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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HBM 경쟁이 만드는 ‘한국의 초격차’

한때 '초격차'라는 말로 대변되던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시장 지배력이 흔들리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선두 자리를 내준 것이다. 이는 삼성전자의 일시적 방심이 빚어낸 결과지만, 동시에 한국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전기가 될 수 있는 중요한 변화다. HBM은 인공지능(AI) 반도체의 핵심 부품으로, 미래 반도체 시장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13년 세계 최초로 HBM을 개발한 이후 꾸준히 투자를 이어왔고, 현재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며 선두를 달리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2019년 HBM 연구개발팀을 축소하는 오판을 내렸고, 이로 인해 기술 개발에서 뒤처지게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한국 반도체 산업 전체에 위기라고만 볼 수는 없다. 오히려 두 기업의 경쟁은 한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칩워'(Chip War)라 불리는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 속에서, HBM 시장을 한국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은 국가적으로 큰 자산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HBM 생산능력을 대폭 확대하고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기술 우위를 지키기 위해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물론 삼성전자가 과거의 '초격차' 시대로 돌아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SK하이닉스도 쉽게 선두 자리를 내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두 기업이 서로를 견제하며 기술력을 높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초격차'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길이다. 이러한 경쟁 구도는 결과적으로 한국 반도체 산업 전체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다. 결국 삼성전자의 '초격차'가 SK하이닉스와의 경쟁을 통해 '한국의 초격차'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기업 간 경쟁을 넘어 국가 경쟁력 제고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변화다. 이러한 시점에서 정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한국 반도체 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아낌없는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보조금 지급 등 기존에 없던 특별한 지원책이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시기다. 두 기업의 경쟁이 가장 치열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기업이 함께 힘을 모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확고히 할 때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이슈&인사이트] AI 에이전트가 만들어가는 혁신: 인간과 기술의 공존

김한성 굿프롬프트 대표 2024년에는 AI 기술의 새로운 지평이 열리고 있다. 바로 'AI 에이전트'의 등장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진보를 넘어 AI가 우리 삶에 더욱 깊이 관여하게 될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의 AI 모델들은 주어진 데이터 안에서만 작동하고 생성하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여러개의 AI 모델과 다른 기능을 가진 시스템을 결합한 '복합 AI 시스템'이 가능해졌다. 더하여 이 시스템은 개인정보와 외부 데이터베이스를 연결해 더 정확하고 맞춤화된 답변을 제공할 수가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AI가 이제 시스템의 제어 논리를 담당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AI가 사람의 지시에 따라 단순히 정보를 생성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며문제를 해결할 때까지의 과정을 반복한다는 의미이다. 빠른 응답이 필요할 때는 신속하게, 복잡한 문제에 직면했을 때는 신중하게 접근하는 등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것이다. AI 에이전트는 추론, 행동, 기억이라는 세 가지 핵심 특성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추론(Reason)은 AI 에이전트가 복잡한 상황을 스스로 이해하고 분석하여 최적의 결정을 내리는 능력이다.이를 통해 AI 에이전트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면서 인간에게 중요한 결과물을 제공한다. 행동(Action)은 이러한 추론 결과를 바탕으로 웹 검색, 코드 및 이미지 생성 등 외부 도구를 활용해 해결책을 위한 실제 작업을 수행하는 능력이다. 기억(Memory)은 과거의 경험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습하며, 지속적으로 성능을 개선하는 능력이다. 