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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테마주·작전주 없는 깨끗한 코스피200 기대하며

[에너지경제신문 강현창 기자]최근 거래소가 코스피200 등 주요 지수의 방법론 개선에 나선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금양 등 단기간에 시가총액이 급등락을 반복한 일부 종목이 주요 지수에 편입하면서 지수를 벤치마킹하는 금융투자상품의 수익성에 대해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이 소식을 듣고 생각난 종목이 두 개 있다. 먼저 10년전 상장폐지된 알앤엘바이오다. 알앤엘바이오는 지난 2013년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대상이 됐다. 문제는 당시 알앤엘바이오가 코스피200 구성종목이었다는 점이다. 기업의 체질과는 상관없이 시가총액이 높았던 덕분이다.알앤엘바이오는 결국 줄기세포 추출배양 행위의 적법성 문제와 관계기업과 종속기업에 대한 투자의 적정성 등에 문제를 드러내며 상장폐지된다. 일본 등을 통한 불법 시술과 그에 따른 환자 사망 등의 이슈도 있었다. 결국 알앤엘바이오의 CEO는 횡령과 배임, 관세 포탈, 무허가 의약품 판매, 외부감사에관한법률위반 혐의 등으로 유죄판결을 받았다.논란이 커지면서 거래소는 알앤엘바이오를 상폐 직전에 코스피200에서 제외시켰지만 이미 수많은 투자자들의 돈이 묶인 뒤였다. 결국 알앤엘바이오의 행보와 비슷한 다른 기업이 나타났다. 바로 금양이다.금양은 일명 ‘배터리 아저씨’로 불리는 박순혁 전 홍보이사의 직장으로 화제가 된 곳이다. 한국거래소는 주가지수운영위원회를 개최해 금양을 새로운 코스피200 구성종목에 편입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과거 알앤엘바이오처럼 시총이 높았기 때문이다. 금양은 배터리 관련 회사라는 기대감에 주가가 올랐다. 하지만 실제 회사를 들여다보면 금양은 배터리 회사가 아니다. 사업보고서 등에 따르면 금양은 아직 배터리 관련 매출도 없으며 향후 매출을 기대할 수 있는 연구개발비 사용처를 살펴봐도 배터리 연구를 위해 지출한 비용이 없다. 콩고 리튬광산 개발과 해양 전용 수소전지 개발, 몽골 리튬광산 인수 등의 ‘호재’를 전했지만 검증은 없다. 그럼에도 기대감만으로 시가총액이 오르고 결국 코스피200에 편입했다.이번 거래소의 주요 지수 방법론 개선 작업은 기존의 정량(定量)적인 평가에 더해 투자위험도를 감안한 정성(定性)적인 평가가 반영될 것으로 기대된다.소 잃고 망가진 외양간을 10년 만에 고친다. ‘왜 이제야’라는 아쉬움도 있지만 사실 기대감도 크다. CFD사태와 작전주 난립 등 주식시장의 건전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시기다. 거래소의 조치가 효과를 보기를 기대한다.khc@ekn.kr강현창 기자

[기자의 눈] ‘국민 눈높이’ 층간소음 정책 필요

‘층간소음 시비’로 이웃을 폭행해 숨지게 한 전 씨름선수 A씨가 최근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A씨는 지난해 11월 20일 평소 층간소음 문제로 갈등을 빚던 윗집 주민 B씨와 함께 술을 마시던 중 B씨가 자기 뺨을 때리자 격분해 50분간 총 160차례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층간소음으로 감정이 폭발해 강력범죄로 이어진 사례는 한두 번이 아니다. 지난달에는 층간소음을 이유로 이웃집에 불을 지르려 한 60대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거치면서 층간소음 문제는 더욱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환경부 산하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접수된 민원 건수는 약 4만393건으로 지난 2018년 2만8331건 대비 약 1.4배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물론 정부도 층간소음 문제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지난해 8월 이미 지어진 기존주택은 매트 등으로 층간소음 성능 보강을 지원하고, 앞으로 지을 주택에 대해서는 층간소음 사후확인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층간소음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실효성은 다소 떨어지는 모습이다. 국토교통부가 국회 더불어민주당 조오섭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 말까지 층간소음 매트는 경기도에 1건(230만원)만 지원됐다. 올해 예산은 150억원이 편성됐으나 사실상 전무한 것이나 다름없다. 층간소음은 인정받을 수 있는 기준 역시 지나치게 엄격하다. 지난 1월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 및 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으로 ‘직접 충격소음 1분 등가소음도’는 주간(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39dB(데시벨), 야간(오후 10시부터 이튿날 오전 6시까지) 34dB로 종전보다 각각 4dB씩 낮아졌지만, 여전히 현실적이지 못하다.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에서 실내 소음 기준은 1분 등가소음도의 경우 주간 35dB과 야간 30dB이다. 또한, 현행법상 층간소음 처벌 근거는 경범죄처벌법상 인근소란죄로 10만원 이하 벌금에 그쳐 솜방망이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이마저도 ‘고의성’이 명확하지 않으면 처벌하기 어렵다. 매년 층간소음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끔찍한 사고로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 정책은 국민의 눈높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2023073001001540800075331

