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EE칼럼] 에너지공기업 정상화,정부 순환출자 해소부터

일반적으로 순환출자라고 하면 재벌기업들이 경영권을 방어하는 수단으로 쓴다. A기업이 B기업, B기업이 C기업, C기업이 A기업의 지분율을 확보하면서 서로가 서로를 소유하는 방식이다. 적은 자금을 이용해 편법적으로 계열사 간에 꼬리물기 식으로 지분을 확보해 결과적으로 개별 기업 단위로는 실제 투자규모를 뛰어넘는 지분율을 변칙적으로 확보하는 효과가 있다. 대다수 재벌기업들은 이런 식으로 계열사들을 통제해왔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는 정부와 에너지공기업간에 순환출자라는 해괴한 일이 존재한다. 정부가 대기업들처럼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도 아니고. 정부는 누구의 소유도 될 수 없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순환출자 방식을 활용할 수 없는 구조인데도 말이다. 최근 결산 기준으로, 대한민국 정부(기획재정부)는 산업은행의 지분 91.2%를 보유하며 독보적인 지배력을 갖고 있다. 이 산업은행은 한국전력 주식 32.9%을 보유하고,여기에 기획재정부가 18.2%를 추가보유해 과반수(51%) 지분을 갖고 한국전력을 좌지우지한다. 더 나아가 한국전력은 한국가스공사 지분을 20.47% 나 보유하며 계열사와 같은 지배구조를 형성하고있다. 한국가스공사도 여기에다 기획재정부(26.15%), 국민연금공단(7.56%) 지분을 포함해 정부 지분이 54.18%로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 피라미드식 지주회사 소유구조가 기획재정부-산업은행-한국전력-한국가스공사 순으로 사실상의 순환출자 구조로 형성돼 있는 것이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전기와 가스요금으로 정권을 교체할 만한 강력한 표심을 얻을 수 있다는 데 주목해봐야 한다. 전기와 가스요금 통제 혹은 하락은 정부의 정권 유지와 재창출을 이끄는 데 기여하고, 전기와 가스 요금 인상은 정권 교체 위기를 일으킬 만한 위력을 가졌다.정권의 지지율을 뒷받침하는 게 한전과 가스공사의 요금 통제와 적자 재무구조라고 생각해보면 된다. 즉 정부가 한전과 가스공사의 지분을 일부 소유하고 한전과 가스공사는 정부의 정치적 지분을 일부 소유하는 순환출자 구조를 만들어낸다. 원가에 못 미치는 전기와 가스요금으로 포퓰리즘 정책을 펴 정권을 창출, 즉 모기업이라 할 수 있는 정부를 장악할 수 있다면 순환출자나 다름없다. 정부는 순환출자를 규제할 공정거래위원장 임면권도 갖고 있으니 매우 강력한 순환출자구조라고 할 수 있다. 이 논리를 지나친 비약이라고 할 수 있을까? 최근 튀르키에 대선에서 당선된 에르도안 대통령이 가스 가격 전면 무료를 선언한 사례나, 볼리비아의 우고 차베스가 휘발유와 생필품, 무상교육, 무상의료, 저가주택 공급을 제공한 사례는 모두 지지율 향상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한국에서도 정치인들이 감히 전기와 가스요금 인상을 입에 올릴 수 없는 이유다. 굳이 여당의 역할을 하는 기간 내에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필요가 없다. 더구나 그런 총대를 멜 필요성이 이전 정권에서 왔다고 하면 더 억울할 것이다. 이전 정부 귀책사유로 비난받는 한전공대 출자 혹은 경직된 전기료로 대규모 적자 논란을 겪는 한국전력을 두고, 현 정부가 책임을 지기 싫어하는 이유다. 한국전력의 막대한 누적적자로 인해 주주들의 인내심은 한계에 달한 지 오래다. 최근에는 아예 나머지 49%에 해당하는 지분을 정부가 인수해 완전 국영화시켜 달라며 상장폐지 운동까지 벌어진다. 어차피 지분구조 상 정부가 경영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므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일하는 리더십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서다. 한국가스공사는 외국에서 액화천연가스(LNG)를 구매해 국내 도시가스 사업자와 발전회사에 공급한다. 그런데 국제 천연가스 가격 급등과 공공요금 인상 제약 등으로 한전과 마찬가지로 막대한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순환출자는 소유 구조와 경영권에 차이가 생기므로 시장경제의 대원칙인 투명경영과 자기책임성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투자자금이 적어도 되는 만큼 당연히 오너 입장에서 가장 선호하는 지분 맞물림 구조이겠으나, 민간부문에선 이미 IMF 이후 총수 일가가 일부 지분만으로 대기업 전체 집단을 지배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지분 1% 마법’으로 비판받으며 금지된 지 오래다. 정부와 에너지공기업이 이 같은 경영 원칙을 어기면서 국민을 위한 제대로 된 에너지정책을 펼치지 못하는 건 아닌지 고민해 봐야 한다.유종민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E칼럼]분산에너지법, 에너지시스템 혁신 마중물 삼아야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지난 6월 공포됐다. 분산에너지가 에너지 정책목표로 등장한 지 10년만이다. 그동안 정부계획과 정책연구를 통해 분산에너지 보급목표, 분산에너지의 다양한 편익산정, 지역간 수급불균형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 보급과 함께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전력계통 확충과 신뢰도 문제도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특히 전력수요가 수도권 등 일부 지역에 편중됨에 따라 전력시스템 운영의 비효율화는 물론 입지, 환경, 요금, 산업 전반에 걸쳐 지역간 갈등도 커지고 있다. 변화하는 환경에서 에너지산업과 생태계를 새롭게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에너지의 분산화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는 정책개발과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발전시설이 해안지역에 편중돼 지역간 전력수급 불균형이 크다. 서울을 비롯한 대부분의 광역시와 일부 도는 전력자립률 10%에도 못미친다. 이들 지역은 소비전력 대부분을 타 지역에 의존하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에너지를 ‘무임승차’하고 있는 셈이다. 발전소나 송전설비는 안전, 건강, 환경문제 등으로 인해 기피시설로 간주되고 있다. 앞으로 대규모 발전소 건설은 갈수록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최근들어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가 농어촌과 산림지역을 중심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 아울러 열병합발전소나 연료전지도 신도시나 공단을 중심으로 들어서고 있다. 새로운 자원기술 확산과 공급방식의 다원화로 대규모 발전중심에서 수요지에 근접한 분산형 전원으로 바뀌고 있다. 이런 여건에서 분산에너지 특별법 시행은 앞으로 우리 에너지산업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다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에너지시스템의 분산화와 다원화라는 시대적 흐름과 더불어 우리도 미국, 유럽과 마찬가지로 에너지 분권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분산법 시행으로 예상되는 변화를 몇 가지 들어보자. 첫째, 전력공급 및 거래방식의 변화다. 지금과 같은 대규모 발전소와 전력공급망을 통한 판매독점자와 별개로 특화지역내 직거래 및 발전 겸업 사업자가 출현할 수 있다. 아울러 지역별로 분산형 전원설치 뿐만 아니라 수요창출을 위한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이를 위해 지역간에 제조업체, 데이터센터, 수소에너지, 충전인프라 등 수요처 유치 경쟁이 촉발될 것이며, 이에 필요한 분산에너지시스템으로의 전환도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둘째, 분산에너지의 다양한 편익이 반영된 지역 차등요금제 도입의 계기가 될 것이다. 현재 우리 전력시장은 대규모·원격지 발전단지로 인해 발생하는 송전설비 건설 및 운영과 손실로 인한 추가적인 비용이 거의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여건에서는 분산전원으로 유발되는 편익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즉, 분산전원의 가치를 보상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이미 알려져 있듯이 분산전원이 확대되면 발전설비의 집중과 원거리 전력융통으로 인해 발생하는 송전수요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앞으로 재생에너지, 연료전지, 집단에너지, 자가발전 등 수요지 근접 분산전원이 늘어나게될 것이며, 이로 인한 송배전설비 회피편익만 kWh당 15~25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분산편익이 반영된다면 지역별로 공급비용의 격차가 확연하게 드러나게 될 것이다. 또 분산전원은 전력시스템 운영과 품질유지에 필요한 새로운 전력품질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분산전원의 입지에 따른 송배전, 환경, 전력품질에 기반을 둔 지역차등요금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직판허용과 설치의무화에 따른 분산에너지 시장 확대다. 전력 직거래 허용으로 발전-판매간 다양한 유형의 거래가 발생하게 된다. 특히 RE100 이행을 위한 PPA(전력거래계약) 거래가 활성화될 전망이다. 분산에너지 설치의무화가 시행되면, 전기 다소비자의 자가용 분산전원도 크게 늘어난다. 결과적으로 에너지산업이 지역개발과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 분산에너지 기반의 지역내 전력공급사업자도 출현할 수 있다. 이렇게되면 현재의 중앙집중형 공급방식인 전력산업에서 지역의 역할이 확대될 것이다. 앞으로 에너지산업은 신기술 확산과 함께 에너지간 융합이 활성화될 것이다. 이런 신기술 도입과 확산은 분산에너지의 투자, 설치, 운영, 거래와 수반되는 다양한 비지니즈로 이어지게 된다. 특히 전력중개사업(VPP), 수소연료전지, 효율향상, 섹터커플링 등 신사업의 사업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분산에너지 특별법의 하위규정에서 사업추진에 따른 장애요인의 과감한 제거가 선행돼야 한다. 아울러 분산에너지 가치에 상응하는 대가를 정당하게 보상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방안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이창호 가천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과 교수

