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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전세시장 이대로 괜찮은가?

부동산 전세시장이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그 효용성이 한계에 봉착한 것 아니냐는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른바 ‘전세포비아’ 확산으로 전세무용론을 넘어 전세폐지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전세시장에 대한 불신은 각종 수치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최근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수도권 빌라 월세 비중은 지난해 하반기 41%에서 올해 상반기 46.2%로 상승했다. 특히 서울 구로·금천·중구·고양시·파주시·인천 동구의 빌라 월세 비중은 10%p 이상 높아졌다. 이 같은 현상은 전세사기 및 깡통전세 확산에 따른 피해를 입을까 염려 때문으로, 전세금을 돌려 받지 못하는 것보다는 월세를 지불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 따라 수요자들이 월세로 이동하거나 상대적으로 전세사기 가능성이 낮은 아파트 전세로 이동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최근 아파트 전세시장은 ‘역전세난’(전세 시세가 계약 당시보다 하락하는 상황)의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을 통해 2021년 상반기에 거래된 서울 아파트 전세 계약 6만5205건 가운데 올해 1~6월까지 동일 단지·면적·층에서 1건 이상 거래가 발생한 3만7899건의 최고가 기준 보증금을 비교분석한 결과, 직전 계약보다 전세 가격이 하락한 거래 수는 전체 54%에 해당하는 2만304건인 것으로 조사됐다. 역전세 거래의 전세보증금 차액은 가구당 평균 1억152만원으로, 해당 금액을 거래건수(2만304건)에 대입하면 서울 지역에서 역전세로 인해 집주인들이 돌려준 보증금은 총 2조612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더해 임대차3법으로 전세시장이 왜곡되면서 이상 가격 급등이 2021년 하반기부터 2022년 하반기까지 이어졌던 것을 고려한다면 향후 역전세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부동산R114가 2021년 하반기 계약된 서울 아파트 7만2295건 중 올해 상반기와 같은 단지·면적·층에서 거래된 2만8364건을 분석한 결과 현재 전세 가격 수준이 이어진다면 하반기 예정된 계약건의 58%인 1만6525건이 역전세 상황에 처해 있는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전세시장 분위기가 국지적으로 호전되고 있지만 아직 역전세난을 해결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며, 이 현상은 향후 1년 이상 더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최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전세금 반환 목적에 한해 일시적으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완화 방안을 7월 중 마련하겠다고 언급했음에도 수요자들 사이에서는 전세시장에 대한 불신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정부가 합리적인 대책을 통해 시장에 개입해 전세제도에 대한 수요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길 간절히 기대해본다.증명사진

