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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에너지문제, 더 이상 임시방편으론 안된다

얼마 전까지 한전 적자문제로 시끄럽더니 이번에는 난방비 문제로 옮겨 붙었다. 원인은 둘 다 비슷하다.국제 에너지가격의 급등과 경직된 우리의 요금규제방식에서 비롯됐다. 2021년까지만 해도 kWh당 100원 근처이던 도매전력가격이 2022년 들어 200원으로 오르더니 작년 12월에는 270원까지 폭등했다. 도매가격의 90% 이상을 결정하는 천연가스 가격 급등이 가장 큰 원인이다. 대부분 가스에 의존하는 난방비 문제도 마찬가지다. 에너지가격이 오르다 보니 여기저기 시비가 일어난다. 그러나 이미 봐왔던 것처럼 국민들의 정서를 달래는 쪽으로 대응하고 있다. 얽혀있는 고리를 풀고 바로잡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때다. 에너지문제를 바라보는 정책결정자 소위, 정치권과 정부의 시각과 해법은 오랫동안 별로 변한 것이 없다. 언론이나 정치권에서 문제를 제기하면 정부는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에 급급하다. 사실 모두가 원인과 해법을 알고 있지만 실행하는 사람은 없다. 진단과 처방이 다른 이중적인 행태가 되풀이되고 있다. 임시방편식 대응과 효과가 불확실한 구먹구구식 지원책이 반복되고 있다. 세금으로 막든, 빚을 내서 막든,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이러는 사이 공기업의 적자는 눈덩이로 불어나고 있다. 국내에서 에너지분야는 다양한 이슈가 표출되고 있으며, 당장 국가적 의사결정과 해법을 제시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온실가스 감축, 환경오염 저감, 안정적 공급력 확보, 전력품질 유지, 공급비용 최소화, 에너지산업 육성 등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 그럼에도 정파나 이해관계에 따라 한쪽으로 기울어진 부정확한 정보와 왜곡된 주장의 영향을 받고 있다. 사실 일반 국민은 에너지 수급의 메커니즘이나 에너지원별 공급비용을 세세히 알기는 어렵다. 그저 언론이나 SNS를 통해 보고 들으며 동조하기 십상이다. 탈원전도 재생에너지도 전기요금도 난방비도 많은 부문이 그런 범주에 속하는 것들이다. 전원의 경제성 문제만 보더라도 미래의 비용을 판단하는 문제인데 과거의 잣대로 평가한다. 요금 문제도 재화의 수급과 가격신호를 제쳐둔 채 에너지비용이나 보편적 공급이라는 부수적인 관점에서만 보고있다. 우리나라에는 주관부처, 에너지 공기업, 국책연구기관, 대학, 단체, 산업체 등에 에너지를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다. 수십 년 동안 실력을 쌓아온 전문가도 적지 않다. 근래 들어 에너지에 대한 논쟁은 많으나 심도 있는 보고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또 진영이나 이해관계에서 벋어난 목소리도 잘 들리지 않는다. 작은 목소리 마저 행정력과 이런저런 규제권력에 막혀 제대로 된 역할을 못한다. 이제라도 중립성과 투명성이 확보된 기구를 통해 정파나 이익집단에 휘둘리지 않는 전문가 중심의 독립적 거버넌스 체계가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 세상은 혼자만의 힘으로 살 수 없다. 에너지문제도 마찬가지다. 환경과 기술, 시민의식의 변화로 인해 에너지 이용과 공급방식에 대한 선호와 선택이 변하고 있다. 또 국가마다 처한 환경과 과거의 유산도 크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과거 화석연료에만 의존하던 시대에는 부존자원에 따라 국가의 기술선택이 달라졌다. 과거 자원이 풍부한 캐나다·노르웨이는 수력, 영국은 가스, 미국과 중국은 석탄을 각각 최대 에너지원으로 활용했다. 부존자원이 거의 없는 일본과 한국은 에너지원간 균형 즉, 적정 전원믹스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재생에너지 확산이 밀어닥치면서 국가들의 선택도 변해가고 있다. 에너지산업에도 ‘시대정신’이 투영되면서 친환경과 에너지절약이라는 새로운 물결이 밀려오고 있다. 우리는 지난 수십년간 에너지문제 대응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미 1980년대부터 전력수급계획을 만들어 왔고, 2000년대 이후에는 국가에너지계획을 통해 미래를 전망하고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그러나 계획의 그늘에서 시스템은 망가지고 작동을 멈추었다. 수급계획은 전시용으로 전락했고 가격신호는 고장난 지 오래다. 포퓰리즘인지, 정략적 의도인지 엉뚱하게도 전기요금을 틀어쥐고 흔드는 통에 가격신호는 먹통이 되었다. 말할 것도 없이 에너지가 줄줄 새고 있다. 말로는 에너지절감을 외치지만 스위치만 누르면 되는 값싼 전기가 있는데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동안 ‘제대로 된 에너지규제기구가 필요하다’, ‘요금조정메커니즘이 필요하다’, ‘전력시장을 개선해야 한다’,‘전력산업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목이 아프게 소리쳤지만 메아리조차 없다. 이제라도 정상화를 향해 나가야 한다. 에너지문제는 편법과 미봉책, 묘책과 임기응변으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라는 말이 있다. 에너지 전력산업은 이미 오랫동안 가랑비뿐만 아니라 소나기를 맞고 있는 형국이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제라도 제대로 바로잡아야 할 때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인프라와 인력, 그리고 노하우를 활용하여 에너지산업의 정상화를 위해 나가야 한다. 더 이상 임시방편으로 일관하며 헛되게 시간을 낭비할 때가 아니다.이창호 가천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과 교수

