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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인터뷰] 더불어민주당 박지혜 의원 “원전이냐, 재생에너지냐 싸움…시민들 요구 귀 기울이면 답 나와”

기후위기가 우리에게 재앙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재앙의 신호들은 극한 더위·호우·가뭄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기후변화는 인류의 생존과 직결돼 있다.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고는 더 이상 국제사회에서 일원으로 활동하기 어렵다. 기업들은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은 기후통상 규제에 대응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다. 국가 전체가 힘을 모아야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기후위기 속에 기후에너지 전문 의원들이 제22대 국회에 속속 합류했다. 이들은 기후위기특별위원회 구성 등을 추진하며 정치권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은 각 당의 주요 기후에너지 전문 국회의원들의 릴레이 인터뷰를 마련, 앞으로 계획과 대책 등을 들어본다. 세번째로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만났다. [편집자 주] “여당과 야당의 기후에너지 분야서 정치 갈등은 원자력 발전과 재생에너지 무엇을 우선순위로 두느냐는 싸움이다. 원전은 주민반발을 고려하면 기후대응을 위한 적절한 정책 수단이 될 수 없다. 시민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면 자연스럽게 답이 나오는 문제다."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정부 갑)은 지난 19일 당선 100여일을 맞아 에너지경제신문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기후에너지 정책의 여야간 간극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주민 반발을 고려할 때, 원전은 기껏해야 지금보다 한기 혹은 두기 더 건설할 수 있다며 진정한 기후위기 대응 수단이 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이에 현 정부의 원전을 중심으로 한 CF100(사용전력의 100%를 무탄소에너지로 조달)은 기후위기 대응 정책이 아닌 원전산업 부흥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대신 RE100(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이라는 전 세계적인 흐름에 맞게 재생에너지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탈석탄 변호사로 이름을 날리며 지난 2016년 국내 대표적인 기후환경단체인 기후솔루션을 만든 창립멤버다. 기후솔루션 창립 6년 후인 2022년 플랜1.5라는 씽크탱크 형태의 단체를 또 만들었다. 기후솔루션과 플랜1.5는 그동안 에너지 분야의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졌던 환경단체의 약점을 극복하고 우리나라 기후에너지 이슈를 주도하는 단체로 꼽힌다. 박 의원은 이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더불어민주당에 영입인재 1호로 정치에 뛰어들었고 22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그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한 법안들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국회에 진입했던 기후에너지 전문 의원들과 달리 비례대표 의원이 아니라 지역구(의정부갑) 의원으로 의정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기후에너지 이슈가 지역 경제 부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의정부에 위치한 미군 반환 부지인 '캠프 레드 클라우드'에 미래에너지 연구 시설 등을 짓겠다며 기후 전문 의원으로서의 당찬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박 의원과의 일문일답 - 국회의원이 된 소감을 듣고 싶다. ▲ 여전히 배울 게 많다. 기후·환경 전문가로 등원했기에 소명에 충실하면서도 다양한 분야의 현안 대응에 부족함이 없도록 노력 중이다. 국회 기후위기 탈탄소 경제포럼·기후행동모임 비상 등 기후정치 관련 활동은 물론, 미래를 여는 의회민주주의 포럼·중산층 정책연구회·을지로위원회·개혁행동포럼·경제는 민주당 등 다양한 포럼 및 연구단체 활동으로 활동 분야를 넓혀가는 중이다. 정치인으로서 입지를 잘 다져야 기후정치에도 힘이 실릴 것이라 생각한다. -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회복지원특별법'과 '노란봉투법'을 거부하고 있는 등 정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갈등을 체감하고 있는가. ▲ 엄청 체감하고 있다. 법안을 통과시켜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서 다시 돌아오면 뭘해야 할지 막막한 기분이 든다. 채상병 특검법도 벌써 두 번째 거부다. 당원들과 소통해보면 답답해 하는 분위기다. 많은 시민들도 답답해 한다. 여야 합의로 법안이 통과되는 모습이 있어야 시민들이 납득을 할 거 같다. 정치적인 이슈가 아닌 주요 법안들은 처리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지금은 어렵다고 생각된다. -기후솔루션 창립 멤버로 알고 있는데 플랜 1.5를 또 만든 계기가 궁금하다. ▲ 단체가 커지나 보니까 조직 운영보다는 정책적인 것에 집중하고 싶었다. 작은 단체를 만들어서 이슈 중심으로 활동하고자 플랜 1.5도를 만들었다. - 기후에너지 전문가 출신 의원으로서 어떤 이미지를 보여줄 생각인가. ▲ 기후 위기 대응은 오늘날 모든 정당에서 주목하는 의제로 떠올랐다. 지구를 살리는 것뿐만 아니라 RE100은 국내 산업경쟁력, 일자리 문제와도 직결되는 핵심의제다. 기후는 경제다. 탄소중립 실현을 최우선 과제로 다루는 국회의원으로서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기여 하겠다. - 국회 기후위기대응특별위원회 상설화를 준비 중인 걸로 안다. 다만, 기후특위 역할에서 여야간 입장 차이가 있어 보인다. ▲ 21대 국회처럼 기후특위가 '맹탕 특위'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권한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기후특위 상설화와 일정한 권한 부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에는 여야 이견이 없다. 지난 9일 기후특위 상설화를 위한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 대표 발의했다. 