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생활문화산업학과 교수 |
소비자 안전의 대표적인 개선 사례는 미국의 역사적인 사건에서 확인할 수 있다. 1982년 미국 시카고에서 타이레놀을 먹고 소비자 7명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제조회사인 존슨앤드존슨 경영진은 원인 파악이나 책임소재 구명보다 더 빨리 신속하게 리콜(자발적 제작결함시정) 대응팀을 구성해 ‘미국 내 모든 제품 수거’, ‘원인 규명 때까지 복용금지’ 등의 소비자경보부터 발령했다. 이후에 사망의 원인이 밝혀졌는데 누군가 캡술형 타이레놀에 청산가리를 주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은 기업 스스로가 자율적으로 신속하게 리콜을 적극 시행한 모범 사례로 리콜의 효시가 됐다. 이 회가가 소비자들로부터 높은 신뢰를 얻은 것은 물론이다.
한 가지 더. 1992년 미국 뉴멕시코주에서 79세 할머니가 맥도널드에서 드라이브-스루 서비스로 커피를 구매했는 데 차 안에서 커피를 쏟아 다리와 엉덩이에 3도 화상을 입었다. 할머니측은 제조물 책임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소비자에게도 일부 과실을 인정하면서도 맥도널드 측에서 치료비· 위자료와 함께 징벌적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징벌적 배상 판결 근거로 맥도널드 커피가 다른 패스트푸드 커피보다 뜨거웠다는 점을 들었다. 더불어 이 사건 발생 몇 년 전부터 커피가 너무 뜨겁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맥도널드 측에 제기됐는 데도 이를 방치한 책임을 물었다.더구나 매장 점원이 커피가 뜨거우니 조심해야 한다는 주의를 주지 않은 책임도 지적했다.
이 소송 이후 패스트푸드 업체들은 화상을 입지 않도록 두꺼운 마분지를 컵에 끼우도록 조치했고, 그 결과 오늘날 테이크 아웃 컵에 덧붙여 있는 마분지를 쉽게 볼 수 있게 됐다. 맥도날드 소송은 기업들에게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을 예측하도록 한 것은 물론이고 안전사고 감축 노력과 소비자 손해배상을 적극적으로 하도록 하는 계기가 됐다. 더 나아가 기업들은 극단적인 가정 하에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사용설명서나 경고문을 부착하기에 이르렀다.
예를 들면, 어린이용 인라인 스케이트에 "본 제품은 사용하면 움직입니다", 디지털 체온계에는 "체온계를 일단 항문에 사용하고 나면 입에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아기 유모차에는 "유모차를 접기 전에 아기를 들어내십시오", 수면제 제품에 "경고: 졸음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라는 표시가 그것이다.
우리 일상에는 각종 제품은 물론 시설물 등에서 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따라서 각종 위험으로부터 안전을 지키는 것이 개인이나 국가의 최대 과제 중 하나다. 언론이나 일반 소비자는 모든 제품에 대해 막연하게 완전한 안전을 요구하지만 완벽하게 안전한 제품은 없으며 위해나 결함정보를 사전 또는 사후에 완벽히 파악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현재시점에서 아무리 안전이 인증된 제품이라고 해도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새로운 위해성이 드러나기도 한다. 안전한 사회는 행정력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국민 모두가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스스로 ‘안전지킴이’ 역할을 할 때 안전한 사회가 실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