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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미래세대의 기후소송이 갖는 의미

얼마 전 헌법재판소에서는 미래세대가 정부의 기후변화에 대해 충분하지 못한 대응으로 인해서 미래세대의 헌법상 생명권, 환경권, 건강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였다는 이유로 청소년 기후단체가 2020년에 제기한 헌법소원에 대한 공개 변론이 있었다. 이번 공개 변론은 우리나라에서는 물론 아시아에서 최초로 제기된 기후소송에 대한 공개 변론으로, 2021년 녹색당 정의당 그리고 기후변화 시민단체가 제기한 헌법소원, 2022년 아기기후소송, 2023년 탈핵법률가 모임인 해바라기 등이 제기한 탄소중립기본계획소송 등과 함께 병합하여 진행되었다. 본 헌법소원에서 미래세대는 현재 세대는 상대적으로 더 깨끗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음에 반하여 앞으로 미래세대는 재앙에 가까운 환경 속에서 살아야 하고,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 정부는 입법부의 아무런 통제가 없는 무한한 재량권을 갖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을 하였다. 즉, 현재 정부의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은 1.5도 온도상승을 억제할 만하지 못하고, 그래서 다수의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사회적 문제의 해결을 소송에 의존하지 않고 다른 비법률적인 수단으로 해결하는 경향이 짙은 아시아와는 달리 서양에서는 정부에 대한 기후소송은 이미 다수의 선례가 있다. 당장 최근에 유럽 인권재판소는 스위스 정부가 화석연료의 생산을 중단하지 못함으로 인해서 노인의 인권을 침해하였다고 결정하였고, 미국 몬태나주, 호주는 물론 남미 브라질에서도 인권 기반 기후소송이 게류 중에 있다. 앞으로 헌법재판소에서 기후소송에 대해서 어떠한 판단을 내리게 될지는 아직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제기된 기후소송이 사회적으로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한번 일깨우게 될 것이다. 이미 이번 헌법재판소에 대한 공개 변론을 국내외 언론이 적극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이 그 반증이다. 전통적으로 기후변화나 지구 환경 문제를 논의하면서 미래세대에 대한 현세대의 책임을 강조하는 것은 지속가능한발전에 대한 국제사회의 논의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구 환경 문제가 유엔 차원에서 처음 다뤄진 1972년 스톡홀름 지구 환경 회의 이후, 유엔 차원에서 지구 환경 문제 대응의 중심 개념이 된 지속가능한발전의 개념은 어떻게 미래세대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환경과 발전 그리고 사회적 문제를 잘 다룰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논의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름의 이상기후를 우리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우리가 매년 겪어 왔던 기후 패턴과는 확연히 다른 무서운 폭염과 폭우는 우리 주변 기후체계의 심각한 변화를 직감케 하였다. 이대로 가면 과학자들이 예견한 대로 많은 곧 해안변의 도시가 수몰되고, 지구 생태계는 파괴되며, 대규모 산불은 우리가 살아온 곳을 태워버려서, 정말로 우리의 사랑하는 자녀와 손자, 손녀가 살 터전이 없어지고 생존을 위협당할 수 있다. 분명히 현재 세대는 미래세대에 더 많은 책임감을 느끼고 더욱 미래세대에 더 나은 삶의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한 기후변화 대응 노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함은 자명하다. 이러한 차원에서 우리 정부는 더욱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미 정부는 에너지 집약적인 산업구조 아래에서도 국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 야심 찬 목표인 40퍼센트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각 관계부처는 부처 차원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여 추진하고 있다. 지방정부도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음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 문제의 대응이 우리 정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인지는 잘 모르겠다. 기후변화 대응이 진정성을 갖고 대통령은 물론 지방정부 차원에서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한다. 강력한 리더십에 기반한 정책조정이 필요하다. 기후변화 문제가 가져오는 수많은 부처 간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지 않고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 지방정부의 정책도 효과적으로 중앙정부의 정책과 연계되도록 해야 한다. 기후변화 대응은 하나 된 국제사회의 대응이 필요하다. 우리 정부의 외교정책과 국제협력에서 기후변화 대응은 최우선 추진 과제여야 한다.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하여 지구사회의 모든 국가와 연대하여 우리의 해결책을 국제사회의 표준으로 만들 수 있도록 체계적인 기후변화 국제 정책조정과 협력 추진이 반드시 필요하다. 미래세대도 기성세대에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고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래세대에 더욱 중요한 것은 곧 다가오는 미래에 그들 스스로 기후변화 대응을 잘할 수 있는 역량, 즉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지식과 창의력을 함양하는 것이다. 현재 세대가 기후변화 대응이 부족한 이유의 하나는 현재 세대 리더의 대부분이 과거에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서 제대로 학교 교육을 받지 못하였던 데에 큰 원인이 있음을 꼭 기억할 필요가 있다. 정서용