[기자의 눈] 실종된 ‘건설의 날’ 대형건설사 훈장

매년 6월이면 국토교통부는 ‘건설의 날’(6월 18일)을 맞이해 건설산업 발전에 크게 공헌한 유공자를 포상해서 건설인들이 자부심과 긍지를 갖도록 한다. 여기에는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건단연, 16개 단체) 소속 회원으로서 건설산업분야 사업자 및 단체 임직원, 현장기술자 및 근로자, 건설산업 발전에 공로가 있는 개인과 건설산업분야 사업자 또는 단체를 대상으로 포상한다. 보통 훈장은 15년 이상, 포장은 10년 이상, 표창은 5년 이상 해당분야에서 공적을 쌓은 자를 선정한다. 수사 중이거나 형사사건으로 기소 또는 처분을 받는 자는 추천에서 제한된다. 이번 훈장 수상 중 금탑훈장은 에코밸리(조경식재공사업), 은탑훈장은 윤창기공(기계설비공사업)과 에이비라인(건축설계업), 동탑훈장에는 보광기업(골재생산업)과 국제건설(종합건설업), 철탑훈장에는 동림에이스(습식·방수공사업)에서 나왔다. 다양한 공사업종에서 각각 수상의 영예를 안은 각 대표들의 공로에 모두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올해 역시 건설의 날 주요 수상에는 대형건설사의 이름이 빠졌다. 훈장, 포장은커녕 대통령 표창도 없고 그나마 국무총리 표창에 현대엔지니어링, 대우건설, 삼성물산 임직원의 이름이 올라와 있다. 올해만 그랬던 것이 아니다. 매년 대형건설사에선 수상자를 올리지 못했다. 대형건설사 중에선 지난 2018년 권순호 HDC현대산업개발 전 대표가 동탑훈장, 2019년 동탑훈장에 김효진 전 한화건설(현 한화 건설부문) 부사장과 철탑훈장에 대우건설 조성진 전무 이후 대형건설사 훈장이 전무하다. 대형건설사에 이를 물어보니 아무래도 산업안전보건법 제10조에 따라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의 명단은 사업장이든 임원이든 포상에서 제외돼 상대적으로 대형건설사는 수상하기 힘든 구조라는 주장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외 플랜트 및 원전 등 초대형 공사부터 터널 굴착 등 고난이도 토목공사, 고급건축 공사 등에 주력하는 대형건설사들 임원들은 당분간 훈장 볼 일은 없을 것 같다. 대형건설사 임원들이 건설의 날 포상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을지 모르지만 당연히 사업장이 많은 곳에서 사망사고가 많다는 것을 고려해볼 때, 국토부의 참여 제한 기준은 한 번쯤 돌이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2023051601000724900035011

[기자의 눈] 잘 키운 ‘검은사막’, 열 ‘신작’ 안부럽다

[에너지경제신문 윤소진 기자] "(검은사막은) 코카콜라, 아이폰과 경쟁하는 한국 브랜드.", " 10년 가까이 새로운 시도를 하는 펄어비스의 지속적인 노력이 대단.", "한국 전통과 설화를 담은 한 편의 러브레터." 펄어비스의 PC·콘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검은사막’과 신규 업데이트 ‘아침의 나라’에 대해 해외 미디어들이 앞다퉈 내놓은 반응이다. 2014년 말 오픈베타 서비스에 이어 2015년 7월 정식서비스를 시작한 검은사막은 전 세계 150여 개국 12개 언어로 서비스되는 글로벌 흥행작이다. 검은사막의 장기 흥행 요인으로는 가장 먼저 유저 친화적 정책을 꼽을 수 있다. 예를 들면 펄어비스는 모험자(검은사막 유저명칭)들의 건의 사항을 반영한 라이브 업데이트를 진행하고 매달 상세 내용을 게시한다. 세세한 부분까지 공들인 피드백은 모험가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적극적인 소통의 결과, 모험가들의 개발진에 대한 신뢰는 굉장히 두텁다. 지난달에는 2019년 시작된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직접서비스 4주년을 기념해 모험가들 자체적으로 지하철 광고를 게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4호선 평촌역 광고판에는 모험가들의 애정과 응원 어린 축하 메시지가 담겼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펄어비스 전체 매출에서 검은사막이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달한다. 인건비 영향에 수익성은 하락했지만, 검은사막만 보면 안정적인 매출을 내고 있다. 특히 1분기 쌍둥이 클래스 ‘우사’와 ‘매구’ 업데이트 효과로 신규 및 복귀 이용자가 각각 330%, 430% 증가했다. 3월 국내 선보인 ‘아침의 나라’ 업데이트 효과는 2분기부터 본격 반영된다. 게다가 지난 14일 ‘아침의 나라’ 글로벌 출시로 해외 매출 비중 70%가 넘는 펄어비스의 글로벌 성과는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검은사막이 북미·유럽 매출 비중 50%를 넘길 만큼 서구권에서 이례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게다가 검은사막은 최근 중국 서비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물론 기대 신작 ‘붉은사막’, ‘도깨비’ 등의 출시 연기에 대한 지적은 여전하다. 다만 내년 상반기 출시가 예정된 붉은사막이 흥행에 성공한다면 펄어비스의 도약을 위한 든든한 지원군이 될 전망이다. 김재희 검은사막 총괄 PD가 대규모 유저 행사에서, 행사가 끝났음에도 무대에서 내려와 유저들과 직접 만나 의견을 들었던 일화는 지금도 모험가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이러한 검은사막의 유저 친화적 운영 노력이 10년을 넘어 20년, 30년 지속되는 인기로 돌아오길 응원한다. sojin@ekn.kr반명함 윤소진 산업부 기자.

