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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난, 국정원 사이버보안 실태평가 ‘공기업 1위’

한국지역난방공사(사장 정용기)가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이 주관하는 '2025년 공공기관 사이버보안 실태평가'에서 '우수' 등급으로 공기업 중 1위를 차지했다고 28일 밝혔다. 국정원은 매년 공공기관의 관리적·기술적·위기대응 역량 분야 등 전반적인 사이버보안 수준을 점검하고 등급을 부여하는데, 올해는 총 87개 공공기관이 평가대상이었으며, 한난은 모든 분야에 걸쳐 우수한 점수를 획득하며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우수' 등급을 획득하였다. 특히 갈수록 지능화·고도화되는 사이버보안 위협에 맞서 ▲ 강화된 망분리 정책 수립 및 운영, ▲ 체계적인 자체 클라우드 관리, ▲ 다양한 시나리오에 기반한 사이버공격 대응훈련 등을 통해 효과적인 상시 대응체계를 갖춰두었다는 점이 좋은 평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정용기 사장은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맞아,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에 있어서도 보안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창립 40주년을 맞는 해에 최고 수준의 사이버보안 역량을 입증하게 되어 의미가 깊다고 생각된다"라며,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차원 도약하는 국민 공기업의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라고 밝혔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E칼럼]열요금 규제 개편, 신뢰성과 예측 가능성부터 확보해야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는 민간 집단에너지 사업자의 열요금 규제 체계를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민간사업자들이 자발적으로 원가 자료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한국지역난방공사(한난)의 열요금보다 더 낮은 수준에서만 요금을 설정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상 기존의 신고제를 실질적인 인가제로 전환하는 셈이다. 정부의 이런 조치가 나온 배경에는 민간사업자들이 연료 직도입 등을 통해 낮은 가격으로 LNG를 공급받고 있으나, 이로 인한 혜택이 소비자에게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민간사업자들이 시장에서 얻고 있는 과도한 초과이익의 문제는 분명 개선되어야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목적이 옳다고 해서 과정과 방식까지 정당화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우선, 현행 집단에너지사업법상 민간사업자에게 원가자료 제출을 강제할 법적 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를 정부도 인지하고 있기에 원가자료 제출을 '자발적 선택'으로 두면서, 자료 제출을 하지 않을 경우 사실상 처벌성 조치로 요금을 강제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이는 규제의 명확성과 투명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뿐 아니라 법적 정당성 논란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정부가 규제를 사후적으로 갑자기 바꾸는 방식이 민간사업자들의 규제 신뢰성과 예측 가능성을 무너뜨린다는 점이다. 민간사업자들은 현행 규제 환경하에서 비용 절감을 위한 투자를 결정했고, 이에 따라 효율적 운영을 해왔다. 그런데 정부가 사후적으로 초과이익이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규제를 바꾸어 버리면, 이는 사업자들로 하여금 앞으로 투자나 비용 절감을 위한 노력을 포기하게 만들 수 있다. 장기적으로 이러한 규제의 신뢰성 손상은 시장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사업자들의 투자 위축과 운영 효율성 저하는 결국 소비자에게 품질 저하와 서비스 불안을 초래할 것이다. 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이라는 장기 목표를 고려할 때에도, 사업자의 투자와 혁신을 촉진할 수 있는 신뢰 가능한 규제 환경이 필수적이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정책적 결정과 규제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정책 목적에 따라 규제의 공정성과 독립성이 손상될 우려를 낳는다. 