[EE칼럼]사용후핵연료 해결 출발점은 특별법 제정

사용후핵연료 특별법 제정이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1월 2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공청회를 개최하여,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특별법안들에 대한 진술인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그러나 이날 시민단체는 특별법안 폐기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등 특별법 제정에 반대하고 있다.심화하는 기후 위기와 에너지 수급 위기로 원자력의 가치가 재조명 받고 있다. 작년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에너지 수입액이 2021년 1124억 달러에서 지난해 1908억 달러로 증가했다. 에너지원별 2021년과 2022년 수입액을 살펴보면, 원유는 670억 달러에서 1058억 달러로, 천연가스는 308억 달러에서 568억 달러로, 석탄은 145억 달러에서 281억 달러로 급증했다. 에너지 빈국인 우리나라에서 준국산 에너지 원자력의 에너지 안보 강화 역할이 더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원자력 이용 확대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있다. 사용후핵연료가 그것이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전을 가동하는 데 사용하고 배출된 핵연료를 말한다. 원전에서 배출된 사용후핵연료는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에 보관한다. 원전 가동 초창기에는 저장시설에 사용후핵연료를 임시 보관하며 방사능과 열을 식힌 후, 중간저장시설이나 영구처분시설로 옮겨 장기 저장하거나 영구처분할 계획이었다. 그래서 국내 대부분 원전의 저장시설은 해당 원전의 운영허가 기간 중 발생하는 모든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할 수 있는 용량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시설을 계획대로 확보하지 못한 채 사용후핵연료 발생이 누적되면서 문제가 커졌다. 국내 일부 원전의 저장시설 포화 시점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2022년 9월 말 현재 국내 원전에서는 경수로 사용후핵연료 2만1000다발(8900톤), 중수로 사용후핵연료 49만4000다발(9300톤) 등 총 51만5000다발의 사용후핵연료가 발생하였다. 국내 원전 저장시설 중 고리와 한빛 원전 저장시설은 2031년, 한울 원전 저장시설은 2032년이면 포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저장시설 확충은 당면한 저장시설의 포화 문제 해결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중간저장시설이나 영구처분시설의 부지확보를 위한 논의조차 개시하지 못한 상황에서, 저장시설을 제때 확충하지 못하면 원전에서 배출되는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할 공간이 부족해져 원전 가동을 멈춰야만 한다. 원전 가동 중단은 해당 원전 용량만큼 전력공급 부족을 의미한다. 저장시설 확충 없이 대체 발전원까지 제때 확보하지 못하는 최악의 경우 만성적 전력 부족 사태로 온 국민과 기업이 큰 불편과 피해를 볼 수 있다. 이런데도 원전 주변 지역주민은 저장시설 확충에 반대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확충된 저장시설이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시설로 둔갑할까 우려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치인까지 가세하여, 저장시설 운영기한을 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사용후핵연료 처리 사업이 지역 사회와 국민의 수용성을 바탕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점에서 이들 의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사용후핵연료 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 저장시설 운영기한을 특별법에서 정하면, 그 기한 이후 저장시설을 운영하지 못해 원전 가동이 멈출 수 있다.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허가된 원전 운영기한을 특별법이 제한하는 법률간 충돌상황이 초래될 수 있어, 특별법에서 저장시설 운영기한을 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 대신 특별법에 영구처분시설 확보 시한을 정하고, 그 이후 저장시설의 사용후핵연료를 영구처분시설로 순차적으로 옮겨야 한다는 의무조항을 담은 특별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특별법은 원전 주변 지역주민의 우려를 해소하여 저장시설 확충에 대한 수용성을 높여 줄 것이다. 영구처분시설 확보 시한은 가능한 이른 시점으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선언’ 지원, EU 녹색분류체계와 보조 맞추기 등을 감안할 때, 영구처분시설 확보 시한을 2050년으로 하는 것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매우 도전적이지만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다. 원자력 혜택을 향유한 현 세대가 미래세대에 너무 늦지 않게 빚을 갚아야 한다.문주현 단국대학교 에너지공학과 교수

[EE칼럼] 난방비 폭탄의 진실

연초부터 가스·전기료 인상에 따른 ‘난방비 폭탄’으로 시끄럽다. 필자는 지난 대선 이전에 개최된 한 세미나에서 우리나라도 에너지 위기의 영향으로 가격이 기록적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것이 난방비 폭탄으로 현실화됐다. 난방비 폭등의 책임을 놓고 여야 정치권에서는 ‘네 탓’ 공방이 한창이다. 일각의 주장처럼 정치적인 영향이 아주 없지는 않지만 난방비 급등의 근본적인 문제는 아니다. 다수의 언론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탓을 한다. 이 역시 위기를 심화시킨 것일 뿐 근본 원인은 못 된다. 그동안 유럽은 폭염과 한파로 신재생에너지가 제대로 생산되지 못하면 천연가스에 의존해오다 2021년 9월 재고가 바닥을 드러냈고 주변국들도 가뭄 등 기후변화로 수력발전 등이 제 기능을 못하면서 생긴 에너지 부족으로 모든 화석연료의 가격이 치솟기에 이르렀다. 글로벌 에너지난은 전기 및 난방요금 급등과 함께 기록적인 물가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야당은 정부에 대해 난방비 폭탄에 대한 근본 대책을 내놓지 못한다고 비난하지만 전 세계 어느나라도 현재로선 뽀족한 수단은 없다. 재생에너지가 전력을 생산하지 못해 이를 대체해야 할 화석연료가 전 세계적으로 부족해지자 유럽은 장작과 쓰레기, 말똥까지 태우고 있고 미국은 2021년부터 장작과 나무 스토브를 찾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 폴란드와 독일은 부족한 에너지를 유지 보수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고 탄소저감 설비가 없는 석탄발전으로 충당하면서 한국보다 훨씬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내뿜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현재 한국의 에너지요금인상과 물가 급등은 우리 내부의 문제도 있지만 외부의 영향이 더 크다. 따라서 유럽과 미국 등 서구권 국가들이 기존의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정책을 수정하지 않으면 에너지요금 급등과 물가 상승 문제의 해소는 요원하다.여당도 문재인정부의 에너지 요금인상 유보정책 탓으로 돌리지만 이 또한 일부만 맞는 얘기다. 2021년 LNG 가격 급등 등으로 한국가스공사는 8차례 가스 요금 인상을 요청했지만 당시 문재인정부는 이를 계속 묵살했고 이것이 최근 요금 인상을 한 원인 중의 하나인 것은 맞다. 여야도 그동안 표를 의식해 요금인상에 뒷짐을 져왔다. 이전 정부와 국회가 요금인상을 미루면서 결국 요금폭탄으로 이어졌다. 영국 등 유럽 일부에서는 조만간 에너지요금 지원을 축소하거나 폐지한다. 통화정책은 긴축인데 재정정책이 완화로 가면 물가 상승의 고통은 더욱 심해지는 데다 금리는 계속 올려야 하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나마 한국은 균형 잡힌 에너지원을 가지고 있어 이번 위기에 선방하는 중이지만 그렇다 해도 글로벌 위기가 전이되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었기에 난방비 폭탄을 경험 중이다. 필자는 지난해 한국은 물량이 아니라 가격이 문제라고 누누이 주장해왔다. 국민들은 난방비 폭탄이 현실화하자 이제 이 말의 의미를 체감하고 있다. 한국의 난방비 수준은 유럽에 비하면 훨씬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비난 여론이 들끓자 정부와 여야 모두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하며 정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2018년 40도가 넘는 폭염에 이전 정권은 오히려 누진제를 완화하며 사실상 전기 요금을 내렸다. 그렇게 포퓰리즘 정책으로 일관한 것이 지금 요금 폭탄의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 에너지요금의 인상은 더 이상 멈출 수가 없게됐고 국민들은 갑작스런 요금 폭탄을 피할 수 없다. 더구나 국제적으로도 현재의 에너지난은 10년은 지속될 것으로 본다. 유럽과 한국의 잘못된 에너지 정책이 전 세계를 10년의 위기로 몰아넣고 국민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정부도 국민들이 납득하도록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비싼 에너지원을 탄소중립이라는 명분으로 계속 사용할 것인지. 아니면 에너지안보를 최우선으로 저렴한 에너지원을 확보해야 할지를 말이다.최승신 C2S컨설팅 대표