[기자의 눈] 밈·비속어 제품명…

현대인은 어느 때보다 재미를 추구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오죽하면 ‘가잼비(가격 대비 재미)’라는 말이 나올까. 이왕이면 ‘소비하기 즐거운’ 제품이 잘 먹힌다는 뜻이다.트렌드에 민감한 식품만 봐도 그렇다. 신제품 홍수에서 기업들은 눈길을 사로잡고자 ‘관종(관심 종자) 제품’을 내놓기도 한다. 바로 밈(meme, 유행 콘텐츠)이나 비속어를 활용한 이름을 붙인 제품이다. 관종 제품은 특유의 웃음코드로 관심을 끌기에 딱 좋다. 문제는 불특정 다수에게 ‘불편함’을 동반시킨다는 점이다. 가상의 일본인 호스트바 선수 캐릭터 ‘다나카’를 앞세운 푸르밀의 ‘캬라메르 요구르트’가 대표 사례다. 음지문화를 양지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는 차치하더라도 다나카는 ‘제노포빅(이방인 혐오)’을 기반으로 한 캐릭터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외국인의 서툰 발음을 웃음거리로 활용한다는 이유에서다. 다나카의 어눌한 발음을 제품명(캬라메르)에 적용한 푸르밀도 덩달아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최근 선보인 증류식 소주 ‘빡치주’와 ‘개빡치주’도 비속어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편의점 이마트24가 OTT업체 왓챠와 손잡고 내놓은 빡치주는 ‘화난다’는 뜻의 비속어 빡치다를 ‘술 주(酒)’자와 합성한 제품명이다. 개빡치주도 ‘매우 화가 난다’는 뜻의 ‘개빡치다’와 합친 이름이다.제품명이나 패키지 라벨에 비속어를 포함했다고 해당 제품에 법적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비속어는 통상 사적인 장소나 관계에서 사용되기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여과 없는 비속어 사용은 대중에게 거부감을 자아낼 수밖에 없다.기업 입장에서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마케팅으로 젊은층과 소통하며 함께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긍정 반응을 얻어낼 수 있다. 다만, ‘갬성(감성)’이란 명목으로 자극적인 밈이나 비속어를 굳이 기업이 대중 제품에 적용하는 게 옳은 지는 의문이다. 적절한 표현의 판단 기준을 소비자에게 맡겨버리는 태도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재미를 추구하는 것도 좋지만 개인이 아닌 기업에겐 ‘넘지말아야 할 선’이 있기 마련이다. 윤리적 책임을 갖고 전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네이밍 마케팅을 구사하는 것도 기업의 역량이다. inahohc@ekn.kr

