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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양수 발전의 재발견: 배터리를 압도하는 경제성·환경·성능 측면

유종민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미국 포틀랜드주립대학 겸임교수 과거에는 양수 발전소의 짝꿍은 원자력 발전소였다. 원자력 발전소는 안정적으로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지만, 출력 조절이 어렵고 빠르게 반응하기 어렵기 때문에 수요가 부족한 야간에는 잉여 발전량이 생기기 때문이다. 양수 발전소는 수요가 낮을 때 잉여 전력을 사용해 수량을 높은 곳으로 펌핑하고, 수요가 높을 때 방출하여 터빈을 돌린다. 이를 통해 전력 수요의 변동을 조절하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유지할 수 있는 전통적이며 대표적인 유연성 자원이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급증하는 재생에너지로 인해 에너지저장장치(ESS: Energy Storage System)의 필요성이 부각되어 왔다. 원자력과 함께 출력 조절이 어려운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피크를 찍는 낮시간에는, LNG와 석탄발전소까지 출력제어를 실시해야 할 정도로 과잉공급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 실례로 지난 6년간 양수발전 용량은 큰 변화가 없음에도 주간시간 펌핑기동 횟수는 3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봄철 전력수요는 해마다 최저 수치를 갱신하고 있는데 반해, 태양광 설비용량은 금년도 5월말 기준 25.1GW를 기록하며 원자력 수준까지 급증한데 따른 것이다. 2021년 멕킨지보고서에 의하면 글로벌 넷제로에 현재 대비 10배 이상의 장주기 저장장치가 필요하다고 한다. 또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23.1)에 따르면, 국내 재생에너지의 발전비중은 11.4%에서 30.6%로 약 3배가량 증가할 전망이나, 에너지스토리지 산업 발전전략('23.10)을 통하여 2036년 기준 26.26GW를 필요량으로 제시함으로써 저장장치의 규모 확대는 이를 훨씬 뛰어 넘어야 함을 예고하고 있다. 즉, 재생에너지 발전의 간헐성으로 인한 전력수급 불안정은 유연성 자원의 압도적인 확보 없이는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최근 들어서 지역적으로 편중된 전력수요, 이를 해결하기 위한 송전선로 용량 부족 문제는 지역별 에너지 자립과 분산전원의 필요성을 더하고 있다. 이러한 긴박한 상황은, 그간 많은 정책적 지원을 받아온 ESS로서 배터리에 비해 경시되어 왔던, 전통적이고 물리적 저장장치 로서의 양수발전소를 다시금 돌이켜보게 한다. 양수 발전소는 대규모 에너지 저장이 가능하다. 수백 메가와트(MW)에서 기가와트(GW)급의 전력을 저장하고 방출할 수 있으며, 이는 현재 배터리 기술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따라서 대규모 전력 시스템에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유지하는 데 효과적이다. 양수 발전소는 물리적 원리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안정적이고 신뢰성이 높다. 배터리는 과열, 화재 등의 위험이 있을 수 있으며, 특히 대규모 설치 시 안전 관리가 중요하다. 게다가 제조, 사용, 폐기 과정에서 환경에 유해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배터리와 달리 화학 물질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환경 오염 위험이 적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경제성 여부도 사실은, 배터리를 압도한다. 양수 발전소는 초기 건설 비용이 높지만, 운영 및 유지보수 비용이 낮고 긴 수명을 갖는다. 스위스 Engeweiher의 1.5메가 발전소는 1907년 가동 개시되어 2052년까지 운전 예정이다. 사실 인프라는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음을 감안하면 발전기만 계속 교체하면 되는 것이다. 반면 배터리는 상대적으로 짧은 수명과 높은 교체 비용이 있다. 우리가 흔히 2년마다 바꾸는 휴대폰을 생각해보면 된다. 따라서 장기적인 경제성을 고려할 때 양수 발전소가 단연 더 유리하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은, 대한민국은 산지가 많고 고도가 높은 지역이 많아 양수 발전소를 건설하는 데 필요한 상하부 저수지 설치에 유리한 곳이 많다는 것이다. 즉 지형적 고저차를 이용해 효율적으로 물을 저장하고 방출할 수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환경영향평가 기준에만 부합할 경우, 예산만 확보되면 바로 착공할 수 있는 후보지가 여럿 존재하는 상황이다. 중국에서는 양수발전을 심지어 송배전 설비로 분류하여 자체적인 경제성조차 따지지 않고 있다. 전세계 신규 양수 발전시설의 80%가 중국 내 발주량이다. 이것이 중국으로 하여금 급격한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을 가능케 한 배경으로 추정된다. 뜬구름 잡는 재생에너지 목표량을 두고 정쟁을 할 시간에, 정작 서둘러야 할 것은 따로 있어 보인다. 유종민