[EE칼럼] 과도한 참견주의와 대격변기

너무 많은 정보, 즉, ‘TMI (Too Much Information)’가 너무 과도한 개입의 또 다른 ‘TMI (Too Much Intervention)’를 초래하는 세상인 것 같다. 이러한 현상은 국가단위, 기업단위, 지역 및 공공영역 단위, 그리고 가정과 개인단위에게까지 전 방위적으로 관찰된다. 요즘 미국에서는 가정집의 가스레인지 이용 제한여부를 놓고 한창 논쟁 중이다. 천연가스를 사용하는 가스레인지로 인해 실내 공기가 오염되고 건강에 위해를 끼친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어느 학술연구 발표가 촉발이 되었는데, 미국 아동 천식의 약 13%가 가스레인지에 의해 발생하였다고 한다. 따라서 가스레인지를 퇴출시키고 전기 인덕션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런데 또 다른 연구결과도 오래 전부터 있었다. 과도하게 청결한 가정에서는 면역력 감소로 천식 발생 가능성이 증가할 수 있다는 이른 바 ‘위생가설’이다. 그럼 가스레인지 퇴출만큼이나 집안도 덜 청결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기묘한 논쟁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뉴질랜드는 2009년부터 태어난 이들에게 담배판매를 금지하는 법을 지난해 12월 통과시킴으로써 이들은 성인이 되어도 담배소비는 원천적으로 불법행위가 되었다. 비슷한 시기 뉴질랜드 마약당국은 펜타닐과 같은 심각한 마약 위협에 뉴질랜드는 준비되어 있지 않다고 밝혔는데, 담배소비 금지가 어디로 튈지는 두고 볼 일이다.행동주의 펀드는 기존의 영역을 넘어서 기업의 다양한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게 당연시되는 시대가 되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친환경 요구를 넘어서서 고용, 노사분규, 사이버 안보와 데이터 보호 등의 영역까지도 확대되고 있다. 이와 관련한 법적 분쟁과 소송이 넘치는 상황을 최근 블룸버그 기사에서는 쓰나미로 묘사할 정도다. 그린와싱, 횡재이윤 등이 화두에 오르면서 법적으로 최종적으로 허용될지 여부와 상관없이 앞으로는 총괄원가 등 기업의 세부 데이터 공개까지 요구하는 세상이 될는지도 모르겠다. 국가 단위에서는 더 치열한 견제와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탄소국경조정제(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는 유럽연합(EU)국가에 수출하는 철강 등 주요 품목의 탄소배출량에 탄소관세를 부과하는 개념으로 EU 수준에 부합하는 온실가스 배출과 배출권 가격에 맞추지 못할 경우 상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수출기업은 이 과정에서 EU 당국에 세부적인 경제활동 데이터 제출을 요구받을 수 있는데 이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서 논쟁이 될 수 있는 사안이다. 미국의 대응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의해 자국에서 조립된 배터리 이용 전기차에 한해 보조금을 지원할 계획이며, EU의 탄소국경조정제와 유사한 탄소국경세의 도입 필요성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기후변화 뿐만 아니라 국방과 팬데믹 대응, 그리고 중국 견제 차원에서 프렌드쇼어링이 강화 추세다. 오늘날에는 이처럼 국가나 기업과 개인을 향해 생산과 소비방식을 바꾸라는 주문이 전방위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사태, 인플레이션과 유동성 완화와 축소, 금리 인상, 글로벌 물류경쟁 등과 함께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다 보니 상당히 어수선하다. 과거 1970년대에는 인구문제가 오늘날 기후변화나 ESG 만큼이나 뜨거운 주제였다. 선진국은 개도국의 인구증가를 우려하면서 과도하게 개입하였다. 불임 위험이 있는 피임장치를 빈곤국에 공급하기도 하였고, 당시 세계은행 총재였던 로버트 맥나마라가 빈곤국의 의료시스템에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꺼렸다는 것도 유명한 일화다. 이런 정책에 대해 맥나마라 총재는 "대개 의료시설은 사망률 감소, 따라서 인구증가에 기여하기 때문"이라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한때 인구폭발 문제는 이제 인구감소 문제로 둔갑하였다. 오늘날 우리는 어느 여정에 있을까. 글로벌 패권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다양한 단위의 경제주체에게 상당한 수준의 개입이 이루어지고 있다.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일류 국가에서 하류 국가로 떨어지는 것은 순식간이다.박호정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EE칼럼] 값싼 에너지 시대는 끝났다

