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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 7개 계열사, 주주 가치 제고…자사주 소각·배당 늘린다

LG그룹 상장 7개 계열사가 수익성 강화·주주 환원 확대를 골자로 하는 '밸류 업'을 추진한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LG·LG화학·LG이노텍·LG유플러스·LG에너지솔루션·LG디스플레이·LG생활건강 등 LG그룹 7개 계열사는 밸류 업 계획을 내놨다. 지난 달 밸류 업 계획을 공지한 LG전자를 필두로 주요 계열사들이 일제히 기업 가치 높이기에 나선 것이다. ㈜LG는 내년부터 기존에 연 1회 지급하던 배당금도 중간 배당 정책을 도입해 연 2회 지급하기로 했다. 중간 배당금도 2025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 승인을 통해 배당액을 먼저 확정하고, 배당 기준일을 후에 설정하는 방식을 도입해 예측 가능한 배당 정책으로 주주 권익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7개사는 벌어들인 순이익 중 주주들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하는 비율인 배당 성향도 높이겠다고 공언했다. 각각 60%, 30% 이상을 유지하겠다는 LG유플러스와 LG생활건강을 제외하고 △㈜LG(50%→60%) △LG전자(20→25%) △LG화학(20→30%) △LG이노텍(10→20%) 등은 기존 대비 주주 환원율 제고를 약속했다. LG그룹의 이번 밸류 업은 단순 주주 환원만 늘리는 게 아니다. 기업 가치를 근본적으로 높이겠다는 게 요점이다. ROE(Return on Equity)는 자기 자본 이익률 또는 자본 수익률이라고도 불리며, 기업이 자기자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이익을 창출하는지를 나타내는 중요한 재무 지표다. 이와 관련, ㈜LG는 ROE를 오는 2027년까지 8~10%까지 달성한다는 게 재무 목표다. 아울러 ROE가 3.7%인 LG전자와 4.2%인 LG화학, 7.5%인 LG유플러스는 10%를 상회하도록 하고 작년 12%를 기록한 LG이노텍은 2030년 15% 이상으로 끌어올릴 예정이다. LG화학은 친환경 소재 중심의 지속 가능성 비즈니스를 이어가고, 글로벌 최대 종합 전지 소재 회사가 되겠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또한 글로벌 혁신 신약을 개발해 관련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고, 시장 선도 지위 강화와 동시에 효율적인 연구·개발(R&D) 포트폴리오를 운영하겠다고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역별 시장의 특성을 고려한 전략적 사업을 전개하고 비 전기차 사업 확대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한다. 이 외에도 전기차 고객을 다변화하고 에너지 저장 장치(ESS)와 신규 응용처 고객의 저변을 키워나간다. 더불어 차세대 기술과 솔루션을 강화해 고객 가치를 차별화하겠다고 약속했다. LG이노텍은 앞으로 전략적 생산지 재편과 인공 지능(AI)∙DX를 활용한 원가 경쟁력 제고, 현금 창출력∙자산 운영 효율성 강화 등 전사적 수익성 개선 활동 전개와 동시에 사업 부문별 수익 창출력을 강화해 목표를 달성한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육성 사업의 매출 규모를 8조 이상으로 키운다. 자율 주행 핵심 사업 가속화, 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FC-BGA) 등 AI∙반도체 신사업 육성을 통해 사업 구조를 고도화하고, 중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키오스크에서 헌혈 버스까지…11만 삼성 임직원, ‘나눔’으로 희망 등불 밝혔다

“초등학교 졸업을 앞둔 우리 소희(가명)는 뇌병변·지적 장애를 갖고있어 생활 전반에 저나 다른 사람의 도움이 많이 필요한 아이예요. 삼성 임직원들과 굿네이버스의 도움으로 소희는 물리 치료 센터에 계속 다닐 수 있게 됐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소희 학생 어머니) 14일 삼성은 삼성전자 수원 사업장 내 디지털 시티 디지털 홀에서 '2024 나눔의 날' 행사를 열었다. 이는 11월 1일부터 2주 간 전 관계사에서 진행한 '나눔 위크'를 결산하고, 봉사·기부 등 일상 속 나눔을 확산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참여 임직원 수는 국내 기준 중복 인원을 제외하고 23개 관계사 총 11만여명에 이른다. 삼성전자 임직원들은 충청남도 부여군 홍산면 북촌리 소재 꿈자람 지역 아동 센터에서 새로운 장난감을 만들었다. 소외 지역 아이들을 위해 매달 새로운 주제로 창의 미술 과학 교실을 열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임직원들이 창의 교실을 열고 장난감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는 이유는 아이들이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관계사 대표이사 등 주요 경영진들도 임직원들과 봉사 활동을 함께 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부회장)는 지난 12일 삼성 청년 SW 아카데미(SSAFY) 서울 캠퍼스에서 교육생들과 만나 '미래와 도전'을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한 부회장은 “AI 시대에 소프트웨어를 배우는 여러분들의 가치는 더욱 빛날 것이고, 이 시대를 비춰줄 것"이라고 격려했다. SSAFY 과정 수강생은 “(한 부회장이) 자기 실력을 가꿔나가야 한다는 세부적인 조언을 해주셔서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홍원학 삼성생명 대표이사(사장)는 전날 13일 임직원들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순국선열에 참배하고 묘역 정화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박종문 삼성증권 대표이사(사장)는 전날 서울 서초중앙노인복지관에서 임직원들과 점심 배식과 설거지 봉사에 참여했다. 