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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공포마케팅’ 경제단체, 이젠 달라져야

“해외 투기자본의 경영권 침해가 우려된다. 소송 남발이 우려스럽다." 최근 경제단체들이 잇따라 내놓는 발언들이다. 하지만 더 이상 통하지 않아야 할 낡은 공포 마케팅에 기대는 경제단체들이 더 우려스럽다. 먼저 대한상의는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이 2명으로 확대되면 내부 지분율이 48.7%에서 5.1%로 급감한다며 경영권 위협을 경고한다. 그러나 이는 소액주주를 의도적으로 분석 대상에서 제외한 왜곡된 계산이다.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반쪽짜리 분석'으로 공포감을 조성하는 것이다. 최근 주주행동주의가 활발해지고 소액주주들의 의결권 행사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완전히 무시한 셈이다. 한경협의 “소송이 남발될 것"이라는 주장은 어떠한가. 이는 오히려 현재 이사들이 지배주주의 이익만을 고려한다는 것을 자인하는 셈이다. 상법이 개정된 뒤라도 지배주주가 장악한 이사회는 소수주주의 이익과 관련없는 결정을 하리라는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일까? 주주 전체의 이익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소송 위험은 줄어들지 않겠는가? 이러한 모순된 논리는 경제단체들의 본질적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들이 자처하는 정체성이다. 표면적으로는 국민경제 발전을 위한 공익단체를 표방하지만, 실상은 지배 주주, 더 구체적으로는 결국 총수 일가의 이익을 대변하는 데 그치고 있다. 이는 글로벌 스탠다드와도 한참 동떨어진 행태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이제 재산을 해외 주식과 코인, 투기부동산에 맡기려는 것은 우리 기업들이 우리의 이익을 보호하지 않는다는 불신이 한 몫 하고 있다. 경제단체들은 이제 시대착오적인 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ESG 경영이 화두가 된 시대에 감사위원회의 독립성 강화는 오히려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이 높은 기업일수록 재무보고의 신뢰성이 향상되고 기업가치가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라도 지배구조 개선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이제는 '해외 투기자본'과 '소송 남발'이라는 허수아비를 내세워 개혁을 막을 때가 아니다. 소수의 이익이 아닌, 전체 경제주체의 이익을 균형있게 대변하는 것이 그들의 존재 이유다. 그들이 진정으로 두려워해야 할 것은 변화하지 않는 자신들의 모습이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EE칼럼] 다시 보는 ‘조직화된 무책임성’