발의한 내용은 기후특위를 상설화하고 탄소중립기본법, 배출권거래제법 등 기후 위기 대응과 관련한 법률에 대한 법안심사권, 기후대응기금의 기금운용 계획안 및 결산에 대한 예비심사권 등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았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발의된 국민의힘 안도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어 합의가 이뤄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 기후에너지부는 어떻게 구상하고 있는지 알고 싶다. ▲ 보통 환경부가 기후·환경 문제를 끌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환경부는 끌어갈 힘이 없고, 산업통상자원부는 에너지·산업·통상 등 실제 수단을 다 쥐고 있음에도 책임이 없어 방어적 태도만 보인다. 기후에너지 정책은 단순히 기후·환경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경제까지도 반영돼야 한다. 이에 정책을 통합하고 강하게 추진할 기후에너지부 신설이 필수다. 환경부의 기후 관련 기능과 산업부의 에너지 및 산업·통상의 일부 기능뿐 아니라 기획재정재부의 기후 예산 관련 기능을 통합하는 게 필요하다. - 산자위에서 준비 중인 법안이 무엇인가. ▲ 재생에너지로의 대전환 및 탄소중립 산업 육성을 적극 지원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지난 6월 25일 '탄소중립산업 육성 및 경쟁력 강화에 관한 특별조치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제정안은 탄소중립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탄소중립 사회로 전환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한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과 에너지이용 합리화법 등 '산단 태양광 활성화'를 위한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국내 산업단지 내 공장 지붕 등에 태양광 발전 설비 확대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 재생에너지 보급의 가장 큰 장애물로 지방자치단체 규제인 이격거리 규제가 꼽힌다. ▲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해서는 이격거리 규제가 완화될 필요가 있다. 민주당 내 의원들도 이격거리 개선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이격거리 규제 완화 관련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일부개정법률안 두 건이 발의돼 있다. 다만, 농어촌 지역은 주민 주거 및 자연보호 등 이격거리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역별로 합리적인 기준을 적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민주당 당론 채택에서 이격거리 규제 폐지가 밀리지 않았나. ▲ 실제로 당론으로 발의하려고 했다. 21대 국회 때 추진했던 것들 중에 정책위원회가 지정한 법안들이 당론으로 의원총회에 올라왔었다. 그런데 이격거리를 10m까지는 설정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올라왔다. 이거에 대해서는 반대 토론이 많았다. 원칙적으로 없도록 하고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형태가 더 바람직하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당론 채택은 이래서 안 하기로 했다. 대신 다른 의견을 낸 의원들이 추가적으로 법률안 발의를 한 상태다. 아마 산자위에서 우선순위를 두고 이격거리 관련 법안을 심의하도록 하지 않을까 싶다. - 21대 국회에서 해상풍력특별법이 통과되지 못했다. 해상풍력 보급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 해상풍력 발전이 저조한 이유는 입지 선정이 어렵고 대규모 투자가 필요해서다. 게다가 인허가 과정에서 많은 시일이 소요된다. 따라서 정부 주도의 계획입지 방식으로 전환해 계획적인 해상풍력 추진하도록 하는 '해상풍력 계획입지 및 산업육성에 관한 특별법' 제정이 중요하다. 제정법에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국무총리 소속의 '해상풍력발전위원회' 및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의 풍력발전추진단 설치도 담고 있어 해상풍력을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부에서 2031년에 전력계통 여유가 부족할 것을 예상해서 미리 해상풍력 발전사업허가를 제한하고 있는 데 이 부분은 따져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 최근 산업부가 발표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은 어떻게 평가하나. ▲ 우리나라의 탄소배출 정점 시기는 2018년으로 선진국과 비교해 탄소배출 정점 시기가 늦다. 탄소중립 달성 기한이 상대적으로 촉박한 상황이다. 그러나 11차 전기본 실무안은 기후 위기 대응에 대한 의지가 안 보인다. 11차 전기본 실무안의 2030년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는 21.6%로,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저다. OECD 국가들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 목표는 영국 85%, 독일 75%, 미국 59%, 일본 38%에 달한다. 더욱이 건설 기간이 긴 원자력발전과 실증도 되지 않은 소형모듈원전(SMR)을 확대하는 원전 일변도 정책을 고집했다. 전 세계 전력 수급 흐름은 핵발전소가 아니라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나아가고 있다. 중장기 전력수요 전망에 기반한 원전·석탄 발전을 계획하는 구시대적인 전기본 수립 방식은 급변하는 전력수요 및 재생에너지 확대 모델에 적합하지 않다. 학계 및 전문가, 시민사회 등 다양한 전문가들과 함께 전기본 수립 과정을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 - 탈석탄을 무리하게 하면 민간 석탄발전사업자가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우려도 제기된다. ▲ 석탄 발전사업자들의 정당성이 너무 약하다. 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탈석탄하겠다고 말했다. 소송으로까지 이의제기 하긴 어렵다. 당장 출력제어도 소송 못하고 있다. 계통제약이 있다는 걸 알고 들어왔기 때문에 가혹하지만 석탄발전소가 책임져야 하는 부분이 있다. 탈석탄을 무리 없이 추진하기 위해서는 기존노동자들 일자리정책과 충남,경남 일부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지원하는 정책을 하면서 가야 한다. - 여당은 원전을 포함한 CF100을, 야당은 재생에너지 중심의 RE100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 정치적 간극을 좁힐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 좁혀가야 한다. 