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5월 14일(화)



[이상호 칼럼] 이스라엘과 이란이 자제력을 보인 이유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4.29 09:14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 전공 교수

이상호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 전공 교수

▲이상호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 전공 교수

이스라엘과 이란이 서로 보복 공격을 감행했다. 200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으로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이란의 대리 세력인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및 이라크의 친이란 시아파 군벌 참전으로 점차 확전되는 상황이었다. 이미 양측의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지난 4월 1일 이스라엘의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이란 영사관 폭격으로 이란 정예 쿠드스군 고위 사령관을 포함한 13명이 폭사했다.


이란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4월 13일 이스라엘에 300여 대의 드론과 미사일을 동원한 공습을 감행했다. 그러나 미국, 영국, 프랑스, 요르단 등 국가의 지원을 받은 이스라엘은 공격 드론과 미사일 99%를 요격하는 데 성공하여 큰 피해를 보지 않았다. 이에 이스라엘은 4월 19일 다수의 드론과 미사일을 동원해 이란의 핵시설 인근 지역을 목표로 재보복을 단행했다. 이란은 방공 시스템인 S-300 대공미사일 등을 잃었지만, 큰 피해를 보지는 않았다.


이번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 보복 공격은 여러 면에서 의아한 부분이 있다. 우선 공격 규모에 비해 양측의 피해가 가볍다는 사실이다. 탄도미사일 등 300여 대가 동원된 이란의 공격은 전례 없던 수준으로 기습적으로 이뤄졌다면 엄청난 피해를 초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란은 이스라엘 공격 하루 전 미국에 계획을 통보하고 심지어 공격 루트까지 사전에 흘렸다는 루머가 있다. 복수를 위해 최대한 공포와 피해를 강요하는 보복 기습 공격의 군사적 성과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이스라엘의 재보복 공격 역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스라엘은 탄도미사일, 스텔스 전투기 등 첨단 무기체계를 동원해 이란의 방공망을 무력화했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공격을 감지하지 못했다고 알려졌다. 더군다나 이스라엘은 미사일로 이란의 대공미사일 시스템을 기습 제거한 후 같은 목표물을 향해 날아가던 나머지 미사일들을 공중 자폭시켰다. 이미 제거한 목표를 추가로 타격할 필요가 없어서겠지만, 이는 이스라엘이 이란에 더 공격할 수 있지만 이 정도만 하고 봐준다며 희롱한 것으로 봐야 한다. 이스라엘은 언제라도 이란 전역을 마음대로 유린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이번 이스라엘과 이란의 보복 공격을 보면 사전에 연습 된 연극 공연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명분과 여론 때문에 서로 보복 공격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지역과 국제 환경을 감안해 서로 원하는 수준의 보복을 하지 못한 것 같다. 아마 최근 국제정세만 아니었다면 양국은 피비린내 나는 살육을 감행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동중국해 지역에서 긴장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전면전 발발을 원치 않은 미국 등 서방의 입김이 작용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두 나라는 체면은 지키면서 피해는 최소화한 합리적인 대응을 선택했다.




최근 국제정세를 혼탁하게 하는 4대 세력인 러시아, 중국, 이란, 북한의 연대가 심상치 않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미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축소 또는 지연되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의 패전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만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승리하고 서진(西進) 한다면 미국과 나토는 유럽에서의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이 중동에서 전쟁을 일으키고 중국이 대만 침공을 감행하며 북한이 한반도에서 무력도발을 한다면 미국은 4개 다른 지역에서 전쟁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이는 아무리 미국이라도 절대 감당이 불가능한 시나리오다. 이 전쟁에는 미국의 동맹국과 연합국들도 참전하게 되어 결국 제3차 세계대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다행히 이스라엘과 이란이 서로 체면치레하는 수준에서 보복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지만 이런 불안한 타협이 계속될 것이란 보장이 없다. 우선 이스라엘이나 이란 모두 정권 위기 타개와 국내 정치 문제 해결을 위해 국민의 관심을 외부로 돌려야 하는 처지다.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정권은 부정부패 및 권력남용 등 문제로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고 이란의 최고지도자인 하메네이는 계속되는 시위, 내부 분열, 주변 이슬람 국가들과의 갈등 속에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한 돌파구가 필요하다.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계속 공격하고 레바논 남부에서 이란의 하수인인 헤즈볼라와 본격적인 교전에 들어가면 결국 두 나라는 충돌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코로나로 전례 없던 어려움을 겪은 국제사회는 이제 전쟁의 공포에 떨고 있다. 이를 극복하려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빨리 끝내 유럽 전체 전쟁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고 중동에서의 전면전 불씨를 꺼트리며 중국의 대만 점령 의지와 북한의 호전성을 잠재워야 한다. 하지만 과연 이게 실현할 수 있는 목표인지 확실치 않다. 이들 국가는 정치적 목표 달성을 위해 평화보다는 갈등을 초래하는 것이 이익이라고 판단하고 서로 연대를 통해 각자의 목표 달성을 지원한다. 아직 국제사회는 이런 러시아, 중국, 이란, 북한의 연대를 깰만한 동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 이스라엘과 이란의 체면치레 보복 공격 사례는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미국과 서방이 더 큰 전쟁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 성과를 달성한 긍정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이를 교훈 삼아 향후 국제사회가 전쟁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단합하고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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