특히 집단에너지처럼 민간 참여가 중요한 영역에서는 규제기관이 정치적, 행정적 영향력에서 독립적이어야 한다. 정책적 목표와 규제 목적이 충돌할 경우, 결국 시장의 신뢰성은 더욱 약화될 것이다.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정책과 규제 기능은 명확히 분리되어 독립적인 규제기관이 운영되고 있다. 독립 규제기관은 정치적 이해관계와 무관하게 오직 시장의 효율성과 공정성만을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한다. 한국에서도 독립적 규제기관 설립을 통해 규제의 중립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이번 개편을 추진함에 있어서 정부는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고, 시장참여자들이 새로운 규제에 충분히 적응할 수 있도록 유예기간과 단계적 시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통해 민간사업자들이 규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소비자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유도할 수 있다. 더불어 규제 체계를 장기적으로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원가 자료 제출의 법적 근거와 절차를 명확하게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기밀이 적절히 보호될 수 있는 환경에서 투명한 원가 검증 시스템을 구축하여 사업자와 소비자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민간사업자들의 초과이익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규제 체계 개편의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그 과정과 방식이 투명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정부는 시장 참여자들과 충분히 소통하여 규제의 신뢰성을 회복하고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이를 통해 시장의 효율성과 공정성을 높이고, 소비자 보호라는 최종 목표까지 성공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김성우 칼럼] 미국 기후·에너지 정책의 불확실성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기후대응기금 운용심의위원 지난 5월 21일부터 2일간 서울에서는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가 개최됐다. 이는 한국판 다보스 포럼으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나 마윈 알리바바 그룹 회장 등 저명한 글로벌 리더들이 한곳에 모여 현대 사회가 직면한 이슈들을 놓고 해결 방안을 모색해 왔는데, 올해는 리시 수낙 전 영국 총리 및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부 장관 등 세계 각지에서 온 연사가 국제 정세, 세계 경제, 기후 위기 등에 대해 논의했다. 필자는 올해도 환경에너지 세션을 진행했는데, 최근 쏟아지는 트럼프2기 기후·에너지 정책의 후속조치들이 한국은 물론 아시아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다루었다. 이를 위해 미국내 기후·에너지정책 씽크탱크인 C2ES(Center for Climate and Energy Solutions)의 정책전문가를 초대해, 미국 행정부 조치 및 의회 입법화 현황을 자세히 들어볼 수 있었다. 또한, 급격한 정책변화로 인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풍력 산업을 예시하기 위해, 글로벌 리딩 해상풍력 개발사의 아시아 태평양 대표를 초청해, 인사이트를 공유함으로서 불확실성을 구체화하고 시사점을 모색했다. 불확실성의 실체는 이렇다. 트럼프 2기 정부의 기후 변화에 대한 관점이 바뀌면서 미국의 정책방향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취임 첫 날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NATIONAL ENERGY EMERGENCY) 선언하고 미국에너지해방을 위한 행정명령을(UNLEASHING AMERICAN ENERGY) 발표함으로서, 청정에너지 보조금 동결이나 사회적 탄소비용 배제 등 급격한 정책방향 전환의 서막을 열었다. 후속조치로 지난 3월 환경보호청(EPA)은 기존 환경 규제의 전반적인 재검토를 명령했고, 환경정의를(Environmental Justice) 더 이상 적용하지 않는 정책방침(Memorandum)도 발표했다. 이번달에는 에너지부(DoE)도 역사상 최대인 47개 규제 완화 및 철폐를 추진한다고 밝혀, 청정에너지에서 화석에너지로의 전환 계획이 구체화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영향이 큰 해상풍력을 예로 들면, 지난 4월 내무부 장관은 뉴욕 인근에서 공사가 30% 진행되고 있던 Empire Wind Project 건설을 중지하도록 지시했다. 