이는 AI 에이전트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욱 정교해지고,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한다. AI 에이전트는 다양한 환경에서 자율적으로 행동할 수 있어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한다. 그러나 AI 시스템의 자율성 정도는 문제의 복잡성에 따라 다양할 수 있다. 단순하고 명확한 문제에는 프로그래밍 방식이 더 효율적이지만, 복잡하고 다양한 작업에는 에이전트 방식이 유리하다.앞으로 AI 에이전트는 AI가 여러 도구와 데이터를 활용하여 문제를 체계적으로 접근하면서도,동시에 스스로 생각하고 계획을 세우며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제대로 갖추게 될 것이다. 이는 AI 에이전트가 단순한 자동화 도구에서 벗어나 복잡한 의사결정을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AI 에이전트가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영향을 미치면서 만들어 가는 구체적인 변화의 모습을 살펴보자. •자동화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과거에는 사용자가 AI 시스템을 활용하기 위해 복잡한 명령어를 직접 작성해야 했다. 예를 들어, 분석을 요청하려면 명확한 매개변수를 설정하고 데이터를 정리한 후에야 AI가 올바른 결과를 제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신 AI 에이전트인Salesforce의 Einstein AI는 사용자 입력을 바탕으로 자동으로 분석을 수행하고, 사용자에게맞춤형 인사이트를 제공한다.•실시간 분석 및 판단: 과거에는 금융 데이터의 실시간 분석이 대부분 인간 분석가들에게 의존했다. 분석가들은 시장 데이터를 수동으로 수집하고 분석한 후에 투자 결정을 내려야 했으며, 이 과정에서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BlackRock의 AI 시스템인 Aladdin은 실시간으로금융 시장 데이터를 분석하여 투자 포트폴리오를 자동으로 조정한다. 이 시스템은 수천 개의 데이터 포인트를 분석하고, 리스크를 최소화하며, 최적의 투자 전략을 제시함으로써 투자 결정의 정확성과 속도를 크게 향상시킨다. •멀티모달 AI의 발전: 과거의 AI 시스템은 텍스트, 이미지, 음성, 동영상 등 특정 유형의 데이터를 각각 별도로 처리했다. 이를 통합하여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였다. 그러나 IBM의 Watson Health는 환자의 텍스트 기록, 의료 영상, 그리고 생체 신호 데이터 등 다양한 데이터(예: 증상 설명, 의료 영상, 심장 소리 등)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더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다. •과학적 발견의 가속화: 과거의 과학 연구에서는 데이터 분석, 모델 시뮬레이션, 가설 수립등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졌으며, 이로 인해 연구 속도가 느리고, 새로운 발견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스탠포드 대학의 '2024년 AI 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AI 에이전트는 생명과학 분야에서 유전자 편집 기술을 활용하여 새로운 치료법을 자동으로 제안함으로써 신약 개발 시간을수년에서 몇 달로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러한 변화는 AI 에이전트가 여러 도구와 데이터를 활용하여 문제를 체계적으로 접근하는 동시에, 스스로 생각하고 계획을 세워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자율적인 인공지능 ,Autonomous AI)을 갖추어 더욱 가속화되면서 우리 사회와 산업 구조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특히 인간과 AI의 협력 모델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AI 에이전트가 일으키는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개인과 조직은 필수적인 준비를 해야 한다. AI리터러시를 향상시켜 AI의 작동원리와 한계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AI 도구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윤리적 판단력 또한 강화해야 한다. AI에이전트의 결정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며,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윤리적 문제들을 사전에 인지하고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AI와 인간의 협력을 더욱 효과적으로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AI 에이전트와의 공존을 통해 우리가 더욱 효율적이고 창의적인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을지는 아직 지켜봐야 할 문제이다. 오늘날 가장 발전된 조직에서도 중요한 의사결정은 주로 “인간의직감"에 기반하고 있으며, AI를 실질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매우 적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상황은 변할 것이다. 18-19세기 증기기관, 전기, 조립라인으로 대표하는 기계의 활용으로 제조업, 운송, 농업 분야에 영향을 미쳤던 산업혁명(기계의 활용) 처럼 말이다.육체노동은 기계화되고, 대량 생산체제에 힘입어 생산성은 향상되었다. 사회적으론 도시화, 노동자 계급이 형성되고 경제구조는 농업경제에서 산업경제로 변화하였다. 국제간 무역확대와 함께 지구적 대규모 환경이 오염되었다. 혁신의 속도는 느렸고 인간의 역할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기계의 조작자, 관리자였다. 20세기 후반부터 현재에 이르는 지금 우리는 똑같은 잣대로 그 내용을 다시 정보혁명(AI의 활용)으로 채우고 있다. 컴퓨터, 인터넷, 인공지능 기술이 퍼지고 서비스업, 지식산업, 의사결정에 커다란 변화를 맞고 있다. 산업경제에서 지식경제로 변모하면서 정신노동은 자동화되고, 개인화된 맞춤 생산으로 생산성을 도모한다. 정보격차는 커지고 새로운 직업군이 등장한다. 