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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중기부 기술분쟁중재위 결정 대형건설사에 유리…손해 본 중소기업만 ‘억울’

[에너지경제신문 김준현 기자] 동반성장과 공정거래 준수에 앞장서 온 현대건설이 중소기업 기술탈취 이슈로 ‘최우수 명예기업’ 명성이 퇴색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기술보호 울타리 역할을 하는 중소벤처기업부 소속 중소기업기술분쟁조정·중재위원회(이하 중재위)는 현대건설에 대해 중소기업의 기술자료를 탈취했다고 인정하고, 현대건설이 해당 기술을 쓰지 못하게 할 것과, 기술탈취와 관련 보상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조정안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중재위, 현대건설 기술탈취 ‘인정’3일 에너지경제신문이 단독 입수한 중재위 조정안에는 현대건설과 중소기업 우진폼테크의 공동협약 기술이라고 지칭한 ‘케이슨 시공 및 이송에 관한 유압장비’를 △우진폼테크만이 사용하고 △현대건설은 실시료를 청구하지 않으며 △공동연구협약 해지 및 1억원을 보상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케이슨은 항만이나 부두 등 안벽과 교량, 방파제 등의 용도로 사용되는 항만 조성 핵심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케이슨 한 덩어리가 약 10층 높이 아파트 한 동과 비슷한 크기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이는 주로 공사현장에서 직접 제작해 바다로 바로 옮기는 방식으로 시공이 이뤄진다.이같은 케이슨 제작에 가장 중요한 공정 역할을 하는 새로운 방식의 ‘유압장비’를 우진폼테크가 국내 최초로 개발한 것이다. 일명 ‘핀앤홀’ 방식이라고 한다. 앞서 이전에는 스웨덴 회사 비깅우데만이 유압장비 제공을 독점했기에 국내 건설사들은 막대한 기술 로열티를 지불하고 해당기술을 사용해 왔다.이에 현대건설은 지난 2018년 2월 우진폼테크에 해외 독점 분야를 국산화하고자 우진폼테크의 핀앤홀 방식의 유압장비에 대한 현장 적용 시운전(목업 테스트) 협약을 제안했고, ‘공동연구협약’을 맺어 시운전을 진행한 결과 지난 2020년 11월 현장 적용성까지 확인했다.이 과정에서 현대건설은 우진폼테크에게 독점적인 용역계약을 주겠다는 것을 빌미로 이 중소기업 약 18건의 자료를 무상으로 가져갔다는 것이 피해업체의 주장이다. 또 상부에 보고할 실적이 필요하다면서 핀앤홀 방식에 대한 기술은 물론, 공동연구협약과 무관하게 별도로 보유하던 기술까지 공동특허출원을 요구했다고 한다.그러나 현대건설은 기술자료만 가져간 뒤 우진폼테크에게 용역계약을 주기로 약정한 인천 신항만 등 사업수주를 거부하고 일방적으로 거래를 끊었다고 피해업체는 주장하고 있다.또 현대건설은 공동으로 연구협약을 진행했으니 자신들도 50% 권리가 있어 해당기술을 사용하겠다는 주장과 함께, 우진폼테크가 이 기술로 영업할 경우 매출의 10%를 기술료로 달라는 터무니없는 요구까지 했다고 전해진다.법조계에 따르면 이번 중재위 조정안에 대해 법원 판결문과 같은 민사적인 판결의 실효성을 갖고 있다고 보긴 어렵지만 어느정도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있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 3월 충북경찰청 산업기술보호수사대는 산업기술보호법(산업기술의 유출 및 침해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수사에도 들어간 상태다.◇ 尹정부, 기술탈취 중범죄 규정최근 이같은 기술탈취 문제는 중소기업 혁신 의지를 약화시킨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진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3년간 특허 출원 경험이 있는 중소기업 300개 사를 대상으로 ‘기술탈취 근절을 위한 정책 수요조사’를 실시한 결과, 특허를 보유한 중소기업 10.7%는 기술탈취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국가적으로 대기업의 기술탈취 문제를 중범죄로 규정하면서 단호하게 사법처리하겠다는 입장까지 밝힌 바 있다. ‘식물위원회’로 지목됐던 중재위가 최근 폐지 위기에서 벗어나 존치하는 방향으로 결정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 비롯된다.이와 관련해 현재 우진폼테크는 중재위가 현대건설이 이 기술을 쓰지 않아야 한다고 판결한 것에 대해 동의하고 있다. 다만 1억원이라는 보상금은 현실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박영석 우진폼테크 대표는 "연구개발비 27억원, 거래처 단절 영업손실 비용 96억원이 발생한 상태다"라며 "현대건설의 기술탈취가 인정됐는데 기준 근거도 없는 1억원의 위로금은 중소기업이 흘린 고통의 눈물 값도 되지 않는다"며 합리적인 보상을 토로했다.