지난달 게재된 필자의 졸고 '에너지 정책 기조 강화를 위해...(조직화된 무책임성)부터 벗어나야'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조직화된 무책임성'이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나 새로운 기고 준비과정에서 지난달 졸고 내용을 다시 학습할 필요성이 새롭다. 그 주된 이유는 '아제르바이잔' 수도인 '바쿠'에서 개최된 제29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회의'(COP 29)의 최종 합의 내용 때문이다. 많은 '조직화된 무책임성' 관련 내용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 10년 동안 선-후진국 간의 이해 다툼과 미래 세대로의 책임 미루기 경쟁은 더욱 심화 되고 구조화되었다. 에너지 부문과 지구환경 대응 정책 '프레임'이 급변하고 있다. 이에 유례없이 같은 '이슈'로 두 번째 졸고를 준비하는 데에 이르렀다. COP29에서는 공식 폐막일인 22일(현지시간)까지도 핵심 의제인 '신규 기후재원 조성 목표'(NCQG) 합의도출에 실패하는 진통을 겪었다. 밤샘 협상 끝에 약 200개 국가들은 기후 위기 취약국들을 지원하기 위해 선진국들이 2035년까지 (최소) 3000억 달러(약 421조원)를 제공한다는 합의에 이르렀다. 그리고 나머지 재원은 민간 자본의 유치, 국제 금융기관의 기여, 주요 신흥국의 기여를 통해 충당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이번 선진국 약속은 구속력 조항이 없다. 따라서 이번 선진국들의 약속은 파리협약의 자발적 공여 규모와 비교해 3배 수준이나 개도국들은 불만이다. 당초 개도국들은 역사적 책임을 생각하면 선진국들이 최소 연간 5000억 달러(약 702조원)를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진국 역시 불만이 크다. 그들은 재원 부담 증가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하지만, 중국처럼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나라와 산유국, 그리고 신흥경제국들도 같이 부담할 것을 요구해왔다. 사실 개도국의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 활동 등을 돕기 위한 신규재원 조성 규모와 방법, 그리고 기여 범위를 놓고 선진국-개도국 그룹 간의 이견과 갈등은 오래전부터 예견되어왔다. 반면 이번 회의에서 성과는 탄소배출권 거래 시스템에 대한 합의이다. 탄소배출권은 국가나 기업 등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주체가 산림 보호, 재생에너지 전환 등을 통해 절감한 온실가스의 양을 배출권으로 바꿔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미 2015년 파리협정 제6조를 통해 국가 간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했지만, 10년 가까이 이를 위한 세부 이행 지침을 확정 짓지 못해 휴면 상태를 유지해 왔다. 크게 알려지지 않으나 중요한 합의이다. 따라서 위에서 언급한 여러 COP 관련 불확실성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고, 글로벌 차원 국가경쟁력과 국익증대를 위해서는 청정에너지와 기후변화 대응 기술이 얼마나 빨리 경제성 있게 실용화하는냐에 달려 있다는 오래된 에너지 경제학의 해결과제에 천착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높은 에너지 수입의존도에다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화석연료의 비중이 큰 우리나라로서는 이(異)종 에너지 산업간 M&A 전략추진이 필수적이다. 미래 선진 에너지시장의 특징 중 하나가 석유-가스, 가스-전력 등 서로 다른 에너지 산업간 결합과 융합이 다. 어떠한 거대 기업이라도 비용 절감 없이는 생존 그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다. 자산의 크기보다 재무적 건전성이 기업 미래를 결정한다. 따라서 양적 성장보다 질적 건전성을 중요시해야 한다. 단일 에너지 제품/서비스 제공 시대가 끝나고 종합 에너지산업 시대가 본격화된 셈이다. 한 마디로 영역독점 형태의 에너지산업 시대는 끝나고 있다. 여기에다 필자는 본고 작성과정에서 새로운 우리나라 고유의 '조직화된 무책임성'을 발견하였다. 이번 주 발간된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지 기사 내용이다. 'Which countries have the most-educated politicians?'이라는 기사에서, 놀랍게도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교육수준이 세계 최고라는 것이다, 한국 선출직 정치인의 1/3이 박사학위(PhD) 소지자이란다. 그러면 우리나라 국정운영의 효율성과 공정성이 세계 최상위 수준인가? 대답은 '쑥스러운 웃음을 지으면서도 명확한 대답을 꺼린다.'라는 소이부답(笑而不答)이라는 문구로 대신한다. 가장 지적 수준이 높다는(?) 우리 정치인들이 자신들 만의 이익을 위해 일반 국민복지와 국리민복 고양 의무를 어긴 사례는 우리 정치 질곡(桎梏)의 근원이다. 자기들만의 '리그'를 조직하고, 이익 배분 구조를 장기 운영해온 것은 역대 정치 '딜레마'이자 주된 비판의 대상이었다. 따라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網) 개편에다 새로운 COP 체제와 탄소배출권 거래질서가 도래한 지금도 정치권은 자기 이익보전과 확대에 몰두하여 에너지 시장변화에 소흘 할 것 같다. 70년대 석유파동보다 더욱 구조적이고 오래갈 '지속 불가능한' 에너지/환경여건에서 엉뚱한 정책으로 국리민복을 저해할까 두렵다. 한 마디로 국민을 배신한 정치권의 '조직화 된 무책임성'이 겁난다. 최기련