쌓였던 환경문제에 대한 대응을 미룰 수 없다. 혁신은 지수적 성장으로 매우 빠르며 우리는 AI의협력자, 창의적 문제 해결자로 살아야 한다. AI 에이전트의 등장은 우리 사회와 산업 구조에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한다. 자동화된 의사결정, 실시간 분석, 그리고 과학적 발견의 가속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 에이전트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이는 산업혁명이 육체노동을 변화시켰듯이, AI가 정신노동의 본질을 변화시키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는 기회와 도전을 동시에 가져온다. AI 리터러시 향상과 윤리적 판단력 강화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으며, 인간과 AI의 새로운 협력 모델 구축이 필요하다. AI 에이전트시대의 성공적인 진입은 기술 발전만큼이나 우리 사회의 적응력에 달려 있다. 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준비하는 자세가 우리 모두에게 요구되는 시점이다. 김한성

[EE칼럼] 사라지는 도전정신, 멀어지는 자원안보

실패가 두려워서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하면 실패는 없겠지만 결과적으로 얻는 것도 없다. 자원개발은 탐사단계에서 불확실성이 크고 성공률이 낮은 전형적인 고위험 사업이기에 당연히 성공보다 실패가 많을 수밖에 없는 분야이다. 그래서 자원개발을 추진하는 회사는 이런 위험성을 분산하고 극복하기 위해서 다양한 접근방법을 시도하게 된다. 대표적으로 참여사업과 참여지역의 포트폴리오, 인력의 전문성, 회사의 대형화 등의 전략을 통해 사업의 성공률을 높이고 또한 사업 추진체의 지속 가능한 선순환구조를 유지하려고 한다. 자원개발회사가 자원사업 고유의 특성인 고위험성을 무릅쓰고 일을 추진하려는 도전정신이 없다면 자원개발회사로서 존재 이유가 없다. 물론 시작을 안 하면 실패도 없다. 실패를 안 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시작을 안 하는 것이 답이겠지만 자원개발사업에 성공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자원탐사사업을 적극 추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사업의 위험성을 회피하기에 급급하게 그리고 무기력하게 만들었을까? 성공보다 실패 확률이 훨씬 높은 자원개발 분야에서 꼭 필요한 야생적인 도전정신은 영영 회복할 수 없는 문화가 되어 버린 것인가? 도전정신이 무조건 일을 생각 없이 저지르는 것이 아니다. 일을 실행하기에 앞서 충분한 자료검토를 바탕으로 과학기술에 기반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탐사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그리고 추진사업이 갖고 있는 불확실성과 다양한 리스크를 검토하고 일을 시작해야 한다. 벤처사업과 자원개발 사업은 리스크가 크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투자 기간과 규모 면에서 차이점이 있다. 작은 아이디어로 작은 투자 규모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벤처사업과 달리 자원개발 사업은 장기간에 걸쳐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면서도 리스크가 큰 사업이다. 작은 회사의 경우 섣부른 투자에 따른 실패는 회사의 존망을 결정지을 수 있다. 그러므로 장기적 사업, 고위험성, 불확실성이 높은 특성을 갖는 자원개발사업을 포트폴리오 전략을 구사하여 추진할 수 있는 회사의 형태는 결국 국영회사이거나 대형 일괄조업 회사인 것이다. 현재 석유개발사업을 수행하는 대부분의 회사가 국영회사이거나 대형 회사라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다. 과거에 한국의 해외자원개발 투자에 실패한 주요 원인은 높은 자원가격 시기에 사업 참여와 낮은 자원가격 시기에 사업 철수가 반복적으로 추진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엔 정부가 바뀔 때 5년 주기로 자원개발 정책이 바뀌니 장기적 관점에서 추진되어야 하는 국가적 차원의 에너지자원 정책이 일관성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결국 시간이 수십 년이 지나도 기술과 자본의 축적은 꿈도 꿀 수 없으며 한국의 에너지자원 안보는 제자리가 아니라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 더구나 이때마다 이전 정부의 정책수행에 대한 감사와 조사가 이루어지고 처벌이 진행되니 어느 누가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일을 추진하겠는가? 차라리 일을 벌이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는 것을 몸소 체득하게 하는 결과는 낳게 되니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도전정신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자원빈국인 한국의 입장에서 국가적 차원의 자원안보를 튼튼하게 구축하는 방법은 단기적인 국내 비축을 넘어 해외자원개발과 국내 대륙붕개발을 통한 에너지자원 공급망 확보이다. 중국, 인도, 일본과의 자원확보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원공기업이 전문성을 갖고 정치의 영역에서 탈피하여 과학과 기술의 영역에서 독립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예산과 인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해줘야 한다. 그 바탕 위에 자원개발의 태생적 특성인 불확실성과 고위험성을 극복하기 위한 적극적인 도전정신이 필요하다. 신현돈