이 사건 담당변호사인 박지훈 비욘드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현재 우진폼테크는 이 사건 공동연구협약에 따른 손해로 인해 기업회생절차에서 갖은 노력을 하고 있으나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며 "현대건설이 해당 중소기업의 손해에 대해 적극 보전한다면, 오히려 중소기업기술 적극 지원사례로 비춰질 수 있으므로 국가와 국민, 현대건설의 협력사들에게도 긍정적 이미지를 주는 것에 기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앞서 현대건설은 동반성장위원회가 발표한 ‘2022동반성장지수 평가’에서 5년 연속 최우수 등급 기업으로 선정된 바 있다. 공정거래, 상생협력 지원, 협력회사 체감도 등 전 영역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며 ‘최우수 명예기업’으로 선정된 만큼, 중소기업에 대한 책임감이 더 막중하게 요구될 수밖에 없다. 중재위 조정안에 대한 다른 시각도 있다. 중소업계와 건설신기술을 공동연구하는 업계 관계자는 "중재위 조정안은 제시된 보상안을 적절하게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며 "얼마의 보상금액을 요구했는지는 모르지만 1억원으로 조정됐다는 의미는 ‘위로금’ 차원이라고 볼 수 있어 잘잘못을 따지기 애매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현대건설 관계자는 이에 대해 "중기부 기술분쟁 조정위 조정부에서 1억원 지급을 조정안으로 제시한 것으로 기술 탈취의 여부를 결정지은 것이 아니다"면서 "조정위 조정안을 존중하며 향후 조정 과정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그는 "신청인의 기술침해 주장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면서, "다만 현대건설에게 공동연구를 수행한 파트너로서 위로 또는 화해를 목적으로 지급을 제안하는 의미로 해석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kjh123@ekn.kr우진폼테크의 ‘케이슨 제작 리프팅 유압장치’ 목업(실사용테스트) 테스트 실시 모습. 우진폼테크 제공

정비사업 실적 ‘뚝’…건설사 선별 수주 언제까지?

[에너지경제신문 이현주 기자] 대형 건설사들이 도시정비사업에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수주액은 지난해 대비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고 3분기가 지났지만 마수걸이 수주를 신고하지 못한 곳도 있다. 공사비 상승 등으로 알짜 대형 사업장에 집중하는 선별수주 경향이 강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3분기까지 국내 10대 대형 건설사의 도시정비사업 수주액은 11조515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28조8501억원 대비 60.08% 감소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수주 건수는 79건에서 35건으로 줄었다. 수주액이 가장 많이 줄어든 건설사는 현대건설이다. 현대건설은 올해 4곳을 수주해 수주액 1조580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 8조3521억원에 비하면 6조7718억원 감소했다. 현대건설이 올해 수주한 사업장을 살펴보면 △1월 일산 강선마을 14단지 리모델링(3423억원) △1월 부산 괴정7구역 재개발(2433억원) △2월 구미 형곡4주공 재건축(2237억원) △4월 울산 중구 B-04 재개발(7710억원) 등이다. 롯데건설은 수주액이 7분의 1토막 났다. 올해 2개 사업지에서 총 5173억원을 수주했는데 전년 동기(3조6914억원) 대비 85.98% 감소했다. 현대엔지니어링, 대우건설, GS건설 등 3곳도 수주액이 급감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6290억원의 수주고를 올렸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70.94% 감소한 금액이다. 대우건설의 수주액은 83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59% 줄었다. 같은 기간 GS건설은 1조4488억원의 수주고를 올렸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64.55% 급감한 금액이다. 특히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직 도시정비사업에서 단 한 건도 수주하지 못했다. 다만 최근 서울 영등포구 삼성아파트 재건축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올해 첫 시공권 확보를 목전에 뒀다. 같은 기간 도시정비사업 수주액이 증가한 건설사는 포스코이앤씨와 삼성물산 2곳뿐이다. 포스코이앤씨는 올해 3조1870억원의 수주고를 올렸다. 이는 전년 동기 3조38억원 대비 6.09% 증가한 금액이다. 올해 도시정비사업 수주액이 2조원을 넘긴 건설사는 포스코이앤씨가 유일하다. 