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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미세먼지에 대한 지나친 걱정은 기우다

요즘 미세먼지가 계절을 가리지 않고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미세먼지로 인한 국가 경제적 부담이 증가한다는 점이 줄곧 강조되어 왔다. 미세먼지 주의보 발령 1일당 관련 손실비용이 1586억원에 달하고,지난 2018년 기준 전국 평균 연간 25.4일의 미세먼지주의보가 발령된 것을 감안할 때 약 4조230억원의 비용이 발생한 셈이다. 이는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0.2%에 해당하는 막대한 금액이다. 여기에 추가적인 의료 관련 비용의 지출 등을 감안하면 엄청난 경제적 비용이 수반된다. 다른 측면에서 살펴보자. 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세계 인구 80억명 중 대기 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자는 650만명이며 그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 가운데 미세먼지로 인한 조기 사망자는 2019년 450만 명에 달한다. 2022년 기준으로 연간 세계 사망자의 수가 6710만명이며 현재까지 코로나19로 인한 누적 사망자가 687만명 정도라는 점을 감안할 때 미세먼지로 인한 영향은 매우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자세히 뜯어보면 이같은 미세먼지 관련 조기 사망자수는 미세먼지의 직접적인 영향이라기 보다는 미세먼지가 영향을 줘서 조기에 사망했다고 추정되는 숫자라는 점이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전세계 연간 평균 신생아 사망률은 1000명당 약 27명 수준으로 30년전의 67명에 비해 현격히 개선됐다. 평균 수명도 2019년 72.6세로 같은 기간(64.2세)에비해 8.4년이나 길어졌다. 미세먼지의 영향으로 조기사망자가 늘었는데도 보건 위생의 개선, 영양 환경의 개선 등으로 인류의 평균 기대 수명과 신생아 생존율은 길어졌다. 다만 미세먼지 문제는 주로 영유아나 노년층과 같은 건강 취약자들과 기초 의료 시설 부족에 노출된 많은 사람들에게 선별적으로 더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최근 국제 연구에서는 대기 중 미세먼지에 장기간 노출되는 것이 아동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문헌상의 증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명확한 인과를 나타내기 보다는 인과의 여러 경로 중 하나로서 미세먼지의 역할을 설명하는 것 같다. 대기 오염 이슈는 분명히 주요한 공중 보건 위험이고, 악성 대기질의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아동 사망률이 높기 때문에 이런 보건 위생 분야의 미세먼지 관련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견해다. 얼마 전의 연구는 미세먼지가 알츠하이머나 치매와의 연관성에 대한 내용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역시 인과의 경로를 설명하지만 충분한 자료를 가지고 연관성의 확률을 설명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와 같이 많은 나라에서 미세먼지와 의료·보건위생 분야의 연구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실질적이고 정확한 자료나 근거가 부족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우리나라는 2019년 영아 사망률이 1000명당 2.7명 수준으로 유럽의 평균보다 낮으며 전세계 10위권인 싱가포르(2.1명)와 비슷하다. 평균 수명도 83.3세로 세계 평균보다 10.7세가 길다. 그동안 외부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우리의 환경 수준을 빠른 속도로 개선한 것이 일부 성공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런 과정에서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내용보다는 결과적인 숫자가 지나치게 부각됐다. 따라서 주로 현실적인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이제는 이런 대기 문제와 관련해 좀 더 시민의 생활과 위해성을 정확히 전달하고 이해시키려는 소통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범 정부차원의 보건 위생 차원 정책 발굴과 지원에 나서야 한다. 먼저 정부와 학계, 기타 모든 이해관계자는 장기간의 대기 중 PM2.5 오염 노출로 인한 건강 취약 계층 사망의 상대적 위험성과 노약층의 보건 위해에 대한 상관성을 정확히 분석해 알려주는 일이 중요하다. 따라서 오염원을 중심으로 한 배출 총량의 감소 노력을 넘어서 환경 보건 연구를 통하여 더 많은 역학적 증거를 확보하여 현재 미세먼지와 인체 위해성 간의 연관성을 명확히 이해하고, 인구 역학 및 개선된 의료 시설과 대기 오염 통제 조치와 같은 개입이 사망률 부담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파악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일반 시민들의 삶에서 미세먼지는 근로 등의 생산과 경제 활동에도 직간접적으로 관여하지만 심리적으로 보다 큰 영향을 준다. 따라서 미세먼지에 대해 관심과 주의를 넘어선 지나친 시민들의 우려가 가끔은 고민스러울 때가 있다.박기서 전 대기환경학회 부회장

