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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계속운전 원전의 안전성 기준은?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축적되는 경험을 통해서 위험을 배운다. 이렇게 형성된 위험 인식은 대부분 맞다. 위험해 보이면 실제로 위험하다. 그런데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감(感)이 없다. 우주, 심해, 극지, 원자력 등 일상생활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영역은 감으로 위험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 이런 경우는 계산되고 측정된 수치를 통해서 안전을 확인하게 된다. 이것이 관련 분야를 전공하는 공학도가 인지하는 위험이고 일반인의 인식과 다른 점이다. 보험회사도 위험에 대한 통계를 관리한다. 사망보험료를 책정할 때, 일상적인 삶에서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사망할 확률을 알아야 사망자수를 추산할 수 있다. 그러면 연간 보상금으로 얼마나 지불해야 할지 계산할 수 있다. 이것을 가입자수로 나눠서 보험료를 책정한다. 따라서 사회의 위험에 대해 가장 잘 관리된 통계는 보험회사가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원자력발전소를 설계할 때 안전목표를 설정한다. 일상 생활에서는 대개 안전목표를 설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공학에서는 필수적이다. 이 목표에 따라서 안전성의 수준을 결정한다. 더 안전하면 더 좋을 것으로 여기겠지만 일정 수준의 안전을 충족했는데 더 안전하게 하는 것은 비용만 증가한다. 사회의 위험요소는 원전만이 아니다. 교통, 직장생활, 범죄, 행락시설 등은 여러 가지 위험요소가 있다. 그 가운데 어느 하나의 안전성만을 매우 높이는 것보다 전체적으로 안전성을 높이는 것이 비용 대비 효과적이다. 따라서 가장 위험한데에 사회적 자원을 투입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원자력 안전의 정성적 목표는 ‘원전을 건설하고 운영함으로 부당한 위험을 끼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거꾸로 말하면 정당한 위험을 끼치겠다는 말이다. 시설이 있는데 위험성을 0로 만들라는 것은 뭐든 하지 말자는 주장일 뿐이다. 세상에 제로 리스크는 없다. 이러한 안전목표를 정량화한 것은 원자력발전소 건설과 운영으로 인해 추가되는 위험이 일상생활에서 겪게 되는 위험의 천분의 일 그치도록 하는 것,곧 ‘천분의 일’ 원칙이다. ‘천분의 일 원칙’을 원전 설계에 적용한 것이 원자로 노심의 손상빈도다. 쉽게 말해서 심각한 사고가 발생해서 원자로 내부가 녹을 확률을 계산해 보는 것이다. 이때가 비로소 대중과 환경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과거 원전은 노심 손상빈도 ‘10-4/년’에 맞춰 설계했다. 노심이 1만 년에 한 번 빈도로 손상될 확률이 되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그런데 1980년대 들어서 노심 손상빈도를 ‘10-5/년’으로 기준을 높였다. 그 이유는 원전이 하나둘씩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10-4/년에 원전의 개수를 곱하다보면 10-3/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천분의 일 원칙을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거에 건설된 원전을 계속운전을 한다면 노심 손상빈도는 어떤 기준으로 맞춰야 할까? 신규원전에 준해 10-5/년을 만족시켜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최신기준에 맞추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원전은 계속 가동하고 있었던 원전이고 10-4/년이라는 기준으로 설계되고 운영돼도 천분의 일 원칙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계속운전에서도 같은 기준을 유지해도 상위목표인 천분의 일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더 안전하면 좋겠지만 안전에는 돈이 들어간다. 이 돈은 한국전력이나 한국수력원자력의 돈이 아니다. 결국 국민이 지불하는 돈이다. 이미 충분히 안전한 상태라면 조금 더 안전하게 하겠다고 엄청난 돈을 지불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그 돈은 다른 시설을 보다 안전하게 하는데 또는 복지나 교육에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천분의 일 원칙’은 원자력 안전의 최상위 목표다. 이 목표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여러 가지 하위 목표와 규정들이 나온 것이다. 그런데 요즘 규정이 복잡해지고 분절화돼 업무를 추진하게 되면서, 앞뒤를 헷갈리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 계속운전되는 원전도 신규원전과 동일한 기준을 충족시킬 것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10년에 한 번씩 원전의 안전성을 다시 점검할 때도 최신 규정을 적용하라는 주장을 하는 사람이 나오게 됐다. 멀리 보고 길을 가야 길을 잃지 않는다. 원전의 안전에 대해 생각할 때 최상위 목표가 무엇이었는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이슈&인사이트] 교권 정상화, 대증요법으론 안된다

지난 7월 18일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극단적 선택이 알려지면서 우리 사회에 교권과 교사 인권의 실태와 문제점이 크게 부각됐다. 하나 혹은 많아야 둘 밖에 없는 자식에 대한 부모의 비뚤어진 사랑이 교사에 대한 갑질과 무고에까지 이르렀고, 학생 인권을 강조하다 보니 반대로 교권이 무너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교사들이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건수가 2014~2017년까지는 매년 한자리 수를 넘지 않았으나 2018년에는 19명으로 늘더니 2019년 17명, 2020년 19명, 그리고 2021년에는 25명에 달했다. 올해 들어서도 8월까지 14명의 교사가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통해 생을 마감했다. 지난 10년간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의 수가 144명에 이른다고 하니 평생을 가르치는 것을 업(業)으로 생각하고 교사의 길에 접어든 사람들이 오죽했으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미어진다.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공통적인 것은 학생들의 폭력행위로 인한 모멸감, 교사로서 아이들의 잘못된 행동을 교정하려한 행위에 대한 학부모의 갑질, 업무 과중과 교직에 대한 회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고인의 연령대는 20~40대가 41.7%이고, 특히 초등학교 교사가 54.2%로 다수를 차지한 점을 미뤄볼 때 어린 학생들에 의한 교권 혹은 교사 인권 침해와 학부모의 과도한 대응, 이른바 갑질이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 그런데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등 정부의 관련 부처들이 내놓은 대책은 (가칭)교육공동체의 권리와 의무에 관한 조례 개선, 아동학대 관련법 집행 관행 개선, 교사의 마음건강 특별 대책 추진 등 일종의 대증요법에 불과하다. 