[이슈&인사이트] 내수진작을 위한 카드수수료 제도 개편 필요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2.6%로 전망했다. 이는 G20의 경제성장률 3.1%에 못 미치는 수치이다. 우리의 낮은 경제성장률은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의 수출 호조세에도 내수 둔화가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고물가로 인해 가계의 지갑 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출금리 상승에 기인한 이자 비용 증가로 가계의 가처분 소득이 감소한 상황에서 후불결제가 가능한 신용카드는 매우 요긴한 결제수단이다. 또한, 신용카드는 할부결제를 통한 소비의 시차배분(intertemporal substitution)이 가능하고, 이를 통해 소비자 효용을 높인다. 신용카드는 잠재소비를 유효소비로 전환시켜, 소비와 기업생산의 증가도 가져온다. 그런데, 최근 카드사들은 본업인 신용판매보다 카드론·현금서비스와 같은 현금성 대출업의 비중을 늘려왔다.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조달비용 증가로 높은 기대수익이 가능한 현금성 대출업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금리 여파로 최근 카드론·현금서비스의 부실률이 상승세이다. 최근 일시불·할부거래의 고정이하여신(non-performing loan: NPL)비율은 0.4~0.8%에 머무르고 있지만, 카드론·현금서비스의 NPL 비율은 2.2~2.5%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일부 카드사는 일시불·할부거래 위주의 신용판매업 비중을 확대 중이지만, 신용판매 수익률이 높지 않은 것이 문제이다. 최근 카드사들의 카드채 발행을 통한 조달비용은 평균 3.8%이다. 하지만, 신용판매 수익률(가맹점 수수료 수익 ÷ 카드이용실적 × 100)은 0.5%에 머물고 있다. 높은 조달비용을 감안시, 신용판매업 비중을 높일 경우 오히려 역마진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는 카드사들이 무이자할부 혜택을 줄이는 등 비용 절감에 주력하며, 신용판매업의 비중을 축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2014년 1.3%에 달하던 신용판매 수익률이 크게 하락한 것은 적격비용 제도의 도입과 무관치 않다. 적격비용은 신용카드 가맹점이 합당하게 부담하는 비용으로 여신전문금융업 감독규정에 따라 3년마다 이를 산출한다. 적격비용에는 카드사의 자금조달비용, 위험관리비용, VAN 수수료, 마케팅 비용 등이 포함되고, 카드사 마진율이 반영되어 가맹점 수수료율(카드수수료율)이 결정된다. 소상공인이 경영하는 가맹점 수수료율의 합리적 산정을 위해 도입된 동 제도는 지난 12년간 한번도 인상된 적이 없다. 오히려 수수료율이 꾸준히 내려 현재 평균 2% 수준이다. 하지만, 우대수수료율은 더욱 낮아졌다. 연매출액 30억원 이하까지 확대된 중소가맹점 수수료율은 1.5%, 연매출액 3억원 이하의 영세가맹점 수수료율은 0.5%이다. 전체 가맹점 중에서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는 가맹점 비중은 무려 96%에 달한다. 적격비용 제도는 우대수수료율 제도로 혜택받는 비율이 96%라는 비정상적 구조를 가져왔고, 이로 인해 신용판매 수익률이 크게 줄어든 카드사들은 고위험 사업인 대출성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왔다. 고금리 여파로 인한 카드사의 조달비용 증가, 대출채권 부실로 인한 대손 발생 등 위험관리비용 증가로 인해 소비자에 대한 할인·캐시백 등 부가혜택도 크게 줄고 있다. 무이자 할부거래 축소와 함께 소비자에 대한 각종 부가 혜택 감소는 카드이용 증가율의 둔화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카드이용실적(결제+대출)은 전년동기대비 5.9%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21~2022년중 카드매출성장률인 12.2%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민간소비세 둔화가 카드이용 증가율 둔화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결국, 내수진작을 위해서라도 소비자의 주요 결제수단인 신용카드의 신용판매기능이 한층 강화되어야 한다. 신용판매 수익률이 시장 상황에 부합한 정상 수준으로 유지될 수 있어야 소비자에 대한 각종 부가혜택도 되살아날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소상공인의 큰 부담이 될 수 있는 가맹점 수수료율의 지나친 상승은 경계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가 개입하는 적격비용 제도의 폐지를 신중히 검토하고, 새로운 대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우선, 신용카드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카드의무수납제'는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영세·중소 가맹점의 영업 자율성을 저해한다. 소액결제에도 불구하고, 카드수수료 발생은 가맹점의 수익성을 훼손하기 때문이다. 일정 수준 이상의 결제액에 한해 신용카드 수납을 의무화하는 '부분적 의무수납제'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아울러, 신용카드 회원의 연회비율에 가맹점 수수료율을 연동시켜 가맹점 수수료율의 지나친 상승을 억제해야 한다. 1인 1개 카드로 모든 가맹점에서 후불 결제가 가능한 카드회원의 이탈로 이어질 수 있기에 카드사는 연회비 인상에 신중할 것이고, 여기에 가맹점 수수료율을 연동시킬 경우 정부개입 없이도 안정된 수준으로 가맹점 수수료율이 유지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오히려, 정부는 가맹점 수수료율을 직접 결정하는 시장 개입에서 벗어나 최대 27%까지 상승한 배달앱의 중개수수료율 인하에 정책 역량을 집중할 때이다. 서지용

