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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칼럼] 이스라엘과 이란이 자제력을 보인 이유

이스라엘과 이란이 서로 보복 공격을 감행했다. 200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으로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이란의 대리 세력인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및 이라크의 친이란 시아파 군벌 참전으로 점차 확전되는 상황이었다. 이미 양측의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지난 4월 1일 이스라엘의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이란 영사관 폭격으로 이란 정예 쿠드스군 고위 사령관을 포함한 13명이 폭사했다. 이란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4월 13일 이스라엘에 300여 대의 드론과 미사일을 동원한 공습을 감행했다. 그러나 미국, 영국, 프랑스, 요르단 등 국가의 지원을 받은 이스라엘은 공격 드론과 미사일 99%를 요격하는 데 성공하여 큰 피해를 보지 않았다. 이에 이스라엘은 4월 19일 다수의 드론과 미사일을 동원해 이란의 핵시설 인근 지역을 목표로 재보복을 단행했다. 이란은 방공 시스템인 S-300 대공미사일 등을 잃었지만, 큰 피해를 보지는 않았다. 이번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 보복 공격은 여러 면에서 의아한 부분이 있다. 우선 공격 규모에 비해 양측의 피해가 가볍다는 사실이다. 탄도미사일 등 300여 대가 동원된 이란의 공격은 전례 없던 수준으로 기습적으로 이뤄졌다면 엄청난 피해를 초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란은 이스라엘 공격 하루 전 미국에 계획을 통보하고 심지어 공격 루트까지 사전에 흘렸다는 루머가 있다. 복수를 위해 최대한 공포와 피해를 강요하는 보복 기습 공격의 군사적 성과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이스라엘의 재보복 공격 역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스라엘은 탄도미사일, 스텔스 전투기 등 첨단 무기체계를 동원해 이란의 방공망을 무력화했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공격을 감지하지 못했다고 알려졌다. 더군다나 이스라엘은 미사일로 이란의 대공미사일 시스템을 기습 제거한 후 같은 목표물을 향해 날아가던 나머지 미사일들을 공중 자폭시켰다. 이미 제거한 목표를 추가로 타격할 필요가 없어서겠지만, 이는 이스라엘이 이란에 더 공격할 수 있지만 이 정도만 하고 봐준다며 희롱한 것으로 봐야 한다. 이스라엘은 언제라도 이란 전역을 마음대로 유린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이번 이스라엘과 이란의 보복 공격을 보면 사전에 연습 된 연극 공연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명분과 여론 때문에 서로 보복 공격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지역과 국제 환경을 감안해 서로 원하는 수준의 보복을 하지 못한 것 같다. 아마 최근 국제정세만 아니었다면 양국은 피비린내 나는 살육을 감행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동중국해 지역에서 긴장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전면전 발발을 원치 않은 미국 등 서방의 입김이 작용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두 나라는 체면은 지키면서 피해는 최소화한 합리적인 대응을 선택했다. 최근 국제정세를 혼탁하게 하는 4대 세력인 러시아, 중국, 이란, 북한의 연대가 심상치 않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미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축소 또는 지연되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의 패전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만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승리하고 서진(西進) 한다면 미국과 나토는 유럽에서의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이 중동에서 전쟁을 일으키고 중국이 대만 침공을 감행하며 북한이 한반도에서 무력도발을 한다면 미국은 4개 다른 지역에서 전쟁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이는 아무리 미국이라도 절대 감당이 불가능한 시나리오다. 이 전쟁에는 미국의 동맹국과 연합국들도 참전하게 되어 결국 제3차 세계대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다행히 이스라엘과 이란이 서로 체면치레하는 수준에서 보복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지만 이런 불안한 타협이 계속될 것이란 보장이 없다. 우선 이스라엘이나 이란 모두 정권 위기 타개와 국내 정치 문제 해결을 위해 국민의 관심을 외부로 돌려야 하는 처지다.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정권은 부정부패 및 권력남용 등 문제로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고 이란의 최고지도자인 하메네이는 계속되는 시위, 내부 분열, 주변 이슬람 국가들과의 갈등 속에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한 돌파구가 필요하다.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계속 공격하고 레바논 남부에서 이란의 하수인인 헤즈볼라와 본격적인 교전에 들어가면 결국 두 나라는 충돌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코로나로 전례 없던 어려움을 겪은 국제사회는 이제 전쟁의 공포에 떨고 있다. 