[이상호 칼럼] 러시아의 중거리 다탄두 탄도미사일 공격의 역설과 한계

지난 11월 21일에 러시아가 6개의 개별 목표 타격이 가능한 사정거리 약 5~6,000km의 다탄두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인 '오레시니크'로 우크라이나 드니프로 지역을 공격했다. 통상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의 사정거리를 5,500km 이상으로 보기 때문에 오레시니크 미사일은 사실 사정거리가 약간 짧은 대륙간 탄도미사일이라고 봐야 한다. 이번 공격이 놀라운 이유는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국지적 재래식 전쟁에서 6개의 탄두가 들어간 대륙간 탄도미사일에 가까운 물건을 사용한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미국은 그동안 확전을 우려해 우크라이나에 에이태큼스(ATACMS) 같은 장거리 공격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하는 것을 금지했다. 그러나 미국은 지난 19일에 북한의 참전에 대응하기 위해 러시아 본토 타격을 허용했고, 러시아는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이번 공격을 감행했다. 본토 공격을 받은 직후 러시아는 “비핵보유국이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아 러시아를 공격하면 두 국가의 공동 공격으로 간주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며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원칙을 수정하는 강경한 대응을 시사한 바 있다. 러시아가 이번 공격을 감행한 이유는 분명하다. 본토가 공격받을 경우 러시아는 서방에 대해 매우 정교하고 강력한 핵 공격을 시도할 수 있고 서방이 러시아의 핵 공격을 막을 수 있는 수단이 없으므로 러시아를 자극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공격에서 미사일에 탑재된 6개의 탄두는 음속의 10~12배 속도로 목표를 타격했고, 서방의 현존 미사일 방어체계로 이들 탄두를 요격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러시아는 핵전쟁 준비가 되어 있고 필요하면 하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다탄두 미사일로 핵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했지만, 핵이 탑재되지 않은 6개의 재래식 탄두 공격의 군사적 효용은 부족했다. 오레시니크 미사일의 개별 탄두 무게는 약 800kg 정도로 알려졌고, 이는 한국이 보유한 현무 5 지대지미사일 탄두 예상 무게인 8~9톤의 10%에 불과하다. 현무 5도 사정거리에 따라 탄두 무게가 달라지지만, 러시아 다탄두 미사일과 같은 음속의 10~12배로 지상을 타격할 수 있다. 그러나 현무 5는 오레시니크와 달리 지하 수백 미터에 있는 김정은 지휘부 같은 전략시설을 공격할 수 있는 관통력과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 현무 5 미사일 탄두의 질량을 갖지 못해 관통력이 부족했던 러시아 재래식 탄두 공격의 피해는 경미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번 공격은 러시아의 재래식 전쟁 수행 능력이 점차 고갈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이미 포탄, 전차, 장갑차 등의 재고가 급격하게 소진되었고 북한군이 대규모로 참전한 이유가 러시아의 전쟁 지속 능력 부족 때문이다. 불과 10발 정도만 재고로 보유했다는 오레시니크 미사일을 이번에 사용한 배경에는 역설적으로 러시아가 장기간 재래식 전쟁을 수행하기 어려운 상태라는 것을 의미한다. 아니라면 러시아가 핵 억제력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고가의 귀중한 자원을 함부로 낭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러시아는 북한 참전과 트럼프 대통령 재선으로 약간의 여유가 생겼다고 착각할 수 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가 원하는 방향으로 쉽게 끝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기대보다 전쟁이 더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서방으로서는 러시아를 핵전쟁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아가지는 않지만, 이번 기회에 전쟁 수행 능력을 최대한 낭비하게 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할 수 있다. 러시아가 아무리 핵 사용 위협을 공식화하고 오레니시크 미사일의 뛰어난 성능을 과시해 서방을 위협했지만, 이를 러시아가 핵전쟁을 일으킬 것이라는 증거로 보지 않아도 되는 이유다. 이상호

에너지경제, 독립리서치 밸류파인더와 MOU 체결

에너지경제가 독립리서치밸류파인더와 양해각서(MOU)를 맺고 자본시장의 파수꾼으로서 국민의 알권리 증진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26일 에너지경제는 서울 서대문구 새문안로에 위치한 에너지경제 본사에서 밸류파인더와 경영권 분쟁 취재 지원과 독립계 리서치의 저변 확대를 위한 MOU를 체결했다. 에너지경제는 1989년 창간해 35년간 언론의 정도를 지키며 공론의 장을 지탱해왔다. 에너지경제의 자본시장부는 유가증권과 코스닥, 증권업 및 투자은행(IB) 업계 등 자본시장의 다양한 분야를 다각도로 취재 보도하는 역할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에너지경제와 MOU를 맺는 밸류파인더는 독립계리서치 회사로 주목받지 않는 종목들을 발굴해 리서치 보고서를 내며 주주들의 알권리 제고에 힘쓰고 있는 곳이다. 임정효 에너지경제 사장은 “밸류파인더와 함께 소액주주 보호에 기여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충헌 밸류파인더 대표는 “기존 기관 투자자들을 위하기 보다는 개인투자자들에게 필요한 양질의 정보를 제공해 소액주주의 가치를 제고하는 데 에너지경제와 파트너십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화답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kn.kr

