장이 문재인 정부 당시였던 2021년 2월 임명돼 2024년 2월 임기를 마쳤지만 후임 인선이 늦어지면서 현재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김일환 국토안전관리원 원장도 문재인 정부 임기 말 임명된 후 현재까지 재임 중이다. 나머지 국토부 산하 기관 9곳은 여전히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한 인사들이 수장 자리를 맡고 있다. 우선 국토부 관할 공기업 중에서 가장 덩치가 큰 대표기관인 LH와 코레일의 사장들이 대표적이다. 이한준 LH 사장은 2022년 5월 윤 대통령 당선 이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활동하다가 그해 11월 LH로 자리를 옮겨 현재도 여전히 LH를 이끌고 있다. 한문희 코레일 사장도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2023년 7월 코레일 수장에 임명돼 현재도 코레일을 대표하고 있다. 이 밖에 어명소 한국국토정보공사(LX) 사장, 이성해 국가철도공단(KR) 이사장, 정용식 한국교통안전공단(TS) 이사장, 김정희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KAIA) 원장, 김복환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사장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앞서 열거한 기관 수장은 국토부나 관련 공기업에서 내부 승진한 경우로, 업무 관련성이나 전문성 측면에서 인정을 받은 경우다. 하지만 한국도로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국민의힘 중진 출신 의원들이 윤 전 대통령의 '보은성 인사'로 국토부 산하 기관 중에서도 노른자위 핵심 공기업 수장 자리를 꿰차 논란이 크다. 함진규 도로공사 사장은 국민의힘 출신 2선 의원으로 19대(2012년 총선)와 20대(2016년) 국회의원을 거쳐 윤석열 정부 임기 중인 2023년 2월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도로공사 사장으로 임명됐다. 이학재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국민의힘 출신 3선 의원으로 18대(2008년), 19대, 20대 국회의원을 거쳐 2023년 6월 윤 전 대통령이 인천공항 사장으로 내정했다. 국토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국민 생활과 밀접한 업무를 수행하는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들의 책임자들이 전혀 성향이 다른 이재명 정부의 정책 방향을 제대로 이행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자율성과 독립성 보장 차원에서 임기를 끝까지 수행하는 것도 명분이 있지만 정책의 일관성과 대국민 책임성 차원에서는 알아서 자리를 비우던가 교체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이재명-김윤덕 ‘LH’ 겨눈 쌍끌이 칼날…대수술 신호탄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출근 첫 일성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대대적인 개혁을 예고하면서 LH의 미래에 관심이 쏠린다. 대수술을 앞에 둔 LH 내부 분위기는 결국 올 것이 왔다며 처분을 기다리는 모양새다. 16일 부동산시장 등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전날 정부과천청사로 첫 출근을 하면서 “LH에 대해 능동적, 적극적인 개혁을 해달라는 주문을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받았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가 데뷔전의 첫 상대로 LH를 지목한 것은 그만큼 이 대통령이 LH에 대해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이 크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오래 전부터 LH가 토지를 매입하고 이를 민간 업체들에 팔아 이득을 보는 구조를 뜯어고치겠다는 생각을 가져왔다고 전해진다. LH가 결국 땅 장사를 하고 있고, 이는 투기의 일종이라고 보는 시각이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국무회의에서 LH가 택지를 조성해 민간에 매각하는 구조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사실상 LH의 전통적인 사업구조에 대해 전면적인 검토 지시를 내리면서 LH의 개혁은 확정된 상황이다. 문제는 방향이다. 이 대통령 문제의식이 'LH의 땅 장사'에 꽃혀있는만큼 해당 기능을 덜어내는 방안이 우선적으로 거론된다. LH가 2009년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의 합병으로 인해 탄생한만큼, 다시 이를 쪼개는 것이 유력하다. 전통 수익구조인 민간 대상 토지 매각 관행을 타파하기 위해선 기존 조직을 유지한 채로는 LH가 수행하는 토지사업 행태가 획기적으로 전환되기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결국 조직을 아예 해체하고 LH의 토지업무 부문 조직 및 인력은 자체 공공개발에 집중하는 한편으로, 기존 공공주택 업무는 새로운 조직이 전담해 공급확대에 나서게 될 전망이다. 