[기자의눈] 불공정거래 발본색원 위한 다양한 정책을 기대하며

[에너지경제신문 양성모 기자] 최근 페이스북을 열면 눈에 익숙한 유명인들의 투자성공사례와 더불어 주식정보를 제공하겠다는 광고글이 눈에 띈다. 유명인들을 보면 존리 ‘존리의 부자학교’ 대표를 비롯해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 개그맨 황현희씨,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 장하준 교수 등으로 면면이 화려하다. 하지만 이들 광고 대부분은 사기로 이어질 공산이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16일 현재 페이스북을 보면 개그맨 황현희씨를 사칭한 글이 즉시 눈에 들어온다. 자신이 실제로 수백억의 투자자로 한 서적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며 책을 무료로 받기 위해서는 버튼을 누르라는 광고다. 이를 클릭하면 채팅방으로 연결되고 상담을 통해 일정한 액수를 입금하면 리딩방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이 같은 사기 광고가 판을 치자 존리 ‘존리의 부자학교’ 대표는 지난 8월 공지사항을 통해 "최근 존리 대표 및 존리의 부자학교를 사칭한 계정이 페이스북,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문자 및 SNS 매체를 통해 투자자 모집·투자 권유 및 상담·투자금 입금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면서 "존리 대표 및 존리의 부자학교는 개별 주식 투자에 관한 상담 및 자문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또한 이를 위한 광고 또한 집행한 바 없다"고 썼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해 금감원에 접수된 유사투자자자문업 관련 피해 민원 건수는 총 3442건으로 2020년 1744건에서 97.4%나 늘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 국회는 지난 6월 30일 불공정거래를 저지른 범죄자에게 부당이득액의 최대 2배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그간 적발에만 몰두해왔던 것에서 ‘금융치료’를 통해 한탕주의 기대감을 깨뜨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지만 해외를 거점으로 이뤄지는 사기행각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들을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지속적인 위법행위의 방지와 신속·엄정한 제재를 위해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검찰 등 기관 간 상시 협업체계를 구축하는 등의 노력은 박수받을만 하다. 또한 불공정거래 신고 활성화를 위해 포상금 지급 규모를 기존 20억원에서 30억원으로 한도를 상향한 점과 자진신고자에 대해 과징금 등 감면해주는 리니언시 제도의 도입도 긍정적이다. 모르면 당하는 게 아니라 알면서도 당하는 게 불공정거래로 인한 사기 피해다. 선량한 투자자들의 금전적 피해와 더불어 국내 자본시장의 신뢰를 흔드는 불법적인 거래를 뿌리 뽑기 위한 금융당국의 노력은 지속돼야 한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식의 정책이 아닌 투자자 보호를 위한 선재적인 정책들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양성모 에너지경제 자본시장부 차장