[기자의 눈] 공허한 아파트 브랜드 리뉴얼, 품질 개선 먼저

건설사들이 속속 아파트 브랜드 새 단장에 나서고 있다. 분위기를 일신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고급화된 이미지를 재정립해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일례로 GS건설은 최근 22년만에 자이 브랜드를 리뉴얼했다. 새로운 자이 브랜드에는 'eXperience(경험)와 Inspiration(영감)'을 조합해 '일상이 특별해지는 경험'이라는 뜻이 담겼다. 기존 'eXtra Intelligent'(특별한 지성)에서 변화를 줬다. 우미건설 역시 지난 8월 아파트 브랜드 '린(Lynn)'을 재단장했다. 새로운 린은 '순수함'을 아이덴티티로 설정했다. 주거의 본질적인 기능에 충실하고 간결한 디자인을 가진 주거 상품을 추구하겠다는 의미다. 이외에도 동부건설의 '센트레빌', 시티건설 '프라디움', 코오롱글로벌 '하늘채' 등이 최근 브랜드를 재정비했거나 재정비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같은 브랜드 리뉴얼 열풍에 대해 포장만 바꾼 얄팍한 상술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품질은 같은데 포장만 바꿔서 값을 올리는 과자회사의 행태와 닮아 있다는 것이다. 많은 건설사들이 브랜드 아파트 위상에 걸맞지 않게 부실시공으로 논란을 빚고 있다. 층간 소음 성능 기준 미달, 라돈 아파트, 누수, 불량 레미콘 등 하자 논란은 매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슈다. 분양가는 높은데 품질은 이에 미치지 못하며 하자 투성이인 모습에 많은 입주 예정자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 국토교통부는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가 지난 10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하자 분쟁 건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 2019년 3954건 △ 2020년 4173건 △2021년 4616건 △ 2022년 4307건 △ 2023년 4559건 △2024년 8월 3529건으로 집계됐다. 올해의 경우 예년 대비 20% 많은 분쟁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부터 올해 2월까지 누적으로는 1만2771건을 심사하고 64%(8197건)가 하자로 판정받았다. 건설사들은 브랜드 아파트 고급화 전략에 나서기 이전에 브랜드에 걸맞은 상품을 내놓아야 한다. 층간소음, 부실시공, A/S에 철저해야 한다. 급등한 공사비를 수요자에게만 떠넘기는 분양가 책정도 문제다. 수요자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 겉보기만 그럴듯한 브랜드 고급화 전략은 외화내빈(外華內貧)과 다름이 없다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 브랜드 신뢰의 원칙을 지키면서 내실을 다지라는 뜻이다. 이현주 기자 zoo1004@ekn.kr