[EE칼럼] 에너지 중심 시대,국회엔 에너지 전문가가 없다

인류문명 발전의 고비마다 에너지전환이 있었다. 최초의 인류는 불의 이용과 함께 문명의 첫발을 내디뎠다. 나무를 태운 불로 추운 밤을 견딜 수 있었고, 음식을 익혀 먹으면서 소화에 필요한 체내 에너지를 줄여 두뇌로 돌릴 수 있게 되었는데, 이것이 문명 발전의 계기가 됐다는 가설도 있다. 인간의 도구 사용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킨 철기시대는 금속을 녹일 정도의 고온을 낼 수 있는 목탄을 사용하면서 시작됐고, 18세기 산업혁명의 불쏘시개는 석탄이었다. 그 뒤로 2차, 3차 산업혁명은 석유의 발견, 전기의 발명과 함께 가능했다.인류는 또다시 새로운 에너지전환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에너지전환은 과거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첫째, 동기가 다르다. 과거 에너지전환은 석유와 천연가스의 발견이나 전기의 발명과 같은 공급 측면의 혁신이 동기가 됐다. 이에 비해 지금의 에너지전환은 인류 최대 위협요인인 기후변화를 극복하기 위한 무탄소 에너지 중심의 에너지믹스를 구성해야 하는 수요 측면의 제약이 동기다. 둘째, 과정이 다르다. 과거의 전환은 신에너지가 기존의 에너지에 비해 경제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우위에 있었기 때문에 초기부터 시장을 통해 자연스럽게 확산될 수 있었다. 석유는 석탄에 비해 저장, 운반이 편리할 뿐만 아니라 내연기관의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전기는 깨끗하고 사용이 편리할 뿐만 아니라 조명, 모터 등 응용범위가 넓다. 석유는 석탄을, 전기는 석유와 석탄을 빠르게 대체하며 자연스럽게 확산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이에 비해 이번 에너지전환은 기후변화의 심각성과 시급성으로 재생에너지, 수소, 에너지저장,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과 같이 아직 기술적·경제적으로 미성숙한 신기술을 동원해야 하는 것으로, 시장이 아닌 정부가 인위적으로 확산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셋째, 경로가 다르다. 과거 에너지전환은 기존의 에너지시스템을 유지하면서 화석에너지의 구성을 점진적으로 바꾸는 경로의존적 전환이어서 석탄 중심에서 석유, 가스 중심으로 변경돼도 공통분모는 여전히 화석에너지였다. 하지만 이번 에너지전환은 기존 화석에너지 시스템을 단기간에 재생에너지, 원전과 같은 무탄소 에너지 중심으로 바꾸는 경로파괴적 전환이다. 정리하면, 이번 에너지전환은 정부 주도로 완전히 새로운 에너지믹스를 단시간에 만들어내야 하는 특성을 갖는다. 커다란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는 기후변화 방지 목표는 정치적 과정을 통해 정당화돼야 하고, 정부 주도 에너지전환은 법률과 제도로 구체화된다. 정치와 입법의 중심인 국회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이유다. 에너지전환 관련 입법 활동에는 폭 넓은 전문성이 요구된다. 에너지는 경제의 혈액에 비유될 정도로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광범위하다. 게다가 에너지의 93%를 수입에 의존하고,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에너지를 둘러싼 국제정치, 무역질서도 중요 고려 사항이다. 하지만 아무리 국제정세를 감안하고 경제효율이 높은 정책이라도 환경과 기술적 제약을 넘지 못하면 공염불이다. 따라서 경제와 국제정치 뿐만 아니라 환경을 비롯한 에너지기술에 대한 전문성도 함께 요구된다. 그런데 국회의원 가운데 환경운동가는 있어도 에너지 전문가는 찾아보기 어렵다. 경제 현실과 기술 수준과 동떨어진, 지나치게 이상적인 에너지전환 정책이 여과 없이 수립된 배경이다. 기후변화 방지를 위한 탄소중립 에너지전환은 인류 공동의 과제로 피할 수도 없고, 피해서도 안 된다. 하지만 의욕만 앞세워 무작정 밀어붙이기에는 위험 요소가 너무 많다. 데이터와 과학에 근거한 주도면밀한 입법과 제도 설계를 통해 체계적으로 성취해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입법의 최전선에 있는 국회부터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박주헌 동덕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E칼럼] 유류세, 전액 에너지 분야에 투자해야