어쨌든 무탄소라는 점에서는 통일된 의견이다. 원전과 재생에너지 무엇을 우선순위로 둘 것이냐 싸움이다. 하지만 원전은 한 두개를 더 지을까말까 하다. SMR은 불확실성이 크다. 원전은 주민수용성 고려와 건설에 걸리는 시간을 생각하면 기후대응을 위해 맞는 정책 수단이겠는가. 원전을 주장하는 건 원전산업 부흥을 위한 정책이지 기후대응을 위한 게 아니다. 큰 대세는 기본적으로 재생에너지가 확대돼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는 정부와 여당에서 재생에너지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시민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면 자연스럽게 답이 나오는 이슈가 아닐까 싶다. - 시민단체들이 헌법재판소에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에 미흡하다며 국민 생명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제기한 기후소송에 참여한 걸로 안다. 기후소송이 승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 (위헌이라는) 좋은 결론이 나올 수 있다. 합헌이 나오더라도 정부가 이런 점에서 잘못 대응을 해왔다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런 부분이 판결문에 명확하게 적시되면 기후대응 정책 발전을 위해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환경부가 기후위기 대응에 소홀하다는 뜻인지. ▲ 최근 환경부의 정책을 보면 기후위기에 대응할 의지가 있나 의심스럽다. 기후위기 대응댐을 제시했는데 4대강 사업을 정당화하는 등 현 정권의 입맛에 맞는 정책 추진을 위해 기후 위기 대응을 핑계로 삼는 모습이다. - 플랜1.5는 탄소배출권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낸 단체였다. 배출권에 대한 지적도 많이 나온다. ▲ 국내 배출권 시장의 제도는 글로벌 트렌드에 벗어나 있다. 시장 내 과잉 잉여분으로 인해 배출권 가격 하락세가 이어졌다. 해외 시장 대비 낮은 가격이 거래 수요 감소로 이어져 시장 활성화 자체도 불확실하다. 국내 배출권 가격이 유독 낮은 이유는 느슨한 배출권 정책 탓이다. 낮은 유상할당 비율과 느슨한 배출허용총량 설정 등 일부 제도를 개선하는 게 필요하다. -기후에너지 분야가 꼭 지역구 이해관계와 맞지 않을 수 있다. 의정부를 위해서 어떤 역할을 할 계획인지 궁금하다. ▲ 기후환경 이슈는 지역경제 발전에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다. 기후경제를 통한 균형발전과 지역 격차 해소, 일자리 창출에 관심이 있다. 특히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미래에너지 산업 육성을 통해 의정부의 경제성장과 그린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을 구상 중이다. 의정부에도 미래에너지 산업을 추진할 만한 미군 반환 부지인 캠프 레드 클라우드(CRC)가 있다. CRC를 디자인산업·미래에너지·역사관광·복합문화쇼핑 클러스터 조성 발판을 마련 할 것이다. CRC 부지에 미래에너지 연구시설 및 관련 스타트업 밸리 구축 지원과 캠프 레드 클라우드 특별법 제정으로 CRC 무상 양여 추진을 검토할 계획이다. ■ 박지혜 의원 프로필 ◇약력 △1978년 경기 연천군 출신 △2001년 서울대 조선해양공학, 경영학 졸업 △2003년 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계획학 석사과정 수료 △2004년 스웨덴 룬드대학교 환경경영 및 정책 석사 △2017년 녹색법률센터 상근변호사 △2017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법학 전문석사 △2019년 기후솔루션 이사 △2021년 서울대 법과대학원 환경법 전공 박사 △2022년 플랜 1.5 공동대표 △2024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정부갑) 이원희·윤수현 기자 wonhee4544@ekn.kr

국민연금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SK

국민연금이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에 반대표를 던지기로 결정하면서, SK그룹과 국민연금 사이의 오랜 '악연'이 또 수면 위로 떠올랐다. 양측의 대립이 단순한 일회성 사건이 아닌, 지속적인 관계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연금 vs SK, 끊이지 않는 갈등의 역사 26일 국민연금 등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에 대해 국민연금은 다시 한 번 강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합병 비율(SK이노베이션 : SK E&S = 1 : 1.1917417)이 SK이노베이션 주주들에게 불리하게 책정되었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이 합병 비율대로라면 국민연금 등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의 지분 가치가 크게 희석될 수 있다는 점은 여러 기관과 투자자들이 지적하는 중이다. 실제 국민연금도 이 합병이 SK그룹 대주주의 이익은 보호하지만, 자신들을 포함한 일반 주주들에게는 손실을 입힐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SK그룹과 국민연금의 '악연'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6년 국민연금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주)의 대표이사로 복귀하려 하자 반대표를 던진 바 있다. SK그룹 입장에서는 창업주 손자인 최 회장의 경영 복귀가 절실했지만, 국민연금의 반대로 난관에 부딪혔다. 이후 2018년 11번가 투자 실패는 양측 관계에 결정적 타격을 입혔다. 국민연금은 새마을금고, 사모펀드 운용사인 H&Q 코리아 등과 함께 11번가에 5000억원을 투자했다. 11번가의 기업공개(IPO)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SK그룹이 11번가의 기업공개(IPO) 약속을 지키지 못한 상황에서 11번가에 대한 콜옵션까지 포기해버린다. 결국 FI들은 동반매도청구권을 행사하여 11번가의 지분 매각에 나섰지만 아직 인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1년에는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을 분리해 SK온을 설립할 때도 국민연금은 반대표를 던졌다. 이는 SK이노베이션의 미래 성장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SK그룹은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분할을 강행했고, 이는 양측 관계를 더욱 악화시켰다는 평가다. ◇SK와 국민연금, 유독 각별한 '악연' 일련의 이슈 과정에서 국민연금은 SK에 대한 불신의 폭을 키우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11번가 사태 이후 국민연금은 SK그룹 계열사들의 지분을 꾸준히 줄여왔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국민연금 지분이 2020년 11%대에서 현재는 6.28% 까지 떨어졌다. 