[기자의 눈] 韓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

[에너지경제신문 여이레 기자] ‘어떤 일의 성패를 결정지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시간대’ 골든타임의 사전적 정의다. 최근 미국의 전방위적 제재를 받고 있는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스마트폰에 이어 태블릿PC에도 7나노미터 공정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탑재해 논란이 됐다. 덩달에 중국은 반도체 산업에서 세계 1위로 올라서겠다는 ‘반도체 굴기’를 더욱 강화하는 추세다. 다행인 것은 한국 반도체 산업이 아직 중국을 앞서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3나노 수율을 75%까지 끌어올린 상태다. 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른 전 세계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글로벌 반도체 주도권 경쟁에서 기업들이 초격차를 확보할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하고 있다. 정부는 반도체 투자세액공제 상향 및 임시투자세액공제 재도입, 2조8000억원 규모의 반도체 정책금융을 지원하고 있다. 또 내년 반도체 인재양성 예산도 기존 4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확대했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전 세계 1위 자리를 중국에게 내준 상태다. 중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기업들이 액정표시장치(LCD)를 필두로 공급량을 늘리며 저가 공세를 펼친 결과다. 한국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분야에서 중국을 앞서고 있으나 중국 기업들이 향후 2~3년 내로 우리 OLED 기술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디스플레이 산업은 정부로부터 그 중요성을 인정받아 지난해 11월 국가첨단전략산업으로 지정됐다. 이후 세계 1위 탈환을 위한 산업통상자원부의 △디스플레이산업 혁신전략 수립 △디스플레이 첨단산업 특화단지 지정이 연달아 이어지면서 재도약 계기가 마련된 상태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과 디스플레이 시장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은 지난 2021년 5837억달러에서 오는 2025년 7235억달러로 연평균 8.8%의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디스플레이 시장은 올해 1220억달러에서 오는 2024년 1312억달러로 성장이 예상된다. 중국이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 주도권을 쥐기 위해 매섭게 추격하는 가운데 우리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업계를 선도해나가길 바라본다.산업부_여이레 여이레 산업부 기자

[기자의 눈]  리볼빙 부추기는 카드사...금리폭탄에 내몰린 소비자는

"이렇게 꽉 막히고 어렵고 힘들 때 생을 마감하는구나 하는 걸 절실히 느꼈어요.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었어요." ‘토지’, ‘개국’ 등에 출연했던 액션배우 백찬기씨가 지난 5일 방송된 MBN 다큐멘터리 ‘특종세상’에 출연해 밝힌 심경이다. 백 씨는 카드빚을 감당하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지내는 근황을 함께 전해 안타까움을 샀다.최근 저축은행 대출을 갚지 못한 차주 규모가 지난 코로나19 이후 정점에 달하고, 신용카드 리볼빙이 연내 최고 수준에 도달하는 등 각종 지표들에 따르면 백 씨와 같이 카드빚에 내몰린 저신용자가 급속도로 불어나고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 서비스라고 불리는 리볼빙은 당장 카드값을 갚을 능력이 없는 취약층이나 저신용자가 주로 활용하는데, 연체없이 카드대금을 나눠서 갚을 수 있으나 금리가 18~19%에 달해 서민을 ‘이자 악순환’에 빠뜨릴 수 있다. 카드사들은 리볼빙을 통해 법정 최고 이율인 20%에 육박하는 이자를 취하고 있다. 롯데카드의 리볼빙 평균금리는 17.76%며, KB국민카드와 신한카드도 17%를 넘거나 근방 수준을 보이고 있다. 신용점수 700점 이하의 저신용자의 경우 금리는 더 높아져 KB국민카드의 경우 19.18%에 달한다. 현대카드와 롯데카드, 신한카드, 비씨카드, 하나카드도 18%를 웃돌고 있다. 카드사들은 취약계층이 어려울수록 수익이 늘어난다는 곱지 않은 시선에도 이자를 내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조달금리가 상승하며 리볼빙 수수료율이 덩달아 오르는 구조인데다, 최근 업계가 겪는 수익성 악화로 인해 형편상 더 내릴수가 없다는 게 이유다. 금융당국은 취약차주 보호를 위해 카드사에게 리볼빙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는 한편 소비자에게도 경고 메세지를 지속적으로 보내왔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해 ‘여신전문금융회사 CEO’들을 만난 자리에서 "리볼빙은 불완전 판매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말 그대로 ‘권고’ 수준으로 저신용자 등 서민의 악순환을 끊어내거나 금융사 부실 뇌관에 대한 우려를 그치기엔 무리가 있어보인다. 설상가상 최근 금리인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금리 공시 체제를 개편했으나 취지가 무색한 상태다. 한편, 리볼빙으로 연체율이 늘면 카드사 건전성도 해칠 수 있어 소비자 뿐 아니라 전 업권에도 악영향이 될 수 있다. 모든 지표가 극으로 치닫기 전 소비자 가계부채율과 금융사 건전성 모두를 안정시킬 특단의 대책 강구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pearl@ekn.kr박경현 금융부 기자