[EE칼럼] 기후변화와 식량안보, 한-아프리카 협력의 중요성

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기후변화는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 중 하나로, 특히 농업 분야에서 그 영향이 두드러진다. 온도 상승이나 강수 패턴의 변화, 기상 이변 등은 농업 생산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는 지구 온난화가 농업 생산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지구의 온도 상승이 2100년까지 1.6℃ 상승 수준에 머문다고 하여도 현재 농지의 8%는 경작에 적합하지 않게 되리라고 예측한 바 있다. IPCC는 '2022년 기후변화 보고서: 영향, 적응 및 취약성'에서 “기후변화가 이미 식량안보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 세계에 존재하는 200개 가까운 나라 중에 한국은 매우 부유한 그룹에 속하지만 식량안보 상황은 녹록치 않다. 1970년에 79.5%였던 한국의 식량자급률(칼로리 기준)은 2022년에 32%까지 떨어졌다. 자급률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해외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는 부분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글로벌 식량안보 지수(GFSI: Global Food Security Index)에 따르면 한국은 2022년 기준으로 100점 만점에 70.2점을 받아 39위를 기록했다. 이는 10년 전인 2012년에 21위였던 것에 비해서도 17 계단 하락한 것이다. 여러 전문가들은 이미 한국이 2050년 전에 식량 위기를 겪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한국의 식량 공급이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부분이 큰 만큼, 기후변화로 인한 전 지구적인 식량 생산성 감소는 한국의 식량 안보와도 연결되는 사안이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지난 4일 서울에서 열린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를 계기로 정부가 아프리카 국가들과 농업 부문에서 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것은 고무적이라고 하겠다. 5일 열린 '한-아프리카 농업 컨퍼런스'에서는 고품종 벼 종자를 제공하는 K-라이스벨트에 더해 식량 원조나 농업 기술 협력 등의 내용이 다뤄졌다. K-라이스벨트 사업은 기존 참여국인 가나, 감비아 등 10개국에 더해 이번에 마다가스카르, 말라위, 앙골라, 짐바브웨가 합류하게 되어 총 14개국으로 확대되었으며, 나이지리아 같은 국가들도 사업 참여를 요청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지구 육지 면적의 20% 가까이를 차지하는 광활한 아프리카 대륙에는 총 54개의 나라와 14억이 넘는 인구가 있다. 더군다나 아프리카 인구의 60% 이상은 25세의 청년이 차지하고 있어 '젊은 대륙'으로 불린다. 2050년 즈음엔 전 세계 젊은 층 인구 3명 중 1명은 아프리카인이라는 전망치도 나올 정도다. 그런데 지난 해 말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 of the United Nations), 아프리카 연합 위원회(AUC: African Union Commission), 유엔 아프리카 경제위원회(ECA: UN Economic Commission for Africa), 세계식량계획(WFP: World Food Programme)이 발표한 '아프리카 지역 식량안보 및 영양 개요 - 통계 및 동향 2023' 보고서에 따르면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리카는 전례 없는 식량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아프리카 인구의 약 20%에 해당하는 2억 8,200만 명가량은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는데,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5,700만 명이나 증가한 수치라고 전해진다. 아프리카는 유엔이 내건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의 식량안보 및 영양 목표는 물론, 2025년까지 기아와 모든 형태의 영양실조를 종식시키겠다는 목표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이런 아프리카 대륙의 식량안보의 개선에 한국과의 농업 협력이 기여할 수 있다면 이는 결국 한국에게도 직간접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아프리카 대륙의 식량안보는 한국의 식량안보와도 연결되어 있다. 아프리카는 한국에 코코아, 커피, 기타 농산물 등의 원자재를 공급하고 있는데, 기후변화나 정치적 불안정 등으로 인해 아프리카의 농산물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 한국에서는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아프리카 농업에 대한 한국의 투자는 두 지역의 생산성과 식량안보를 향상시키는 데 기여하리라 기대된다. 식량안보는 전반적인 글로벌 보건안보와도 연결되어 있다. 예를 들어 영양실조는 질병의 확산을 가속화할 수 있고, 특정 지역에서 보건안보의 위협은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보건 시스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전 세계가 통감한 부분이다. 식량안보는 글로벌 정세와도 관련이 있다. 식량 부족으로 인한 특정 지역의 불안정은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지정학적 내지 경제사회적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식량 부족으로 아프리카 정세가 불안정해 지면 이는 분쟁과 대량 이주로 이어져 주변 대륙에도 안보 불안을 초래하거나 사회경제적인 리스크를 키울 수 있으며, 이는 결국 무역 의존도가 큰 한국 경제에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의 식량안보는 기후변화, 무역 관계, 투자, 글로벌 시장 역학 관계 등을 통해 아프리카의 식량안보와 본질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한국이 아프리카와의 농업 협력을 촉진하고 식량안보를 지원함으로써 이 지역의 안정화와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돕는다면 이는 결국 한국의 식량안보 강화로 이어질 것이다. 임은정