이를 극복하려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빨리 끝내 유럽 전체 전쟁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고 중동에서의 전면전 불씨를 꺼트리며 중국의 대만 점령 의지와 북한의 호전성을 잠재워야 한다. 하지만 과연 이게 실현할 수 있는 목표인지 확실치 않다. 이들 국가는 정치적 목표 달성을 위해 평화보다는 갈등을 초래하는 것이 이익이라고 판단하고 서로 연대를 통해 각자의 목표 달성을 지원한다. 아직 국제사회는 이런 러시아, 중국, 이란, 북한의 연대를 깰만한 동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 이스라엘과 이란의 체면치레 보복 공격 사례는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미국과 서방이 더 큰 전쟁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 성과를 달성한 긍정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이를 교훈 삼아 향후 국제사회가 전쟁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단합하고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이상호

[EE칼럼] 국제감축사업, 지역의 지속가능발전이 핵심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는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서 경제, 사회, 그리고 정치적 차원에서 긴박한 도전 과제로 자리매김했다. 기후변화 저지를 위해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가 참여하는 파리협정은 지구 온난화를 산업화 이전 대비 가능한 한 1.5도 섭씨 이하로 유지하려는 도전적인 목표를 세웠다. 전신인 교토의정서에 비해 파리협정은 개도국의 적극적인 참여를 위해 다양한 지원 메커니즘과 감축의 투명성과 도전성을 높이는 여러 장치들을 배치했다. 그런데 협정 출범 9년이 지난 지금도 구체적인 이행방안이 합의되지 않는 조항이 있으니, 바로 파리협정 제6조이다. 제6조는 국제협력에 의한 감축에 관한 규정이다. 그만큼 당사국 간 이견이 크다는 뜻일 거다. 교토의정서에서 국제감축의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청정개발체제(CDM)이었다. 온실가스 감축 비용이 낮은 지역에서 감축활동을 벌이고 감축량을 이전해서 사용하거나 거래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많은 비판을 받았다. 선진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도움이 되었지만 개발도상국의 지속가능발전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예를 들어, 개도국도 편익을 얻을 수 있는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나 탄소 삼림 프로젝트에는 자금 지원이 잘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CDM은 저비용의 감축사업만을 선호한다"라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아울러 CDM 프로젝트의 혜택이 일부 국가와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는 분석 결과와 함께 파리협정 체제에서는 저개발국가에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또한 온실가스 감축량 및 탄소 상쇄를 통한 제거(removal)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는 측정 도구의 불확실성, CDM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량이 추가적이며 영구적인지에 관한 의문, CDM 프로젝트 재원이 부적절한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추가적인 온실가스 배출을 야기한 경우 등 실제 감축 효과가 과대평가되었다는 등 여러 비판에 직면했다. 이러한 비판을 배경으로 등장한 것이 파리협정 제6조 체제이다. 6.2조는 국가 간의 협력을 통해 감축을 추진하고, 6.4조는 다자 메커니즘을 구축해서 민간이 배출권을 국제적으로 이전하고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국내에서 온실가스 감축에 많은 제약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는, 국외 감축분을 포함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설정한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다. 2023년에는 NDC의 부문 간 목표 조정을 하면서 국외감축분을 3350만톤에서 3750만톤으로 늘려 잡았다. 이는 산업부문의 목표 2307만톤 보다 더 많은 양이다. 그런데 문제는 국외감축의 달성이 녹록치 않다는 것이다. 국외감축 사업은 대부분 개도국에서 진행된다. 하지만 CDM의 경험에서 개도국은 국제감축 협력사업이 그다지 자국에 도움이 안 된다는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다. 이는 필자의 연구팀이 8개국의 CDM 프로젝트 승인 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를 통해 확인되었으며, 조사에서는 기존 프로젝트들이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저해하는 다양한 사례가 제시되었다. 또한 국제 감축사업에 대한 파리협정의 룰이 교토의정서 보다 훨씬 엄격해지기도 했다. 국제감축 사업이 배출권을 발급받기 위해서는 추가성의 원칙이라는 것을 지켜야 하는데 이것의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기가 쉽지 않다. 