같은 기간 삼성물산은 1조4130억원을 수주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9.11% 늘어난 금액이다. 한편, DL이앤씨와 SK에코플랜트는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다. DL이앤씨의 올해 도시정비사업 수주액은 1조18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57% 감소했다. 같은 기간 SK에코플랜트는 올해 7220억원의 수주고를 올렸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6.89% 감소한 금액이다. 건설사들이 도시정비사업에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공사비 상승 등으로 알짜 대형 사업장에 집중하는 선별수주 경향이 강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자금조달도 어렵고 정비사업 수익성도 악화하면서 양보다는 질에 더 집중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하반기부터 서울시 재개발·재건축 시공사 선정 시기가 앞당겨 지고 최근 주택 공급물량 확보와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지원 등을 골자로 한 주택공급 활성화 대책도 발표되면서 일각에선 정비사업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금보다는 일부 나아지겠지만 건설경기가 회복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건설들의 선별수주 기조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zoo1004@ekn.krKakaoTalk_20230927_203338439 대형 건설사들이 도시정비사업에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에너지경제신문 이현주 기자

[기자의 눈] 부동산 맹탕 공급대책이 주는 메시지

정부가 추석 전 발표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이 시장 영향에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번 대책에 담긴 공공주택 공급물량 확대 및 공공택지 전매제한 완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 보증 규모 확대 등은 ‘공급 대책’보다는 막힌 혈을 뚫어주는 ‘수습 대책’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먼저 매각되지 않는 용지나 진행되지 않은 민간 추진 공공택지를 공공주택사업으로 전환한다는 것은 ‘조삼모사’라는 지적이다. 공급을 추가한다는 의미가 아닌, 사업성이 좋지 않은 곳을 공공이 대신 책임진다는 수준으로 해석해서다. 또 기존 공공택지 중 사업성이 안 좋아서 팔리지 않은 것을 전매제한 완화한다고 해서 팔릴 지도 의문이다. 신규 공공택지 후보지 발표를 앞당기는 것도 체감이 어렵다. 이미 발표된 신규택지들의 토지보상마저도 헤매는 실정이기에 후보지 발표 조기화가 공급 안정화 시그널을 줄 수 있을지 실효성이 의심된다.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주체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인데, 현재 국토교통부가 전면에 서서 철근누락을 조장한 ‘LH 때리기’를 하고 있는 마당이라 추진력이 얼마나 붙을지도 알 수 없다. PF대출 보증규모 확대 등은 건설업계에서 반길 일이다. 다만 이는 기존에 멈춰있던 공급을 풀어주는 정도의 수준일 뿐 신규 공급을 활성화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업계 평가다. 본래 처음부터 정부 대책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국토부에서도 ‘법 개정 없이 추진 가능한 과제 중심’이라고 할 정도로 할 수 있는 것이 얼마 없다. 여전히 대책 발표 말미에는 재건축 초과이익 산정체계 완화, 1기 신도시 지원 등 노후계획도시특별법 제정, 실거주 의무 폐지 관련 주택법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국회에 호소하는 내용을 담는다. 결국 정부의 맹탕 공급정책은 정치적 메시지로 연결된다. 할 수 있는 것이 없지만, 기대를 품게 하면서도 시장에 자극을 주지 않고 평탄하게 흘러가길 바라는 마음, 또 공은 국회에 있다고 넌지시 던지는 마음이 내년 총선을 위한 행보로 느껴지고 있다. 시장 반응은 허탈하다. 정부가 "추석 전 공급대책이 나온다"고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며 수요자들의 기대를 한껏 끌어 올렸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요자는 총선 전까지 보수적으로 시장을 관망하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김준현 ㅇㅇ