[기자의 눈] 쿠팡-CJ

[에너지경제신문 서예온 기자] "쿠팡이 CJ제일제당 상품 직매입 중단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어찌 보면 CJ의 브랜드력이 아쉽지 않은 게 아닌가." 최근 유통 및 식품 업계의 화제가 되고 있는 이커머스 1위 쿠팡과 식품 1위 CJ제일제당 간 납품가 갈등을 바라보는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CJ제일제당이 햇반과 비비고 등 고객 충성도가 높은 인기 브랜드를 다수 보유하고 있음에도 쿠팡이 CJ제일제당 상품 직매입 중단을 지속하고 있는 이유로 CJ 핵심상품이 없어도 쿠팡 매출에 큰 타격이 없을 것이란 ‘관전평’이었다. CJ와 쿠팡은 지난해부터 거래상품의 납품가격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CJ가 쿠팡이 제시한 마진율이 과도하다며 개선을 요구한 반면, 쿠팡은 CJ의 납품가가 비싸다고 반박하며 충돌했던 것이다. 급기야 쿠팡은 지난해 11월부터 햇반·비비고만두 등 CJ 주요제품 발주를 중단한 이후 반년이 넘도록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CJ가 쿠팡의 빈자리를 다른 경쟁사들로 채워가는 등 ‘반(反) 쿠팡연대’ 움직임을 강화하자, 쿠팡도 지난 11일 CJ를 향한 공개 저격으로 해석될 수 있는 보도자료를 뿌렸다. 쿠팡 자료의 핵심은 중소·중견기업 즉석밥 제품의 판매가 급증했다는 내용이었고, 자료에는 ‘수십 년간 독점체제를 구축하던 독과점 식품기업’, ‘특정 독과점 대기업이 독식’ 등 CJ를 암시하는 표현이 담겼다. 유통사와 제조사 간 ‘마진 갈등’은 처음은 아니다. 그럼에도 쿠팡과 CJ제일제당 갈등이 주목을 받는 것은 사실상 이커머스 1위와 식품 1위 간 대립하는 구도 때문이다. ‘갑 vs. 갑’ 싸움인 것이다. 국내 소매시장 초창기에 유통사와 제조사의 역학관계는 동등했다. 이후 제조사가 인기상품을 선보이고 대리점이 존재하던 당시엔 제조사가 갑으로 부상했다가 할인점(대형마트)의 등장으로 다시 유통사가 갑이 됐다. 그런데 코로나팬데믹으로 이커머스가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기존 오프라인 유통업태와 맞먹는 업태로 자리잡았다. 따라서, 쿠팡과 CJ 간 마진 갈등은 어찌보면 과거와 달라진 이커머스의 위상을 보여주는 사례다. 결과를 속단할 순 없지만 햇반과 비비고와 같은 인기상품을 대체할 수 있는 후발주자 상품이 많이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쿠팡에 더 유리하다는 전망이 나오는 까닭이기도 하다.pr9028@ekn.kr서예온 기자수첩 사진 유통중기부 서예온 기자

[기자의 눈] 日 오염수 방류문제, 과학적 논리만큼 정치적 설득도 중요

올해 여름도 생각보다 빨리 찾아온 느낌이다. 각자 계절이 바뀌었다고 느낄 만한 일상의 변화들이 다르겠지만 그중에서도 ‘여름이 왔다’고 가장 체감할 수 있는 건 더위와 모기소리 때문이 아닐까 싶다. 매일 지나는 거리를 걷는데 유난히 땀이 많이 나거나 한밤 중 ‘윙’ 하는 소리 때문에 단잠에서 깨어난다면 여름이 시작된 거다. 더위와 모기소리, 불청객이 따로 없다. 물론 이게 없으면 여름이 아니겠지만 말이다. 더위와 모기소리로 짜증이 점점 솟구치는 올해 여름 우리에게 또 다른 불청객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다. 후쿠시마 제1원전의 오염수 해양 방류를 시작하기로 한 일본 정부는 오염수 방류 설비 시운전을 시작했다. 최근 후쿠시마 근해에서 기준치 이상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우럭 등이 발견됐다. 다시 오염수 방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그렇다고 다른 나라 정부의 결정을 강제로 번복시킬 권한은 없다. 이런 딜레마 상황에서 필요한 건 정치권의 설득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 활동에서 가장 중요하지만 빠진 요소도 바로 설득이다. 설득의 기본은 공감이다.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상대방을 설득할 때 상대방의 의견을 공감해주는 것으로 시작해 내 의견을 공감시키는 게 기초 작업이다. 이런 소통 과정을 거치면 아무리 팽팽하게 대립했던 의견일지라도 서로 한 발씩 양보하면서 맞춰가는 첫걸음을 뗄 수 있다. 시찰단을 두고 비판이 잇따르는 이유는 이 과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시기가 다가오면서 커져가는 국민들의 불안감을 잠재우고자 일본 현지에 시찰단을 파견보내기로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제약이 많았던 시찰단의 활동부터 공감이 가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시료 채취를 할 수 없었고 민간 전문가도 포함되지 않았다. 현장을 방문한다고 해도 시찰단이 주도적으로 오염수 농도를 측정할 수 없었다. 시찰단은 단장인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을 포함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소속 전문가 19명과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소속 해양환경 방사능 전문가 1명 등으로만 구성됐다. 국민들은 제한된 시찰 활동으로 마련된 시찰단의 보고 결과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최종 보고서로만 판단할 수 밖에 없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정부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시찰단 파견에 대해 ‘도움이 될 것’(40%)보다 ‘도움이 되지 않을 것’(53%)이라는 응답이 많기도 했다. ‘왜 시찰을 갔는가’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것이다. 공감이 어설프니 설득도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정부에서 준비한 근거 자료들이 국민들을 설득할 만큼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일본과 가까운 해역에 우리 정부 자체적으로 오염농도를 측정할 시스템을 마련한다는 등의 ‘막을 수 없다면 우리 땅에서 만큼은 철저하게 감시하겠다’는 배짱이라도 부려야 한다는 말이다. 정치는 과학과 다르다. 후쿠시마 오염수가 과학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를 떠나 지금의 정치권은 국민을 어설프게 설득하려고 한다. 국민들이 왜 불안해 하는지, 과학적으로 안전하다는 주장과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 왜 충돌하는 지 그 핵심을 파악해 명확히 알린 뒤 정보의 이해도와 공감대를 높이고 정치·외교적으로 설득을 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claudia@ekn.krclip20230612121552

