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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는 카카오 위에 나는 네이버…미래 승부처는 AI

네이버가 직전 2분기에 기록한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갈아치우며 3분기에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갔다. 반면 카카오는 대내외 리스크 속에서 선방했지만,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인공지능(AI)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양사는 경쟁 우위를 점하기 위해 수익성 확보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네이버는 3분기 연결기준 매출 2조7156억원·영업이익 525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1%, 38.2%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금융증권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제시한 컨센서스(시장 전망치)를 6.8%가량 상회했다. 영업이익률은 19.3%로 3.8%p 개선되면서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전 사업 부문에서 고른 성장세가 나타난 가운데 핵심 사업인 서치플랫폼(검색)·광고 부문이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같은 기간 카카오는 매출 1조9214억원·영업이익 130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4%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5%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6.8%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의 경우 플랫폼 부문의 호조로 증권가 컨센서스(1289억원)를 소폭 상회했지만, 외형 성장에 실패했다는 평가다. 양사의 실적은 콘텐츠 사업 성장에서 갈린 것으로 풀이된다. 네이버의 경우 일본 '라인망가'가 역대 최대 월간활성이용자수(MAU)와 유료 이용자수(MPU)를 기록하며 유료 콘텐츠 매출을 이끌었다. 이를 통해 매출(4628억원)을 6.4% 높였다. 반면 카카오의 3분기 콘텐츠 부문 매출은 9779억원으로 14% 줄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뮤직 매출액은 8% 감소한 4709억원으로 나타났다. 스토리 매출액(2187억원)도 12% 하락했다. 카카오웹툰이 인도네시아·대만 서비스를 종료한 데 따른 영향이다. 게임의 경우 신작 부재가 길어지면서 11% 감소했다. 네카오의 미래 먹거리이자 승부처는 AI가 될 전망이다. 이들은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사업 청사진을 공개하면서 경쟁에 불을 붙이고 있다. 다만 양사의 전략은 다소 차이가 있다. 네이버는 국가별 자체 AI 기술인 소버린 AI 구축을 전면에 내세우고, 하이퍼클로바X 적용 범위를 기업간거래(B2B)·기업소비자간거래(B2C) 등 전방위적으로 확장 중이다. 내년엔 AI 브리핑 요약 기능을 모바일에 적용하고, AI 기반 맞춤 쇼핑 추천 기능을 고도화한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를 상반기 중 별도 앱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AI·데이터 기반으로 검색을 강화하고, 이용자 관심사에 맞는 초개인화 서비스를 각종 분야에 적용하며 플랫폼 고도화를 이어 나가고 있다"며 “숏테일(단어 검색)에선 강점을 보이는 만큼 롱테일(문장 검색)·외국어 검색 등에 생성형 AI 검색 '큐(cue:)'를 우선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관계 기반 커뮤니케이션이란 강점을 활용한 서비스 중심 AI로 실용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특히 내년 상반기 선보일 예정인 새 AI 서비스 '카나나(Kanana)'로 B2C 시장을 집중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수익모델(BM)은 구독형이 될 전망이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AI 메이트와 이용자 간 상호작용으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것을 카나나에서 새로운 사용성으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수익화 방향은 클로즈 베타 테스트(CBT) 이후 이용자 행동 패턴을 분석하며 다양하게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멕시코 우회 NO관세’ 中 전기차, 트럼프 ‘관세 협박’ 통할까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트럼프가 중국을 향한 '관세폭탄'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는 멕시코로 우회 수입되는 '중국 전기차'에 대해 200% 이상의 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위협했다. 반면 일각에선 트럼프의 이러한 공격이 BYD 등 중국 전기차 기업의 질주를 제대로 막을 수 없을 것이란 시선이 나오고 있다. 