감동 없는 전경련의

"사마란치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이 불어로 ‘쎄울 꼬레아!’를 선언했다. 모두, 너나할 것 없이 얼싸안았다. 얼싸안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의 득표는 나의 예상 46표에 여섯 표나 추가된 52표였다." 현대(차)그룹 창업주 정주영이 쓴 회고록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에 나오는 얘기다. 1981년 한국은 독일 바덴바덴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 일본(나고야)을 52대 27로 꺾고 서울올림픽 유치에 성공했다. 그 맨 앞에 정주영 유치준비위원장, 아니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있었다. 국민들은 기적을 만든 정 회장과 기업인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재계의 ‘맏형’ 전경련의 전성기였다. 박근혜정부 아래서 전경련은 암흑기를 맞았다. 국정농단의 조력자로 전락했고, 존폐의 기로에 섰다.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이 줄줄이 탈퇴했다. 몇 몇 총수는 홍역을 치렀다. 후임을 찾지 못해 허창수 회장이 여섯 차례 연임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적폐 청산을 외친 문재인 정부는 전경련을 대놓고 패싱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전경련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윤석열 대선 캠프에 몸담았던 김병준이 지난 2월 회장 직무대행을 맡았다. 그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을 지냈다. 지난 3월 한·일 정상회담, 4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전경련은 오랜만에 존재감을 드러냈다. 김 회장 대행은 지난주 혁신안을 내놨다. 단체명을 62년 전 창립 당시 이름인 ‘한국경제인협회’로 바꾸고, 윤리경영위원회를 설치하고, 한국경제연구원을 통합해 싱크탱크 기능을 강화하는 게 골자다. 김 회장 대행은 "그동안 정부 관계에 치중하는 가운데 역사의 흐름을 놓쳤던 부분을 통렬히 반성한다"고 말했다. 혁신안을 총평하자면, 미안하지만, 감동과는 거리가 멀다. 간판 바꿔다는 건 우리나라 정당이 늘 하는 일이다. 그런다고 달라진 건 없다. 윤리경영위원회를 두면 과거 미르재단 모금처럼 회원사 등을 떠미는 일이 과연 사라질까? 전경련이 싱크탱크 기능을 강화한다는 말은 이미 귀에 딱지가 앉을 만큼 들었다. 전경련은 정경유착의 검은 그림자를 떨쳐내지 못했다. 혁신의 출발점은 당연히 탈정치화가 돼야 한다. 그런데 현 정권과 가까운 외부인사가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차기 기업인 회장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변신이 진심이라면 전경련이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무엇보다 기업을 넘어 나라 전체를 생각하는 경제단체로 거듭나야 한다. 김 회장 대행은 "경실제민(經實濟民) 철학에 입각해 국가에 도움이 되고 국민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이름을 바꿨다"고 말했다. 사실 경제라는 말 자체가 경국제민 또는 경세제민에서 나왔다. 제민이란 백성을 구제한다는 뜻이다. 기업은 돈 벌고 일자리만 만들면 된다고? 30년 전이라면 맞는 얘기다. 지금은 다르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미국 워런 버핏은 부자한테 세금을 더 물리라고 주장한다. 그래야 시장경제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고, 그래야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소득 양극화 고질병을 앓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는 심각한 수준이다. 이를 외면하면 존경받는 기업, 기업인이 될 수 없다. 노조에 대해서도 좀더 대범한 자세가 바람직하다. 불법을 용인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다만 지금처럼 전경련이 매양 노조와 으르렁대는 모습은 보기에 민망하다. 노조 대응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 맡기는 게 낫다. 대기업을 대표하는 단체라면 무게감이 남달라야 한다. 전경련은 지난주 집권 국민의힘 지도부를 초청해 정책을 건의했다. 내용은 안 봐도 비디오다. 상속·법인세 등 세금 내려달라, 노조법 개정안(노란봉투법)을 재검토해달라,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 범위를 명확하게 해달라 등 모두 10개 항이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전경련이 정부와 정치권에 대고 하는 소리는 오십보백보다. 오로지 기업 이익만 내세우면 자잘한 이익단체와 다를 바 없다. 김 회장 대행은 "통렬히 반성한다"고 말했다. 진심이라면 삼성 등 4대 그룹에 재가입을 압박해선 안 된다. 행여 ‘한일 미래파트너십 기금’에 출연을 강요해선 더더욱 안 된다. 국민과 야당, 심지어 노조가 깜짝 놀랄 전경련 연구보고서를 보고 싶다. "이 보고서가 전경련에서 나온 거 맞아?"라는 말이 나올 정도는 돼야 한다. 그래야 진짜 재계의 맏형답다.▲곽인찬 경제칼럼니스트