또 삼성전자 임직원들은 발달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자립 기반을 만들어주는 과자 공장 '희망 별숲'에 찾아가 제과 봉사를 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4000여명의 삼성 임직원들은 나눔 위크 기간 중 전국 42개 사업장에 배치된 대한적십자사(한적) 버스에 올라 헌혈 캠페인에도 동참했다. 1996년부터 매년 헌혈 캠페인을 진행해온 삼성은 2022년부터 올해까지 헌혈 버스 12대를 전달했고 총 40대가 목표다. 올해는 삼성 임직원들이 기증한 헌혈 증서 5000장도 한적에 전달됐다. 이 증서들은 국립암센터·충남대병원·화순전남대병원·칠곡경북대병원·양산부산대병원(경남권) 등 전국 5대 소아암 병원에 기부돼 수혈이 시급한 환아들을 위해 쓰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헌혈을 하는 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너무나도 감사하고, 할 때마다 기분이 좋다"며 “지금 이 순간의 피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됐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삼성은 서울 중구 세종대로 소재 본관 1층 로비와 삼성전자 사업장 곳곳에 사원증을 대는 것만으로 회당 1000원씩 기부할 수 있는 '나눔 키오스크'도 설치했다. 이는 2015년 삼성전자 구미 사업장에서 임직원 제안으로 처음 시작된 이후 23개 관계사에 확산됐다. 현재 국내 89대, 해외 39대 등 총 128대가 설치돼 있다. 미국∙중국∙인도∙태국∙베트남 등 5개국의 9개 삼성전자 법인 임직원들도 참여했다. 기부 대상은 희귀 질환이나 장애로 인해 불편을 겪고 있는 환아 등 긴급한 도움이 필요한 아동들로, 협력 NGO인 세이브더칠드런·굿네이버스·초록우산과 함께 기부 대상자를 선정했다는 설명이다. 관계사 임직원들이 나눔 키오스크로 기부한 금액은 총 3억5000만원이다. 당초 아동 1인당 1000만원씩 총 2억원을 기부한다는 목표였는데 1억원 넘게 초과 모금됐다. 초과액은 협력 NGO들을 통해 도움이 필요한 다른 아동들에게 연말까지 전달된다. 삼성전자는 올 한 해 동안 봉사와 기부 활동 참여 임직원 중 우수자를 선정해 시상했다. 우수 봉사팀은 수원 EHS그룹 소속 '3119 봉사단(김계홍 프로 등 8명), 나눔 키오스크 우수 기부자는 총 226만1000원을 기부한 김현주 프로가 선정됐다. 권태경 프로는 올해만 18회 헌혈을 해 최다 헌혈 임직원에 올랐다. 강기재 프로는 진로 탐색 멘토링 등을 진행한 최다 재능 기부자로서 상을 받았다. 강 프로는 “한 사람이 더 큰 꿈을 꾸고 더 큰 세상을 바라보려면 그런 꿈과 세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가급적 배움의 기회가 적은 취약 계층 아동 청소년들에게 알려줘야 그 아이들도 성장하고 대물림될 수 있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그는 “드림 클래스 학생들이 더 넓은 시야를 갖고 더 큰 목표로 향해 성장하기를 희망한다"며 “앞으로는 갤럭시 워치와 삼성 헬스를 활용해서 자립 준비 청년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러닝 봉사를 진행해 보고자 한다"고 부연했다. 삼성 임직원들은 오는 29일까지 약 한 달간 진행되는 기부 약정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삼성은 5년 연속 월 30만원 이상 기부한 임직원들을 올해부터 '아너스 클럽'에 등재한다. 한편 삼성은 '함께 가요 미래로! 이네이블링 피플'이라는 CSR 비전 아래 청소년 교육과 상생 협력의 14가지 사회 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박승희 삼성전자 CR 담당 사장은 “삼성은 늘 사회 속에서 우리들의 이웃과 함께 서로 돕고 나누면서 성장해 왔고, 모든 임직원은 일상의 나눔이 우리 사회 전반에 확산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최태원 “AI 보틀넥 해결, SK가 글로벌 혁신 가속화 기여할 것”

인공 지능(AI)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SK그룹이 '함께하는 AI, 내일의 AI(AI together, AI tomorrow)'를 주제로 전략을 제시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AI의 꾸준한 발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협력해야 한다"며 “그 과정 중에 있을 여러 병목 현상을 해결해 글로벌 AI 혁신의 일익을 담당하겠다"고 다짐했다. 4일 SK그룹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함께하는 AI, 내일의 AI(AI together, AI tomorrow)'를 주제로 'SK AI 서밋 2024'를 개최했다. 이날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기조 연설을 통해 '협력과 생태계로 만들어 가는 SK의 비전'에 대해 설명했다. 최 회장은 “아주 많은 사람들이 AI를 안다고 하지만 아직은 극 초기이고, 우리는 모르는 게 훨씬 더 많아 이를 풀어내려면 끊임 없이 생각하고 진전을 이뤄내야 한다"며 “우리 모두의 삶과 사회에 광범위한 변화를 가져올 AI의 미래를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참여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AI가 계속 성장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몇 가지 보틀넥(병목 현상, Bottleneck)이 있다"며 “AI에 대한 투자를 회수할 '대표 사용 사례'(Killer Use Case)와 수익 모델 부재 △AI 가속기·반도체 공급 부족 △첨단 제조 공정 설비(Capacity) 부족 △AI 인프라 가동에 소요되는 에너지 공급 문제 △양질의 데이터 확보 문제 등 5가지 보틀넥 해법에 대한 의견을 개진했다. 