[EE칼럼] 우크라이나 전쟁 3년차, 뒤바뀐 에너지 지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어느덧 3년차를 맞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는 유엔 헌장을 정면으로 위반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전황이 러시아에게 유리하게 돌아간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러시아는 2014년에 크림반도를 합병한 이후 이번 전쟁에서도 우크라이나 동부 영토의 일부를 잠식하게 됐으니, 흑해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은 더욱 세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흑해와 지중해를 잇는 관문에 앉아있는 튀르키예의 전략적 가치도 이전보다 더 커질 것이다. 한편 200여 년 동안 중립국 지위를 유지해 온 북유럽의 강호 스웨덴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위한 마지막 관문인 헝가리의 동의를 얻으면서 NATO와 러시아의 경계선은 오히려 동진하게 됐다. 발트해가 사실상 NATO 회원국에 둘러싸인 NATO의 호수처럼 되어 중장기적으로는 러시아에게도 전략적으로 상당한 도전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렇듯 우크라이나 전쟁은 국가 간 경계선의 의미를 바꾸어 놓고 있다. 이 전쟁의 결론은 아직 분명하지 않지만, 전쟁 종료 후의 세계 지도는 전쟁 이전과는 분명히 다른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전쟁의 가장 큰 의미는 에너지 패권을 둘러싼 지정학적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세계 경제에 미친 영향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은 에너지 시장, 특히 가스 시장에서 나타났다. 전쟁 이후 유럽 국가들은 파이프라인으로 들여오던 러시아산 에너지원 수입을 축소하는 데 박차를 가하면서 유럽 대륙과 지중해 너머의 북아프리카와 중동, 나아가 대서양 너머의 미국 사이에 에너지 교역이 확대되었다. 육상으로 운반하는 파이프라인천연가스(PNG)보다는 해상으로 운반해 오는 액화천연가스(LNG) 교역이 증가했고, LNG 추가 공급의 80%를 미국이 감당하게 되면서 미국은 세계 최대 가스 공급국 자리에 올라섰다. 미국의 LNG 수출이 증가하다 보니, 북미 대륙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파나마의 전략적 의미도 더욱 커졌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파나마 운하청(ACP)이 하루 통과 가능 선박 대수를 제한한 것이 아시아 지역의 가스 가격 상승에 일조하기도 했다. 미국 등의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의 재정 수입에 타격을 가하고자 러시아산 원유 가격에 상한제를 실시했지만, 오히려 이런 제재 조치 덕분에 저렴해 진 러시아산 가스는 세계 최대의 인구를 가진 인도와 중국이 흡수하고 있다. 13억~14억의 인구가 있는 두 나라에게 이런 상황은 오히려 호재였는지 모른다. 유라시아대륙에 속한 거대한 국가들 사이의 유대는 에너지를 매개로 더욱 공고해 지고 있다. 물론 이 전쟁을 계기로 천연가스 의존도를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나 원자력에너지와 같은 저탄소 에너지원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도 가속화하고 있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나 원자력에너지도 땅에서 나오는 자원을 활용하는 부분이 있는 한, 또 다른 지정학 및 지경학적 게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AI 같은 손에 잡히지 않는 것들이 일상적인 화제가 된 세상이지만, 이렇게 혁명적으로 발전하는 기술도 결국은 에너지원을 필요로 할 수밖에 없는데, 에너지를 생산하는 어떤 수단도 '땅'과 무관할 수 없는 한 '지리의 힘'은 여전히 작동할 것이다. 한국은 유라시아대륙의 일부이지만 실제로는 섬처럼 대륙에서 떨어져 있다. 영토는 좁고 지하자원은 턱없이 부족하니 수입 없이 수출도 어렵다. 대륙에로의 길은 막혀 있고 그나마 영토의 삼면이 바다여서 수출입의 99.7%는 해상 운송에 의존한다. 그러나 한국에서 대양으로 나아가는 데에는 몇 군데 중요한 길목을 거쳐야 한다. 어떤 에너지원도 국제 무역 없이 한국 경제를 운영할 방안을 제공해 줄 수는 없기 때문에 지정학적 변화를 예민하게 읽어내야 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지정학적 변화에 수세적으로 대응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난맥상을 뚫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은 기술뿐이라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 정부는 물론 기업과 공공연구기관 등 우리 사회의 역량을 모두 끌어 모아 에너지 패권 경쟁의 격랑을 타고 나아갈 수 있는 핵심 기술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임은정

[김상호 칼럼] 민주당 하남시 전략공천, 풀뿌리 ‘실종’

다가올 4월 총선에서, 하남시 민주당 총선 후보 2명을 전략공천으로 선정한다는 민주당 전략공천관리위원회 발표가 있었습니다. 하남시 '갑'에 추미애 후보(전 법무부 장관), 하남시 '을'에 김용만 후보(김구 선생 증손자)가 각각 선정됐습니다. 이에 따라 선거구 두 지역 중 한 지역 전략공천만을 예상했던 하남지역 민주당 전체가 놀랐고, 출마자 4명이 반발하고 있습니다. 하남시가 전략공천 선거구가 된 데는 민주당 당규 10호 '공직선거후보자추천및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규정'에 근거, '분구가 확정된 선거구 중 최종윤 국회의원이 불출마 선언으로 지역위원장이 공석인 해당 선거구'이기 때문입니다. '해당 선거구 후보자 본선 경쟁력이 현저히 낮은 선거구' 등도 당규에 있으나, 하남시 기존 출마자들에 대한 여론조사 데이터가 있기 때문에, 최소한 하남시 한 지역은 출마자들 경선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컸습니다. 손영채, 이교범 전 하남시장 등이 긴급히 민주당 전직 선출직 공직자들과 만나 의견을 공유하고 뜻을 모았습니다. 전략공천은 중앙당 고유 권한이지만 형평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민주당 하남시 전략후보 2인 단수 결정은 3곳의 전략지역(용인, 화성, 의정부) 후보 선정과도 형평성이 없습니다. 용인정은 영입인사인 이언주 후보가 참여하는 3인 경선을, 화성정은 지역 출마 후보자 3인 경선을, 의정부는 1호 영입인사 박지혜 변호사와 지역 출마자 간 2인 경선을 합니다. 3곳 모두 지역 출마자들을 배려, 경선에 참여시켰습니다. 하남시 한 곳만이라도 경선을 통해 후보를 선출하는 것이, 그동안 지역에서 당을 지키며 활동해온 당원들과 지지자들과 함께 승리하는 선택입니다. 전략공천은 지역 민주당 통합성을 높여야 합니다. 그동안 경선을 준비해온 민주당 6명 출마 후보자를 원천 배제한 결정은 하남 민주당 통합에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한 곳이라도 전략경선이 되도록 하남 민주당 최종윤 국회의원도 앞장서, 최고위원회에서 이번 결정이 재심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전략공천은 지역정치 경쟁력을 키우며 가야 합니다. 전략공천은 풀뿌리 정치인들도 포용해야 합니다. 김상호 전 하남시장 kkjoo0912@ekn.kr

