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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미래 산업을 위한 미국의 전력망 구축 시사점

우리 몸 속에는 전기가 흐른다. 전기 신호가 심장을 뛰게 하고 근육을 움직이며 뇌에 자극을 전달한다. 이를 생체전기(bioelectricity)라고 한다. 사람의 몸은 가만히 있을 때 약 100W의 전기를 생산한다고 한다. 워쇼스키 자매는 영화적 상상력을 발휘해 이를 영화 매트릭스에 구현했다. 전쟁 중에 인간이 기계의 에너지원인 태양에너지를 이용하지 못하게 방해하자 기계들은 인간을 붙잡아 생체전기를 뽑아내서 사용한다. 의료분야에서는 생체전기를 질병 진단과 치료에 활발하게 활용하고 있다. 제세동기는 심장이 멈췄을 때 고압전류를 아주 짧은 시간 심장에 통하게 해서 정상적인 맥박으로 회복시킨다. 우울증치료제인 프로작은 몸속에서 액체 형태의 전기로 바꿔서 사람의 기분을 전환한다. 흔히 인바디라고 부르는 생체측정 장치는 생체전기 저항분석법을 이용해 체지방량을 예측한다. 다리와 팔에 약한 전류를 통과시키는데 근육은 전기가 잘 통하고, 지방은 잘 통하지 않는 성질을 이용한다. 체중에 비해 흐르는 전기가 많으면 근육이 많은 것으로, 체중에 비해 흐르는 전기가 적으면 지방이 적은 것으로 추정한다. 전기는 인체 뿐 아니라 탄소중립을 위한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최종 사용부문의 전기화, 에너지효율 향상, 재생에너지 확대 등을 핵심수단으로 강조하고 있다. 세계 각국은 내연기관차, 가스보일러와 같이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기술을 전기차나 히트펌프와 같은 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기술로 대체하고 있다. 이는 저탄소 에너지원을 통해 전기를 생산한다는 전제 하에서 이루어진다. 전기 사용량이 늘어남에 따라 전력망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전력망의 용량과 유연성을 확장해야 한다. 이를 미국의 사례를 통해 알아보자. 미국은 크게 서부·동부·텍사스주 등 3개 전력망으로 구성돼 있다. 송전 용량 제약으로 이들 전력망 간에는 전력 송전이 거의 없다. 미국은 동부와 서부에 주요 대도시가 있어 인구와 산업이 집중됐다. 특히 수력발전소는 동부와 서부, 화력발전소는 동부와 중부에 몰려 있어 기존 전력 시스템에서는 장거리 송전망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풍력발전과 태양광발전이 증가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풍력발전은 중부, 태양광발전은 남부의 자원량이 우수하다. 중부와 남부의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동부와 서부로 보내야 하는데 현재 송전망 용량은 턱없이 부족하다. 미국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LBNL)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발전용량은 1250GW다. 2022년 말 기준으로 전력망 접속 대기중인 용량은 2000GW 이상이다. 태양광 947GW, 풍력 300GW, 저장장치 670GW가 접속 대기 중이다. 전력망에 접속하려면 평균 5년을 기다려야 한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인센티브를 늘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제정으로 향후에는 접속대기 기간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는 늘어나는 청정에너지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2035년까지 총 송전 용량을 현재보다 1~3배 늘려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2026년에 건설을 시작한다고 해도 매년 2253~1만6254km의 송전선을 새로 깔아야 하는 셈이다. 사정은 만만치 않다. SunZia 송전망 건설 사업은 남부 뉴멕시코 풍력단지에서 서부 애리조나와 캘리포니아에 전력을 송전하기 위해 약 800km 길이의 500kV 2개, 송전 용량은 4.5GW의 선로를 설치하는 사업이다. 2006년 사업을 시작했지만 지역주민, 환경단체, 지자체, 군부대 등과의 장기간의 협의 과정을 거치며 올해 하반기에 건설을 시작해 2025년에 준공 예정이다. 무려 20년이 소요되는 셈이다. 이에 미국 에너지부(DOE)는 2022년 1월 ‘더 나은 전력망 구축 이니셔티브’를 출범시켰고 같은해 11월에 미국 전력망 현대화와 확장에 13억 달러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7월 말 미국에너지규제위원회(FERC)는 신규 발전원의 계통연계 간소화 규정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이 규정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자. 첫째, 송전망 제공자는 개별 사업 단위가 아닌 여러 사업들을 묶어 전력망 접속 검토를 해야 한다. 사업들을 개별적으로 검토하는 것에 비해 동시에 여러 사업을 검토할 수 있으므로 접속 대기중인 사업들을 처리하는데 효율적이고 지연을 최소화할 수 있다. 접속을 희망하는 사업자는 보증금을 납부해야 하며, 토지 허가 또는 건축 허가를 획득해야 한다. 접속 신청을 철회하면 철회 위약금을 부과한다. 투기적이고 실행이 어려운 접속 신청을 억제하고, 송전망 제공자가 상업운전에 도달할 가능성이 큰 접속 신청에 대한 검토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이다.둘째, 송전망 제공자는 정해진 기한 내에 접속 검토를 마쳐야 하며, 기한을 지키지 못하면 페널티를 받는다. 또 표준화되고 투명한 검토 절차를 활용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접속 신청 처리 속도를 높이고자 한다. 셋째, 단일 접속 지점 하에 있는 지역에 복수의 발전설비를 설치할 때 접속 신청을 한 번만 해도 되도록 허용한다. 또한 접속 신청자는 커다란 변동사항이 아니라면 새로운 접속 신청 없이 발전설비를 추가할 수 있다. 발전설비와 저장장치를 동시에 운용하는 사업을 위한 조항이다. 이 규정은 태양광발전과 같은 인버터 기반 자원에 대한 모델링 및 성능 표준도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기 사용량은 2013년 4748억kWh에서 10년 뒤인 2022년에는 5479억kWh로 약 15% 증가했다. 반도체, 이차전지, 데이터센터 등에 대한 투자 확대와 전기차 확산 등으로 2036년에는 7032억kWh로 2022년에 비해 약 28%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람 몸에 전기가 잘 흘러야 건강하듯이, 우리 산업에도 전기가 잘 공급될 수 있도록 전력망 관련 규제와 절차를 개선하고 주민 수용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박성우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정책실장

[EE칼럼]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거는 기대