이와 관련, 최 회장은 “SK는 반도체부터 에너지, 데이터 센터 구축·운영과 서비스의 개발까지 가능한 전세계에서 흔치 않은 기업"이라며 “파트너들의 다양한 솔루션을 묶어 AI 보틀넥을 해결하고 좀 더 좋은 AI가 우리 생활에 빨리 올 수 있도록, 글로벌 AI 혁신을 가속화하는데 기여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AI, 특히 거대 언어 모델(LLM)의 시작은 오픈AI의 챗GPT로부터 시작됐고,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파트너십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SK그룹 역시 이 두 회사와 많은 협력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행사 중간 중간에는 SK그룹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기업의 최고 경영자(CEO)들이 영상 축사를 통해 AI 열풍이 부는 업계의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다양한 산업 분야의 조직들이 AI 혁신을 겪고 고객들의 변화를 가속화하는 과정에서 SK그룹과 협력 관계를 다져오고 있다. 사티야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 경영자(CEO)는 “SK그룹은 통신·반도체·데이터 센터에서부터 에너지·소재·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선도 기업이고, 협력적 AI 생태계에 대한 여러분의 비전은 우리의 비전과 일치한다"며 “우리는 (SK그룹과의) 지속적인 파트너십을 기대하며 한국과 전 세계에 강력한 AI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을 호령하는 엔비디아는 SK하이닉스와 밀월 관계를 형성해왔다. 그런 만큼 이 자리에서는 엔비디아 측이 SK하이닉스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SK하이닉스의 고 대역폭 메모리(HBM)와 미래의 맞춤형 메모리 등에 관련된 많은 혁신은 우리가 만드는 아키텍처와의 궁합이 좋아 다방면에서 공동 설계를 하고 있다"며 “오랜 세월 동안 컴퓨터 산업에 변혁을 가져온 SK하이닉스의 로드맵은 매우 공격적이고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와 HBM4를 공동 개발해 2026년 양산하겠다는 TSMC도 SK AI 서밋에 참가했다. 웨이저자 TSMC 회장은 “SK하이닉스는 최첨단 HBM 기술을 제공하는 데 앞장서 왔으며, 혁신에 대한 헌신은 AI의 미래를 형성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며 “AI 분야에서 협력과 혁신을 추진하기 위한 SK그룹의 지속적인 노력에 경의를 표하며 더 깊고 긴밀한 협력을 통해 우리가 함께 놀라운 일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글로벌 AI 리더들이 이와 같은 영상 축사를 보내오자 최태원 회장은 “SK하이닉스·엔비디아·TSMC 3사는 협력을 통해 AI 혁신을 이끄는 세계 최고의 수준의 반도체를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학습시키고 있는 LLM을 위해서는 약 50GW 수준의 AI 데이터 센터를 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탄소 중립도 지켜야 하는 만큼 '퀵 레벨'에서 발생하는 열을 낮추기 위해 저전력 반도체칩을 개발하고 있고, 데이터 센터에 분산 전원 공급 솔루션을 연결하고자 한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인터넷 시대의 진입에 있어 선도적인 역할을 했던 한국이 AI 시대에도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려면 AI 인프라와 인재에 대한 투자가 중요하다"며 “그룹이 보유한 AI 인프라를 통해 국내 스타트업들의 성장과 AI 생태계 구축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사장)는 “주요 지역 거점에 대규모 AI 데이터 센터를 구축해 아시아 태평양 허브화를 추진하고, 수도권에서는 GPU 애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전국 단위 통신 인프라를 통해 AI를 구축하고 다양한 글로벌 파트너와 함께 AI 인프라 슈퍼 하이 웨이를 전 지구적으로 확장하겠다"고 공언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사장)는 “HBM3E 16하이 스택 48GB 제품은 16층까지 쌓아올린 제품으로, 선제적으로 개발 중인 제품"이라며 “내년 초 (고객사에) 샘플을 제공할 예정이고, 패키징 기술의 경우 양산성이 검증된 선단 MR-MUF 공정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곽 사장은 “이 제품은 전작 대비 학습·추론 성능이 각각 18%, 32% 향상되는 것을 확인해 고객들에게 더 큰 가치를 제공할 것"이라며 “AI 메모리에 요구되는 스펙도 다양해지고 고도화되고 있어 당사는 LPCAMM2 모듈을 PC와 데이터 센터에까지 공급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기자의 눈] 위기의 삼성전자, 멍에부터 벗겨줘야 산다