[기자의 눈] ‘기업에 참 좋은’ 납품대금연동제, 시장 안착 빠를수록 좋다

“남자한테 참 좋은데, 정말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 15년 전쯤 한 건강보조식품의 TV 광고에 나온 문구다. 해당기업 회장이 광고에 직접 등장해 자사 제품이 남성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를 에둘러 말한 이 장면은 개그 프로그램 소재로 활용될 정도로 대중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올해부터 본격 시행 중인 '납품대금연동제'를 보며 이 CF가 번뜩 떠올랐다. 누가 봐도 '중소기업에 참 좋은 제도'인데, 정작 기업들이 이 제도를 모르거나 알더라도 막연한 두려움에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계가 납품제도연동제 관련 이런저런 행사들을 여는 것도 현장에서 제도 안착을 위해서다. 납품대금연동제는 원재료 가격이 일정 기준(위탁기업과 수탁기업이 10% 이내에서 협의해 정한 비율) 이상 변동하는 경우, 그 변동분에 연동해 납품대금을 조정(반영)하는 것을 말한다. 원자재 가격의 갑작스런 상승에도 중소기업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일굴 수 있는 방책이 생긴 것이다. 지난해 10월 4일부터 약 3개월의 계도 기간을 거쳐 올해 1월 1일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중기부는 최근 서울 강남에 있는 반도체 부품 제조 중견기업 해성디에스에서 '(납품대금연동제) 우수 동행기업 간담회'를 열었다. 해성디에스는 민간기업 1호로 7개 협력업체와 함께 연동 약정을 체결하며 제도 확산에 기여한 모범기업이다. 이날 현장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대목은 “연동제는 위탁기업에게도 좋은 제도"라고 한 조병학 해성디에스 대표의 발언이다. 흔히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게 납품대금연동제는 부담만 안겨주는 제도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런데 조 대표는 오히려 납품대금연동제 덕분에 쓸데없는 비용을 줄이고 기업 본연의 제품 경쟁력 상승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원자재 가격이나 환율 등은 외생 변수인 만큼, 이걸 두고 위·수탁기업 간 실랑이를 벌여봐야 득이 될 게 없다고 갈파했던 것이다. 한 치 앞이 아닌 미래에 무게를 둔 해성디에스의 '통큰 결단'에 협력사들이 왜 '무한 감사'를 표시하는 지 알 것도 같았다. 그러나, 이날 간담회에서 아직까지 대기업에 납품하는 3, 4차 협력기업들은 납품대금연동제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호소했다. 납품대금연동제가 대기업과 중견기업에게 부담이 된다는 오해나 잘 모른다는 이해 부족은 정부가 풀어야할 숙제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확대를 통해 국가경제 성장의 시너지 창출을 이끌어내는 '납품대금연동제 안착' 성공사례가 더 나오기를 바란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이슈&인사이트] 오물 풍선 살포 계기로 대북한 비대칭 전략 적극 전개해야

