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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첫 국토부 장관은 누구?…인선 지연에 ‘설왕설래’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국토교통 관리를 책임질 첫번째 국토교통부 장관 인선이 지연되고 있다. 다른 주요 부처 장관 인선이 모두 끝난 상태여서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관가 안팎에서 이런 저런 말들이 나돌고 있다. 워낙 까다롭고 '잘해도 본전'인 부처라 후보자가 쉽게 나서지 않고 있으며, 몇몇 인사의 경우 인사청문회 부담을 이유로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윤석열 정부 때 임명된 박상우 현 장관을 유임시키는 방안까지 거론됐지만 본인이 사양했다는 후문이다. 정관계에선 여당의 중진 의원들 중에서 임명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2일 국토부 안팎에 따르면, 이 대통령과 측근들은 현재 정권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는 국토부 장관 후보자 지명을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직전 민주당 집권 시기인 문재인 정부 시절 부동산 시장을 잘못 관리하면서 가격 급등을 막지 못해 정권 교체로 이어졌다. 주무 부처인 국토부 장관을 누가 맡느냐가 자칫 정권의 명운을 가를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과 민주당 등은 재집권 한 달 남짓 지나고 있는 이날 현재까지도 국토부 장관 후보자 지명을 하지 못한 상태다. 부동산학 관련 교수 등 학계·전문가나 전현직 고위 관료, 여당 내 의원 등 크게 3가지 분류의 후보군들을 놓고 목하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교수와 관료 출신 인사 몇 명에게 장관직 자리가 제안됐지만 여러 가지 사유로 내정 작업이 순탄치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대외적으로는 인사청문회 부담을 이유로 고사하는 모양새지만, 속내는 국토부장관 자리가 '잘해도 본전, 못하면 끝'인 '독이 든 성배'가 된 모양새라 사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정책 실책으로 정권 자체가 흔들렸고, 전임 장관들이 책임과 비판을 모두 뒤집어 썼던 상황을 지켜본 예비 후보자들이 손사레를 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도 교수와 관료 출신은 선호하지 않고 있다는 후문이다. 최근 서울 아파트 시장이 달아오르고, 6억원 대출 전면 규제 등 관련 대책이 연이어 발표되는 상황이다. 신임 국토부 장관은 시장과 여론을 모두 상대해야 해 정책적 내공과 언론·정치권·대중을 모두 상대할 수 있는 '전투력'을 가져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때 박 장관의 유임설이 나돌기도 했다. LH 사장 재임 당시 조직을 잘 이끄는 등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고, 장관 임기도 무난하게 수행했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당시 국무회의에 참석하지 않았고, 이후에도 꾸준히 비판적 입장을 밝혀왔다. 또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오유경 식품의약처장 등 이미 전례도 있다. 하지만 박 장관 스스로 유임 제안을 사양한 것으로 전해졌다. 작년 연말부터 올해 초까지 탄핵 정국에서 지속적으로 사의를 표명할 정도로 현직에 미련이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른바 '친명'으로 불리우는 여당 의원들 중 정책적 전문성이 있는 중진급들이 임명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검찰 등 사법 개혁과 행정 개혁이라는 중책을 책임질 법무부·행정안전부 장관에 친명계 중진 의원인 정성호 의원과 윤호중 의원을 낙점했듯, 민생의 가장 시급한 현안이고 정권의 명운을 가를 수 있는 부동산 시장 관리를 책임질 국토부 장관 후보자 자리도 비슷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관계에서는 6선 조정식 의원이 거론된다. 20대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고, 이번 대선에서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정권 재창출의 공이 크다. 정책위의장을 맡고 있는 3선 진성준 의원도 유력 인사 중 하나로 꼽힌다. 국토부 관료 출신인 3선 맹성규 의원도 카드 중 하나다. 한 국토부 고위공무원은 “국토부장관 자리가 사실상 정권의 운명을 뒤흔들 정도로 중요한 요직이 됐는데 결정이 늦어지면서 직원들도 불안해 하면서 갈피를 못 잡고 있다"며 “이번 주 안에는 지명이 이뤄지지 않겠냐고 보지만, 만약 다음 주 초까지 결정이 안 될 경우 시장의 혼선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 임진영 기자 ijy@ekn.kr

[이슈&인사이트] 눈물로 짓는 지역주택조합 제도의 전면 재검토 필요성

부동산 정책은 우리 국민 자산의 70% 이상을 부동산이 차지한다는 점에서 피부에 직접 와닿는다고 느끼곤 한다. 지금까지는 부동산 경기가 폭등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수년간 공사비 급등으로 주택 공급 물량이 급속하게 감소하고 있다. 기존 신도시 등 정부 정책에 따라 대규모로 공급된 주택들의 노후화도 상당히 진행되고 있어 향후 재건축 등 정비사업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한번 오른 공사비는 내려갈 기색이 없고, 노후계획도시정비법은 선도지구 지정 이후에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이다. 주요 정책 당국자들이나 부동산 경기에 민감한 정치인들 역시 이러한 상황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정부에서 며칠 전 발표한 주택담보대출 한도 제한 정책을 보면 새 정부 들어 다시 부동산 경기가 불안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최근 지역주택조합이 조합원 충원을 쉽게 하도록 가입자 자격을 완화하는 주택법 개정안도 부동산 가격 불안에 대한 대응을 위해 공급대책 중 하나로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 지역주택조합 제도는 단지 정부의 주택 공급을 위한 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선택지가 아니다. 주택법에서 정하고 있는 지역주택조합은 도시정비법의 재개발·재건축 조합과는 사업 추진 구조가 다르다. 