이는 810MW 규모로 6조원이 넘는 규모의 사업이다. 다행히 지난주 건설 중지가 철회되어 공사를 재개하게 되었지만 시장의 혼란은 여전하다. 게다가 의회도 세수 조정의 일환으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의한 청정에너지 및 전기차 보조금을 축소하거나 철폐하는 법안을 지난주 하원에서 통과시켰다. 지난 2022년 IRA가 발효된 이후 발표된 청정에너지 사업은 총 390건인데 그 중 243건이 공화당 우세지역내 사업이므로 의회내 합의 과정에서 보조금 축소의 정도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던 관측이 무색해 짐에 따라, 그 불확실성은 최고조인 상황이다. 상술한 정책변화는 모순적인 측면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나 의회가 새로운 기후·에너지 관련 조치를 발표할 때 대부분 이는 미국 산업을 위한 것이라고 전제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인 12월부터 2월사이에 전세계 고위경영층을 대상으로 설문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정작 미국 임원들의 97%는 정부가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길 원한다고 답했다. 뿐만 아니라, 트럼프 2기의 에너지정책으로 과연 급증하는 AI의 에너지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미국은 2030년까지 84GW 수준의 막대한 AI 에너지수요가 예상되는데, SMR(소형원자력)이나 가스터빈은 2030년까지 활용이 어려운 상황에서 청정에너지를 배제하면 대규모 단기수요 증가를 감당할 수단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편, 2024년 기준 전세계에서 재생에너지가 신규로 설치된 양은 585GW였는데, 이 중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3GW로 약 7%인 반면,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74GW로 무려 64%에 달한다. 향후 미국 비중은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자국 산업의 지속가능성에 도움이 되지 않음과 동시에 중국 청정기술 의존도를 지나치게 높이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약 20년간 워싱턴에서 미국 기후·에너지 정책을 분석해 온 전문가도 트럼프 2기의 정책변화는 선례가 없는 것이라 예측이 어렵다고 개별 식사자리에서 토로했다. 아무래도 상술한 초유의 불확실성은 미국 법원의 판단과 상원의 결정에 달려 있는 것 같다. 김성우

“AI 시대에 전력망 적기 확충 국가 경쟁력 좌우···정부·한전만으론 해결 한계”

인공지능(AI) 시대에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만큼 전력망을 적기에 건설하는 것이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주요 과제로 꼽혔다. 정부와 한국전력의 노력만으로 전력망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어 국민들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22일 대한상공회의소는 서울 중구 대한상의회관에서 'AI 시대에 맞는 국가 전력망 확충 세미나'를 개최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발전소를 지어놓고도 전력을 수요지로 보낼 전력망이 부족해 발전을 못하는 상황이다. 세미나에 따르면 발전을 못하는 발전설비의 규모가 동해안 지역은 최대 7기가와트(GW), 서해안 지역은 최대 3.2GW에 이른다. 원전 10기 규모의 총 10.2GW에 달하는 발전설비가 낭비되고 있는 셈이다. 반면, 데이터센터 등 전력수요의 증가로 2038년에는 최대부하가 3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원전 22기에 해당하는 신규수요 공급이 필요하다. 그중에는 태양광 풍력이 대폭 증가하는 데 태양광은 2038년 총 77.2GW, 풍력은 40.7GW까지 늘어나는 목표가 세워졌다. 문제는 전력수요는 수도권에, 발전소는 지방에 퍼져있어 지역 편중이 심화되고 있다. 수도권은 수요가 220테라와트시(TWh), 발전은 144TWh으로 전력자급률은 65%다. 반면, 영남권은 144%, 호남권은 131%로 전력이 남아돌아 수도권으로 전력을 보내야 한다. 