문재인 정부 5년간의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정부의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에너지계획의 기본에서 많이 벗어났다. 윤석열 정부 들어 에너지믹스를 합리적으로 재정립하겠다고 약속했다.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조화시키고, 전력망을 적기에 건설하고, 에너지 시장구조를 개편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지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이전 정부의 영향이 너무 커서 새 정부의 의지를 제대로 반영했다고 보기 어렵다. 이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착수됨에 따라 다시 기대를 가져본다. 전력수급계획은 미래의 전력수요를 예측하고 이를 어떻게 공급할지 결정하는 것이 기본적인 틀이다. 지금까지 전력수요 예측은 경제 성장률 예측치와 가전기기의 교체주기 등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왔다. 그러나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기후온난화 대응이라는 새로운 과제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전기자동차와 인덕션 레인지 처럼 화석연료를 사용하던 것 들이 전기화되는 것을 고려했다고 하지만 크게 미흡했다. 탄소중립을 위해 전통적인 화석연료 사용분이 전기로 전환되는 부분도 전력수급계획에서 반영돼야 한다는 뜻이다. 지난 정부에서 수립한 ‘탄소중립 2050’ 계획은 원전 증설을 배제한 채 태양광을 중심으로 목표를 달성하려다 보니 국민 1인당 1억 원 이상을 부담해야 하는, 실현 불가능한 계획이 돼 버렸다. 이 또한 바꾸어야 한다. 둘째, 전력 생산이 들쭉날쭉한 재생에너지가 확대된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낮을 때에는 실시간으로 어떻게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지에 대해서는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고려할 필요가 없었다.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이 들쭉날쭉해도 다른 발전원이 출력을 조절해줘 전력을 공급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비중이 커짐에 따라 다른 발전소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됐다.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20∼30% 이하로 하는 방식의 전력 수급은 특정 지역에서는 이미 초과해 버려서 이제 통하지 않는다. 따라서 실시간으로 전력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지도 이번 전력수급계획에서는 고려돼야 한다. 특히 태양광이 많은 전남 지역이나 풍력이 많은 제주 지역에는 더 이상 재생에너지를 짓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문제가 있는데 그것을 해결한다고 또 돈을 써가면서 문제를 더 키울 이유는 없다. 또 전력망을 안정화하는 비용도 재생에너지 때문이라면 재생에너지 발전단가에 포함시켜야 한다. 셋째, 재생에너지 공급 일변도의 이전 계획은 부지도, 사업자도 정해지지 않은 재생에너지 건설 용량을 확보해 뒀다. 재생에너지 시설을 건설하는 데는 1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그런데 거기에 전력망을 연결하는 데는 그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실제로 현재 재생에너지 발전소는 준공돼 전력망의 연결되지 않거나 가까스로 우회적으로 전력을 송출할 수밖에 없는 허수의 발전원이 상당수 있다. 따라서 건설 기간이 짧은 재생에너지 발전소는 전력망 계획에서 우선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원자력발전소와 같이 건설 기간이 10년이 넘는 발전소의 경우 건설 도중에 전력망을 연결할 수 있다. 따라서 발전소를 짓는 것 뿐 아니라 전력망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도 고려해야 한다. 넷째, 무엇보다도 에너지 계획은 안정적 공급과 사회적비용 최소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런데 지난 정부는 이 원칙을 ‘안전’과 ‘깨끗’이라는 해괴한 원칙으로 바꿔놓았다. 이 원칙이 바뀌었는지, 안 바뀌었는지도 이번 전력수급계획을 통해서 확인해 봐야 한다. 다섯째, 환경급전도 손질해야 한다. 환경급전은 전력을 공급할 때 연료비가 가장 싼 발전원부터 한전이 구입하도록 한 것으로 연료비가 들지 않는 재생에너지가 가장 우선 구매 대상이 된다. 그러나 재생에너지가 연료비만 들어가지 않을 뿐 발전단가는 가장 높다. 결과적으로 전남지역에서 한전은 값싼 원자력 전기를 줄이고 이 보다 4배 비싼 재생에너지 전기를 사서 국민에게 공급하고 있다. 그러니 한전은 적자를 면할 수가 없다. 연료비가 아니라 발전단가가 싼 순서로 전기를 사들이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제11차 전력수급계획은 어떻게 하면 앞으로 한전이 적자를 면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방안을 담아야 한다. 전력수급계획을 불합리하게 세워놓고 전기 요금을 더 올리자고 하면 안된다. 새로운 전력수급계획에도 한전이 계속 적자를 보는 구조라면 그것은 국민을 위한 계획이 아니다.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EE칼럼]중국의 자원 무기화…

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중국이 미국의 무역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지난 1일부터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광물인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 제한에 나섰다. 중국이 세계 시장을 장악한 품목 중심으로 보복 카드를 하나씩 꺼내고 있다. 수출 제한품목을 희토류로 확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다각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갈륨은 40일분 정도를 비축하고 있지만 게르마늄은 비축 대상에 제외돼 비축 자체가 없다. 주로 디스플레이 업체가 사용하는 갈륨 40일분은 대략 6개월~1년치 분량이다. 정부는 이번 중국의 수출제한에 따라 게르마늄을 비축 품목으로 추가 했다.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갈륨의 시장 가격이 kg당 345달러로 한달 만에 22.12% 급등했다. 게르마늄도 3일 현재 kg당 1440달러로. 한달 전인 7월(1340달러)에 비해 7.46%가 오르며 고공행진 중이다. 중국 정부가 지난달 3일 국가 안보와 이익 보호 차원에서 이달 1일부터 갈륨과 게르마늄 관련 품목의 수출 제한을 예고하자 수요가 몰리며 가격이 치솟고 있다. 중국은 미국, 일본, 네델란드 등이 자국으로의 반도체 및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을 제한하자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 제한을 전격 발표했다. 이들 국가가 반도체와 장비를 중국에 주지 않겠다고 하자 반도체 생산에 들어가는 재료를 주지 않겠다고 맞선 것이다. 