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기자의 눈] 강제연장 방지 당근 빠진

[에너지경제신문 김유승 기자] 정부가 현행 주52시간제 근로시간을 완화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윤석열 정부 들어 지난해 한 차례 개편을 시도하려다 국민 반대 여론에 부딪혀 무산된 뒤 지 채 1년도 안되는 ‘숨고르기’를 하다 재추진 카드를 빼든 것이다.고용노동부는 지난 13일 제조업, 건설업, 연구·공학, 보건·의료직 등 일부 직종에 한해 현행 주 52시간의 근로시간를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안은 지난 3월 전체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이 국민의 거센 반발을 사 실패한 지 약 8개월 만에 내놓은 수정안이다. 지난 3월의 실패를 보완하기 위해서일까, 고용노동부는 이번 시도에서 지난 6∼8월 국민 약 6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근로시간 관련 대면 설문조사 결과를 추진 근거로 내밀고 정부 일방진행이 아닌 노사 간 합의를 거쳐 근로시간 개편을 추진한다는 형식적 절차를 갖췄다.대국민 설문조사가 아니더라도 정부가 근로시간제도 개편 작업에 손을 떼지 못하는 것은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들로부터 주 52시간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중소 제조업체 대표는 "제조업은 일반업종과 특성이 다르다"면서 "추석·설 등 명절 대목을 맞아 일감이 들어왔을 때 납품 기한을 맞출 수 있도록 바짝 일하고, 일감이 없을 때는 푹 쉴 수 있도록 하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며 주 52시간제 개편 필요성을 호소했다.그럼에도 일반국민들의 반대가 꺾이지 않는 이유는 한국이 최장근로시간 국가라는 오명을 쓰고 있을뿐 아니라 윤석열 정부의 기업친화정책에 상응하는 근로자가 체감할 수 있는 노동정책이 없는 가운데 근로시간 개편으로 ‘일하는 시간’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많기 때문이다.실제로 최근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여전히 장시간근로 비율이 17.5%로 유럽연합 국가들의 수치인 7.3%에 비해 2배 이상 높았다. 전체 근로자의 연평균 근로시간도 지난해 기준 1901시간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8개 회원국 가운데 튀르기예·콜롬비아를 제외한 나라 중 멕시코(2226시간), 코스타리카(2149시간), 칠레(1963시간)에 이어 상위 4위를 차지하고 있다.또한, 지난 13일 ‘공짜 야근’의 주범으로 불리며 주52시간제 개편의 최대 걸림돌로 꼽혀온 포괄임금제 오남용 방지 법제화도 좌절되는 등 ‘보상 없는’ 연장근로를 근절할 법적 개선 방안도 마련되지 않았다. 정부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이 장시간 근로가 필요할 때 바짝 일하고 쉴 때 몰아쉴 수 있어 근로자에게도 좋은 제도라며 전형적인 ‘탁상행정 논리’를 펴고 있다. 가뜩이나 워라밸(일과 여가생활의 균형)을 추구하는 20~30대 MZ세대들이 노동시장 편입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작금의 현실에서 근로자의 편의를 보장할 수단 없는 근로시간 개편안 추진은 연장 근로의 명분을 위한 것이라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계에서 연장근로를 계속 요구하는 만큼 정부가 정말 국민 공감대를 형성해 근로시간 개편안을 추진하고 싶다면 강제 연장노동 금지 관련 법제화 등 일반 근로자와 그 가족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는 강력한 메시지를 함께 제시해야 할 것이다. kys@ekn.kr김유승 유통중기부 기자.

[기자의 눈]