[기자의 눈] 재생에너지 가동중단 보상 준비됐나, 덴마크서도 논란 대상

태양광 사업자들이 전력당국의 재생에너지 가동중단(출력제어) 조치에 반발해 지난 8일 광주지방법원에 출력제어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태양광 협회들은 재생에너지 출력제어에 대해 전력당국이 보상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출력제어를 보상하는 문제를 논하는 데 앞서 과연 전력시스템은 보상할 충분한 여건을 갖췄는지 의문이다. 사단법인 ‘에너지전환포럼’이 지난달에 덴마크 전력당국 관계자들을 초청해 진행한 ‘덴마크 출력조절에 대한 보상정책’ 토론회에서 재생에너지 출력제어를 보상하는 건 전력공급량이 수요량보다 많으면 전력가격이 빠르게 하락하는 제도를 갖춰야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당시 덴마크 전력당국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출력제어에 대해서 보상하고 있지만 출력제어를 할 정도면 발전량이 넘치기 때문에 전력가격이 크게 하락한다"고 설명했다. 재생에너지 출력제어를 보상할 때 그리 비싼 전력가격으로 보상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심지어 그는 전기를 팔면 오히려 돈을 내야 하는 마이너스 가격도 덴마크 전력시장에서 나타난다고 말했다. 덴마크는 수요와 공급으로 움직이는 시장논리에 따라 실시간으로 전력가격이 결정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덴마크의 전력시장은 다르다. 우리나라는 전날 전력수요량을 예측해서 발전사업자를 대상으로 필요한 전력량만큼 입찰을 진행한다. 가격은 입찰한 발전원 중 연료비가 가장 비싼 발전원을 기준으로 정한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전력가격대로 재생에너지 출력제어를 보상하면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2036년에 재생에너지 출력제어 보상으로 해마다 1조6808억원이 필요하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그럼에도 태양광 사업자들이 재생에너지 출력제어 조치를 영업중단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반발하는 것도 당연해 보인다. 재생에너지 출력제어 대상이 될 것으로 생각하지 못한 사업자는 억울하다며 출력제어를 해야 하는 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요구도 타당해 보인다. 덴마크에서도 재생에너지 출력제어가 억울한 사업자는 있을 테다. 덴마크 전력당국 관계자에게 출력제어 보상액에 대한 논란이 있냐고 묻자 그는 "덴마크에서도 빠르게 전력망을 연결해준 사업자에게 출력제어 대한 보상을 얼마나 해줘야 하는지 논란이 있으며 현재 제도를 설계 중"이라고 답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덴마크의 전력시장과 비슷한 재생에너지 발전량 입찰제도가 하반기에 제주도에서 시작돼 곧 육지로 확대된다. 재생에너지 출력제어 보상문제는 새로운 재생에너지 시장이 자리잡아야 논의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wonhee4544@ekn.kr이원희(증명사진)