[기자의 눈] 현대차의 中 재도전을 응원한다

중국 시장 부진으로 철수까지 언급됐던 현대자동차그룹이 재도전에 시동을 걸었다. 지금까지의 전략과 리더십을 전면 탈바꿈해 ‘난공불락’ 시장 점령에 다시 나선 것이다.코로나19 이전, 중국을 여러 번 방문했다. 차에 관심이 많던 기자는 도로에 다니는 차들을 유심히 관찰했다. 놀라웠던 점은 북경·상해·시안 등 큰 도시 뿐만 아니라 시골 동네에 가도 중국 브랜드 차는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온통 폭스바겐·토요타 등 수입차만 가득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참 씁쓸한 기억이다.현대차그룹의 중국 시장 생존기는 그야말로 ‘짠내난다’고 표현하고 싶다. 현대차와 기아의 중국 판매량은 전성기였던 2016년 179만2000대를 기록했으나 꾸준히 뒷걸음질해 지난해 34만3000대 수준에 그쳤다. 2017년부터 지금까지 5명의 베이징현대 총경리를 교체·투입해 판매량을 끌어올리려 했지만 모두 성공하지 못했다. 2021년엔 중국 내 생산·판매를 담당 관리자급 주재원 약 30명을 한국으로 철수시키는 등 몸집을 줄이기도 했다. 사실상 ‘녹다운’ 될 뻔 했다. 바늘 구멍은 더 작아졌다. 중국에 ‘전동화’와 ‘로컬화’ 바람이 불면서 비야디(BYD) 등 토종 브랜드가 생겼기 때문이다. 비야디는 수입차를 모두 제치고 올해 1분기 중국에서 44만대가 넘는 자동차를 판매해 시장점유율 10.4%를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까지만 해도 BYD의 점유율은 폭스바겐의 절반에 불과했지만 1년 만에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넘어야 할 큰 산이 하나 더 생긴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잠시 숨을 고른 뒤 재도전에 나섰다. 현대차는 지난 4월 기존 최동우 부사장 대신 오익균 부사장을 베이징현대 총경리로 선임했다. 또 베이징모터쇼에서 N 브랜드로 중국 시장을 다시 공략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올해 ‘더 뉴 아반떼 N’을 중국에 선보일 예정이다. N 브랜드는 메르세데스-벤츠의 AMG이나, BMW의 M, 아우디의 RS 같은 고성능 브랜드다. N 브랜드를 내세운 건 중국 시장의 특성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자동차 브랜드의 가격 경쟁력과 수입차 브랜드의 인지도에 밀리는 상황에서 품질과 성능, 브랜드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기아도 올해부터 중국에서 전기차 모델을 대거 쏟아낸다. 오는 8월 EV6 GT를 출시하고, 11월 중국 전용 전기차 모델인 EV5를 내놓는다. 내년에는 플래그십 전기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EV9도 출시한다. 현대차그룹만의 품질과 성능으로 부진이 고착되기 전에 다시 한 번 중국 시장에서 반등할 수 있길 응원한다.김정인 산업부 기자