이에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전력을 옮기는 전력망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주민 반대와 인허가 지연 등으로 주요 송전선로 31곳 중 26곳의 건설이 지연되고 있다 이날 세미나서 주제발표를 맡은 서철수 한국전력공사 전력계통 부사장은 한전과 정부 차원의 노력으로는 전력망 이슈 해결에 한계가 있다며 국민, 지방자치단체, 발전사들이 전력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부사장은 “약 6년간의 협의 끝에 동해안-수도권 송전선로 주변 79개 마을에 주민 동의 절차를 100% 완료했으나 아직 일부 지자체에서 전력 설비 건설을 위한 인허가를 받지 못해 한전 직원들이 시청 앞에서 1인 시위까지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전력정책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주제발표로 전력망 문제 해결을 위해 전력수요 지방분산, 지역별 전력가격 차등제 도입, 전력망 건설 민간 개방 등을 제안했다. 토론에 참여한 조홍종 단국대 교수(한국자원경제학회장)는 “국가전력망확충은 이제 전력만의 문제가 아닌 국가발전과 산업 경쟁력 문제"라며 “전력망 건설지연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비용을 줄이고 강건한 전력망 구축으로 산업발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AI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에너지믹스와 전력믹스, 제대로 알자

최근 대선을 앞두고 에너지 정책이 주요 이슈로 부상하면서 '에너지믹스(energy mix)'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용어는 종종 잘못 사용되며, 그로 인해 에너지 현실에 대한 오해를 낳고 있다. 정확한 정책 논의를 위해서는 개념부터 바로잡는 것이 필요하다. '에너지믹스'란 석유, 천연가스, 석탄, 원자력, 재생에너지 등 다섯 가지 1차 에너지의 전체 사용량 중 각 에너지원이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여기서 '1차 에너지'란 가공되지 않은 자연 상태의 에너지를 뜻한다. 예컨대, 전 세계적으로는 석유가 약 32%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그 뒤를 석탄(26%), 천연가스(23%), 재생에너지(15%), 원자력(4%)이 잇는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발전원 다변화를 이야기할 때 '에너지믹스'라는 표현이 자주 사용된다. 이는 엄밀히 말해 '전력믹스(power mix)' 또는 '전기믹스'가 정확한 용어다. 일부 전력회사가 '전력(power)' 대신 '에너지(energy)'를 사명에 사용하면서 혼란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러한 오용이 정책 담당자뿐 아니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널리 퍼져 있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한 착오를 넘어, 에너지 정책에 대한 인식을 왜곡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독일은 전력믹스에서 재생에너지가 52%를 차지하며, 2030년까지 이를 80%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두고 “독일이 곧 화석에너지에서 완전히 탈피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전력믹스를 에너지믹스로 잘못 이해한 데서 비롯된 오해다. 실제로 2030년에도 독일의 전체 에너지믹스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며, 나머지 60%는 여전히 화석에너지에 의존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2023년 발전량 기준 전력믹스는 석탄 31%, 원자력 31%, 천연가스 27%, 신재생 10%, 석유 1%였다. 그러나 1차 에너지 기준으로 보면 석유 43%, 석탄 22%, 천연가스 17%, 원자력 13%, 재생에너지 5% 순이다. 특히 석유 비중이 높은 것은, 수입한 원유를 정제해 국내 소비뿐 아니라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제품으로 수출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1차 에너지의 82%를 화석에너지에 의존하며,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다. 이처럼 에너지믹스와 전력믹스를 혼동하면 정책 판단에 심각한 오류를 초래할 수 있다. 전기차, 반도체, 데이터센터, 인공지능(AI) 등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지금, 에너지 구조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더욱 절실하다. 현재 우리나라 전력 생산의 60%가 화석에너지에 기반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탄소 배출의 주범인 석탄 발전을 줄이는 것이 시급하다. 천연가스 발전은 일정 부분 불가피하지만, 국제 가격 변동성과 수입 의존도를 고려할 때 그 비중 확대는 신중해야 한다. 