美 연준 ‘매파 본색’…한미 금리역전 언제까지 지속되나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년에도 긴축정책을 이어가겠다고 시사하면서 한미 금리 역전 현상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관심이 쏠린다.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현재 기준금리가 3.5%로 약 7개월 동안 동결되고 있다. 한은은 미 연준에 앞선 지난 2021년 8월 기존 0.50%였던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올려 금리 인상에 시동을 걸었다. 같은 해 11월, 지난해 1·4·5·7·8·10·11월과 올해 1월까지 0.25%p씩 여덟 차례, 0.50%p 두 차례 등 모두 3.00%p 높아졌다. 지난 2월부터는 금리가 동일한 수준에 유지되고 있다. 반면 연준은 우리보다 늦은 2022년 3월 0.00∼0.25%였던 기준금리를 0.25∼0.50%로 올린 것을 시작으로 지난 7월까지 모두 11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상했다.미국이 가파르게 금리를 인상하면서 지난해 7월 미국 기준금리(2.25∼2.50%)가 한국 기준금리(2.25%) 위로 올라가는 한미 기준금리 역전이 시작됐다.이후 미국 기준금리에서 한국 기준금리를 차감한 역전폭은 지난해 말 1.25%p에 이어 올해 7월 기준 사상 초유의 2.00%p까지 확대된 뒤 유지되고 있다.한미 기준금리 역전 기간은 일시적으로 금리차가 없었던 지난해 8월을 제외하면 지난해 7월 이후 이달까지 약 15개월째 이어지고 있다.그러나 연준은 지난달 19∼20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에서 정책금리(중간값)가 올해 말 5.6%까지 오른 뒤 내년 말 5.1%, 2025년 말 3.9%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앞서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인해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된 시기는 모두 세 차례다.금리 역전기 1기는 1999년 6월부터 2001년 3월까지 21개월간 이어졌다. 2기는 2005년 8월부터 2007년 9월까지 25개월간, 3기는 2018년 3월부터 2020년 3월까지 24개월간 지속됐다.이번의 경우, 한국 기준금리가 현재 3.5%인 것을 고려하면 연준이 내년에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더라도 한미 금리 역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연준 금리인하에 맞춰 기준금리를 내리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감안해도 그렇다. 만약 내년 말까지 금리 역전이 지속되면 역대 최장인 29개월, 후년 말까지 이어지면 41개월에 달하게 되는 셈이다.문제는 이번 한미 금리 역전시기가 계속되거나 역전폭이 확대될 경우 금융시장 불안이 확대될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통상 한미 기준금리 차이 확대는 우리나라 채권 수요를 약화시켜 시중금리에는 상승 압력으로, 주가에는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 아울러 자본유출 우려 등으로 원화가치 하락을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반면 이런 우려의 근거가 약하다는 분석도 있다.국제금융센터는 ‘최근 한미 정책금리 격차 확대 관련 평가’ 보고서에서 오랜 기간 국내 증권자금 유출입은 금리 수준 외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왔으며, 최근에도 금리 격차로 인한 투자자금 유출 우려를 상쇄할 수 있는 요인들이 다수 존재한다고 지적했다.국제금융센터는 구체적 요인으로 재정거래 목적의 원화채권 투자 증대, 비교적 우수한 한국 신용도, 환 익스포저 노출 부담, 상대적인 한국의 물가 안정, 금리차-환율 간 상관성 불투명 등을 거론했다.그러면서 "한미 정책금리 격차 확대에도 불구하고 투자자금 유출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면서 "그에 따른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 역시 크지 않을 전망"이라고 밝혔다.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연합뉴스