정부가 휘발유, 경유 등 국내에서 유통되는 수송용 석유제품에 붙는 유류세, 즉 교통에너지환경세 인하가 오는 10월로 종료되는 것을 감안해 내년도 세입에 그 상승분을 반영했다. 그동안 고유가로 물가에 부담을 줄 것을 우려해 휘발유, 경유, LPG 등에 적용되는 유류세율을 인하해 왔는데, 세율이 원래 수준으로 회복되면 내년도 교통에너지환경세 징수액이 올해보다 4조원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것이 정부의 예측이다. 정부는 내년 국세 수입 예산안에서 대표적인 세금인 교통에너지환경세의 수입을 올해보다 37.5% 증가한 15조3258억원으로 편성했다. 교통에너지환경세는 특히 휘발유와 경유 등 두 가지 석유제품 사용때 부과되는데 이와 연동되는 교육세, 지방주행세, 부가가치세 상승분까지 감안하면 소비자 부담액은 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021년 11월 국제원유가격이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서며 강세 기조를 유지하자 정부는 11월 12일 유류세에 탄력세율을 적용해 20%를 한시적으로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국제유가는 오히려 2022년 초에 100달러는 넘어서자 정부는 유류세율 인하 폭을 법정 최대치인 37%로 확대할 수 밖에 없었다. 올해 들어 경유, LPG 부탄 세율은 기존대로 유지하되 휘발유 세율 인하 폭을 25%로 낮춰 4월까지 적용했고, 8월과 10월로 두 차례 추가 연장을 적용하는 중이다. 이 한시적인 인하가 2년 만에 종료되는 것이다. 관련 법에 따르면 휘발유와 경유에 붙는 교통에너지환경세는 리터당 각각 475원, 340원의 기본세율이 정해져 있다. 그리고 여기에 연동된 교육세 15%, 지방주행세 26%, 부가가치세 10% 등이 더해지는 구조다. 한편 LPG는 개별소비세를 적용받으며 kg당 252원의 기본세율 그리고 개별소비세의 15%인 교육세, 그리고 부가가치세 10%가 추가된다. 이에 따라 교통에너지환경세와 개별소비세율을 낮추면 교육세, 주행세, 부가가치세 등도 동반 하락하고, 반대로 올리면 동반해 올라가는 구조로 설계돼 있는 데 이 세율은 탄력적으로 운용이 가능하다. 휘발유와 경유에 적용되는 교통에너지환경세는 COVID-19 기간에 차량 사용이 감소하며 소비가 크게 줄었던 2020년에도 13조2000억원이 걷혔는데 2022년에는 11조1164억원으로 더 줄었다. 세율 인하가 가지고 오는 효과가 상당함을 보여준다. 올해 역시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이 수치가 2024년에는 15조 3258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정부는 예상한다. 지난 2년 동안 매년 거의 4조원이나 세금을 깎아준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교통에너지환경세가 더 걷힌다고 해도 에너지 분야에는 그리 득이 될 것이 없어보인다. 교통에너지환경세의 대부분이 다른 부처와 다른 분야로 돌아가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교통에너지환경세 원상 회복으로 이득을 보는 분야는 교육, 환경, 교통, 재정 부문이며 에너지 분야는 극히 일부분만 활용이 가능하다. 지난 2년 동안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 등 에너지 관련 공기업들은 수십조, 수백조원의 빚더미에 올라앉으면서도 국내 소비자가격을 낮추는데 일조해왔다. 에너지 분야 공기업의 부채 증가 속도는 가계부채 증가 속도의 10여에 달하며, 이제 적자상태가 아닌 에너지공기업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그럼에도 해당 추가 세원을 에너지 공기업의 적자 해소 등 에너지분야에 사용할 것이라는 발표는 찾아보기 힘들다. 에너지 담당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내년 예산 규모를 올해 대비 1.3% 늘어난 11조2214억원으로 편성했다. 이 중 에너지 분야는 올해 보다 10.3% 늘어난 4조7969억원이다. 에너지 분야의 정부지출 규모가 딱 교통에너지환경세 추가분 만큼이다. 산적해 있는 부채 문제에 에너지의 안정적인 확보와 새로운 전력인프라 건설, 거기에 기후변화대책까지 시행하려면 이 예산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교통에너지환경세 추가분 4조원을 모두 에너지 분야에 쏟아부어도 모자랄 것이다. 에너지환경세 인상분을 모두 에너지 분야에 배정하는 특단의 조처를 기대하는 건 과연 억지일까? 하긴 아직 세율 인하 종료를 확정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국제유가가 여전히 80달러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려올 가능성이 생각보다 높지 않다는 게 전문기관의 전망이다.허은녕 서울대학교 교수/공학전문대학원 부원장/에너지위원회 위원