따라서 저탄소이면서 에너지 안보에도 기여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을 여건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또 하나의 중요한 오해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 전기 사용이 증가한다고 해서 '앞으로 모든 에너지를 전기로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은 현실과 거리가 멀다. 탄소중립을 논하며 “이제 석유나 가스를 쓸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고, “미래 에너지 문제는 원자력이 해결할 것"이라며 원전만 강조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은 모두 전기만 생산할 수 있으며, 수송 연료, 석유화학 원료, 제철용 원료, 산업용·난방용 열원 등으로 여전히 화석에너지가 훨씬 더 많이 사용된다. 현재 인류가 사용하는 최종 에너지에서 전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에 불과하며, 에너지 전환에 낙관적인 국제에너지기구(IEA)조차 2050년에도 그 비중이 32%를 넘기기 어렵다고 전망한다. 우리나라처럼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에너지 정책이 곧 국가 안보이자 미래 전략이다. 그런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에너지에 대한 기본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고, 용어부터 올바르게 사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에너지믹스와 전력믹스를 명확히 구분하는 것, 그것이 실효성 있는 에너지 정책의 첫걸음이다. 양수영

[EE칼럼] 가격규제와 고정 관념

정부는 공공사업에 대한 건설 입찰, 자연독점적 공익산업, 독과점 품목 등에 대해 다양한 방식으로 가격을 규제한다. 가격규제에는 몇 가지 고정관념이 숨어 있다. 첫 번째는 같은 상품과 서비스는 그 가격이 동일해야 한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상품 및 서비스가 지역과 시간 그리고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불편해한다. 동일 제품이라도 시간과 장소에 따라 가격이 다를 수 있다. 그런데 높은 가격을 사업자가 더 큰 이윤이나 폭리를 보려는 수단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정부는 사업자의 폭리를 제대로 규제하지 못한다는 소비자의 비난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전국이 동일하다. 그러나 전국 동일 전기요금이 얼마나 많은 문제를 가져왔는가? 발전설비의 분산화가 왜 실패하였고, 전력망을 보급하는 것이 왜 그렇게 어려우며, 수도권에 전력수요가 왜 몰려 있는지를 알려면 전국 동일 전기요금이 가져오는 폐해를 이해해야 한다. 전국 전기요금이 동일해야 한다는 것은 근거가 없는 논리이다. 우리가 지금은 너무도 당연히 여기는 전국 주유소의 상이한 기름값도 한때는 동일요금 규제에 묶여 있었다. 두 번째 고정관념은 공급자의 다른 비용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공급량이 많아질수록 비용은 점차 상승한다. 그것이 공급의 법칙이다. 보통 시장에 가장 먼저 진입하는 사업자(A)는 이를 가장 값싸게 공급할 수 있는 사업자이다. 그러나 두 번째(B), 세 번째(C)로 진입하는 사업자는 첫 번째 사업자보다 더 불리한 비용조건을 갖게 마련이다. 그래서 공급비용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A는 공급비용이 낮았는데, 왜 B와 C는 공급비용이 높은가라고 소비자와 정부는 반문한다. 그리고 형평성을 이유로 높은 공급비용에 맞춰 가격 올려주기를 꺼려한다. 최근 부산의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 높은 건설비로 계속 유찰되고 수의계약마저도 쉽지 않은 점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2011년 9·15 순환정전을 계기 정부는 급하게 전력설비를 확충하기 위해 민간 석탄발전사업을 장려하였다. 그러나 기존에 건설된 접안시설과 부두를 활용해 추가로 석탄발전기 기수를 늘릴 수 있는 한전 발전자회사와 달리 새로운 곳에서 부지를 확보하고 부두 및 접안시설을 건설하는 것은 높은 추가비용을 요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다른 석탄발전소와 비용격차가 크다는 이유로 높은 건설비용을 CP로 보전받는 것을 정부와 전력거래소에 설득하는 것은 쉽지 않다. 세 번째 고정관념은 사업자가 버는 수익을 용인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사업자가 돈을 벌게 되면 소비자 돈을 사업자가 가져갔다고 정부와 소비자는 생각하게 마련이다. 이런 이유로 기업과 소비자가 이윤이나 편익을 추구하는 것을 은근히 죄악시하는 풍토가 적지 않다. 체리피킹이라는 말로 사업자의 수익추구를 폄하하기도 하며 높은 산업용 전기요금으로 인해 직접구매나 자가발전을 추진하는 것을 '기업 이기주의'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돈을 벌려고 생긴 조직에 대하여 돈 벌었다고 흉보는 것이 옳은 시각인지 잘 모르겠다. 