9월 무역수지 37억달러 흑자…수입이 더 크게 줄어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한국의 무역수지가 넉 달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수출이 12개월째 감소했지만, 수입이 더 크게 줄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9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546억 6000만달러로 작년 같은 달보다 4.4% 줄었다. 월간 수출은 지난해 10월부터 12개월 연속으로 전년 동월 대비 감소했다. 2018년 12월∼2020년 1월(14개월간) 이후 가장 긴 연속 수출 감소다. 9월 수입액은 유가 하락에 따른 에너지 수입액이 감소하면서 509억 6000만달러를 기록, 작년 같은 달보다 16.5% 감소했다. 9월 무역수지는 37억달러 흑자로, 지난 6월부터 4개월째 흑자 흐름을 이어갔다. 이는 2021년 10월 이후 최근 2년 내 최고 흑자 실적이기도 하다. 앞서 월간 무역수지는 지난해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15개월 연속 적자였다가 지난 6월부터 흑자로 돌아섰다. 지난 6월부터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줄어드는 ‘불황형 흑자’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수출 감소율(4.4%)은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낮았다. 지난 8월에 이어 2개월 연속 한 자릿수 감소율로, 수출이 감소세로 전환된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출 감소율이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도 26억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 실적이었고 지난해 9월(26억6000만달러)과도 매우 근접한 수치를 기록했다. 수출물량은 수출액 감소에도 전년보다 0.3% 증가했다.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 흐름에 큰 영향을 주는 반도체의 9월 수출은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 실적인 99억달러로 나타났다. 반도체 수출은 1분기 저점을 찍은 이후 수출 회복 흐름을 보인다. 9월 반도체 수출은 작년보다 13.6% 감소해 올해 최저 수준의 감소율을 나타냈다. 반도체 수출은 1분기 월평균 68억6000만달러, 2분기 75억5000만달러에 이어 3분기 86억달러로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다만 전체 반도체 수출의 54.6%를 차지해 수출 비중이 큰 메모리 반도체 수출의 경우 제품 가격 하락으로 수출액이 작년보다 18% 감소했다. 자동차(10%), 일반기계(10%), 선박(15%), 철강(7%), 디스플레이(4%), 가전(8%) 등 6개 품목의 수출도 작년보다 증가했다. 특히 자동차 수출은 9월 기준 역대 1위로, 15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면서 전체 수출 흑자 행진을 이끌어갔다.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친환경차와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등 고부가가치 차량 수출이 호조세를 이어가면서 15개월 연속 수출 플러스를 달성했다. 전체 자동차 수출의 22%를 차지하는 전기차 수출은 작년보다 46.5% 증가했다. 석유제품(-7%), 석유화학(-6%)의 수출은 감소했지만, 감소율이 한 자릿수로 집계돼 두 자릿수 감소율을 보였던 8월보다 크게 개선됐다. 이는 유가 상승에 따라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의 단가가 상승했고 정유사의 정기 보수가 완료되면서 생산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석유제품과 석유화학 수출액은 올해 최고액인 49억달러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대중(對中) 수출은 올해 최고 실적인 110억달러로 집계돼 2개월 연속 100억달러 이상 수출액을 달성했다. 대중국 무역수지는 1억달러 적자였지만 올해 3월 이후 6개월 연속 개선되는 추세를 이어갔다. 미국(9%), 유럽연합(EU·7%) 등에서 수출이 자동차와 일반기계의 양호한 수출실적을 바탕으로 역대 9월 실적 중 1위를 기록했다. 대미국·EU 수출은 2개월 연속 증가세였다. 올해 들어 두 자릿수 감소율을 보였던 대아세안 수출은 일반기계, 석유화학, 철강 등 주요 품목의 수출이 증가하면서 감소율이 한 자릿수(-8%)를 나타냈다. 아세안 수출의 52%를 차지하는 베트남도 2개월 연속 수출 플러스(3%)를 보였다.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우리 수출이 세계적 고금리 기조, 중국의 경기둔화, 공급망 재편 등 여전히 녹록지 않은 대외여건 속에서도 개선 흐름을 이어 나가고 있다"며 "4개월 연속 무역수지 흑자,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출 감소율과 반도체 수출 최대실적, 올해 최고 수준의 대중국 수출 등 우리 수출이 ‘플러스 전환’의 변곡점에 위치하고 있다"고 말했다.부산항 감만부두 수출입 화물 부산항 감만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가득 쌓여 있다. 연합뉴스

"피자 값 10% 껑충"…외식 물가상승률, 27개월째 평균 웃돌아