여전히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 대응, 악성민원 대처, 교권보호 배상책임보험 도입 등 교사들이 요구하는 대책은 내놓지 못한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교원평가제 폐지, 특히 교사들의 정서를 해치는 서술형 평가항목의 폐지 등을 제시하긴 했지만 교원평가에 대한 필요성도 있는 만큼 그렇게 쉽게 시행할 문제는 아니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엔 학생들의 인권이 무시됐다. 일부 탐욕스런 교사도 있었고, 자신의 권한을 악용해 학부모들로부터 금품을 뜯어내는 부도덕한 교사들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은 극소수였다. 학생인권 조례는 극소수 교사들의 권한 남용이나 부도덕함을 전체 교사의 문제로 확대해 학생과 교사를 동등한 개체로 인식하게 만들었고, 일부 몰지각한 학생들과 부모들의 갑질을 유발한다. 어렸을 때부터 수행평가 관리를 철저히 해 대학입시에서 남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입장에 서려는 욕심에 학부모들은 자기 자식을 나무라거나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교사를 무고하는 행위도 서슴지 않는다.그것이 오늘날 교사 인권과 교권을 무너뜨리면서 수많은 교사의 극단적 선택을 불러온다. 결과적으로 오늘의 가슴 아픈 현실은 교사와 학생의 관계를 사랑과 존경에 바탕을 둔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아니라 일종의 계약에 따라 서로의 권리와 의무를 행사하는 대등한 관계로 인식하면서 비롯됐다. 인간으로서 평등하지만, 동시에 스승과 제자 관계에서의 존경과 사랑은 병행돼야 하는 데 후자는 빠지고 과도한 ‘평등’만 남았다. 거기에 대학입시를 위한 부모의 과욕이 거짓말이나 자기 자식에 대한 과잉보호로 나타나 무고나 갑질이 벌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근본 해결책은 교권의 남용과 악용을 감시할 수 있는 체제를 확보함과 동시에 존경과 사랑에 바탕을 둔 사제관계의 회복에 있다. 제도를 어떻게 바꾸어도 기본적 인성과 도덕성의 회복, 그리고 그에 바탕을 둔 사제관계의 재정립 없이는 교원사회 정상화는 불가능하다. 무엇이든 빠르게 변해가는 한국 사회에서 교사들의 인권과 교권을 위한 투쟁도 금새 잊혀져 가는 모양새다. 지금의 노력이 흐지부지되면 앞으로는 더 많은 교권침해와 교사들의 극단적 선택이 이어질 것이고, 청소년들의 잔혹한 범죄도 늘어날 것이다.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이 없는 학생들이 사회에서 제 역할을 바르게 수행하지 못할 가능성은 더욱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모들의 비뚤어진 자식 사랑은 궁극적으로 부모를 학대하는 자식을 만드는 것이라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홍성걸 국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기자의 눈] ‘관리 사각지대’ 부동산PF 브릿지론 수수료, 당국 들여다봐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대상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브릿지론 수수료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다. 금융당국 국감의 시선이 온통 금융사들의 내부통제 부실, 그로 인한 횡령 등 금융사고로 집중된 탓에 브릿지론 수수료 문제가 언급되는 빈도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건설업계 내부적으로는 PF 수수료 문제가 이번에 처음으로 국감 이슈로 다뤄진 것만으로 반색을 표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브릿지론은 본PF 대출을 받기 전 토지대금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단기 대출이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떠안아야 하는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를 부과한다. 최근 부동산 경기 악화, 금리인상 등으로 사업비, 공사비를 조달하는 본PF로 넘어가지 못한 채 만기 연장으로 버티는 사업장이 늘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금융사들이 브릿지론에 이자와 별도로 대출취급수수료, 금융자문수수료를 추가로 받는다는 것이다. 부동산PF 대출수수료는 별도의 규정이 없고, 금융사와 시행사 간에 브릿지론 연장심의를 통해 수수료율이 결정되는 구조다. 이로 인해 법정 최고금리도 적용되지 않는다. 시행사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금융사들은 시행사의 신용도, 본PF 전환 가능성, 사업장의 리스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수료율을 산정한다. 만일 브릿지론 대출 만기를 연장하지 못하면 건설사는 해당 사업장을 부도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수수료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철저히 ‘을’의 입장일 수밖에 없다.건설사들이 금융사에 고율의 수수료를 지불할수록 분양가도 높아지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부동산PF 수수료는 소비자들 부담으로 전가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주 국감에서 부동산PF 브릿지론 수수료 규정이나 금융사 처벌 조항에 대한 질의에 "워낙 사실관계가 다양하고, 금융사들이 상식선에서 노력해서 받아가는 형태의 수수료가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증권사들이 다른 방식으로 갑질 비슷하게 건설사에 부과한 수수료가 있다면 제도적으로 통제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사들이 브릿지론 대출 만기를 연장할 때는 본PF로 전환되지 못하는 리스크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일정 부분의 수수료를 추가로 받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 다만 이번 국감에서 지적된 것과 마찬가지로 금융사들이 적정 수준을 넘어서는, 과도한 수수료를 받는지에 대해서는 당국이 나서서 전향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사적 계약이고, 당사자 간에 합의를 거쳐 진행되는 부분이라는 명목으로 부동산PF 대출수수료를 전혀 살펴보지 않는다면, 이는 일부 금융사들의 갑질을 당국이 눈감아주는 꼴로 비춰질 수 있다. 또 당국이 과도한 수수료 부과에 대해 일정 부분 개입하는 것만으로 부동산PF 시장 안정화에 긍정적이다. 금감원의 지침이 절실하다는 현장의 요구를 그냥 흘려서는 안 될 일이다.나유라 금융부 기자.