[EE칼럼]원자력 표퓰리즘 그만

원자력 표퓰리즘.오타가 아니다. 정치인들이 표를 의식해 포퓰리즘 정책에 원자력을 이용한다는 의미를 담아 투표와 포퓰리즘을 합성해서 만들어 본 말이다. 아르헨티나는 코로나19 이후 공공요금 동결과 현금 살포 정책을 추진했고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돈도 마구 찍어냈다. 부작용으로 나타난 살인적인 물가에 다급해진 정부는 기준금리를 100% 가까이 끌어 올리는 극단적인 조치를 취했다. 과도한 포퓰리즘 정책이 초래한 결과다. 이른바 ‘페론주의’로 불리는 중남미의 포퓰리즘은 유명하다. ‘국민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모두 줘라’는 슬로건 아래 무상복지를 확대하고 임금은 대폭 인상한다. 석유 매장량 1위인 베네수엘라가 대표적이다. 당시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고유가로 벌어들인 오일머니로 의료 등 무상정책을 대대적으로 폈다. 2008년 유가급락에도 무상정책을 유지했고 그 결과로 대통령을 네 번이나 연임할 수 있었다. 성공적인 표퓰리즘이다. 무상정책은 차베스 후에도 계승되었는데 그 결과 경제는 급격히 나빠졌고 지금도 엉망이다. 2018년에는 먹을 것을 찾아 쓰레기통을 뒤지는 사진이 외신에 올라왔다. 현금살포 정책은 일시적인 경기부양 효과( money illusion)는 있겠지만, 지나치면 재정이 파탄 나고 경제는 망가진다. 적어도 정치인에게 현금살포 정책은 매력적이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긴급재난생계지원’ 명목으로 4인 가구 기준 100만원을 지급했다. 바로 이어진 총선에서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은 3분의 2인 180석을 얻었다. 대법원은 지원금 지급이 금권선거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지만 코로나 지원금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민주당은 야당이 된 지금도 ‘돈 뿌리기 입법’에 안달이다. 문재인 정부의 탈 원전은 에너지분야에서 대표적인 표퓰리즘 정책이다. 2017년 당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여야 일부 대선 후보들 ‘원전을 넘어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 사회를 위한 대선후보 공동정책’을 발표했다. 이들은 당시에 아마도 사실여부와 관계 없이 탈 원전이 득표에 유리하다고 판단한 듯하다. 당시 기자회견문에서 "값싸고 깨끗한 에너지로 홍보했지만 실상은 비싸고 위험하다. 천문학적인 해체비용과 수십만년이 넘는 반감기로 후손들의 삶까지 위협하는 원전은 새로운 대한민국과 병행할 수 없는 청산목록 중 하나다"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탈원전 공약은 충실하게 이행됐다. 건설 중이거나 계획 중인 원전은 취소됐고 계속 운전 중이던 월성1호기는 조기폐쇄됐다. 그 자리는 비싼 태양광 발전이 채웠다. 그렇게 하고는 원자력이 싸지 않다고 한 말이 거짓이 될 것 같으니 올리지 않았다. 오늘날의 한전 적자와 전기요금 인상요인의 상당 부분은 탈 원전 탓이라고 알려진다.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았다. 각 정당들은 공천 룰을 논의하는 등 선거체제에 들어갔다. 정부와 여당은 전기요금 인상폭과 내년도 총선에 미칠 영향을 재다가 몇 일전 이도저도 아닌 8원/kWh을 올렸다. 한전 적자 보전에는 턱없이 부족한 인상폭이다. 어차피 소비자들이 부담해야 할 몫인데도 자꾸 뒤로 미룬다. 표 계산만 하다 보니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일도 이어진다. 지난 1월 여당 대표는 부산지역 기자간담회에서 "원전 부지 내 사용 후 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이 영구화될 수도 있어 이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당 대표가 되면 막을 것"이라고 했다. 원자력계는 경악했고 탈 원전 세력은 환영했다. 건식저장이 안되면 원전은 수조가 차는 2030년께 가동을 멈춰야 한다. 그는 며칠 전 여당의원이 주최한 원자력안전교부세 국회토론회에서는 "오랜 숙원사업이다. 당대표로서 말하기는 조심스럽지만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는 이거 빨리해야 됩니다"라고 하는 등 지역구와 관련된 인기영합적인 발언에 열중했다. 탈 원전 폐기를 공약하고 출범 1년이 지난 정부와 국정을 함께 책임져야 할 여당대표는 어디있나? 모든 에너지원이 다 그렇지만 원자력도 장점과 단점이 있다. 정치인들은 원전 운영사가 공기업이라고 원자력 발전을 표퓰리즘 수단으로 더 이상 이용하지 않기를 바란다.노동석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