“'앞으로 몇 년 정신 안 차리고 있으면 금방 뒤처지겠구나' 하는 느낌이 들어 더 긴장됩니다."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 회장은 2012년 1월 미국 라스베가스 CES 현장에서 이와 같이 말했다. 현재 상황을 예견이라도 한 것일까, 그로부터 12년 뒤인 현재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초격차'를 선보였던 삼성전자의 기술 리더십은 희미해지고 '추격자' 신세가 됐다. 고 대역폭 메모리(HBM) 분야에서는 SK하이닉스에 확실히 뒤졌고, 디바이스 솔루션(DS) 사업 부문의 근원적 경쟁력 그 자체라고 평가받던 최선단 D램 개발에서도 뒤처져 반도체 기술력을 의심받고 있는 형국이다. 슬픈 예감은 틀린 법이 없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DS 부문의 부진을 점쳤고, 이는 실적 발표날 사실로 드러났다. 전영현 DS 부문장(부회장)은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 쓴 반성문으로 절치부심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반도체=삼성전자'라는 공식이 당연했는데 왜 이렇게까지 추락했나. 집착에 가까우리만큼 지나친 원가 절감도 타당한 지적이지만 근본적 원인은 컨트롤 타워 부재에 따른 주요 프로젝트 지연 초래에 있다. 때문에 과감한 투자를 할 시기를 놓쳐 2016년 11월 하만 인수 이후 대형 인수·합병(M&A)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대신 삼성전자는 이재용 회장 구속을 피하기 위해 사외이사도 고위 공무원 출신 인사들을 선임해 대관에 신경 써 총수 리스크 방어에 총력을 다했다. 그 결과 기술 전문성 없는 사외이사들끼리만 △미래 기술·디자인 데모 △가전사업부·시스템 반도체·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운영 현황 보고·현장 답사·사업 전략 논의 △신제품 언팩 행사 참석·제품 전략 논의 △모바일·메모리 현황·전략 제품 서비스·사업 경쟁력 논의 등을 행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과연 이것이 반도체와 스마트폰을 위시한 전사적 제품력이 경쟁사에 밀린 이유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삼성전자 측은 “기술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선임할 경우 이해 충돌의 우려가 있어 제한을 뒀다"고 했다. 대만반도체제조(TSMC)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업계 유명 인사들을 저인망식으로 긁어모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모습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이처럼 삼성전자가 어딘가 고장난 듯한 모습을 보이게 된 건 혹세무민을 일삼는 학자들과 정치권, 그에 기생하는 언론과 시민 단체들이 숨통을 옥죄었기 때문이다. 툭하면 '삼성 국유화론'과 자녀 승계 금지를 주장해왔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고 윽박지르는 게 이들의 일상이다. 우리 사회는 삼성에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한다. 글로벌 무대에서 다시 불꽃 튀는 삼성전자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멍에부터 벗겨줄 필요가 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사람팔 닮은 용접로봇부터 무인화 배송로봇까지… ‘로봇의 모든 것’ 킨텍스에 모였다

국내 최대 로봇 전시회 '로보월드'가 19회째를 맞았다. 이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한국로봇산업협회·한국로봇산업진흥원·제어로봇시스템학회가 공동 주최하는 것으로, 올해는 오는 26일까지 나흘간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다. 23일 킨텍스 전시장에는 제조 현장의 생산성과 안전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자동화 솔루션을 도입하려는 기업 관계자들과 진로 탐색 등에 나선 인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올해 행사에는 291개사가 900개에 달하는 부스를 꾸렸고, 해외 바이어 초청 비즈니스 상담회 등이 진행된다. 뉴로메카는 자체 기술로 감속기와 브레이크를 개발·생산해 100% 국산 내재화에 성공한 협동로봇 '인디-K', 용접 특화 로봇 '옵티(OPTi)'를 처음 선보인다. 이날 부스에서는 양팔로봇도 만나볼 수 있었다. 에이딘로보틱스는 스마트 6축 힘/토크 센서 키트 제품을 최초로 공개했다. 이는 레인보우 RB 라인과 뉴로메카 INDY 시리즈 협동로봇 등에 적용되는 것으로, 현장에서는 메모리칩 이송 및 드로잉 시연이 진행됐다. 초소형 6축 힘/토크 센서가 내장된 '인간형 로봇핸드', 자체 개발한 센서를 협동로봇에 적용해 연삭·연마·용접을 비롯해 힘 제어가 필요한 작업에서 쓸 수 있는 솔루션도 선보였다. 로보티즈는 자율주행로봇 '개미(GAEMI)'와 출시 예정인 맞춤형 협동로봇 '오픈매니퓰레이터(OM-Y)'가 연계된 완전 무인화 배송 시스템을 소개했다. 개미가 협동로봇 근처로 이동해서 적재함을 열고 협동로봇이 물건을 담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폴라리스쓰리디는 서빙로봇 '이리온2'가 사람과 함께 근무하는 모습을 보이고, 삼성전자에 납품 중인 물류로봇도 처음 일반에 공개한다. QR코드로 커피를 주문하면 바리스타 머신과 배송로봇의 협업으로 배송까지 진행되는 기술도 소개한다. 인티그리트는 △AI 데이터 사이언스 플랫폼 '플라잉렛' △온디바이스 AI 플랫폼 '인티그리트 AI 스택' △온디바이스 AI 개발 키트 플랫폼 '에어패스' 등을 알린다. 이창석 대표가 현장을 찾은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을 비롯한 내빈들에게 자동차 밑으로 들어가 차체를 들어올리는 주차로봇 등을 소개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한국로봇융합연구원(KIRO)은 삭도시설 원격 검사 로봇시스템을 전시했다. 이는 케이블카와 스키장 리프트 등 케이블을 이용한 교통수단의 와이어로프 등을 점검하는 것으로, AI 기술로 결함을 검출한다. 서비스용 로봇도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로보케어는 스마트 인터렉티브를 기반으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선별하고 발달 치료 교육을 제공하는 로봇 '도리'를 소개했다.한국로봇융합연구원(KIRO)은 삭도시설 원격 검사 로봇시스템을 전시했다. 