이런 현상은 이미 가격이 자유화된 경우에도 나타난다. 유가가 자율화된 지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요즘도 기름값이 높을 때면 정유사에 횡재세를 부과하여야 한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손해나면 보전해 주지도 않을 것이면서 이윤이 나면 뺏아가겠다는 것이다. 전력시장에서 SMP에 상한을 둔 적도 있고 한국지역난방공사의 열요금을 기준으로 규제하는 열시장에서도 사업자가 버는 이윤을 탐탁치 않게 여겨 산업부는 사실상의 원가규제를 도입하려 하기도 한다. 사업자는 돈을 벌려고 가스터빈도 국산화하고, 원료도 싸게 들여오기도 한다. 그리고 이는 경쟁효과에 의해 다른 기업을 자극하여 결국은 소비자 편익으로 이어진다. 돈 버는 것을 죄악시하면 기업은 가격을 낮추고 품질을 개선할 유인을 잃게 된다. 가격규제에 잠재되어 있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할 이유다. 조성봉

[EE칼럼] 공약의 자충

대선 국면에서 여러 가지 공약이 발표되면서 공약간에 충돌이 발생하기도 한다. 일종의 자충(自充)이 발생하는 것이다. 자충이라는 말은 바둑에서 자기 돌로 자기 수를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 넓은 의미로는 자신에게 이익이 될 것으로 생각했던 행동이 오히려 자신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기도 하다. 예컨대 'AI등 신산업 집중육성'이라는 공약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양립되기 어렵다. AI 즉 인공지능 분야는 전기를 먹는 하마이다. 오픈AI(사)의 사장인 샘 올트만은 2025년 미국내에서 5GW(기가와트)를 사용하는 AI 데이터센터가 5개에서 7개 정도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2030년이 되면 미국은 AI 데이터센터의 전력수요가 80GW에 달한다고 하였다. 1GW는 원전1기라고 보면 된다. 즉 2025년 AI산업으로 인해 적어도 원전 25기분의 전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이만한 전력수요가 갑자기 발생했다는 사실과 트럼프 대통령이 '에너지 위기'를 선언한 것은 같은 맥락이다. 지난해 7월 미국에너지부는 AI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권고사항을 발표하였다. 요지는 딱 한 가지이다. '탄력적인 전원'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력수요의 증감에 민감하게 따라갈 수 있는 전원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원자력발전의 전력생산단가는 킬로와트시(kW시)당 52원이다. 그런데 재생에너지는 270원이 넘는다. 5배가 넘는다. 엄청난 전기를 필요로 하는 산업의 경우 전기요금은 산업경쟁력에 직결된다. 5배 비싼 전력을 쓰면서 경쟁력있는 AI 산업을 육성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또한 재생에너지는 급전불응(給電 不應) 설비이다. 즉 급전지시가 내려와도 환경여건에 따라서 전력을 생산할 수 없기 떄문에 응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당연히 탄력적인 전원이 아니다. 물론 공약이라는 것이 대선 후보자 한 명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 아니고 그를 둘러싼 여러 사람과 집단의 생각과 요구를 담은 것이기 때문에 완벽한 일관성을 요구하기 어렵다. 경우에 따라서는 서로 맞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좌측통행을 할 것인지 혹은 우측통행을 할 것인지는 일관되어야 하는 문제이다. 그것을 병행하게 되면 교통사고가 발생한다. 그렇다면 당선 후에 어떤 공약은 살아남을 것이고 어떤 공약은 득표하는 즉시 폐기될 것인지 궁금할 것이다. 흔히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지는 경향성에서 어떤 쪽의 경향을 가지고 있느냐가 이를 결정할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친노동 반기업 정서를 바탕에 둔 후보가 산업을 발전시키고 국부를 창출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면 그것은 거짓일 가능성이 높다. 민간에 맡겨두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일일이 개입해서 보조금을 주고 하는 방식으로 정부를 끌어가는 세력이라면 말로만 육성을 하는 것이고 규제를 만들고 보조금을 뿌려주는 재미만 누리려는 것으로 봐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국가첨단전략산업에 대한 대규모 집중투자를 하겠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 아무리 투자를 해도 값비싼 전기요금을 내고 유지될 수 있는 국가첨단전략산업은 어불성설일 것이다. RE100 산단도 마찬가지다. 