토지와 건물 소유자들이 자신들의 토지와 건물을 내놓아 함께 개발사업을 하는 재개발·재건축 사업과 달리 지역주택조합은 타인의 토지와 건물을 매수해 개발사업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주택조합의 발기인들이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조합원들을 모집하고, 타인의 토지와 건물을 매수해 건물을 짓게 되는데, 조합원을 모집하는 과정부터 큰 비용이 든다.모집 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해 가입자 모집 1명당 1천만 원 이상의 수수료를 지급하며, 조합원 모집을 위한 홍보용으로 수억 원을 들여 광고지를 주문하고, 광고 현수막을 건다. 조합 가입자의 계약을 유도하기 위해 설치하는 홍보관 임차와 시설비로 십수억 원을 지급하기도 하는데, 때로는 같은 모집대행사와 계약한 다른 지역주택조합에서 이미 만들어 놓은 홍보관을 그대로 인수하면서도 막대한 비용을 지급한다. 이렇게 조합 가입자들이 모집되면 다시 사업구역 토지의 사용권원과 소유권을 확보하기 위한 소위 '지주작업'을 하는데, 이 용역을 진행하면서 다시 상당한 수수료를 지출한다.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사업자금이 없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 비용과 별개로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할 때 작성하는 가입계약서에는 업무대행사에 지급하는 용역비를 가입자가 별개로 나눠 지급하는 조항이 있는 경우도 많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업무대행사는 도시정비사업의 정비업체보다 외주 용역계약으로 업무는 적게 하면서도 용역비는 더 많이 받아 가기도 한다.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 뒤에서 업무대행사가 수렴청정하면서 현실성 없거나 관계 법령에 어긋나는 사업계획을 세워 조합원을 모집해 사업 초기에 용역비를 거의 다 받아 간 뒤에는 실제 사업 성공에 관심이 없는 도덕적 해이도 발생한다. 처음 지역주택조합 제도 도입 당시와 현재 시대, 경제적 상황도 많이 달라졌다. 지역주택조합은 사업구역의 타인 소유 토지를 최종적으로 95% 이상 매수해야 사업이 성공할 수 있어 토지 확보가 극히 어렵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 도시지역에는 나대지가 별로 없고, 넓은 면적에 적은 수의 필지로 구성된 곳도 그다지 없으니 지방 비도시 지역에서나 가능한 사업이다. 이렇다 보니 운 좋게 부동산 경기를 잘 탄 일부 외에는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성공하기 어렵다. 사업 투명성을 확보하고, 조합원 보호를 위해 관리·감독을 강화한 2020년경 주택법 개정 이후에는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새로 시작된 사례가 거의 없다는 것은 지역주택조합이 과연 현재 가능한 사업인지 역설적으로 답이 될 수 있다. 이런 문제의식이 있던 서울시 등 지자체에서는 국토교통부에 지역주택조합 관련 제도 개선을 계속 건의해 왔다. 하지만 국토교통부에선 지역주택조합이 원칙적으로 민간사업이므로 규제와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원칙적 입장을 내세워 외면해 왔다. 이 과정에서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한 국민은 늘어나고, 가입자들의 피해도 늘어 갔다. 이제는 해산을 원하는 기존 지역주택조합에는 출구 전략을 제시하면서 제도 자체를 폐지하거나, 존치한다면 도시정비사업처럼 제도를 전면적으로 변경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기존에 지역주택조합에서 탈퇴한 조합원을 충원할 수 있도록 조합원 자격 요건만 완화한다면 이로 인해 눈물 흘리는 피해자만 늘리는 부작용을 피하기 어렵다. 양희철

“서울 집값 급등은 수요 폭발 탓…尹정부가 불 질러”

최근 서울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며 시장의 불안 심리가 심화되자, 급등의 원인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전임 윤석열 정부가 원인을 제공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종합부동산세 감세, 대출 규제 완화, 무차별적인 정책금융 지원 등이 집값 급등세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동의하면서도 12.3 비상계엄과 탄핵 등으로 억눌렸던 수요가 최근 분출되는 등 여러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만큼 대책도 다층적이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1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달 넷째 주 기준 서울 아파트 주간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43% 상승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2018년 9월(0.45%) 이후 약 6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이다. 특히 성동구와 용산구는 1% 가까이 급등하며 통계 집계 이래 최대 상승폭을 기록해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이에 대해 정부 여당은 야당 소속 지자체와 전임 정부가 원인을 제공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26일 “(국민의힘 소속)오세훈 서울시장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하면서 서울 아파트값 상승이 촉발됐다"며 “윤석열 정부는 2022년 금리 인상기에도 대출 규제를 완화한 뒤 이를 방치했고, 이후에도 종합부동산세 감세, 대출 확대, 정책금융 지원 등 집값 부양 정책으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택 공급계획, 3기 신도시, 공공재개발 등 공급 정책을 다시 점검해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서울시가 지난달 13일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한 이후, 송파구 등 강남권 아파트 시장은 급등세를 보였다. 2018년 이래 가장 크게 올랐고, 마포, 용산, 성동 등 대체 지역으로 추가 확산되면서 '패닉바잉'을 자극했다. 전문가들도 이러한 주장에 일정 부분 공감하고 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세금 완화 및 정책금융 확대가 집값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라며 “집값이 오른 이유는 복합적이지만, 낮은 금리로 자금을 쉽게 조달할 수 있고 주택 구입 시 세금 부담도 적기 때문에 투자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 것은 맞다"고 말했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는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를 80%까지 완화했다. 