[EE칼럼] 해외 자원개발, 지금이

글로벌 경제에 민감한 대표적인 주요광물인 구리의 국제 가격이 추락하고 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의 지난 5일 구리 현물 가격은 톤당 7812달러다.이는 올해 최저이자 지난해 11월 초 이후 11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구리는 전 산업분야에 사용되는 광물로 글로벌 경기에 선행하는 특성 때문에 ‘산업의 바로미터’로 불린다. 최근 배터리 핵심 광물인 니켈 가격도 톤당 2만달러 아래로 떨어지는 등 광물 가격이 최근 2년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국광해광업공단의 주요 광물 가격 동향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철광석을 비롯해 구리, 아연, 니켈 등 주요 광물 가격이 일제히 내렸다. 이런 기조는 최근 지속되고 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의 지난달 25일 주요광물 가격을 보면 아연은 3478 달러로 8월(2726달러) 대비 21.6% 하락했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탄산리튬은 작년 평균 7만2290달러에서 올해 8월 4만3426달러로 39.9%, 수산화리튬은 같은 기간 6만7180달러에서 4만4790달러로 33.3%, 코발트는 31.20달러에서 18.07달러로 42.1% 각각 떨어졌다. 특히 니켈은 주로 합금용으로 쓰였으나 최근 배터리 산업이 활성화되면서 배터리 핵심광물로 더 각광 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니켈을 주성분으로 하는 니켈 삼원계(NCM.NCA)방식의 리튬이온배터리를 생산하기 때문에 확보가 더욱 중요해졌다. 국내 기업의 경우 2022년 기준 포스코홀딩스가 인도네시아에서 5만 2000톤·뉴칼레도니아 2만톤·호주 7500톤을,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에서 2만톤·호주 14만1000톤·캐나다 2만톤(재활용), SK온과 에코프로는 인도네시아에서 3만톤, 삼성SDI는 호주에서 6000톤을 각각 공급받고 있다. S&P글로벌의 신규 니켈 발굴 및 매장 테이터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12년까지 새로 발견된 니켈 매장지가 76곳이지만 지난 10년간 개발한 곳은 4곳에 불과하다. 광산 발굴에서 생산까지 걸리는 시간이 평균 15년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지금 뛰어 들어야 니켈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한국광물자원공사(현한국광해광업공단)가 2008년 진출한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 개발 사업은 이제야 정상 생산에 돌입해 수익을 내고 있다.자원업계는 지금이 자원개발에 가장 적기라고 판단한다. 지금 해외 자원개발에 진출하면 비용을 크게 절약할 수 있고 자원보유국과의 계약도 유리하게 체결할 수 있다. 반대로 자원 가격이 올랐을 때 투자를 시도하면 비용도 많이 들고 계약도 훨씬 불리해진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와 주요광물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석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와 광물 수입에 사용한 비용은 330조 6300억원에 달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많을 돈을 들여 수입하면서 단순히 해외 기업에게 의존하고 있다. 해외자원개발협회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석유.가스.광물 자원개발률(국내 수입량 중 국내 기업이 확보량)은 11%로 일본(41%)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일본은 해외에서 수입하는 석유,가스,광물 중 41%를 일본 기업이 자체 확보한다. 더구나 일본 정부는 최근 부쩍 해외 자원개발에 뛰어 들고 있다. 지난 8월 8일 일본 정부는 자국의 자원개발 공기업 에너지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를 내세워 나미비아 국영 광산업체 Epangelo사와 희토류 탐사 협력 협정을 맺었다. 나미비아는 우라늄,리튬 매장량도 풍부한 국가다. 또 일본 경제산업성이 나서 잠비아, 콩코민주공화국, 앙골라, 마다가스카르 등과 자원개발 협력 협정을 체결했고, 페루 에너지광산부와도 구리 개발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자원개발률은 해외자원 공급이 중단되면 얼마나 자원을 조달할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수치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자원개발률 차이는 에너지안보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대처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더구나 우리는 자원 가격이 내리면 갖고 있는 해외 광산 지분을 내다 팔고, 가격이 오르면 자원 투자에 나서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에너지,광물자원 관련 예산은 총 4조3490억원이다. 이 가운데 실제로 신규 자원확보와 관련한 예산은 1102억원으로 에너지 및 광물 총수입액의 0.03%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중심이고 새로운 먹거리로 육성 중인 첨단산업도 핵심광물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자원확보를 위해 해외 자원개발은 필수적이다. 또 다시 반복되는 자원개발 확보 문제, 지난 10년의 해외 자원개발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EE칼럼] 프랑스 전기차 보조금 제도 개편이 주는 교훈