벤처투자도 마찬가지다. 그건 돈이 된다면 민간이 알아서 할 일이다. 정부가 나서서 벤처투자를 했던 시절은 김대중 정부였고 그때 투자해서 제대로 벤처로 자립한 기업은 거의 없다. 당시 벤처투자는 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것이었다기 보다는 외환위기 이후 국가적 불경기 상황에 고용을 늘리기 위한 임시적 방안으로 정부가 돈을 풀었던 것으로 보는 것이 옳다. 스마트 데이터 농업, 푸드테크, 그린바이오산업도 굳이 정부가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가 일하는 방식은 세금을 그 분야에 보조금으로 뿌려주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보조금이 있는 동안만 유지되는 산업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보조금 산업은 당연히 정치화로 나설 수밖에 없다.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에너지 정책을 가져갈 수 있다. 그렇게 하려면 전력생산단가가 5배 비싸지고 관성전력의 부족에도 안정적인 전력망을 유지하기 위하여 전력망에 또한 그만큼의 투자를 해야 한다. 무엇보다 그 비용을 국민과 산업이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에너지고속도로를 만든다고 하지만 그 비용을 어떻게 감당하겠는가? 그간 필요한 부분만 전력망을 건설했던 이유가 뭐겠는가? 비용이 너무 막대하게 들어가니까 그런 것이 아닌가? 햇빛/바람 연금과 농가태양광 설치로 주민소득을 증대할 수 있을 것이지만 그것을 누군가는 내야 할 것이다. 정범진

GS파워, 안양시에 장학금 및 FC안양 기부금 전달

GS파워(사장 유재영)가 지역의 우수 인재 육성과 FC안양 발전을 위해 장학금과 기부금을 안양시에 전달했다. GS파워는 14일 안양시청에서 유재영 GS파워 사장과 최대호 안양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인재육성 장학금 기탁 및 FC안양 기부금 전달식을 가졌다고 밝혔다. GS파워는 안양시 인재육성재단과 함께 2022년부터 'ESG 장학생' 프로그램을 시행해 왔으며, 올해에도 1억 원의 장학금을 인재육성재단에 기탁했다. 기탁된 장학금은 관내 초, 중, 고 대학생을 대상으로 ESG 문화예술 장학생 육성에 활용될 예정이다. 최대호 안양시장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지역 인재 육성과 FC안양의 발전을 위해 지원해주신 GS파워에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도 안양시는 우수한 청소년들이 마음껏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인재 육성을 위한 정책을 펼쳐 나가겠다"고 말했다. 유재영 GS파워 사장은 “인재 육성을 포함한 시장님의 다양한 노력들이 최근 지자체 혁신평가 등 전국 단위에서 인정을 받고 있어 기쁘다"며, “GS파워도 지역 기업으로서 안양시의 인재 육성과 문화·예술 발전에 지속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김준동 남부발전 사장 “에너지전환 시대적 사명 완수”

김준동 한국남부발전 사장이 에너지전환이라는 시대적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김 사장은 최근 부산 본사에서 CEO 주재로 '하동화력의 슬기로운 전환을 위한 전사 에너지전환 TF 2차 회의'를 개최했다. 에너지전환 TF는 작년 12월에 착수된 정부의 석탄발전 전환 협의체의 정책방향과 연계하여 하동 석탄발전소의 에너지전환에 따른 △지역경제 지원, △인력전환・대외협력, △설비활용・고용안정 지원, △대체전원 개발 등 4개분과로 구성되어 CEO 주관하에 운영 중이다. 남부발전은 이번 회의에서 하동군의 지역경제 영향 최소화를 위한 대체사업 실무안 발표, 민간기업의 판로개척을 위한 KOSPO 테크노브리지 사업의 진도점검, 협력사 근로자의 직무전환 지원을 위한 직무개발센터 구축 현황, 대체복합의 추진 현황 등에 대해 심도깊은 논의와 열띤 토론이 진행됐다. 현재 남부발전은 하동화력의 슬기로운 에너지 전환을 위해 경남도・하동군 및 협력사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협의기구를 통해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으며, 다각적으로 상생협력 방안 발굴 및 석탄발전 폐지에 따른 지역의 목소리가 정부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김준동 사장은 “남부발전은 시대적 사명인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을 공기업으로서 성실히 이행하고, 지역경제 영향 최소화 노력과 더불어 중소기업의 애로사항 해결 및 협력사의 고용안정 지원 등 슬기로운 에너지전환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E칼럼] 익숙해 무심히 지나쳤던 것들의 소중함