북한이 2차 군사정찰위성 발사 실패 이후인 5월 28일 밤부터 '오물 풍선'을 살포하였다. 경기도·강원도 접경 지역은 물론 우리 군의 육해공군본부가 있는 충남 계룡대, 경남 거창에서까지 발견되는 등 국토 전역을 뒤덮었다. 지름 2~3m 크기의 풍선에는 가축 분비물이 들어간 거름, 담배꽁초, 폐지, 천조각, 비닐 등 오물이 든 봉투가 달려 있었다. 북한은 5월 29일 새벽에는 서해 지역에서 남측을 향해 위성항법장치(GPS) 전파 교란 공격을 실시했다. 정부는 북한의 일련의 도발에 유감을 표시하고, 멈추지 않는다면, 감내하기 힘든 모든 조치들을 취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을 검토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자 북한은 몇 시간 후에 오물 풍선 살포 중단을 선언했다. 다만 한국이 다시 삐라 살포를 재개할 경우 집중살포하며 대응하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정부는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 도발에 대한 맞대응으로 9·19 군사합의 효력 전면 정지 방안을 꺼내들었다. 국가안보실은 6월 3일 NSC 실무조정회의를 열어 남북 간 상호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9·19 군사합의 전체의 효력을 정지하기로 결정하고 국무회의에 상정하였다. 4일 오전 개최된 국무회의는 9·19 군사합의 전체의 효력을 정지하는 안건을 의결했고, 윤석열 대통령은 의결안을 즉각 재가했다. 9·19 군사합의 효력이 전면 정지됨에 따라 군사분계선 일대의 군사훈련이 가능해지고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할 수 있게 되었다.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에 대해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대부분의 한국인은 이 사건을 북한의 짜증나는 장난으로 여기고 있다"고 보도한 것처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는커녕 나쁜 이미지만 각인시켰다. 오히려 한국으로서는 아래와 같은 비대칭 전략을 추진할 수 있는 정당성과 기회를 확보하게 되었다. 첫째, 대북 확성기는 북한 주민들의 내부 동요를 유발할 수 있는 치명적인 대북 심리전 무기다. 방송 내용은 북한 실상을 다룬 뉴스, 기상 정보, 가요 등이다. 스피커를 통해 20∼30km 전방으로 퍼지기 때문에 북한군 병사들은 물론이고 접경지역 주민들도 듣게 되고 마음이 흔들리게 된다. 2017년 6월 중부전선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온 북한군 귀순자도 대북 확성기 방송이 귀순 결심에 영향을 줬다고 진술한 바 있다. 둘째, 대북 전단지 살포도 효과적인 수단이다. 문재인 정부 시기에 북한의 압력에 굴복하여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여 소위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을 만들었다. 이에 대해 2023년 9월 헌법재판소는 위헌이라고 결정했고, 이후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표현의 자유 보장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를 고려해 접근하고 있다. 북한 당국은 대북 전단지를 발견하는 즉시 수거·소각토록 하고 있으나, 1 달러 지폐, 건빵, 드라마 USB 등이 들어있어 오히려 북한 주민들이 반기고 있다고 한다. 셋째, 한류 등을 통한 외부 정보 유입은 북한 주민들이 실상을 제대로 인식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많은 탈북자들이 한국 드라마를 보고 한국사회를 동경하게 되어 탈북을 결심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북한은 한류를 체제를 위협하는 악성 바이러스로 경계하여 '반동사상 문화배격법'까지 제정해 차단에 부심하고 있다. 넷째, 국제사회에서 북한 인권문제를 제기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북한 인권 문제의 핵심에 해당하는 탈북자 문제에 대해서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주로 양자차원에서 모색해 온 중국 등의 탈북자 강제 북송 문제 해결이 한계에 봉착해 있음을 감안하여 UN 등 국제무대에서 적극적으로 제기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에 맞대응 차원에서 6월 6일에 탈북민단체가 북한 상공으로 애드벌룬 10개를 이용해 대북 전단 20만장을 살포하자 북한은 8일 밤부터 오물풍선 살포를 재개했다. 이에 정부는 9일 오전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개최하고 이날 중으로 대북 확성기를 설치하고 방송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우리 군은 북한이 두려워하는 대북 확성기 방송을 6년 만에 재개하였다. 정부와 군은 북한의 여사한 도발에 철저하게 대응하면서 대북 확성기 재가동이 효과를 볼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이강국

[기자의 눈] 증시 신뢰 회복 위해서는 테마주 바로잡아야

“왜 일반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을 못 믿는 걸까요?" 금융업계에 오래 발을 담았던 한 관계자와의 대화 중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주가 때문이라고 결론 냈다. 기업의 실적이 아닌 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호재, 테마 등으로 주가가 급등락하는 경우가 잦다보니 투자자들이 신뢰를 잃었다는 것이다. 최근 증시 신뢰도를 떨어트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주 국내 증시를 뜨겁게 달군 '동해 심해 가스전' 테마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은 “경북 포항 영일만 일대에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탐사 결과가 나왔다"고 발표했다. 성공률 20%, 다시 말해 실패 확률이 80%임에도 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석유, 가스, 유전, 철강 관련 종목이 일제히 급등했다. 우리나라도 산유국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한국가스공사, 한국석유, 동양철관 등이 상한가를 찍었다. 특히 철강 테마주로 떠오른 동양철관은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3거래일 연속 상한가라는 진풍경을 낳았다. 3일 평균 거래량이 5409만7796주에 달했고 상한가를 3거래일째 기록한 지난 5일에는 무려 1억4688만주가 거래됐다. 삼성전자의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평균 거래량이 1766만주였던 것을 감안하면 투심이 어느 정도로 쏠린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이슈가 발생하면 관련 종목이 테마주로 급부상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호재로 인식되면 기업 가치에 반영될 수 있어 주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문제는 '묻지마 투자'로 흘러가면서 이슈의 진위여부에 관계없이 주가가 과도하게 급등한다는 점이다. 실제 사업 연관성이 없는 종목들이 테마주로 묶이는 것 또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번에도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과 연관 없지만 기업명에 석유, 가스, 유전이 들어간다는 이유만으로 테마주로 묶인 종목들의 주가가 20%씩 치솟았다가 다음날 바로 급락하기도 했다. 투자자들도 테마주가 위험하다는 것을 안다. '테마주는 거품'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지만 올라가는 주식을 보면 올라타고 싶은 것이 투자자들의 심리다. 투자자들에게 테마주 투자에 주의하라고 당부하는 것만으로는 효과가 나타나는 건 사실상 불가능인 셈이다. 금융당국에서도 테마주에 대해 소극적인 자세를 취할 것이 아니라 테마주 가운데 사업 연관성이 낮은 종목들은 해명 공시를 하도록 요구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김기령 기자 giryeong@ekn.kr