이 외 SK가스, SKC, SK리츠 등 다른 계열사에 대한 국민연금의 지분도 줄어드는 추세다. 이는 SK그룹에 대한 국민연금의 불신이 단순한 의결권 행사를 넘어 실제 투자 철회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SK그룹 입장에서는 주요 기관투자자의 이탈로 인한 자금조달 악화와 주가 하락 압박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셈이다. SK그룹과 국민연금의 관계는 다른 대기업 그룹들과 비교했을 때 유독 나쁘다는 평가다.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국민연금은 찬성표를 던졌는데, 이는 부적절한 합병비율로 인해 국민연금과 일반 주주들이 손실을 입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이는 SK그룹과 달리 '찬성'으로 인한 논란이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에도 국민연금은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취한 바 있다. 하지만 SK그룹에 비해 갈등의 빈도와 강도가 낮았다. LG그룹이나 롯데그룹과의 관계에서는 국민연금이 상대적으로 덜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국민연금이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SK온의 분할 등 SK그룹의 주요 의사결정에서 거의 예외 없이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과 큰 차이다. 한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는 “SK그룹과 국민연금의 관계가 나쁜 이유는 SK그룹의 투명성 부족과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 때문"이라며 “국민연금이 SK그룹의 주요 의사결정에서 지속적으로 반대 입장을 취하는 것은 SK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을 강하게 촉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거래정지’ 100개 종목에 10조원 묶여…자금 묶인 개미 ‘발동동’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해 거래정지 상태인 상장사가 총 100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시가총액을 합치면 10조원이 넘는 수준이다. 이 가운데 1년 이상 거래가 정지된 상장사만 절반인 50곳으로 거래정지 기간이 길어지면서 자금이 묶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거래정지 기간을 단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거래정지 상태의 상장사는 코스닥 기업이 74개, 코스피 21개사, 코넥스 5개사 등 총 100곳이다. 이들 기업의 시총을 모두 더하면 10조8549억원 규모다. 이들 기업의 평균 거래정지 기간은 438일로 1년 이상 거래정지된 상장사만 총 50개사다. 이큐셀, 어스앤에어로스페이스, 주성코퍼레이션 등은 지난 2020년부터 1600일 넘게 거래정지 중이다. 4년 넘게 자금이 묶인 셈이다. 거래정지 기간별로는 △4년 이상 거래정지 3개사 △3년 이상∼4년 미만 6개사 △2년 이상∼3년 미만 9개사 △1년 이상∼2년 미만 32개사 △1년 미만 50개사 등이다. 거래소는 감사보고서 의견거절, 자본잠식, 매출액 미달, 횡령 및 배임 등으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을 경우 해당 종목의 거래를 정지하고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를 진행한다. 심사를 통해 해당 기업의 영업지속성, 재무건전성 등을 개선할 수 있는 기간을 부여하고 이후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한다. 상장 폐지에 따른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하고 기업에 증시 퇴출 전 충분한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에서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는 2심제(기업심사위원회·상장공시위원회), 코스닥 시장에선 3심제(기업심사위원회·1차 시장위원회·2차 시장위원회)로 실질 심사가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코스피의 경우 최장 4년의 개선 기간이 부여된다. 하지만 장기간 심사를 거쳐도 상장폐지 결론이 나오는 경우가 상당수다. 또 상장폐지 결정 이후 투자자에게 최종 매매기회를 주기 위해 정리매매 기간이 부여되는데 보유한 주식 가치가 떨어져 휴지 조각이 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투자자 보호라는 본래 취지와는 달리 증시 활력 저해와 투자자 재산권 침해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고조되는 실정이다. 거래정지 기간 동안 자금이 묶인 투자자들은 종목토론방 등을 통해 “거래정지 기간이 너무 길어서 자금이 오래 묶여 있다", “거래재개든 상장폐지든 차라리 빨리 결정이 나서 종목을 정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거래재개 및 상장폐지 절차를 단축하기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섰다. 코스피 상장사의 경우 최장 4년에서 2년으로, 코스닥의 경우 현재 3심제에서 2심제로 상장폐지 절차에 소요되는 기간을 단축하는 방안이 주요 골자다. 거래소는 현재 개선 기간 단축 방안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한 상태로 연내 최종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기령 기자 giryeong@ekn.kr

“국민주도 옛말”…네카오, 하반기 회생 어렵다