[기자의 눈] K방산의 책임의식에 박수를 보낼 때

"단순히 이윤 극대화 보다는 국가 안보와 세계 속의 한국의 방산 역사를 확대해 나가는 데 중점을 두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7일 부산 벡스코 ‘MADEX 2023(마덱스)’ 현장에서 마주한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의 말이다. 그의 이 발언이 기자에겐 조금 남다르게 다가왔다. 기업인이기 전에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국가 안보에 대한 그의 생각과, 기업인으로서의 한국 방산 경쟁력 확대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김 부회장의 신념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인이라면 당연히 이윤 극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국가 안보’, ‘한국의 방산 역사 확대’를 언급하는 그의 말 한마디에서 한화 뿐 아니라 우리 방산기업들이 어떠한 신념으로 한국의 방산을 대하고 있는지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방산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서 무기에 대한 기술 개발 수준이나 수출 규모 등만 들여다 보겠다고 마덱스 전시장을 찾은 기자 스스로가 민망해졌다. 적어도 국가 안보와 한국 방산의 역사 확대를 위해 일궈나가는 이들의 노력을 들여다 봐야 했다. 실제로 한화를 비롯해 LIG넥스원과 현대로템 등 국내 방산기업들은 무기 개발 외에도 방산 전반으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중 방산기업들은 현충원 참배와 국가유공자를 위한 주거환경개선 작업, 보훈 성금 기탁, 평화교육과 모범장병돕기, 유해발굴 등의 활동을 지속하며 오랜 시간 국가를 위해 희생한 영웅들을 기억하고 있다. 특히 한화는 김종희 선대회장의 ‘사업보국’ 경영철학을 현재까지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 대표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기억에 남는 일화로 김승연 한화 회장이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 발생 당시 직접 희생자 유가족 특별 채용 제도를 마련하도록 지시, 이들의 항구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게끔 한 일화도 있다. 그러나 여전히 대부분의 언론은 ‘2022년 국내 방산 수출 규모 173억달러 기록’, ‘올해 200억달러 수출 목표’, ‘정부 2023 국방비 예산 57조1269억원 책정’ 등 숫자로 방산기업의 수고로움을 알리고 있다. 자연스럽게 수주 성공 여부와 액수에만 맞춰진 초점으로 ‘이윤 확대’라는 기업의 역할만 부각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방산은 이윤 추구의 사적 영역이기 보단, 넓게는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국가 영역임을 간과해선 안된다. 방산기업이 이윤 보다 국가 안보에 대한 책임 의식을 갖고 있는 만큼, 국민들도 방산에 대한 관심을 숫자에서 찾기 보다는 그 이면에 있는 한국 방산 발전을 위한 노력, 또 오랜 시간 이어온 호국영령 및 국군 장병을 위한 활동을 들여다 보고 박수를 보내는 것은 어떨까.김아름23 김아름 산업부 기자