현대자동차·기아가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하면서 연일 박수를 받고 있지만 국내 중견 완성차 3사인 한국지엠, KG모빌리티, 르노코리아자동차는 마냥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내수 부진으로 점유율 두 자릿수를 넘지 못하는 상황인데다 수입차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젠 본격적으로 북미, 유럽, 중동 등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할 때다. 올해 1~9월 중견 3사 승용차 판매량은 9만7100대다. 국내 완성차 브랜드 전체 판매량 중 10.6%에 불과한 수치다. 기업별로 살펴보면 KG모빌리티 5만984대, 한국지엠 2만9056대, 르노코리아 1만7060대다. 중견 3사 내수 점유율은 그간 두 자릿수를 거뜬히 넘었다. 2017년엔 22%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 꾸준히 감소하며 지난해엔 11.4%로 반토막이 났다. 올해는 최저 점유율을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달만 해도 이들의 성적표는 처참하다. 한국지엠·르노코리아자동차·KG모빌리티의 지난달 판매량은 5만8435대로 국내 완성차 5개 사의 전체 판매량의 8.41%에 그쳤다. 같은 기간 현대차는 9.6% 증가한 37만7986대를, 기아는 7.7% 늘어난 25만7709대를 판매했다. 중견 3사는 수입차에도 밀리는 상황이다. 지난 9월 판매량을 보면 KG모빌리티 4069대, 한국지엠 2632대, 르노코리아 1651대 수준에 그쳤다. 같은 기간 메르세데스-벤츠는 6971대, BMW는 6188대를 판매했다. 향후 현대차·기아 또는 수입차로 향하는 소비자 쏠림 현상은 심화될 것이다. 현대차·기아는 신차 개발·생산, 플랫폼 개발, 공급망 확보 등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진행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 점에서는 이기지 못할 싸움이다. 이젠 생각을 다르게 해 봐야 할 때다. 국내 시장을 놓지는 말되 시야를 해외 시장으로 넓힐 필요가 있다. 실제 글로벌 시장에선 나쁘지 않은 성적을 보였다. 한국지엠은 올해 국내에선 부진하지만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랙스 북미 수출이 성공하면서 수출 물량이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성장했다. 올해 1~9월 한국지엠 수출은 29만4263대로 전년대비 81.4% 증가했다. 내수판매에 비해 10배 많은 수준이다. 지난 9월 해외 판매는 전년대비 66.2% 증가한 총 3만3912대를 기록하며 18개월 연속 전년대비 성장세를 이어갔다. 또 3분기 누적 수출만으로도 이미 작년 연간 수출량을 넘었다. 이대로 밀리기엔 중견 3사의 기술력과 노하우가 너무 아깝다. 가끔은 ‘이렇게 잘 만든 차가, 이렇게 가성비 좋은 차가 밀린다니’라는 아쉬움이 든다. 이젠 ‘아픈 손가락’처럼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꼭 더 큰 물에서 기량을 뽐내길 응원한다. kji01@ekn.kr김정인 산업부 기자 김정인 산업부 기자

[기자의 눈] 민주당, 200석 낙관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과 지난달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압승으로 민주당의 ‘낙관론’이 커지다 못해 방심한 모양새다. 최근 민주당 사이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200석 발언’이 연이어 나왔다. 현 전체 의석 300석의 3분의 2인 200석을 차지하면 모든 법안 처리가 가능하다. 이번 정권에서도 있었던 대통령 거부권도 한 번은 쓸 수 있지만, 국회에서 200명 이상이 찬성해 재의결하면 무력화된다. 개헌은 물론 대통령 탄핵소추까지 추진할 수 있어서 사실상 200석은 ‘절대 의석’으로 불린다. 이번 200석 발언으로 화들짝 놀란 민주당 지도부는 직접 나서 자중을 당부했다. 이 대표는 비공개 회의를 통해 "모든 선거를 앞두고 절박한 심정으로 임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익표 원내대표도 "우리 스스로 오만하거나 다 이긴 것처럼 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의를 줬다. 다만 현재 민주당의 모습에서는 ‘절박함’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은 정책적 이슈 선점 경쟁에서는 국민의힘의 ‘김포 서울 편입’과 ‘공매도 금지’에 끌려다니고 있다. ‘총선용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에만 머물며 여당의 연쇄적인 ‘개혁’ 프레임에 갇혀 있는 것이다. 정책 주도권을 빼앗긴 민주당은 의석수를 앞세운 다수당의 힘 과시에만 몰두하고 있다. 우선 지난 9일 ‘노란봉투법’과 ‘방송법’을 여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단독으로 처리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지만 절대 다수 의석으로 밀어붙인 것은 지지층에 총선용 보여주기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 정부 인사에 대한 본격 ‘탄핵 카드’까지 남발하고 있다. 민주당의 현 정부 인사에 대한 공직 박탈 시도는 박진 외교부장관 해임건의안을 시작으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한덕수 국무총리,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까지 네 번이나 있었다. 이번에는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이정섭·손준성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도 벼르고 있다. 이번 탄핵은 실제 파면이 목적이라기 보다는 총선 전까지 방통위의 손발을 묶어두고 이 대표에 대한 수사를 지연시키려는 정략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 대표는 최근 ‘3% 성장론’을 주장하고 나섰으나 이 역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청년 복지 정책 재원 마련을 위한 마땅한 해결책도 없는 상황이다. 이 대표는 3% 성장론과 함께 제안한 ‘청년 대중교통 3만원 패스’의 재원 조달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예산소요액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변하며 준비가 되지 않은 허술한 모습을 보였다. ‘변화’와 ‘혁신’을 보여주겠다던 민주당은 온데 간 데 없이 ‘방탄 탄핵’에만 몰두하는 모습이다. 구속영장 기각과 강서구청장 승리의 기쁨은 이제 잊어야 한다. 한달 새 여론 지지율 추이도 낙관적이지 않다. 실제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리얼미터가 11월 9일부터 이틀간 정당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민주당 정당 지지율은 45.5%, 국민의힘은 37%로 집계되면서 한 달 사이 민주당 지지율이 5.2%포인트 떨어진 반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5.0%포인트 올랐다. 민주당은 최근 국민의힘의 맹추격에 쫓기고 있다. 사사건건 정부와 여당을 물고 늘어지는 민주당의 행태는 독이 될 뿐이다. 상승장은 끝났다. 근거 없는 낙관론은 잊고 진정 민생을 위한 민주당이 되어야 할 때다. ysh@ekn.kr윤수현 증명사진