[EE칼럼]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관전 포인트는 신규원전

정부는 지난 7월 전력정책심의회를 열어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추진방향’을 논의하며 제11차 전기본 수립에 착수했다. 전기본이 2년 주기로 수립되는 점을 고려하면 6개월 정도 앞당긴 셈이다. 조기착수 배경으로 정부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첨단산업 신규투자 확대, 데이터센터 증설, 산업과 생활의 전기화 확산, 4월 발표된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의 발전부문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 강화 등 급격한 전력 수급여건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전기본에 신규원전 반영 등 윤석열정부의 에너지정책 의지를 반영하기 위한 것으로도 알려진다. 필자는 지난해 초 에너지경제신문에 기고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관전 체크 리스트’ 칼럼에서 전기본의 관심 포인트로 실무소위 위원들의 성향, 수요예측 결과,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송전망 건설계획, 탈원전 폐기 후 원자력의 반영 정도,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계통안정성 확보 방안과 비용 등을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10차 전기본 수립 결과는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위원들은 친재생에너지 인사들로 채워졌고, 전력수요는 거의 늘어나지 않는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당초 반영키로 했던 산업·수송·건물 등 각 분야의 전기화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데이터센터 수요 등은 추정치의 일부만 반영돼 ‘2030년 온실가스 배출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는 국가온실가스감축(NDC) 목표 이행에 대한 의지를 의심하게 했다. 변화가 전혀 없지는 않았다. 원자력 비중이 확대됐고 재생에너지 목표 비중 달성 시기는 미뤄졌다. 원자력은 신한울 3·4호기 공사 재개와 11기 원전의 계속운전이 반영됐다. 이를 통해 2036년 원전 발전비중이 34.6%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재생에너지는 NDC 상향 안에 비해 축소돼 2036년에야 비중을 30%까지 늘리는 것으로 조정됐다. 정부로서는 정책변화에 부응하기 위한 고심의 결과라고 후한 평가를 기대했겠지만 친 원전계의 ‘신규원전 언급 없음’ 과 친 재생에너지계의 ‘재생에너지 축소’라는 양측 모두의 비판에 직면했다. 그렇다면 11차 전기본은 10차와 어떻게 달라질까. 우선 소위 위원이 대폭 바뀐 것 부터가 가장 큰 변화다. 젊고 참신한 전문가들로 대거 교체됐다. 새 위원들의 성향 파악은 어렵지만 대폭 교체 그 자체로 이전과는 사뭇 다른 전기본이 수립될 것이라는 짐작이 가능하다. 정부가 내세운 11차 전기본 수립의 조기착수 이유로 전력수요 급증을 꼽은 만큼 전력수요 예측치가 얼마나 늘어날 지도 관심사다. 전력수요 예측은 10차 전기본 때와 마찬가지로 기존 예측모형을 적용하고 ‘전력화’ 수요는 다른 기관에서 다른 방법으로 추정한 후 합산하는 방식이다. 주목할 점은 전력화 수요를 어느 정도로 보는 가다. 무엇보다 11차 전기본의 최대 관심사는 신규원전의 규모다. 신한울 4호기가 2033년에 준공되기 때문에 반영 대상기간은 5년(2034∼2038년)에 불과하다. 물론 신규원전 수를 비롯한 전체 원전용량과 재생에너지 용량, 그리고 각 전원의 발전구성비 등은 당연히 수요예측 결과에 달려 있다. 예를 들어 10차의 전력수요 증가율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신규원전이 건설되지 않아도 2038년의 원전 발전비중은 34% 수준이 된다. 하지만 전력수요가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신규원전이 반영되지 않는다면 원전 발전비중은 20% 대로 추락하게 된다. 11차 전기본에 신규 원전이 반영되더라고 과제는 여전히 남는다. 최근 일부 지자체에서 신규원전 유치 움직임이 있기는 하지만 반대여론이 여전하고, 공사기간도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이다. 원전건설 기간은 예전의 2배로 늘어 실제 공사 기간만 10여년이 소요된다. 부지 등 사전준비 기간을 포함하면 적어도 15년 정도가 될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진단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신규 원전의 기간 내 준공 가능성도 그리 높지 않다. 원전 준공 후에도 송전망과 양수, BESS 등 에너지저장장치의 대량 확보가 없다면 원활한 가동은 불가능하다. 최근 양수발전 유치 희망지역이 늘어나고 있지만 전력 유통의 전제인 송전망 확충은 앞이 보이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11차 전기본의 관전 포인트는 10차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10차 전기본이 전 정부의 영향이 상당히 남아 있다는 평가이고 현 정부 에너지정책이 반영되는 전기본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시각도 있다. 어떤 그림이 그려질 지 자못 궁금하다.노동석 에너지정보문화재단 원전소통지원센터장

