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경제신문 이원희 기자] 한국전력공사의 전력 구입 도매가격이 3주도 지나지 않아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가스요금 도매가격도 역대 최고치다.전력도매가격인 계통한계가격(SMP)은 액화천연가스(LNG) 계약 가격에 따라 바뀐다고 알려졌다. 글로벌 에너지 대란으로 LNG 가격이 치솟으면서 SMP도 역대 최고 수준을 보인 것이다.이에 따라 전기·가스 등 에너지요금의 추가인상 압박이 커졌다. 또 연료비 단가에서 상대적으로 비싼 LNG발전 축소 및 저렴한 원전·석탄발전 확대 등 발전원의 전면 재검토도 불가피한 것으로 지적됐다. 정부는 앞서 최근 연료비 상승분 반영하기 위해 이달부터 전기·가스요금을 일부 인상했다. 겨울철 에너지 대란을 대비하기 위해 공공기관 전력사용량을 10% 줄이겠다는 대책도 발표했다.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대책들은 SMP의 최근 고공행진에 비춰 미흡한 것이란 게 업계의 전반적인 기류다. 4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하루 평균 SMP가 이날 kWh당 265.4원을 나타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SMP의 종전 하루 평균 최고치는 지난달 16일 kWh당 255.4원이었다. 18일 만에 kWh당 10원이 올라 최고 기록을 다시 세운 것이다.지난달 평균 SMP도 kWh당 234.7원으로 월평균 역대 최고 기록을 나타냈다. 지난해 9월 월평균 SMP는 kWh당 98.2원으로 1년 만에 2.4배 올랐다.SMP가 이같이 최고 기록을 달성한 것은 LNG 수급 비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SMP는 발전하는 에너지원 중 가장 비용이 비싼 에너지원을 기준으로 결정된다. LNG가 석탄과 원자력보다 더 비싸 LNG를 기준으로 주로 SMP가 정해진다. LNG 가격이 비싸질수록 SMP도 비싸지는 원리다.한국가스공사의 가스 열량단가도 기가칼로리(Gcal)당 15만3837원을 기록, 마찬가지로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가스 열량단가의 종전 최고기록은 지난달 Gcal당14만4634원으로 한 달만에 9203원(6.4%) 올랐다.연료비가 폭등하면서 결국 에너지 소매 요금도 이달부터 인상됐다. 전력도매가격이 오를수록 소매 요금 인상 압박도 더 커질 것으로 분석됐다.한전은 전력도매가격이 오르자 모든 소비자의 전기요금을 1kWh당 총 7.4원을 인상했다. 4인 가구(월 평균 사용량 307kWh)의 월 전기요금 부담이 총 2270원으로 늘어나는 것이다.한전은 전기요금 인상을 발표하며 "연료비 폭등에 의한 도매가격 상승분을 전기요금에 제때 반영하지 못해 전기를 팔수록 적자가 커지는 상황"이라며 "국가적 에너지 수급 위기 극복을 위해 에너지 소비 절약과 효율 향상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가스요금도 서울시 기준으로 가구당 평균 월 5400원씩 인상됐다.정부는 에너지 소비를 줄일 대책도 내세웠다. LNG 발전 비중을 줄여 연료비 부담을 줄일 계획도 제시했다.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에너지 위기 대응을 위해 10대 그룹 사장단과 간담회를 갖고 정부와 공공기관이 에너지 사용량을 10% 절감할 계획이라며 산업계도 에너지 절약에 적극 동참할 것을 요청했다.박일준 산업부 2차관은 지난 21일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완화 방안도 환경부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는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석탄발전 가동을 제한하는 정책이다. LNG 가격이 비싼 상황에서 석탄발전을 늘리고 LNG 발전을 줄이겠다는 의미다.지난달 26일에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고정가격계약을 체결한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SMP 상승으로 추가 수익을 얻지 못하도록 ‘전력거래가격 상한에 관한 고시’ 일부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wonhee4544@ekn.kr전력거래소 관계자들이 전력수급상황을 점검하고 있다.지난해 9월부터 지난달까지 최근 1년간 계통한계가격(SMP) 월평균 추이. (단위: kWh/원) 자료= 전력거래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