이미 중국산 전기차에 10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고, 최근 유럽도 50%에 달하는 세금을 매겼지만 이들의 성장세를 전혀 막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 공약으로 멕시코를 통해 우회해 들어오는 수입차에 대해 20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00% 관세를 회피하기 위해 BYD 등 중국 전기차 기업들이 멕시코로 진출하려는 것을 원천차단 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멕시코엔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 일본, 독일 등 다양한 국가의 기업들이 있어 이를 현실화하기엔 다소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멕시코, 캐나다는 USMCA 협약을 통해 일정 기준을 충족할 시 각국 생산차량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이에 BYD, 체리자동차 등 중국 업계도 멕시코 공장 설립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 곳에서 생산한 차량들은 미국, 유럽 등으로 판매될 때 관세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 전기차 기업들은 이러한 방식을 통해 최근 독보적인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 에너지 시장 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BYD는 올해 1~9월 전기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모델을 261만5000대 판매하며 전년 동기 대비 31.2%의 성장률과 함께 1위를 기록했다. 테슬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업계가 하향세를 보인 것과 대조되는 실적이다. 특히 BYD는 올해 3분기 전년 대비 24% 증가한 약 282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테슬라의 3분기 매출 보다 30억달러 가량 높다. 글로벌 시장의 전기차 캐즘이 장기화되는 상황에 더불어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에 관세율을 확정지으며 압박하는 환경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시장 내 영향력이 확대된 것이다. 업계에선 내수 판매를 넘어 유럽, 아세안 5국, 남미 등 현지 완성차 업체의 전동화 속도가 늦은 지역에 대해 가격 경쟁력을 통해 시장 선점하는 전략이 통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미국, 유럽처럼 관세장벽이 높은 국가에서는 현지 생산 시설 혹은 멕시코 등 우호국가 생산 공장을 구축해 관세장벽을 우회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시장을 공략했다. 이런 흐름이 지속되자 트럼프는 멕시코산 수입품에 대해 2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엄포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멕시코엔 여러 국가들의 기업들이 진출해 있다. 보다 저렴한 투자비용을 통해 미국 시장에 무관세로 판매할 수 있는 매력적인 거점이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의 기아, 일뵨의 토요타, 혼다, 독일의 폭스바겐 등 여러 국가의 기업들이 멕시코에서 차량을 생산 중이다. 심지어 GM, 포드 등 미국 브랜드들도 이곳에서 차량을 생산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멕시코산 제품에 대해 200%의 관세를 매긴다면 각국의 반발이 심할 뿐만 아니라, 자국 기업들의 성장도 막는 꼴인 것이다. 업계에서도 트럼프가 결국 멕시코산 자동차에 관세를 매기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 분석가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강경한 관세 정책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첫 임기 동안 미국으로 수입되는 자동차에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었지만 실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BYD를 비롯한 중국 전기차 업계의 성장세는 계속될 것"이라며 “관세가 아닌 다른 경쟁력을 통해 중국 전기차를 견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극심해지는 미중 갈등에 한국 자동차 업계는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만약 멕시코산 자동차 수출이 막히더라도 현대차그룹은 미국 내에 3개의 공장을 가동하고 있기 때문에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김완섭 환경부 장관, 기후변화 당사국총회서 2035 NDC 의지 밝힌다