[EE칼럼] 테헤란로의 비밀

테헤란로(Teheran 路)는 서울 강남의 한복판, 강남역에서부터 삼성역 인근까지의 약 4km 길이 도로의 이름이다. 삼성, 현대, 포스코 등 대기업은 물론, 첨단 IT기업들이 도로 양쪽에 즐비한 우리나라의 상징적인 길이다. 이런 서울의 대표적인 길에 하필이면 중동 국가의 수도 이름이 붙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강남의 대표적인 거리에 테헤란로라는 이름이 붙게 된 것은 1977년 여름이다. 그해 봄에 서울시는 이란의 수도인 테해란 시와 자매결연을 맺기로 하고 테헤란 시장인 닉페이(Nikpey)를 서울로 초청했는데, 이때 닉페이 시장이 구자춘 서울시장에게 상대국의 수도명을 딴 도로명 부여를 제안해 성사됐다고 한다. 두 시장은 그해 6월27일 서울에서 테헤란로 명명식을, 11월에는 테헤란시에서 서울로의 명명식을 가졌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우리나라는 이란과 1977년에 자매결연을 맺게 되었을까? 이유는 바로 1차 석유파동이다. 우리나라는 이란과 1962년에 이미 수교하였다. 그러나 1970년대 초반만 해도 우리나라는 석유를 직접 수입할 능력이 되지 않았다. 돈도 없고 사용량도 적은데다 수입을 담당할 번듯한 석유회사 조차 없었다. 그래서 셰브론(Chevron) 같은 미국 석유회사에게 부탁해 국내에서 사용할 석유를 수입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1973년 제1차 석유파동이 발발한다. 이미 여러 해 동안 이스라엘과 전쟁을 하고 있던 아랍국가들이 친이스라엘 국가에게는 원유를 수출하지 않는 금수조치를 취한 것이다. 배럴당 3~4달러 하던 원유가격은 12~14달러로 3~4배나 급상승했고, 이스라엘을 지원하던 미국이 중동에서 원유를 받지 못하는 사태로 이어졌다. 우리나라도 친이스라엘국으로 몰려 석유를 아예 수입하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다급해진 정부는 기업들과 사절단을 꾸려 아랍국가들을 찾아 단지 미국과 친한 나라일 뿐이라고 설득했고, 겨우 한 나라의 국왕을 설득하는데 성공해 원유를 수입할 수 있게 됐다. 이때 중동 산유국 중 유일하게 한국에 석유를 공급한 나라가 이란이다. 석유 수입 협상 이후 한-이란 관계가 급격하게 가까워지면서 1977년에 테헤란 시장을 초청해 자매결연식을 맺고 지금의 테헤란로를 탄생시키게 됐다. 지금의 공급망 사태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정말로 긴급한 공급망 단절 상황이 발생한 1970년대 중반에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던 나라가 직접 발로 뛰어 공급망 문제를 해결한 그 징표가 바로 테헤란로다. 그 시절 이란은 회교국가였지만 세속적 노선을 추구하던 팔레비 왕이 통치하던 시기였기에 사절단은 겨우겨우 설득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때는 지금과 달리 한국에는 산업도,자본도, K-팝이나 영화와 같이 한국이 내세울 것이 전혀 없는 처지였기에 이들 사절단의 성과는 정말로 눈부셨다고 할 수 있다. 그 덕분에 공급망 대란을 피할 수 있었고 우리나라는 1, 2차 석유위기에도 산업 발전을 성공시킬 수 있게 됐다. 참, 이란의 수도 테헤란의 로마자 표기는 Tehran이다. 그런데 서울 테헤란로 표지판에는 영문명이 Teheran으로 되어 있다. 한국 사람들의 발음을 존중해 그리하기로 했다고 한다. 또 테헤란로 명명식 2년 후 이란에는 회교 혁명이 일어나 팔레비 왕조가 막을 내렸고,혁명 세력은 왕조 시절의 모든 업적을 부정하였는데, 신기하게도 서울로는 지금도 그대로 그 이름으로 남아 서울을 찾는 이란 방문객들 사이에서 테헤란로는 대표적인 방문지라고 한다. 지난달 자원안보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해 '공급망 3법'이 모두 시행을 앞두고 있다. 앞으로 5조원 가량의 기금을 조성하고, 6월부터는 경제부총리 산하에 위원회를 꾸려 세부적으로 계획을 수립해 시행한다고 한다. 이제 자본도 있고 산업도 있으며 자원 부국들이 좋아할 K-문화도 있으니 보다 효과적인 공급망 문제 해결 방안이 도출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리고 테헤란로의 교훈을 본받아 양자, 다자협력을 포함해 연구개발과 공동산업개발, 공동구매/비축 등 다양한 국제협력방안을 충분히 개발해 시행하기 바란다. 허은녕