[EE칼럼]전력산업에 종속되고 있는 디지털 경제

오랜만에 연구소 분원에서 개최된 회의에 참석했던 차에 점심시간을 빌어 소화도 시킬 겸 주위를 산책하게 되었다. 걷던 중에 전에는 보지 못했던 크고 웅장한 건물이 있어서 자세히 보니, 국내의 한 빅테크 기업에서 운영하는 데이터센터였다. 주위에 그만한 규모의 건물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큰 건축물이었는데, 궁금하여 검색해 보니 10만대 이상의 서버를 수용 및 운용하고 있는 하이퍼스케일(hyper-scale)급의 데이터센터라고 한다.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센터는 개인용컴퓨터(PC)와 인터넷이 보급되기 시작한 1990년대부터 꾸준히 증가해 왔으며 2023년 기준으로 총 150개를 넘어섰다. 그 추이를 살펴보면 2010~2020년에 비해 최근 3년 동안의 증가 폭이 상대적으로 커졌는데, 2029년까지 예정된 데이터센터를 포함하면 700개가 넘는다. 컴퓨팅 시스템 및 관련 하드웨어 장비들이 집적된 데이터센터의 이러한 증가세는 우리 일상의 디지털화와 함께 늘어나고 있는 데이터소비량의 증가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23년 7월 기준으로 이동전화 가입자당 평균 데이터 사용량이 15GB를 넘어섰으며, 2024년 9월 기준으로는 5세대 이동통신 사용자들이 평균 28GB를 사용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개인이 휴대하고 있는 핸드폰을 통해 이용하는 데이터소비량이 이 정도이니, 데스크탑이나 랩탑, 테블릿 등을 이용하여 사용하는 데이터의 총량은 어마어마할 것으로 보인다. 이슈는 이러한 데이터 사용을 뒷받침해 주는 데이터센터의 운영 및 유지에 있어 많은 전력량의 공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다양한 산업에 적용되면서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인공지능(AI) 기술은 학습이나 추론에 필요한 대규모의 데이터 처리와 고성능의 컴퓨팅, 그리고 냉각 과정 등에 기존의 정보처리 기술보다 많은 전력이 필요하다. 인공지능(AI) 기술의 적용 범위 확대 및 빠른 기술 발달 속도를 고려하면 전 세계의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이 2026년 기준 최대 1,000TWh를 넘어설 수 있다고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이는 2023년 기준 우리나라 총 전력 사용량(588TWh)의 2배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미 주요 국가들에서는 디지털 기술의 확산에 따른 데이터센터의 증가세를 반영하여 전력수요 전망을 상향 조정하고 그에 맞는 정책 등을 수립하고 있다. 막대하게 늘어나고 있는 데이터 사용량을 충족시키기 위해 데이터센터의 증가는 필수 불가결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데이터센터가 이미 전력수요가 집중된 수도권을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어 관련된 전력계통 및 전력수급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공공 데이터센터보다 비중이 높은 민간 데이터센터의 경우 70% 이상이 이미 수도권에 분포하고 있지만, 관련 사업자들은 광섬유망 등 정보통신 인프라의 사용, 소비자 근접성 확보를 통한 데이터전송 지연 발생의 최소화, 관련 서비스 제공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사고의 신속 대처 등을 이유로 여전히 수도권 입지를 선호하고 있다. 작년에 정부에서 발표한 데이터센터 신규 신청 기준 전력수요 전망 자료를 보면, 2029년까지 지리적 분포나 전력수요 양면에서 모두 수도권 비중이 80%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2024년 상반기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데이터센터들은 인허가 및 착공이 대부분 지연되었으며, 신규 허가를 득한 사업자는 단 한 군데뿐이다. 전력계통 및 수급상의 부담과 맞물려 데이터센터의 적기 공급이 어려움을 맞닥뜨리고 있다. 수도권 집중에 따른 문제를 우려하여 수립된 정책들이 적용되기 시작했지만, 데이터센터 관련 사업자들에게 유인책은 약하고 규제만 많아진 것으로 느껴지는 듯하다. 데이터센터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았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디지털 경제의 둔화나 데이터 외주화로 인한 보안 취약성 증가 등은 우리나라 국가경쟁력이나 국민의 삶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데이터센터의 구축 및 운영은 전력의 원활한 공급을 기본 전제로 하고 있다. 지금까지 경제발전과 산업화의 지원을 충분히 해왔던 전력산업이 앞으로의 디지털화와 그를 기반으로 하는 경제적 도약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산-학-연-관이 집단지성 등을 통해 혜안을 모을 때이다. 더 늦기 전에 말이다. 정범진