[에너지경제신문 윤소진 기자] 먹거리 물가 대표 지표인 외식과 가공식품의 물가 상승률이 20개월 넘게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 품목 소비자물가지수는 118.10으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5.3% 올랐다. 외식 물가 상승률은 지난 4월(7.6%) 이후에는 넉 달 연속 둔화했다. 그러나 8월 수치는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3.4%)보다 1.8%포인트 높다. 외식 물가 상승률은 2021년 6월 2.6%로 전체 평균(2.3%)을 넘어선 이후 올해 8월까지 27개월 연속 평균을 웃돌고 있다. 외식 부문 39개 세부 품목 중 전체 평균(3.4%)을 웃도는 품목은 34개로 87.2%에 달했다. 이 중 피자의 물가 상승률이 10.8%로 가장 높고 떡볶이 7.4%, 김밥 7.4%, 라면 7.2%, 햄버거 7.1%, 죽 6.9%, 돈가스 6.9%, 냉면 6.6%, 소주 6.4%, 자장면 6.2% 등이다.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도 전체 평균을 21개월째 상회 중이다. 지난 달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6.3%로 전체 평균보다 2.9%포인트 높았다. 가공식품 73개 세부 품목 중에서 74.0%인 54개가 전체 평균을 웃돌았다. 품목별 물가 상승률은 드레싱이 31.1%로 가장 높고 고추장(21.9%), 치즈(21.2%), 참기름(19.7%), 된장(19.1%), 파스타면(19.0%), 어묵(17.3%) 등 순이었다. 아이스크림은 14.3%로 2009년 4월(26.3%) 이후 14년 4개월 만에 최고였다. 커피(12.0%), 두유(10.8%), 라면(10.7%), 생수(10.5%) 등도 10% 선을 넘었다. sojin@ekn.krclip20230930134127 점심시간 서울의 한 식당가. 사진=연합뉴스

가계부채에 기업대출도 급증세…코로나19 이전 대비 50% 이상 늘어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최근 가계대출이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기업대출도 빠르게 늘은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융기관 기업대출(산업별대출금) 잔액은 2분기 말 기준 1842조8000억원으로 1년 전(1713조1000억원) 대비 7.57%(129조7000억원) 증가했다. 기업대출 잔액은 2018년 말 1121조3000억원에서 2019년 말 1207조8000억원, 2020년 말 1393조6000억원, 2021년 말 1580조7000억원, 지난해 말 1797조7000억원 등으로 급증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2분기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말과 비교하면 불과 3년 반 만에 52.6% 늘어났다. 우리나라의 기업대출 증가율은 주요국과 비교해봐도 매우 빠른 속도를 보이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국제결제은행(BIS) 통계를 인용한 데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대출 비중은 한국이 지난해 4분기 기준 119.6%로 2019년 대비 18.3%포인트(p) 상승, 비교 가능한 국가 중 상승폭이 가장 컸다. 예산정책처는 "금리가 급등하면서 자본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은 기업의 자금 수요가 증가하면서 기업대출이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업대출이 급증하는 한편으로 기업들의 재무 안정성은 전반적으로 나빠지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기업 부채비율은 2019년 말 84.27%에서 2020년 말 85.75%, 2021년 말 86.43%에 이어 2022년 말에는 92.13%로 상승했다. 기업 부채비율은 올해 1분기 94.95%까지 높아졌다가 2분기 90.85%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90%를 상회했다. 은행 월별 기업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내내 0.3% 수준을 유지하다가 올해 1월 0.4%로 상승한 뒤 지난 4월과 5월에는 0.5%까지 올라갔다. 예산정책처는 "경제 상황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급증한 기업대출은 경제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연체율이 추가로 더 올라간다면 늘어난 기업대출이 은행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용보증기금 등의 부실률이 높아지면서 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우려도 상존한다"고 우려했다. 