특례보금자리론의 경우에도 LTV 70%가 적용돼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인 13억원 주택의 경우 약 9억1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했다.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과 맞물려 대출을 받아 집을 사려는 이들이 몰려들었고 결국 가격이 급등했다. 반면 복합적인 현상이라는 분석도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윤석열 정부의 정책이 시장에 영향을 주긴 했지만, 이를 전적으로 규제 완화 탓이라고 보기만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일부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 규제가 완화되고 특례보금자리론이 도입된 것은 서민 실수요자들을 위한 것으로 상급지 가격 급등과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과열의 배경에는 억눌렸던 수요의 분출이 있다고 윤 랩장은 강조했다. 주택은 상가처럼 구매 결정을 무기한 미룰 수 없는 자산이나, 계엄령과 탄핵 등 정치적 변수로 최근 시장에는 수요가 억눌려 누적됐다. 따라서 의사 결정을 유보하던 수요자들이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 집값 급등의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6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5728건으로, 한 달 전(8031건)보다 수치상으로는 낮다. 하지만 실거래 신고 기한이 거래 후 한 달 이내라는 점을 고려하면, 6월 거래량은 5월 거래량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시장의 전망이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대출 조였는데…이재명 정부 ‘세제 개편’ 카드 꺼낼까?

정부 여당이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사상 최강의 대출 규제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다. 시장에선 '세제 개편'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출 규제나 주택 공급 등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므로 '구조적 해법'인 세제 개편을 통한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 해소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 여당은 일단 '세제 개편' 논의에 선을 긋고 있다. 이날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MBC 라디오에서 “지금 당장 부동산 세제 개편을 검토하기는 어렵다"며 “이재명 대통령께서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고 약속하신 바 있기 때문에, 당장은 검토할 사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도 이날 국무회의에서 “최근 주택, 부동산 문제로 약간의 혼선과 혼란이 있었다"며 “다행히 최근 주식시장과 금융시장이 정상화되면서 대체 투자 수단으로 조금씩 자리 잡아가는 것 같다. 이 흐름을 잘 유지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같은 정부 여당의 기조는 보유세 강화 등 부동산 세제 개편이 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조치로 해석된다. 실제 문재인 정부는 2018년과 2020년 양도세를 강화해 다주택자의 매도를 유도했지만, 중과세 시행 5개월 뒤 서울 공동주택 가격이 급등하는 등 세제 개편이 오히려 시장을 왜곡하는 원인이 됐다. 이에 교훈을 얻은 민주당과 이 대통령은 자본시장 강화에 정책 초점을 맞춰 투자자, 개인들에게 자산 증식을 위한 '대체 수단'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부동산으로의 자산 집중 현상을 해소, 자연스럽게 집값을 잡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굳이 '벌집'인 부동산 세제를 건드리기보다 자본시장을 육성시켜 투기 수요를 잠재우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똘똘한 한 채'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선 세제 개편이 필수라는 의견이 많다. 효과적인 시장 안정을 위해 서울 및 수도권 수요를 보다 직접적으로 분산하고 매물을 늘릴 수 있는 세제 개편이 유력한 대안이라는 것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세금, 대출, 공급 정책 모두를 통해 수요를 분산시켜야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해법은 세제 개편"이라며 “현재 '똘똘한 한 채'나 신축 선호 현상의 배경이 현행 세제 체계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주택 수 기준의 과세가 서울 수요를 자극하는 게 현대판 이촌향도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수요가 한쪽으로 몰려 있는 한 공급 확대만으로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수요 분산과 효율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유세는 강화하되 거래세는 낮춰 매물이 시장에 유입되도록 해 공급 확대를 보조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세금을 더 걷기 보다는 고가 1주택자와 다주택자 간의 형평성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다. 예컨대 공시가격 12억원 미만의 주택 한 채를 보유한 사람은 종합부동산세를 내지 않지만, 공시가격 3억 원짜리 주택 3채를 보유한 사람은 종부세를 납부해야 한다. 이 같은 과세 체계가 1주택을 유도하긴 했으나 수익성이 높은 지역으로 수요가 몰리게 해 서울 집값을 밀어올리는 부작용을 내고 있는 만큼 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윤석열 정부가 강행한 종부세, 양도소득세 완화 조치를 원상 회복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종부세 기본공제액을 1인당 6억원으로 복구하고 1세대 1주택자에 대한 세액공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보유세 강화 뿐 아니라, 여전히 남아 있는 투기 유발 규제도 함께 정비해야 한다"며 “지역균형발전도 시급한 과제로, 수도권 인구 집중에 구조적인 변화가 없다면 수도권 선호는 줄어들지 않아 주택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초강력 대출규제에 DSR 강화까지…“수요 잡았지만 공급은?”