국토부는 김 후보자의 발언이 나온 당일 후보자의 일성이 LH의 조직 분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는 아직 명확하게 대통령의 LH 개혁방안이 공표되지 않은 상황에서 LH 관할 정부 부처인 국토부가 서둘러 진화에 나서 선을 그은 상황일 뿐이다. 이 대통령이 LH에 대해 가진 문제의식의 심각성을 고려하면 LH의 분리는 아직도 충분히 예상가능한 시나리오라는 분석이다. 더군다나 2021년 LH 직원 땅 투기 사건으로 도덕적 해이에 대한 질타를 받은 것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여론도 아직 몇 년 전의 투기 사태로 LH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이번에야말로 LH 대개혁을 확실하게 이루기 위한 방안으로 조직 해체 카드까지 고려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새 정부 들어 대통령과 국토부장관이 연이어 메스를 들고 대대적인 개혁을 예고하면서 LH 내부 분위기는 사기 저하와 함께 드디어 올 것이 왔다며 체념하는 분위기까지 감지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LH 직원은 “투기 사건으로 인해 공사 차원에서 여론을 상대로 할 말도 크게 없는데다, 새 정부 들어 개혁의 최우선 타깃이 되면서 내부 분위기도 침체된 것 같다"며 “그냥 일반 직원들은 하루하루 맡은 업무를 하면서 새 정부의 처분만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는 “LH가 혁신을 이루려면 먼저 솔선수범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기존의 전통적인 민간 대상 토지 매각 사업이 아닌 자체 사업을 통해 공공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LH의 공공 기능 강화를 위해선 재원 확보가 최우선 사항"이라며 “국민 리츠를 통해 국민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공공성을 확보한다던가, LH의 주식시장 상장을 통해 자금을 확보해 공공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이상한 ‘국토부 도시대상’ 시상 기준…“공정성 의문”

국토교통부가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도시의 지속 가능성과 생활 인프라 수준을 평가해 실시하는 '대한민국 도시대상'의 시상 기준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수원시와 고양시가 각각 1등상과 2등상을 받았는데, 비슷한 시기 다른 평가 결과와는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국토부를 상대로 '홍보'를 잘 한 지자체들이 주로 수상했다며 심사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15일 국토부와 정책연구원 등에 따르면 이날 부산 벡스코에서 국토부 주관으로 열린 '2025년 대한민국 도시대상' 시상에서 1위인 대통령상에 경기 수원시, 2위인 국무총리상에 경기 고양시를 선정해 각각 시상했다. 수원시와 고양시가 '도시의 자생력 확보와 공동체 회복을 위한 도시재생 정책' 부분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라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그런데 다른 연구기관의 평가는 전혀 달랐다. 지난 1일 한국정책연구원이 현역 국회의원 18명과 함께 여의도 국회에서 실시한 '제2회 대한민국 지속가능도시 평가 공동세미나'에서 발표된 지속가능도시 평가 결과에서 두 도시는 중하위권에 처져 있었다. 연구원이 평가한 올해 시민행복도시 1위 지차체(이하 75개 기초지방자치단체 자치시 기준)는 경기도 과천시다. 평가 점수는 100점 만점에 82.897점이었다. 이어 2위는 경기 화성시(82.568점)가, 3위엔 경기 이천시(81.846점)가 올랐다. 그런데 국토부가 1위로 평가한 수원시가 7월 연구원의 시민행복도시 평가에선 13위(78.978점)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또 국토부 평가에서 2위인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경기 고양시에 대해 국토부는 안전, 교통, 복지, 환경, 행정 5개 분야의 스마트 기술을 적극 활용해 도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 점에 주목했다고 선정 근거를 들었다. 즉, 차상위상을 받은 고양시가 생활 인프라 부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것이 국토부 설명이다. 연구원의 지속가능도시 평가에서 이에 해당되는 평가 영역은 혁신미래도시 평가 결과다. 연구원이 올해 혁신미래도시 1위로 꼽은 지자체는 경기 과천시로, 84.602점을 받았다. 그리고 국토부가 생활 인프라 측면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준 고양시가 정작 연구원의 올해 혁신미래도시 평가에선 37위(74.514점)에 그쳐, 평가 대상에 오른 75개 지방 자치시 가운데 중위권에 위치했다. 