[EE칼럼] 기록적 폭염과 에너지 복지, 그리고 기후변화 적응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 지난 두 달 동안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진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와 악영향을 그야말로 몸으로 체험하였다. 그런데 막상 주변의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그들의 논의의 초점이 기후변화 대응 방안들과는 사뭇 다른 것을 알게 된다. 다들 기후변화가 진짜이며 매우 심각하다고들 말하지만, 내년 여름에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하여 에너지절약이나 청정에너지의 자발적 생산 등이 아니고 여름철 더위를 식혀줄 대형 에어컨을 추가로 구매하며, 냉방을 더 많이 할 수 있도록 현재 가정용 전력 요금의 누진제를 완화해 달라거나 아예 복지 차원에서 '냉방용 전기 사용 보장'을 해 달라고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 개개인의 처지에서 보면 당장 더위를 해결하는 것이 온실가스 등 원인의 해결보다 더욱 중요하게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온실가스배출로 인한 기후변화 문제는 오늘내일의 이야기가 아니다. 국제적인 이슈화가 되어 온실가스 감축 협의가 시작된 것이 1990년대이니 20년이 넘은 이슈이다. 그런데 그동안 정부, 전문가나 환경단체들은 온실가스를 줄이는 '대응' 방안에 너무 몰두하는 바람에 막상 실제로 국민이 체험하게 되는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 부분을 소홀히 한 것은 아닌가 한다. 지구온난화를 대처하기 위한 정책은 원래 온실가스 방출을 줄여 기온이 올라가는 현상을 억제하는 대응 방안뿐만 아니라 변화하고 있는 기후에 맞추어 지속 가능한 삶을 영위해 가는 적응 방안도 포함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영남지방의 토산품이던 사과가 이제는 강원도가 주산지이며, 제주도의 명물 감귤도 이미 경남이나 호남에서 재배되고 있으며 어쩌다가 잡히던 참치가 이제는 남해안에서 흔하게 잡히는 어종이 되었다. 농수산물 분야에서는 이에 적응하기 위한 다양한 신품종 기술개발과 산업의 조정은 물론 적을 위한 교육에도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가정과 상업 및 산업현장에서의 기후변화 적응 방안은 거의 만들어진 바 없다. 그저 허리띠 졸라매기 형의 에너지절약 방안만을 외치고 있었다. 예전에 사용하던 한 등 끄기나 냉난방 기간 제한, 차량 십부제 등의 조처가 요즈음에도 냉방 온도나 시간 제한하기 또는 제조업이나 상점의 냉방억제 등의 형태로 변화되었을 뿐, 최고기온이 35~40도에 달할 때 국민은 어떻게 냉방용 에너지소비를 하여야 하는 것인지는 이야기한 적이 없다. 그러니 국민은 이번 여름과 같은 폭염이 또 올까 두렵지만 기후변화에 적응할 방책을 모르니 결국 더 큰 용량의 에어컨을 구매하면서 전력 요금은 더 많이 깎아달라고 하는 에너지 복지의 차원에서 문제에 접근하고 만다. 사실 기업들은 이미 첨단기술을 사용하여 소비를 효과적으로 개선하는 '스마트한 에너지소비'를 시행한 지 오래다. 기업은 자기가 사용하는 에너지시스템을 선택하고 변경할 수 있는 권한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정 및 상업 부분은 그렇지 못하다. 그렇다고 국민이 스마트한 에너지소비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선택의 권한이 국민에게 주어져 있지 않은 것뿐이다. 핸드폰으로 대표되는 정보통신산업은 이미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사용 용량과 요금제도를 가지고 있다. 똑같이 망(network)을 사용하는 전력산업은 그러나 이제 겨우 소비자가 자기가 원하는 검침 날짜를 선택할 수 있는 수준이다. 전력 요금 역시 전 국민이 단일요금제도를 사용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경직되어 있다. 한마디로 소비자는 스마트한 행동을 할 수 없고 단지 더 쓰고 돈 많이 내거나 아니면 덜 쓰고 덜 내거나의 두 가지의 선택만이 가능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의 95%를 수입하는 나라이지만, 그렇다고 여름철에 충분히 냉방을 하며 지내지 못할 이유도 없는 나라이다. 효율적이고 스마트한 에너지소비는 사회 미덕이자 국제경쟁력이다. 국민과 함께 스마트한 소비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기후변화에 적응할 대안을 제공하기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첨단기술이 국민의 선택을 보장하여 주고 국민은 스마트하게 생활하는 방안이야말로 진정한 에너지 복지 방안일 것이다. 이런 방안들이 현실이 되는 시기가 빨리, 가급적 내년 여름 이전에 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 허은녕

[기자의 눈]서민 울리는 전셋값 고공행진, 공급 확보가 답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68주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올해 초부터 지난달까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3.9% 상승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은 되려 9.96% 하락한 점을 감안하면 전셋값 상승세가 올 들어 더욱 두드러지고 있는 모습이다. 전셋값이 급등한 것은 전세사기의 여파가 크다. 속기 쉬운 빌라를 기피하고 아파트를 선호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반면 아파트 전세 공급은 부족하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1년 전 3만1443건이었던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현재 2만7812건으로 11.54%나 줄었다. 업계에선 신규 입주물량 감소,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만기 영향 등이 겹치면서 전셋값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114 자료를 보면 올 하반기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총 1만 8577가구로, 이 중 오는 11월 입주 예정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1만 2032가구)을 제외한 물량은 6545가구에 그친다. 