[기자의눈] 신속통합기획, 의미 없는 재건축 사업이 되지 않길

최근 서울 내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재건축 사업을 진행하는 아파트 단지들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 시장 취임 이후 도입된 신속통합기획은 공공이 민간 주도 개발의 정비계획 수립 초기 단계부터 각종 계획과 절차를 지원하는 제도로 정비사업 기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압구정 2~5구역 주민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어 신속통합기획 초안을 공개하면서 대한민국 대표 부촌이자 서울 ‘재건축 최대어’ 중 하나인 압구정동 일대 아파트 재건축 사업의 밑그림을 발표해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여기에 더해 송파구 재건축 아파트 대장주인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는 지난해 2월 정비계획안이 통과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초로 원점으로 돌아가 오는 19일 송파구청에 신속통합기획을 접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서울 곳곳에서는 신속통합기획을 통한 재건축 사업이 진행 중이다. 신속통합기획의 장점은 명확하다. 사업 기간 단축을 통해 사업비를 절감하고 ‘35층 높이 제한’ 폐지를 통해 해당 단지의 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어 선택의 이유가 여실히 드러난다. 반면 일각에서는 조합원들 간 분쟁과 서울 시장 임기가 해당 사업의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꼬집으며 압구정 지구 재건축 사업이 과거 ‘한강르네상스’ 사업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지적이 뒤따르고 있다. 서울시가 신속통합기획을 계획대로 진행한다고 해도 분쟁으로 인한 소송이 일어나면 사업이 지연돼 금액이 절감되기는커녕 늘어날 것이며 오 시장이 장기집권하지 못한다면 정책 유지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물론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재건축한 아파트 단지가 시장에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조합 내 분쟁 및 오 시장 재임 여부는 단언할 수 없는 문제이다. 하지만 해당 단지들이 향후 부동산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어 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기에 향후 변수가 생기더라도 부디 신속통합기획이 차질 없이 지속돼 부동산 시장에 도움이 되는 제도로 남기를 바래본다.증명사진

에퀴노르, 비욘 인게 브라텐 코리아 대표이사 선임

[에너지경제신문 이원희 기자] 노르웨이 국영 종합에너지기업인 에퀴노르가 비욘 인게 브라텐 전 에퀴노르 신재생에너지 포트폴리오 상업 및 가치 평가 부문 부사장을 에퀴노르 코리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고 18일 밝혔다. 비욘 인게 브라텐 에퀴노르 신임 대표이사는 "한국의 해상풍력 시장을 개척하고 지역과 상생해온 에퀴노르 코리아에 합류하게 돼 기쁘다"라며, "해상풍력의 아시아 허브로 성장할 수 있는 높은 잠재력을 갖추고 있는 한국과 해상풍력 산업 경쟁력을 높여 재생에너지 목표를 달성하고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와 함께 힘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wonhee4544@ekn.krclip20230518111446 비욘 인게 브라텐 에퀴노르 코리아 신임 대표이사. 에퀴노르