지난 설 연휴 가족이 모이는 가장 뜨거웠던 밥상머리 화제는 무엇이었을까. 검찰의 야당대표 소환이 될 것이라는 정치권의 당초 예상과 달리 단연 ‘난방비 폭탄’이었다. 여당은 지난 정부가 대선을 앞두고 요금인상을 미루어 현 정부가 뒤집어쓰게 됐다고 하고, 야당은 현 정부가 무능하여 난방비 사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반박한다. 여야의 주장은 자기편 지지자들의 속풀이에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소비자에게는 도움 안되는 무익한 싸움이다. 지지율에 일희일비하기 마련인 정치인들은 지지율을 떨어뜨릴 것이 뻔한 공공요금 인상을 자신들의 집권 시기에는 최대한 억제한다. 그래서 공공요금 인상 시기가 지지율 부담이 적은 임기말 또는 임기초에 몰리는 것이다. 같은 당으로 정권이 교체된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그랬다. 이른바 폭탄 돌리기 또는 먹튀다. 국민들이 이걸 모르겠나. 이번의 에너지수급 불안, 가격 급등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촉발된 것은 맞다. 러시아가 유럽으로 가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잠그자 유럽의 가스요금이 급등했고, 단기간에 가스 가격은 11배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다행히 이번 겨울 유럽이 춥지 않아 가스가격은 전쟁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다. 가스가격이 이대로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은 나오지 않는다. 재생에너지와 가스는 떨어질 수 없는 사이고, 재생에너지는 향후 더 확대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풍력 및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는 바람이 약해지고 해가 뜨지 않을 때 수요를 충족하기에 충분한 전력을 공급할 수 없다. 잘 알려진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이다. 재생에너지 선진국에서 종종수급 불안이나 심지어 정전이 발생하는 이유다. 재생에너지는 날씨가 좋지 않을 때를 대비해서 대기하는 예비설비가 필요하다. 이 설비는 즉각적으로, 큰 폭의 전력생산을 증가 또는감소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기술적 특성을 가지는 전원이 바로 가스발전이다. 가스발전은 탄소배출량도 적어 환경친화적이기도 하다. 재생에너지와 가스발전 위주의 에너지믹스는 환경성을 충족할 수 있다. 하지만 에너지안보(수급의 안정성과 경제성)은 취약해 질 수밖에 없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가장 적극적인 유럽연합(EU)은 에너지전환 정책 이후 지난 20년 동안 에너지소비가 2.5% 감소했는데 석탄 등 다른 에너지소비는 감소했지만 재생에너지와 가스수요는 오히려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한국은 에너지소비가 57%가 증가했는데 모든 에너지원의 소비가 증가했지만 재생에너지와 가스소비 증가가 두드러졌다. EU와 한국의 실적으로 보면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전환은 동시에 가스소비를 증가시킨다. 에너지 대기업인 미국의 GE는 지난해 2월 발간된 ‘에너지의 미래’ 백서에서 "재생에너지와 가스발전은 보완적 특성을 가지고 있어 기후변화 대응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강력한 조합이다. 가스발전은 재생에너지의 가장 이상적인 친구"라고 토로하기도 했다.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도 세계는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가져갈 것이라는 것이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전망이다. 전 세계가 태양광, 풍력으로 달려가는 것은 앞으로 가스가 더욱 중요한 에너지원이 될 것이라는 말과 같다. 주요 에너지기업들이 속을 보여가며 재생에너지를 강조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ESS(전력저장시스템)와 수소를 주장하는 전문가들이 있으나 단기간에 상용화되기 어렵고 비용문제는 더 심각하다. 재생에너지 보다 비싼 추가 비용을 부담할 소비자가 몇이나 될까.일반상품과 마찬가지로 에너지가격의 급등은 있는 사람들에게는 부담이 증가하는 것이지만 없는 사람들에게는 소비를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난방비 급증에 대처하는 묘수는 별로 없어 보인다. 코로나19 전국민재난지원금을 나누어주고 총선에서 재미를 톡톡히 본 경험이 있는 야당은 횡재세를 부과해서라도 난방지 지원 계층을 확대하자는 주장(보편적 복지)이다. 반면 여당은 적은 예산으로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강화(선택적 복지)하는 대책을 내놓고 있다. 누가 옳은가. 사실 횡재세는 명분도 없고, 돈을 아낀다고 누구 말대로 곳간의 곡식처럼 썩지도 않는다. 에너지전환이 가져올 가스가격의 강세는 값 싼 에너지시대가 끝났음을 의미한다. 동절기 실내에서 반바지와 반팔 차림으로 지내는 모습은 미래 사람들에게 전설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인기는 떨어지고 국민들은 고통 받겠지만 적기에 요금을 조정하고(원가주의 원칙) 설명하는 것이 정도일 것이다. 정부로서는 태양광은 찬성하지만 가스비 인상은 반대하는 국민들이 야속하겠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노동석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