2006년 일본에서 저명한 ‘나오키상’을 수상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 ‘용의자 X의 헌신’은 고등학교 수학교사의 정교한 살인수식을 천재 물리학자가 풀어가는 극적 재미로, 일본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영화화될 정도로 대중적 인기를 누린 작품이다. 특히 미궁에 빠진 사건을 수학교사가 자주 출제하던 "얼핏 기하학 문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미적분학 문제"에서 사건의 실마리를 얻게 되는 부분이 백미다. ‘가끔 문제의 본질이 겉보기와는 전혀 달라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의미심장하다. 실제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사건이 최근 프랑스에서 발생했다. 지난 9월 19일 프랑스 정부는 녹색산업법에 따라 ‘2024년 전기차 구매 보조금 최종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 개정안의 특이점은 보조금 기준이 이전에는 도로에서 배기구를 통해 배출되는 탄소 배출량에 근거했던 반면, 전기차 생산 단계에서 폐기 후 재활용 단계까지 탄소 배출량을 합산한 환경점수를 도출, 이 점수가 총 80점 중 60점 이상이 돼야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한 것이다. 물론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되 그 범위를 기존 배기구에서 생산에서 재활용까지 확대, 환경정책 면모가 강화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세부 내용은 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탄소 배출량 산정에는 원자재인 철강, 알루미늄 및 기타 재료 생산, 배터리 생산, 완성차 조립, 운송 등이 포함된다. 이 중 완성차 운송은 상대적으로 멀리 떨어진 한국 등 아시아 국가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또 알루미늄 등 원자재나 완성차 조립 부문, 나아가 가장 탄소배출이 많은 배터리 생산 등은 무탄소 전원인 원자력과 수력에 주로 의존하는 프랑스가 상대적 우위를 점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쉽게 말해 프랑스에서 보조금을 받고 전기차를 판매하려면 전기차 조립공장 뿐만 아니라 배터리 생산시설까지 프랑스로 옮겨오라는 얘기다. 현재 프랑스의 전기차 시장 상황을 보면 이런 조치를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프랑스 전기차 시장은 2020년 19만대에서 2022년 46만 대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판매되는 전기차의 80%가 수입차다. 이렇다 보니 구매 보조금도 대부분 외국산 전기차에 몰리면서, 정작 자국 전기차의 보조금 수령 비중은 20%에도 못미치는 실정이다. 더욱이 배터리 셀(cell) 생산규모면에서 이미 상위 10위권 내에 즐비한 한·중·일에 비한다면, 프랑스는 아직 변변한 배터리 생산기업도 없다. 그런데도 프랑스는 2021년 수립한 '프랑스 2030'을 통해 2027년까지 전기차 생산 100만 대, 3개의 기가 팩토리 구축을 통해 배터리 산업 독립 등을 천명하였다. 이 목표 달성을 위한 제도적 수단이 바로 이번 개정안이다. 그래서 얼핏 환경정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새로운 보호무역주의에 입각한 산업정책, 특히 자국의 전기차 및 배터리 산업 육성 정책이다. 물론 이번 개정안의 기시감도 상당하다. 이미 자국산 배터리 탑재 전기차에 한정했던 중국 전기차 보조금 제도나 최종 조립 위치나 FTA체결 국내 특정 부품 조달 조건을 보조금 지급 조건으로 한 미국 IRA 등이 같은 맥락에서 도입·운영 중이다. 더욱이 이런 추세가 프랑스를 넘어 유럽으로도 확대될 조짐이 보인다. 전기차 배터리 탄소발자국 신고를 의무화한 EU 배터리 규정이 지난 8월 17일 발효돼 내년 2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프랑스와 유사한 전기차 보조금제도의 개편 도미노가 유럽 전체로 조만간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만큼 이제 전기차는 대기환경개선 수단에서 보호·육성해야할 산업으로 빠르게 변모하는 추세다. 대기환경개선은 전기차의 국적이 중요하지 않다. 국산이든, 수입산이든 온실가스를 줄이고 대기질만 개선하면 된다. 하지만 산업육성은 다르다. 우리나라, 우리 지역에서 전기차가 생산돼야 우리에게 일자리가 생기고. 우리 집 근처 가계 매상이 올라간다. 우리나라는 기술개발·수출 등 전기차 산업에 대한 지원은 산업통상자원부가 담당하지만, 정작 국내 시장형성을 위한 구매보조금 운영 등 보급사업은 환경부가 담당하는 것으로 이원화돼 있다. 세계 전기차 정책 패러다임이 환경정책에서 산업정책으로 바뀌는 점을 감안할 때 산업육성에 특화된 산업통상자원부로 전기차 정책을 일원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당장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자원특별회계에서 재원을 충당하는 전기차 구매보조금 업무부터 이관을 검토해야 한다.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한국인 당·나트륨 섭취량

[에너지경제신문 박효순 메디컬 객원기자] 신체적 건강이란 우리 몸에 질병 등이 없을 뿐만 아니라 체력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평소 신체건강을 향한 꾸준한 노력도 중요하지만 일상생활 속에 건강한 습관이 녹아 있는 것은 ‘건강의 근본이자 첫걸음’이 아닐 수 없다. 질병예방, 건강유지, 건강증진을 위해 여러 가지가 필요하지만 식습관이야말로 첫 손가락에 꼽히는 요체가 아닐 수 없다. 식사는 삶을 영위하는 에너지(칼로리)를 만들어내는 데 꼭 필요한 행위다.아주 오래 전부터 한국인의 식습관은 맵고 짠 것이 특징이었다. 20∼30년 전부터 가공식품이 식탁을 서서히 점령하더니, 이제는 패스트푸드가 소아·청소년뿐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중심 먹거리로 등장했다. 게다가 전통적인 식사도 가공식품이 넘쳐나고, 배달 식사는 날로 번창하는 형국이다. 인공감미료가 듬뿍 들어간 가공식품들은 국민의 천연 입맛을 빼앗아가고 있다.이 때문에 건강에 빨간불이 켜진 지 오래됐고, 각종 만성질환이 늘어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만 하지 말고 변화를 줘야 한다.우선, 짜고 달고 기름지게 먹는 식습관을 고쳐야 한다. 구매하는 먹거리에 당류를 비롯해 나트륨·지방이 얼마나 들어가 있는지 꼼꼼하게 살펴보는 습관이 필수이다.