[이슈&인사이트]전기차 시대 현대차·기아가 사는 법

한국에서 중국 자동차는 별로 환영받지 못한다. 그러나 중국 시장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중국인들은 중국 로컬자동차를이 가장 많이 구매한다. 반대로 지난해 기준 중국 시장에서 한국계 자동차는 점유율이 1.7%로 존재감이 미미하다. 범위를 좁혀 전기차 시장만 보면 중국계 전기차가 중국은 물론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고,가장 많이 판 자동차 회사도 중국 기업인 비야디(BYD)다. 중국 정부가 전기차 중심의 자동차 시장을 육성하기 위해 엄청난 규모의 보조금을 오랜 기간 지급하면서 중국계 전기차 기업이 급성장 했다. 이렇게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운 중국 전기차는 중국 시장에만 머물지 않는다. 지난해 중국은 311만 대의 자동차를 수출해 독일을 제치고 일본에 이어 2위에 오른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는 107만대를 수출하며 95만4000대에 그친 일본 마저 제치고 1위를 차지하였다. 중국이 이처럼 선전하는 것은 중국 전기차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현대차·기아는 중국 시장에서 중국 로컬 기업에 크게 밀리자 미국, 유럽 등 대체 시장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한국의 반도체 수출이 급감한 상황에서 자동차가 어느 정도 이를 커버해준다는 점은 반가운 일이다. 특히 지난해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부문 약진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미국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던 현대차·기아의 전기차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보조금을 지원받지 못하게 되면서 점유율이 급락했다. 유럽연합(EU)도 미국의 IRA와 유사한 핵심원자재법(CRMA)을 발표하면서 전기차 부문의 보호주의를 강화했다. 세계 자동차 시장은 전기차 중심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미국은 2032년 신규 출시하는 자동차 중에서 전기차 비중을 67%까지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EU는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전면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내연기관차에서 경쟁력을 가진 미국과 EU는 세계 자동차 시장이 급격히 전기차 중심으로 바뀌면서 보호주의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기차 중심 자동차 시장에서 전통적인 자동차 기업들의 순위가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현대차·기아는 글로벌 자동차 판매 세계 3위를 기록할 정도로 우수한 성과를 거뒀다. 올해 1분기에는 현대차·기아의 영업이익이 세계 1위 토요타를 앞질렀다. 향후 현대차·기아가 토요타와 폭스바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같은 선전은 현대차·기아가 전기차 부문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둔 반면, 일본이나 독일은 전기차가 내연차 판매 축소분을 상쇄하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폭스바겐과 토요타는 중국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 유지했지만 중국 시장이 빠르게 전기차 시장으로 전환하면서 중국내 판매가 감소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중국 로컬 자동차 기업이 외국계 기업을 앞서고 있다. 중국 전기차가 이처럼 선전하는 것은 중국의 배터리 경쟁력에 기인한다. 전기차 특성상 배터리가 자동차 가격에서 비중은 매우 높다. 중국의 CATL은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 35%가 넘는 독보적인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전기차 기업인 BYD는 자체 배터리 공급망을 확보하고 있어 전기차 생산단가를 낮추는 데 유리하다. 유럽과 미국이 전기차에 대한 장벽을 강화하면서 중국 전기차 기업과 배터리 기업은 유럽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유럽 및 미국의 자동차 기업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 중심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한국 자동차 기업과 이차전지 기업의 약진이 기대된다. 그러나 유럽과 미국의 시장 보호주의난관을 넘어야 하고 중국 전기차 기업 및 이차전지 기업과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부품의 수직계열화로 내연 자동차의 경쟁력을 크게 높인 경험이 있다. 전기차 시대에서 현대차·기아가 사는 법은 국내 배터리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구기보 숭실대학교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EE칼럼]탈 플라스틱 국제협약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오는 29일부터 6월2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2차 정부간협상위원회 회의(INC-2)가 열린다.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앞서 지난해 2월 개최된 제5차 유엔환경총회(UNEA-5)에서 175개국은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4년 말까지 플라스틱 전 수명주기를 관리하는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 제정에 합의했다. 인류 최고의 발명품인 플라스틱으로 인해 지구 생태계 파괴는 물론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국제사회가 플라스틱과의 전쟁에 칼을 뽑아 든 것이다. 지난해 11월 우루과이에서 1차 회의를 시작으로 모두 5차례에 걸친 정부간 협상을 통해 오는 2024년까지 협약 안건 처리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2024년 10월로 예정된 5차 회의 개최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OECD의 ‘글로벌 플라스틱 아웃룩 보고서’(2022년)에 따르면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2000년 2억3400만 톤에서 2019년 4억6000만 톤으로,같은 기간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은 1억5600만톤에서 3억5300만 톤으로 각각 두배 가량 늘었다. 국가별 플라스틱 생산량 비중은 중국이 21%로 가장 많다. 그 뒤로 EU(15%), 미국(14.5%), 독일( 5.5%). 인도 ( 4.2%), 한국(4.1%), 일본 (2.6%) 순이다. 특히 의료부문이나 개인위생용, 전자상거래 등에서 포장재 플라스틱 사용이 크게 늘고 있다. 그러나 플라스틱 폐기물의 재활용률은 고작 9%에 그친다. 나머지는 매립(50%), 무단투기(22%), 소각(19%)의 방식으로 처리되면서 각종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를 일으킨다. 플라스틱 첨가제로 인한 호르몬 및 신진대사 교란 등 인류 건강도 해친다.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 과정 전반에서 2019년 기준 약 18억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됐고 이 중 90%는 화석연료로부터의 생산 및 전환 과정에서 발생했다. 지금까지 플라스틱에 관한 국제 거버넌스는 런던협약, 스톡홀름 협약, 바젤협약 등 해양오염 방지, 생물다양성 보호, 화학물질, 폐기물 교역 등 관련으로 부분적으로 다뤄져 왔다. 그래서 INC에서 플라스틱 전 주기에 걸친 오염방지를 통합적으로 다루는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잉거 안데르센 UNEP사무총장은 플라스틱 국제협약이 ‘파리협정 이후 가장 중요한 다자간 환경협상’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협약에서는 플라스틱의 디자인 및 생산 단계부터 폐기물 수거, 재활용, 매립에 이르기까지 전 생애 주기별 관리방안을 마련한다. 협약의 쟁점은 규제의 방법과 생 분해성 플라스틱의 인정범위 등 크게 2가지다. 미국, 인도, 일본, 중국 등은 협약 체제 아래서도 국가별로 자율적으로 규제하는 입장인 반면 한국을 비롯한 EU회원국, 영국, 노르웨이 등은 협약이 발효되기 전 과도기에는 국가별 자율적 규제를 인정하고 발효 이후는 전 지구적으로 통합된 규범을 적용하자는 주장이다.또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어디까지 인정하느냐에 대해서도 국가별 이해에 따라 견해차이를 보인다. 몬트리올의정서는 환경분야 다자간 협약 가운데 가장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오존층 파괴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를 전 지구적으로 노력해서 막은 결과다. 플라스틱 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하면 그 정도의 구속력 있는 협약이 필요하지만 플라스틱의 복잡성을 따져볼 때 간단치가 않다. 그렇더라도 협 약의 시급성과 중요성에 비춰볼 때 한국의 대응 여건은 만만치 않다. 에너지 회수 시설에 대해 사실상 손놓고 있고 일회용품 품목은 1만개(유럽은 400여종)가 넘는 데다 석유화학 산업이 주력업종이다 보니 플라스틱 협약에 따른 타격은 불가피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플라스틱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점이다. 시민 실천활동인 플라스틱 일회용품 안쓰기 캠페인과 연계해 불필요한 일회용품 제조를 단계적으로 줄여나간다면 국민 공감대를 얻을 것이다. 동시에 영세한 플라스틱 제조사들의 업종전환에 대한 정부지원도 필요하다. 석유화학 산업의 위축이 불가피하겠지만 기업의 탄소중립 달성과 ESG경영 차원에서 플라스틱 협약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동시에 오염된 폐플라스틱을 에너지로 활용할 수 있는 에너지 회수 시설에 대한 국민인식 강화와 지원에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