구체적으로 보자면, 특정 프로젝트에서 나오는 감축이 기존의 법률이나 규제, 다른 정책으로는 달성할 수 없는 것이어야 하고, 파리협정 6조 메커니즘에 따른 지원 없이는 재정적으로 실행 불가능한 프로젝트여야 하며, 기존의 기술이나 관행을 뛰어넘는 새로운 기술이나 방법이 도입되어야 한다. 여기에 더해 파리협정 6.4조의 새로운 방법론은 배출권 발급량을 실제 감축량보다 낮게 설정함으로써 감축된 배출량의 일부는 개도국이 직접 활용할 수 있게 하고, 기술 수명보다 짧은 크레딧 발급 기간을 설정해 후반기 이익이 개도국에 귀속되도록 하는 등 개도국이 장기적인 이득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또한 파리협정 하의 국제감축사업은 지속가능발전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외에도 A 국가에서 발생한 감축량이 우리나라로 이전될 경우, 상응조정에 따라 A 국가는 해당 감축량을 자신의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추가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감축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엄격한 투명성 원칙 등이 요구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은 탄소 규제가 느슨한 지역에서 강한 지역으로 탄소가 이전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강화되고 있는 탄소무역규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적용 확대 등으로 기업의 생존을 위해서도 가장 중요하고도 시급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감축수단이 제한적인 많은 기업들이 국제감축사업과 자발적 탄소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정부 또한 NDC 달성을 위해 국제협력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이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조건들을 보면 국제감축이 국내에서의 감축보다 더 쉬워보이지는 않는다. 교토의정서 때와 달리 개도국 또한 감축 의무를 지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 국제감축의 가능성은 감축사업이 개도국의 지속가능발전에 얼마나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 파리협정 6.4조는 지속가능발전메카니즘이라 불리기도 한다. 과거 CDM 프로젝트에서 지속가능성 평가보고서는 형식적 서류에 불과했지만, 파리협정에서는 지속가능성이 프로젝트 승인과 검증의 핵심 요소가 될 것이 분명하다. 국제감축 프로젝트를 설계할 때 우리 입장에서 얼마나 저렴하게 감축을 달성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의 지속가능발전을 지원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이는 토지, 산림, 수질, 대기오염 방지 등의 환경 개선과 재생에너지의 확산, 교육과 기술 훈련 프로그램 등을 통한 지역 사회 역량 강화와 이를 통한 소득 증대 등을 위한 계획도 진정성 있게 포함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대형 에너지개발사업에서 인허가와 설비건설 만큼 정성을 쏟아야 하는 것이 주민수용성을 확보하는 일이라고 한다. 국제감축사업도 사업대상 국가와 프로젝트 실행지역 주민의 마음을 얻어야 가능하다. 이러한 상황에 우리는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지 모르겠다. 막연히 국내감축보다 국외감축이 더 쉽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파리협정에서 국제감축의 타당성평가 및 검증에 지속가능발전 평가 의무화와 상응조정 등의 강화된 조건이 추가되면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이러한 조건 하에서 국제감축이 우리에게 NDC 달성의 대안이 되려면 발상의 대전환과 철저한 준비가 절실하다. 하윤희

[기자의 눈] 기업 밸류업을 향한 일말의 기대

정부가 기업 밸류업 공시 가이드라인을 다음 달 2일 공개하기로 했다. 밸류업 공시 가이드라인은 지난 2월 발표한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의 일환으로 상장사가 스스로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자율공시하는 게 주요 골자다. 향후에는 자율공시 우수기업을 중심으로 지수와 상장지수펀드(ETF)를 구성해 운영할 전망이다. 연초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드디어 사업 시행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데는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자율공시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고 이 의문은 여전히 해소되지 못한 상황이다. 자율공시는 말 그대로 기업 스스로 노력하고 자율적으로 공시를 작성해서 주주와의 소통을 확대해라는 의미인데 과연 기업들이 당국의 기대만큼 움직이겠냐는 것이다. 밸류업 지원 방안의 세부 내용을 보면 자율공시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작성해 공시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방침이다. 회사의 판단에 따라 공시 여부나 횟수, 내용 등을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했다. 자율공시이기 때문에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을 거치지 않아 금감원의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공시 계획을 변경하거나 공시하지 않더라도 규정 위반이 아니기 때문에 관련 처벌도 없다. 