[EE칼럼] 다가오는 수소시대, 국제에너지시장 의존도 낮추려면

화석연료시대를 종식할 게임체인저로 수소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다. '황금의 샘'의 저자 다니엘 예긴은 수소가 수출 상품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리프킨은 수소가 전 세계에 고르게 분포하고 있으며 공급량 또한 무한할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수소의 성격은 수소의 무기화와 카르텔 형성을 불가능하게 해 기존 에너지 무역 지형을 근본적으로 재편할 것이라는 기대를 만들고 있다. 탈탄소 시대에 수소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만큼 세계 각 국은 수소경제 청사진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이는 전통적 에너지 다소비국가인 한국, 독일, 일본 같은 제조업 강국 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산유국인 UAE, 사우디아라비아, 새롭게 떠오르는 플레이어인 호주, 아르헨티나, 칠레 등 다양한 대륙과 국가를 포함한다. 이들 국가가 내놓은 수소경제 마스터플랜에 따르면 UAE는 2050년 수소자급률을 556%로 계획하고 있다. 이는 1991∼2020년의 에너지 자급률 386%를 훨씬 웃도는 것이다. 목표 달성을 위해 UAE는 원자력, CCS(탄소 포집 및 저장(, 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기술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수소를 이용해 자국 내 사업 활성화를 또한 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멘스에너지, 루프트한자, 일본 이토추 상사 등과 그린철강, 청정제트연료 사업을 위한 컨소시엄, 조인트 벤처 설립 등을 추진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천연가스 자원과 풍부한 재생에너지 자원을 이용해 2050년 수소자급률 400%의 에너지대국으로의 부상을 꿈꾸고 있다. 우리나라의 수소경제위원회는 수소경제 정책방향에서 수소를 통한 에너지 안보 강화를 수소경제의 하나의 목표로 삼았다. 예긴, 리프킨과 같은 대가들과 각 국이 기대하듯 과연 수소가 기존 화석연료시대의 에너지 패권을 무너뜨리고, 더 다원화된 에너지시장을 만들 수 있을까? 아직 수소시대가 열리지 않은 상황에서 예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하버드대학 벨퍼연구센터 연구진들은 수소시대에도 기존 밸류체인의 전환으로 일부 주요 플레이어의 변화만 있겠지만 생산국과 수요국으로 분리되는 국제 분업체계는 물론 에너지의 종속성은 여전할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이 연구는 자원보유, 기존 산업생산, 경제 관련성이라는 세 가지 기준으로 미래 수소시장에서 각 국의 역할을 매핑하고 있다. 미국, 중국과 같은 국가는 수소시장의 선두주자로 부상하고, 암모니아, 메탄올, 철강생산 같은 산업 응용 분야를 주도할 것이라고 보았다. 또 일부 자원이 풍부한 국가들은 일자리와 시장 점유율을 놓고 수입 의존 산업 강국과 경쟁할 수 있다고 예측한다. 안타깝게도 수소시대의 국제 에너지 분업에서도 우리는 수입 의존국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대규모 집중형 발전, 대형차, 산업의 전환에 수소 활용을 계획하며 청정수소의 90% 이상을 해외에서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50년에 예상되는 우리의 수소 자급률은 17.9%로 지난 30년간(1991∼2020)의 에너지자급률 17.6%와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전통적인 제조업 강국으로 우리와 비슷한 환경을 가진 일본과 독일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수치로만 보면 암울해 보이지만 전통 화석연료시대와 달리 약간의 희망은 있다. 산업화의 후발 주자로 우리의 에너지 확보는 글로벌 메이저 에너지기업들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수소시대는 새 판에서 시작된다. 우리가 가진 기술과 자본의 수준에 따라 비록 해외에서 생산될지언정 우리가 생산의 주역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기회를 우리가 확실히 잡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우리의 청정수소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의 75%에 그치고 있고, 사용을 위한 인프라 구축도 순조롭지 않다. 해외 수소의 액화수소 운송이 언제 실현될지도 알 수 없다. 생산, 전환, 수송, 사용 등 밸류체인 전반에 이르는 균형된 발전전략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우리와 비슷한 조건을 가진 독일, 일본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보면 당장 무엇이 시급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독일은 국가 수소계획에서 재정지원과 공급망 확보를 강조하고 있다. 독일은 재생에너지 전환과정에서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과 정부 지원의 중요성을 이미 경험한 국가다. 이 경험이 수소계획에도 그대로 녹아있다. 2028년까지 EU 역내에 4500km의 수소 파이프라인 구축을 계획하고, 비교적 근거리인 아프리카 수소 유망국에서의 도입 가능성을 연구하고 있다. 또 그린수소 생산 R&D에 7억유로, 수소환원제철 등 산업부문 수소 전환에 500억유로 지원 계획을 포함하고 있다. 일본 또한 수소 공급비용을 2030년에 kg당 334엔, 2050년엔 222엔으로 낮추기 위해 기술개발에 대대적인 재정 지원을 하고 있다. 또한 일본의 상사들을 중심으로 해외수소 개발 및 도입 실증 프로젝트를 완료하는 등 공급망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새롭게 열리는 수소시대에 기회를 잡으려면 정부의 리더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선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 기후대응기금, 전력산업기반기금 등의 재원 확보와 사용의 합리적 재조정을 통해 수소경제 대응을 위한 충분한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 또 기업의 적극적 참여를 위해 밸류체인 구축의 명확한 로드맵과 정량적 목표가 제시돼야 한다. 해외 협력 파트너 국가의 다양성 확보를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특정 국가에 편중된 파트너십은 화석연료시대와 유사한 리스크를 만들어낼 것이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 역내에서 수소를 생산하는 것이 가장 우선적인 에너지안보 보장 방안이라는 것이다. 중첩된 규제를 신속하게 풀어 대규모 해상풍력을 확보하고, 원자력을 활용하는 등 우리 내부의 여건을 성숙시킬 여지는 충분하다. 하윤희

[김상호 칼럼] 손홍민 선수에게 배우는 정치 리더십!