요즘은 짜고 매운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달고 기름진 것이 큰 문제로 등장했다. 더욱이 ‘입에 단 게 몸엔 쓰다’는 말처럼, 한국인 식생활에서 현재 가장 큰 딜레마는 ‘당류 과잉섭취’다. 과당·포도당·설탕·액상과당 등 당류(당분·단순당)의 지나친 섭취는 당뇨병이나 비만·고지혈증·비알코올성 지방간 등을 초래한다. 또한, 충치와 잇몸병(치주질환)의 원인이 되며, 심혈관 질환과 일부 암의 발병에도 영향을 미친다.나트륨(소금의 성분) 과잉 섭취는 고혈압·뇌졸중·심혈관계질환·콩팥병(신장질환)·골다공증·위암·당뇨병을 유발하거나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동물성 지방을 과하게 섭취하면 복부(내장) 비만과 더불어 각종 질환의 위험성을 높이고, 과한 지방이 원인이 되어 혈관에 혈전이 쌓이면 기본적으로 동맥경화가 유발된다. 뱃살이 볼록한 당신의 건강은 지금 ‘나·당·지’에 빠져 허우적거리지 않는가.세계보건기구(WHO)는 식품을 통해 섭취하는 당류 중 첨가당의 하루 섭취량을 전체 열량의 10% 수준으로 권고하고 있다. 이는 자연식품에 함유된 천연당을 제외한 수치다. 그런데, 우리 식품의약품안전처는 WHO 권고의 2배인 20%를 기준으로 당류 관련 식품행정을 펴고 있다. 그래서 국내 가공식품류에 당류가 30g 들어갈 경우 하루 기준 상한치의 30%라고 표시한다. 콜라·사이다 등 탄산음료 한 잔(200㎎ 기준)을 마시면 25g 이상의 첨가당을 섭취한다. 팥빙수 한 그릇(보통 크기)의 당류 함유량도 60~80g이나 된다. 도넛(150g 기준) 1개의 경우 당류 30~40g짜리가 수두룩하다. 게다가 밥이나 면류 등 탄수화물(단순당과 녹말·셀룰로스 등 복합당을 포함해 당분 전체를 뜻함)이 많은 식사를 하고 있다.식약처의 당류 섭취 권고안은 너무 느슨하다는 학계의 지적이 높지만 이것을 하루 아침에 바꾸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국민이 잘하는 수밖에 없다.일단 가공식품에 적혀 있는 당류 함유량을 2배로 따져서 먹는 것이 상책이다. 가공식품에는 대부분 단순당이 첨가되어 있다. 천연당도 많이 먹으면 안 좋지만 단순당은 적당히 섭취해도 좋을 것이 없다. ‘지나친 당류 섭취는 건강에 해롭다’ 혹은 ‘지나친 당류 섭취는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 정도의 경고 문구도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상당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당류 섭취량이 늘어나면 몸에 포도당이 축적되고, 단기간 내에 급격히 혈당이 높아진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에 부담이 생기고, 인슐린 분비 기능이 떨어져 당뇨병이나 대사증후군을 유발할 가능성이 생긴다. 대한당뇨병학회는 "식사 계획을 세울 때 총 당질 섭취량을 우선적으로 확인하고, 당지수와 당부하지수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당부하지수는 1회 섭취량의 당질을 기준으로 혈당반응을 비교한 값이다. 식품마다 1회 분량에 함유된 당질의 함량이 다르므로 실생활에 적용할 때는 당지수가 아닌 당부하지수를 비교해야 한다. 당지수가 낮은 식품(가공식품·조리식품 포함) 중에는 지방함량이 높은 것도 있는데, 이 또한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WHO는 하루 2000㎎(소금 기준 5g) 이하 섭취를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21년 기준 한국인의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일일 평균 3080㎎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10년 전만 해도 30~50대 남성의 하루 나트륨 섭취량은 6000㎎이 넘었다. 평균이 이 정도니 짜게 먹는 사람들은 7000∼8000㎎은 보통이었다. 그나마 현재 수준으로 국민의 나트륨 섭취량이 많이 낮아진 것은 식약처가 ‘나트륨줄이기 운동본부’를 만들어 지속적인 캠페인을 벌이고, 민간 비영리단체 ‘싱겁게먹기실천연구회’의 꾸준한 활동에 힘입은 바 크다.국내외 연구에 따르면, 나트륨 섭취를 20~30% 줄이면 심혈관 질환 발병률을 25% 낮출 수 있다. 반대로 나트륨 섭취량이 1600~2000㎎ 늘면 주요 만성질환 발생 위험이 50~60% 높아진다. 또 위암·콩팥병·신장결석·골다공증 등의 위험성도 상당히 커진다식생활에서 나트륨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우선 국물류 섭취를 줄이라고 권고한다. 국이나 찌개에 간을 맞추기 위해 소금을 넣기 때문이다. 정제염보다 천일염이 이로운 점이 많다. 매끼 국물 한 컵(200㎖)을 덜 마시면 하루 나트륨 섭취량을 절반으로 낮출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또 장류나 젓갈류·양념류·조미료를 가능한 피하는 게 좋다. 된장이나 김치류에도 소금이 많이 들어가지만 건강에 유익한 측면이 크기 때문에 적절히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스턴트 가공식품이나 식빵 등 빵류에는 대개 상당한 양의 나트륨이 함유돼 있다. 라면, 즉석식품, 소시지 등 가공식품도 마찬가지다.과도한 지방 섭취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국내외 연구를 보면 동물성 지방을 과하게 섭취할 경우, 유방암·자궁내막암·대장암·전립선암·간세포암 등 암 발병 위험이 늘어난다.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은 심장과 뇌혈관 질환, 암 등 여러 질병의 발생 위험을 높이고 혈액 내 콜레스테롤 수치를 증가시킬 수 있다.한국사에서 삼국시대의 역사를 보면, 백제는 신라와 당나라의 연합군, 즉 ‘나·당연합군’에 멸망했다. 국민건강도 ‘나당(나트륨·당류)’이 문제다. 이에 대한 국가적인 법령, 제도 정비를 통해 나트륨과 당류가 높은 식품을 줄이고, 각자가 짜고 달게 먹는 습관을 고치기 위해 더 노력하지 않는다면 국민건강은 ‘21세기 나·당 연합군’에 크게 망가질 것이 확실하다.anytoc@ekn.kr가공식품이나 인스턴트식품은 대개 달거나 짜거나 기름지다. 평소 자주 먹는 기름진 육고기나 여러 식용 화합물이 첨가된 가공식품의 섭취를 줄이는 식생활 습관이 중요하다. 사진은 구운 삼겹살의 모습.끓인 라면의 먹음직한 모습. 다만, 라면 국물은 다량의 나트륨과 각종 감미료를 함유하고 있다.