[기자의 눈] 10년치 거래내역 뒤진다는 거래소...효과 있을까

한국거래소 및 금융당국은 최근 10년간 거래소를 통해 이뤄진 거래를 전수 조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하한가 사태’와 관련해 유사한 수법의 주가조작 사례를 발본색원하겠다는 의도다.거래소의 태도에는 제법 날이 섰지만 여의도 증권가의 반응은 차갑다. 이번 하한가 사태가 사실상 주가조작 사건으로 확정된 상황이지만, 사건 초기에만 해도 주가조작일 리 없다는 의견이 제법 많았다. 폭락한 8개 종목은 6개월에서 2년에 걸쳐 장기간 주가 상승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건 초기 당시 8개 종목 가운데 한 회사 관계자는 ‘별다른 내부 이슈는 없지만, 주가조작 같지도 않다’며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했다.이에 거래소의 이번 조사가 단순 ‘보여주기’에 가깝다는 우려가 나온다. 6개월 이상 장기간에 걸쳐 주가가 오르는 현상은 통정매매가 아니더라도 해당 종목이 가진 이슈, 업황 등에 따라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설사 비슷한 패턴을 발견했다 하더라도 이미 상당한 시일이 지난 이상 구체적인 거래 주체를 밝혀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증시 거래대금이 다시 바닥을 향해 가고 있는 지금, 이번 전수조사가 괜한 인력·비용 낭비에 그쳐 더 이상의 신뢰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불공정거래 혐의 종목 선정 기준을 기존 단기에서 반기 및 연 단위로 확대하겠다는 새로운 시장감시 기준도 마찬가지 이유로 업계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물론 거래소가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는 있다. 거래 계좌의 지역적 유사성과 더불어, 지역이 서로 다르더라도 계좌 간 유사한 매매 패턴을 나타내는 경우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결국 현재의 우려를 불식하고 다시 시장 신뢰를 되찾는 가장 좋은 수단은, 거래소가 전수조사 및 새 감시기준으로 성과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suc@ekn.kr