[이슈&인사이트] 통제되지 않은 AI는 핵폭탄만큼 위험하다

워런 버핏은 2023년 버크셔해서웨이 연례 주총에서 “AI가 원자탄만큼 위험하다."라고 언급했다. AI가 세상을 변화시킬 혁신 기술이지만 통제되지 않으면 핵폭탄으로 변할 수도 있음을 경고했다. 통제되면 핵발전소와 같이 인류의 복지에 공헌할 수 있지만 핵폭탄과 같은 부정적인 측면이 공존함을 경고한 말이다. 이러한 AI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일찍이 MS의 창업자 빌 게이츠도 인공지능이 극도로 발전한 초지능 상태를 우려했다. 테슬라를 창업한 머스크는 최근의 MIT 대 강연에서 “인공지능 연구는 악마를 불러오는 것과 다름없다"라고 말했다. 또한 앞서 스티븐 호킹 전 케임브리지대 교수도 “인공지능을 장착한 기계는 인류의 종말을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러한 경고가 세계 곳곳에서 현실이 되고 있다. 이미 예견된 바와 같이 AI가 국경도 없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에 걸쳐 다방면으로 거짓을 전파하고 있다. 그 대표적 사례가 누구나 손쉽게 조작할 수 있는 AI가 보편화되면서 유명인은 물론 일반인도 딥페이크 피해를 보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세계적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얼굴이 합성된 음란물이 X(옛 트위터)를 통해 급속도로 퍼졌다. USA투데이는“스위프트 사건은 딥페이크 위협의 빙산 일각"이라고 전했다. 급기야는 미국의 대선에서 선거 조작에 활용된 예도 있다. 2024년 1월 미국 뉴햄프셔주 대선 후보 예비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당원들이 받은 바이든의 전화 메시지는 진짜가 아니고 미국 정치 고문 스티브 크레이머가 AI로 만든 가짜였다. FCC(미연방 통신위원회)는 스티브 크레이머에게 한화 82억 원 상당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유럽연합(EU)이 세계 최초로 AI 규제법을 최종 승인한 것은 만시지탄의 평가를 받는다. AI 규제법은 올해 6월부터 EU 27개 회원국 역내에서 정식 발효되지만, 전면 시행 시점은 2026년 중반 이후다. 세계 최초의 포괄적 성격의 AI 규제법이라는 점에서 다른 나라의 AI 규제 모델 구축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 법을 통해 유럽은 신기술을 다룰 때 신뢰, 투명성, 책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이 더욱 발전하고 유럽의 혁신을 촉진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이다. 유럽 이외의 미·일을 비롯한 선진국들도 AI 생성 콘텐츠에 라벨 부착, 개인정보보호 규정 준수 등 기준이 발효된 상황이나 구체적인 AI 규제법이 발효된 예는 없다. 한국도 제21대 국회에서 10여 개 AI 법안이 발의됐지만 계류 상태다. AI 법안의 제정은 근본적으로 규제의 지침을 줌으로써 안정적 산업 발전을 위한 법적 울타리를 구축한다는 의미가 강하다. 미래 사회 혁신의 핵심기술인 AI 산업 발전을 위한 신속한 논의가 요구된다. AI가 처음 등장한 것은 70년 전인 1955년 존 매카시가 이 용어를 사용하면서부터다. AI의 정의는 인간의 지능이 가지는 4가지 즉, 학습, 추론, 지각, 자연어처리 등의 능력을 갖춘 전산 시스템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정보 처리 능력의 한계와 정보량의 부족 등으로 1970년대 1차 AI 겨울, 1990년대의 2차 AI 겨울을 맞게 된다. 2016년,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가 딥러닝 방식을 대중화했으며 대표적으로 이세돌과의 세계적 바둑 대결로 인공지능의 무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2022년 오픈AI의 샘 올트먼이 챗GPT 개발을 통해서 AI 신시대를 예고했다. 여기서 샘 올트먼이 챗GPT를 '맨해튼 프로젝트'에 비유한 사실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맨해튼 프로젝트는 2차 세계 중 원자탄 개발계획이다. 원자탄은 2차 대전을 조기에 종식한 선량한 무기였지만 현재는 인류의 위협이 되고 있다. 관리 여하에 따라 AI는 원전과 핵탄두의 갈림길에 있다. 한국에서 AI 관리 방안의 법제화는 아무리 빨라도 지나치지 않다. 윤덕균