한은은 최근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가계부채와 달리 기업부채는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높은 증가세를 지속했다"면서 "자금조달비용 상승, 주택경기 둔화 등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관련 대출이 기업부채 증가를 주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기업부채 비율도 주요국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며 "성장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대출 서울의 한 은행 대출 창구. 연합뉴스

추석 연휴 끝 찾아오는 경제지표…산업활동·소비자물가 등 주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추석 연휴가 끝나는 다음 주에는 하반기 실물경기를 보여주는 지표들이 잇따라 발표된다. 통계청은 내달 4일 ‘8월 산업활동동향’을 공개한다. 지난 7월 산업활동동향에서는 생산과 소비, 투자가 ‘트리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개별소비세 조정에 따른 자동차 판매위축, 여름철 기상악화 등의 일시적 요인이 작용했다는 게 정부 입장이지만, 기대만큼 하반기 경기 반등이 뚜렷하지는 않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이튿날인 내달 5일에는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된다. 지난 6~7월 2%대로 내려앉았던 CPI 상승률은 지난 8월 3.4%를 기록하면서 석 달 만에 3%대로 올라섰다.국제유가의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추석 성수품값 상승이라는 명절 요인까지 더해진 상황이다. 이 때문에 그동안 이어졌던 디스인플레이션 추이에 어떤 변화가 나올지 주목받는다. 한국은행은 내달 6일 ‘2분기 자금순환(잠정)’ 통계를 공개한다. 가계와 기업, 정부 등 경제 주체들이 2분기에 자금을 어떻게 얼마나 조달하고 어디에 운용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앞서 1분기의 경우 소득은 늘었지만 부동산 시장 부진 등으로 투자가 줄면서 가계의 여윳돈(순자금 운용액)이 예금을 중심으로 3년 만에 최대 규모(76조9000억원)로 불었다.자금 운용을 부문별로 나눠보면, 특히 가계의 국내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가 1년 사이 6조6000억원에서 마이너스 3조8000억원으로 10조원 넘게 급감했다. 주식이나 펀드에서 오히려 돈을 뺐다는 뜻이다. 반대로 예금 등 금융기관 예치금은 60조1000억원에서 62조2000억원으로 증가했다. 기업의 경우 수출 부진과 영업이익 축소로 자금난을 겪고 예금 등을 헐어 쓰면서 오히려 자금 순조달 규모가 1년 전보다 7조원 늘었다. 2분기에도 같은 추세가 이어졌을지 주목된다.(사진=연합)

서민음식은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주요 외식 메뉴 가격이 9년 새 평균 30% 넘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서민 음식으로 꼽히는 자장면이 가장 큰 폭으로 가격이 뛰었다. 28일 한국소비자원 참가격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서울지역의 7개 외식 메뉴 평균 가격이 2014년 8월 대비 35.3% 뛰었다.해당 기간 대표적인 서민 음식으로 꼽히는 자장면 가격은 4500원에서 6992원으로 55.4% 올라 상승 폭이 가장 컸다.비빔밥이 7818원에서 1만423원으로 46.2% 올랐고, 냉면은 7864원에서 1만1231원으로 42.8% 상승했다. 이 밖에 김치찌개 백반(5636원→7846원·39.2%↑), 칼국수(6500원→8962원·37.9%↑), 삼겹살(200g 환산, 1만4117원→1만9150원·35.7%↑), 삼계탕(1만3500원→1만6846원·24.8%↑) 순으로 상승률이 높았다. 대체로 서민들이 즐겨 먹는 외식 메뉴의 가격 상승이 두드러졌다. 지난달 현재 7개 외식 메뉴 중 1만원짜리 지폐 한 장으로 먹을 수 있는 것은 김치찌개 백반과 자장면 두 종류밖에 없다. 삼겹살은 1인분 가격이 2만원 선을 위협하고 있고 칼국수도 1만원 선에 근접하는 모양새다. 이러한 외식 물가 상승 추세는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곡물 가격이 계속 불안정한 가운데 전기료·인건비 상승까지 겹친 탓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 물가 지수는 118.10(2020년=100)으로 지난해 대비 5.3% 올라 전체 물가상승률(3.4%)을 뛰어넘었다. 외식 물가 상승률이 전체 물가상승률을 웃도는 현상은 2021년 6월 이후 지속하고 있다.서울의 한 식당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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