[데스크칼럼] 이태원참사 1년, 달라진 것과 달라지지 않은 것

곧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다. 핼러윈데이를 즐기기 위해 서울 이태원으로 몰려든 젊은이 등이 길이 100여m 남짓 골목길에서 인파에 떠밀려 쓰러지면서 발생한 대형 압사사고로 159명이 아까운 생명을 잃었다. 다행히 목숨을 건진 300여 명의 일부는 아직도 정신적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1주기를 앞두고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이달 16일부터 29일까지 집중추모주간으로 정하고 이태원 일대와 광화문 서울광장을 중심으로 다양한 추모행사에 벌인다. 당시 온 국민과 어른 세대들을 집단적 죄 의식에 빠져들게 만들었던 이태원 참사가 1년 지난 지금, 달라진 것과 달라지지 않은 것은 무엇일까. 먼저 달라진 것을 들자면, 참사 발생 뒤 재발 방지를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도심 인파밀집지역의 안전관리를 확대·강화한 점이다. 당장에 올해 핼러윈데이(10월 31일)가 다가오자 행정안전부와 경찰청, 서울시를 포함한 지자체들은 오는 27∼30일 젊은이들이 몰리는 도심 인파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안전관리 장비와 대규모 인력을 배치한다. 행안부는 전국의 인파밀집 위험도 높은 4개 지역으로 서울 이태원을 비롯해 홍대앞, 명동, 대구 동성로를 지정하고 경찰·지자체와 합동관리에 들어간다. 경찰도 상반기에 인파관리 집중훈련은 물론 만일의 사고 발생 시 현장에 신속히 투입하기 위한 기동훈련까지 해 왔다고 한다. 서울시는 아예 단위면적당 인원수를 자동측정하는 ‘인파감지 CCTV’를 설치해 25개 자치구 재난안전상황실과 연결·공유하는 관리대책을 제시했다. 연말까지 71개 지역에 해당 CCTV 900대 가량을 설치할 계획이다. 또다른 달라진 점을 꼽으라면 참사 직격탄을 맞아 침체에 빠졌던 이태원 지역상권의 회복을 빼놓을 수 없다. 사고 직후 영업활동 중단과 상당기간 이어진 추도 분위기, 이후에 여론을 의식한 방문객의 감소 등이 겹쳐 이태원 상가는 많은 어려움을 감내해야 했다. 다행히 지역상인 중심의 이태원특구연합회·로컬크리에이터와 중소벤처기업부·기업들이 한마음이 돼 본격추진한 ‘헤이, 이태원(HEY, ITAEWON)’ 사업프로젝트 등 지원정책에 힘입어 상권을 종전 상태로 회복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1주기 추모행사가 있는 기간에 일정 정도 영향을 받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이태원 참사로 달라진 점을 추가한다면 유통 및 외식업, 숙박업계가 핼러윈데이 관련행사를 기피한다는 점이다. 기피현상이 단기적 움직임으로 해마다 지속될 가능성이 적다고 보지만, 올해 참사 1주기라는 상징성과 추모 여론을 의식한 반응으로 풀이된다. 많은 인명 피해를 낸 대형 사회참사임에도 1년 뒤 달라지지 않은 점을 지목하라면 미완의 사고 진상규명과 정부의 외면이다. 유가족협의회는 여전히 참사의 정확한 사고진상 규명과 그에 따른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당시 사건 부실대응 책임을 물어 경찰청 간부 중심으로 기소하는 선에서 매듭짓는 분위기다. 실제로 검찰은 전담팀을 일원화해 수사를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했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피해자를 포용하려는 소통 행보에 소극적 자세를 보이는 것도 잘못이다. 정부의 눈치를 살피면서 이태원 참사를 정치적 시각으로 대하는 태도를 버리지 못하고 있음을 뜻한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우리 정부 외교관이 이태원 참사때 희생된 일본인 여성의 가족을 방문해 애도의 뜻을 전했다고 한다. 정작 자국민 희생자를 위로하는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 이율배반적 행동이 아닐 수 없다. 해가 거듭할 수록 이태원 참사도 세월호 참사처럼 국민들 뇌리에서 옅어질 것이다. 그러나, 참사 이후 달라진 것과 달라지지 않은 것 것 중 어느 잔상이 오래 남느냐에 따라 ‘정치적 후과’로 나타날 것이다.이진우 칼럼용 유통중기부 이진우 부장(부국장)

[클릭! 3분 건강] 알레르기 결막염, 눈 비비면