[EE칼럼]수소경제도 에너지 확보가 관건이다

수소경제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수소는 세 가지 특성을 가지고 있다. 매우 많고, 매우 가볍고, 매우 격렬하게 반응한다. 이런 특징에 대해 하나씩 살펴보자. 우주는 약 68%의 암흑에너지(dark energy)와 약 27%의 암흑물질(dark matter)로 이뤄져 있다. 이 가운데 우리가 아는 물질은 5%도 채 되지 않는데 75%가 수소이고, 25%는 헬륨이다. 나머지 물질은 1%도 안된다. 이처럼 수소는 알려진 물질 중에서는 가장 많다. 138억 년 전 빅뱅이 일어난 지 3분 만에 만들어진 원소가 수소와 헬륨이기 때문이다. 나머지 원소들은 한참 뒤에 별에서 만들어졌다. 우주가 대부분 수소와 헬륨으로 이뤄진 것과 달리 지구는 철이 가장 많다. 철은 지구 중량의 35%를 차지하고, 5.2%가 지표면에 존재한다. 지구를 철의 행성이라고 부를 정도로 매우 많은 양의 철이 존재한다. 철은 초신성이 폭발할 때 발생하는 높은 온도와 높은 압력에서 핵융합을 통해 만들어진다. 별은 우주의 철공장인 셈이다. 수소는 양성자 하나와 전자 하나로만 구성된 가장 가벼운 물질이기도 하다. 이처럼 가벼운 수소 원자를 잡아둘 만큼 지구의 중력이 크지 않기 때문에, 지구 대기에 수소는 0.00001%도 존재하지 않는다. 수소와 산소로 구성된 물이 없었다면 지구에는 그마저도 수소가 없을 것이다. ‘해저 2만리’의 작가 쥘 베른이 1874년 ‘신비의 섬’이라는 소설에서 석탄이 고갈될 경우 석탄 대신 물을 때면 된다고 한 이유이기도 하다. 수소는 상온에서 기체로 존재하지만 영하 253도 이하에서는 액체로 바뀐다. 수소를 파이프라인이 아닌 배로 운반할 때는 액화해 탱크에 보관한다. 운반 과정에서 탱크 내외부의 온도 차이로 자연 증발되거나 기화되는 수소 가스가 상당하다. 미국에서 액체수소를 싣고 한 달을 걸려 우리나라에 도착하면 30% 정도가 기체로 날아가고 70% 정도만 남는다. 암모니아는 질소 원자 1개와 수소 원자 3개가 결합한 화합물로 영하 53도까지만 내려가도 액체로 바뀌어 보관이 쉽고 기화가 덜 된다. 그래서 암모니아를 수소 운반체로 활용하려 노력한다. 그러나 암모니아에서 수소를 분리하려면 액체수소에 비해 30배 이상의 에너지가 소요된다는 게 문제다. 수소는 공기와 혼합한 후 불꽃을 튀겨주면 폭발적인 연소반응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가연성 물질이다. 발열량이 원유에 비해 3배가 넘는다. 1980년대 미국 우주왕복선은 액체수소를 연료로 사용했다.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와 스페이스X의 펠컨9 로켓은 발사할 때 주로 등유를 연료로 사용한다. 화석연료인 등유를 사용하다 보니 팰컨9은 발사 후 3분도 안 되는 165초 동안 약 116톤의 이산화탄소를 내뿜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자동차 1대가 69년 동안 배출하는 양과 같은 수준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등유 대신 액체수소를 사용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가 이끄는 블루오리진의 뉴셰퍼드와 일본의 주력 로켓인 H-2A는 액체수소를 연료로 쓴다. 지난 2021년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은 6억8000만톤이며 이 가운데 철강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비중이 14.3%로 전 산업부문에서 1위다.그래서 ‘제철소 몇 개만 해외로 옮기면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우주에서 가장 흔한 수소와 지구에서 가장 흔한 철이 만나면 어쩌면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변화 문제를 상당부분 해소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철강 공정은 산화철 형태인 철광석과 석탄을 용광로에 넣어 1500도 이상의 고온에서 녹이면 일산화탄소가 발생해 철광석에서 산소를 분리시키면서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동시에 순수한 철을 얻는다. 수소환원제철은 철광석에서 산소를 분리시킬 때 수소를 사용한다. 이 과정에서 수소는 산소가 만나 물이 되고, 철을 얻게 된다. 그러나 수소환원제철은 수소를 800도 이상 가열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양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결국은 무한루프처럼 에너지 문제로 돌아왔다. 수소를 얻기 위해서는, 수소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결국 에너지가 필요하다. 여전히 그 에너지를 어디에서, 어떻게 얻을 것인가가 관건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에너지를 얻기 위해 석유, 석탄, 가스를 해외 수입에 의존해 왔다. 2021년 기준 에너지 수입의존도 92.8%라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수소경제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에너지 확보 방안을 철저히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박성우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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