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성우창 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초고액자산가’ 중심 자산관리(WM) 서비스를 고도화하는데 몰두하고 있다. 신속한 전문가 상담을 위한 온라인 라운지를 개설하고, 내년 세법 개정에 대비해 회계법인과 업무협약을 맺기도 한다. 국내외 초고액자산가의 비중이 빠르게 늘고, 그에 맞춰 다양한 비금융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WM 부문에서 초고액자산가 고객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투자금융(IB) 등 타 부문에서도 시너지를 일으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지난달 말경 초고액자산가 고객 대상 프라이빗 온라인 서비스 ‘패밀리오피스 라운지’를 오픈했다. 초고액자산가 고객이 세무·부동산, 기업금융, 가업승계 등에 대한 전문가 컨설팅을 원할 경우, 온라인 라운지를 통해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는 서비스다.또한 NH투자증권은 지난달 한영회계법인과 업무협약을 체결, 고객의 가업승계 컨설팅 지원을 강화했다. 같은 시기 한국투자증권 역시 삼정회계법인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초고액자산가 고객의 글로벌 자산 배분 및 투자, 자산승계 종합 서비스 강화에 나섰다.신한투자증권도 올해 초고액자산가 대상 WM 서비스 개선에 집중했다. 지난 1월 고액자산가 대상으로 전문 WM에 특화된 청담, 광화문 금융센터를 개점했는데, 이곳에는 씨티은행 출신 최우수자산관리전문가(CPC) 프라이빗뱅커(PB) 등 30명의 자산관리 전문가가 각각 근무하고 있다. 올 7월 조직개편으로 자산관리서비스본부도 신설했으며, 변호사, 공인회계사, 세무사, CFA 등 여러 전문직 분야 전문가들로 팀을 꾸렸다.이외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등 여러 주요 증권사들도 초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패밀리오피스 서비스를 마련하고 전문화된 WM센터를 개점하는 등 사업에 정성을 들이고 있다. 초고액자산가가 일반 자산가에 비해 빠르게 늘어나, WM 사업 분야에서 수익성이 높은 새로운 고객층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300억원 이상 자산을 보유한 ‘초고자산가’는 지난 2020년 국내에서만 약 7800명으로, 전년 대비 21.9% 많아졌다. 이는 전년 대비 10%대 증가한 다른 자산가층에 비해 높은 증가율이다. 크레딧스위스에 따르면 순자산 5000만달러 이상을 보유한 초고액자산가는 지난해 26만4000명으로 전년 대비 21% 늘었는데, 이는 일반 고액자산가가 동기간 9% 증가한 데 비해 가파른 성장세다.초고액자산가의 비중이 커지기 시작하자 ▲가업·자산승계 및 자선·기부 컨설팅 ▲아트·럭셔리 투자 ▲후속세대 대상 서비스 등 다채로운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기 시작했다. 이에 글로벌 WM사들이 그렇듯 국내 증권사들도 비금융 WM 서비스에 집중하기 시작했으며, 끝없이 변하는 초고액자산가의 요구에 맞춰 새로운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예를 들어 최근 눈에 띄기 시작한 증권사·회계법인 간 업무협약은, 내년 개정 적용될 세법에 가업상속공제 대상·한도 확대와 최대 주주의 증여주식의 할증평가 적용 대상 축소가 포함돼 향후 가업승계 수요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여서다.이런 초고액자산가 WM 서비스 강화는 리테일, IB 등 타 사업 분야와의 시너지로도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신한투자증권은 법인 오너와 일가족 등에 대한 생애주기 전반 금융 솔루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기업공개(IPO), 자금조달, 인수합병(M&A) 등이 포함됐다. 이를 기반으로 신한투자증권은 올 3분기 누적 IB 부문 수수료 수익을 2155억원 거뒀는데, 전년 동기(1454억원) 대비 48.3% 증가한 것이다.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초고액자산가는 WM 부문에서 미래에도 수익기여도가 높은 주요 고객층"이라며 "특화 분야 발굴, 전문 인력 확보를 통해 경쟁사와 차별화하고 변화하는 고객의 니즈를 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suc@ekn.kr(사진=에너지경제신문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