김완섭 환경부 장관이 오는 11일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리는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 참석, 2035년 온실가스감축목표(NDC) 수립 의지를 밝히는 등 기후위기 대응 계획을 전 세계와 공유한다. 이번 COP29에는 198개 당사국을 포함해 약 4만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김완섭 환경부 장관이 수석 대표, 정기용 외교부 기후변화대사 교체 수석대표로 참석해 공무원과 전문가로 구성된 정부대표단이 참석한다. 올해는 당사국들의 기후행동 의욕 촉진을 위한 이행기반의 조성에 힘쓸 전망으로, 2025년 이후의 신규 기후재원 조성 목표와 파리협정 제6조 세부 이행규칙 운영화 완결이 주요 쟁점이 될 예정이다. 의장국인 아제르바이잔은 파리협정 1.5도(℃) 목표 달성을 위한 각국 정상의 의지를 결집하기 위해 오는 12일부터 13일까지 세계기후행동정상회의를 연계해 개최한다. 이번 당사국총회에서는 감축, 적응, 재원, 파리협정 6조 관련 사항, 전 지구적 이행점검, 손실과 피해 등의 분야에서 총 90여 개 의제가 다뤄진다. 각 분야에서 그간의 노력과 이행을 위한 앞으로의 과제들이 논의될 예정이다. 한국대표단은 한국홍보관(바쿠 스타디움)에서 산업계, 학계, 청년 등 다양한 주체들이 국제사회에서 기후변화 대응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41개의 부대행사를 준비했으며 국내외 75개 기관이 참여한다. 또한, '녹색기술을 통한 순환경제 및 저탄소경제 실현'을 주제로 기술을 전시, 홍보해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교류 공간도 제공한다. 김 장관은 오는 19일에서 20일까지 진행될 고위급 회의 기조연설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파리협정의 실질적 이행을 가져올 국내외 기후 행동 강화가 중요함을 강조하며, 우리나라의 탄소중립 정책 이행현황을 소개할 예정이다. 2035 NDC 수립을 위한 의지와 제1차 격년 투명성 보고서에 대한 우리나라의 준비 과정을 국제사회와 공유한다. 또한, 김 장관은 기후변화에 취약한 국가들의 지속가능 성장을 돕기 위해 '투명성 교육프로그램 지원 확대 및 전문가 네트워크 구축 계획'을 선보인다. 이어 싱가포르, 호주 및 유엔환경계획(UNEP)과도 양자회담을 통해 우리나라 부산에서 오는 25일에 열리는 플라스틱 협약 제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INC-5) 성안과 2025년 세계 환경의 날 성공 개최에 대한 협조를 요청한다. 김 장관은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정책 추진 여건에 대한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는 시점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국제사회의 약속을 실제 이행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 COP29에서 전 지구적 기후 행동을 촉진하고 의욕을 증진하여 1.5도 목표를 향한 연대로 나가길 희망하며, 우리나라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책임 있게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재무통’ 김이배, 고강도 시장 재편 속 제주항공 내실 경영 집중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을 필두로 국내 항공업계 시장 재편이 예고된 가운데 김이배 대표이사(사장) 체제의 제주항공이 금융 비용 절감을 중심으로 저비용 항공사(LCC) 본연의 사업 모델(BM)에 입각한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지난 5일 신규 시설 투자에 관해 공시했다. 이는 종래 리스 운용을 해오던 737-800 여객기 1대를 구매 방식으로 전환해 도입한 것으로, 투자 금액은 394억9344만원이다. 보잉이 제작한 해당 기재는 구매시 1억610만달러(약 1485억원)이지만, 이 가격에 들여올 수 있었던 것은 제주항공이 운용한 기간 만큼 리스사가 감가상각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항공기 공급망 이슈의 여파로 차세대 항공기인 737-8 도입이 순연됨에 따라 안정적인 기재 확보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지금껏 당사가 운용해오던 기재여서 구석구석 제일 잘 안다는 점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특히 김 대표가 아시아나항공 전략경영팀장·경영관리본부장 등을 역임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재무 관리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는 앞서 리스에 관한 새로운 회계 기준인 국제회계표준(IFRS) 16을 발표했고, 2019년 1월1일부터 시행됐다. 기존에는 운용 리스와 금융 리스를 구분해 처리했지만 IFRS 16은 모든 리스에 대해 사용권 자산과 리스 부채를 인식하도록 규정한다. 운용 리스 비중이 높은 기업은 부채가 크게 증가하고 부채 비율이 상승해 장부상 재무 구조 악화로 기록된다. 부채 비율이 상승할 경우 자금 조달시 금융 비용을 더 내야 해 불리한 조건에 놓이게 된다. 각종 비용을 아껴야 해 영업 수단인 여객기도 빌려오는 LCC들의 재무 사정이 나빠지는 이유다. 금융 당국은 2020년 코로나19가 본격 창궐하자 IFRS 16 적용을 미뤘고, 덕분에 항공사들은 리스를 통해 들여온 항공기를 돌려보내 회계 문제를 비교적 가볍게 넘길 수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 국면이 지나고 반납 기재를 다시 들여오게 된 시점에는 당국이 IFRS 16을 강행하고 있었고, 원화 가치가 달러화 대비 떨어지는 환차손 문제도 겹쳐 재무 관리상 문제가 속속 생겨나는 형국이다. 최근 3년래 장부상 제주항공의 리스 부채와 그에 따른 이자 비용을 살펴보면 △2021년 1111억2753만원/138억9668만원 △2022년 1154억8051만원/145억3709만원 △2023년 1303억1814만원/233억5426만원 △2024년 6월 1434억9626만원/182억3670만원으로 해마다 늘어감을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올해 상반기 리스로 인한 현금 유출액은 969억7579만원, 재무상 총 부채는 1조7174억1836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1.91%, 2.86%씩 증가했다. 