[기자의 눈] 슬금슬금 오르는 서울 아파트 분양가, 그 대책은?

서울 아파트 분양가가 빠른 속도로 올라가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 ‘민간아파트분양시장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서울 아파트 3.3㎡(평)당 분양가는 약 2921만원이었던데 반해 지난 8월 평당 분양가는 약 3180만원으로 약 14개월 만에 12.73% 가량 상승했다. 국평이라고 불리는 84㎡를 기준으로 했을 때 서울에서 분양하는 아파트 대부분의 단지들은 10억원이 넘어가며, 이제는 수도권에서 그 이상의 가격을 목격하는 것도 대수롭지 않은 일이 돼버렸다. 상황이 이렇게 변하자 오히려 분양가상한제(분상제)가 적용되는 강남권 아파트들의 가격이 합리적으로 보이는 것은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올 들어 부동산시장 회복세로 인해 아파트값이 지속적으로 오르자 수요자들은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 및 추가 상승 여력이 높은 수도권 분양시장에 몰리며 한동안 호황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금융권의 대출 제한 및 고금리 영향으로 분양시장이 주춤하자 고분양가의 부작용이 하나 둘 씩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서울 동대문구 이문·휘경뉴타운의 대장 단지로 손꼽히던 이문동 ‘이문아이파크자이’는 지난달 31일 1순위 청약을 마감한 결과 총 787가구 모집에 1만3280명이 신청해 평균 16.8대 1이라는 상대적으로 저조한 경쟁률을 기록했으며, 3개 타입은 청약자가 모집가구의 5배수에 미치지 못해 2순위 청약을 실시하게 됐다. 올 들어 호조세를 보인 서울 및 수도권 청약 시장을 감안할 때 이 같은 흥행 참패에는 높은 분양가가 주요했다는 분석이 뒤따르고 있다. 이문아이파크자이의 3.3㎡(평)당 분양가는 3550만원으로 최고가 기준 전용면적 84㎡의 가격은 13억원 이상을 호가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분양시장 상승세가 한풀 꺾인 지금부터 이러한 고분양가 관련 부작용이 지속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확실시되며, 이러한 전망이 현실이 될까 우려된다. 강북 및 수도권의 경우 분상제가 적용되지 않을뿐더러 입지도 강남권에 미치지 못해, 고분양가 논란과 이로 인한 부작용들은 향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강남권에서의 분양은 자주 없을뿐더러 분상제의 영향으로 향후에도 흥행이 계속될 것이라는 의견을 표출했다. 이를 감안할 때 앞서 주택 당국이 부동산시장 주요 투기 우려 지역에 분상제를 적용했듯이, 고분양가와 이로 인한 부작용에 대한 해결책을 조속히 마련해 수요자들의 우려를 잠재워주길 간절히 기대해본다.증명사진

[기자의 눈] 카카오, 얄밉지만 이건 좀...