[기자의 눈] 보험사에 “우 범하지 말라”는 정부, 업계혼란 가중하는 우 범하나

최근 금융당국이 보험업계에 새 회계제도인 IFRS17 아래 무·저해지 보험의 해지율을 계산하는 원칙 모형을 내놨다. 무해지 상품은 해지 시기와 비율 가정에 따라 이익이 크게 달라지는데 해지 시기에 따라 환급금이 0~130%까지 변하며, 이는 보험사의 전체 이익 규모까지 좌우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번 원칙 모형 제시는 당국이 보험업계의 '실적 부풀리기'를 보다 강력하게 차단하겠다는 결단으로도 읽힌다. 보험업계는 새 회계제도 도입 후 각 회사만의 계리가정을 이용하면서 사상 최대 실적 행렬을 이어왔고, 이는 당국으로부터 고무줄 실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로 손보사들은 무해지상품의 판매에 집중한 결과 최대 실적을 경신해왔다. 상황이 이렇자 당국이 환급금 증가에 비례해 원만하게 해지율이 떨어지는 원칙 모형을 내놓고 적용할 것을 권고한 것이다. 그러나 실상 보험사들은 IFRS17 도입 후 정확한 기준이 제시되지 않아 지속적으로 불안정한 시기를 보내온데다, 결국 내놓은 틀은 지극히 일률적인 방식이기에 오히려 이익의 합리적인 산출을 내기에 불합리하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원칙모형을 제시하며 예외의 경우를 뒀지만 다수 보험사가 예외제도를 이용하면 제도 효용성이 없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뒤따르자 며칠 지나지 않아 “예외모형을 사용하는 우를 범하지 말라"며 보험사들에게 경고했다. 예외를 허용한다면서 '사실상' 예외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보험사들은 회계제도와 관련해 수시로 변경되는 상황이 달갑지 않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당초 회계변경 당시 회사마다 유리한 보험상품의 만기 기준이 달라 일부 회사가 당국에 가이드를 요청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때 당국이 알아서하라는 식의 지침을 내렸는데 이제는 고무줄회계라며 쓴소리를 뱉어내는데다 이제는 일률적인 틀에 맞추려니 오히려 건전성이 크게 무너지는 결과를 보이게 됐다"며 토로했다. 중소형보험사들은 그야말로 '멘붕(멘탈붕괴)'에 빠졌다. 잦은 지침 변경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IR부서와 계리부서는 매일 야근에 들어갔고, 매각을 준비 중인 보험사들의 경우 회사 적정 가치가 수시로 변경되면서 시장과 투자자들에게 의도치 않은 혼란을 안겨주고 있다. 원형모형 적용 시 무·저해지 보험을 크게 보유한 보험사의 경우 실적이 크게 악화할 수 있어 건전성지표인 K-ICS(킥스)가 큰 폭으로 무너질 것이란 예견도 나온다. 한 중소형 손보사 관계자는 “앞서 당국 지침 한 번에 일부 상품에서 몇백억씩 마이너스가 난 적이 있다. 회사의 개별성을 인정해주지 않는다면 다수 중소형사의 건전성이 무너질 것으로 예상되며 점점 대형사와 소형사가 양극화되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불만인건 '코리안식 IFRS17'이다. 회계의 자율성을 인정하는 부분이 새 회계제도의 가장 큰 특징인데 결국엔 자율성이란 틀은 그대로 남겨둔 채 일률적으로 틀에 끼워맞추는 격이 어불성설이 아니냐는 입장이다. 당국의 당초 목적이 회사마다 뚜렷한 펀더멘탈을 기반으로 건전성을 키워가자는 것이었던 만큼 업계의 혼란을 가져오지 않는 유용한 제도 운영과 일관적인 감독방향이 필요해 보인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이슈&인사이트] 입체 도로와 도시 활성화