부채 비율은 536.53%에서 505.76%로 소폭 낮아졌지만 유상증자 등에 따라 자기 자본이 늘었던 것인 만큼 꾸준한 재무 관리가 요구된다. 제주항공이 리스 방식으로 띄우던 여객기를 구매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같은 상황 때문으로 보인다. 한편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이 이뤄지면 진에어를 중심으로 에어부산과 에어서울도 합쳐지는 등 LCC들의 몸집 불리기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티웨이항공이나 에어프레미아의 경우 공식적으로 매물로 나오지는 않았지만 대명소노그룹이 지분을 대거 매입하며 항공업계의 '다크 호스'로 급부상했다. 티웨이항공은 호주·유럽 진출을 선언하며 폭발적인 매출 신장도 이뤄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내 게시판을 통해 인수·합병(M&A)을 시사했던 김 대표의 발언이 무색하게 제주항공이 성장 기회를 놓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제주항공 관계자는 “무리하게 외연을 확장하기보다는 구매기 도입을 통한 원가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한다"고 답변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SK그룹, IB 없는 ‘DIY 딜’ 시대 연다

SK그룹이 최근 진행하는 주요 거래에서 투자은행(IB)을 주관사로 선정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딜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계열사가 참여하는 합병과 지분 매각 등 리밸런싱 작업에서 SK그룹은 외부 자문사 없이 독자적으로 거래를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SK그룹의 지주사인 ㈜SK는 100% 자회사인 SK스페셜티를 매각하기 위해 한앤컴퍼니를 단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통보했다. 이 딜은 주관하는 IB없이 진행 중이다. 법률적인 자문은 광장을 통해 받으면서 진행 중이다. 현재 SK그룹의 소재 사업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는 SKC도 반도체 소재 자회사인 SK엔펄스를 매각하고 있다. 이 딜도 주관사없이 진행 중이다. SKC의 다른 자회사인 SK넥실리스도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 하면서 주관사 없이 직접 그룹이 투자자를 찾고 있는 중이다. SK그룹의 이러한 행보는 오랜 기간 준비해온 결과물이라는 분석이다. SK그룹은 2017년부터 타 대기업과는 다른 방식으로 IB를 활용해왔다. 당시 LG그룹이나 롯데그룹, CJ그룹은 주요 딜에서 IB에 전권을 위임했다. 하지만 SK그룹은 거래 전반에 깊이 관여하며 IB의 노하우를 체계적으로 학습했다. 딜이 진행될 때마다 해당 계열사 임원들뿐만 아니라, 다른 계열사의 임원들까지 IB에 자료를 요청하고 실무 과정에 참여한 것을 전해졌다. 학습은 SK그룹 전체의 딜 역량 강화로 이어졌다. 그룹 차원에서 M&A 노하우가 축적되었고, 이는 현재의 자체 딜 추진 역량으로 발전했다. 그 결과 SK그룹은 특히 실사 과정과 기업가치 산정, 협상 전략 수립 등 IB의 핵심 업무 영역에서도 상당한 전문성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SK그룹은 이러한 역량을 바탕으로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기존에 수펙스추구협의회와 SK(주)로 분산되어 있던 투자 기능을 지난해 말 SK(주)로 단일화했다. 이를 통해 의사결정 구조를 간소화하고,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딜 추진이 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변화는 IB업계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SK그룹이 자체 딜 능력을 키우고 성과까지 꾸준히 낼 딜에 대한 헤게모니(주도권)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자체적인 딜 역량 확보가 거래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확인될 경우 다른 대기업들도 SK그룹의 사례를 참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 딜의 경우 상당한 수수료 수입이 발생하는 만큼, SK그룹의 자체 딜 선호 현상이 확산될 경우 IB업계의 수익 구조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SK그룹의 주관사 없는 딜 추진 방식에 대해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밸류에이션의 객관성 확보나 시장과의 소통 문제 등이 잠재적 리스크로 지적된다. 특히 계열사 간 거래나 매각 과정에서 기업가치 산정의 공정성을 입증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 주요 우려사항이다. 