이는 케이블카와 스키장 리프트 등 케이블을 이용한 교통수단의 와이어로프 등을 점검하는 것으로, AI 기술로 결함을 검출한다. 이날 행사장에서는 식후 테이블에 놓인 식기를 수거해 치우는 모바일 매니퓰레이션 로봇, 밭과 노지를 비롯한 곳에서 자율·원격 농작업 가능한 로봇과 작업 모듈 등도 볼 수 잇었다. 사람에게 주문을 받은 협동로봇이 다른 협동로봇에게 가서 해당 제품을 받고 전달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박동일 산업통상자원부 국장은 이날 개막식에서 “로봇은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으로, 다른 산업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솔루션"이라며 “첨단로봇은 인공지능(AI) 자율제조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박 국장은 지능형 로봇법 전면개편, 휴머노이드 이니셔티브 추진, 연구개발(R&D)·투자 촉진 등 로봇산업의 '포텐셜'을 터뜨리고 미래 게임체인저로 도약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이건희 3000억 유산’ 소아암·희귀 질환 아이들에 ‘희망의 날개’ 달아줬다

“모든 어린이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성장하도록 보살피는 일은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입니다."(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 회장) '이건희 소아암·희귀 질환 극복 사업'으로 일상의 소중함을 되찾고, 더 밝은 미래를 꿈꾸게 된 환자들과 가족, 이들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 의료진과 지속적인 희망을 전해준 기부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21일 서울대학교 병원 소아암·희귀 질환 지원 사업단(이하 사업단)은 서울 종로구 연건동 소재 서울대학교 어린이 병원 CJ홀에서 '함께 희망을 열다, 미래를 열다' 행사를 개최했다. 사업단은 “치료와 연구 등 지난 4년 간의 성과를 공유하며 환아·가족,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의료진 모두의 노고를 위로하고 미래를 향한 희망과 용기를 북돋우기 위해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2021년 10월 이건희 선대 삼성전자 회장이 작고하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리움 관장 등 유족은 쉽게 치료하기 어렵고 재발 가능성이 큰 소아암·희귀 질환 환아 치료와 이들을 위한 선진 의료지원 체계 구축에 써달라며 3000억원을 기부한 바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는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기업의 사명'이라며 특히 '아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뭘까'를 고민했던 고 이건희 회장의 유지를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영태 서울대학교 병원장은 환영사를 통해 “2021년 4월, 고 이건희 회장의 지원 덕에 소아암·희귀질환지원사업단이 발족해 굉장히 열악한 소아암·희귀 질환 치료법과 질병 연구에 집중 연구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려 환아들로 하여금 새로운 미래를 꿈꾸게 해줄 수 있는 출발점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단은 고 이건희 회장의 경영 철학인 '인간과 생명 존중'을 바탕으로 소아·청소년 환자의 전인적 치료와 중증 소아·청소년 환자에 대한 의료 서비스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10년 간 진행되는 이 사업은 소아암과 희귀 질환 환자들의 치료와 연구를 지원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 다양한 질병과 적은 환자 수로 인해 치료법 개발이 어려운 이 분야에서, 특히 수도권 외 지역 환자들은 의료 접근성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업단은 전국적인 의료 인프라 확충과 지역 병원들과의 협력 강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현재 사업단은 1단계 기반 구축을 완료하고, 2단계에서 구체적인 치료 성과를 도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 사업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뉘어 진행된다. 우선 소아암 사업에 1500억원을 배정해 완치율 향상을 위한 치료와 연구 인프라 구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소아 희귀질환 진단 네트워크와 첨단 기술 치료 플랫폼 구축 사업을 위해 600억원을 투입하고 있다. 아울러 전국 네트워크 기반의 코호트 연구를 진행하는 공동 연구에 900억원이 배정돼 있다. 이 사업을 통해 올해 6월 기준 2021년부터 현재까지 소아암·희귀질환 환자 9521명이 진단을 받았고, 3892명이 치료를 받았다. 또한 코호트 데이터 2만4608건이 등록됐고, 전국 202개 의료 기관과 1504명의 의료진이 협력해 아이들에게 최적의 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 행사는 이러한 성과를 기념하고, 앞으로의 비전을 나누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상영된 '투게더 위 아 스트롱' 영상은 소아암과 희귀 질환을 이겨내는 환자들의 여정을 담아 참석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이어진 '희망 이야기' 토크 세션에서는 환자와 의료진이 함께 병마를 이겨내며 꿈을 키워가는 과정, 그리고 의료 환경 개선을 위한 이야기를 나누며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희망을 다졌다. 