[이슈&인사이트] 글로벌 인재의 조건

오래전 글로벌 기업에 있는 지인에게 인재 선발기준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다. 내가 예상한 답은 학벌, 경력, 자격증 등의 스펙이었지만 뜻밖에도 인테그리티(integrity)를 제일로 삼는다고 했다. 인테그리티를 우리말로 설명해달라고 했더니 우리말로는 딱히 설명하기 어렵다며 장황하게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성실성, 진실성 또는 청렴결백으로 번역하기도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청렴은 옛 선비들의 타협하지 않고 대쪽 같은 이미지가 먼저 떠올라 현대와 맞지 않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그래도 인테그리티가 ‘흠이 없는 온전한 도덕성을 지향한다’는 의미인 만큼 그나마 가장 가까운 뜻은 청렴성이 아닐까 싶다. 청렴성은 정직하고 윤리적이며 도덕적 원칙이 확고한 품성을 의미한다. 청렴성을 갖춘 사람이 합류하면 그 조직은 높은 수준의 신뢰성과 안정성을 갖추게 되며, 이는 글로벌 회사의 평판과 성공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청렴성이 중요한 이유와 청렴성이 글로벌 기업의 채용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자. 먼저, 글로벌 기업은 다양하고 복잡한 환경에서 다양한 문화와 배경을 가진 개인들과 협업하며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직원의 청렴성은 팀원, 고객, 파트너, 이해관계자 간의 신뢰를 증진하며, 이러한 신뢰는 특히 국경을 넘어 강력한 관계를 구축하고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촉진하기 위한 중요한 토대가 된다. 둘째, 청렴성은 윤리적 행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윤리적 의사결정을 우선시하는 인재를 채용하면 글로벌 기업이 여러 국가의 법률 및 규제 요건을 준수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를 통해 법적 문제, 평판 손상, 잠재적인 재정적 처벌의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 셋째, 청렴한 인재를 채용하면 글로벌 기업의 지속가능성이 향상된다. 청렴성을 중시하는 직원은 회사, 이해관계자 및 회사가 사업을 영위하는 지역사회에 최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할 가능성이 높다. 지속 가능한 관행에 대한 이러한 헌신은 회사의 성공과 장수에 기여한다. 글로벌 기업은 국제법, 문화적 규범, 비즈니스 관행과 관련된 고유한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청렴한 직원은 사기 행위, 뇌물 수수 또는 부패에 연루될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이러한 위험에 대한 회사의 노출을 줄일 수 있다. 청렴성은 조직의 문화를 형성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윤리적 가치관이 확고한 인재를 채용하면 정직, 개방성, 존중의 문화를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는 다시 같은 생각을 가진 인재를 끌어들여 긍정적인 피드백 루프를 만들어 기업의 청렴성에 대한 헌신을 강화한다. 글로벌 기업의 평판은 가장 소중한 자산이다. 청렴한 직원을 채용하면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에 기여한다. 고객과 고객은 윤리적 관행으로 잘 알려진 회사를 신뢰하고 참여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고객 충성도와 시장 점유율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위기 상황에서 청렴한 직원을 보유하는 것은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 정직하고 책임감 있는 직원의 행동은 회사가 투명성, 책임감, 진정성을 가지고 어려운 상황을 헤쳐나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글로벌 기업에서 임직원의 청렴성이 문제가 된 경우를 종종 접하게된다. 대표적으로 베어링스 은행 파산사건을 들 수 있다. 베어링스 은행은 233년의 역사를 지닌 영국은행이었다. 그러나 닉 리슨(Nick Leeson)이라는 28살의 젊은 트레이더가 싱가포르에서의 대형 선물 투자 실패로 파산하게 된다. 닉 리슨은 초반에는 투자거래를 통해 엄청난 수익을 냈다. 하지만 이후 손실이 난 거래는 다른 비밀계좌에 집어넣어 항상 높은 수익률을 얻는 것처럼 조작했다. 결국 1993년 말 2300만달러, 1994년 말에는 2억800만달러의 손실이 발생하자 닉 리슨은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대규모 자금을 일본 증시에 투자했고, 다음 날 새벽, 일본 고베 대지진으로 8억2700만 달러의 손실을 보며 베어링스 은행은 파산했다. 이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기업에서 청렴성은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한 직원의 잘못으로 인해 유서 깊은 회사가 파산에 이를 수 있기에 그만큼 청렴성은 채용과정과 그 후의 과정에서도 우선시돼야 할 필수 덕목이다. 청렴성을 채용과정에서 중시한다면 정직하고 책임감 있고 존중하는 태도로 행동하는 조직을 구축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장기적인 성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청렴성은 글로벌 기업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모든 부문에도 절실히 요구되는 덕목이다. 청렴성은 기업, 사회, 나아가 국가의 국격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만큼 우리나라 사회 전 분야에서 청렴성이 우선시 되는 문화가 확산되기를 기대한다.박주영 숭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EE칼럼] 거꾸로 가는 재생에너지 정책