또한 외부 주관사 없이 시장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거래의 필요성과 합리성을 설득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재계관계자는 “SK스페셜티 매각을 비롯한 최근의 거래들이 아직 진행 중인 만큼, 이러한 리스크 요인들은 향후 주의 깊게 관리해야 할 과제"라며 “시장에서는 SK그룹이 축적된 자체 역량을 바탕으로 이러한 잠재적 리스크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관리해낼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비서실장에 ‘킹메이커’ 와일스…트럼프 2기 인선 잰걸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수지 와일스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임명하면서 차기 행정부 인선을 본격화하고 있다. 1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내각 후보군이 좁혀지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7일 자신의 선거운동을 승리로 이끈 와일스를 집권 2기 첫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지명했다. 여성이 백악관 비서실장이 되는 것은 미 역사상 와일스가 처음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수지는 강인하고 똑똑하고 혁신적이며 보편적으로 존경받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킹메이커'로 불렸던 와일스가 얼마나 강한 권한을 행사하게 될지 아직은 구체적으로 전해진 바가 없지만, 현지 언론은 와일스가 이른바 '문고리 권력'이 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CNN 방송은 와일스가 트럼프 당선인에게 비서실장을 맡기 위한 조건으로 누가 집무실에서 대통령을 만날 수 있는지 자기가 통제하겠다는 것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대외관계를 담당하는 국무부 장관에는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의 이름이 자주 거론되고 있다.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마지막까지 고려됐던 그는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상원 정보위원회 공화당 간사를 맡고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주일미국대사를 지낸 빌 해거티 상원의원(테네시)은 국무부, 재무부, 상무부 장관 후보로 보도되고 있다. 그는 대사와 상원의원을 하기 전에 조지 W. 부시 백악관에서 경제 자문을 했다. 트럼프 1기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로버트 오브라이언은 국무부 장관이나 다른 국가안보 고위직을 맡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가 자신의 컨설팅 고객들에게 트럼프 2기 행정부에 참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트럼프 1기 주독일미국대사와, 미국의 16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DNI) 국장 대행을 역임한 리처드 그리넬도 국무부 장관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 9월 뉴욕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났을 때 배석했다. 폭스뉴스는 그리넬이 국무장관 자리를 노리고 있으며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임명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국방부 장관에는 육군 특수부대 '그린베레' 출신인 마이크 왈츠 하원의원(플로리다)의 이름이 자주 오르내린다. 그는 방산기업 CEO 출신으로 도널드 럼즈펠드와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시절 국방부 국방정책국장을 지냈으며, 하원 군사위·외교위·정보위에서 활동하고 있다. 트럼프의 재선 도전을 가장 먼저 지지한 의원 중 한명인 엘리스 스터파닉 하원의원(뉴욕)은 주유엔대사로 거론된다. FT 등은 정권 인수팀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린다 맥맨이 상무부 장관 경쟁에서 선두 주자라고 보도했다. 레슬링 기업 월드레슬링엔터테인먼트(WWE)를 남편과 함께 창립한 맥맨은 트럼프 당선인의 오랜 친구이자 주요 후원자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중소기업청장을 지냈다. 트럼프 첫 임기 때 미국무역대표(USTR)를 지낸 충성파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는 상무부나 재무부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그에게 USTR을 다시 맡아달라고 요청했다고 FT는 보도했다. 재무부 장관은 헤지펀드 매니저 스콧 베센트나 존 폴슨 등 금융업계 인사가 맡을 것으로 관측된다.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조기에 사퇴하고 트럼프를 지지한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는 에너지 장관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당선인의 재선 도전을 전폭적으로 지원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신설될 정부효율위원회를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또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트럼프 지지로 돌아선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는 공중보건 분야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에 입각하거나 백악관에서 보건·식품 정책을 감독하는 역할을 맡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부터 백신 사용이 자폐증 등을 유발한다고 주장하며 정치권을 상대로 백신 반대 로비 활동을 펼쳐왔다. 