지난달 27일 단행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6억원 제한에 이어 1일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조치가 시행됐다. 대출 문턱이 대폭 높아지면서 수요 심리는 진정되고 있지만 실수요자를 위한 공급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속도 있는 공급 전략을 주문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부터 스트레스 금리를 반영한 DSR 3단계가 적용됐다. DSR 한도는 40%로 유지되지만,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한 가산금리(1.5%포인트)를 추가하면서 대출 가능 금액이 줄어든다. 예를 들어 연 소득 6000만 원인 차주가 주택을 구입할 경우, 기존엔 최대 4억5000만 원까지 가능했지만 이달부터는 3억~3억2000만 원 수준으로 축소된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7일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통해 수도권과 규제지역의 주담대 한도를 6억 원 이하로 제한하고, 다주택자에겐 대출을 전면 금지했다. 생애최초자 주택담보인정비율(LTV)는 기존 80%에서 70%로 낮아졌고, 실입주 요건도 강화됐다. 향후 전세자금대출에 대해서도 스트레스 DSR 적용 확대가 검토되고 있다. 시장은 빠르게 냉각되고 있다. 서울 강남권의 한 중개업소에 따르면 “문의는 있었지만, 대출 얘기만 나오면 다들 주저앉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직방이 지난달 말 앱 이용자 52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선 '향후 1년 내 주택을 매입할 계획'이라는 응답이 73.1%, 매도 계획은 54.8%에 달했다. 매수·매도 심리 모두 높아진 듯 보이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막차 심리"가 작동한 결과로 보고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 랩장은 “DSR 3단계보다 더 강력한 6억 원 한도와 실입주 요건이 적용되면서 7월 이후 고가 수요는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시장 전반에 관망 분위기가 짙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의 정책 대출 공급과 각종 규제 완화, 기준 금리 인하로 촉발된 서울 집값 급등세가 이번 대책으로 진정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장기적인 집값 안정화를 위해선 공급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서울 아파트 인허가 물량은 2022~2024년 기준 직전 3년 대비 15% 줄었고, 착공 물량은 35% 가까이 감소했다. 인허가만 받고 착공에 들어가지 못한 단지도 적지 않다. 착공이 줄어들면 분양 가뭄으로 이어진다. 대출 규제만으로는 집값을 잡기 어려운 만큼 공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규제 효과도 오래가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최경호 '어쩌면 사회주택' 저자는 “대출 규제는 불을 끄기 위한 소방차일 뿐"이라며 “공공·사회주택 같은 실질적인 공급 대책이 병행돼야 시장이 안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에서도 문재인 정부 시절 시행된 15억 원 초과 주담대 금지 조치의 효과는 6개월에 그쳤고, 상승세는 상급지에서 하급지로 옮겨간 것으로 나타났다. 유경원 상명대 교수는 “'지금 아니면 못 산다'는 심리가 퍼져 있는 상황에선 대출 규제만으론 한계가 있다"며 “강한 수요가 존재할 땐 시장이 다른 방식으로 반응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결국 핵심은 심리다. '지금 아니면 늦는다'는 불안을 잠재우려면, 공급 신호가 반드시 따라야 한다"며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처럼 상징적인 정책 카드라도 시장에 던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공적역할이냐 실적이냐”…전세사기 소방수 HUG의 딜레마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부진한 실적과 낮은 경영평가 결과로 수장 교체라는 사태를 맞이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공기업 본연의 역할인 전세사기 문제 해결 등 공적역할을 수행하려다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실적 악화를 감안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일 HUG 등에 따르면 지난달 말 사의를 표명한 유병태 HUG 사장의 의원면직 검증 절차가 이르면 다음 주 완료돼 사표가 수리될 전망이다. 당초 임기가 내년 6월까지였던 유 사장은 HUG가 최근 2년 연속 경영평가에서 D등급 평가를 맞은데 따른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났다. HUG가 낮은 경평 점수를 받은 것은 실적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2022년 영업 손실 2428억 원을 입은 데 이어 2023년 3조9962억 원, 2024년 2조1924억 원의 영업 손실이 났다. 