세계 빅2 경제대국인 미·중간 갈등이 격화되면서 자원민족주의 확산과 후폭풍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냉전 이후 세계 경제를 지탱해 온 글로벌 시장이 붕괴되면서 산업 전반을 넘어 다방면에서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EU집행위원회에 따르면 중국의 주요 광물 세계 시장 점유율 60% 이상인 광물은 디스프로슘(100%), 테르븀(100%), 갈륨(94%), 마그네슘(91%), 네오디뮴(85%), 게르마늄(83%), 천연흑연(67%) 등이다. 더구나 중국은 올 상반기에만 해외 자원개발에 100억 달러를 투자했다. 지난해 동기보다 131%나 늘어난 것이다. 주로 자원이 풍부한 아프리카(나미비아.탄자니아), 남아메리카(볼리비아), 동남아(인도네시아) 국가들이다. 중국은 핵심광물의 공급을 막아 주요국의 첨단제품 생산을 위험에 빠뜨리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 발표한 갈륨과 게르마늄은 반도체, OLED(유기발광 다이오드) 등 첨단산업은 물론 야간 투시경과 같은 전쟁물자에도 사용된다. 뿐만 아니라 중국은 티타늄, 텅스텐 등 군수용 광물도 상당량 보유하고 있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주요 전략용 군수 광물 13개 중 텅스텐, 바나듐, 희토류, 갈륨 등 8개는 중국 지원 없이는 제품 생산이 어렵다고 진단했다. 특히 희토류가 문제다. 미국은 2025년까지 희토류 공급망 구축을 위해 캐나다, 호주 등 우방국과 결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당장의 수급이 문제다. 적어도 2030년까지는 각종 핵심광물의 공급을 간접적으로라도 중국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정부는 중국의 조치가 당장은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문제는 세계 광물시장을 장악한 중국이 주요국을 상대로 전선을 확대할 경우다. 미국에 이어 EU도 핵심 원자재법을 통해 공급망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한국의 자동차, 반도체, 배터리 산업 등은 척박한 토양에서도 정부와 기업의 유기적 협력과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성장했다. 여기에는 기업의 ‘각자도생’형 자원 확보 노력이 뒷받침됐다. 안정적인 자원 공급망 확보는 해외 자원개발이 우선돼야 가능하다. 우리의 자원개발은 자본, 기술, 인력, 경험 등에서 선진국에 뒤쳐져 있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연속성을 갖고 지속적으로 추진하면 자원강국이 될 수 있다. 한국이 글로벌 공급망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으려면 ‘한국형 글로벌 공급망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 세계 각국은 자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을 위해 공급망 핵심 기업과 기술 보호를 위한 규제 강화와 함께 공급망 협력 채널을 구축하고 있다. 미국은 2021년 10월 인도 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를 결성했고, EU는 2020년 9월 원자재 전략적 파트너십, 일본은 2021년 4월 일본-인도-호주를 잇는 공급망 이니셔티브를 출범시켰다. 우리나라도 정부간 협력채널로 ODA 지원 대상, FTA 네트워크 등 협력 기반을 활용해 공급망 협력 의지가 있는 국가와 우선적으로 채널을 가동시켜야 한다. 그리고 기업이 진출한 국가와도 협력을 넓혀야 한다. 즉 원자재 생산 인프라 구축 여건이 있어 기업 주도로 협력이 가능한 국가와 공공부문 협력이 필요한 국가로 나눠 유형화 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기업주도의 경우 호주 광산개발, 인도네시아 니켈, 칠레 리튬과 구리, 정부주도는 비교적 핵심광물이 풍부한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희토류 풍부) 등이다. 세계는 자원이 풍부한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가 있다. 그러나 자원이 풍부하다고 선진국은 아니며 선진국이라고 해서 자원을 많이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실제의 영토가 아니라 자원의 영토를 얼마나 확보하는가에 달려 있다.강천구 인하대 교수 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EE칼럼] 전기료 문제 근본해법은 소매전력시장 개방

소매 전력 가격 결정에 있어 본질인 경쟁시장체제 도입은 뒤로한 채 정부주도의 요금 조정만 계속 반복하는 것은 언 발의 오줌 누기에 다를 바 아니다. 전기요금을 포함한 공공요금은 언제까지 국민 눈치를 봐가면서 이렇게 경직적으로 결정할 것인가. 해당 기업이 아닌 당정대에서 결정하고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죄를 지은 거 마냥 매번 국민들에게 호소하듯 전기료 인상에 따른 이해를 구하는 것을 더 이상 보기 싫다. 경제학자로 강단에서 평생 경제학을 가르친 이창양 산업부장관이 이런 비 시장적인 모습을 보이며 얼마나 자괴감이 들겠나. 전기요금 논쟁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전기료를 인상할 때는 국민적 저항이 거세고, 반대로 인하 때는 주주들의 반발에 직면한다. 자유경제시장에서는 정부가 손대지 말아야 할 것이 너무 많다. 값싸고 질좋은 원자재 확보와 경영효율성 제고 등은 궁극적으로 자유경쟁을 통해 해결하는 게 기본이다. 그런데 이를 모두 정부가 책임지려하니 일처리만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덮어지며 상처만 곪는다. 처음부터 무리였던 한전공대 설립안도 경쟁체제 하에서라면 감히 꺼내지 못할 포퓰리즘 정책이다. 하지만 이런 화두를 꺼내면 ‘민영화’라는 프레임을 씌우며 갑자기 좌우 양 진영에서 뜨거운 감자로 취급해 버린다. 피해야 할 대상이나 더러운 오물이라고 비유하는 것이 낫겠다. 경제학적으로 ‘민영화’와 ‘경쟁체제’는 서로 필요충분 조건도 안된다. 한국전력은 코스피에 상장돼 민영화된 지 오래지만 근본적인 시장원리에 기반한 경쟁체제와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 송배전은 국가기간망 관리차원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전기 도소매는 충분히 경쟁체제로 전환할 수 있다. 전기요금 현실화보다 전기 경쟁체제 도입이 더 근본적이고 시급하다. 지금처럼 한전이 소매시장에도 발 담그며 다른 업체에 PPA(직접 전력거래계약)도 ‘윤허’하는 식으로 해봤자, 들러리 구색 맞추기만 될 뿐 한전의 소매독점은 그대로 유지되고 경쟁 구도 도입도 절대 불가능하다. 전력 소매시장에서 한전이 손 떼게 해야 한다. 전기요금을 시급 올려야 한다는 주장은 너무 피상적이다. 누적된 적자로 인한 에너지공기업의 파국을 막기 위해서라는 주장도 현 시스템을 연명하려는 기득권(민·관·학)의 구실로 밖에 안 보인다. 어차피 대주주인 정부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는 에너지 공기업들은 어차피 스스로 제 머리를 깎을 수 없기에 요금을 올리라는 전문가들의 열띤 목소리에 대해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을 것이다. 정부도 이런 전문가들 의견에 못이기는 척 동조하는 모습을 보인다. 