이와 관련, 미 워싱턴포스트는 복수의 전직 트럼프 행정부 보건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케네디 주니어가 백신 승인 절차를 전면 개편하기는 어렵겠지만, 다른 방식으로 압력을 행사할 수 있다"며 “기존 백신의 생산을 늦추거나 새로운 백신의 생산 승인을 방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백악관 대변인에는 캐롤라인 레빗 트럼프 대선 캠프 대변인이 유력하다고 보도됐다. 국토안보부 장관으로는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AFPI)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채드 울프 전 국토안보장관 대행과 톰 호만 전 이민세관단속국(ICE) 국장 대행 등이 언급된다. 법무부 장관에는 에릭 슈미트 상원의원(미주리)이 고려되고 있다고 NBC 뉴스는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1기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을 지낸 제이 클레이턴이 이번에는 법무장관, 재무장관 자리를 두고 경쟁하고 있으며 중앙정보국(CIA)을 이끄는데도 관심을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변호사 출신인 마이크 리 상원의원(유타)과 켄 팩스턴 텍사스 주법무장관, 맷 휘티커 전 법무장관 대행도 국토안보장관 후보군에 있다. 한편, 트럼프 당선인은 9일(현지시간) 자신이 설립한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현재 구성 중인 트럼프 행정부에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와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은 부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헤일리 전 대사는 앞서 공화당 경선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대항마로서 마지막까지 경쟁하다가 중도 사퇴했다. 그는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출범한 2017년부터 이듬해까지 유엔 대사를 지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국무장관 등 요직을 지내며 주요 대외정책의 전면에 섰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가계부채 사각지대’...내년부터 신용카드 車 할부 구매 한도↓

금융당국이 내년부터 신차를 구입할 때 연 소득을 고려해 신용카드 특별한도를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간 자동차 카드 할부의 경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반영되지 않아 가계부채 사각지대로 꼽혔는데, 이달 중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해 내년 초부터 특별한도를 조정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구상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소비자가 신차를 구입할 떄 연 소득을 고려해 신용카드 특별한도를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신용카드 특별한도란 고객이 병원비나 경조사 등 불가피하게 지출이 늘어났을 때를 대비해 카드사가 한시적으로 한도를 올리는 것이다. 대부분 신용카드사는 자동차 카드 할부와 관련해 소득 심사 등을 거쳐 최장 할부 60개월에 최대 1억원에 달하는 특별한도를 임시로 부여한다. 현재 일부 카드사는 신차 구입 시 연 소득의 3배, 월 가처분 소득의 36배까지 특별한도를 부여하고 있다. 카드사마다 소득 안에서 특별한도를 부여하는 곳도 있고, 연 소득 대비 특별한도를 상당히 높게 부여하는 곳도 있다. 금감원은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한도가 과도하게 운영되는 측면에 대해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이달 중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해 협회, 각 카드사에 지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여신금융협회의 모범 규준 반영, 각 카드사 내규 반영 등을 거치면 내년 초부터 실제 특별한도가 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저소득자 고객들이 특별 한도를 통해 신차를 구매하는 경우에는 예외 적용이 될 수 있다. 국내 자동차 판매 시장에서 신용카드 결제 비중은 50%가 넘는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와 여신금융협회의 국내카드 승인실적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자동차 판매 실적 총 78조5000억원 가운데 신용카드로 결제된 금액은 총 41조2000억원이었다. 자동차 판매 가운데 총 52.5%가 신용카드로 결제된 것이다. 한편, 금감원은 자동차 카드 할부를 DSR 규제에 적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신차를 살 떄 할부금융사의 자동차 할부나 은행의 오토론 상품을 이용하면 DSR 산정에 포함되지만, 자동차 카드 할부 상품을 이용하면 DSR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에 일각에서는 신용카드 자동차 할부가 DSR 규제를 회피하고, 대출 기록에 등재되지 않아 사실상 가계부채 부담을 늘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카드가 지급결제 수단인 만큼 DSR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