정부도 치솟는 전셋값을 잡기 위해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긴 하다. 공공이 주택을 매입한 뒤 전세로 공급하는 '든든전세주택'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든든전세주택으로 2년간 1만6000가구를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전세사기 여파로 민간임대시장이 위축됨에 따라 최근 장기 거주할 수 있는 기업형 민간임대주택 활성화 방안도 꺼내들었다. 하지만 이같은 방안이 효과를 발휘할 지는 의문이다. 든든전세주택은 매입 대상이 비아파트에 한정돼 있어 정작 수요자들이 원하는 아파트는 해당이 안 된다. 전 정부에서도 유사한 정책이 낮은 품질로 수요자들로부터 외면을 겪은 적도 있다. 기업형 민간임대주택 방안의 경우 임대료가 비싸 수요자들의 관심이 끌 지는 의문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뉴스테이 실패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기업형 임대 '에피소드 용산'은 주거 유형에 따라 월 임대료가 96만원에서 696만원에 이른다. 특히 최근 금융 당국의 가계 대출 관리 강화 방침에 따라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에 이어 전세자금대출까지 옥죄면서 실수요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는 상황이다. 본격적인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요동치면서 서민 주거불안을 키우고 있다. 실효성 있는 정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전세불안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가장 시급한 것은 공급 물량을 늘리는 것이다. 정부는 임대주택을 많이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공급 촉진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 '관치'의 구태로 재현되고 있는 획일적인 주택 대출 관련 정책의 유연성과 신뢰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무분별한 '영끌'족들을 예방하기 위한 규제를 강화하되, 서민·실수요자들의 주거 안정을 위한 대출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이현주 기자 zoo1004@ekn.kr

[데스크칼럼]이산화탄소에 대한 악마화 낙인 이제 멈춰야

이산화탄소. 아마도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질 중 이산화탄소만큼 극과극의 평가를 받고 있는 물질은 없을 것이다. 기후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이산화탄소에 대한 견해와 평가가 매우 다르다. 기후환경론자들은 인간의 활동에 의한 이산화탄소 증가가 지구온난화의 주요 요인으로 기후위기를 촉발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꾸준하게 증가하는 이산화탄소를 줄이지 않으면 기후 대재앙으로 인류가 공멸할수 있다며 공포감을 조성하기도 한다. 1988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라는 유엔(UN) 산하에 공식적인 단체까지 만들어 세계 각국의 정상들이 '탄소중립'에 나서도록 뒷받침하고 있다. 이어 1992년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로 합의한 기후변화협약까지 이끌어냈고, 교토의정서 채택이후 최근 파리협약까지 진행됐다. 이들은 인간의 산업화 활동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화석연료 사용 증가 등의 이유로 이산화탄소가 급격하게 증가했고, 이렇게 증가한 이산화탄소는 지구 온난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한다. 산업화 이후 지구의 온도가 1.1도 상승했고, 지구의 온도가 지금보다 4도 올라가면 더 강력해진 폭염, 가뭄, 홍수, 태풍 등의 기후 대재앙으로 지구가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이런 주장에 동조하는 일부 언론들은 지구의 온난화로 빙하가 녹아내려 해수면이 높아져 해안가에 엄청난 재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전망한다. 또한 야윈 북극곰을 보여주며 빙하가 줄어들어 생존의 위협으로 북극곰의 개체수가 빠르게 줄고 있다는 거짓 정보까지 전달한다. 특히 IPCC 6차 보고서를 근거로 뜨거워진 지구의 존폐가 30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고 '지구종말론'까지 거론한다. 반면 교토의정서를 비준하지 말라며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에게 청원서를 제출했던 3만여 명의 과학자들은 '기후위기'는 날조된 사기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기후환경론자들이 이산화탄소를 기후위기의 주범으로 만들기 위해 과학적 사실에 기반한 데이터도 조작 한다고 주장한다. 우선 지구의 역사를 근거로 로마시대, 그리스시대 등 현재 지구의 온도보다 2도정도 높았던 시대가 9번이나 있었다고 설명한다. 현 시기는 중세온난기(AD 950년~1250년) 시기를 거쳐 소빙하기(AD 1400년~1850년)에서 빠져나오는 시기로 지구의 온도가 높아지는 것은 자연현상의 하나라고 해석한다. 지금의 현재 지구보다 온도가 높았던 역사적 사실로 그린란드에 사람이 살았고 카톨릭교회에서 결혼한 사람의 명단이 남아 있다고 한다. 또한 북위 55도까지 포도농사를 지었다는 사실이 기록으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 시기에는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지금보다 훨씬 낮았다는 사실이다. 소빙하기의 사실을 증명하는 것은 1677년 영국의 템즈강이 얼었다는 신문 보도, 조선왕조실록에 1670년~1671년 경신대기근으로 500만 명 중 100만 명이 죽었다고 기록돼 있다. 날씨가 추워져서 농작물 작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은 유럽의 일부 지역에서만 나타난 특수 현상이 아니라는 것도 반증해 주고 있다. 