[EE칼럼] 구리 확보, 공급망 다변화와 자원개발이다

구리는 좋은 특성과 가성비를 보유한 전력 인프라의 핵심 소재다. 구리는 청동기 시대 이후 인류의 역사와 함께 꾸준하게 진화해 온 대표적인 산업용 금속이다. 다른 금속으로는 대체하기 어려운 고유의 특성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가격이 비싸지 않아 인류의 혁신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소재다. 구리가 산업용 소재로서 가치는 첫째, 전도율이다. 구리는 비철금속 중 은(銀) 다음으로 전기에 대한 전도율이 좋은 금속이다. 발전에서 송전을 거쳐 배전에 이르는 전력 그리드(GRID: 음극에서 양극으로 흐르는 전자빔을 제어하는 구실을 함))의 필수적인 소재로 구리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 특히, 열을 전달하는 수단으로도 구리는 매우 좋은 특성을 갖고 있다. 여기에 융점(고체가 액체로 변하는 온도)도 상대적으로 높다. 각종 보일러 및 난방장치, 전자장비의 열 흡수장치 등의 소재로 사용된다. 둘째, 연성이다. 각종 작업 및 변형, 특히 길이가 매우 긴 형태로 가공이 가능하다는 점은 산업용 금속으로서 큰 장점이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총.포탄의 재료로 사용되고 있으며 근대 이후에는 각종 전선의 필수적인 소재로 쓰인다. 셋째, 내식성이 좋다. 구리는 자연환경에서 쉽게 손상되지 않는다는 특성이 있다. 특히 니켈 등 다른 금속과 결합시 환경에 대한 저항의 강도가 상당히 커진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구리는 각종 파이프 등 건자재용 재료로 사용되고 있다. 예를들어 부식에 대한 내식 및 전도율을 복합적으로 고려 한다면 귀금속이 최선의 대안이나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산업용 소재로 사용하기가 어렵다. 구리는 항시 일정한 수요가 존재하며 수요에 대한 공급의 조절 능력이 상당히 비탄력적이라는 점에서 투자 수단으로서 가지는 매력이 있다. 구리 원석의 경우 채굴되는 지역이 일부 지역에 집중된 관계로 파업이나 사고 등 특정 광산의 생산 차질이 글로벌 수급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표적 자원이기도 하다. 구리는 세계 제련용량에서 아시아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구리의 원석 생산은 칠레 등 남미에 집중된 반면, 실제 구리의 제련시설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에 집중된 구조다. 그 만큼 중국 등 아시아 지역의 수요는 구리 수급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되고 있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2023년 광산 생산량 기준 국가별 구리 생산량은 칠레(23%), 페루(12%), 콩고(11%), 중국(8%), 미국(5%), 러시아(4%), 기타(37%) 순이다. 하지만 국가별 제련 생산량을 보면 중국(44%), 칠레(7%), 콩고(7%), 일본(6%), 러시아(4%), 기타(32%)이다.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5월 30일 기준 구리 가격은 톤당 1만 692달러로 2022년 3월 최고가 1만 674달러에 넘어섰다. 미국과 중국에서 구리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공급 제한이 되면서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구리 공급 차질의 서막은 광산업체의 생산 차질이다. 대표적 사례가 파나마 대법원이 지난해 11월 캐나다 기업(First Quantum Minerals)이 보유한 꼬브레 파나마 구리 광산에 대해 20년간 부여된 광산 채굴권을 위헌이라고 판결하여 광산 채굴이 중지 되면서 부터다. 파나마 대법원의 광산 운영권 회수는 광산개발 이후 물 부족, 환경 파괴에 대한 주민의 염려 등을 원인으로 내세웠지만 속 듯은 광산 수익 대비 파나마에 대한 수익 배분에 대한 불만이다. 이 광산의 지분 10%는 한국광해광업공단(전, 한국광물자원공사)이 갖고 있다. 꼬브레 파나마 광산의 연간 구리 생산량은 약 40만톤이며 이는 올해 전 세계 구리 정광 전체 생산량의 1.7%에 달한다. 두 번째 서막은 중국 구리 제련업체들의 생산 감축이다. 중국 CNMC가 보유한 잠비아 구리제련소(Chambishi)가 올해 생산량을 20% 감축하기로 결정 했다. 이유는 잠비아가 지속되는 가뭄으로 전력 공급이 안되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중국 내 19개 구리 제련업체들이 지난 3월 생산 감축을 논의하고 하반기부터 5~10%의 생산량 감축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블론버그에 따르면 국가별 구리 제련 비중은 중국(50%), 일본(7%), 칠레(5%0, 러시아(5%) 기타(33%) 순이다. 셋째, 미국과 영국이 러시아산 금속(구리, 니켈, 알루미늄)의 자국 내 거래소 유입을 금지한 조치로 이는 추가적인 공급 감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과 영국은 4월 12일 러시아에 대한 추가적인 공동 제재 조치로 시카고상업거래소(CME)와 런던금속거래소(LME)의 러시아산 구리, 니켈, 알루미늄의 4월 13일 이후 신규 생산 물량에 대한 수입을 금지 시켰다. 4월말 기준 런던금속거래소(LME)의 비축량 중 구리 재고량의 62%가 러시아산이다. 원자재 컨설팅 기업 우드 매킨지는 2033년 전 세계 구리 소비량이 3200만톤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구리 생산량은 2240만톤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2022년 기준 약 230만톤의 구리 정광을 수입했다. 국내 구리 수요는 해마다 늘어날 것이다. 따라서 안정적 구리 확보는 공급망 다변화와 해외 자원개발에 있다. 강천구