그러나 HUG와 같은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공기업들에게 단순히 영업 손실 규모라는 획일적인 기준으로 경영 평가 점수를 매긴다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전세보증금을 떼인 사람들에게 전세금을 보험 형식으로 보상해주는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 보험'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이기 때문이다. 특히 2022년부터 '전세사기' 문제가 심화되면서 HUG가 집주인 대신 전세보증금을 대신 내주는 대위변제 규모가 급속히 늘어났다. 전세금을 떼인 사람들이 많아지고,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나가는 보험금이 증가하면 HUG 재무재표는 악화될 수 밖에 없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돕는 HUG 본연의 공적인 업무에 집중할수록 지출이 늘어나 적자가 커지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HUG는 전세사기 문제가 터지기 전인 2021년만 해도 영업이익 4941억 원을 거뒀었다. 전세사기 문제가 불거진 2022년부터 HUG 실적이 적자로 전환했다. 2023년엔 전세사기 현상이 범사회적 문제로 커지면서 HUG 손실액도 천문학적으로 늘어났다. 따라서 관련 전문가, 학계들 중에는 전세사기 문제 해결 최전선에 서 있는 기관의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 주도로 이뤄진 공기업 경영 평가에선 HUG의 특수성이 인정되지 않았다. 타 기관과의 형평성 문제 등을 고려해 어쩔 수 없이 실적에 대한 기계적인 정량 평가가 이뤄졌고 유 사장이 스스로 물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도 이같은 상황을 감안해 특별한 검증없이 신속히 유 사장의 사표를 수리하는 것으로 가닥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HUG 구성원들의 사기 저하도 문제다. 최근 2년간 낮은 경평을 받으면서 직원 성과급이 2023년부터 지급되지 않고 있다. 일종의 금융기관인 HUG의 경우 안 그래도 같은 업종의 민간 업체들이 평균 연봉과 처우가 월등한 상황이어서 이직 유혹이 심한 편이었다. 성과급 미지급으로 처우가 악화되면서 사기가 저하된 HUG 직원들이 다른 곳으로 이직 행렬에 나설 경우 '전세 사기 피해자 구제'라는 공적 기능의 저하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다행히 전세사기 특별법 시행과 처벌 강화까지 동시에 이뤄지면서 작년부터 전세사기 문제가 수그러든 것은 긍정적인 신호다. 일단 흑자 전환에 따른 실적 반등 분위기는 형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전세사기 피해 구제에 집중할수록 실적이 악화되는 'HUG 딜레마'에 빠지지 않도록 공사 자체적으로도 자구책을 마련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지급하는 보험금 규모가 앞으로 더 커질 것을 대비해 보다 세심하게 보증 제도와 보험 상품을 설계해 적자 폭을 줄이도록 해야 한다"며 “특히 새 정부와 면밀한 협의를 통해 부동산대책 마련 시 선제적으로 HUG가 선도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업무 영역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HUG 관계자는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공기관으로서 성과급이 지급되지 않는다고 해서 직원들의 사기가 저하된다던지 하는 문제는 딱히 없다"며 “전세사기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한 결과 작년 들어서부터 피해 결과를 줄이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아직 조심스럽지만 내부 분석 결과 올 연말엔 재무 상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경기도, 여주 가남에 27만㎡ 규모의 김동연표 산업단지 클러스터 조성

경기=에너지경제신문 송인호 기자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규제 완화를 통한 지역경제 성장을 위해 야심차게 추진해 온 경기동부 대개발 계획의 가시적 성과가 나왔다. 강민석 경기도 대변인은 이날 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주시 가남에 27만1663㎡(약 8만 2000평) 규모의 대형 산업단지 클러스터가 조성된다"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회견에서 “김동연 지사가 경기동부대개발 계획 일환으로 추진해 온 '여주 가남 일반산단 클러스터 조성' 안건이 지난달 27일 국토교통부장관 직속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면서 “이제 본격적으로 산단 클러스터 조성에 돌입한다"고 말했다. 여주시 등 동부권 8개 시군은 1983년 '수도권정비계획법' 시행 이후 자연보전권역으로 지정돼 40여 년 동안 개발이 제한돼왔다. 그런 수도권 '자연보전권역'에 들어서는 최초의 축구장 38개 크기 대규모 산업단지 클러스터는 그 존재 자체로 상징적 의미가 크다. 수도권정비계획법은 수도권 규제의 상징으로 이번에 조성될 산단은 견고한 수도권 규제의 빗장이 하나 풀리는, 아니 장벽이 하나 허물어진 것으로 도의 오랜 숙원이었던 수도권 규제의 합리화를 이뤄낸 결과여서 그 의미가 크다. 여주 산단 클러스터는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관련 업종을 중심으로 조성해 나간다는 것이 여주시의 계획이다. 필요한 행정절차를 마치고 연말부터 산단 클러스터 조성에 들어가 이르면 2027년 조성이 완료될 예정이다. 