또한 'SNUH 어뮤즈먼트 파크' 전시에서는 서울대 어린이 병원에서 진료 받은 어린이들이 직접 그린 그림과 응원 메시지가 전시돼 참석자들에게 아이들의 꿈과 희망이 전해졌다. 이 전시는 사업단의 지원을 받은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다른 어린이들도 참여해 밝은 미래를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행사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이번 행사는 단순한 치료와 지원을 넘어, 아이들과 그 가족들이 꿈꾸는 미래에 함께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며 “전국적인 의료 네트워크와 협력을 통한 의료 접근성 향상의 목표가 점차 실현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최은화 소아암·희귀질환지원사업단장(서울대 병원 소아진료부원장)은 “우리 사업단은 소아암과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아이들에게 더 나은 진단과 치료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이 사업은 현재 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에게도 희망을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 회장과 홍 전 관장은 서울대 어린이 병원 1층에 설치된 고 이건희 회장의 부조상을 관람했다. 이는 서울대 병원 측이 고 이 회장의 기부에 대한 감사와 예우의 뜻을 담아 2022년 10월 설치한 것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이찬희 “삼성 ‘책임 경영’ 위해 이재용 등기 임원 복귀해야”

18일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장은 삼성 서초 사옥에서 출입 기자들이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등기 임원 복귀에 관해 질문하자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2023년 연간 보고서를 통해 충분히 말했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이 위원장은 “준감위 보고서 속 단어와 문장 하나 하나 선정함에 있어 신중을 기했다"며 “(이 회장의)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책임 경영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해서 그와 같이 말씀드렸다"며 “기자님들께 우리 준감위만큼 고민해보셨느냐고 한 말씀 드린다"고 했다. 준감위는 지난 15일 2023년 연간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를 통해 이 위원장은 △경영 판단의 선택과 집중을 위한 컨트롤 타워 재건 △조직 내 원활한 소통에 방해가 되는 장막의 제거 △최고 경영자의 등기 임원 복귀 등 책임 경영 실천을 위한 혁신적인 지배 구조 개선의 필요성 등을 언급했다.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사업을 총괄해 조정하는 역할을 맡던 미래전략실은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 농단 사태에 연루돼 2017년 간판을 내린 바 있고, 자율 경영 체제를 확립하며 그룹·계열사 등의 명칭도 쓰지 않기로 했다. 이후 삼성전자 내 '사업 지원 TF'라는 '미니 컨트롤 타워'가 생겨났지만 결국 반도체 경쟁에서 밀리는 등 위기감이 커지자 과거와 같은 수준의 총괄 조직이 부활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3기 준감위의 해결 과제 중 하나인 컨트롤 타워 재건 진행 상황에 대해 이 위원장은 “본인은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지만 위원회·삼성 구성원들끼리도 생각이 모두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고 화답하며 회의장으로 들어갔다. 앞서 이 위원장은 2023년 연간 보고서를 통해 “구성원들에게 '우리는 삼성인'이라는 자부심과 '우리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다시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법률과 판례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경되는 것처럼 경영도 생존과 성장을 위해 과감하게 변화해야 한다"며 “과거 삼성의 그 어떠한 선언이라도 시대에 맞지 않다면 과감하게 폐기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는 2017년 2월 28일 삼성이 이재용 삼성전자 당시 부회장과 그룹 수뇌부 기소 시점에 맞춰 미전실 해체를 포함한 경영 쇄신안 발표를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윤상직 전 장관 “삼성전자 위기 인텔과 달라… 여전히 막강한 역량 갖춰”

전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들이 한 자리에 모여 반도체 패권 탈환을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14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FKI 타워 컨퍼런스 센터 다이아몬드홀에서 역대 산업부 장관들을 초청해 '반도체 패권 탈환을 위한 한국의 과제'를 주제로 특별 대담을 개최했다. 이날 이 자리에는 이윤호 전 지식경제부 장관과 윤상직·성윤모·이창양 전 산업부 장관, 이종호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자리해 우리나라가 일본 도시바의 몰락과 미국 인텔의 위상 하락 사례를 되풀이 하지 않고,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을 점검했다. 