네이버와 카카오 주가가 하반기에도 회복이 어려울 전망이다. 2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지만 신사업 등 성장성에 대한 의구심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주가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지속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돼서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네이버와 카카오는 국내 대표 성장주로 2분기 실적 회복과 기준금리 인하 전망에도 낙폭을 키웠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올해 들어 각각 -27.52%, -35.32%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1.19% 오른 것과 대조된다. 시가총액 순위도 떨어졌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연초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순위 각각 9위, 14위였다. 그러나 현재 기준 13위로, 23위로 밀려났다. 실제 네이버의 올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472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8% 증가했다. 해당 실적은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였다. 2분기 카카오의 영업이익도 18.5% 증가한 1340억원으로 시장 기대치에 부합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도 가시화되는 중이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23일(현지시각) “통화정책을 조정할 시기가 도래했다"며 “인플레이션이 상당히 감소했고, 이제 우리의 목표에 훨씬 가까워졌고, 인플레이션이 2%로 회복하는 지속 가능한 경로에 있다는 확신이 커졌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10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에상하고 있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은 9월부터 도입되는 대출규제 강화 정책의 영향을 모니터링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10월 첫 번째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면서 “10월 금통위 금리 인하 시작 후 내년도 분기당 한 차례 속도의 금리 변동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만, 네이버와 카카오에 대한 증권가의 반응은 부정이다. 과거 성장성이 부각되던 시기에는 저금리를 바탕으로 한 유동성 확보가 중요했지만, 최근 성장성 자체에 빨간불이 들어온 만큼 눈에 띄는 변화가 필요하단 것이다. 두 회사의 주력 사업인 광고나 커머스 등도 성장이 약해지면서 주가 하락을 부채질 하고 있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플랫폼의 실적 개선에 반해 콘텐츠의 부진이 나타난 점은 주력 사업의 성장성과 연결된다"며 “감익 사이클을 마무리한 점은 긍정적이나 장기 투자자를 이끌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 해외·AI(인공지능) 성과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이달 네이버와 카카오의 목표주가를 내려잡았다. iM증권은 네이버의 목표주가를 기존 28만원에서 22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또 신영증권(32만원→24만원)과 유안타증권(29만원→24만원), 삼성증권(25만원→24만원) 등 8곳의 증권사가 목표가를 내렸다. 카카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오너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카카오의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은 8일 'SM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기소된 상태로 첫 재판을 앞두고 있다. 삼성증권(5만1000원→4만2000원)과 대신증권(6만원→4만8000원), 미래에셋증권(7만원→5만원) 등 총 12곳의 증권사가 이달에만 카카오의 목표가를 하향 조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삼성증권은 투자의견도 매수가 아닌 중립으로 변경했다. 오동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는 중장기 성장전략에 혁신성과 구체성이 여전히 부족하다"며 “글로벌 광고와 컨텐츠 시장에서 숏폼(짧은 길이 영상)과 알고리즘 기반의 플랫폼 영향력이 증가하는 상황인 만큼 보다 과감한 기존 서비스 개편과 신규 서비스 출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하늘 기자 yhn7704@ekn.kr

은행권 ‘인위적 대출금리 인상’ 무용지물...주담대 역대 최대 증가

시중은행이 주택 관련 가계대출 급증세를 억제하고자 시장금리 하락에도 인위적으로 대출금리를 상향 조정한 가운데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증가 폭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다음달 1일부터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시행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가계부채와의 전쟁'에 나서고 있지만, 서울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있는데다 '막차 수요'까지 더해지면서 가계부채 증가세를 막지 못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의 인위적인 시장 개입 조치가 오히려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부동산 가격 상승, 가계부채 증가 등의 악순환 고리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올해 7월 말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59조7501억원이었다. 6월 말(552조1526억원) 대비 7조5975억원 증가했다. 7월 은행권 주담대 증가 폭은 사실상 역대 최대치다. 8월에도 주담대 증가세는 계속되고 있다. 이달 22일 현재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65조8957억원으로 7월 말(559조7501억원) 대비 6조1456억원 불었다. 월말까지 열흘이 남은 만큼 이러한 증가 속도가 유지될 경우 8월 주담대 증가 폭은 7월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특히 집값이 높고, 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거래가 늘어나면서 대출금액 자체가 불어났다는 게 은행권의 분위기다. 8월 22일까지 수도권 아파트 매매 거래는 총 11만3000건으로 작년 계약일 기준 전체 매매 거래 건수 13만2000건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는 저금리 시대였던 2021년 18만9000건보다는 적다. 그럼에도 은행 주담대 신규 취급액이 역대 최대 증가 폭을 기록한 것은 그만큼 아파트 고액 거래가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2021년 당시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 아파트 매매거래 가운데 9억원 초과~15억원 이하, 15억원 초과 물건의 거래 비중은 각각 10.57%, 4.42%에 불과했다. 하지만 8월 22일 현재 9억원 초과~15억원 이하, 15억원 초과 물건의 거래 비중은 각각 15.95%, 7.75%로 급증했다. 