정부는 관련 패널티가 없는 대신 기업들에 밸류업 표창을 수여하고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해 참여율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프로그램 운영 초기에는 참여율이 저조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들도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다음 달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에도 당장 가시적인 성과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업계에서는 “기업들이 주주환원을 해야 하는 것은 맞는 방향이지만 주주환원에 적극 나서는 기업은 많지 않다", “자율에 맡겨서 얼마나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한 당국의 고민이 필요하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기업 참여율이 예상보다 높을 수 있으리라는 일말의 기대를 걸어보고 싶다. 올해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기점으로 기업들의 주주를 대하는 태도가 조금씩 변화하고 있어서다. 올해 정기 주총에서는 소액주주들이 제안한 배당 확대, 사외이사 선임 등의 안건이 승인되는 등 주주활동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성과를 이뤄냈다. 일반주주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기업 입장에서 주주환원이 무시할 수 없는 요소가 된 것이다. 또한 밸류업 프로그램이 시행되면 주주들 입장에서 자율공시 여부를 놓고 기업을 압박할 명분도 생긴 셈이다.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지 않도록 기업과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밸류업 프로그램을 제대로 추진해주길 기대해본다. 김기령 기자 giryeong@ekn.kr

[데스크 칼럼] 5월 위기설, 금융정책운용 ‘회복’ 집중할때

격동의 4월이 끝나간다.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기초체력을 확인하는 동시에 시장 참여자들의 걷히지 않는 불안이 더욱 선명해지는 4월이었다. 중동 리스크, 사그라든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감 등으로 1400원선을 심심치 않게 넘나들던 원달러 환율은 비교적 빠르게 안정을 찾았고, 코스피도 2600선을 지키고 있다. “옛날처럼 환율 변화에 따라서 경제 위기가 오는 그런 상황은 아니다. 선진국형 외환시장 구조가 자리 잡았다"고 자신했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최근 발언은 한층 레벨이 올라간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모습을 방증한다.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 대비 1.3% 증가하며 2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분기성장률을 기록한 점도 고무적이다. 4·10 총선 패배로 가라앉아있던 정부 입장에서는 경제성장률에 한껏 들뜬 분위기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정 외끌이가 아닌 민간 주도 성장, 수출과 내수반등이 골고루 기여한 균형 잡힌 회복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교과서적인 성장경로로의 복귀"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GDP 성장률과 실제 국민들이 느끼는 경기의 체감도는 일정 부분 괴리가 있어 보인다. 고금리, 고물가가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부담감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발표 직후 나온 미국의 경제지표(GDP 증가율 1.6%)는 고물가 속 경기 침체라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를 더하면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은 더욱 멀어졌다. 시장 참여자 입장에서 보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불안 등 우리 금융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들이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하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추진 동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대표적이다. 금융당국 수장들은 야당이 반대할 사안이 아니라며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밸류업의 핵심인 배당소득 분리과세, 자사주 소각 시 법인세 감면 등의 세제 개편안을 두고 야당이 이를 반대하면, 이에 대한 책임은 고스란히 야당 몫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우회적인 압박으로 들린다. 그러나 밸류업 프로그램의 동력 상실은 애당초 당국이 자초한 측면이 있다. 금융당국이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밸류업 프로그램을 처음 발표한 시기는 올해 2월이다. 하지만 당초 기대와 달리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이나 세제 혜택 등이 전무했고, 가이드라인 확정은 총선 이후로 미뤘다. 작은 대외 변수라도 쉽게 출렁이는 우리나라 금융시장 특성을 고려하면, 당국의 대처는 안일했고 미흡했으며 시간 끌기에 지나지 않았다. 고금리, 부동산 경기 침체로 점철된 부동산PF 부실은 이제 금융사들의 '건전성 악화'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나 최근 환율 급등세는 원자잿값 상승, 공사비 상승으로 이어져 가뜩이나 살얼음판인 PF시장을 어렵게 만들 것이 자명하다. 