이 경우 반도체 산업 등을 중심으로 직접고용 859명, 간접고용 383명 등 총 1242명의 고용 창출이 기대된다. 특히 산단 클러스터에서 생성되는 일자리는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가지며 지역 인구의 유입 → 주택, 교육, 소비의 증가로 지역경제 전반의 선순환이 기대된다. 산업단지 클러스터 자체가 기관·인재 간에 지식, 자본, 기술이 빠르게 순환하는 생태계를 의미하기 때문에 다양한 경제적 시너지 효과를 낳을 거으로 전망된다. 도는 이번 산단 조성이 오히려 수도권정비계획법의 목적인 자연보호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동안 여주를 포함한 경기 동부권의 경우 전체 공장 7221개 가운데 92%(6640개)가 개별 공장 형태로 난립하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자연보전권역이란 이유로 규제를 강화하다 보니 경기동부권이 오히려 난개발의 온상이 되고 만 것이다. 소규모 공장의 단위면적당 폐수배출량은 산업단지 배출량보다 높아 오히려 수도권정비계획법의 목적과 달리 환경오염을 촉진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따라 이번 산단 조성으로 소규모 개별 공장이 난립했던 난개발 문제도 점진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강민석 대변인은 “김동연 지사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도는 여주 산단 클러스터를 시작으로 이재명 정부의 국토부와 협의해 수도권정비계획법의 입법취지를 살리면서도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길을 넓혀나가겠다"면서 “제2, 제3의 여주 산단 클러스터를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송인호 기자 sih31@ekn.kr

“간보고 빠진다는 건 오해”…삼성물산, 적극 수주 전략 변화 無

삼성물간 건설부문이 최근 일부 도시정비사업 수주전에서 이탈한 것을 두고 “간만 보고 빠진다"는 비판 여론이 일자 “적극적인 수주 전략에는 변함이 없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압구정2구역 입찰 불참을 계기로 수년 전처럼 “이익이 남지 않는 주택 사업은 더 이상 하지 않는다"는 기조가 생긴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오해'라고 해명한 것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최근 압구정2구역 입찰 불참 이후 '정비사업 소극론'에 시달리고 있다. 대치쌍용2차 등 앞선 사업지 철수 사례까지 거론되면서 시장 일각에서는 삼성물산이 정비사업 수주에 거리를 두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은 “우리를 '간만 보고 빠지는' 회사로 보는 프레임은 오해"라며 “압구정2구역은 조합의 이례적인 조건 탓에 사업 제안 자체가 어려웠던 케이스"라고 선을 그었다. 회사 측에 따르면 해당 조합은 대안설계 범위를 제한하고, 금융 조건도 CD(양도성예금증서)+가산금리 고정 수준으로 제한해 사실상 시공사의 차별화 경쟁을 원천 봉쇄했다는 설명이다. 삼성물산은 또 같은 시기 개포우성7차에는 정면으로 뛰어들었다. '래미안 루미원'이라는 신규 브랜드를 선보이고, 글로벌 설계사 아르카디스와 협업한 디자인을 내세우며 대우건설과 수주 경쟁 중이다. 광고물 선점, 조합 설명회, 현금 150억 원 투입 등 수주전 총력전이 이어지고 있다. 이 단지는 6778억 원 규모로,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은 지난 2020년 반포3주구 이후 5년 만에 다시 재건축 수주전에서 맞붙는다. 개포우성7차는 지하철 3호선 대청역과 수인분당선 대모산입구역, 영희초, 중동중·고, 삼성서울병원 등이 인근에 위치한 강남 요지로, 입지와 사업성 모두 우수하다는 평가다. 기존 802가구 단지를 최고 35층, 1122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재건축하는 사업이다. 포스코이앤씨가 중도 철수하면서 현재는 삼성물산과 대우건설 간 양강 구도로 좁혀졌다. 대우건설은 김보현 사장이 직접 현장을 찾는 등 수주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삼성물산은 이 같은 흐름이 단기적 변화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우리는 예전부터 신중하게 사업성을 검토해왔고, 올해 하반기엔 여의도, 잠실, 개포 등 강남권 프로젝트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재건축 속도가 붙은 여의도 대교아파트와 시범아파트도 주요 관심지다. 대교아파트는 서울시의 '패스트트랙' 1호 사업장으로, 다음 달 시공사 입찰공고가 예정돼 있다. 삼성물산과 롯데건설은 단지 외벽에 축하 현수막을 내거는 등 조기 홍보전에 나선 상태다. 시범아파트 역시 연내 시공사 선정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삼성물산·현대건설·대우건설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도시정비사업을 접었다는 얘기는 경쟁업체 등에서 퍼뜨린 루머라고 보는 게 맞다"면서 “오히려 '브랜드를 지킬 수 있는 사업'에 집중 투자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도 “우리를 '치고 빠지는 회사'로 보는 일부 시각은 사실과 다르다"며 “정비사업은 그 자체보다 고객 가치와 사업성을 얼마나 실현할 수 있느냐가 기준"이라고 말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국토부 차관에 ‘불로소득 환수론자’…재초환 제도 어디로 가나?