[기자의눈] 허울 뿐인 인구특위…저출산 해법 모색 나서야

대한민국 인구수에 적신호가 켜졌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9명이었다. 가장 많은 젊은이들이 몰려 사는 서울 지역에서는 출산율이 무려 0.59명으로 집계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출산율이 1명 이하인 국가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대한민국이 전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초저출산의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지난해 11월 여야가 합의해 올해 2월 인구위기특별위원회(인구특위)를 출범했다. 인구특위는 여야가 특위 구성에 합의한 지 4개월 만인 3월 31일 첫 회의를 열었다. 당시 ‘늑장 특위’라는 비판을 면치 못했음에도 한 달 뒤에 열린 두 번째 회의에서도 주요 국무위원들이 불참하면서 동력을 잃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후 6개월 만인 이달 5일 3차 회의를 열었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이달 말로 활동이 종료될 예정이다. 정부의 저출산 대책도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15년 간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28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효과는 제한적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경제활동인구 확충을 위한 시스템 구축이 불완전한 상태에서 예산 투입에만 급급하다 보니 정책의 사각지대가 발생했고 저출산의 주된 원인들인 높은 부동산 가격, 젊은 층의 가치관 변화, 고용 불안, 젠더 갈등, 출산·육아 비용 부담, 수도권 쏠림 현상과 같은 난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저출생 현상의 배경이 되는 현실은 복잡다단한데 정치권이나 언론에서는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나 대책을 주문한 것이다. 올해 안에 저출산에 관련한 대책이 나온다고 해도 입법 과정을 거치면 한참 뒤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올해 초 정치적 논란으로 인해 저출산 대책을 논의할 시간을 수 개월이나 허비했는데 국민들은 손놓고 정부의 대책을 기다리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는 국가의 존속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다. 정쟁에 휩쓸려 유야무야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인구 위기 대책을 내놓겠다는 정부와 국회는 저출산 문제에 대해서 지금보다 훨씬 더 진지한 접근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자금 투입 접근 방식인 현금 살포식 지원은 일차원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저출산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다각도의 시각과 장기적인 관점을 통한 근본적인 해결책 모색과 적극적인 실행이 시급하다. ysh@ekn.kr윤수현 증명사진

[기자의 눈] 정부, 전기차 충전 인프라 문제 외면 그만해야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은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변하고 있다. 국내에선 상황이 다르다. 업계가 분주히 사업 재편과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전기차 판매량은 주춤하고 있다. 정부는 부랴부랴 전기차 보조금 인상 정책 등을 내세워 수습에 나섰지만 근원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은 아직이다. 문제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전기차는 지난 5월 기준 누적 등록 대수 45만대를 돌파했지만 고속도로의 전기차 충전소는 부족한 상황이다. 최근 한국도로공사가 국정감사를 위해 제출한 ‘전기차 충전시설 현황 자료’에 따르면 현재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는 총 206개인데 비해 전기차 충전소는 1015개로 휴게소 당 평균 4.9개에 그치고 있다. 또 현재 고속도로 휴게소에 설치된 50kw급 급속충전기는 892기(88%), 200kw급 초급속 충전기는 123기(12%)에 불과하다. 고속도로 휴게소 시설에 평균 4.9개 설치된 전기차 충전시설에 이용자들이 몰릴 경우 충전에 많은 불편함을 겪을 수 밖에 없다. 고속도로 충전소에 가보면 상용 전기트럭이 점령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상용트럭의 경 우 주행거리가 약 210km 밖에 되기 때문에 고속도로 충전소를 보통 이용 한다. 때문에 일반 전기차 소비자들은 고속도로 충전소에서 속절없는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이번 추석 황금연휴 동안에도 충전소 앞에 길게 줄지어 선 전기차 행렬을 여러번 목격했다. 정부는 최근 전기차 판매량이 둔화세에 접어든 데 대한 원인을 ‘가격’에서 찾은 모양이다. 정부는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보조금을 증액하기로 결정했다. 소비자들의 전기차 구매욕을 끌어올리는 차원이다. 이로써 기본 판매 가격 5700만원 미만의 전기 승용차에 지급하는 국비보조금이 기존 최대 680만원에서 780만원까지 늘어났다. 전기차 제작사가 전기차 가격을 할인해주면 할인폭에 비례해 보조금을 늘려주는 방식이다. 물론 가격도 중요하다. 문제는 아무리 저렴해도 충전할 곳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전기차도, 공을 들인 정책도 무용지물이 된다는 것이다. 이미 전기차를 구매한 소비자들과 전기차 구매 의향자들이 원하는 건 일시적이고 단편적인 보조금의 문제가 아니다. 충전 인프라 문제가 해결돼야 소비자들은 안심하고 전기차를 구매한다. 정부는 장기간, 대규모 재정 투입을 통한 충전 인프라 확충을 가장 우선시해야 한다. kji01@ekn.kr김정인 산업부 기자 김정인 산업부 기자