“연로하신 어머니가 싸주신 도시락에 행복했습니다." “당신은 도시락이 아니라 어머니가 건강하게 살아계신 것에 행복해야 합니다." 최근 퇴근길에 우연히 시청한 유튜브에서 들은 대화다. 늘 함께 있어 그 소중함을 잊고 있던 것들에 대해 감사해야 함을 가르쳐준 죽비였다. 우리는 오랜 기간 값싼 전기에 익숙해 있었다. 그러나 요즘 그것이 얼마나 큰 축복이었나를 새삼 깨닫는다. 최근 산업용 전기요금이 급격히 올랐다. 2010년까지만 해도 산업용 전기요금은 주택용 전기요금의 60% 수준에 불과했으나, 2020년 이후 급상승했다. 현재 산업용 전기요금은 kWh당 183원으로, 주택용보다 비싸졌다. 전기요금 인상은 '그리드플래이션(Gridflation)'을 유발한다. 이는 전기요금 등 에너지 요금 상승이 다른 상품들의 가격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쳐, 소비자 물가를 끌어올리는 현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3.6%로, 2023년 12월 이후 가장 많이 올랐고, 외식 물가도 2개월 연속 3%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그리드플래이션'은 기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높은 에너지 비용은 기업의 운영 경비를 증가시켜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지난 3월 연간 1조 원 이상의 전기요금을 내던 현대제철이 제철소를 미국으로 옮기겠다고 발표했다. 전기요금 인상으로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산업용 전기 요금이 10% 상승하면, 설비투자는 1.41% 감소하고 GDP는 0.18% 줄어든다"고 분석한 바 있다.하지만 아직 우리에게 기회는 있다. 값싼 발전원 중 하나인 원전을 자체 설계‧건설‧운영할 역량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선이 다가오면서 탈원전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와 이를 위한 전력망 확충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실제 그렇게 됐을 때, 대다수 국민과 기업이 얼마나 큰 부담을 져야 하는지를 애써 외면하는 듯하다. 우리가 값싼 전기를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원전이다. 1978년부터 이어온 원전 건설 덕분에 품질 좋은 전기를 풍족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원전 공급망을 구축했고 우수한 인력을 양성했다. 이들은 국내 원전을 설계‧건설‧운영하는 것은 물론 세계 시장에서도 인정받는 원전을 개발해 냈다. 그 결과, 연구로와 상용 원전을 수출하는 성과도 거뒀다. 지난달에는 미국에 차세대연구로 설계를 수출하였다. 66년 전 우리나라에 연구로를 공급하고 기술을 전수했던, 원전 기술의 종주국 미국에 역수출하는 쾌거였다. 그러나 원전 산업에 대한 정치적 간섭이 지나치게 늘고 있다. 일부는 우리 원전 산업을 폄훼하고 퇴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만약 이들의 주장대로 원전 산업이 붕괴한다면, 과연 우리나라는 더 안전하고 살기 좋은 나라가 될 수 있을까? 3월 서울에서 열린 한-영 청정에너지 워크숍에서 만난 영국 원자력 전문가의 말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현재 영국은 원자력 전공 교수 인력이 부족해 대학별로 독립적인 원자력공학과를 운영하기 어렵다고 한다. 이에 대학별로 분산된 교수진을 모아 온라인 과정을 운영하고 있지만, 기대만큼 인력 양성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영국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1956년 세계 최초의 상업용 원전인 칼더홀(Calder Hall) 원전을 운영한 세계 최고의 원자력 기술 강국 중 하나였다. 그런데 시즈웰 B 원전 운영을 시작한 1995년부터 힝클리 포인트 C 원전 건설을 시작한 2017년까지 원전 건설이 중단되면서, 원전산업 경쟁력이 급격히 약화했다. 결국 힝클리 포인트 C 원전 건설은 프랑스 기업에 맡겨야 했고, 원자력 전공을 가르칠 교수조차 찾기 어렵게 됐다. 정치의 과도한 개입으로 원전산업 생태계를 붕괴시킨다면. 우리나라도 결국 영국과 같은 길을 걷게 될지 모른다. 이제부터라도 정치권은 원전 문제를 단순히 '줄이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활성화하여 국가 전력 공급에 더욱 기여하게 할 것인지', '세계 원전 시장에 어떻게 더 많이 진출시킬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원전 산업이 살아야, 우리가 지금까지 누려온 값싼 고품질 전기의 혜택을 미래에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문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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