2017년 2월15일 국토교통부는 도로운영과 등 다 부서간 협력 사업으로 “입체도로시대의 도래. 도로 상하부 활용"이라는 정책을 발표하고 관련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가칭 '입체도로법'의 제정을 위해 다양한 논의와 입법 과정이 이루어졌으나, 국회에서 법제정이 이루어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필자는 실제로 가칭 '입체도로법' 제정 과정에서 국회 공청회에 참여하여 필요성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다양한 논의를 하였다. 도로공간을 입체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제한된 도시가용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쇠퇴하는 도시의 활력 요소로 활용하는 측면에서 필요성의 공감대를 형성하였다. 도로의 상공 및 지하 공간 개발을 본격화할 기반을 다질 것으로 기대하였으며 도시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였다. 도로공간을 활용한 창의적 도시 디자인, 도시공간의 효율적 활용이 가능해지고, 도로 상부와 하부에는 다양한 건축설계가 이루어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인식하였다. 국토공간의 효율적인 활용과 창의적 도시공간의 조성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도로 상ㆍ하부 공간과 그 주변지역을 연계하여 개발할 필요성을 인식하였다. 독일, 프랑스, 일본 등의 주요 국가들의 도시에서 도로 주변을 입체 개발하기 위한 시도가 진행되었고 이를 중심으로 관광 인프라가 확대되고 있어 이러한 개발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또한, 한국에서도 경인ㆍ경부 고속도로 등 주요 고속국도에 대한 지하화가 추진되면서 이들 공간에 대한 입체적인 개발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동안 도로 공간은 사실상 공공 개발만 허용되고 있어 민간의 개발은 제한되어 공공의 영역으로만 여겨져 왔다. 그러나 도로 상공과 하부 공간에 민간이 문화․상업 시설 등 다양한 개발이 가능하도록 도로에 관한 법제도가 만들어지면 이러한 규제 개선이 일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법제도는 도시·건축 분야의 창의성이 증진되고, 도시경쟁력도 점차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 과정에서 관련 산업이 창조적 디자인 산업으로 전환되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이러한 과정에서 일부 민간개발을 허용하여 공공기여를 통한 미래 산업 활성화를 위한 재원 마련에 활용되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속도로와 같은 대규모 입체개발에 있어서는 이러한 공공기여를 확보하는 개발이 우선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다양한 규모의 입체도로 개발이 다양한 사항을 고려하여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대규모와 동시에 소규모 골목길과 생활가로를 대상으로 하는 입체적 이용은 쇠퇴한 공간의 재생이라는 가치를 우선에 두고 추진하여야 할 것이다. 버려진 공간의 재활성화와 지역경제 활성화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소규모 주택정비사업에 있어서 도로공간을 입체적으로 활용하여 주차장을 확보하는 등 기성시가지 소규모 정비에 적극적으로 활용되어져야 할 것이다. 가칭 '입체도로법' 제도도입으로 주차장 통합을 통해 쾌적한 주거환경이 조성되고, 도로 상공도 활용하여 저렴한 주택공급도 지속적으로 유도해야 할 것이다. 도로공간을 입체적으로 정비하기 위해서는 관련 제도의 정비와 도로에 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 일본은 도로 위 건축물의 입체적 정비를 유도화고 구분지상권 등의 허용과 부동산 개발 활성화와 도시활성화의 수단으로서 입체도로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도 보스톤 빅딕(Big Dig)과 같은 대규모 고속도로 입체화 사업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 수단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도 도로공간의 재인식과 도시활성화 유도라는 정책방향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새로운 지역경제 활성화의 수단으로 활용하길 기대해 본다. 이범현

[EE칼럼] 트럼프 2.0 시대의 에너지 정책

미국 제 47대 대통령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당선되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공공연하게 본인의 첫 부임일에 41가지 일을 동시에 수행하겠다고 말해왔다. WP(Washington Post)는 2022년 11월 15일부터 2024년 9월 10일까지 트럼프가 유세를 하는 하는 과정에서 '첫날'(on day one) 이라는 문구를 쓰면서 했던 공약들을 추적 정리해서 발표했다. 가장 많이 언급된 내용은 불법이민자 추방과 교육개혁에 대한 공약이다. 실지로 실현될지는 미지수이지만 첫날 불법이민자를 모두 추방하고 인종적 편견과 성적 차별의 부당함을 가르치는 교육제도를 바로잡겠다고 공공연하게 밝혔다. PC(Political Correctness)주의에 지치고 법치에 소외되었다고 느낀 국민들을 자극하여 절반 이상의 지지를 받은 것이다. 특히 에너지 부분은 다양한 언급을 했지만 핵심은 바이든 정부가 수행한 수많은 친환경 뉴딜 정책을 폐기하겠다는 것이 주된 공약이다. 바이든 정부가 수행한 차량의 연료배출 강화 등 환경규제와 전기차 생산 촉진을 위한 보조금 확대 정책을 '전기차 의무화'로 지칭하며 강력하게 폐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 트럼프 당선자는 지구온난화를 사기라고 생각하며 바이든 정부가 금지한 공공부지에 대한 유가스전 시추를 모두 허용할 것이고 중단된 송유관 공사도 재개할 예정이고 현재 불허된 LNG 액화터미널 공사도 허용할 것임을 수 차례 공약하였다. “drill baby drill"은 트럼프의 가장 유명한 유세 문구이고, 사실 그 문구 앞에 트럼프가 “frack, frack, frack"을 외치는 장면이 더 있다. 셰일(shale)오일과 가스가 묻혀있는 지역민들에게 경제회복을 약속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미국 국민들의 머릿속에 석유와 가스를 대량 시추하여 에너지와 전력가격을 전 세계에서 가장 저렴하게 만들어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인플레이션에 지치고 힘든 중서부의 소외된 러스트밸트 국민들에게 물가안정을 선물해줄 대통령 이미지를 각인시킨 것이다. AI로 떼돈을 버는 듯한 실리콘 밸리 엘리트들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로 인해 친환경 보조금과 세금공제 혜택을 받는 태양광과 전기자동차 산업들을 매일 TV로 보면서 생활의 변화는 없고 인플레이션에 고통스러운 중산층들은 천문학적인 친환경 재정확장을 멈추고 인플레이션을 잡고 경제를 회복해줄 대안으로 그를 선택한 것이라 볼 수 있다. 트럼프는 미국의 친환경 산업이 결국 중국에 종속되고 중국만을 위한 돈잔치임을 부각시켰고 이를 막기 위해서 중국 수입품에 60% 관세를 때려 미국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미국 우선주의의 메시지가 통한 것이다. 매우 이론적으로 엉성하고 보호무역주의가 결국 미국의 인플레이션의 대안이 될 수 없음에도 민주당 정권하에서 법치에서 소외됐다고 느끼고 인플레이션에 고통을 감내해야만 했다고 느끼는 절대 다수를 투표장으로 이끌어서 선거를 승리로 만들어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도 파리협약을 탈퇴했고 이번에도 첫날 파리협약을 탈퇴할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떠들고 있다. 또한 금번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9에 트럼프는 당연히 참석하지 않았고 독일 숄츠, 프랑스 마크롱, EU 집행위원장인 폰데어라이언 등이 불참했다. 주요국의 인사들이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아제르바이젠 바쿠에서 열린 COP29에서 합의한 선진국이 $300 Billion을 모아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저감에 도움을 줄 펀드를 마련한다는 최종안은 아무도 지켜질 거라고 믿지 않는 단순한 말장난에 불과한 합의라고 보인다. 원래부터 탄소저감 담합은 지켜지기 어려웠는데 미국이 당분간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지키는 나라는 바보가 돼버린다. 모든 나라는 이제 각자도생의 길로 나아갈 것이다. 이제 명분이 아닌 실리를 위한 국익에 맞는 에너지 정책을 수립해야 하고 새로운 미국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현명한 협상을 통해 대응해야 할 것이다. 조홍종