이미 상당수의 금융사들은 당국의 요구대로 충당금 적립, 옥석가리기 등을 병행하고 있다. 향후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면 이러한 PF 위기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이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부동산 PF의 구조적 개선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부동산 침체기 그리고 금리인상기마다 우리는 동일한 리스크를 목도할 것이다. 작금의 위기는 자본력이 약한 시행사가 차입을 과도하게 일으켜 개발을 추진하고, 건설사와 금융권이 신용보증을 제공하는 등 국내 PF 사업의 취약점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는 곧 금리인하와 부동산 경기 회복만을 기다리며 금융사에 충당금 적립 등을 거듭 주문하는 것으로는 위기의 고리를 끊는데 역부족이라는 걸 의미한다. 금융당국, 국토교통부 등 정부 부처는 긴밀하게 협업해 경제위기의 뇌관으로 부상할 수 있는 약한 고리들을 끊어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유동성 경색을 대비한 과감한 정책금융지원을 가동하는 점도 고려해봄직 하다. 정부가 5월 중 발표하는 PF정상화 방안에는, 시장 참여자로부터 기존의 방식이 아닌 다른 차원의 '넥스트'가 제시돼야 할 것이다. 앞서 언급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도 방향성은 크게 다르지 않다. 5월은 경제회복 불씨를 살릴 골든 타임이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김성우 칼럼] 국제협력에서 국제압력으로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지난 3월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 산하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는 2월 전 세계 평균기온이 역사상 2월 기온 중 가장 높았고, 2023년 3월부터 12개월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56도 높아 사상 최고치를 갱신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1년간 산업화 이전 대비 온도 상승폭의 마지노선인 1.5도를 넘긴 것이다. 2015년 개최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에서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한 파리협정을 무색하게 하는 수치다. 이와 같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협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파편화된 국가별 대응 정책들이 다양하게 도입되고 있다. 제품에 탄소세를 부과하기도 하고, 탄소를 감축한 실적을 기업끼리 거래하게 만드는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기도 하는 등 각 국가별 사정에 맞게 탄소에 가격을 부과해 감축을 유도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탄소 규제가 강한 국가와 약한 국가간 탄소 가격이 달라 국가별 제품의 생산비용도 달라진다는 점이다. 즉, 환경을 위해 탄소 규제를 강하게 시행하는 국가의 제품 생산비용이 높아져 글로벌 경쟁력이 감소하게 되는 불공평한 탄소 가격 차이는 국가간 상품 교역시 특히 문제가 된다. 유럽연합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탄소 규제가 약한 국가에서 만든 제품을 EU로 수입할 경우 생산국의 탄소가격과 EU의 탄소가격의 차이에 대해 요금(Tariff)을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를 도입했다.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비료, 전기, 수소 등 6가지 수입품에 대해, 2023년 10월부터 2년간 '전환 기간'(transition period)을 거쳐 2026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미국도 2023년 6월부터 탄소국경조정 준비와 관련된 법안 5개를 발의하였다. 그 중 'PROVE IT ACT(Providing Reliable, Objective, Verifiable Emissions Intensity and Transparency Act)'는 2023년 7월 발의된 후 올해 1월 18일 법안심사회의를 통과하여 입법절차를 진행 중인데, 미국 에너지부에게 주요국을 대상으로 22개 지정품목(철강, 시멘트, 수소, 핵심광물, 천연가스, 태양광 등)의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제품별 탄소배출량을 조사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이다. 탄소국경조정을 시행하려면 국내외 제품별 탄소배출량이 기준으로 되므로,관련 데이터의 확보는 탄소국격조정제도 도입시 필수다. 더욱이, 지난 4월 16일에는 백악관 기후통상 TF 발족을 발표한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탄소 배출이 많은 상품의 수출(carbon dumping)을 방지하는 기후통상정책을 마련하고, 제품별 탄소배출량 등의 데이터 확보가 TF의 미션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영국 정부도 2027년부터 Border Carbon Adjustment를 시행한다고 발표하며, 올해 대상품목을 확정하고 이행 규정 등을 추가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철(iron), 철강(steel), 알루미늄, 비료, 수소, 세라믹, 유리, 시멘트 등과 같은 탄소 집약적 제품이 대상품목에 포함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호주 및 캐나다 등도 탄소국경조정과 유사한 효과가 있는 형태의 제도 도입을 고민하고 있고, 러시아 및 튀르키예 등은 탄소국경조정에 대응하기 위해 자국내 탄소가격제도 도입을 선언했으며, 인도, 인도네시아, 칠레, 브라질, 태국 등은 자국내 탄소가격제도 도입을 적극 검토 중에 있다. 