[기자의 눈] 서울 내 ‘하이퍼엔드’ 아파트 시장, 마냥 좋을까?

과거 우리나라의 자산가들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종로구 평창동, 성북구 성북동 등지의 개인주택에 거주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반면 미국 뉴욕의 자산가들은 센트럴파크를 둘러싼 고액 아파트 단지에 거주해 왔다. 이러한 흐름을 따라가듯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도 최근 가구당 100억대를 뛰어넘는 이른바 ‘하이퍼엔드’ 아파트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전용면적 200㎡ 입주권이 100억원에 거래돼 시장에 놀라움을 안겼으며 지난 3월에는 한남동 ‘한남더힐’ 240㎡가 110억원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 3년 연속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 1위를 차지한 강남구 청담동 ‘더펜트하우스청담’ 전용면적 273㎡의 최근 거래 금액은 145억원이었으며, 국내 최고 분양가로 알려진 서초구 방배동 ‘마제스힐’ 전용면적 273㎡의 분양가격은 500억원에 달했다. 이처럼 하이퍼엔드 아파트 단지가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이러한 현상이 도화선이 돼 서울의 아파트값이 전체적으로 상승함과 동시에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들었다. 실제 뉴욕의 부촌으로 평가받는 맨해튼 내에서는 최근 상위 아파트 가격이 오르고 하위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는 등 양극화 현상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서울의 양극화 현상 또한 눈에 띄게 심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이에 대한 우려는 커져만 가고 있다. 지난 8월까지 서울 내 15억원 초과 아파트 거래량은 전체의 17.5%를 차지해 국토교통부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6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량은 전체 25.6%를 차지하는데 그쳐 역대 최저치로 집계됐다. 일각에서는 향후 한강변을 중심으로 초고급 아파트 재건축이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서울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일부의 예상처럼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아파트를 소유 중심에서 이용 중심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양극화가 최고조에 달한 뉴욕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부디 정부가 양극화 해소를 위한 정책 마련을 고려하기를 바라본다.증명사진