신동한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 이사 한국의 이동통신은 미래 먹거리 산업을 논할 때 대표적인 사례로 자주 등장한다. 이동통신이 시작된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세계 시장을 주름잡은 건 핀란드의 노키아와 미국의 모토로라였다. 이들은 아날로그 방식인 주파수 다중접속을 사용했다. 후발 주자인 우리나라는 1989년 통화시험에 성공한 미국 퀄컴의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을 채택하고,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한국이동통신을 통해 본격적인 상용화 개발에 착수했다. 그리고 마침내 1996년 세계 최초로 CDMA 기술을 이용한 이동통신이 상용화하며 디지털 통화 시대를 열었다. 지금은 세계 이동통신 시장에서 가장 우수한 제품 라인에 삼성 갤럭시폰이 애플의 아이폰과 경쟁을 하고 있다. 선진국은 관세와 지식재산권 등을 빌미로 후발 개도국이 따라오지 못하도록 ‘사다리 걷어차기’를 한다. 20세기 후반 온 세계가 합의해 자유무역체제(WTO)를 구축했지만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반도체 산업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기 위해 국제적 약속을 뒷전으로 미뤘다. 이에 따라 후발국들은 끊임 없이 ‘건너 뛰기(leapfrogging)’를 시도한다. 아직 선진국도 진입 중인 분야에 투자를 집중해 선두권에 들고자 하는 노력이다. 일본의 전자산업을 뒤따라 가던 우리나라는 반도체 분야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통해 건너뛰기에 성공했다. 원천 기술이나 소재, 부품에서는 미국·일본등과 밸류 체인을 형성하고 있지만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삼성전자의 입지는 강고하다. 건너뛰기는 우리만 하는 게 아니다. ‘세계의 공장’으로서 저렴한 소비재의 공급처 역할을 하는 중국도 ‘국민경제사회발전 5개년 규획’을 통해 개도국에서 선진산업국으로 도약을 위해 집중 분야를 선정해 지원한다. 그 결과는 이미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다. 국내 전기시내버스의 상당수가 중국산이다. 이는 중국이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분야를 미래의 먹거리 산업으로 삼아 건너뛰기 분야로 선정하고 투자를 집중한 결과다. 우리나라의 에너지산업은 어떻게 해야 할까? 방향은 명확하다. 94%의 1차 에너지원을 해외에서 수입하는 나라로 자립에너지 확대를 통해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고, 미래 에너지 분야에 대해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액은 지난해 1908억달러, 약 250조원이다. 같은해 총 수입액의 26%를 차지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위기를 겪은 유럽은 재생에너지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의 경쟁상대국인 독일은 이미 총 에너지 소비에서 16%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지만 우리는 2%대에 머물고 있다. 북해의 산유국인 덴마크는 40%를 재생에너지로 쓰고 있다. 우리도 에너지 소비의 20%를 재생에너지로 사용한다면 50조원을 산유국에 퍼주지 않고 국내 경제에서 순환시킬 수 있다. 국내 에너지 산업의 생태계를 살펴보자.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화석연료 매장이 빈약하다. 석유와 가스는 동해 7광구 인근에서 극소량을 채굴하는 형편이고, 석탄도 고갈돼 얼마 전 화순탄광이 문을 닫았다. 화석연료 부문에서 국내 기업들은 조선소의 해상플랫폼과 같은 채굴 장비와 시설, LNG선 제조, 그리고 정유 쪽에 참여하고 있다. 원전부문에서는 25기의 원전을 운영하고 3기를 건설 중인 우리나라는 미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에 이어 5위다. 현재 세계적으로 건설 중인 원전이 57기라고 하지만 중국 21기, 인도 8기를 제외하면 10여 개국에서 고작 1~2기를 짓고 있다. 원전을 건설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나라는 미국과 프랑스, 일본, 러시아, 중국, 한국 등 6개국이다. 그러나 5개국이 독자적인 수출권을 가진 반면 한국은 원천 기술을 가진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승인이 필요하다. 그래서 아랍에미리트연합 원전도 웨스팅하우스 및 도시바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었다. 원전은 핵무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 국제정치와 안보를 고려해 도입 결정을 한다. 우리나라가 원전을 수출하는 것은 도입국이 미국을 선택했을 때 시공업체로 참여하는 방식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다. 에너지 소비에서 화석연료 비중이 여전히 80%를 웃돌고 있지만 기후위기의 거센 역풍으로 G7 정상들조차 금세기 안에 화석연료 사용을 종식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화석연료와 원전 부문은 에너지 분야에서 축소 또는 정체하고 있는 시장이다. 반면 재생에너지 부문은 이미 미래 에너지에서 주축으로 자리잡아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빠르게 성장하며 세계 발전량의 10%를 넘어섰다. 지난해 말 국제에너지기구의 연례보고서는 향후 5년간 신규 전력 설비의 90%를 재생에너지가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한국의 정부와 여당은 재생에너지 홀대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여당은 내년도 예산 편성에서 재생에너지 지원 항목들을 삭감하겠다고 공언했다. 우리의 경쟁 상대인 선진 산업국은 물론 화석연료가 풍부한 산유국조차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이런 홀대가 가져올 결과는 불을 보듯 명확하다. 일본 경제의 ‘잃어버린 10년’이 남의 일이 아닐 듯하다.신동한 신동한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 이사

[EE칼럼] 전기차 충전 표준 전쟁, 최종 승자는?