문제는 주담대 취급액 가운데 수도권 위주의 쏠림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9월부터 시행되는 2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에서 서울, 수도권의 은행권 주담대에 대해서는 DSR 스트레스(가산) 금리를 기존 0.75%포인트(p)에서 1.2%포인트로 상향하기로 했다. DSR은 대출받은 사람의 연간 소득 대비 각종 대출의 상환 원금과 이자 등의 비율이 은행 기준 50%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대출규제다. 스트레스 DSR은 DSR을 산정할 때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를 부과해 대출한도를 산출하는 제도로, 스트레스 금리가 붙으면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금융당국은 올해 2월 스트레스 DSR 1단계를 시행해 은행권 주담대에 스트레스 가산금리 0.38%포인트를 적용했다. 이어 당초 7월부터 스트레스 가산금리를 0.75%포인트로 높이는 2단계 조치를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이를 9월 1일로 미뤘다. 이와 함께 은행권은 다음달부터 새로 취급하는 모든 가계대출에 대해 예외없이 내부 관리 용도로 DSR을 산출한다. 현재 DSR이 적용되지 않는 보금자리론, 디딤돌 등 정책모기지 대출과 중도금, 이주비 대출, 전세대출, 총대출액 1억원 이하 대출에 대한 DSR 정보를 상시 파악하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갭투자에 활용되는 전세대출을 조이고자 현재 최대 100%에 달하는 전세자금대출 보증비율을 낮추고, 주택담보대출 거치기간을 없애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하면서도 한쪽에서는 한국은행에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모순된 정책'을 펴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나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지 않은 채 은행권을 앞세워 가계부채 규제만 강화하는 것은 주택 매수 수요를 억제하는데 역부족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달 22일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했다. 기준금리 3.50%는 작년 1월 13일부터 1년 7개월 넘게 유지됐다. 다음 금통위가 10월 11일인 점을 고려하면 약 1년 9개월간 동결이다. 이를 두고 대통령실은 “내수 진작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도 내수 진작 측면에서 봤을 때 금리 동결에 대해 아쉽다고 했다. 당정이 통화당국 결정에 아쉽다는 반응을 보인 것은 이례적이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

[김성우 칼럼] 산업 탈탄소가 시급한 이유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 미국 국립 해양대기국(NOAA)이 지난 17일 발간한 기후보고서에 따르면, 올해가 역대 가장 뜨거운 해가 될 가능성이 77%에 달한다고 한다. 지구의 지난달 지표면 기온이 관측 사상 가장 더운 7월이었던 것으로 밝혀져 지난 14개월 연속 매월 사상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이렇게 심각한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세계 주요국이 탄소배출에 가격을 부과하는 등 관련 정책을 예고하고 있는데, 특히 탄소배출이 많은 산업 제품을 국가간 교역할 때 과금하는 탄소무역장벽에 주목해야 한다. 유럽연합이 올해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를 시작하면서 영국 등 주변국들도 유사한 정책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은 주요 교역국에서 생산되는 제품들의 탄소배출량을 미국의 제품 탄소배출량과 비교·평가하도록 규정하는 법안을, 상원에 이어 지난 7월 하원에서도 양당 의원들이 공동으로 발의했다. 수입품에 탄소가격을 부과하려면 우선 제품별 탄소배출량을 파악해야 하므로 이는 탄소무역장벽 설치의 신호탄이다.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들의 경우 제품의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산업 탈탄소를 가속화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다. 필자는 지난 1월 유럽의 싱크탱크인 몽테뉴 연구소(Montaigne Institut)가 주최한 유럽연합(EU)-아시아 정책 워크숍에 참석해 탄소가격으로 인한 기업 영향에 대해 논의했고, 지난 5월에는 동 연규소 산업 탈탄소 전문가인 조셉 델라태 박사를 한국으로 초대해 산업이 탄소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한 수단과 어려움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세계 산업부문 탄소 배출량의 약 3/4은 철강, 시멘트, 화학이 차지하기 때문에 이 3대 업종에 논의를 집중했다. 철강의 경우, 주요 감축 기술은 전기를 활용해 고철을 녹이는 전기아크로(Electric Arc Furnace)와 석탄 대신 수소로 철광석을 환원하는 수소직접환원(Hydrogen Direct Reduction)이 대표적인데, 문제는 청정전력 및 순수고철의 확보와 청정수소 인프라 구축이다. 시멘트의 경우, 주요 감축 기술은 산업 부산물인 슬래그(slag)나 플라이애시(fly ash)로 시멘트 원료를 대체하거나 탄소 포집·활용·저장(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로 배출된 탄소를 제거하는 방법이 있는데, 문제는 대체제의 수급과 포집된 탄소의 활용처/저장공간이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화학의 경우, 화석연료 기반의 나프타 원료를 바이오매스 기반의 바이오나프타로 대체하는 기술과, 공정연료를 재생전기나 청정수소로 대체하는 기술이 주요 수단인데, 문제는 역시 청정 원료 및 연료의 수급이다. 한마디로 수단은 있는데 장애가 많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지금의 산업 탈탄소 추세로는 기후 위기 대응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속도를 높여야 한다. 무엇보다도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산업 탈탄소 기술에 대해서는 상용화를 앞당겨야 한다. 대표적인 공통 기술이 청정수소와 탄소 포집·활용·저장인데, 최대한 빠르게 기술 가격을 하락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채찍과 당근을 동시에 사용해야 한다. 탄소가격을 부과하면서도 보조금을 지불해 기술가격이 경쟁력이 생길 때까지 초기 시장을 만들어 줘야 하고, 바이오매스나 폐플라스틱 등 산업 탈탄소에 필요한 청정 원료 및 연료가 원활하게 공급되도록 인프라를 구축해 줘야 한다. 또한, 모험 자본도 늘려야 한다. 