[EE칼럼] ‘포퓰리즘’ 수렁에 빠진 에너지 요금정책

역사를 보면, 어떤 국가가 절정의 순간에 갑자기 수렁으로 빠져 드는 사례가 적지 않다. 1980년대 후반 세계 최고의 경제대국으로 불렸던 일본이 1990년대부터 잃어버린 30년을 보낸 것, 1960년대 세계 최강의 패권국가 미국이 베트남전의 늪에 빠져버린 것, 제2의 프랑크왕국을 갈구했던 유럽연합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상당 기간 경제적 고통을 겪었던 것 등이 가까운 과거의 사례다. 비슷한 사례는 먼 과거에서도 발견된다. 서로마제국의 영토 곳곳에서 야만족들을 몰아내어 최전성기를 구가한 유스티니아누스 대제의 동로마제국은 그의 재위 말기에 이르러 국력이 급격하게 약화되었고, 막대한 영토의 식민지와 무적함대를 자랑하던 펠리페 2세의 스페인은 이미 국운이 급격하게 기울고 있었다. 과연 무엇이 이들 나라의 번영과 영광을 부지불식간에 저물게 했는가. 이들 나라에 국운을 기울게 할 정도로 강력한 외세의 침략이 있었나. 아니었다. 과거 로마제국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동로마 황제의 야심, 종교개혁의 불길 속에서 카톨릭을 수호하려 한 스페인 국왕의 종교적 열망, 전세계 민주주의를 수호하겠다는 미국 대통령의 이념적 열정, 플라자 합의 이후 엔고불황을 겪게 된 일본 경제를 회복시키고자 했던 일본 대장성 관료들의 경제적 갈망, 양차 세계대전의 비극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유럽 경제를 통합해야 한다는 유럽 엘리트들의 평화에 대한 갈구가 진정한 원인이었다. 역설적이게도, 자국을 최정점의 순간으로 드높인 목표가 정작 그 나라를 위태롭게 만든 것이다. 냉혹한 현실의 한계를 뛰어넘어 국가의 새로운 운명을 개척하려는 숭고한 도전은 무모함과 백지 한 장 차이에 불과하다. 여기서, 우리가 종종 간과해 버리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무엇이 그런 헛된 도전을 가능하게 했는가. 혹은 무모함을 깨닫게 되었을 때조차 도전을 계속하게 했는가. 그 경제적 수단은 단연코 부채다. 국가가 전쟁이나 정책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황제, 왕 그리고 국가가 대규모 차입을 할 수 있는 신용을 유지하는 이상, 국고가 점점 비어가는 것에 개의치 않고 장기간 전쟁이나 정책을 지속할 수 있다. 하지만, 부채를 영구히 증대시킬 수 있는 무한한 신용을 지닌 존재는 없다. 마침내 진실의 순간이 도래하면, 국가의 번영과 영광이 그저 부채로 쌓아 올린 허상이었다는 사실, 그리고 눈덩이처럼 불어난 부채가 그들의 미래를 짓누르고 사실을 깨닫게 된다.현대의 엘리트들이 국가의 번영과 영광을 추구하는 수단은 전쟁이 아니라 경제다. 고달픈 삶을 지내는 국민들의 경제적 욕구는 언제나 간절하고 또한 공공성은 비용을 사회화하기에, 포퓰리즘 정책은 좌우 정권 모두에게 매혹적이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보다는 돈으로 문제를 덮어버리는 포퓰리즘 정책의 필연적 수단은 국가 또는 공기업의 공공부채다. 진실의 순간이 도래했을 때 국가의 재정적 한계를 뛰어넘는 공공부채 상환 부담은 온전히 미래세대의 몫으로 남는다. 오늘의 물질적 만족을 위해 죄 없는 미래세대의 내일을 담보로 잡는 포퓰리즘 정책은 마약처럼 중독적이고 자기파멸적이다. 불운하게도, 선거에서 이겨야 한다는 강박증에 휩싸인 정치인들과 그들에게 밉보이지 않으려는 정부 엘리트들이 미래세대의 희생을 정치적·정책적 계산에 반영하지 않더라도 그들에게 책임을 물을 주체가 없다. 현재 물가안정을 위한 전기요금 인상 억제는 공기업 한전의 전대미문 수준의 사채 발행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전의 사채 발행 누적액이 늘어날수록, 그리고 금융시장의 여건이 악화될수록 원리금 상환 부담이 급증할 것이다. 진실의 순간이 도래하면, 이 빚더미들은 미래의 전기소비자들이나 (한전이 추가 기채능력을 잃을 경우) 한전에 대한 정부의 암묵적 보증으로 인해 미래의 납세자들이 갚아야 한다. 막대한 규모의 무위험 고수익을 얻게 될 금융자본가들이야말로 이 정책의 진정한 승자다. 지금 공공부채에 의존한 공공요금 정책이 만연히 시행되고 있는 것은 우리 정부가 포퓰리즘의 수렁에 빠져 들고 있는 징후다. 우리나라의 신용이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메말라버려 역사상 최정점에 오른 우리 경제가 수렁에 완전히 빠져버리기 전에 포퓰리즘적 공공요금 정책은 조속히 중단돼야 한다.박진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EE칼럼] 해외시장서 존재감 커진 K-재생에너지

