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국내 증권사의 해외점포 수익 비중이 해외 투자은행(IB)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만큼 글로벌 IB의 사례를 참고해 인수합병(M&A)을 통한 대형화, 현지화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특히 연기금 해외투자시 국내 운용사를 위탁운용사(GP)로 활용하는 전략도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 한국투자공사 사장 등을 지낸 최희남 자본시장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1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금융투자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2차 릴레이 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최 연구위원은 ‘금융투자업의 글로벌 영역 확대’라는 기조발제에서 "한국 경제는 2000년대 이후 노동 및 자본 기여 위축 등의 영향으로 잠재성장률이 단계적으로 하향 추세를 지속하고 있다"며 "금융투자업도 국내에서 투자 수익률이 저하돼 성장의 한계에 직면했다"고 설명했다.그는 "국내 기업의 국제화, 글로벌 경쟁력 제고 등으로 외국인의 국내 직접투자 규모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국내 투자자의 해외 직접 투자도 빠르게 늘고 있어 이들에게 경쟁력 있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실제 내국인의 해외직접투자 규모는 2011년 297달러에서 2022년 772억 달러로 증가했다. 이 기간 외화증권 보관금액은 76억 달러에서 880억 달러로 불었다. 최 연구위원은 "국내 금융사는 은행, 자산운용사를 중심으로 해외 진출이 활발히 이뤄졌다"며 "작년 9월 말 기준 금융사의 해외 점포 수는 489개로 2010년 기준 333개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금융사는 성장 잠재력이 큰 신남방 국가를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다. 지역별로 보면 아시아 지역 비중이 75%에 달한다. 국내 증권사, 자산운용사가 현지법인 설립 형태로 해외진출을 수행하는 점도 눈길을 끈다. 증권사는 해외점포 69개 가운데 현지법인 55개, 사무소 14개를 두고 있으며, 자산운용사는 해외점포 67개 가운데 현지법인이 47개, 사무소 18개다.최 연구위원은 "국내 IB의 자기자본, 순영업이익은 2010년 대비 지난해 기준 각각 2.2배, 4.1배 증가했지만, 여전히 자기자본 등 규모 면에서는 아시아 10위권 내 회사가 전무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증권사의 해외점포 수익 비중은 2021년 기준 전체 수익의 4.3%로 해외 IB의 10분의 1 수준"이라며 "2020년 기준 골드만삭스(40%), 모건스탠리(44%) 등 주요 해외 IB의 해외점포 수익 비중은 40~50% 내외로 한국 증권업의 10배 수준"이라고 짚었다.최 연구위원은 "글로벌 IB는 지주사, 겸업화에 기반해 차별화된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며 "골드만삭스는 중국에 독자적인 현지법인을 운영하는 한편 아시아, 아프리카 등에 진출을 확대하고 있고, UBS는 스위스에 본사를 두면서 북미, 아시아, 중동 지역에서 대부분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이치뱅크는 대기업 위주의 기업금융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으며, 씨티그룹은 초부유층을 타깃한 전단팀을 구성해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 중이다.그는 "국내 금융투자회사는 이러한 글로벌 IB 사례를 참고해 해외 금융사 또는 핀테크사 M&A를 통한 현지화, 대형화 전략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며 "국민연금, 한국투자공사의 해외 투자시 국내 금융사를 GP로 활용하는 등 연기금과 대기업 간에 동반 진출을 모색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언했다.이어 최 연구위원은 "부동산자산을 넘어 가계자산의 금융투자 상품 비중을 확대하는 한편 주요 연기금 OCIO(외부위탁운용관리)의 해외투자 비중 확대를 유도해야 한다"며 "정부는 해외당국과 소통을 강화하고, 현지 진출 금융기관 간에 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등 해외진출 지원에 대한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서울 여의도 증권가.(사진=에너지경제신문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