나아가 전기 소비자인 대다수의 국민들도 이런 정부의 한 발짝 느린 에너지 가격 조정의 수혜자이므로, 서로의 눈치를 봐가면서 점진적 인상에 눈감는 모양새다. 그러니 정책당국으로서는 욕먹을 일 없고 인심(표)도 잃을 일이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반대로 향후 에너지 생산 원가가 급락할 때는 과연 에너지 공기업들이 전기 소매가격을 내릴까? 소시민인 필자 입장에선 어렵다고 본다. 실제로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인 지난해 8월 천연가스 가격이 연초대비 276%나 치솟았다가 올해는 지난해 고점 기준으로 71%나 급락했다. 이에 따라 올해 8월 초 독일의 전기 소매가는 1년 전 8월 고점 기준으로 97%나 내렸다. 이에 비해 한국은 애초부터 전기 등 에너지 가격을 통제했기 때문에 연초 소매가격이 kwh 당 1분기 11.4원, 2분기엔 8원 등으로 꾸준히 오르고 있다. 여전히 적자인 에너지 공기업들의 곳간을 걱정한 많은 관계자들은 소매가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시장흐름에 기반한 국제 시세와는 완전히 동떨어진 움직임이다. 문제는 언제까지 이렇게 에너지 가격 통제를 계속할 것 인가다. 최종 소매가는 단순히 통제에만 그치지 않는다. 그 부담을 골고루 나눠 지기 위해 발전사를 비롯한 많은 이해관계자들도 거의 통제되다시피 한 정산가격을 받아들이며 희생을 감수하는 중이다. 그 과정에서 많은 비효율이 발생한다. 해외에서 천연가스 등의 원자재를 구입하는 과정에서는 정치적 개입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도입한 원자재를 유통·가공하는 단계에서 국내 발전사의 마진 폭을 연쇄적으로 줄일 수밖에 없다. 해당 사업자라면 참을 수 없을 정도의 정부 개입이라고 발끈 할 법 한데도, ‘을’의 입장이다 보니 순응한다. 더 나아가 최종에너지 소매가격이 가격국제 시세와 거꾸로 가는데도 국민들에게 스마트하고 합리적인 소비행태를 기대하는 것은, 길거리에서 장애인 유도 점자블록도 설치하지 않고 시각 장애인에게 무사히 목적지를 찾아가라는 말과 다를 바 없다.유종민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E칼럼] 기후위기와 위험사회, 사회적 성찰을 요구하다

7월 중순의 집중 호우에 이어 긴 폭염과 한반도를 관통하는 제6호 태풍 카눈까지, 대한민국이 호된 여름을 보내고 있다. 새만금에서 열렸던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역시 이례적인 기후로 큰 곤욕을 치렀다. 이는 대한민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말처럼 극한 폭염은 ‘뉴노멀(new normal)’이 됐다. 유엔은 급기야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를 넘어 ‘지구 열대화(global boiling)’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규정지었다. 기후변화는 이미 ‘기후위기’이고, 기후위기는 위험 상황을 계속해서 만들어 낸다. 기후위기가 초래하는 위험 상황 자체도 문제지만, 현대사회가 가진 구조적인 복잡성이 그 위험을 더욱 증폭시키는 게 더 큰 문제다. 독일의 저명한 사회학자인 울리히 벡(Ulrich Beck)은 1986년에 펴낸 <위험사회(Risk Society)>에서 산업화와 과학의 발전이 현대사회에 초래한 위험의 특징을 조명했다. 현대사회의 위험은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치닫곤 하는데, 그 시작이 무엇에서 비롯된 것인지, 또 파장이 어디까지일지 다 가늠할 수 없다는 불확실성이 현대사회가 마주한 중대한 도전이라는 것이다. 벡의 지적은 기후위기 시대에도 적용할 수 있다.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 상황이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현대사회에 초래할 수 있는 피해와 혼란은 쉽사리 예측할 수가 없을 정도다. 복잡한 현대사회를 움직이는 중요한 자원 중 하나를 꼽으라면 역시 전기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전기 공급이 하루라도 끊긴다면 각종 사무가 마비되는 것은 물론이고 의료 서비스, 교통 인프라 등 모든 게 멈춰 서게 된다. 대규모 정전 사태가 길어지면 국가의 안보도 위협받는다. 이토록 중요한 전기의 수급 문제를 생각할 때 ‘적정 가격으로, 안정적으로 공급한다’는 산업화 시대의 통념만으로는 이미 대응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따라서 기후위기 시대에 현대사회의 혈관과 같은 전력과 관련해 우리 사회가 다음을 재점검하며 나아가기를 주문하고자 한다. 첫째, 기후위기 상황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기후기술(climate technology) 내지 녹색기술(green technology)을 둘러싼 세계 주요국 간 경쟁이 계속되는 이상, 이 분야에서 한국이 도태돼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다시 되새겨야 한다. 태양광, 풍력, 차세대 원자로는 물론이고 스마트 그리드와 같은 송배전망의 혁신, 축전지·배터리,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기술, 그린 수소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기후기술 분야에서 주요국들이 산업·무역 정책 수단을 활용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이런 경쟁 속에서 한국이 더욱 전향적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특정 기술을 둘러싼 소모적인 정쟁을 멈춰야 한다. 다양한 기후기술들을 서로 경합하고 충돌하는 관계가 아니라 보완하는 관계로 보는 종합적인 관점과 정책적인 지원이 정부와 정치권에 절실히 요구된다. 종합적인 관점이 있어야만 복합적인 위기 상황에 더욱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둘째, 화석연료의 사용을 적극적으로 줄이려는 데에 사회 전체가 역량을 집중해야만 한다. 한국의 1차 에너지 소비에서 화석연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80%가 넘는다. 산업의 원료로 쓰이는 부분은 감안하더라도 전력 생산을 위해 소비하는 화석연료 비중(2021년 기준 석탄 34,3%, 가스 29.2%)이 너무 크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의 이유로 화석연료의 공급 불안정이 계속되고 있는 데다 결국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화석연료로 전기를 생산해서 공급하는 것은 에너지 안보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으며, 기후위기 시대에 마땅히 지양해야 하는 부분이다. 더군다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나 RE100(재생에너지 전기 100%)과 같은 시대적 요구가 국내 기업들에도 부담으로 작용하는 만큼 국가적인 차원에서 화석연료 화력 발전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화력 발전 시설에 기후기술을 접목해 사용하는 것을 공격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셋째, 전기의 사용자인 우리 모두가 절약을 실천할 필요가 있다. 