중국은 막대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전 세계 태양광 모듈 시장의 약 70%, 풍력 터빈 시장의 약 43%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유럽이 에너지전환을 가속화하면서 지난해 상반기에만 중국산 태양광 모듈의 유럽 수출 규모가 42.4 GW로 2021년의 40.9 GW를 넘어섰다. 유럽의 ‘리파워 플랜(REPowerEU Plan)’, 독일의 ‘신재생에너지법(Renewable Energy Act)’ 등의 태양광 확대 정책으로 인해 중국산 모듈의 유럽 수출 증가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풍력 터빈도 중국 기업들은 자국 내에서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 가격과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였는데, 중국의 육상풍력 터빈 가격은 타국의 1/2 수준에 불과하며, 해상풍력 터빈 가격이 유럽과 미국의 육상풍력 터빈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이를 바탕으로 2020년에 최초로 1 GW 이상의 풍력 터빈을 수출하였다.우리나라 기업들은 어떨까. 태양광 산업에서 한화솔루션은 중국 기업들 틈바구니 속에서도 작년 3분기까지 미국 주택용과 상업용 태양광 모듈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올해 1월 한화솔루션은 미국 조지아주에 태양광 제조공장을 신·증설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약 3.2조원을 투자하여 잉곳, 웨이퍼, 셀, 모듈을 각각 연간 3.3 GW 생산하는 공장을 신설하고, 현재 연 1.7 GW인 모듈 생산능력을 증설을 통해 2024년까지 8.4 GW로 약 5배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8.4 GW 규모의 생산능력은 실리콘 전지 기반 모듈 생산 기업으로는 북미 최대 규모이다.미국 백악관에서는 곧바로 이를 환영하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가장 큰 태양광 투자를 발표한 것은 조지아주의 근로자 가정과 미국 경제에 큰 의미가 있다며, 조지아주에서 수천 개의 고임금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며, 공급망을 되찾아 다른 나라에 의존하지 않고 청정에너지 비용을 낮추고 기후 위기에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투자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것이다. 지난해 미국 IRA 예산안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관련 세액 공제 및 투자 금액이 1165억 달러(약 152조원) 이상이다. 한화솔루션은 기존 공장과 신규 투자로 인해 10년간 약 8조원의 세제 혜택을 받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우리나라 풍력 기업들도 하부구조물, 타워, 해저케이블과 같은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삼강엠앤티는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제작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기업으로는 최초로 2020년 5월에 해상풍력 하부구조물을 수출하였다. 대만 창화해상풍력단지 1단계 공사에 자켓 21세트를 수출한 것이다. 대만은 해상풍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2025년까지 5.6 GW를 설치하고, 2026년부터 2035년까지 10년간 15 GW를 설치할 계획이다. 대만의 해상풍력 발주가 본격화됨에 따라 삼강엠앤티의 수주 물량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덴마크 오스테드와 블라트, 싱가폴 케펠, 대만 CDWE 등과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2021년 1766억원이었던 수주액이 지난해 7812억원으로 4배 넘게 증가하였다. 이에 따라 약 5000억원을 투자하여 경남 고성에 160만 ㎡ 규모의 세계 최대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생산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풍력타워 제작 분야는 우리나라에 본사가 있는 씨에스윈드가 세계 1위 기업이다. 중국 시장을 제외하고 세계시장 점유율이 약 16%에 달한다. 베스타스, 지멘스가메사 등 주요 풍력터빈 기업을 고객사로 두고 있으며, 미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중국, 대만, 터키, 포르투갈 등 주요 풍력발전 시장에 생산거점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씨에스윈드는 지멘스가메사와 내년 5월부터 2030년 12월까지 해상풍력 타워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이로 인한 예상 매출액은 약 3.8조원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높은 기술력과 특수 설비로 인해 진입장벽이 높아 전 세계적으로 프랑스의 넥상스, 이탈리아의 프리즈미안, 일본의 스미토모 등 소수 기업이 과점하고 있는 해상풍력 해저케이블 분야에도 우리나라의 LS전선이 본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최근 3년간 하이롱 해상풍력단지 등 대만으로부터의 수주액이 약 8000억원에 달한다. 영국은 현재 13 GW 규모인 해상풍력을 2030년까지 4배 가까이 늘려 50 GW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LS전선은 영국에서도 2022년 10월 보레아스 프로젝트 약 2400억원, 12월 뱅가드 풍력발전단지 약 4000억원 규모의 케이블 공급 계약을 체결하였다. 이에 따라 LS전선이 2022년 아시아, 유럽 등 해외에서 수주한 규모가 약 1.2조원에 이른다. 지금까지 풍력과 태양광 분야의 대표적인 기업들을 살펴보았다. 제조업 강국으로서 재생에너지 산업에서도 우리 기업들은 경쟁력을 갖추고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아쉬운 점은 국내가 아닌 해외에 공장을 두고 있거나 신규 공장도 해외 설치를 늘려 간다는 점이다. 우리 기업들이 국내에 공장을 짓고,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으면 한다.박성우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정책실장