[EE칼럼] 대왕고래 프로젝트와 탄소포집·저장 사업의 중요성

우리나라는 세계 95번째 산유국이다. 대다수 국민들은 우리나라가 기름 한 방울 안나는 나라로 알고 있지만 사실 2004년부터 우리나라 동해가스전에서 원유와 가스를 생산했고, 이제는 거의 고갈되어 2021년에 동해가스전은 상업 생산을 종료했다. 그런데 지난 3일 우리 정부는 동해 수심 1 km 아래에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가 매장됐을 수 있어 한국석유공사에서 탐사와 시추를 통해 이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깜짝 발표를 했다. '대왕고래 프로젝트'라 이름이 붙여진 이 프로젝트는 저출생과 고령화, 경기침체, 전쟁과 테러, 각종 사회적 갈등과 같이 암울한 이야기에 지쳐있는 우리 국민들에게 희망과 기대감을 선사했다. 만약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성공적이라면 우리나라는 명실 상부한 산유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유전개발에 대한 기대감 한편으로는 탄소배출 감축이라는 전 지구적 목표와 우리나라의 2050년 탄소중립 정책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정말 기쁜 일이겠지만, 대형 유전이 발견되어 상업 생산을 시작하게 되면 우리나라의 탄소배출이 급증하여 파리협약을 통하여 국제적으로 약속한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 아닌지 걱정도 생겨난다. 또한 기후위기를 막기위해 전 세계적으로 화석연료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 유전 개발의 경제성 하락도 고려해야 한다. 동해 석유는 얕은 바다인 대륙붕이 아니라 수심 1 km보다 더 깊은 해저에 매장되어 있으므로 생산비용이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화석연료 또는 탄소배출에 대한 규제가 추가된다면 동해 유전개발에 규제 및 비용상승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다고 우리가 경험한 사과가격 폭등이나 각종 기상이변 재해를 생각해보면 탄소감축 정책을 늦추거나 완화하는 것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그래서 탄소 포집 및 저장(Carbon Capture and Storage, CCS)에 대한 기술과 사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시점이 되지 않았나 싶다. CCS사업이란 발전소, 제철소, 석유화학공장, 수소생산공장 등에서 배출되는 고농도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고갈된 유전·가스전의 빈 공간에 포집한 이산화탄를 고압으로 주입하여 반영구적으로 저장하는 사업이다. 미국이나 캐나다, 호주, 노르웨이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대규모 CCS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고, 글로벌 에너지기업들은 시장 선점을 위하여 투자를 가속화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석유공사를 비롯하여 주요 대기업들이 국내, 호주, 말레이시아의 CCS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CCS사업을 지원하기 위하여 이미 우리 정부는 올해 동해가스전 활용 CCS실증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지난 5월 22일 산업통상자원부에서 CCS 산업육성 전략(안)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기술·인력·기업을 확보하여 초기시장을 창출하고, CCS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내용을 포괄하고 있다. 현재와 같이 산업구조가 탄소감축이 어려운 업종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대규모 탄소감축을 할 수 있는 CCS를 활용하는 것이 필수 불가결한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경제를 위해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성공을 진심으로 기원한다. 그에 더하여 우리의미래와 자손들을 위해 기후변화 측면에서 유전 개발에 따른 탄소배출 급증에 대한 우려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동시에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산화탄소를 고갈된 유전에 저장하는 CCS도 동시에 적극 사업화하여 경제와 환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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