과도한 전기 사용으로 인해 과도하게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것은 결국 기후위기를 가속화하고, 그로 인한 재해와 위험도 증폭시킨다. 우리의 편의를 위한 행동이 결국 우리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자각과 행동의 변화가 있어야만 한다. 벡은 위험사회 극복을 위해 ‘성찰적 근대화(reflexive modernization)’를 요구했다. 근대화로 인한 위험사회에 살게 됐다고 해서 근대성 자체를 거부하기보다는 그 원리와 위험의 성격을 성찰하면서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자는 의미다. 지금 우리 사회가 직면한 기후위기와 위험사회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산업화 과정과 그 구조적 특징, 그로 인한 혜택과 문제점을 직시하면서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사회적 성찰이 요구된다.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EE칼럼]

요즈음 우리는 기후 문제를 거론할 때 종래의 점잖은 ‘기후변화’에서 ‘폭염’, ‘극단적 이상기후’ 등 과격한 표현을 많이 접하게 된다. 이런 과격화 추세는 점잖의 대명사였던 유엔(UN)이 대변한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달 "지구 열대화 시대가 시작됐다"라고 말했다. 지구온난화 시대의 종말을 선언하고, 펄펄 끓는 지구 열대화 시대가 왔음을 유엔이 선언한 셈이다. 이런 선언은 향후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 에너지 전략을 짜는 데도 매우 큰 의미를 던진다. 사실 국제 기후변화 대응논의는 1992년 6월 ‘지구를 건강하게, 미래를 풍요롭게’라는 슬로건 아래 유엔 주도로 개최된 브라질 리우 정상회담이 시발점이다. 이 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은 악화되는 지구환경을 지키기 위해 지속 가능한 개발과 지구 동반자관계 형성을 약속했다. 이 내용의 축약이 ‘기후변화에 관한 유엔 기본 협약(UNFCCC)’이다. 따라서 ‘지금 당장 행동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2040년 전에라도 인류재앙이 올 수 있다’는 경고로 유명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리우 선언의 후속판이다.최근 들어 온난화 추세를 넘는 기후재난이 부쩍 잦아지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 등에 따르면 올해 7월은 3주간 온도가 평년보다 1.5도 가량 더 높아 역대 가장 더웠다. 그러나 IPCC 공식 의견은 현재의 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평균 1.1도 수준 이상 상승하지만 아직은 파리 기변화협약의 마지노선(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하)을 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빈번한 섭씨 40도 수준의 폭염, 유례가 드문 폭우, 그리고 세계 각지의 대형 산불 등은 지구 온난화 차원을 넘는 극한 기후 변화임에 틀림없다. 지구 열대화라고 해도 무방하다. 결국 UN IPCC의 효용성, 좀 더 구체적으로 파리협약에 의한 국가감축목표(NDC)를 그 이상으로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최근 짐 스키(Jim Skea) IPCC 신임 의장(영국 임페리얼칼리지 런던 교수)은 "명목적인 목표에 집착하거나 종말론적으로 접근하는 기존 방식은 오히려 기후변화 대응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특히 종말론적 접근방식은 인류 공영을 저해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우리나라 여건도 마찬가지로 걱정이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 등의 자료에 따르면 동북아 지역 기온상승은 세계 평균보다 심각하다. 좁은 국토 면적에 인구밀도가 높고, 삼면이 바다인 데다, 제조업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의 기후 문제는 갈수록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지난 몇 주간 폭우와 폭염으로 벌써 60여 명의 사망자와 2000명이 넘는 온열 환자가 국내에서 발생했다. 그리고 도로,주택 같은 인프라 침수피해와 사회 이동성 감소 등 각종 사회환경 폐해로 확대되고 있다. 현안 관심사인 ‘2023 새만금 세계 잼버리 대회’는 폭염 대비 부족으로 많은 비판에 직면했고 태풍을 피해 끝내 대회장 이동과 단축 운영으로 귀결됐다. 온열 환자가 속출했다. 이런 측면에서 기후 문제는 갈수록 우리가 정상적 관점에서 감내할 수 있는 최대 수준인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를 넘었을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은 IPCC 내용처럼 중장기 관점의 온실가스 감축도 중요하지만, 현재 상황에 적응할 수 있는 시스템 도입이 더 시급하다. 우리가 그간 강조해온 기술혁신에 의한 온실가스감축 정책과 지속적인 기상이변에 대한 대응에서 적정 수준 조화가 필요하다. 경험하지 못 한 기상이변(지구열대화)으로 중장기적 고도화전략 변화 뿐 아니라 단기 대응정책의 확대 도입의 필요성 커졌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전략 조정에 대해서도 의미 있는 제언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 40% 감축 및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잡은 NDC정책을 골자로 한 녹색 성장 정책의 보완이다. 폭염 사태는 기존의 모든 가치 기준 수정을 가능하게 한다. 그것도 올해와 내년 기후변화 대응전략의 효율화가 우선이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세계 경제 2대 현안 과제로 우크라이나 전쟁과 함께 기후 악화를 적시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단기 성장 전망을 경쟁국에 비해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는 새로운 기준의 기후변화 대응책을 경제사회 운용 기조로 삼아햐 한다. 중장기 차원에서 단순한 회피·경감 차원을 넘어 미래 경제 성장 동력으로 승화시키는 전략을 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혁신을 촉진하는 고유의 기술 금융 체제를 도입하고, 우리나라의 강점인 디지털 활용을 확대해야 한다. 예컨대 우리 원전산업의 디지털과 신재생 에너지의 디지털그린화를 통해 융합하는 것이다. 이런 융합 대책이 비용 효과적인 중장기 대책이며 성장과 고용 창출을 동시 보장하는 선순환 국가 에너지 전략이라는 거시모형 검증 결과도 여럿 있다. 감축과 규제 위주 선진국 기후 대응 전략의 답습에서 벗어나 우리 고유의 에너지·기후 전략의 틀을 고민하고 모색할 때다. 국민 세금의 사전투입을 전제로 하는 고식적 관료주의적 접근은 단호히 배격해야 한다. 새만금잼버리 사태의 뼈아픈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최기련 아주대학교 에너지공학과 명예교수

[EE칼럼] 다시 80달러 중반대로 치솟은 국제 유가, 어디로?