[EE칼럼] 에너지 고비용 구조와 분산에너지활성화 특별법

매서운 추위가 닥친 1월 난방비 부담이 폭증하면서 시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가스공사는 부채비율이 500%이며 미수금이 9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작년말에 한전의 적자가 30조 원이 넘을 것이라는 뉴스도 우리를 무겁게 했다. 우리나라 에너지 산업이 어쩌다 이렇게 문제 투성이로 전락했는지 안타깝기 짝이 없다. 에너지에 대한 전반적인 대책을 다룰 수 있는 에너지기본계획법은 탄소중립·녹색성장법이 제정되면서 사라지고 온실가스 저감만이 유일한 목표인 상위근거법이 존재할 뿐이다. 전력, 가스를 포함하여 전반적인 미래 에너지전환 사회를 설계하고 논의할 장마저 사라진 것이다. 저탄소 사회로의 에너지전환은 관념적인 사고만으로는 진행되지 않는다. 특히 재생에너지 설치 확대 일변도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음을 제주도와 남해안에서 목도하고 있다. 탄소중립에서 가장 중요한 방법은 전기화이고 청정전기생산이다. 그러나 국내 최종에너지 소비에서 전기가 차지하는 비율은 50%에 불과하며 전기화의 효율은 35%에 불과하다. 결국 나머지 50%에 해당하는 열에너지를 청정전기로 전환해야만 궁극적인 탄소중립 달성이 가능하다. 국내 에너지전반의 문제를 분산형 구조로 바꾸기 위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계류중인데 이에 대한 조속한 처리가 절실하다.우리나라 전력시장도 재생에너지가 대규모로 늘어나면서 여러 가지 계통상의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지난해 재생에너지 출력제어가 제주도에서만 103회 발생하였다. 근본적으로 간헐적이고 변동성이 높은 재생에너지가 계통에 부담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는 재생에너지를 처음 보급할 때부터 내재돼 있던 것으로 전문가들이 오래전부터 문제제기를 해온 바이다. 태양광과 풍력이 풍부한 남해안과 제주도 근방에 태양광과 풍력이 설치되어 왔고, 향후에도 주로 남쪽에 건설될 재생에너지는 수요지인 수도권과는 괴리되어 있어서 이미 전남은 전력자급률이 185%까지 늘어나 있지만 서울은 11%에 불과하다. 전력시장의 수급을 지역적으로 맞추기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남해안부터 수도권까지 송배전망을 연결하자면 설치비용도 천문학적이겠지만, 거쳐오는 지역들의 수용성을 확보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신규원전과 석탄발전이 들어올 강원도권도 망건설에 대한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데 계획했던 HVDC는 언제 들어올지 기약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저가 인버터 때문에 재생에너지가 관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탈락한 사례도 3차례나 발생하여 인버터도 KS 기준에 맞도록 성능개선이나 교체를 해야 하는 실정이다. 재생에너지가 증가하고 지역적으로 편중된 원자력발전이나 석탄발전이 늘어나면서 계통과 관련된 문제는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수급균형의 어려움, 관성유지 어려움, 망건설 수요 급증, 배전망 운영 복잡화, 에너지 저장장치 확대, 예비력자원 확보와 보상 문제 등 과거의 전통적인 망운영으로는 도저히 지탱할 수 없는 한계적인 상황에 내몰리고 있어서 언제 광역정전이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제는 전력시장 운영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정의해야할 때이다. 전력망을 운영하는 전력거래소는 기상상황에 따라 재생에너지의 예기치 못한 변동성을 대비하고 신뢰도를 제고하고 주파수 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양수, ESS 등의 예비력자원들을 쳐다보면서 피말리는 운영을 할 수밖에 없다. 지역적 덕커브(Duck curve)가 상이하고 지역적 피크수요가 유동적으로 변동하기 때문에 지역적 수급을 고려한 전력시장 인프라 투자와 시장운영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어려움을 덜기 위해서는 지역적 수요는 지역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분산형 에너지 망을 구축하고 이에 대한 시장설계와 인프라 구축을 해야만 지금부터 닥쳐올 신에너지환경에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재생에너지 잠재량에 기반한 입지 선정과 재생에너지 수요처를 유치하고 매칭함으로써 RE100 달성을 용이하게 해야 한다. 대규모 전력소비처를 적극 재생에너지와의 PPA를 중심으로 설계함으로써 지역수급을 유도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요금제를 실시하여 전원 수급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지역적 발전도 동시에 꾀할 수 있어야 한다. 더 이상은 중앙집권화된 전력시장 설계와 운영으로는 우리나라의 저출산과 노령화가 도래하는 사회적 구조변화에 대응할 수가 없다.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을 조속히 제정하여 4차 산업혁명과 연계한 전력신산업 창출을 적극 유도함으로써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산업으로 육성해 나가야 할 것이다.조홍종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E칼럼] 급증하는 데이타센터, 전력계통영향평가제 도입을

지난해 10월 카카오 데이터센터에 화재가 발행하여 서버작동에 필요한 전원 공급이 끊겨 SNS, 금융, 교통 등 관련 서비스 앱에서 일제히 오류가 발생하는 바람에 전 국민이 혼란에 빠졌다. 정부는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 재발 방지 대책으로 부가통신사업자도 데이터를 이중화하도록 추진해 데이터 보호조치 의무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데이터 이중화는 같은 기능을 가진 시스템을 두 개 이상 준비해 만약의 사태에도 운용이 중단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데이터 센터는 인터넷과 연결된 데이터를 모아두는 시설을 말하는데 통신 기기인 라우터와 수많은 서버, 그리고 안정적 전원 공급을 위한 UPS 등으로 구성된다. 오늘날 고화질 사진과 동영상·게임 등의 사용량과 시간이 증가하면서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데이터가 점점 많아져 데이터센터의 수요가 증대되고 있다. 2000년 이전 50여개에 불과했던 국내 데이터센터는 꾸준히 증가해 2020년 기준 156개이고, 2024년까지 19개 이상 신축이 예정되어 있다.데이터센터는 1년 365일 24시간 서버와 스토리지를 가동한다. 내부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력사용량이 클 수밖에 없다. 데이터센터 1곳의 평균 연간 전력사용량은 25GWh로, 4인 가구 6000세대 사용량과 맞먹는다.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1곳 당 전력사용량은 평균 300MW로 원전 1기 발전설비의 1/3에 해당한다. 이로 인하여 데이터센터는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고 있다. 2022년 9월 기준 전국에 구축된 데이터센터 중 60%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안양시의 경우 축구장 12배 크기의 데이터센터가 설치돼 있는데, 추가로 4곳의 데이터센터를 건설 중이다. 오는 2029년까지 신설 계획인 데이터센터 637곳 가운데 86.3%에 해당하는 550곳이 서울·경기·인천에 들어설 예정이다. 정부에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을 아직 통보하지 않는 ‘숨은 수요’까지 감안하면 그 수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전력수요시설의 수도권 추가 입지 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전력 수급 불균형 심화 우려되고 있다. 전력 수요 및 발전설비의 지역 불균형으로 안정적 전력 수급을 위한 전력망 보강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이에 정부는 데이터센터를 지방으로 이전하거나 지방에 신설하는 기업에 최대 1000억 원의 투자 보조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시설부담금 할인, 예비전력 요금 면제 등 인센티브도 제공 예정이다. 이와 같이 정부는 데이터센터 지역 분산을 권고하고 있지만 수도권을 선호하는 민간 기업의 입지 선정에 개입할 방도가 없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전력계통영향평가 제도의 구축을 고려할 수 있다.영향 평가는 개발을 허가 하는 경우 당해 개발로 인하여 환경에 미치는 영향, 교통의 소통 및 교통편의에 미치는 영향, 재해위험 요인을 사전에 예측·분석하여 사전에 보전방안을 마련하도록 하여 환경보호, 교통의 원활한 소통과 교통편의, 재해로부터 국민의 생명, 신체 및 재산을 보호하는 제도이다. 현행 법률에 의한 영향평가로 환경영향평가, 교통영향평가, 사전재해영향성검토가 있고, 현행법상 3대 영향평가로 불린다. 전력계통영향평가는 권역별 전력수급 균형을 이루는 전력망 구축 방안을 검토하고, 특정 지역에 편중된 전력망 수요의 분산을 촉진하여 데이터센터 등과 같은 에너지 다소비 건물이 신축되더라도 전력계통의 안정성 확보하기 위한 제도이다. 대규모 전력수요처 사업에 대해 사전에 영향평가를 수행하고, 정부 내 심의위원회에서 심의를 하고, 에너지다소비 건물 개발자는 심의 결과에 따른 조치 사항을 이행하도록 하여야 한다. 만약 개발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고, 그로 인하여 전력계통에 중대한 영향이 미칠 것으로 판단될 때는 공사를 중지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이와 같이 전력영향평가는 사업자에 대한 규제적 측면이 있기 때문에 법적근거가 필요하다. 향후 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 제정 시 전력계통영향평가 제도를 법률안에 담아야 하는 이유이다.향후 전력계통 영향평가 제도의 도입을 통하여 전력수요가 급속하게 증대하고 있는 지역에 집중되는 전력수요를 다른 지역으로 분산하여 배전망에 대한 과도한 부담을 완화하고, 도시에 입지할 수밖에 없는 대규모 전력수요시설에 대하여 자가발전을 통하여 일정규모의 분산형 전원을 구축하게 함으로써 전력계통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이동일 법무법인에너지 대표변호사