[에너지경제신문 성우창 기자] 올해 카카오 관련 기사를 쓸 때는 비판 기사를 더 많이 썼던 것 같다. 관련 주식을 조금 가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카카오의 행보에서 도저히 옹호할 거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주식은 하락 일로를 걷는데 주가 부양에 대해서는 심드렁한 태도를 보였던 카카오 취재 과정은 지금도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화가 치밀곤 한다.그런 내가 보더라도 최근 정부의 ‘카카오 때리기’에는 눈살이 찌푸려진다. ‘친기업’을 표방했던 윤석열 정부는 출범 당시부터 카카오에 대해서만큼은 그 어느 곳보다 견제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올해 역시 상반기부터 플랫폼 규제 도입 검토, 카카오모빌리티 문제로 공정위원회가 공개적 비판을 가했고, 지금은 금융감독원이 주 공격수로 나선 모습이다.급기야 윤 대통령마저 직접 나서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달 윤 대통령은 직접 ‘카카오’라는 기업명과 함께 "매우 부도덕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의 주가조작 문제로 김범수 창업자를 금감원에 출석시킬 때는 사라졌던 포토 라인을 부활시키기까지 했다. 얼마 전 사우디아라비아 순방에 나섰을 때는 라이벌 기업 네이버 관계자는 대동시켰으나 카카오는 목록에서 빠졌다. 정부의 노골적 박해로 해석될 수 있는 모습이다.카카오가 성장 과정에서 여러 부도덕한 모습을 보였던 것은 사실이지만, 시총 20조(코스피 17위)에 달하는 대기업을 시장에서 퇴출시키려는 기세에 오히려 ‘시장 왜곡’을 우려해야 할 처지가 됐다. 오히려 윤 정부에 대한 좋지 않은 평가를 더욱 증폭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지금 시민들은 늦은 새벽 카카오T 서비스가 없다면 집에 귀가하기 어려울 지경이며, 여전히 많은 사람이 카카오톡을 주 메신저로 사용하고 있다. 단순히 카카오 주주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 대다수의 생활 편의성에 관한 문제다. 나아가 물밑에서 성장을 꾀하고 있는 미래의 ‘카카오’들도 행여나 다음 희생양이 될까 혁신을 주저하게 될 계기가 될 수 있다. 지은 죄가 있다면 그에 따른 처분은 이뤄져야 하지만, 도가 지나친 정치적 제스처로 일선 기업에 필요 이상의 압박을 가해지는 일이 이 이상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suc@ekn.kr

[기자의 눈] 보증보험 가입 가능 전세 빌라의 품귀현상

"보여줄 전세 매물은 많은데 보증보험 되는 매물만 찾다보니 보여줄 매물이 확 줄어드네요." 서울시 강서구 화곡동, 영등포 신길동, 영등포시장역, 마포구 도화동·염리동 등 일대 공인중개사들이 공통으로 전하는 말이다. 전세사기 급증 및 역전세, 깡통전세를 방지하고자 정부가 임대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강화하는 바람에 이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임대보증보험 요건 강화는 쉽게 주택가격이 3억원이라면 전세금이 3억원(100%)이어도 임대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던 것을, 2억7000만원 이하(90%)여야만 가입이 허용되도록 개선한 내용이다. 반환을 보장하는 금액이 줄어든 것이기에 임대인들이 보증보험 가입 의무를 지키기 위해서는 전세금을 낮춰야 한다. 특히 주택가격 산정은 이전에 공시가격 150%까지 인정해줬지만 이젠 140%까지만 인정해주기에 임대 보증보험은 공시가격의 126%(공시가격 적정비율140%*전세가율90%)여야만 가입 기준이 된다. 이는 전세가격을 떨어뜨리는 정부의 묘수다. 전세가격이 떨어지니 세입자가 반겼으나, 아파트 전세로 거주할 형편이 안 되는 예비 임차인들이 보증보험이 가능한 빌라 등 전세매물 자체를 찾기가 버거워졌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반전세로 불리는 보증부월세로 전환된 매물이 많아져 오히려 세입자 월 부담금만 늘어나게 됐다. 빌라, 오피스텔 등 비(非)아파트 전세 기피현상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있었는데 현실로 다가왔다. 상황이 반전되다 보니 세입자들이 전세 빌라보다는 소형 아파트 반전세, 월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전세금 떼일 걱정이 빌라보다는 훨씬 덜하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경제만랩이 집계한 자료에도 잘 나와 있다. 그러나 직주근접과 역세권, 풀옵션 등이 필요한 세입자가 상급지에서 하급지로 밀려나가는 것을 꺼려하거나, 환승이 잦아지는 부분을 생각하면 모두가 소형 아파트를 거주하겠다는 생각을 하진 않을 것이다. 전세사기를 방지하겠다는 정부의 대책에는 긍정적이나, 실거주 임차인이 거주 가능한 매물의 선택 폭을 넓힐 수 있도록 합리적인 보증보험 가입 책정과 적정한 매매 가격산정 방법을 찾는 등 좀 더 세밀한 제도개선이 요구되고 있다.건설부동산부 ㅇㅁ