국제원유가격이 6주 연속 상승했다. 지난 6월27일 배럴당 67.7달러까지 내려갔던 서부택사스중질유(WTI)의 뉴욕국제시장(NYMEX) 가격은 8월4일에 82.8 달러를 넘어섰다. 6주 만에 20% 이상 치솟았다. 우리나라가 가장 많이 수입하는 두바이(Dubai) 원유의 국제시장가격은 같은 기간 72.5 달러에서 87.2 달러로,유럽의 대표가격인 브렌트(Brent) 국제시장가격은 72.5 달러에서 86.2 달러로 각각 상승했다. 국제 천연가스 가격도 6월 초에 MMBtu당 2.16 달러로 바닥을 찍은 후 계속 상승하며 8월 4일에는 2.58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국제원유가격과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모두 최근 조용히 20% 이상 올랐다. 주요 전략광물의 국제시장가격도 같은 기간 동안 동반 상승했다. 구리는 6월 말 톤당 8367달러에서 8월 1일에 8720달러로, 니켈은 6월 29일에 톤당 1만9745달러로 올해 최저점을 찍은 후 계속 상승하며 8월 1일에 2만2355달러까지 뛰었다.특히 니켈은 올해 첫 거래일에 기록한 3만1200달러 수준까지 오른 건 아니지만 6주 만에 13%나 오르며 전략광물 국제시장가격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광물의 99%와 에너지의 95%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로서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광물과 에너지가격의 상승분은 물가에 반영돼 겨우 안정세에 접어든 인플레이션률 자극할 수 있고 무역수지 적자 폭을 더욱 키우기 때문이다. 21세기 들어 국제원유가격은 배럴당 평균 63달러 수준으로 20세기 후반 20년간의 평균인 21.5달러의 3배 수준으로 올랐다. 특히 2022년 3월에 100달러까지 치솟았던 국제원유가격이 올해 들어 21세기 평균 수준으로 안정화되면서 한시름 놓았었다. 그런데 국제원유가격이 다시 80달러 중반대까지 오른 것이다. 전문기관이 예측한 올해 말 가격이 85달러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벌써 전문가의 예상을 뛰어 넘었다. 올해 초에 예상 가격수준을 넘어서자 연말에는 100달러대에 도달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최근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가격 상승의 원인으로는 먼저 중국의 경제회복 기대와 미국 경제의 연착륙 등 경제발전으로 인한 수요의 회복이 꼽힌다. 미국이 꾸준히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여전히 최저수준의 실업률이 유지되고 있고, 임금 상승이 계속되고 있는 등 경제가 장기적인 활황 국면이라는 시장의 판단이 원자재 및 원유가격 상승에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또 여전히 석유가 주 에너지원인 수송 부문의 수요 증가도 한 이유로 꼽힌다. 여름 바캉스 시즌 등으로 수요가 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석유가격 상승의 원인을 단순히 수요 증가에만 있다고 보진 않는다. 석유의 국제가격 상승 폭이 광물 등 다른 원자재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OPEC+의 감산이 수요의 상승과 겹치며 또 하나의 큰 중요한 원인으로 지목한다. 이번 여름의 감산은 특히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고 있는데, 6월 초 OPEC+ 장관급 회담에서 사우디아라비아만 추가로 100만 배럴을 줄이는 것으로 감산 연장에 합의했다. 이로 인해 7월 초부터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생산량이 하루 900만 배럴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었던 2021년 6월 이후 최저수준이다. 러시아와 다른 산유국은 추가 감산 없이 기존 감산량을 유지한 점을 고려하면 사우디아라비아가 대량 감산을 주도한 것이다. 21세기 평균 수준으로 떨어지는 국제원유가격을 떠받치고 나아가 더 올리고 싶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생산량 감산 의지가 최근 국제원유가격 급상승의 원인이라는 점을 반영한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국제유가가 100달러 이상 올라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100달러 이상으로 치솟으면 다른 에너지원으로의 전환을 촉진하기에 사우디아라비아에게는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공식적으로는 감산 이유로 시장의 균형(balance)을 내세우지만 사실은 국제 원유가격이 80~90달러대에 머물러 있기를 원하기에 이런 감산 정책을 쓰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여기에 더해 지속되는 미-중 무역 갈등과 여전히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전쟁 등은 에너지 공급망에 영향을 주며 올해 겨울의 천연가스 가격을 다시 한번 끌어올리는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구조적인 요인들이 단기적으로 해소될 기미는 전혀 없어 보인다.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을 위한 전략을 시급히 세워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허은녕 서울대학교 교수/공학전문대학원 부원장/에너지위원회 위원

[EE칼럼] 언론이 만들어낸 초전도체 광풍

최근 국내 대학에서 활동하는 벤처기업이 ‘LK-99’라는 상온 초전도체의 개발에 성공했다는 소식에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정식으로 논문을 발표한 것이 아니라 완성도가 떨어지는 원고를 ‘아카이브’라는 사전등록 사이트에 올려놓았을 뿐이었다. 더욱이 서로 다른 내용의 원고 2편을 동시에 공개했다. 정상적인 연구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국립연구소가 LK-99의 가능성을 이론적으로 확인했다는 어설픈 소식에 우리 언론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우리가 세상을 통째로 바꿔놓을 첨단 기술의 개발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당장 노벨상을 받게 되고, 엄청난 돈방석에 올라앉게 될 것처럼 야단법석이었다. 증시와 인터넷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초전도체 관련 기업의 주가가 수직으로 상승했고, 세빛둥둥섬이 둥둥 떠오르는 ‘밈’까지 등장했다. 그런데 폭염 속에 우리 언론이 부채질한 상온 초전도체 열풍은 금새 시들해지고 있다. 개발사가 공개한 영상과 자료만으로는 LK-99의 정체가 분명하지 않다는 학계의 평가가 나오면서다. 우선 한국초전도저온학회부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지금까지 개발사가 공개한 자료만으로는 LK-99를 ‘상온 초전도체라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도 지난 4일 초전도 관련 분야의 연구자들이 여전히 ‘매우 회의적’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LK-99의 객관적인 검증은 말처럼 쉽지가 않다. 개발사가 검증용 시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개발사를 탓할 수는 없다. 소중한 시료를 아무에게나 무턱대고 내줄 수는 없는 일이다. 개발사가 최소한 동료 평가라도 받은 후에 공개하는 국제적인 관행을 무시해서 벌어진 난처한 상황이다. 