필자는 지난 1월 프랑스 몽테뉴연구소(Montaigne Institut)가 주최한 유럽연합(EU)-아시아 정책 워크숍에 참석해 탄소국경조정 및 탄소가격 제도로 인한 기업에의 영향에 대해 논의했고, 지난 3월에는 영국 왕립 국제문제연구소(Chatham House)가 주최한 탄소국경조정 워크숍에 참석해 영국, EU, 브라질 등 다양한 국가 전문가들과 함께 탄소국경조정 확산시 개도국의 애로사항에 대해 토론했다. 이 논의과정에서 탄소국경조정과 탄소가격 제도의 국가별 확산이 현살화되고 있음을 절감했다. 공통된 국제사회의 기후목표를 향한 장기적 '국제협력' 보다 국가별 탄소정책을 통한 단기적 '국제압력'이 우리에게 먼저 다가오고 있다. 김성우

[김상호 칼럼] ‘공적 책무’에 집중하는 선량, 유권자 몫

누구나 한번쯤 들어보셨겠지만 선출직 공무원인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도-시-군의원은 '선량(選良)'이라 불립니다. 가려 뽑을 선(選)과 좋을 량(良), 즉 선량은 국민대표라는 뜻(representative)입니다. 본래 선량은 원해 뽑는다는 의미였는데 국회의원 선거에 적용되면서 그 의미가 국회의원을 뜻하게 됐습니다. 밤늦게까지 도서관에 앉아 공부하며 소외되고 억울한 이의 눈물을 닦아주고 같이 아파해주는 의원, 마을과 도시를 가꾸고 민생을 챙기는 단체장, 나라와 국민 삶과 미래를 위해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 그런 선량을 만들기 위해 유권자는 어떤 역할이 필요할지 생각해 봅니다. 선출직 공직자는 '월화수목금금금'이란 일상을 숙명처럼 마주합니다. 지역 경조사부터, 관변단체, 향우회, 체육회, 각종 민원상담 등 이런 과정을 통해 현장 목소리를 듣고, 정책 아이디어를 얻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생활이 반복되면서 의정-시정활동은 소홀해지고, 정작 해야 할 일은 놓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선출직 공직자로서 공적 책무와 현실정치의 괴리 현상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어디서부터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까요? 먼저 정치인 부지런함입니다. 본연의 공적 책무를 다하되, 지역현장과 꾸준하게 소통하는 개인 노력입니다. 유권자 의식 변화도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국회의원은 지역구 대표가 아니라 국민 대표이며, 하남시 대표를 대한민국 무대로 보낸 것이란 생각이 필요합니다. 문제는 개인 부지런함이 공적 책무와 연결되지 않을 때 발생합니다. 유권자가 공적 책무에 대한 선량 역할은 뒤로 한 채 지역행사에서 만남으로만 평가할 때 악순환이 거듭됩니다. 이제는 공적 책무에 집중하도록, 선출직에게 성찰하고 내공을 다질 수 시간을 허락해주셔야 합니다. 그럼 선량의 공적 책무는 무엇일까요? 선출직 공무원은 대한민국과 지역사회와 시민 이익을 대변하고 보호하기 위해 다섯 가지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정책 결정(안전과 민생 즉 고용, 주택, 의료, 교육 등 다양한 분야)을 비롯해 △예산 편성과 심의(나라와, 도시 예산을 편성하고 자금 배분) △지역사회 대표(지역 목소리를 대변하고 주민요구 사항을 시, 도, 정부에 전달) △법률 제정(나라와 지역에 필요한 법률 제-개정) △감시 및 감독(행정부와 집행부, 공공기관을 감독해 투명성-책임성 확보)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국정과 시정 운영에서 민생안정을 우선순위로 두며 해결책을 제시하는 통찰력, 선심성 예산을 삭감하는 용기, 취약계층을 위해 선제적 예산을 편성하는 애민의식, 공정하고 합리적인 예산편성으로 다음 세대에 짐을 주지 않도록 하는 책임감 등에 대한 나침반 역할을 잘하는지가 선출직에 대한 핵심 평가항목입니다. 이런 공적 책무보다 행사장 대면 정치를 중시하는 유권자 의식이 바뀌기를 간곡히 호소합니다. 언론 역시 선출직 공적 책무에 대한 평가에 게으르지 않기를 부탁합니다. 부지런함으로 지역과 소통하되 본연의 임무를 다하는 선출직을 힘껏 응원합니다. 무엇보다 유권자가 선출직에 공적 책무를 다하도록 공부하는 선출직, 대안을 제시하는 선출직, 입법으로 대변하는 선출직이 되도록 선량에게 반추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주면 좋겠습니다. 또한 선출직 공직자에게 표로 압박하는 지역 이익단체에 휘둘리지 않도록 용기를 북돋아 주는 역할, 공적 책무에 몰두하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역할, 통찰력을 갖고 더 부지런히 미래 사회를 구상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촉매제가 되어주기를 요청합니다. 이것이 국가 발전은 물론 하남 발전을 위한 길이라 굳게 믿습니다. 김상호 전 하남시장 kkjoo0912@ekn.kr

[기자의 눈] 누가 이륜차와 전동킥보드 시장을 죽이나

대한민국은 모빌리티 강국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을 중심으로 자동차 관련 생태계를 탄탄하게 조성했다. 작년 기준 196개국에 276만대의 차를 수출했다. 미국 소비자들은 텔루라이드 등 '한국차'를 구매하기 위해 웃돈까지 지불한다. 항공·우주 분야에서도 나름대로 실력을 쌓아가고 있다. 로봇과 미래항공모빌리티 등은 우리나라가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같은 위상과 다르게 이륜차 업계는 사실상 고사 위기에 놓여있다. 제품을 제대로 만들어 수출하는 기업이 없다. 그나마 형성된 시장도 수입 제품들이 장악하고 있다. 도로 위에 조성된 문화도 형편없다. 배달 오토바이가 횡단보도를 가로지르는 장면이 우리에겐 너무 익숙하다. 한때 성장산업으로 분류됐던 전동킥보드 역시 마찬가지다. '라스트 마일'이라는 기존 취지와는 다르게 제품의 부정적인 면만 강조되고 있다. 서비스 장벽은 계속 높아지고 이용자는 급감했다. 