국토교통부 1차관으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제도의 필요성을 주장해온 이상경 가천대 도시계획조경학부 교수가 임명돼 향후 정책 방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재초환은 실효성 논란에 조합들의 반발로 아직도 실행되지 못하고 있으며, 공사비 인상에 따라 폐지론이 거세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29일 부동산 정책을 총괄할 신임 이상경 국토부 1차관은 부동산 개발이익의 공공 환수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해온 인물이다. 실제로 대통령실은 이 차관에 대해 “부동산 불로소득 차단과 개발이익 환수를 강하게 주장해온 대표적인 부동산 개혁론자"라며 “맞춤형 공공주택 확충 등 주거를 소유가 아닌 권리로 인식하는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을 주장해왔다"고 밝힌 바 있다. 전임 윤석열 정부는 재초환 폐지를 추진하며 실제 부담금 부여를 미뤄 왔다. 그러나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은 재초환 폐지를 지속적으로 반대해왔다. 현재 업계는 “올 게 왔다"는 분위기로, 조만간 부담금액이 통보되는 재건축 단지들이 속속 나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재초환은 재건축을 통해 얻은 초과이익이 8000만원을 넘을 경우, 최대 50%까지 환수하는 제도다. 건설업계는 재건축 활성화를 통한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강남 등 고급 주택 지역의 재건축 활성화에만 도움이 될 뿐이며, 거액의 불로소득을 환수해야 한다는 국민 정서도 만만치 않아 논란이 거세다. 실제로 국토부에 따르면 서울의 재건축 부담금은 가구당 평균 1억4741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초과이익은 조합 설립 시점부터 준공 시점까지의 집값 상승분에서, 해당 자치구의 평균 상승률과 공사비 등 사업비용을 제외한 금액이다. 서울 상급지의 경우 최대 3억9000만원 정도로 예상된다. 재건축시 건물주가 받는 수익이 그만큼 크고 이에 따른 시세 차익 기대도 높다. 더욱이 재초환은 강남이나 반포 등 일부 상급지를 제외하면 영향이 크지 않으며, 공급 물량 측면에서도 강남이 서울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높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즉, 강남은 실제 공급 물량보다 부동산 시장에서 갖는 상징성이 커, 부동산 과열을 억제하고 주식시장에 긍정적 신호를 주려는 정부로서는 재초환 폐지를 시사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반면 조합들은 지금은 재건축 부담금 대상이 아니더라도 실제 금액 산정은 준공 시점이 기준인 만큼, 오른 공사비로 인해 향후 재정적 부담이 커질 수 있어 부담이라는 입장이다. 이로 인해 전국 재건축 조합 70여 곳이 모인 전국재건축정비사업조합연대는 재건축 부담금 부과가 현실화되면 전 조합이 행정소송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조합의 기대와 국민의 눈높이 사이에 격차가 큰 건, 재건축은 기본적으로 땅값이 비싸야 수익이 나는 구조이기 때문"이라며 “재건축은 재테크 사업이자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수단이라 수익이 없으면 사업을 하지 않게 돼 있다"고 말했다. 일산처럼 땅값이 낮은 지역은 건축비만 평당 900만원 수준이나, 분양가를 높이기 어려워 재개발을 하지 못하고 사실상 집을 고쳐 사는 수준에 그친다는 것이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도 “아무리 강남 아파트를 갖고 있어도 3억 원을 부담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강남은 수요가 몰린 지역이나 재건축·재개발 외에는 신규 물량이 나오기 어렵고, 재초환이 해소되지 않으면 자금 부담 때문에 사업이 지연돼 폐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서울 아파트 공급을 위해서는 도시정비사업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도시정비사업은 서울 아파트 공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데다 수요 분산이 기대되는 3기 신도시는 아직 입주가 먼 상태라서다. 그나마 내년에 인천 계양에서 일부 입주가 시작될 예정으로, 대부분의 물량은 2030년 이후에야 입주가 가능할 것으로 전해진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초환도 당장 폐지해야 하고 공공기여나 임대주택 비율 확대 문제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공공기여 비율이 높아지면 사업성이 떨어져 결과적으로 공급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집값 ‘꼼짝마’ 메스 든 이재명 정부, 文 실책에서 배웠다