지구의 온도는 태양의 활동과 지구를 감싸고 있는 구름의 태양에너지 반사량에 결정된다 것을 굳게 믿고 있으며, 2022년 노벨물리학상을 탄 존 클라우저 박사는 IPCC를 향해 “위험한 거짓말을 하는 최악의 정보원"이라고 날선 비판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산화탄소에 의한 기후위기는 없다"고 단언했다. . 또한 최근 IPCC 6차 보고서가 조작된 데이터에 근거하고 있다는 논문들도 나오고 있다. 구름의 에너지 반사율이 80~90%에 달하는데 IPCC 6차 보고서는 구름의 반사율 36%를 채택했다는 것이다. 특히 태양의 활동이 줄면서 지구에 도달하는 에너지원도 감소했지만 반사율 역시 감소하면서 지구의 온도가 상승했지만 이러한 데이터를 반대로 조작했다는 것이다. 이는 지구를 덮고 있는 구름의 양도 중요하지만 지구에서 어느 높이에서 형성되고 있는가에 따라 반사율이 변화한다는 사실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1997년부터 2015년까지 화석연료 사용량이 25% 증가했지만 지구온도의 변화가 거의 없었다. 이러한 사실을 숨기고 이산화탄소의 영향으로 지구온도가 상승했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IPCC 한 연구원이 데이타를 조작해 온도상승 곡선을 인위적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산화탄소가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산화탄소 증가와 지구 온도상승과는 상관관계가 매우 낮다. 또한 인간의 산업화 활동이 이산화탄소 증가와는 관련성이 거의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산업화 활동이 급격하게 감소했지만 지구 대기 이산화탄소 증가 속도에는 아무런 변함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태양의 에너지가 지구에 도달하고 해수면 온도가 올라가고 바닷물에 녹아 있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면서 증가한다는 것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존 클라우저 박사는 이산화탄소는 생명체를 유지하는데 아주 중요한 물질이며 이산화탄소의 증가는 오히려 인간에게 축복을 가져다 준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1963년 호주의 사막이었던 땅에서 식물이 자라고 있다. 또 이산화탄소의 증가로 1981년부터 2010년까지 지구의 40%가 녹색화 됐고, 1961년부터 2012년까지 농산물 생산금액이 3조2000억달러 증가했다. 기후변화는 낮과 밤, 그리고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따라 온도의 차이가 난다는 사실만 알아도 이산화탄소의 영향을 쉽게 생각할 수있다. 이제라도 이산화탄소와 '탄소중립' 정책에 대한 냉철한 접근이 필요하다. 송영택 기자 ytsong77@ekn.kr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신임원장에 조주현 전 중기부 차관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제 9대 원장에 조주현 전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이 선임됐다. 5일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조 신임 원장은 지난 1996년부터 지난해까지 28년 간 중소기업청과 중소벤처기업부에서 공직생활을 이어온 중소·벤처기업 정책 전문가다. 박근혜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을 지냈고, 2017~2020년 중기정책실·창업벤처실 국장, 2020~2022년 소상공인정책실 실장을 거쳐 2022년 5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중기부 차관을 역임했다. 공직생활 이후 올해 3월부터 서울시립대학교 자유융합대 초빙교수로 활동했다. 6일 취임하는 조 원장의 임기는 오는 2027년 9월 5일까지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기자의 눈] 집값 잡겠단 당국에 혼란 겪는 실수요자·진땀나는 금융권

은행권의 대출규제 바람이 제2금융권인 보험업권으로 흘러올 수 있단 위기감에 보험사들이 긴장모드다. 당장 대출을 실행해야 하는 실수요자들로부터는 아우성이 터져나오고, 기조가 번복되는 모양새에 은행권도 진땀을 빼고 있다. 앞서 은행권이 금리를 올리자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보험업권에서 가장 먼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인상하며 조치를 취했다. 이어 은행이 대출 빗장을 더 걸어잠그자 삼성생명도 따라 지난 3일부터 유주택자 대상 주담대를 막았다. 당국이 우려하는 '풍선효과'가 퍼지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조치한 것이다. 그러나 당국은 여전히 대출 수요 쏠림현상을 우려하며 업계에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지난 4일 열린 간담회에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보험사 등 전 금융권이 합심해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는 와중 급진적으로 제도 여파를 맞은 실수요자들 일부는 혼비백산하는 사태도 초래됐다. 최근 집을 사서 잔금 대출을 실행 중이거나 직장문제 등 피치못할 이유로 전세계약을 한 이들도 자금 계획이 헝클어지면서 인터넷뱅킹에 오픈런하는 웃지 못할 사태도 나타났다. 은행마다 한도가 상이하게 나타나거나 조건부 전세자금 대출 제한이 촘촘하게 준비되지 못했단 지적도 따른다. 당장 급전이 필요한 실수요자들은 보험사 등 2금융권 문을 두들겨야 하기에 보험사들은 긴장을 놓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실수요자들 요구에 지난달 말 삼성, 한화, 교보 등 대형 생명보험사 주택 대출 잔액이 늘어나는 추이를 보이고 있다. 업계는 이미 삼성생명이 정책을 선도한만큼 이에 대한 동참을 고심 중이다. 일각에선 집값이 파죽지세로 뛰기 전 골든타임을 놓친 건 당국인데, 애꿎은 금융권과 대출 실수요자들이 불똥을 맞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부랴부랴 아파트 값을 잡으려는 강경한 압박이 은행권을 넘어 2금융권과 실제 수요자들 가운데 혼란을 초래하고 있단 지적이다. 당국은 추석 명절 이전까지 은행들과 머리를 맞대고 실수요자들을 위한 대책을 강구하겠단 방침이다. 금융권 혼란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시기와 형평성이 고려된 정책이 나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이슈&인사이트] 얼토당토 않은 계엄 의혹