[기자의 눈] 이통사에 집중된 요금인하 압박이 아쉬운 이유

[에너지경제신문 윤소진 기자] 얼마 전 선택약정 할인에 재가입했다. 휴대폰을 구입하면서 가입했던 2년의 약정 기간이 종료했기 때문이다. 기자가 이용하고 있는 요금제는 KT의 5G 넷플릭스 초이스 베이직으로 월 9만원에 무제한 음성과 데이터를 제공한다. 선택약정 25% 할인을 적용하면 요금은 월 6만7500원으로 줄어든다. 요금제 혜택으로 월 1만원 상당의 넷플릭스를 무료 구독할 수 있는 것을 감안하면 모바일 이용으로만 쓰는 돈은 부가세를 더하더라도 월 6만원 남짓이다. 최근 만난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이통사에서 5G 무제한 등 고가요금제에 가입해 사용하는 이용자들은 실상 저가 요금제나 중간 요금제가 나와도 크게 이동하는 경향을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통사에서 아무리 저렴한 요금제 라인업을 선보여도 알뜰폰보다 저렴하긴 어렵다"며 "이통사가 요금인하 압박으로 비교적 저렴한 요금제를 내놓고 있지만 실상 타겟하는 고객은 무제한 고가 요금제 이용자다. 정말 통신비 다이어트를 원하는 이용자는 알뜰폰으로 이동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실제 기자도 휴대폰 개통 시 가입했던 위 요금제를 단 한 번도 변경하지 않았다. 이통사에서 제공하는 멤버십 혜택이 쏠쏠하기도 하고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구독 등 이용 중인 서비스를 변경하는 게 번거로워서다. 그간 정부와 국회는 가계 통신비 인상의 주범을 이통사의 고가 요금제로 보고 요금 인하 압박을 지속해 왔다. 이에 이통사들이 5G 중간요금제를 출시했지만, 큰 수확이 없었던 것을 보면 이통사의 신규 요금제 출시가 과연 국민의 가계 통신비 인하를 위한 정답일지 의문이 든다. 통신 요금을 큰 폭으로 줄이고 싶다면 알뜰폰의 이동이 훨씬 효율적일 것이다. 소비자 관점에서 봐도 이통사의 무제한 5G 요금제를 이용하는 이유는 다양한 혜택과 양질의 서비스, 오프라인 매장의 접근성, 앱·웹에서의 편의성 등이다. 혜택과 편의성을 다소 포기하고 월 통신비 부담을 줄이려는 이용자들은 이미 알뜰폰으로 대거 이동했다. 또 최근에는 통신물가 상승이 통신요금 보다 고가의 단말기 할부금 때문이라는 시각도 커지고 있다. 이통사에 반복되는 요금 인하 압박보다는 그보다 먼저 통신 품질이나 고객 서비스 강화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정부와 국회가 이통사에 대한 요금인하 압박에 나서는 동안 알뜰폰 활성화 정책도 뒷전으로 밀린 모양새다. 이제는 국민의 실질적인 통신 서비스 이용 환경 향상을 위해 더 많은 고민을 기울여 주길 바란다. sojin@ekn.kr반명함 윤소진 산업부 기자.

