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계기로 신용카드사들의 정보보호 역량력이 도마에 올랐다. 비용절감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고객 보호를 위한 노력이 희석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 8월까지 신용카드사들이 보고한 전산장애사고는 총 144건이다. 기업별로 보면 우리카드가 39건으로 가장 많았고, △하나카드(34건) △KB국민·삼성카드(16건) △신한카드(14건) △롯데카드(13건) △현대카드(12건)가 뒤를 이었다. 이 중 침해사고는 하나카드가 2건, 신한카드와 롯데카드는 각각 한 건이다. 신한카드의 경우 2021년 발생한 침해사고로 회원 73명이 1억7739만원의 피해를 입은 바 있다. 롯데카드도 이번 사고로 생긴 피해와 2차피해 전액을 보상한다는 방침이다. 정치권과 소비자들은 고객 정보보호가 실적 향상이라는 목표에 밀려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금융감독원이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카드사들의 정보기술예산 총액이 1조219억원으로, 전년 대비 0.6%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회원수 증가폭(1.9%)의 3분의 1 수준이었던 셈이다. 하나카드(841억원)와 우리카드(960억원)는 각각 10.8%·9.1% 줄었고, 삼성카드(1685억원)도 6.5% 감소한 탓이다. BC카드는 10년째 회원수가 가장 많지만 IT예산은 775억원으로 가장 적었다. 더 큰 문제는 이 가운데 정보보호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10% 정도라는 점이다. 지속적인 사이버 공격에 대응할 수 있었냐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징벌적 과징금 도입을 논의하고, 사이버 공격 대응을 위한 '개입'을 시사한 것도 이같은 흐름과 무관치 않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앞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보안투자를 불필요한 비용이나 부차적 업무로 여기는 안이한 자세가 금융권에 있지 않았는지 냉정하게 돌아봐야 할 시점"이라며 “금융권에 지난 10년 간 큰 사고가 없어서 금융회사에 보안 예산이나 인력·조직을 갖추는 것을 자율적으로 유도했는데 소홀했던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발언한 바 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올해까지 6년간 카드사 8곳의 IT 예산(5조5888억6400만원) 중 정보보호 예산이 5562억2900만원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카드는 올해 비중이 13.8%로 2020년 대비 4.4%포인트(p) 하락했으나, 여전히 다른 기업들을 상회했다. KB국민카드도 10.3%에서 14.9%로 끌어올렸다. 양사에서 침해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던 원동력으로 볼 수 있다. 하나카드는 10.3%에서 10.7%, 현대카드는 8.1%에서 10.2%로 높였다. 반면 신한카드의 경우 9.2%에서 8.5%, 삼성카드는 11.4%에서 8.4%, BC카드는 11.7%에서 10.4%로 줄었다. 전반적으로 비중이 컸던 기업들은 줄이고 적었던 기업들은 높였다. 특히 롯데카드는 2020년 14.2%로 높았으나, 올해는 9.0%로 5.2%p 줄었다. 강 의원은 카드사 8곳의 정보보호 예산 집행률이 82.5%에 머물렀다는 점을 지적했다. 올해는 8월 기준 58.9%에 그쳤다. 연말 '몰아치기'가 없다면 82.5%도 채우기 힘들다는 의미다. 롯데카드는 50.3%로 집계됐고, 지난해 역시 78.9%로 나타났다. 롯데카드 대주주 MBK파트너스 측에서는 최신 IT 인프라 구축에 1800억원을 투입하고 IT 인력 내재화율이 업계 최구 수준(32%)이라는 점을 들어 반박하고 있으나, 이번 사고로 명분을 잃었다는 평가다. 강 의원은 “카드사 해킹시 카드번호·유효기간·CVC를 비롯한 핵심 정보가 한꺼번에 빠져나갈 위험이 크고, 롯데카드 사태가 그 취약성을 여실히 보여줬다"며 “카드사 정보보호 규정이 전자금융거래법에 보다 현실적으로 명문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