[기자의 눈] 대기업과 협업성공 스타트업이 되려면

대기업·중견기업과 혁신창업기업(스타트업)이 오픈 이노베이션 등을 통해 협업에 성공하는 경우 서로 이득을 얻는 윈윈(win-win)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대·중견기업은 새로운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수혈해 차별화된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어 좋고, 스타트업은 대·중견기업의 글로벌 유통망 등 인프라를 활용해 성장 기회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최근 대·중견기업들이 스타트업과 협업하거나 투자에 앞장서고 있으며, 유망한 스타트업들은 내노라하는 큰 기업들과 협업한 경력을 보유한 경우가 많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가 개최한 '2024 민간협력 오픈이노베이션 지원사업 성과공유회'에서도 이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협업 성공 사례를 발표한 SK에너지-크래블 팀은 SK에너지가 철자재를 사용해 일반적인 GPS를 활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해결하기 위해 손을 맞잡은 경우였다. 현재 두 기업은 GPS 단말 오차를 3㎝ 미만으로 줄일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SK에너지-크래블 팀처럼 대·중견기업이 파트너사로 거듭나 순조롭게 사업을 영위하는 좋은 사례가 있는 반면, 협업에 실패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찾아볼 수 있다. 취재로 만났던 한 중견기업 관계자도 “스타트업과 첫 협업 때 해당기업이 구현할 수 있다고 제시했던 성능이나 운영이 기대이하의 결과값을 내 피해를 입었다"고 토로했다. 협업에 성공한 스타트업 대표들이 입을 모아 조언하는 공통사항이 있다. 바로 시도 단계에서 지금 가진 데이터나 인프라로 협력기업에 어떤 이득을 줄 수 있는지, 어느 정도 범위에서 협업이 가능한지 사례를 매우 구체적이고 현실성 있게 제시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나중에 유관부서와 소통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은 만큼 '이해관계의 벽'을 허물기 위한 열린 마음도 필요하다고 덧붙여 조언한다. 실제로 기업 현장에서는 협업을 원하는 스타트업 대표들이 급한 자세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스타트업의 차별화된 신기술이 줄 수 있는 메리트만 보고 접근하기보다는 실현 가능성을 더 따져본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대·중견기업과 협업에 성공한 스타트업의 사례에서 보듯 당장 눈 앞의 자기 이득에 집착하기보다 상호 이익을 가져오는 윈윈 전략이 중요하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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