[에너지경제신문 박효순 메디컬 객원기자] 일교차가 큰 환절기에는 알레르기 결막염 환자가 늘어난다. 우선, 찬 바람이 불고 대기도 건조해서 눈의 수분이 증발하기 때문에 안구 건조증이 생기기 쉽다. 이때 안구가 건조해지면 항원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알레르기 결막염에 취약한 상태가 된다.알레르기 결막염은 눈꺼풀 안쪽에 있는 결막(눈동자의 흰 부위)에 알레르기 물질이 접촉하면서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대표적으로 눈 가려움이 발생하며 심하면 결막 충혈, 눈부심, 눈물 흘림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끈적한 눈곱이 흐르면서 눈꺼풀이 부풀어 오르기도 한다.가을에는 쑥·돼지풀·환삼덩굴 등 잡초 꽃가루가 알레르기 결막염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꽃가루는 수목류, 잡초류, 잔디류로 구분한다. 수목류는 3~5월, 잔디류는 6~8월, 잡초류는 8~10월에 주로 꽃가루가 바람에 날린다. 공기 중 (미세)먼지와 동물 비듬·집먼지진드기를 비롯해 곰팡이·풀·음식물·비누·화장품도 알레르기 결막염의 원인물질이 될 수 있다.갑자기 눈이 간질간질하고 눈이 충혈되는 증상이 나타났을 때 인공눈물을 넣어도 해결이 잘 안된다면 단순한 안구건조증이 아니라 알레르기 결막염을 의심해야 한다. 증세가 심하지 않다면 약국에서 항알레르기 안약을 사서 눈에 꾸준히 넣고 자주 눈 냉찜질을 하면 증세가 좋아질 수 있다. 잘못 비벼서 눈알이 얼얼하고 빨갛게 충혈이 생기고 눈꺼풀이 부풀고 모래가 들어간 것 같이 증세가 나빠졌다면 빨리 안과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알레르기 결막염은 안과에 가서 증세와 병력을 의사에게 말하고 ‘세극등’ 현미경 검사를 받아보면 비교적 간단하게 진단이 나온다. 가족력이나 비염, 천식, 아토피피부염 등의 알레르기 질환의 유무도 진단에 중요한 참고 사항이다. 비염은 알레르기 결막염과 흔히 같이 나타난다.알레르기 결막염이 발생하면 대부분이 참지 못하고 눈을 비비게 되는데, 이는 증상을 악화시키는 가장 나쁜 행동이다. 눈을 비비면 일시적으로 시원한 느낌이 들지만 계속 비비게 되면서 오히려 증상이 심해지고 이차적으로 부종이나 세균감염이 생길 수 있다. 안구 건조증이 있으면 알레르기 결막염이 잘 생기거나 쉽게 증세가 나빠진다. 눈을 자주 쉬는 습관을 들이고, 눈을 혹사하는 작업을 삼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anytoc@ekn.kr알레르기 결막염으로 눈 안쪽이 부어오르고 충혈이 일어난 모습. 사진=김안과병원

[전문의 칼럼] 폐경기 여성의 건강관리

비만은 섭취하는 에너지의 양보다 소모하는 양이 적을 때 발생한다. 특히, 복부는 팔이나 다리보다 살이 찔 수 있는 공간이 많아 쉽게 살이 붙는다. 중년 여성들의 뱃살을 찌우는 주요 원인은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와 함께 ‘폐경’이 꼽힌다. 보통 월경이 완전히 끝나고 1년이 지나야 폐경으로 진단하는데, 그 이전 월경 주기의 규칙성이 사라지는 시기부터 폐경이 될 때 까지를 ‘폐경 이행기’라고 부른다. 이 기간은 2~8년 정도다.난소가 기능을 다하는 폐경기에 들어서면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이 줄어들게 된다. 이 때문에 폐경 여성의 80% 이상은 수면장애·우울증·안면홍조 등 신체적, 정신적 변화를 겪는다. 또한, 근육의 양이 감소하게 되는데, 근육이 줄어들면 기초대사량 저하로 살이 쉽게 찌게 된다. 실제로 폐경기에 들어선 여성은 1년에 평균 0.8㎏ 가량 체중이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폐경 이행기가 보통 2~8년 지속된다고 보면 이 기간 보통 3~6㎏ 정도 찌는 셈이다.여성들이 가장 급격한 변화를 겪게 되는 폐경은 평균 50세 전후로 나타나는데, 실제 복부비만 유병률을 살펴보면 폐경 전 단계는 32.1%, 폐경 후에는 44.5%로 폐경 후 여성이 12.4% 더 높게 나타난다.폐경기 여성은 고혈압도 조심해야 한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혈중 지질 농도에 관여할 뿐 아니라 체내 혈관에도 직접 작용해 동맥을 확장시키는 기능이 있다. 때문에 폐경기의 에스트로겐 감소는 고혈압, 관상동맥질환 등 심혈관 질환의 발생빈도 증가와 관련이 있다. 하지만 폐경기 이후 여성은 얼굴이 화끈거리는 홍조현상,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 등 혈관운동 증상으로 오인하고, 이를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정기적인 혈압관리를 통해 심혈관 질환의 발생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뼈 건강에도 빨간불이 켜지게 된다. 바로 뼈 형성 과정에서 칼슘 흡수를 돕는 에스트로겐 결핍 때문이다. 폐경 이후 1년간은 혈중 에스트로겐 농도가 급격히 줄어 뼈가 분해되는 양이 뼈 생성량을 넘어서게 되면서 뼈 밀도가 감소하는 골다공증이 찾아올 수 있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필요한 경우 칼슘제나 비타민 D 제제를 복용해 골다공증을 예방하도록 하고, 이미 골다공증이 진행됐다면 골밀도 검사를 통해 진행 정도를 확인하고 약이나 주사제를 처방받아 치료해야 한다.폐경기 이후 중년 여성이 지켜야 할 건강 수칙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로, 탄수화물 섭취를 줄여야 한다.