기술경영이나 기술전략의 측면에서 표준(standard)은 해당 사업을 넘어 기업의 지속가능성에까지 영향을 주는 중요한 이슈다. 전자기기나 정보통신 분야가 경제 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그리고 해당 기술의 표준을 선점하는 것이 곧 관련 시장을 독과점 할 수 있는 기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표준 경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에너지 분야에서의 대표적인 표준 경쟁은 19세기 말에 있었던 송전 방식에서의 AC(교류)와 DC(직류) 사례다. 몇 년 전 영화로도 묘사된 바와 같이 토머스 에디슨은 직류 방식을, 니콜라 테슬라와 손잡은 조지 웨스팅하우스는 교류 방식을 내세웠다. 하지만 비용이나 장거리 송전의 효율성 측면에서 많은 기업들이 웨스팅하우스와 손을 잡았고, 1893년 시카고 만국 박람회의 전기시설 독점권을 웨스팅하우스가 가져가면서 교류가 송전 방식의 표준으로 100년 넘게 이용되고 있다. 이외에도 역사적으로 볼 때 컬러 TV, 가정용 비디오, 개인용 컴퓨터, 웹 브라우저 등의 시장에서 주요 기술혁신을 이룬 기업들이 전략적 동맹 등을 통해 표준 경쟁에 뛰어들었고, 승자와 패자로 갈리면서 기업의 운명이 바뀐 사례들은 지금까지도 화자 되고 있다. 이러한 표준 경쟁이 최근 전기차의 증가 추세와 함께 관심을 받는 전기차 충전시장에서도 일어나는 분위기이다. 관련 내용들을 종합해 보면 우리나라와 미국 및 유럽의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충전 표준으로 CCS(Combined Charging System·합동충전방식)를 사용해왔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의 선도기업으로 미국의 공용 급속 충전기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존재감 있게 슈퍼차저 스테이션을 운영 중인 테슬라가 자신들의 고유 충전 방식인 NACS(North America Charging Standard·북미표준충전)를 확대하려는 상황이다. 그동안 테슬라를 제외한 미국이나 유럽 대부분의 전기차 제조업체들은 CCS 커넥터를 주로 사용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테슬라가 독자 규격인 NACS 기술을 공개하면서 다른 자동차 업체들도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하나둘씩 자사 전기차에 NACS 방식을 도입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점차 NACS 충전방식이 점차 확산하는 분위기다. 한편으로 미국의 몇 몇 주에서는 전기차 충전 업체들이 사업에 참여하려면 의무적으로 NACS용 포트를 채택하도록 하는 등 전기차 충전시장에서의 표준 선점 경쟁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표준화가 이뤄지면 사용자들은 호환성 측면에서 한층 더 편리해진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USB-C 타입의 충전단자를 사용하는 전자기기와 라이트닝 충전단자를 사용하는 전자기기를 모두 소유하고 있는 경우, 서로 다른 충전 케이블을 필요로 했기 때문에 사용에 불편한 점이 있었다. 하지만 EU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하면서 USB-C 타입으로 휴대기기 충전단자가 통일되고 있다. 이에 따라 주렁주렁 달려있던 충전 케이블 꾸러미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마찬가지로 전기차 표준전쟁에서 관련 기업들은 전략적 동맹 여부, 차이 있는 통신 방식과 출력범위를 고려한 충전 포트 확장과 제품 디자인 수정 등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고객의 편리성이 높아져 전기차 생태계가 확대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그 대가로 고객은 자신의 주행 및 충전 데이터 등을 공개해야 하는 대상이 넓어질 수 있다는 점은 감수해야 할 것이다. 역사적인 사례들을 보면 표준으로 채택되는 것이 곧 기술적으로 우수한 것임을 입증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기존 고객기반, 지속적인 혁신 능력, 선도적인 시장 진입 및 변화 대응 속도, 보완재 구축 여부, 사용고객 만족도나 피드백 등이 표준전쟁을 성공으로 이끈 요인들이었다. 아무쪼록 우리나라의 전기차 관련기업들이 전기차 표준 전쟁에서 전략적으로 잘 대응해 침체기에 빠진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성장동력을 마련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손성호 한국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

[EE칼럼] 미세먼지 이슈도

UN에서 환경 프로그램과 관련된 역할을 담당하는 UNEP에서는 미세먼지와 관련한 다양한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깨끗한 공기를 정하는 기준으로 2021년 국제보건기구(WHO)에서는 초미세먼지 (PM2.5) 기준을 5ug/㎥로 강화했다. 그런데 최근의 국가 데이터들을 살펴보면 기본적으로 이 기준 안에 드는 국가가 없다. 전 세계의 지역별 연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아시아가 53.97ug/㎥,중동 45.69 ug/㎥,아프리카 43.29ug/㎥, 남미 17.39 ug/㎥,유럽 15.47ug/㎥, 북미 7.75ug/㎥로 빠르게 경제 개발이 진행이 되는 아시아 지역이 가장 높다. 국가별로는 한국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관광지인 괌 마저도 WHO 권고치보다 1.6% 높은 8.2ug/㎥ 정도이니 초미세먼지의 기준 자체가 얼마나 엄격한 지를 알 수 있다. 세계적으로는 자연 환경이 좋고, 인구 밀도가 낮으며, 재생에너지원이 풍부한 스웨덴이 5.6ug/㎥으로 가장 낮은 수준이고, 아이슬란드와 그린랜드도 각각 5.7ug/㎥, 6.5ug/㎥ 정도이니 가히 WHO의 권고 수준이 어떠한지를 알 수 있겠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평균 공기 중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27 ug/㎥로 아시아평균의 절반 수준이며 투르키예. 과테말라와 비슷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제조업 기반 산업구조 탓에 이산화탄소 배출이 2021년 기준으로 세계 10위 수준으로 국내 발생 초미세먼지의 상당 부분은 화석원료와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초미세먼지를 오염원별로 따져보면 지역별 특징이 분명해진다. 황사나 사막먼지로 구분되는 먼지의 경우 전세계에서 중동 지역이 58%를 차지한다. 아프리카는 52%로 그 뒤를 잇는다. 유럽에서조차 사막먼지가 비중기준으로 발생원 중에 가장 높은 원인이기는 하다. 다만, 일반적으로 아시아 지역은 그 양이 3.63ug/㎥임에도 다른 오염원들이 많아서 그 비중이 6.7%를 차지한다. 에너지부문은 아시아와 중동지역이 6~7ug/㎥ 정도지만 지역에서 따라 사용 연료의 기여가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 경우에 초미세먼지 증 에너지 부문은 양은 적지만 비중은 13%로 높다. 이처럼 미세먼지 통계와 자료들은 국가별, 지역별 상황을 잘 설명해 주는 것은 물론 정책적 관리가 가능하고 통제가 가능한 실현 가능한 우선 순위를 정할 때에도 도움이 된다. 또 이미 사회 환경적으로 한 국가가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을 감안할 때에 통제 가능하지 않은 원인들에 대한 분석도 가능하고 국제 공조와 협력을 기반으로 감축해야 하는 분야도 있다. 현재까지 구축된 측정망, 위성데이터, 기후망 등의 시스템을 통해 미세먼지와 관련해 시간적, 지역적으로 구분된 데이터와 통계 자료를 확보하고 이를 가공해 많은 정보와 지식을 구축할 수 있다. 특히 대기의 특성상 인접국으로부터의 영향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이런 과학적 자료를 바탕으로 단순히 자국의 입장을 주장하는 것을 넘어 국가 간에 논의할 수 있는 근거와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이런 과학적 데이터와 자료들도 그 분석과 해석에서 시간적, 공간적 이유라거나 예상하지 못한 사건의 발생 가능성으로 다양한 의견과 부정확한 결론이 생길 수 있다. 기후환경문제와 관련해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문제를 제기한 2000년대 초반에만 해도 미국 에너지 기업들의 지원을 받은 다양한 단체와 학계가 이를 엄청난 거짓말(Big Lie)이자 사기(scam)이라고 지적하며 적절한 행동을 지연시키기도 했다. 기후 변화와 관련하여 온라인상의 많은 잘못된 정보의 기초가 되는 기술과 비유들은 아직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특히 정치가 정책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선동적이고 감정적인 언어로 과학을 끌어들이거나, 과학으로 확인되지 않은 부분을 기정사실화하거나, 가설을 사실로 분식하는 등의 문제는 모두 사회적으로 매우 위험한 일이다. 정확하지 않은 사실들이 과학이라는 가면을 쓰고 일반 개인들이 자기 의견과 결정을 내릴 자유를 위협하도록 해서도 안된다. 빛의 속도로 의견과 정보가 퍼지는 현재의 IT기반과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독립적인 과학자들이 과학적 진실을 가지고 협력해야 잘못된 정보의 맹공격으로부터 개인과 사회를 보호할 수 있다. 제2의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논란이 미세먼지 이슈로 옮겨 붙지 않기 위해서는 과학이 역할을 제대로 하고,정보가 왜곡되지 않도록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박기서 전 대기환경학회 부회장