2023년부터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팬이 되었습니다. 빠른 속도, 빛나는 기술, 실력으로 존중받는 운동문화 속에서, 그 안에서도 중심에 서 있는 손홍민 선수 리더십이 빛납니다. 심장을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중심에 캡틴 손홍민이 있습니다. 무엇이 소니(Sonny, 손홍민 애칭) 리더십이고, 우리 공동체 특히 정치계에 시사하는 바는 과연 무엇일까요? 다섯 가지 리더십 열쇠말을 배우게 됩니다. 첫째, 손홍민 선수 '집념' 입니다. 토트넘과 대한민국 국가대표 주장으로서, 심판이 경기 종료 호루라기를 불 때까지 경기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아시안컵 호주전 페널티킥 유도는 집념의 결과입니다. 국익과 시민을 위해 정치인 양심과 철학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집념'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둘째, 손홍민 선수 '팀워크' 입니다. 소니는 벤치에서 뛰지 않는 선수, 필드에서 뛰는 선수들과 응원단 모두를 아우르는 팀워크를 촉진합니다. 이는 당의 공천 시스템을 존중하며, 경선 결과에 승복하고, 원 팀으로 지지자를 통합하는 '팀워크' 필요성에 대해 시사합니다. 셋째, 손홍민 선수 '포용' 입니다. 소니는 그라운드에서 눈물을 흘리는 패배한 팀을 위로하고, 야유를 보낸 상대 관중에도 인사를 합니다. 이강인 선수 문제도 '포용'으로 배려합니다. 말과 논리로, 정책과 공약으로 경쟁하는 것이 정치입니다. 시대정신과 민심을 대변해 지지를 얻고, 정직하게 승리해야 공동체는 단합할 수 있습니다. 늘 역지사지를 통해 상대 마음도 여는 '포용'이 필요하다는 점을 배웁니다. 넷째, 손홍민 선수 '소통' 입니다. EPL을 보는 또 다른 즐거움은 감독과 선수들 인터뷰를 듣는 것입니다. 생각이 깊은 인터뷰를 하는 소니의 '소통'이 빛납니다. 국가를 대표하는 국회의원들이 당당하고 소신 있게 입장을 밝히고, 그 입장에 따라 유권자들과 소통하는, 진정성과 겸손이 필요하다는 점 역시 중요합니다. 다섯째, 손홍민 선수 '노력' 입니다. 평상시 몸과 정신력을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뼈를 깎는 자기관리가 소니 실력으로 열매를 맺었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부친 손웅정은 '월드클래스, 세계적 수준이 아니다'며 아들의 더 많은 '노력'을 곁에서 늘 채찍질합니다. 총선, 대선, 지방선거 출마자들의 헌신적인 노력, 사회 비전에 대한 연구와 공부는 끝이 없습니다. 정치인 긴장, 깨어있음은 국민 안전과 행복의 첫 단추입니다. 현직과 후보자들 '노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손흥민 5가지 리더십! 정치영역에서도 함께 노력하면 좋겠다고 제언합니다. “나라를 위해 뛰는 몸인데 힘들다는 건 가장 큰 핑계인 것 같다.“ 소니 리더십을 보며, 하남과 대한민국 정치인이 국민과 세계인에게 격려 받는 그날을 희망해 봅니다. 김상호 전 하남시장 kkjoo0912@ekn.kr