아무나 LK-99를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개발사가 공개하지 않고 있는 ‘노하우’가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상업적 이익과 직결되는 비법(秘法)인 노하우를 무작정 공개할 수도 없다. 결국 LK-99의 객관적인 검증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전 세계가 일상적인 온도와 압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초전도체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전기 저항이 전혀 없는 초전도체가 그만큼 유용하기 때문이다. 초전도체를 이용하면 전력 산업이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발전기의 크기를 줄일 수 있고, 송전 효율을 높이기 위해 고압 송전망을 건설해야 할 이유도 없어진다. 변압기에서 전기 저항에 의한 열 손실도 없어진다. 상온 초전도체가 현재의 전력 산업의 효율을 무한대로 높일 수 있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초전도체로 만든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이용하면 태양광·풍력 발전의 최대 난제인 간헐성도 간단하게 극복할 수 있다. 자원·효율이 제한적이고, 화재 위험도 심각한 리튬이온 배터리에 매달릴 이유가 없어진다. 상온 초전도체는 발전·송전에만 유용한 것이 아니다. 현대 의학에서 가장 중요한 진단 수단이 된 MRI(자기공명영상법)도 완전히 달라진다. 우리 몸에 들어있는 수소 원자의 자기적 성질을 분별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강력한 자기장을 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초전도 자석이 요구하는 섭씨 영하 268.9도의 극초저온을 만들기 위해 비싸고, 관리가 어렵고, 고갈 위기에 있는 헬륨을 사용해야 할 이유가 없어진다. 미래의 에너지원으로 기대를 모으는 핵융합 발전에 사용할 핵융합로에도 혁명적인 변화가 가능해지고 자기부상 고속철도 가능해진다. 전 세계의 많은 과학자가 상온 초전도체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실제로 상온 초전도체 개발에 성공했다는 논문이 거의 매년 1건 이상 발표되고 있다. 지금 미국에서도 로체스터 대학교의 과학자가 개발했다는 상온 초전도체의 정체에 대해서 과학계가 뜨거운 논란을 벌이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처럼 언론·증시·인터넷이 앞장서서 법석을 떨지는 않는다. 상온 초전도체의 개발은 과학자의 실험실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상업적으로 유용한 초전도체를 만드는 일은 훨씬 더 어렵고 복잡하다. 실제로 액체 질소로 만들 수 있는 섭씨 영하 180도에서 작동하는 ‘고온 초전도체’는 1980년대 후반 처음 연구실에서 처음 개발된 후 30여 년이 지났지만 본격적인 상업적 활용은 여전히 어려운 형편이다. 결국 상온 초전도체 소동은 언론이 만들어 냈다. 과학에 대한 전문지식이나 전문성이 떨어지는 언론이 과학적 검증을 실시간으로 중계해야 할 이유가 없다. ‘가짜 과학’을 가려내는 능력도 현대의 언론에게 꼭 필요한 역량이다.이덕환 서강대학교 명예교수 화학·커뮤니케이션

[EE칼럼]정유업계에 바이오연료 생산 허용해야

바이오 경제는 바이오 자원에 기반을 둔 공정·제품·서비스를 활용해 경제·사회의 발전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실현하는 경제 구조를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 지난 7월 19일 정부는 기존 의약품 중심의 ‘바이오 경제 1.0’을 넘어 바이오의약품 제조 초격치 확보와 함께 바이오 신소재, 바이오에너지, 디지털 바이오 등 바이오 신 산업을 본격 육성하는 내용의 ‘바이오 경제 2.0 추진 방향’을 마련하고 2030년까지 바이오 경제생산 규모 100조 원, 수출 규모 500억 달러를 달성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그 만큼 바이오 경제의 전망도 밝아졌다. 광범위한 바이오 경제에서 에너지 부문과 중첩되는 영역은 바이오 연료, 특히 수송용 바이오 연료다. 지난 2021년 발표된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2050년 수송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9810만톤)의 88.6~97.1%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천명했다. 이를 위해서는 적어도 탄소 중립합성 연료(E-fuel)가 상용화될 2040년 전까지 수송부문 온실가스 감축 수단으로서 바이오 연료의 역할도 더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2040년까지 주된 도로부문 온실가스 감축 수단은 적어도 현재까지는 전기·수소차 보급 확대와 함께 탄소 중립 연료인 바이오 연료 사용 확대로, 무리한 수준의 전기·수소차 보급 확대 강요보다 바이오 연료가 일정 정도 보완적인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더욱이 전기화가 사실상 어려운 해운·항공 부문에서 바이오 항공유·선박유의 역할은 대체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현재 바이오 자동차 연료로 신재생 연료 의무사용제도(RFS)를 통해 바이오디젤 혼합의무화 비율을 현행 3.5%에서 2030년까지 8%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또한 바이오 항공유는 정유업계와 항공업계가 공동 실증사업을 거쳐 2026년까지, 바이오 선박유는 대·중소기업이 참여하는 바이오 선박유 육·해상 실증사업을 통해 2025년까지 각각 도입할 예정이다. 바이오 연료의 사용 확대는 RFS 확대 논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RFS의 법적 근거인 신재생에너지법은 정유업계에 판매하는 수송용 연료에 바이오 연료를 일부 ‘혼합’하는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따라서 바이오 연료는 화학적으로 유사성을 바탕으로 석유제품과의 혼합을 전제로 생산·공급되며, 해당 시장이 자연스럽게 생성됐다기보다는 RFS라는 일종의 규제를 통해 생성된 규제시장이라는 성격을 갖는다. 그 만큼 바이오 연료 범위 확대는 사실상 규제 확대로 간주돼 정유업계는 대체로 부정적 입장이었다. 그동안 RFS 확대 논의도 당위적 주장에 의존해 정부 당국을 설득하려는 바이오 연료 업계와 이를 저지하려는 정유업계가 대립하는 양상이었다. 그러나 최근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정유업계도 탄소중립·ESG 경영 등 시장 및 경영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직접 바이오 연료생산·공급 사업에 뛰어들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국내 정유업계의 탄소중립 전략에는 석유화학 원료로 나프타에서 바이오매스 등 탄소배출이 적은 원료로 전환하거나 탄소중립 제품생산 확대 차원에서 CCS(탄소 포집·저장), E-fuel, 청정수소 등과 함께 차세대 바이오디젤을 포함한 차세대 바이오 연료생산을 추진 중이다. 이런 변화된 분위를 감안해 정유와 바이오 양 업계의 상생 발전 차원에서 정유업계가 본격적으로 바이오 연료 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현행 석유사업법은 정유사가 석유를 원료로 석유제품을 생산하는 것으로만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석유 이외의 원료, 가령 폐플라스틱이나 동식물 유래 바이오 원료 등으로 석유제품을 생산(Co-Processing)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석유사업법 상 석유정제업의 정의에 바이오 원료 등의 정제도 가능하도록 명시해야 한다. 