더불어민주당의 뜬금없는 계엄령 의혹 제기로 시끄럽다. 시작은 김민석 의원이 8월 14일 자신의 SNS에 계엄령 준비설을 올린 것이었다. 근거를 묻는 질문에 김 의원은 “차차 말씀드리겠다"라며 즉시 제시하지 못했다. 김용현 국방부장관 지명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다가오면서 민주당은 대통령의 갑작스런 안보라인 교체가 탄핵을 대비해 게엄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동안 주장해오던 '대통령 탄핵'과 '계엄령'을 연계시켰다. 그러나 제보를 들었다는 것 외에 이렇다 할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자 민주당은 “게엄 가능성을 의심하는 국민이 있어 이를 안심시키는 차원"에서 이야기한 것이란다. 윤석열 정부의 계엄령 의혹은 2022년 11월, 당시 원외였던 민주당 부승찬 의원이 오마이TV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처음 제기했던 것이다. 개딸을 비롯한 강성 지지층 외에 아무도 믿는 사람이 없었던 헛된 주장이어서 당시에는 거의 알려지지도 않았었다. 그런데 대통령의 국방안보라인 교체를 계기로 김민석 의원이 재탕한 것을 민주당 지도부와 군 장성 출신 김병주 의원, 이재명 대표까지 나서서 맞장구를 치면서 파장이 커졌다. 거듭되는 근거제시 요구에도 마땅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민주당은 박근혜 정부 말기 촛불시위로 치안이 불안했던 2017년 2월, 당시 국군기무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가 만든 계엄령 검토 문건을 들어 윤 정부도 그런 시도를 할 수 있으니 미리 경고를 한 것이란다. 이것도 문재인 정부 들어 문 대통령의 지시로 샅샅이 조사했지만 결국 기소조차 하지 못했었다. 계엄은 정상적 헌정질서를 유지하기 불가능할 때 군을 투입해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극히 예외적인 비상조치다. 헌법 제77조는 “전시ㆍ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로 계엄의 요건을 엄격히 규정하고 있고(①항),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로 해제를 요구하면 대통령은 '지체없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⑤항)고 규정하고 있다. 한국 정치사에서는 총 16회의 계엄(경비계엄 4회, 비상계엄 12회) 사례가 있었고, 가장 최근의 계엄 사례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 사건을 계기로 1979년 10월 27일 시작되어 1981년 1월 24일까지 440일간 지속된 비상계엄이 마지막이었다. 과거 전쟁과 급속한 경제발전 과정에서 개발독재를 경험한 우리나라에서 부적절한 계엄이 있었지만 민주화 이후는 물론, 전두환 정권 내에서도 단 한 차례도 발동된 적이 없었다. 이런 계엄을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탄핵을 막기 위해 비밀리에 발동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 민주당의 주장이다. 그 주장의 타당성을 따져보자. 우선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재적의원 2/3의 동의가 필요한데, 108석을 가진 국민의힘에서 최소 8명 이상의 이탈표가 나와야 한다. 탄핵을 남발하는 민주당이지만 대통령 탄핵만큼은 국민의힘이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니 탄핵을 막기 위해 계엄을 준비할 필요성 자체가 없다. 뿐만 아니라 설혹 계엄을 선포하더라도 헌법 77조⑤항에 따라 국회가 과반수로 해제를 요구하면 대통령은 즉시 이를 수용해야 하고 계엄으로 인해 무력화됐던 모든 법률의 효력이 즉시 복구된다. 소용없는 계엄을 대통령이 비밀리에 준비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민주당은 이를 의식해 윤석열 정부가 국회의원 42명(현재 야당 의석은 192석)을 체포·구금할 계획이라는 비현실적 주장까지 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법상 계엄 중에도 국회해산이 불가능하고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도 그대로 유지된다. 42명의 국회의원을 체포·구금하려면 국회가 회기 중이 아니거나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말이다. 국회의원 42명 체포·구금설이 얼마나 허황된 소설이냐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각종 사법리스크에 직면해 있는 이재명 대표가 검찰이 소설을 쓴다고 그렇게 주장하더니 진짜 소설은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가 쓰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이 대표 말처럼 소설도 논리적으로 아귀가 맞아야 하고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을 정도로 그럴 듯해야 팔릴텐데, 그렇게 허황되고 비논리적인 소설이 팔리겠는가. 만일 민주당의 주장대로 대통령이 실행한다면 그것이 곧 대통령 탄핵소추의 사유가 될 것이니 더더욱 용산과 국민의힘이 계엄을 시도할 동기가 없다. 소속 의원들의 근거 없는 계엄령 준비설 발언에 대해 자제를 요구하고 사과를 해야 마땅한 이재명 대표까지 나서서 단 하나의 근거조차 제시하지 못하면서 그럴 '우려'가 있어 미리 경고하는 것이라는 민주당은 공당의 기본조차 갖추지 못한 사악한 이익집단이라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정치가 하도 국민을 짜증나게 만드니 국민을 한번 웃겨보려는 의도인가. 그렇다면 전혀 웃기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나치 괴벨스식 궤변에 더욱 짜증이 난다. 거짓말도 자꾸 반복하면 믿게 된다는 거짓 선동을 21세기 개명천지에 하고 있다니 국민을 바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결코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되는 일이다. 홍성걸