[EE칼럼] 원자력 안전규제, 도둑잡기가 아니다

원자력발전소에는 비상디젤발전기가 있다. 정전이 발생해도 원자로에서 발생하는 열을 냉각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다른 발전원과 달리 원자력발전소에서는 정지하고도 한동안 열이 발생한다. 정지 직후에는 정상출력의 6.5%, 1시간 후에는 1.5%로, 하루가 지나면 0.4%로 각각 시간이 지나면서 출력이 급격히 줄어든다. 원자로가 정지되었을 때는 전력생산을 하지 않으므로 옆의 원전에서 전력을 공급받아야 한다. 이것이 안될 경우 서로 다른 2군데 부지의 발전소에서 전력을 공급받도록 되어 있다. 이마저 여의치 않으면 비상디젤발전기를 가동하고, 이것도 안되면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배터리가 있고 그것도 안될 경우에 대비해 발전차를 준비해두고 있다. 비상디젤발전기는 스위치만 누르면 단번에 시동이 걸리고 작동돼야 한다. 그게 규제요건이다. 지인이 이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규제요원의 입회하에 스위치를 눌렀을 때 작동되지 않을 것을 우려해서 검사를 받기 전에 작동여부를 시험해 보고 수리를 해놓는다면 규제요원은 속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행위는 정기적 정비과정이 아니었다면 옳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데 그것이 얼마나 부정한 것인지 판단해 보기 위해서는 원자력안전규제를 왜 하는지, 그 목적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 원자력안전규제위원회의 목표는 다음과 같이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대중의 건강과 안전에 부당한 위험을 부과하지 않도록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고 운전되어야 한다.' 첫째, '부당한 위험을 부과하지 않는다'는 말은 정당한 위험은 부과하겠다는 뜻이다. 시설이 있는데 아무런 위험도 없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걷다가도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수 있고 출근하다가 교통사고가 날 수도 있다. 세상사에 Zero risk(위험도 0)는 없다. 그렇다면 정당한 위험은 얼마만큼인가? 우리는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위험에 노출된다. 교통사고, 익사, 낙상, 총기, 범죄, 독극물, 자연재해 등으로 입게 될 위험이 있다. 그 총합의 1/1000 이하로 유지하는 것이다. 이 정도면 감당할 위험으로 본다. 둘째, '대중의 건강과 안전'이 목적이다. 모든 안전이 아니라 대중의 건강과 안전이다. 위험은 2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대중과 환경을 위험하게 하는 것과 대중과 환경의 영향은 없지만 원자로가 녹아서 못쓰게 되는 것이다. 전자가 규제의 대상이고, 후자는 사업자의 재산상의 손실이므로 규제는 간여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다시 원래의 문제로 돌아가 보자. 비상디젤발전기를 검사 전에 시험해서 수리해 놓는 행위는 원자력안전규제의 목적으로 보면 큰 문제가 아니다. 규제목적에서 보면 비상디젤발전기에 누가 손을 댔는지는 관심사가 아니다. 비상디젤발전기가 정비돼 운전이 되는 상태를 유지하고 있느냐가 관심사다. 그게 대중의 안전과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검사 전에 비상디젤발전기를 수리한 사람의 처벌에 주목하는 것은 상해사고가 발생했을때 다친 사람을 놔두고 범인을 잡는 것을 우선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원자력시설이 안전한 상태를 유지하고 작동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그 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가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닌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상디젤발전기가 스위치만 누르면 작동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어느 나라에서도 검사 전에 미리 손을 댔는지에 대해서는 금지하는 규정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특별사법경찰권을 가지게 된 것은 코미디다. 원자력안전규제기관은 심사와 검사를 통해서 안전성을 확인하는 것이 업무다. 범법행위가 발생하면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벌칙을 주거나 검찰에 고발하면 된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직접 범법자를 잡으러 다닐 이유가 없다. 미국 원자력안전위원회도 사법경찰권이 있고 지역사무소에 FBI 배지를 가진 요원이 배치되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들이 안전규제를 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초등학교에도 경찰이 배치된다. 그렇다고 경찰이 가르치지는 않는다. 게다가 원자력발전사업자가 저지르는 범법이, 개인적 이득을 취하거나 시설에 위해를 가하는 형사범죄가 아니라 업무상의 과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신속한 현장대응이 요구되는 사안이 아니다. 현재의 특별사법경찰제는 일반인의 눈으로 보면 규제권을 강화한 것처럼 보이지만 안전규제의 목적에 부합하지는 않는다. 기동경찰대나 신속기동대가 있다고 해서 원자력시설이 더 안전해지는 것은 아니다. 정범진