[기자의 눈] 금융감독원의 결단에 박수를

최근 금융감독원이 국내 기업들에 칼을 겨눴다. 국내 기업들이 주주들의 이익은 고려하지 않고 합병, 유상증자 등을 추진하자 금융당국이 경고성 메시지를 연이어 내놓고 있다. 올해 들어서야 금융당국이 움직이기 시작한 건 늦은 감이 있지만 그 방향성에는 박수를 쳐주고 싶다. 고려아연과 두산이 대표적이다. 고려아연은 지난달 30일 2조5000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갑작스럽게 발표했다. 차입금 상환을 목표로 한 대규모 유상증자 소식에 주주들은 반발했다. 주주가치 훼손, 불공정거래 의혹 등의 비판이 커졌다. 금감원도 다음날 바로 긴급 브리핑을 열고 공개매수 관련 부정거래 의혹을 적극 조사하겠다며 엄정 대응에 나설 것을 약속했다. 유상증자 공시 이후 엿새 만인 지난 6일 금감원은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관련 증권신고서에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현재 신고서의 효력은 중단된 상태다. 두산도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합병안을 추진하고 있으나 싸늘한 시장 반응에 합병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두산을 향해 정정 제출을 요구하면서 “증권신고서상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횟수에 제한 없이 무한 정정을 요구하겠다"고 작심발언한 것 또한 한몫했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장이 직접 나서서 기업에 대해 발언하는 정도가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원장은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금감원장이 원장 권한을 넘어 본인의 의견을 외부에 지나치게 많이 이야기한다"며 “시정할 용의가 있느냐"는 질의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경고가 시장에서 효과를 보이고 있다. 재계에서도 금감원의 적극적인 조치에 사뭇 놀란 눈치다. 시장에선 고려아연이 유상증자 추진 계획을 철회할 가능성이 높고, 두산의 합병안도 쉽게 통과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고려아연과 두산 사태를 본보기로 향후 다른 기업들도 주주들의 뒤통수를 치거나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선택을 쉽게 하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측면에서 지금이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영 행태를 바꿀 절호의 기회다. 기업들은 더 이상 주주를 배제한 채 기업 가치만 추구할 것이 아니라 주주들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면서 동시에 기업 가치를 높이는 방법을 모색하길 바란다. 김기령 기자 giryeong@ekn.kr

2금융권 대출↑...당국, 카드·캐피탈사에 대출 속도조절 요구 무게

지난달 이른바 서민급전으로 분류되는 제2금융권의 카드론, 현금서비스, 신용대출, 보험약관대출 등이 1조5000억원 이상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당국은 대출 속도 조절을 위해 카드, 캐피탈사에 11월과 12월 대출 목표치를 제출하라고 요구할 계획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카드, 캐피탈사에서 카드론, 현금서비스,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이 9000억원 이상 늘었다. 카드, 캐피탈사의 가계대출은 7월 8000억원, 8월 7000억원 증가한 데 이어 지난달 증가 폭이 확대됐다. 여기에 저축은행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은 지난달 4000억원 늘어 다시 증가세로 전환했고, 보험약관대출도 지난달 3000억원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산됐다. 보험약관대출은 보험 가입자가 보험 해지 환급금의 범위에서 대출받는 상품이다. 경기 침체에 자금줄이 막힌 가입자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불황형 대출로 꼽힌다. 이처럼 2금융권 신용대출, 카드대출, 약관대출 등 기타대출이 1조5000억원 이상 증가한 것은 카카오뱅크 등 공모주 청약이 있었던 2021년 7월 3조3000억원 증가 이후 3년 3개월 만에 처음이다. 경기 악화로 서민, 취약계층의 자금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대출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당국도 2금융권에서 공급된 신용대출 규모가 폭발적으로 늘어 적정 규모를 넘어섰다고 보고 있다. 다만 2금융권의 대출은 서민취약계층의 긴급자금이 주를 이루고 있어 금융당국은 해당 대출을 과도하게 조이는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 부동산 대출은 줄일 필요가 있지만, 서민취약계층의 긴급자금 등 대출은 소득 기준에서 해주는 게 바람직하다는 취지다. 금융당국은 대출 속도 조절을 위해 카드, 캐피탈사를 중심으로 11월과 12월에 대출 목표치를 받을 계획이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

[이강윤 칼럼] 이대로면 ‘후반전’을 끝까지 치를 수 있을까?