[EE칼럼] 양수발전소, 기후대응 댐이 될 수 있다

2023년 9월 영국 가디언지는 북극곰과 관련된 흥미로운 기사를 보도하였다. 애초 북극곰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대표 멸종위기 종으로, 그동안 기후 위기의 '상징'처럼 다루어졌다. 그러나 정작 지난 50년간 평균기온이 4℃나 상승했을 정도로 지구온난화 직격탄을 맞았던 북극 노르웨이령 스발바르 제도에서 북극곰의 개체 수가 오히려 증가했다고 한다. 흥미로운 것은 그 이유인데, 지구온난화로 인해 해빙이 줄어들면서 사냥이 어려워져, 북극곰들이 주요 먹이였던 바다표범뿐만 아니라 육지에 서식하는 순록까지 사냥하며 생존 전략을 변화시켰다. 이와 더불어, 북극곰과 회색곰의 교배종인 피즐리(pizzly)가 증가하는 현상도 관찰되었다. 쉽게 말해 북극곰이 기후 변화에 '적응'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당면한 기후 위기 자체를 막기 위한 다양한 노력도 필요하지만, 이젠 불가피해진 기후 변화에 대한 '적응'도 깊이 있게 고민해야 할 이유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런 기후 변화 적응을 위한 정부 차원에서의 준비도 최근 분주해졌다. 지난 2024년 7월 30일 환경부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새롭게 선정한 '기후대응 댐' 후보지 14곳을 발표했다. 선정된 댐은 다목적댐 3곳, 홍수조절 댐 7곳, 용수전용 댐 4곳으로, 각각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섬진강 권역에 분포해 있다. 각 댐은 한 번에 80~220mm의 강우를 수용할 수 있는 홍수 방어 능력을 갖추고, 연간 2.5억 톤의 물을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될 전망이다. 원래 우리나라는 강수량이 많지만, 강수량의 지역적 분포가 고르지 않다. 또한, 특히, 여름철에 강수량이 집중되고, 겨울철에는 강수량이 적어 물 자원의 계절적 불균형도 심하다. 더욱이 높은 인구 밀도와 급속한 산업화로 물 수요도 높아 2003년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가 '물 스트레스 국가'로 분류하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후 변화로 인해 강수 패턴, 강우량 등이 변동하면서 최근 가뭄과 홍수도 빈번해지고 있다. 가령 2022년과 2023년에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으며, 2022년 남부지방의 장기 가뭄으로 생활용수 부족과 함께 국가 산업단지의 공장 가동이 중단될 위기도 겪었다. 특히 수도권의 주요 용수 공급원인 소양강댐과 충주댐도 이미 용량의 94%를 사용하고 있는 상황인지라 만일 극한 가뭄이 발생하면 인구의 절반에게 정상적인 생활용수 공급도 어려울 수도 있다. 결국, 이런 기후 변화에 대한 수자원 관리 적응력 강화가 이번 환경부 발표의 기본 취지로 읽힌다. 한편 이번에는 제외되었지만, 사실 수자원 관리 적응력 강화에는 양수발전소도 한몫 거들 수 있다. 그동안 양수발전은 높이 차이가 나는 두 개의 저수지를 두고, 전력이 남을 때 하부 저수지에서 상부 저수지로 퍼 올린 물로 발전한다는 점에서 주로 발전기 겸 에너지 저장수단으로만 인식됐다. 하지만 다목적댐, 홍수조절 댐, 용수전용 댐 등과 유사하게 역시 '댐'을 활용한다는 측면에서는 수자원 관리 수단이기도 하다. 보통 양수발전은 물 저장 용량 및 에너지 저장 주기에 따라 다양한 분류될 수 있는데, 국내에서는 주파수 조정, 고주파 제거, 공급 중단 시 백업 전력 제공 등 보조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간 단위 양수발전이나 일일 전력 수요 변동에 대응하는 일 단위 양수발전 등 주로 단주기 에너지 저장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물 저장 용량을 확대하고 에너지 저장 주기를 연장하면, 계절 단위나 심지어 연간 단위에서도 운용할 수 있다. 가령 계절 단위 양수발전의 경우, 주로 대형 강을 따라 평행하게 고위 저수지를 건설되는데, 주로 우리나라의 여름처럼 물 가용성이 높은 시기에는 물을 상부 저수지에 저장하고, 추가적인 대규모 전력 생산이 필요하거나 물이 부족한 가령 겨울철에 저장된 물을 하부 저수지로 방출하여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재생에너지의 변동성 완화 등 전력망의 안정성을 높이는 한편, 물 자원의 계절적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계절 단위 양수발전 외에도 양수발전을 담수나 지표수 관리에 병용하는 사례도 있다. 가령 일본 오키나와와 같이 담수 자원이 부족한 도서나 해안지역에서는 담수 대신 해수를 저장하여 양수발전을 하는 예도 있다. 이는 특히 재생에너지 보급확대로 전력 불안정 문제 해결이 시급하지만, 담수 자원이 아쉬운 제주도에 적합해 보인다. 또한, 폐광이나 채석장을 하부 저수지로 활용하여 지표수 자원의 가용성 문제를 해결하는데 활용할 수도 있다. 이는 지하에 위치하기 때문에 증발 손실이 적고, 지표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도 최소화하여 물 자원의 효율적인 관리와 환경 보호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이처럼 양수발전은 발전기 및 에너지 저장수단 즉 에너지 정책 대상인 동시 이제는 기후 위기에 적응력을 고양하는 주요한 수자원 관리 정책의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만큼 당면한 에너지와 물 문제 에 동시에 대응하기 위한 혁신적인 솔루션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이에 대한 지속적인 관련 기술개발과 실제 적용에 정책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이를 제안한다. 김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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