이에 일각에선 실제 잘하고 있는 지자체보다는 국토부를 상대로 정책 홍보를 잘한 지자체가 우수 평가를 받은 게 아니냐며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실제로 하철호 국토부 도시정책과 사무관은 “예년의 경우엔 공식 통계 수치 등 정량적인 요소를 중점 평가했다면 올해 평가부터는 현장 발표를 통한 정성적 평가 요소를 더했다"며 “정량적 요소에 집중한 국회 발표(정책연구원 평가 결과)와 달리 국토부 현장 발표에선 고양시장을 비롯해 수원시 고위 관계자들이 다수 참석해 정책 홍보에 나서 평가위원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정천우 국토부 도시정책과장도 “국토부 평가는 연구원의 도시 지속가능성 평가에 더해 공식 통계 수치 외에도 얼마나 우수한 실무 정책을 시행했는지 여부도 중요시 한다"며 “평가 기준과 요소가 다르기에 같은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데도 순위는 다르게 나올수 있다"고 말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장·차관 인사 끝낸 국토부…김건희 특검 ‘압색’에 당혹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 국토·교통 관리를 책임질 국토교통부 수뇌부 인선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정치인 출신 김윤덕 장관에 실무 전문가인 이상경 1차관, 강희업 2차관 체제가 들어서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 가격 급등 상황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가 하면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삼부토건 주가 급등,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통계 조작 사건을 조작한 의혹 등에 휘말려 안팎이 뒤숭숭한 형편이다. 특히 김건희 특검의 본격 수사 대상에 올라 압수수색을 당하는 등 곤욕을 치르고 있다. 14일 정치권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토부는 양평 고속도로 사업 관련 압수수색, 삼부토건과의 수상한 연루 의혹 등으로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날 오전 김건희 특검이 서울~양평간 고속도로 노선 변경 특혜 의혹과 관련해 국토부와 해당 용역업체 등을 압수수색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2017년 국토부의 고속도로 건설계획에 포함된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다. 윤석열 정부 시절 기존 예비타당성조사(A안)가 통과됐지만, 2023년 5월 국토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에 김건희 일가의 땅을 통과하는 '강상면 종점안(B안)'을 제시하며 특혜 논란이 불거졌고, 원희룡 당시 장관이 갑자기 전면 백지화했다. 김건희 특검은 세종시에 있는 국토교통부 장관실, 한국도로공사 설계처, 양평고속도로 사업 당시 용역을 맡았던 동해종합기술공사와 경동엔지니어링 사무실 등에 수사관을 보내 내부 보고서와 결재 문건, PC 내 파일 등을 확보했다. 지난 5월에도 국토부는 경찰에 의해 도로정책과가 압수수색을 당한 바 있다. 원 장관이 연루된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도 국토부를 정면으로 겨누고 있다. 당시 원 전 장관이 참석하며 급격한 관심을 받은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을 계기로 삼부토건 주가가 급등세를 탔다. 국토부는 이 과정에서 담당 차관이 포럼 나흘 전에 이응근 전 삼부토건 대표를 면담하는 등 이를 간접적으로 지원하는데 동원됐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최근 한국부동산원의 문재인 정부 시절 통계 수치 조작 사건이 다시 불거진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감사원이 올해 초 김현미 당시 장관 등 고위 관계자들이 통계를 조작하도록 지시내렸다고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최근 당시 부동산원 직원들의 진술이 감사원의 회유와 협박에 의해 허위로 조작했다는 증거가 제시되면서 사태가 '조작의 조작' 의혹으로 번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국토부가 최근 서울 아파트값 상승 등에 따른 부동산 대책 과정에서 소외된 것도 문제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후 단순 규제를 넘어 근본적으로 집값을 잡기 위해 부동산 패러다임을 바꾸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국토부는 '부동산 정책 주무 부처'로서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 부처가 국정 기조 전환의 선봉에 서기 위해선 일관된 정책 추진력과 내부 사기가 필수적이지만, 국토부는 그 점에서 가장 취약한 부처로 꼽혀왔다는 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정권교체 이후 정책급변에 관한 공무원의 인식 탐색(한승주 명지대 교수) 논문에 따르면, 국토부는 정권 교체 시 정책 기조 변화율이 가장 높게 나타난 부처로, 평균 51.4%에 달했다. '소극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려는 경향'에 대한 부처별 평가에서도 국토부는 중소벤처기업부와 함께 최하위권(평균 5점)에 포함됐다. 