나아가 바이오디젤 사례를 참고해 차세대 바이오 연료 개발 등 양 업계의 공동 참여가 가능한 프로젝트 발굴을 통해 상생하고 시너지를 높일 수도 있다. 바이오 디젤은 2030년까지 혼합비율을 8%까지 높인다는 계획이지만 실제로는 바이오디젤의 경유 혼합 시 겨울철 시동결함 발생 등 기술적 한계로 인해 기존 바이오디젤 혼합의무는 최대 5%까지만 가능하다. 대신 메탄올 첨가 등으로 바이오디젤의 겨울철 시동결함 극복 가능한 차세대 바이오디젤을 개발하고 2026년까지 도입한 뒤 2030년까지 혼합비율 3%포인트 더 확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여기서 정유업계는 차세대 바이오디젤 개발에 참여해 3%포인트 혼합비율 확대분의 일부를 내부화함으로써 기존 바이오디젤 업계와의 상생을 도모하려 하고 있다. 이 같은 프로젝트 개발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주문한다.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E칼럼]자발적 탄소시장으로 시민동참 유도해야

기후변화센터와 아시아나항공사는 지난달 12일 국내 최초로 승객들의 항공여행 탄소발자국을 자발적으로 상쇄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승객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여행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량에 대해 일부 또는 전체를 상쇄하는 활동을 선택할 수 있다. 항공예약 때 승객이 비행 날짜 정보를 입력하면 운항노선, 항공기 형태 등을 고려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방법론에 따라 배출량이 계산된다. 이렇게 발생한 탄소량은 기후변화센터가 운영하는 자발적 탄소시장 플랫폼 ‘아오라(AORA)’ 홈페이지에서 소개하는 다양한 탄소감축 활동 중 하나를 선택하는 방법으로 탄소를 상쇄할 수 있다. 탄소감축 활동은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설치, 바이오매스 활용 조리기구 보급, 조림 등의 흡수원 확대 등으로 여기에서 발생한 탄소상쇄 크레딧의 양을 구매해 본인의 여행으로 발생한 탄소발자국을 없애는 결정을 하는 것이다. 이 활동은 준비기간을 거쳐 오는 11월부터 아시아나 홈 페이지를 통해 가능하다. 이러한 활동은 국내에서는 최초지만 싱가포르항공, 브리티시에어라인, 터키항공 등 해외 다수의 항공사들이 몇 년 전부터 실시하고 있다. 잘 아는 것처럼 항공기의 특성상 사용되는 연료에 의해 다른 교통수단 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현저히 높다. 유럽환경청의 2014년 발표 자료에 따르면 88명이 탄 비행기가 1km를 이동하는 데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량은 승객 1명당 285g으로, 같은 조건의 150인승 기차(14g)에 비해 20배에 달한다. 더 나아가 항공기는 고도를 높일수록, 싣고 가는 짐의 양이 많아질수록 훨씬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 그래서 2016년 ICAO는 항공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0년 수준으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이른바 국제항공 탄소상쇄·감축제도(CORSIA)다. 이에 따라 2021년부터 이를 초과해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항공사는 탄소시장에서 배출권을 구매해 상쇄해야 한다. 이 규제는 2027년부터는 의무화된다. 이에 따라 항공사들의 다양한 온실가스 감축 활동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아울러 지난 5월 프랑스 정부는 기차로 2시간30분 거리인 단거리 비행 국내선에 대해 운항 금지 조치 법안을 발효했다. 프랑스 하원은 2021년 5월 ‘단거리 국내선 항공편 운항 금지’를 포함한 ‘기후와 복원 법안 (Climate and Resilience Law)’을 통과시켰지만, 단거리 비행 기준에 대한 추가 논의를 거쳐 이번에 발효했다. 당초 이 법안을 제안한 ‘프랑스 기후 시민 협약’은 기차로 4시간 이내로 이동 가능한 거리에 대해 비행기 운항을 금지하자고 주장했으나, 항공사 에어프랑스, KLM항공과 일부 지역의 반대에 따라 항공편 운항 금지 기준이 기차로 2시간30분 거리로 줄었다. 프랑스 정부는 이 법안 시행은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한 필수 단계라며, 강력한 노력의 상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내에서는 국회의원선거나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때마다 신규 공항건설을 단골 공약으로 내세우는 데 우리나라의 심각해지는 기후위기를 감안한다면 정치인들의 공약도, 시민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항공사들의 상쇄 활동을 지원하는 자발적 탄소시장은 탄소세나 배출권거래제와 같이 정부 주도 아래 진행되는 탄소시장과는 달리 기업, 지자체, 개인들의 자발적 탄소감축 활동을 지원하는 시장이다. 교토의정서 당시 자발적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했는데 파리협약 6조가 구체화되고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면서 점차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전 지구적 목표인 1.5도를 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세계 곳곳에서 가능한 많은 온실가스 감축·흡수제거 활동이 이루어져야 하고 기업들도 더 많은 투자와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는 암묵적 동의가 생긴 것이다. 시장이 커짐에 따라 고품질 상쇄 크레딧, 즉 환경건전성이 높은 상쇄 활동이 무엇인지에 대해 감시하고 기준을 제시하는 자발적 기구들의 활동도 활발해지고 있다. 그리고 생성된 탄소크레딧이 상쇄 활동에 여러 번 사용되지 않게 하기 위해, 즉 탄소 감축이 제대로 되는 지를 보장하기 위해 탄소상쇄등록부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하는 등 다양한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다.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1인당 연간 탄소배출량은 12.7톤으로 세계 평균(4~5톤)의 3배에 달한다. 탄소 다배출 산업구조의 수출 기반 국가인 점을 감안한다면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시민들의 동참이 필수적다. 의식주 활동으로 내가 발생한 탄소발자국이 얼마인지, 이를 줄이려는 다양한 활동들이 정량적으로 계산되고 더 많이 줄인 사람이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구조가 보다 촘촘하게 만들어진다면 시민들의 동참이 활발해질 것이다. 자발적 탄소시장도 그런 목적 달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 지자체, 시민들이 협력해서 기후위기를 늦추는 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다양한 아이디어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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