불확실성이 높은 초기 시장의 투자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는, 민간 기업의 조건 없는 사회책임기금이나 다자간 은행의 양허성 자금 등 우선 손실을 감당할 모험 자본이 상업 자본의 마중물 역할을 해 주어야 한다. 이처럼 기술, 정책, 금융이 동시에 산업 탈탄소 공통 기술 상용화를 위해 한 방향으로 힘을 모아야 산업 제품의 탈탄소를 가속화할 수 있다. 상술한 공통 기술들은 한국에게만 필요한 기술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실기하면 다른 국가나 기업이 먼저 상용화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국은 그 기술을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사와야 하고, 이는 우리 제품 경쟁력의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 반면, 우리가 지금 공통 기술을 적극 상용화해 확보한다면 우리는 제품 수출은 물론 산업 탈탄소 기술까지 수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물론, 선택은 지금 우리가 하는 것이다. 김성우

문 닫는 자영업자 속출에 상가 경매 11년 만에 최대

지난 7월 법원 상가 경매건수 2294건, 2013년 1월 이후 가장 많아 경기 악화 등으로 채무를 감당하지 못한 자영업자들이 늘어나면서 경매 시장의 신규 상가 매물이 급증하고 있다. 2013년 1월 이후 11년 만에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하면서 상가 시장을 더욱 침체하게 하고 있다. 25일 경매, 공매 데이터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7월 전국 법원에서 진행된 상가 경매 건수는 총 2294건이었다. 2013년 1월(2512건)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전월(2083건) 대비로는 10.1% 늘었고, 작년 같은 달(1059건)과 비교하면 116% 급증했다. 월별 상가 경매 진행 건수는 2022년만 해도 1000건을 하회했다. 그러나 작년 초부터 매물이 쌓이면서 지난해 4월 1091건으로 1000건을 넘어섰고, 올해 6월에는 2000건을 돌파했다. 더 큰 문제는 경매에 나오는 물건 10건 가운데 8건은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가 경매 낙찰률은 올해 들어 계속 20%를 하회해 6월 15.6%까지 떨어졌다. 7월에는 20%로 다소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경기 악화 등으로 채무를 버티지 못해 경매 시장에 신규로 나오는 상가 매물은 늘고 있지만, 고금리, 임대료 하락 등으로 낙찰 받으려는 수요는 저조해 시장에 매물이 계속 쌓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상가 경매 시장도 상황은 좋지 않다. 7월 서울에서 진행된 상가 경매는 총 286건으로 1년 전(106건) 대비 2배 넘게 증가했다. 상가 경매 건수는 2015년 2월(293건) 이후 가장 많았다. 특히 동대문 등지의 패션몰, 전자제품 전문상가 등 테마상가를 중심으로 낙찰률과 낙찰가율이 저조하다. 실제 충무로의 한 패션몰 내 상가는 작년 8월 경매에 처음 나온 이후 9차례 유찰을 거듭한 끝에 지난달 겨우 주인을 찾았다. 낙찰가는 3110만원으로 감정가(1억8000만원)의 13%에 불과하다. 경기 지역 상가 경매도 7월 총 487건으로 2015년 3월(585건) 이후 최대치였다. 지방의 경우 공급 과잉으로 공실이 늘면서 오랜 기간 임차인을 찾지 못한 상가가 경매로 나오는 사례가 많다. 상가 임대시장은 상황이 여전히 좋지 않고, 경매 신규 신청 건수도 계속 늘고 있어 상가 매물 적체 현상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

위원장은 트럼프, 조합원은 해리스…두쪽 난 美 거대 노조

미국 트럭 운전자 노동조합인 '국제 트럭 운전자 연대'(International Brotherhood of Teamsters)가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두 쪽으로 갈라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노조 위원장 션 오브라이언이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편들고 나서자 일반 조합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 강력한 노조인 국제 트럭 운전자 연대(이하 팀스터즈)는 1903년 설립됐다. 현재 트럭과 버스 운전사, 항공사 조종사, UPS 운전사 등이 소속된 조합원 130만명의 노조다. 오브라이언 위원장은 지난달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 참석, 트럼프 전 대통령을 찬양하며 팀스터즈가 어느 정당에도 신세를 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자신이 좌파로부터 배신자라는 비난을 받을 것을 알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며 “양 당의 극단주의자들이 내가 이 자리에 서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 우리 노조가 올바른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오브라이언의 연설에 반발한 수십명의 팀스터즈 조합원들이 지난 20일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 무대에 올라 바이든 대통령의 연금 정책에 감사를 표했다. 이 자리에 오브라이언 위원장은 오르지 못했다. 오브라이언에 분노한 조합원들은 메시지 게시판이나 팟캐스트 등에서 그의 행동에 의문을 제기했다. 게다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2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대담에서 파업에 들어간 노동자들을 해고해야 한다는 식의 발언을 하면서 분열이 더 거세졌다고 WSJ은 전했다. 팀스터즈 조합원인 릭 스미스는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션 오브라이언은 기본적으로 도널드 트럼프의 요란한 마케팅 수단이라고 생각한다"라며 “그는 자신을 이용하도록 허락했다"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상황은 이 노조가 얼마나 정치적으로 분열됐는지를 보여주며, 지도부뿐 아니라 일반 조합원 중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이 많다고 WSJ은 설명했다. 일부 조합원들은 공화당에 대한 지지를 환영했지만 또 다른 조합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이 분명 자신들의 이익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팀스터즈의 내부 분열은 민주당과 공화당의 노동자 관련 정책과도 관련이 있다. 무역과 이민에 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은 팀스터즈를 포함한 노동 계급 유권자들에게 인기가 있지만, 그가 대통령일 당시 미 노동관계위원회(NLRB) 공석을 재계 쪽 변호사들로 채운 적이 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노조 친화적인 변호사들을 NLRB 위원으로 임명하고 해리스 부통령에게 노조 결성·단체교섭 촉진 관련 정부 태스크포스 책임자 역할을 맡기기도 했다. 