이강윤 정치평론가 /전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반환점을 맞아 지난 7일 기자회견을 가졌지만 민심은 악화일로다. 회견 당일 발표된 NBS(전국지표조사) 조사는 국정 긍정평가 19%(부정 74%)로 4회 연속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루 뒤 발표된 갤럽 조사는 더 심각하다. 긍정평가 17%로 출범 후 최저치. 갤럽 조사는 7일까지 진행돼 기자회견이 반영됐다. 대통령은 회견 때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 숙여 사과했지만 의혹과 국민적 분노에 대해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부부의 처신 잘못에 대한 포괄적 사과였지, 어떠어떠한 점에서 잘못 됐고,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이고도 분명한, 진정성 논란을 종식시키는 사과는 아니었다. 사과가 모호하다는 지적에 “대통령이 팩트를 다툴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럴거면 뭐 하러 번거롭게 회견을 했나. “휴대폰 안 바꾼 탓", “부부 싸움 많아지겠다"고도 했다. 국민들 복장을 뒤집어놨을 것이다. 대통령은 서운하다고 하겠지만, '심각한 중병인데 소화제 한두 알 내민 꼴'이었다. 굳이 언어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말은 사고체계의 반영이다. 근본 생각과 인식이 잘못 돼있으니 말이 그렇게 나오는 것이다. 대통령은 스스로 신뢰자산에 파산선고를 내린 셈이다. 검사 시절 국정농단특검에 참여해 성가를 드높였으면서 “특검은 3권분립에 반한다"고 한 것 역시 자기 모순이자 자기 부정이다. 현 정부의 최대 문제는 '신뢰 위기'다. 정치-정무적 차원이건 정책 차원이건 신뢰가 깨졌다. 개인간에도 그렇지만 “더 이상 못믿겠다"는 건 모든 것의 끝장을 의미한다. 4개 여론조사 기관이 언론사 제휴 없이 자기들 돈으로 여론을 조사해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게 있다. NBS다. 특정 언론 의뢰가 아니어서 이른바 '하우스 이펙트'(특정 언론사의 논조가 여론조사에도 일부 반영된다는 추정)로부터 조금은 자유롭기에 유심히 보는 조사 중 하나다. 그 NBS의 10월 둘째 주 발표를 보면 “현 정권의 국정운영을 신뢰하지 않는다"가 67%였다(신뢰한다 26%). 이게 대통령 담화 당일 발표분에서는 73%로 7%p나 급등했다(신뢰한다 24%). 두 발표 사이에 명태균 파동이 있었고, 대통령과 명 씨의 육성 통화가 공개됐다. '신뢰도 항목'을 언급하는 이유는 이러하다. 국정운영 평가가 여지껏의 국정에 대한 채점이라면, 신뢰도는 가까운 미래에 대한 평가/예측까지 아우르고 있기 때문이다. 신뢰도 수치가 그렇게 나온다는 건 신뢰 파산상태라는 얘기다. 국민들의 마지막 신호이자 경고라는 정치적 의미부여가 지나치지 않다고 본다.김 여사 관련 여러 의혹에 대한 불기소 등 법적 처리와 3년 째 지속중인 야당 대표와의 대선연장전 때문에 정치-정무적 신뢰가 상실됐다. 여야의 잘잘못이 몇 %인지 계량하기는 쉽지 않지만, 국정 최종책임은 정부여당이 진다는 점에서 정치-정무적 신뢰상실의 귀책점은 용산과 여당 몫이다. 정책 차원에서도 평가는 야박할 수 밖에 없다. 코로나 종식 이후로도 지속중인 고물가-고금리로 서민은 물론 중산층 상당 수도 민생고에 허덕인다. 정책의 최대 난관은 의료불안이다. 의료개혁을 기치로 내건 의대생 증원은 초기만 해도 지지 여론이 70%를 넘나드는 등 이 정부 출범 후 거의 유일하게 지지받았던 사안이다. 그러나 의료계 저항으로 표류했고, 응급실대란 불안이 확산되면서 지지 여론이 40%대 중반까지 떨어져 교착 상태다. 의료계 저항은 충분히 예견됐기에 정밀하고도 다양한 대책을 세우고 시작했어야 했다. 그렇지 못했다. 무능하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연금개혁과 노동개혁도 비슷하다. 그러는 와중에 정부 인사마다 이념전쟁이 끊이지 않았고, 극한 대립이 무한 확대재생산돼왔다. 신뢰를 잃었기에 '동해 석유시추'건도 “과연? 정말?" 하는 정도의 긴가민가 대접밖에 못받고 있다. 입이 아프지만, “국정운영의 최종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는 정치학 교과서 구절을 거듭 밝힌다. 무망해보이지만 제안한다. 국정운영 기조를 혁명적으로 바꿔야 한다. 이대로 후반전이 지속되면 경기 참패는 물론, 후반전 경기시간을 다 채울 수 있을지 조차 모르는 상황이다. 비단 대통령에게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의 불행이다. 그간 투여된 기회비용의 매몰이고, 시간 허실이다. 공정과 상식 법치가 윤석열 후보의 핵심공약이었다. 김 여사 문제를 포함, 모든 사안에 그 3원칙을 지키면 된다. 또, 거국내각 수준의 인사대탕평이 이뤄져야 한다. 이런 가시적 조치가 없으면 불신을 걷어낼 수 없다. 대통령의 처절한 자기 부정 없이는 백약이 무효다. 공짜 점심은 없다.한 자기 부정 없이는 백약이 무효다. 공짜 점심은 없다. 이강윤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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