도시바는 2000년대 초반까지 세계 1위 낸드플래시 생산 기업으로 일본 테크 산업의 상징이었으나 작년 12월 74년 만에 증시에서 퇴장했다. 인텔은 2016년 3분기 기준 중앙 처리 장치(CPU) 시장에서의 점유율이 82.6%에 달해 세계 최대 종합 반도체 기업(IDM)이었으나 올해 2분기에는 16억1000만달러 규모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또한 파운드리 사업은 분사를 추진하고 있다. 전직 장관들은 “한국이 반도체 강국 지위를 지키기 위해서는 과감한 혁신과 정부의 전방위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삼성전자는 기술 패권을 SK하이닉스·대만반도체제조(TSMC) 등에 내줘 과거 반도제 제국을 이뤄냈던 인텔과 마찬가지로 전방위적 위기에 봉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윤상직 전 장관은 인텔의 사례와 동일시 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윤 전 장관은 “이제는 한 회사가 모든 기술을 확보하는 게 어려운 시대인데, 출연 연구소나 대학 사이의 장벽을 확 낮춰 체계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한다면 충분히 이 어려움을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운을 뗐다. 그는 “삼성전자는 (반성문을 통해) 근본적인 기술 경쟁력을 제공하겠다고 했는데, 그것이 어디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인지, 어떤 인력이 필요할지를 고민해야 한다"며 “내부 유보 자본을 갖고 생태계를 조성해야 하고, 기업 내 조직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윤 전 장관은 “개방적인 혁신 노력이 부족해 오픈 이노베이션에 취약하다"며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관심을 갖고 좋은 기술을 받아들이고 인수·합병(M&A)에 나서는 등 고도의 지능을 발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환절기에 감기에 많이 걸리듯, 삼성전자는 개인용 컴퓨터(PC)·모바일 시대에서 인공 지능(AI) 시대로의 전환기에 적응하지 못해 잠시 병리 현상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여전히 막강한 역량을 갖고 있어 본질적인 경쟁력을 살리기 시작하면 이 또한 넘어서서 도약할 수 있고,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에는 안덕근 산업부 장관이 정부 세종 청사 기자실에서 차담회를 갖고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보조금 지금 검토를 하지 않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이윤호 전 장관은 “작금의 우리 반도체 산업이 생존하고 경쟁해서 이기기 위해서는 훨씬 담대한 전략이 필요한데, 직접 보조금과 금융 지원책이 있을 수 있다"며 “정부 투자금의 예상 수익률이 일정 수준 이상 초과하면 반환토록 조건을 달면 된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삼성전자 ‘반성문’이 불러온 파장, 연말 인사 흔드나

3분기 어닝 쇼크를 직격으로 맞은 삼성전자가 이례적으로 사과문을 발표하며 반도체 기술 경쟁력 저하를 인정했고 고강도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때문에 디바이스 솔루션(DS) 부문 사장급들에 대한 인사 칼바람 등이 뒤따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매출 79조원, 영업이익 9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성적표를 발표한 직후 삼성전자는 참고 자료 형식을 빌려 출입 기자들에게 전영현 DS 부문장(부회장) 명의로 쓴 '고객과 투자자, 그리고 임직원 여러분께 말씀드립니다'라는 제하의 반성문을 송부했다. 삼성전자 측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쳤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만반도체제조(TSMC)·SK하이닉스 등 주요 경쟁사들이 첨단 공정·고부가 가치 제품 분야에서 앞서나가는 반면 상황이 뒤쳐지고 있음을 시인하며 책임을 통감하는 모습을 보인 셈이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의 주도권 약화와 파운드리 사업에서의 격차 확대 등 전반적인 경쟁력 저하를 인식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가 스스로의 객관적인 위치를 확인했다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현재 처한 엄중한 상황을 반드시 재도약의 계기로 만들겠다고 공언하며 위기 극복을 위해 경영진이 앞장서겠다고도 했다. 이에 따라 DS 부문에 불어닥칠 개혁의 후폭풍이 상당히 거셀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단기적 해결책보다는 근원적 경쟁력 확보에 집중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특히 메모리 사업부의 경쟁력 강화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게이트 올 어라운드(GAA) 기술 적용 3나노 공정 안정화·수율 개선 등 반도체 미세 공정 기술 강화 △고 대역폭 메모리(HBM) 기술 개선·생산 능력 확대 등 인공 지능(AI) 반도체 경쟁력 강화 △첨단 패키징 기술 발전 △V-NAND·LPDDR5 등 차세대 메모리 기술 선도·혁신 △파운드리 사업 경쟁력 제고 △AI 기반 생산·품질 관리 △신소재·신구조 연구 △저전력 기술 개발 △대학·연구소·스타트업과의 오픈 이노베이션 강화 등의 과제를 안고 있다. 또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목적 지향적 분위기와 수직적 구조, 문제점 은폐 문화 등이 만연해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와 소통의 벽을 제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영현 부문장은 부임한 이후 소통(Communicate)·열린 토론(Openly Discuss)·문제 공개(Reveal)·철저한 실행(Execute) 등 'C.O.R.E.'