[EE칼럼] ‘소비진작’ 빠진 바이오가스법

추창민 감독의 2005년 데뷔작 '마파도'에 재래식 화장실과 관련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주인공(이문식 분)이 재래 화장실에 구더기 때문에 시너를 뿌린 후 용변을 보던 중 담배꽁초로 인해 화장실이 폭발하는 코믹한 장면이 연출된다. 시너 같은 인화물과 담뱃불이 인분에서 생성된 '가스'와 만나면 폭발, 즉 에너지로 전환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시청각 교보재다. 화장실 인분이나 가축분뇨, 음식물 쓰레기, 생활하수 등 버려진 유기물이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 혐기성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어 발생하는 가연성 혼합기체를 '바이오가스(Biogas)'라 한다. 주성분인 메탄이 55~70% 정도 함유돼 '천연가스'와 유사다. 영화 '마파도'에서처럼 인화성 첨가제만 있다면 그대로 기존 가스보일러나 가스엔진·터빈 등을 통한 전력생산에 활용할 수 있다. 나아가 고질화를 통해 메탄만을 분리·정제, 순도 95%의 바이오메탄을 생산하면 도시가스나 차량용 CNG 등에 혼입, 기존 화석연료 기반 천연가스를 대체할 수도 있다. 본시 대기 중 탄소가 유기체 일부로 흡수됐다가 연소를 통해 방출되기 때문에 메탄, 산화질소 등 일부 소량의 온실가스 제외하면 적어도 이산화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이른바 '탄소중립 연료'다. 그만큼 현행 신재생에너지법은 태양광·풍력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재생에너지'로서의 법적 지위를 부여하고 있다. 또한 신재생공급인증서(REC)나 탄소배출권 부여 등 혜택도 누리고 있다. 이런 바이오가스에 최근 작지 않은 변화가 생겼다. 2022년 제정된 '바이오가스법'이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올해 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이 법의 핵심은 생산목표제로, 지지체와 함께 일정 규모 이상의 돼지사육 농가나 가축분뇨처리시설, 연간 1000t 이상 음식물폐기물 배출자에게 시설에서 생산되는 바이오가스의 생산수율 목표를 정부가 매년 부과하고, 이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특히 소관 부처인 환경부는 현재 6~7% 수준인 수율을 2030년까지 민간 10%, 공공 50%, 2050년까지는 모두 80%까지 목표를 단계적으로 상향해 2022년 3억6000만N㎥인 생산량을 적어도 2030년까지는 약 2.5배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이미 천명했다. 하지만 의욕적인 생산확대 계획에도 불구하고, 아쉽게도 이용 의무화나 보조금 등 바이오가스의 소비를 촉진할 수 있는 유효한 수단을 법안에서 찾기 어렵다. 사실 유기성 폐자원 수율이 상향되면, 바이오가스의 생산 증대는 필연적이다. 이때 특별한 소비 증진 정책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현재 생산량의 약 30%를 담당하는 도시가스 혼입이나 25%인 전력·열 생산 부문에서 이를 얼마나 흡수해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만일 제대로 흡수되지 못할 경우 현재도 미활용 물량이 약 17%임을 감안한다면, 거칠게 말해 생산 확대된 상당분을 그냥 태워버려야 할 수도 있다. 이를 방지하고 소비를 확대할 방안이 필요하다. 한가지 방편으로 바이오가스, 특히 미활용이나 신규 확대분을 수소로 전환, 수소차 충전용이나 연료전지·수소가스터빈 발전용 등 신규 활용처로 활용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고려해볼 만하다. 그런데 이는 수소의 관점에서도 긍정적이다.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2050년 필요한 청정수소의 약 80% 수입을 규정했지만, 사실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CHPS)에 따라 이미 2030년 무렵이 되면, 수입 비중이 80%에 근접해 사실상 거의 전량을 해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처럼 특정 상품, 특히 에너지 상품을 해외에 사실상 전량에 가깝게 의존하는 것은 상당한 위험이 수반된다. 가까운 장래에 수소경제가 지금보다 활성화돼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위상이 높아지면 해외생산 청정수소 공급 차질이 실제화될 경우 이에 따른 국민적 혼란과 경제적 손실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될 수 있다. 안보적 차원에서라도 정책적으로 '백업(Backup)'을 위한 국내 청정수소 여유 생산능력을 보유·유지하는 것은 그래서 필수적이다. 그리고 이를 비싸고 양적으로 충분치 않은 태양광·풍력 기반 수소에만 전담시키는 것도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현재 도시가스의 70~80% 가격 수준에 전국적으로 고르게 산재한 바이오가스 기반 수소 자원에 그 역할을 일부 분담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바이오가스는 시쳇말로 우리가 '먹고 싸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생성되는 자원으로 우리와 함께 상존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도래할 수소경제와도 공존해야 한다. 소관 부처는 다르지만 상호 상생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이 양 부문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 이를 고려해 상생을 위한 정책적 지원 방안을 범부처 차원에서 함께 고민해주기를 제안한다. 김재경

[김성우 칼럼] 분산에너지 활성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세계 8위의 전력소비국인 우리나라는 전기를 생산하는 곳과 소비하는 곳이 다른 편이다. 발전소의 대부분이 해안가에 있는데, 전력수요는 수도권과 영남권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서울은 전력자급률이 9%에 그치는 데 비해 충남은 215%로 지역간 수급 불균형도 심하다. 게다가 주민수용성과 보상비용부담 등으로 전기를 다른지역으로 보내기 위한 송전망 건설도 녹록치 않아, 전기를 생산한 지역에서 직접 소비하는 분산에너지가 필요하다. 전기는 마치 만든 후 바로 먹지 않으면 상하는 음식과 같아서, 생산지에서 멀리 보내거나 저장했다가 소비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든다. 이에 분산에너지 활성화와 균형 있는 전력수급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분산에너지법)이 2023년 6월 제정됐다. 그 이후 산업통상자원부는 세부사항이 위임된 하위법령안을 같은해 12월 입법예고해 2024년 1월 29일까지 의견수렴을 거쳤다. 현재는 관계부처 협의 중으로 오는 4월 법제처 심사 후 6월 14일부터 시행 예정이다. 이는 전력직접거래확대, 전력신산업활성화, 청정에너지입찰개설 등 올해 시도되는 다양한 전력시장 개선의 일환이다. 분산에너지법 하위법령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 보면, 분산에너지의 범위를 자가용전기설비, 발전설비용량 4만kW 이하의 발전설비, 법상 기준을 충족하는 열 에너지 등으로 구체화했다. 소형모듈원자로(SMR)는 모듈당 발전설비용량 30만kW 이하의 발전용원자로를 활용하는 경우에 한하여 분산에너지사업으로 규정했고, 신재생에너지사업은 수소에너지·연료전지 또는 재생에너지를, 연료전지발전사업은 수소·암모니아·기타 수소화합물을 이용하는 경우 분산에너지사업에 해당하는 것으로 규정했다. 또한 분산에너지 의무설치자도 연간 20만MWh 이상의 에너지 사용이 예상되는 신축·대수선 건축물의 소유자, 개발사업 등의 면적 100만㎡ 이상인 사업의 시행자 또는 관리자로 구체화했다. 의무설치자가 의무설치량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 그 부족분에 분산에너지설비 설치단가의 100분의 150을 곱한 금액 이하의 과징금 조항도 담겼다. 한편 전기판매사업자와 계약전력 10MW 이상 신규 전기사용계약을 체결하고자 하는 자 등을 전력계통영향평가를 실시하여야 하는 사업자로 규정해 전기품질 및 전력계통의 신뢰도 유지 가능 여부, 전기 공급을 위해 필요한 전력설비 보강 난이도, 계통영향 최소화 방안 마련 여부 등의 평가기준이 적용될 전망이다. 더욱이 분산에너지 특화지역내에서는 자가용 전기설비를 통해 생산한 전력의 50% 미만은 분산에너지사업자와 전력을 거래할 수 있고, 저장전기판매사업자가 분산에너지특화지역 내에 전기저장장치를 설치하는 경우 발전설비를 설치한 것으로 보며, 분산에너지사업자가 배전설비를 설치해 전기사용자에게 전기를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규제 특례도 만들었다. 분산에너지법 시행으로 분산에너지의 활용 및 거래가 활성화되면 분산에너지를 활용한 사업모델이 다각화되고 분산에너지사업자들의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업자는 분산에너지 의무설치량 산정에 필요한 지역별 비율 등 하위법령의 후속절차로 이루어지게 될 세부 설계를 주시할 필요가 있고, 설계자는 사업자의 경쟁력 확보가 지속가능성을 가른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한편으로 새로 도입되는 전력계통영향평가 제도로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전력을 사용하는 사업자들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바, 향후 산업부 고시로 도입될 세부 평가기준뿐만 아니라 전력계통영향평가 업무를 담당할 한국전력공사의 구체적인 실무 동향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글로벌 씽크탱크인 에너지전환위원회(Energy Transitions Commission) Adair Turner 의장은 탄소중립과 전력수급을 고려할 때 전세계 송전망을 2050년까지 7000만km에서 2억km로 증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처럼 비상시에도 다른 나라로부터 전기를 빌려올 수 없고, 송전망 건설을 위한 주민 합의가 어렵고, 현재 발전소와 수요지역이 달리 위치한 상황에서, 분산에너지 활성화는 선택이 아니다. 이것이 다른 나라와 사정이 다른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분산에너지법의 함의다. 김성우