[기자의 눈] ‘정치놀음’에 휘둘리는 증권가

[에너지경제신문 성우창 기자]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회 정무위원회 증인 의결 논의가 장기화하고 있다. 현재 여야가 입장차를 보이고 있는 안건은 라임사태에 연루됐던 증권사의 최고경영자(CEO) 소환 여부다.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특혜성 환매 의혹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가운데, 여권에서는 미래에셋 등 증권사를 불러 라임 사태의 전면 재조사를 따지겠다며 벼르는 중이다. 그 이면에는 전 정권에서 일단락됐던 라임 사태를 다시 한번 들춰내 현 정권의 존재감을 부각하겠다는 심리도 엿보인다.공공연한 사실이지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치적 만들기’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 원장 스스로는 늘 내년 총선 출마 여부를 부정해 왔지만, 대부분 사람은 사실상 출마가 확실하다고 보는 분위기다.금투업계 일각에서는 라임 사태 재점화 이슈의 경우 이 원장조차 스스로 논란거리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감독기관으로서의 사명보다는 정치 논리에 의한 전략적 의혹 제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이 원장의 ‘쇼맨십’은 올 상반기부터 조짐이 엿보였다. 올해 5월 이 원장이 이례적으로 증권사 수장들과 함께 해외 순방을 떠났을 당시에도 업계에서는 ‘금융감독 기관의 장이 왜 국내 금투업계의 영업사원 역할을 하는가’라는 의문이 다수 제기됐다. 최근에도 이 원장은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을 포함한 금융업계 수장과 함께 유럽 등지로 해외 출장을 다녀온 바 있다. 이외에도 이런저런 이슈 등을 통해 매스컴에 금감원장의 얼굴이 비치는 일이 잦으며, 그 결과 역대 금감원장 중 이 원장에 대한 주목도와 지명도는 가히 역대 최고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하지만 이 시점에서 금감원이 맡은 역할이 무엇인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일부 개선되긴 했지만 여전히 국내 증시에 커다란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지속되고 있고, 새로운 디지털 질서에 대한 규제 개선은 지지부진하다. 타 선진국에 비해 기를 펴지 못했던 코스피 지수는 다시금 고유가, 고물가, 고금리라는 악재에 직면하며 가파르게 하락세를 타고 있다.국민의 불만을 돌리기 위해 금융권을 향한 채찍질만 거듭하는 금감원이지만, 정작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움직임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금감원장이라는 무거운 직책을 정치권 진출을 위한 발판으로만 쓴, ‘빈 수레만 요란’했던 역대 최악의 금감원장으로 남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할 시점으로 생각된다.suc@ekn.kr

[기자의 눈] 부동산 맹탕 공급대책이 주는 메시지

정부가 추석 전 발표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이 시장 영향에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번 대책에 담긴 공공주택 공급물량 확대 및 공공택지 전매제한 완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 보증 규모 확대 등은 ‘공급 대책’보다는 막힌 혈을 뚫어주는 ‘수습 대책’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먼저 매각되지 않는 용지나 진행되지 않은 민간 추진 공공택지를 공공주택사업으로 전환한다는 것은 ‘조삼모사’라는 지적이다. 공급을 추가한다는 의미가 아닌, 사업성이 좋지 않은 곳을 공공이 대신 책임진다는 수준으로 해석해서다. 또 기존 공공택지 중 사업성이 안 좋아서 팔리지 않은 것을 전매제한 완화한다고 해서 팔릴 지도 의문이다. 신규 공공택지 후보지 발표를 앞당기는 것도 체감이 어렵다. 이미 발표된 신규택지들의 토지보상마저도 헤매는 실정이기에 후보지 발표 조기화가 공급 안정화 시그널을 줄 수 있을지 실효성이 의심된다.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주체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인데, 현재 국토교통부가 전면에 서서 철근누락을 조장한 ‘LH 때리기’를 하고 있는 마당이라 추진력이 얼마나 붙을지도 알 수 없다. PF대출 보증규모 확대 등은 건설업계에서 반길 일이다. 다만 이는 기존에 멈춰있던 공급을 풀어주는 정도의 수준일 뿐 신규 공급을 활성화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업계 평가다. 본래 처음부터 정부 대책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국토부에서도 ‘법 개정 없이 추진 가능한 과제 중심’이라고 할 정도로 할 수 있는 것이 얼마 없다. 여전히 대책 발표 말미에는 재건축 초과이익 산정체계 완화, 1기 신도시 지원 등 노후계획도시특별법 제정, 실거주 의무 폐지 관련 주택법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국회에 호소하는 내용을 담는다. 결국 정부의 맹탕 공급정책은 정치적 메시지로 연결된다. 할 수 있는 것이 없지만, 기대를 품게 하면서도 시장에 자극을 주지 않고 평탄하게 흘러가길 바라는 마음, 또 공은 국회에 있다고 넌지시 던지는 마음이 내년 총선을 위한 행보로 느껴지고 있다. 시장 반응은 허탈하다. 정부가 "추석 전 공급대책이 나온다"고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며 수요자들의 기대를 한껏 끌어 올렸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요자는 총선 전까지 보수적으로 시장을 관망하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김준현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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