[기자의 눈] 늦깎이 한국 mRNA, 글로벌 톱티어 늦지 않았다

[에너지경제신문 김철훈 기자] 우리 기업과대학들이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급부상한 메신저리보핵산(mRNA) 기술 확보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달 가톨릭대학교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개발한 mRNA 백신의 핵심기술인 ‘지질나노입자(LNP) 전달체’ 제조기술을 SML바이오팜에 이전하는 협약식을 개최했다. 같은 달 연세대학교 연구진은 기존 mRNA 코로나19 백신에 사용된 지질나노입자 전달체의 문제점을 개선한 나노 튜브 형태의 새로운 mRNA 전달체를 개발했다. 또한, 동아쏘시오그룹 계열사 에스티팜도 이화여자대학교와 손잡고 상온에서 보관 가능한 mRNA 전달체 개발을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코로나 백신 등 mRNA 의약품은 ‘내용물’인 mRNA 못지않게, 불안정하고 쉽게 분해되는 mRNA를 감싸 안정적으로 세포 내에 운반하는 ‘포장재’인 mRNA 전달체 개발이 중요하다. 10여 년 전 개발된 mRNA 기술이 코로나 팬데믹 때 처음 상용화될 수 있었던 것도 운반체인 지질나노입자 개발에 성공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평가이다. 그러나, 학계에 따르면 현재 mRNA 전달체로 사용되고 있는 지질나노입자는 아직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 먼저, 지방질 혼합물로 만드는 현재의 지질나노입자는 열에 매우 약해 영하 20~70℃에서 보관·운송해야 한다. mRNA는 기다란 실 모양인데 기존 지질나노입자는 동그란 공 모양이라는 것도 불안정성을 높인다. 이 때문에 지질나노입자가 원치않은 타이밍에 분해돼 mRNA가 체내 정확한 지점에 도달해 작동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일부 학자는 기존 코로나19 백신의 부작용이 mRNA 자체보다 전달체인 지질나노입자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우리나라 mRNA 기술은 미국·유럽보다 3년 가량 늦었지만, mRNA 전달체 분야는 아직 글로벌 차원에서 독보적인 선두기업이 없어 우리에게도 추월할 기회가 많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제약사·바이오벤처를 위시해 대학·정부가 ‘원팀’을 이뤄 투자와 정책 지원에 매진한다면 자동차·조선 산업처럼 mRNA 분야도 우리나라가 후발주자로 출발했다가 글로벌 톱티어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kch0054@ekn.kr김철훈 김철훈 유통중기부 기자

[기자의 눈] 국민의힘, 간판 바꾸고 혁신위 출범했지만 여의도 반응은 ‘글쎄’

"간판만 바꾼다고 새로워지는 게 아니다. 혁신을 외치려면 본인들의 몫부터 내려놔야 한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에서 참패한 국민의힘이 최근 ‘김기현호 2기’를 구성하고 혁신위원회까지 출범했지만 정치권 안팎의 여론은 이처럼 싸늘하다. 여론의 냉랭한 시선은 혁신위 안건에도,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밀어 부치는 ‘김포-서울 편입론’까지 찬바람을 불어 넣고 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국민의힘 안팎으로는 당 지도부 사퇴론까지 불거졌다. 하지만 김기현 대표는 "총선 패배 시 아예 정계를 떠나겠다"는 배수진을 친 채 지명직 당직자만 바꾼 ‘2기 지도부’를 구성했다. 식당 주인이나 레시피는 그대로인 채 간판만 바뀐 셈이다. ‘공천 사령탑’이 될 사무총장에는 대구·경북(TK) 지역의 친윤석열(친윤)계열인 이만희 의원이, 인재영입위원장에는 이철규 전 사무총장이 올랐다. ‘윤심 공천·회전문 인사’란 논란이 불거지는 이유다. 국민의힘은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겠다며 ‘2기 지도부’와 혁신위를 꾸렸지만 내놓는 안건마다 ‘갑론을박’이 따르고 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 내부에서는 진정한 혁신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며 "혁신위 명단이 발표되자 일각에서는 지금까지 당을 위해 일했고 앞으로도 당에 건강한 쓴소리를 해 줄 젊은이들을 외면했다는 평가도 나왔다"고 말했다. 혁신위는 ‘1호 안건’으로 당내 통합을 내세운 ‘대사면’ 이어 ‘2호 안건’으로 △국회의원 숫자 10% 감축 △불체포특권 전면 포기 당헌당규 명문화 △국회의원 세비 삭감 및 국회의원 구속 시 세비 전면 박탈 및 본회의·상임위원회 불출석 시 세비 삭감 △현역의원 평가 후 하위 20% 공천 원천 배제 등 4개 안건을 의결했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당 지도부, 중진, ‘친윤’은 불출마하거나 험지인 수도권에 출마해라"는 요구도 강력하게 했다. 중역을 맡은 당내·원내 인물들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취지지만 정작 혁신위원장과 위원들은 자신들의 출마 여부에 대해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채 공천 룰이 될 수 있는 안건을 내놓고 있다. 국회의원을 보좌해야 하는 보좌진들 사이에서는 ‘국회 보좌진 축소’ 안건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크다. 일부 보좌진들은 "일부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 국회의원 보좌진 수가 많다는 건 알지만 갑자기 그 규모를 줄이는 건 실현 가능성이 낮다"며 "쓸데 없는 일을 줄인다면 몰라도 지금 보좌진 세계의 상황에서는 규모를 줄이는 게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당 지도부가 당론으로 꼽은 ‘김포-서울 편입론’ 역시 당내에서도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일부 당 관계자들은 "정말로 김포시가 서울시에 편입이 되냐 안되냐를 떠나 국면 전환에는 성공했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평론가들은 "실제로 각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섣부른 판단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내비쳤다. ‘집에서 인정받지 못하면 나가서도 기를 펴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여야 대립이 극단적인 상황에서 총선을 이겨야 한다는 목표가 있다면 당내 통합이 우선이다. 당내에서 인정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안건의 추진력이 생긴다. 하지만 정작 지도부는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음에도 무늬만 탈바꿈에 그쳤고 혁신위는 당내 의견 조차 설득하지 못할 안건들을 내놓기 바쁘다. 국민의힘은 민생과 정책을 책임지는 여당인 만큼 표면적인 ‘혁신’과 ‘개선’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실현 가능한 그리고 다수가 공감할 만한 정책을 개선하는 데에 힘써야 한다. claudia@ekn.kr오세영 기자수첩