[김상호 칼럼] 하남시민 소환하라, 국회의원 선서문

새해부터 무거운 마음으로 대한민국 정치 뉴스를 마주합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배현진 국민의힘 국회의원에 대한 테러는 민주주의 위기, 사회적 비극 사건입니다. 정치인은 갈등 한복판에 있으며, 대중과 함께하기 때문에 '정치인에 대한 폭력은 있을 수 있다'고 우리 상황을 위로하기에는 '혐오 및 증오 정치'가 임계점을 향하고 있음을 느낍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재명 대표 테러사건에 대해 “특정한 어떤 집단의 목적 달성을 위해서 자신이 일정의 그런 행위를 한 것은 순교자로서 어떤 행동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라고 진단합니다. 혐오정치, 증오정치의 숙주는 정치 양극화입니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보여주지 못하는 고장 난 대한민국 정치 때문입니다. 팬덤 정치에 휘둘리는 정치환경 때문입니다. 얼마 전 MBC 스트레이트가 방송한 '유트브와 팬덤정치' 편에 의하면 진보채널과 보수채널을 유튜브에서 모두 시청하는 비율은 5%에 불과합니다. 일종의 유사 정당 역할을 하는 유튜브 채널이 혐오정치 배양지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가장 큰 책임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있습니다. 민주주의 후퇴 지수 통계가 이를 방증합니다. 스웨덴 민주주의 다양성 기관(V-DEM)에서 조사한 민주주의 지수가 2022년 17위에서 2023년 28위로 하락했습니다. 숙의민주주의 지수는 14위에서 45위로 하락했습니다. 대화가 사라졌습니다. 야당 대표를 만나는 대통령 책임과 의무를 방기합니다. 윤석열정부는 임기 1년8개월 만에 9개 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을 행사해 박정희 대통령 이후 최다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분노를 키우는 양극화 정치의 토양을 만들어줍니다. 민주당 역시 거대 야당으로서 유능함을 바탕으로 국민적 지지를 확장하는 통합정치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만 대선공약인 현행 준연동형 선거제도 약속을 지킨 것은 다행입니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위한 정치혁신이 제도로서 뿌리 내리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독일 메르켈 총리 같은 역할이 필요합니다. 세계인들 박수 속에 퇴임한 메르켈 전 독일 총리는 포용-협치 정치로 세계에서 독일을 위상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대통령과 정당 지도자들 국정운영, 정당운영 혁신이 제1 과제입니다. 또한 고장 난 정치를 복원하기 위해 정치지도자와 정치제도뿐만 아니라 국회의원 개인의 자질 향상이 필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총선 출마 후보자들의 철학과 정책이 중요합니다. 양극화 정치를 극복하기 위한 정치 혁신 구상은 무엇입니까? IMF 이후 경제 양극화 시대를 극복하기 위한 여러분 대안은 무엇입니까? 고조되는 한반도 전쟁 위기, 남북 간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한 안보관, 평화관은 무엇입니까? 하남시 지역위원회 운영 민주화와 화합의 정치를 위한 공약은 무엇입니까? 시민 여러분이 묻고 공약을 확인해야 합니다. 프랑스 조제프 드 메스트르는 “모든 국민은 그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고 했습니다. 주권자로서 함께 책임지고 실천하는 국민 역할이 필요합니다. 특히 투표에 앞서 대한민국 국회의원 선서문을 기억해 주실 것을 부탁합니다. 출마자들이 선서문대로 할 것을 요구하고, 그 기준에 따라 평가하면 됩니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하여 노력하며 / 국가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양극화로 고장 난 정치를 복원하는 길의 해답은 정치지도자 국정운영과 정당운영 혁신, 국회의원 자질 향상에 있습니다. 민주주의 후퇴를 막는 유권자의 투표 기준에 있습니다. 김상호 전 하남시장 kkjoo0912@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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