흰쌀보다는 현미가 좋고 빵·과자·떡·밀가루 등 정제되고 달콤한 탄수화물은 피한다. 당분 역시 몸 속에서 대부분 지방으로 전환되는 만큼 달콤한 간식·음료수·믹스커피뿐 아니라 과일의 양도 줄이는 게 좋다.둘째, 단백질 섭취를 늘려야 한다.노화와 함께 근육량이 감소되고 기초대사율이 저하되기 때문에 근육량 유지를 위해 근육의 원료가 되는 단백질 섭취는 적극적으로 늘리는 게 바람직하다. 콩이나 두부뿐 아니라 닭가슴살·소고기·생선 등 동물성단백질을 하루 최소 한두 끼는 꼭 섭취해야 한다.셋째, 지방 분해와 근육량 증가를 위해 규칙적인 운동을 하루 30분 이상 꾸준히 하면서 신체 활동량을 늘려야 한다.특히,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등 대사증후군을 이미 앓고 있다면 식이조절과 운동이 더욱 필요하다. 갱년기에 접어든 여성들은 호르몬 불균형으로 예민해져 쉽게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충분한 수면과 휴식으로 정신적인 여유를 찾는 것도 중요하다.넷째, 폐경 후 적절한 호르몬 치료도 고려해야 한다.폐경 이후 몸과 마음의 변화는 폐경 전후 에스트로겐이 사라지면서 생기는 증상이다. 따라서, 필요한 경우 증상에 대한 충분한 검사와 함께 전문의와 상의 후 적절한 호르몬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폐경 뒤 적절한 호르몬 요법은 여성들의 삶의 질 향상과 골다공증 예방, 폐경 뒤 살 찌는 증상 예방 같은 여러 장점이 많다. 환자 개개인의 특성에 맞게 용량과 제제를 조절해 사용한다면 충분히 좋은 치료가 될 수 있다.최세경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

[에너지경제신문 박효순 기자] 한양대병원 호흡기 알레르기내과 김상헌·이현·김보근 교수연구팀이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활용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지속되는 호흡기증상이 새로운 천식 발병을 높일 수 있다는 기존 연구를 재입증했다. 동시에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새롭게 발병할 수 있는 천식을 예방할 수도 있다는 결과도 밝혀냈다.22일 한양대병원 연구팀에 따르면, 코로나19 환자들은 회복 후 장기 후유증으로 기침·쌕쌕거림·호흡곤란 등 천식과 유사한 호흡기증상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연구팀은 코로나19 감염 회복 뒤 호흡기 증상을 호소하는 394명을 대상으로 한 이전 연구 결과를 반영한 ‘코로나19 감염 후 성인 천식의 신규 발생’ 논문을 통해 코로나19 발병 후 새롭게 천식 발생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결과를 밝혀낸 바 있다.이번 김교수팀의 새 논문은 코로나19가 신규 천식 발생을 높일 수 있는 지와 코로나19 백신이 신규 발병 천식의 발생율을 감소시키는지를 동시에 연구했다. 이를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활용한 1대1 매칭을 통해 △코로나19 진단을 받은 사례자 4만 4023명과 대조군(연구1) △코로나19 백신을 완전접종(2회 이상)한 사례자 13만 9740명과 대조군(연구2) △코로나19 진단을 받은 사례자를 제외한 백신 접종 사례자 12만 7924명과 대조군(연구3)을 나란히 선정해 각각 새로운 천식 발병 위험을 비교 분석했다.연구 결과, 코로나19 진단을 받은 사례자 집단에서는 새로 천식을 진단받은 환자가 대조군보다 2배(약 2.1배) 이상 높았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은 사례자 집단은 대조군과 비교해 신규로 천식을 진단받은 환자가 유의하게 낮았으며(약 0.8배), 코로나19 진단을 받은 사례자를 제외한 백신 접종 사례자 집단과 대조군은 신규 발병 천식의 증감에 별다른 관련이 없다는 내용을 확인했다.이번 연구내용은 국제학술지 ‘알레르기 및 임상면역학저널(The Journal of Allergy and Clinical Immunology in Practice)’ 9월 온라인판에 실렸다. 김상헌 교수는 "이전 연구에서 코로나 19로부터 회복된 후에도 4주 이상 천식과 유사한 호흡기 증상이 계속된다면 신규로 천식 발병의 위험이 높을 수 있어 감별하기 위해 전문가의 진찰이 필요하다는 결과를 확인했다"고 연구의 의미를 설명했다.이어 김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는 전국 단위 인구 기반 코호트를 통해 기존 연구에서 확인된 코로나19의 신규 천식 발생 가능성을 재확인했고, 코로나19 백신을 완전접종한 사례자는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사례자보다 신규 천식 발생의 가능성이 유의하게 낮다는 것도 규명됐다"고 덧붙여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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