[기자의 눈] 플라스틱 쓰레기가 부족해서 난리라는 재활용 업계

"재활용 업계는 플라스틱 폐기물 쓰레기가 없어서 난리입니다." "폐기물을 수입할 수 있다면 수입이라도 해오는 게 나을 정도예요." 재활용 업계는 현재 폐기물을 확보하기 위한 전쟁이 한창이다. 언론 대응도 시작했다. 폐기물이 부족해서 사업을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토로한다. 쓰레기 산이 심각한 사회문제라고 들은 기억이 있어 폐기물이 부족하다는 업계 이야기가 처음에는 납득가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자원으로 만들 수 있는 폐기물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폐기물이 재활용으로 잘 수거되지 않으면 세상에 넘쳐나도 자원으로 쓸 수 없다. 게다가 폐기물에 이물질이라도 끼어있으면 자원으로 만들 수 없다고 한다. 폐기물을 깨끗이 만들면 폐기물을 구매하는 단가가 몇 배나 뛴다고 한다. 폐기물 중 하나인 폐플라스틱을 열분해 하면 석유를 뽑아낼 수 있어 폐플라스틱에는 ‘도시유전’이라는 명칭도 붙었다. 조용히 일하던 재활용업계가 폐기물 부족으로 세상에 본격적으로 나온 계기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퍼지면서다. 시멘트 업계 등 연료를 상당 규모 사용하는 업계들이 폐기물을 연료로 쓰기 시작했다. 이들도 석탄보다야 폐기물을 연료로 쓰는 게 더 친환경에 가까우니 폐기물 사용량을 점점 늘렸다. 전체 폐기물 물량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빨랐던 것이다. 재활용 업계에 폐기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안을 물어 봤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전체 폐기물 물량을 늘리기 위해 플라스틱의 재활용률을 높이는 것이다. 현재 플라스틱의 재활용률은 약 20% 정도다. 환경부가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추진한 이유를 알게 됐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카페 등 음료값에 보증금 300원을 붙이고 일회용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제도다. 플라스틱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한 규제인 셈이다. 비록 일회용컵 보증금제의 전국 확대가 보류된 상태지만 플라스틱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한 제도는 계속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더라도 지구를 지키고 환경을 위한다는 당위성으로는 굳이 열심히 해야 하나 싶었다. 하지만 업계들이 별거 아닌 거 같은 플라스틱으로 그렇게 생존싸움을 한다고 하니 플라스틱도 달리 보였다. 플라스틱을 경제적 관점으로 바라본다면 재활용을 바라보는 시선도 좀 더 적극적으로 변하지 않을까 싶다. wonhee4544@ekn.kr이원희(증명사진)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