이는 전 정부의 핵심 정책들이 다음 정부에서 홀대받는 데 그치지 않고 다음 정부가 출범한 후 전담 조직이 해체되거나 격하되는 사례가 반복돼, 실무진 사이에서 '지난 정권의 일을 빌미 삼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부동산 업계는 흐지부지된 정책의 대표 격으로 문재인 정부 당시 이뤄진 공공재개발·공공주택복합사업, 공공분양 활성화 정책 등을 꼽았다. 한문도 명지대 실물투자분석학과 겸임교수는 “당시 모아타운을 키우면서 소규모 정비구역의 원래 의도였던 가로주택이나 소규모 개발은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고, 문재인 정부 대표 안건 중 하나인 3기 신도시 공급 역시 윤 정부가 들어오며 민간 건설사를 위하다 보니 늦춰진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기자의 눈] 진통제 맞은 부동산 시장…‘규제 쇼크’ 다음 처방은?

지난달 27일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대출 규제 대책은 시장에 강한 신호를 던졌다. 다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은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무주택자와 1주택자에게는 수도권 규제지역 내 주담대 한도를 최대 6억원으로 제한한 것이 핵심이다. 1주택자의 갈아타기 수요는 실거주 요건을 충족하면 예외가 허용된다. 여기에 생애최초·신혼부부 특별대출 등 정책 대출의 보금자리론 전환 제한, 전세·신용대출 규제 예고, 실거주 요건 강화까지 더해지며 사실상 '영끌 매수'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읽힌다. 이광수 '광수네 복덕방' 대표는 새 정부의 이같은 강력한 규제 정책을 두고 최근 유튜브 '매불쇼'에 출연해 “1주택자가 전세자금 대출로 집을 사는 경우가 속출할 정도로 대출이 방만하게 운영됐다"며 “진보 정권 사상 처음으로 집값을 잡은 정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시장은 빠르게 반응했다. 서울 아파트값은 대책 발표 직후 상승세를 멈추고 하락세로 전환됐다. 일부 지역에선 급매물이 늘고 매수 문의도 줄었다. 급등하던 전세가율도 진정 기미를 보인다. 정부의 대출 규제가 단기적 '진통제'로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근본 치료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단기적 수요 억제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해법은 결국 공급"이라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수도권 분양은 급감했고, 2021~2023년 착공 감소 여파가 올해부터 반영되기 시작했다. 서울의 상반기 신규 아파트 공급은 2000년대 이후 최저 수준이다. 정부 규제로 수요는 눌러도 공급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으면 집값 반등 가능성은 살아 있다. 한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진통제는 아픈 걸 잠깐 멈추게 할 수는 있지만 병을 낫게 하진 못한다"며 “공급과 시장 구조에 대한 처방이 없으면 이번 규제도 일시적 효과에 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다음 대책은 실수요와 투기 수요를 더 정교하게 가르는 방향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고가 주택, 다주택자, 외국인 매수에 대한 풍선효과가 재차 감지되기 때문이다. 실수요자는 보호하되 투기적 수요엔 날카로운 규제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번 대책이 실수요자에게 체감되려면, 집값이 일정 기간 안정되거나 하향 흐름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적 조건이 뒷받침돼야 한다. 지금은 단지 '사면 안 되는 분위기'가 아니라, 매수심리가 위축된 시기일 뿐이다. 심리를 안정시킬 해법은 명확한 공급 정책과 예측 가능한 제도 설계다. 진통제를 처방한 정부가 이제 고민할 차례다. 다음은 해열제일까 항생제일까. 정답은 병의 원인에 얼마나 정확히 접근하느냐에 달려 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문재인 시즌2 아니네?”