라는 새로운 조직 문화를 선포했고, 반도체 사업 집도의로서 이에 대한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향 5세대 HBM 12단을 전세계 최초 양산에 성공했지만 삼성전자의 경우 아직도 납품에 대한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다. 또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분야에서도 녹록지 않다. 시스템 LSI 사업부가 설계·개발하고 파운드리 사업부가 생산하는 갤럭시 스마트폰 등에 탑재돼온 '엑시노스' 시리즈는 내년 초 출시될 S25 시리즈에 탑재되지 않을 것이라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와 같은 연유로 연말 인사를 통해 반도체 부문 사장단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를 단행할 공산이 크다는 전언이다. 그러나 이 같은 변화와 개혁이 단기간 내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기술 개발과 경쟁력 회복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고, 회사 규모 만큼이나 조직 문화 역시 조변석개가 불가능에 가까워 중장기적 관점에서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삼성전자의 이번 결단이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질지, 또한 변화가 얼마나 빠르게 성과로 나타날지에 대해서는 귀추가 주목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회장급 부문장이 사과문을 냈다는 것 자체로 파장이 큰데 역량이 떨어진다는 것을 자인했다는 점에 대해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며 “예단할 수는 없지만 강도 높은 조직 대수술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종근당, ‘메세나 경영’ 제약업계 선도

종근당이 국내 신진 미술작가에 대한 체계적 지원을 통해 제약업계의 '메세나(기업의 문화·예술 지원활동을 총칭하는 용어)' 경영을 선도하고 있다. 6일 종근당에 따르면 지난 9월 27일부터 이날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제2회 종근당 예술지상 역대 선정작가전'을 개최했다. 이 전시회는 지난 2017~2021년 5년간 '종근당 예술지상'에 선정된 작가 총 15명의 신작 81점을 선보이는 행사로 지난 2019년 제1회 역대 선정작가전에 이어 2회째 개최됐다. '종근당 예술지상'은 2012년 종근당이 한국메세나협회와 함께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신진 미술작가를 지원하기 위해 제정한 상으로 매년 45세 이하 신진작가 3명을 선정해 1인당 매년 1000만원씩 3년간 창작지원금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미술계에 따르면 매년 수많은 신진작가가 배출되지만 이들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프로그램이 부족해 유망 신진작가가 한국 미술계 중심에 진입하는 사례는 매우 드문 실정이다. 종근당은 일회성 지원이 아니라 유망 신진작가를 3년간 지원하고 3년째 되는 해에는 기획전 기회도 제공해 체계적으로 돕는다는 점에서 미술계의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이번 전시회처럼 5년마다 역대 선정작가전도 개최함으로써 작가와 관람객이 더 자주 만날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이날 기자가 찾은 전시회장에는 2017~2021년 선정작가 15명의 작품 81점 외에 2012~2016년 선정작가 15명의 특별전과 2022~2024년 선정작가 9명의 최근작품 특별전도 함께 열려 총 39명의 종근당 예술지상 선정작가 모두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었다. 또한 지난 13년간 종근당 예술지상에 선정된 작가들의 인터뷰 영상과 도록, 작가 개인 출판물 등을 전시하는 아카이브 구역도 마련해 관람객과 소통하는 기회도 제공했다. 이번 역대 선정작가전과 별도로 종근당은 지원 3년차를 맞은 선정작가들에게 기획전 기회를 주기 위해 오는 10~21일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2022년 선정작가인 박시월, 오세경, 최수정 3인의 3년간 창작 작품을 선보이는 '제11회 종근당 예술지상 기획전'도 개최한다. 앞서 종근당은 지난 3월 2024년 올해의 작가로 박노완, 박웅규, 장파 등 3인을 선정했다. 이밖에 종근당은 2011년부터 전국 병원을 순회하며 투병 중인 환자와 가족을 위해 성악가, 뮤지컬배우, 오페라단이 참여하는 오페라와 콘서트 공연 '오페라 희망이야기 콘서트'와 어린이환자를 위한 '키즈 오페라' 공연도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는 온라인으로 개최하는 등 꾸준히 공연을 선보여 현재까지 희망이야기 콘서트 70여회, 키즈 오페라 220여회 개최했으며 지난달에는 전남대병원과 전남대어린이병원에서 '희망이야기 오페라&콘서트'와 키즈 오페라 '룰루랄라 매직 해적단' 공연을 각각 선보였다. 종근당 관계자는 “역대 선정작가전은 가능성을 인정받은 신진 회화작가들의 창작활동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동료 작가들과 회화적 가치를 공유하는 자리"라며 “앞으로도 선정작가들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으로 현대미술 작가들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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