[김성우 칼럼] 환경은 비용 아닌 매출이다

2023년은 필자가 환경 실무를 시작한지 꼭 30년 되는 해이다. 1993년 미국 동부 의료폐기물 매립장 침출수로 인한 지하수 오염확산도를 시뮬레이션 하는 업무가 첫 프로젝트였다. 이후 귀국하여 지금까지 다양한 환경전략 및 환경투자 업무를 수행해 왔는데, 최근 3년은 지난 30년과 완전히 다른 ‘환경’임을 절감한다. 한마디로 과거에 규제로 인해비용만 유발하던 ‘환경’이 지금은 기회와 매출을 일으키는 단초로 변했는데, 이 변화의 중심에 탄소중립이 자리하고 있다. 3년 전까지 돌아볼 것도 없이, 바로 지난달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세 부과가 결정됐고 미국의 기후대응지원법 이행 지침들도 일부 발표되어, 우리 수출기업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모두 자국의 친환경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는 정책인데, 오랜 기간 말로만 논의되어 오던 정책들이 이제 합의되고 구체화되어 그 영향이 눈 앞에 보이는 시점이 된 것이다. 심지어 애플 및 아마존 등 해외 고객사는 아예 우리 기업을 포함한 글로벌 공급망을 대상으로 100% 재생에너지로 만든 제품을 공급할 것을 점점 더 강하게 요구하는 등 환경이 매출과 연결되는 사례들이 다양화되고 있다.이러한 글로벌 흐름 속에서 해외에서는 이미 성공한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1970년 설립된 덴마크 오스테드사는 원래 석유·가스 에너지공사였는데, 선도적 사업전환을 추진해 지금은 전세계 해상풍력의 1/3을 개발하는 글로벌 1위 회사가 되었다. 민간 투자자에게는 다른 기업이 돈을 많이 벌어 성공한 사례만큼 좋은 시그널은 없다. 유사한 성공 사례를 국내에도 많이 만들어, 이제 겨우(?) 1.3조달러 규모인 세계 녹색산업 시장을 선점할 타이밍이 바로 지금이다. 이를 위해서는 탄소중립을 규제나 비용으로만 보지 말고 기회나 매출로 바라보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수적이다. 이미 글로벌 녹색산업의 기회를 인지한 국내 모 그룹은 향후 5년간 그린수소, 순환경제 등에 67조원의 투자계획을 발표했고, 한 금융지주사는 2030년까지 30조원을 탄소중립에 투자할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민간 투자자에게 가장 큰 걸림돌은 불확실성이다. 국내외 기업 최고경영자(CEO)나 이사회 강연을 하다 보면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사항이 있다. 탄소중립 투자를 스케일 업 하기 위한 정부의 지원과 선명한 정책 시그널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탄소중립으로 가는 방향은 공감하겠는데 속도결정은 여전히 어렵기 때문이다. 이제 정부가 민첩하게 나서야 한다. 우리가 주저하거나 실기(失機)한다면, 국제사회와 글로벌 기업들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고 탄소중립이라는 세기의 기회를 독차지할 것이다. 글로벌 선점경쟁이 얼마나 심화되고 있는지를 기후기술의 예로 들어 보자. 전세계 기후기술 특허 수가 210만 건으로 최근 1년간 약 45만건이 증가했는데 증가폭이 그 전년도에 비해 약 2배로 늘었다. 페이팔이나 드롭박스와 같이 이미 성공한 글로벌 유니콘들을 일찌감치 알아보고 초기에 투자한 미국 2대 엑셀러레이터의 창업자(사이드 아미디)는, 1월 초 국내 언론사가 주관하는 CES포럼에 참석해 올해 기술 트렌드의 핵심으로 탄소중립을 꼽기도 했다. 만약 우리가 머뭇거리면 글로벌 경쟁자들은 이 증가추세와 타이밍을 기꺼이 독점해 나갈 것이다. 마침 우리 정부도 탄소중립을 우리가 다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고, 지난달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도 제대로 된 정부의 관여를 토대로 기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공정하고 경쟁력 있는 시장 구조의 필요성이 언급된 만큼, 민관이 속도감 있게 협력하여 지금부터 글로벌 시장선점 성공사례를 다양하게 만들어 대한민국의 또 한번의 도약을 위한 절호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10년전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글로벌시장 1위를 신속하게 대응해 탈환했고 최근에는 현대차가 전기차 글로벌시장 1위를 무서운 속도로 추격하고 있듯이, 10년 후 탄소중립 글로벌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의 선전을 기원해 본다. 환경이 더 이상 비용이 아니고 매출이라는 인식변화가 우선 필요한 이유다.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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