…이재명표 부동산정책 ‘호평’에 탄력받는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초강력 부동산 대출 규제를 발표하며 한동안 시장이 술렁였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부동산 정책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5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전 정부 때보다도 긍정 평가가 높아진 만큼 향후 추가 규제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단, 전월세 등 시장 안정을 위한 공급 대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7∼9일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0일 발표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53%,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29%로 긍정 평가가 더 우세했다. 특히 경제적 상위 계층과 중위 계층, 2주택 이상 보유자의 경우 긍정 응답 비율이 각각 60%, 56%, 52%에 달했다. NBS는 스스로 인식하는 경제적 지위가 높을수록 정부 정책에 대한 평가도 긍정적인 경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6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제한하고, 매수 시 6개월 내 전입신고 의무를 부과하는 등 '갭투자' 차단을 위한 강도 높은 대출 규제를 시행한 바 있다. 눈에 띄는 점은, 지난해 1월 윤석열 정부가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신축 오피스텔·빌라·지방 미분양 주택 구입에 대한 세제 혜택, 부동산 PF 지원 등 부양책을 내놓았을 당시보다 현재 정책에 대한 긍정 평가가 더 높다는 점이다. 실제로 4개 기관이 공동 조사한 2024년 1월 25일자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당시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32%에 불과했고,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59%에 달했다. 또, 규제를 쏟아냈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는 2021년 4월 8일 기준 80%가 '잘못하고 있다'고 답해, 이번 조사 결과와는 뚜렷한 대조를 이뤘다. 김효선 NH부동산수석위원은 “이번 정책 호응도가 높은 건 대출 규제가 투기 수요를 효과적으로 억제해 과열 양상이 다소 진정됐기 때문“이라며 지역균형발전 등 중장기 방향을 언급해 향후 부동산 정책 방향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되는 점도 크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한 공인중개사도 “이 정부 출범 이후 집값이 꾸준히 오르던 추세였지만, 이사철이 아닌 비수기라 전반적인 상승 폭에 제한이 있던 상황"이라며 “이사철이 오면 매물이 늘어나며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예측됐던 만큼 조급했던 실수요자들로 인해 정책 반응이 긍정적으로 나타난 듯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신고가 경신이 잇따르던 서울 아파트 시장은 대출 규제 이후 거래량과 매수 문의가 눈에 띄게 줄며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서울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대출 규제 직전인 6월 넷째 주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43%였으나 직후 0.40%로 소폭 둔화됐다. 7월 첫째 주에는 0.29%로 상승 폭이 더 축소됐다. 이처럼 대출 규제가 일부 효과를 보이며 국민 여론도 우호적으로 돌아선 만큼, 정부가 예고한 추가 대책도 추진 동력이 붙을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이번 대출 규제는 맛보기일 뿐"이라며 “공급 확대책과 수요 억제책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규제 추가 카드로 담보인정비율(LTV) 상향 제한, 전세·정책대출에 대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지정 등을 꺼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반면,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 집값 폭등 당시 교훈을 감안해 양도소득세·종합부동산세·취득세 등 세제는 건드리지 않으려는 분위기다. 이르면 이달 말 발표될 세법개정안에도 대대적인 부동산 세제 개편은 없을 가능성이 높다. 김효선 NH부동산수석위원은 “대출 규제를 넘어 집값 안정까지 이어지게 하기 위해 현실적으로 가능한 공급 대책이 필요하나 사실상 이미 다 나왔던 정책"이라며 “문재인 정권 때 시행했던 정책들이 실제 성과로 연결되지 않는 부분들을 개선해 빠르게 입주까지 이어지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이번 대책으로 인해 전세 가격이 계속 상승할 여지도 있어, 전월세 안정화를 위한 공급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