[기자의 눈] 간만에 신난 증시

국내 증시에 ‘훈풍’이란 단어가 1년여만에 등장했다. 지난 달 만해도 증권가에서 보수적 접근을 권고하며, 코스피지수가 박스권에 머물 것이란 예상이 우세했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는 전혀 달라졌다. 일주일 새 다수의 증권사들은 줄줄이 지수 전망치를 수정했다. 이는 올해 코스피가 17% 상승, 2600선을 넘어면서다. 실제 삼성증권은 하반기 코스피 등락 범위를 2350~2750으로 상향했다. 기존 전망치(2200~2600)를 2주 만에 끌어올린 것이다. KB증권도 하반기 코스피 상단을 2800선에서 2920선으로 수정했다. DB금융투자는 국내 증권사 전망치 중 가장 높은 수치인 3000선을 내놓았다. 2차전지(배터리)와 반도체, 자동사, 엔터테인먼트, 정보기술(IT), 바이오 섹터의 매수 권고하면서 이달 조정 없이 상승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상장 철회와 중단이 잇따르며 얼어붙어있던 기업공개(IPO) 시장까지 활기를 되찾고 있다. 두산그룹의 로봇 자회사 두산로보틱스가 오는 9일 코스피(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할 계획이다. 19일에는 SGI서울보증보험과 중고차 플랫폼 업체 엔카닷컴도 코스피 상장을 위한 심사를 청구할 예정이다. 1조원 이상 대어급 기업 상장은 작년에는 LG에너지솔루션 이후 처음이다. 국내 증시는 4월 발생한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 무더기 하한가 사태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태다. 이때 CFD(차액결제거래) 문제가 발생하면서 줄어든 신용융자잔고는 늘지 않고 있지만, 증시 대기 자금이라고 할 수 있는 투자자예탁금은 3주 새 5조원가까이 불어났다. 투자 세계에서 ‘부정적’ 이슈는 언제든 따라붙는 수식어다. 다만, 국내 자본시장에서 ‘뒷짐’ 제도화, ‘늑장 대응’ 등 지적이 잇따르고 있는 점은 여전히 풀어야할 숙제다. 간만에 증시에 긍정적인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이 분위기에 휩쓸려 지나가지 않고, 제도 개선과 보완에도 차질 없이 진행되길 바란다.2023050301000182700008471

[기자의 눈] 소상공 육성, 기업형도 좋지만

[에너지경제신문 김철훈 기자]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최근 한 간담회에서 자영업 지원·육성 중추기관인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개편 방침을 밝혔다. 장관 취임 이후 코로나 팬데믹 피해 지원에 치우쳐 있던 기능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게 재설정하겠다는 취지였다. 아직 청사진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취임 1년간 이 장관의 행보로 볼 때 그 방향성을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다. 이 장관은 지난달 서울 한 카페에서 열린 기업가형 소상공인 육성정책 발표회에서 더 이상 소상공인·자영업자를 보호·지원 대상이 아닌 육성 대상으로 보고, 자영업자라는 용어 대신 ‘라이콘(기업형 소상공인을 의미하는 신조어)’이라는 용어가 일상화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정책 발표회는 생활·로컬분야의 청년 창업에 초점을 맞춘 성격으로, 청년 소상공인을 동네상권을 넘어 스타벅스처럼 세계로 진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중기부의 강한 의지라는 점에서 전적으로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IT 등 기술 창업과 비교해 음식점·카페 등 생활·로컬분야 창업은 고유의 특성을 가진다. 먼저, 제품보다 서비스 판매 중심인 특성상 먼저 지역상권 내에서 성공해야 하는데 이는 과밀경쟁이 특징인 국내 자영업 환경에서 이웃 경쟁가게의 상대적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생활·로컬분야 창업을 꿈꾸는 젊은 창업가 중에는 자신의 꿈·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창업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는 중장년층의 생계형 창업이다. 대기업 중심 산업구조와 대기업 취업 선호로 야기되는 청년 일자리 부족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한 자영업 창업 증가와 그에 따른 소상공업 과밀경쟁은 ‘제로섬 게임’ 양상을 벗어나기 힘들다. 모든 소상공인이 ‘백종원’처럼 성공하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적자생존의 시장경쟁시대에 쉽지 않은 게 현실이고, 이 장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소상공인 정책은 중소기업·벤처·스타트업 정책과 상대적으로 빈약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기업가형 소상공인 몇만 개 육성이 목표가 아닌, 모든 세대의 소상공인이 과밀경쟁과 높은 폐업률에서 벗어날 수 있는 보다 포괄적인 소상공인 정책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kch0054@ekn.kr김철훈 유통중기부 기자 김철훈 유통중기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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