정부가 6억원 이상 주택담보대출 금지 정책을 발표하면서 주택 시장이 바짝 엎드렸다. 이재명 정부 출범 초기부터 서울 아파트 값이 크게 오르자 '역대 가장 강한 대출 규제'를 실시해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30일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27일 금융위원회가 가계 부채 관리를 위해 주담대 6억원 이상 대출 금지 등 강력한 금융 규제를 발표한 후 서울 부동산 시장이 확연히 소강 상태를 보이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 인근 A부동산 중개사무소 측은 “지난주 금요일 대책 발표 이후 주말 동안 매물 문의 등이 확연히 줄었다"며 “아직 집주인들이 호가를 낮추는 분위기는 아니다. 다만 주말 사이 고가 매물 몇 개 등은 다시 집주인이 거둬들였다. 이제 막 대책이 나왔으니 아무래도 시장 상황을 보고 다시 집주인들이 움직이려는 것 아니겠나"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 리센츠 아파트 상가 B부동산 중개사무소 관계자도 “대책 발표 전주만 해도 주말마다 집을 보러오겠다는 일정이 꽉 차 있었는데 이번 주말엔 대책 발표 영향으로 상당수 일정이 취소되거나 연기됐다"며 “매수 문의는 줄어든 대신 집주인들이 대책 발표 이후 상황을 묻는 문의가 간간히 들어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서울 동작구 흑석동 아크로리버하임 단지 내 C부동산 중개사무소 관계자도 “6억원 이상 대출이 막히면서 매수할 수 있는 사람들이 확연히 줄어든 것 같다. 여기 34평이 30억원에 계약서 쓰면 많게는 10억원 이상 대출을 받는 경우가 절반 이상은 된다"며 “집주인들은 가격 내려 내놓을 바엔 차라리 안 팔겠다는 분위기다. 근데 6억원 이상 대출이 안 돼 당분간 거래는 힘들 것 같다. 거래가 끊기면 호가도 계속 높게 유지되기 힘들 수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서울 아파트값 과열 현상이 가라앉고 있는 것은 정부의 이번 정책이 그만큼 강력하기 때문이다. 우선 6억원 이상 주담대를 일괄적으로 묶는 정책은 전례가 없던 경우다. 특히 서울 고가 아파트의 매수세를 꺾는 핀셋 규제 정책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6월 서울 아파트 매매 평균가는 13억8174만원이다. 기관마다 통계의 차이는 있지만 최근 서울 아파트 평균값은 12억원대에서 14억원대에 걸쳐있다. 즉 당국이 주담대 상한선을 서울 아파트 가격 평균가의 절반 가량인 '6억원'으로 정하면서 이른바 '영끌'하는 루트를 원천차단하는 효과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패닉바잉으로 인한 집값 과열 현상이 발생할 소지를 잠재운 것이다. 반면 평균가 이하 단지는 여전히 6억원 미만 수준의 주담대를 통해 충분히 거래가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놨다. '점진적 사다리 타기' 등을 통해 서울 아파트 거래에 나서는 실수요자 보호가 가능하도록 세심한 배려가 엿보이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지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기를 철저하게 반면교사 삼았다는 흔적도 감지된다. 문재인 정부가 세금 규제로 집값 잡기에 나선 결과, 민심과 여론은 오히려 돌아섰다. 서울 아파트 값도 세금 규제에 대한 거부심리로 오히려 더욱 뛰었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거부감을 들게 할 수 있는 세금 문제를 건드리기보다는 '서울 고가 아파트' 매수 심리만 직접적으로 누르는 6억원 이상 주담대 금지 카드를 내놓은 것이다. 특히 대통령실이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과거 문 정부가 '집값 잡기'에 섣불리 올인했다가 실패하자 정권 차원의 문제로 번지고 결국 대선 패배로 이어졌었다. 반면 대통령실은 이번 대책 발표 후 “금융위원회가 만든 대책"이라며 선을 그었다. 다만 논란이 일자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덧붙이긴 했다.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는 최근 유튜브 '매불쇼'에 출연해 “1주택자가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사는 경우가 속출할 정도로 대출이 방만하게 운영됐다"면서 “정책이 다음날부터 곧바로 시행되었고, 과거에 없던 새로운 정책을 도입한 점 등이 눈에 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전례없는 강력한 규제가 시행돼 효과가 기대된다. 진보 정권 사상 처음으로 집값을 잡은 정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대출을 받는 사람들이 아니라 은행, 금융권의 대출을 직접 통제하고 정책 대출도 25% 줄이는 한편 1주택 이상 소유자에게 대출을 하지 않고 만기도 30년 이내로 제한한 점, 전세입자에게만 전세자금 대출을 해주도록 한 점 등이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한 주택업계 관계자도 “이번 정책을 유심히 살펴보면 과거 민주당이 범했던 부동한 정책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상당히 똘똘한 방향으로 설계를 했다는 것이 눈에 보인다"며 “고가 아파트를 겨냥한 패닉바잉 영끌을 막고 저가 아파트 거래 활성화를 동시에 끌어내는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한 수로, 왜 이런 아이디어가 이제사 나왔나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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