수도권의 높은 인구밀도 등을 감안하면 한국에서 이륜차나 라스트 마일 산업이 발달하지 않은 게 의아할 수밖에 없다. 규제 일변도로 시장을 바라본 정부 정책이 실패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나라 이륜차 시장은 사실상 사각지대다. 자동차는 등록 이후 운행해야 하지만 이륜차는 사용신고제로 운영된다. 자연스럽게 정비, 보험 등 후방산업이 발달할 수 없는 구조다. 폐차·말소에 대한 기준도 느슨하다. 고속도로나 자동차전용도로도 달릴 수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유일하게 한국에만 있는 규제다. 전동킥보드 역시 정부가 이를 '원동기 자전거'로 편입하며 시장을 죽였다. 헬멧 착용을 의무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중교통에서 내린 뒤 마지막으로 이용하는 게 '라스트 마일'의 핵심인데 그 취지가 무색해진 것이다. 이륜차는 전세계적으로 가장 대중적인 이동수단 중 하나다.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수요가 엄청나고 성장 잠재력도 충분하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일본 등이 해당 시장을 독점하는 상황이 배 아플 수밖에 없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이차전지 기술력까지 지닌 나라다. 전기이륜차, 전동킥보드 등 분야에서 충분히 새 먹거리를 찾을 수 있는 셈이다. 이 분야에서 강소기업이 탄생하길 기대해본다. 정부도 규제 대신 지원책을 고민해주길 바란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EE칼럼] 원가연계형 요금제만이라도 정상 작동되길

2020년 12월 도입된 원가연계형 요금체계의 핵심은 연료비 조정요금과 기후환경요금의 신설이다. 우선 연료비 조정요금은 기준연료비와 실적연료비의 차이를 주기적으로 반영해 소비자 요금을 조정함으로써 소비자에게 가격신호를 제공하고 합리적인 전력소비를 유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국내 전기요금은 총괄원가를 회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총괄원가를 반영해 전기요금을 조정하는 구체적인 방법과 절차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게다가 전기요금 조정시기에 대한 명시적인 규정이 없고, 전기요금 결정의 최종권한 소재가 불명확해 정책적인 목적에 따라 전기요금이 조정되는 문제가 있었다. 이런 문제점들을 한 순간에 모두 고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연료비의 변화분은 소비자 요금에 제때 반영하도록 하여, 요금의 본래 목적과 기능을 회복하자는 것이 연료비 조정요금의 주요 취지다. 또한 사전에 정해진 산식에 따라 전기요금이 조정되도록 함으로써, 전기요금 조정에 대한 신뢰성 및 수용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목적도 가지고 있었다. 한편 기후환경요금은 RPS 의무이행비용과 ETS 이행비용 등의 기후환경비용을 별도로 분리 고지함으로써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홍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한전은 해당 비용의 정산 업무를 대행하는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비용을 모두 회수하지 못함으로써 발생하는 재무적 위험을 완화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사실 국내 현실에서는 이것이 더 큰 목적일 것이다). 기후환경요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일부에서는, 한전이 꼼수를 부려 복잡한 항목을 신설하고 소비자의 요금부담을 더 키우려는 술수라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우리가 내는 전기요금이 어떤 용도로, 어떤 명목으로 산정되는지 모르고 내는 것보다 이렇게 항목별로 분리해서 근거를 보여주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원가연계형 요금이 도입된 직후 대부분의 전문가들을 (아직 갈 길이 멀긴 하지만) 우리나라의 요금체계가 이제야 비로소 선진화되긴 위한 과정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그로부터 만 3년이 조금 넘는 시간이 지난 지금, 같은 제도에 대한 평가를 다시 부탁한다면 아마 열이면 열 모두 원가연계형 요금제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낼 것이라 확신한다. 국제 에너지가격 급등과 함께 지난 2022년부터 작년까지 약 40%의 전기요금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사실 그동안 한전이 부담했던 비용과 비교해보면 전기요금 인상은 앞으로도 계속되어야만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총선이라는 큰 정치적 이벤트를 앞두고 있었던지라 작년 하반기부터는 제대로 된 요금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전기요금이 제대로 조정되지 못한 것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었으니 그렇다고 이해를 하지만,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전기요금 조정은 쉽지 않은 분위기이다. 중동지역의 정세가 불안하니 유가가 어떻게 움직일지 예측하기 어렵고, 한동안은 사과를 중심으로 한 과일 가격이 이슈가 되더니 이젠 원초 가격이 큰 폭으로 올라 물가를 주제로 한 뉴스가 매일 끊이지 않고 있다. 