[김성우 칼럼] 수소 심포지엄에 인파가 몰린 이유

지난 23일 정부 주최로 ‘수소경제와 한국의 수소기술 심포지엄’이 열렸다.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서 과학기술을 담당하고 있고, 기업들에게 탄소중립기술 투자자문을 하고 있는 필자는 최신 기술 동향을 파악하고 정책과 시장간의 괴리도 판단해 보기 위해 참석했다. 놀라운 것은 참석자 규모다. 호텔의 초대형 연회장을 가득 메우고도 자리가 부족해 양측 바닥에 앉고 벽에 기대고 후면에 서서 듣는 공간까지 꽉 찼다. 신박한 AI시연회도 아니고 딱딱한 미래 기술 심포지엄에 예상 밖의 인파가 몰렸다.왜 일까? 수소는 인간이 현재까지 발견한 원소 중에서 가장 풍부하고 가벼운 물질이다. 특히 온실가스나 미세먼지 등의 배출이 없는 청정한 에너지원으로, 철강 및 석유화학 등의 탄소감축에 필수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에너지 다소비 산업 구조에 더욱 필요한 탈탄소 수단이다. 또 에너지의 94%(대부분이 화석연료)를 수입하는 우리나라에 서 해외 현지 수소 생산을 늘려 에너지 자립도 확대를 도모할 수 있고, 전력망을 다른 나라와 연결할 수 없는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특성에서 재생에너지 증가로 전력계통 불안정 때 남는 전기를 담아두는 ‘에너지 캐리어’ 역할도 가능하다. 정부도 지난해 2020년 제정된 수소법을 고쳐 청정수소로의 전환 및 확산 기반을 마련하고, 수소경제 성장을 위한 수소 상용차 및 대규모 혼소 발전 확대, 인수기지 등 운송인프라 구축, 청정수소 인증제 시행 등의 정책방향을 제시해 산업 육성 기반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중장기적으로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를 빠르게 좁힐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청정수소의 생산기술은 4~7년, 장거리·대용량 운송에 필수인 액화액상기술은 10년 정도 뒤떨어진다. 글로벌 시장 빅뱅의 초기인 지금 그 격차를 좁히지 않으면 점점 더 좁히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청정수소 관련 정책 시그널의 명확화다. 청정수소의 범위나 청청수소 활용시 인센티브 등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사업 타당성을 판단하기 어려운 기업들이 투자의사결정을 미룰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은 2026년부터 연간 25만톤 규모의 청정수소를 세계 최초로 생산하고, 2027년부터는 화석연료 발전소에 청정수소(혹은 암모니아)를 섞어서 발전할 예정이다. 수소가 청정한 정도에 따라 보조금이 달라지는 청정수소인증제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청정수소로 발전한 전기를 파는 입찰 시장의 지원 방향성 및 금액도 결정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청정수소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어떻게 투자해야 할지, 운송·저장·배기·전환 인프라 투자는 얼마나 해야 할지, 발전설비 투자는 어떤 가정에서 해야 할지에 대한 의사결정이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주요 수소(및 암모니아) 사업들이 중동·호주에서 공급하고 한국·일본 수요처를 중심으로 개발되고 있는데, 수요처의 인증기준이 모호하면 상류 공급사업에 대한 투자 의사결정까지 영향을 미친다. 지금 의사결정을 해도 건설까지 최소 3~4년이 걸리기 때문에 최대한 빠른 정책 시그널이 절실하다. 청정수소를 활용한 발전시 인센티브가 어느 정도일지 불확실한 것도 문제다. 물을 전기분해해서 수소를 만드는 청정수소를 실증한 결과 Kg당 10달러가 넘게 들고, 탄소를 제거한 LNG로 수소를 만드는 청정수소의 경우도 연료비에 탄소제거비용까지 추가되다 보니 비싼 연료로 발전할 경우 실제 발전단가는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정부가 생각하는 인센티브와 기업이 기대하는 인센티브간 격차를 좁힐 필요도 있다. 2050년 글로벌 청정수소 시장이 연간 5억톤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청정수소 생산 및 저장시 투자비의 최대 절반까지 지원하는 등 선진국들의 정책 방향은 점차 선명해 지고 있다. SK·포스코·현대차 등 우리 기업들도 50조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투자계획을 수립하고 수소의 생산·운송·활용에 걸쳐 다양한 실증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빠르고 충분한 정책 시그널이 절실한 시점이다. 청정수소는 여러 국가와의 협력과 교역을 전제로 하고, 우리나라 산업 구조상 꼭 필요한 탄소감축 수단이기에 더욱 그렇다. 아마도 수소정책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 사업에 대한 의사결정을 서둘러야 하는 수소관련 기업과 종사자들의 절박함이 이번 심포지엄 행사장을 가득 메운 열기로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김성우 김앤장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