지난 2020년 대선에서 팀스터즈는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했고, 그는 취임 뒤 860억달러(114조원) 규모의 고용주 연금 구제금융 계획을 포함한 경기 부양책에 서명했다. 이 기금의 40% 이상이 은퇴한 팀스터즈 조합원 35만명을 지원하는 데 쓰였다. 아울러 일부 팀스터즈 조합원은 상의하달식이고 보복성인 오브라이언의 지휘 방식을 싫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서울만 팔린다…수도권 아파트 매매, 3년만에 지방 추월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의 아파트 매매거래가 급증하면서 2021년 2월 이후 처음으로 전체 매매건수 가운데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 지방 아파트 매매건수를 추월한 것으로 조사됐다. 25일 부동선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한국부동산원의 월별 아파트 매매거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수도권 아파트 매매 건수는 올해 6월 2만1888건으로 2만건을 넘어섰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 건수는 올해 1월 1만2083건에서 2월 1만3671건, 3월 1만6184건, 4월 1만9천507건, 5월 1만9천842건 등으로 계속해서 높아졌다. 이 중 서울은 올해 1월 2456건에서 6월 6150건으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거래가 급증하면서 전국에서 매매된 아파트 가운데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월 높아지고 있다. 수도권 거래 비중은 올해 1월 37.6%에서 2월 41.0%, 3월 40.2%, 4월 44.2%, 5월 45.8%에서 6월 50.5%로 50%를 넘어섰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 건수가 지방 매매 건수를 앞선 것이다. 이는 2021년 2월(50.4%) 이후 처음이다. 서울과 수도권은 아파트 가격이 계속해서 상승하는 반면 지방은 부동산 시장 침체가 계속되면서 수도권 위주로만 매수세가 활발한 분위기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19일까지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누적 변동률을 보면 서울의 아파트값은 2.67%, 인천은 1.03% 올랐다. 경기도 아파트가격은 0.23% 하락했지만 수도권 전체로는 0.82% 올랐다. 이 기간 지방은 1.26% 내렸다. 전문가들은 서울의 거래가 확연하게 증가하며 아파트 매매시장에서도 수도권 위주로만 매수세가 활발하다고 진단했다. 당분간 수도권 위주의 매수세 쏠림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

책임경영 의지 내비친 셋째 김동선…한화갤러리아 주가도 고공행진 이어지나

한화갤러리아가 지난 23일 15% 이상 급등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삼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미래비전총괄 부사장이 회사 주식 3400만주를 공개매수하기로 밝히면서다. 이번 공개 매수로 주가와 기업가치 제고에 긍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한화갤러리아는 23일 종가 기준 전 거래일 대비 208원(15.96%) 상승한 1511원에 거래를 마쳤다. 우선주인 한화갤러리아우는 720원(29.88%) 상승한 3130원, 상한가로 거래를 마쳤다. 우선주가 보통주 대비 더 많이 오른 이유는 배당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22일 한화갤러리아는 김 부사장이 지난 23일부터 내달 11일까지 보통주 3400만주를 주당 1600원에 공개매수한다고 공시했다. 김 부사장은 이번 공개 매수를 위해 22일 기준으로 자신이 보유 중인 한화 보통주 126만여주 등을 담보로 한국증권금융에서 544억원 규모의 주식 담보 대출을 받았다. 이는 한화갤러리아가 올해 2분기 상장 후 첫 적자를 기록한 만큼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통해 기업가치와 경영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한화갤러리아의 2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1263억원을 기록했으나. 4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번 김 부사장의 한화갤러리아 주식 매입 가격은 한화갤러리아의 1개월 종가 평균 1190원 대비 약 34%, 22일 종가인 1303원 대비 약 23% 할증된 가격이다. 한화갤러리아 측은 최근 3년 내 공개매수 사례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프리미엄이라고 알려졌다. 김 부사장이 공개 매수로 사들이는 주식 3400만주는 전체 보통주의 17.5% 수준이다. 공개 매수에 성공하면 김 부사장이 보유한 한화갤러리아 지분은 현재 2.3%에서 19.8%로 늘어난다. 김 부사장은 지난해 3월 한화갤러리아가 한화솔루션에서 인적 분할돼 신규 상장된 이후인 작년 4월 12일부터 올해 5월 9일까지 총 449만9860주를 총 56억원을 들여 회사 주식을 매입한 바 있다. 현재 기준 한화갤러리아의 1대 주주는 지분 36.31%를 보유하고 있는 한화다. 2대주주는 김 부사장, 3대주주는 한화솔루션(1.39%)으로 구성돼 있다. 시장에서는 김 부사장의 주식을 매수 소식에 주가 또한 회복세를 나타낼 것이란 의견이 많다. 주식시장에서 유통되는 한화갤러리아 지분이 60%에서 42.5%로 줄어드는 점도 개인투자자들에겐 긍정적인 효과다. 공개매수는 모든 주주에게 일정한 프리미엄을 지급하고 동일한 조건으로 보유 주식에 대한 매도 기회를 부여하는 제도다. 주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공개매수 참여 여부는 주주들이 결정한다. 이번 공개매수는 한화갤러리아 소액주주(올해 6월 말 기준 58.27%) 3분의 1(공개매수 목표치인 17.5%)만 응모해도 성공하게 된다. 올해 4월 공개매수를 진행했던 현대홈쇼핑도 공개매수 지분(25%) 대비 1.8배 수준의 소액주주들이 응모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들어 한화갤러리아 주식을 매수한 소액주주 입장에서 공개매수 시 최대 60%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대규모 자사주 매입으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과 함께 책임 경영 의지를 표한 점도 적자로 불안했던 주주들을 안정시키고, 밸류업 기대감도 커질 수 있어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윤하늘 기자 yhn770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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