이렇게 물가가 들썩이니 정부 고위 관계자는 다시 공공요금의 억제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연일 내놓고 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연료가격이 안정세로 돌아서다보니 한전의 올해 영업실적이 괜찮을 것 같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당장 전기요금을 안 올려주면 한전이 부도날 것 같던 1년 전과는 상황이 바뀌어 버린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년 중 가장 전기를 많이 쓰는 여름철을 앞두고 전기요금을 올리자고 주장하자는데 힘을 실어줄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연료비 조정요금은 기준연료비가 전기요금에 이미 다 반영되었다는 전제가 성립해야 의미를 갖는 제도이다. 연료비 예상치를 토대로 (총괄원가의 다른 요소들도 같이 반영해서) 전기요금을 산정하는데, 당초 예상한 것보다 연료비가 오르거나 내린다면 그 부분을 반영하기 위한 것이 연료비 조정요금이다. 그런데 기준연료비뿐만 아니라 다른 원가 요인이 요금에 반영되지 못하는 상황이니, 3개월마다 발표하는 연료비 조정단가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회의감마저 든다. 또한 기후환경요금에 대한 논의는 한 번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총선 때문에 요금조정을 못한다 할지라도, 최소한 기후환경요금 단가 재산정 작업은 연초에 이루어져야만 했다. 1년에 한번씩 단가를 재산정해 놓기로 해 놓고선, 아무런 해명도 설명도 없이 슬그머니 지나가버리면 이것이 관례가 될 것이 뻔하다. 물가를 관리하는 분들은 전기요금 올려달라는 이야기를 들을때마다 기분이 안 좋겠지만, 최소한 원가연계형 요금제만이라도 정상적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조정하는 작업은 반드시 필요하다. 필요한만큼 전기요금을 다 올리지 못하더라도, 전기요금 조정 체계만큼은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정연제

◇과장급 전보 △기계로봇항공과장 부이사관 신용민 배터리전기전자과장 △배터리전기전자과장 부이사관 박재정 무역진흥과장 △무역진흥과장 서기관 정승혜 전력계통혁신과장 △전력계통혁신과장 과학기술서기관 최성준 기술안보과장 △기술안보과장 서기관 손용하 산업통상자원부 △재생에너지정책과장 부이사관 남명우 산업통상자원부 ◇부이사관 승진 △부이사관 임용 과학기술서기관 이경수 에너지정책과장 △부이사관 임용 서기관 김재은 자원안보정책과장 △부이사관 임용 과학기술서기관 박근오 자유무역협정협상총괄과장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기자의 눈] 국회, ‘고준위특별법’ 통과로 탄소중립·미래세대 챙겨야

원자력발전을 중심으로 한 무탄소에너지(CFE)역할 강화가 탄소중립을 위한 글로벌 에너지정책 변화에 주축으로 등장하고 있다. 태양광 중심의 신재생에너지만으로는 무탄소에너지 시대에 도달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한계를 극복하고자 원전의 역할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총선에서 압승한 민주당은 RE100(기업 생산에 사용하는 전력을 재생에너지로만 충당하자는 캠페인)을 강조하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의 적자가 심각하고 송전망도 구축되지 않은 우리나라 현실에서 무작정 태양광을 중심으로 한 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에 정부는 원자력과 수소, CCS(탄소포집)등 다양한 무탄소전원을 활용한 24/7 CFE 이니셔티브를 추진하고 있다. '소비자가 사용하는 전기를 매시간 기준으로 무탄소에너지로 전환'하고자 하는 국제적인 캠페인이다. 최초로 주장하기 시작한 곳은 구글이었다. 2018년 구글은 스스로 RE100 이행을 평가하면서, 재생에너지 인증서를 구매한 행위로는 실질적으로 전기 소비의 무탄소화를 이루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 이유는 재생에너 지는 간헐성이 있어 매시간 전기소비 패턴에 맞추어 출력을 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가 생산한 전기가 소비와 시간적인 일치를 이루기 위 해서는 막대한 저장설비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결국 구글은 원자력, 화력 +CCS, 청정수소 등 무탄소 기술의 범위를 더 넓게 포괄하는 대신 실시간으로 무탄소 전력을 소비하는 실질성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관점을 전환했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법·제도 구축이다. 특히 가능하다면 21대에서, 늦어도 22대 국회에서 시급히통과돼야 할 법안이 '고준위 방사성페기물특별법(고준위특별법)'이다. 고준위특별법은 약 7년 뒤에 포화될 원전 사용후핵연료 저장과 분리 처분 등을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표 발의했으며,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위원회 설치와 함께 관리시설, 부지선정과 지원, 절차에 관한 포괄적 내용을 담고 있다. 건식저장시설 건립 이후 후행 핵주기 절차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동 법·제도 구축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제 21대 국회 회기는 한달 밖에 남지 않았다. 국회의장이 직접나서 여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간사와 법안 발의 의원들에게 법안통과를 설득하고 있다고 한다. 대통령실은 물론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법안 통과 의지도 어느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이 법안 통과는 원전 확대, 축소와 전혀 무관하다. 이미 발생한 방사성폐기물 처분 부담을 미래세대에 넘기지 않기 위함이다. 부디 여·야가 남은 회기에서 탄소중립과 미래세대를 위한 결단을 해주길 기대한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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