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이슈&인사이트] 한국경제 발목잡는 뉴 코리아 디스카운트

주식시장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라는 말이 있다. 유독 한국 기업들이 실적 대비 주가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저평가된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의미를 확장하면 해외에서 한국 경제가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한다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이러한 저평가의 원인에 대해서 학자에 따라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그동안은 대부분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지목한다. 남북한은 정전이 아닌 휴전 상태이고 여전히 군사적인 위협이 존재한다. 우리는 그러한 점에 대해 둔감하지만, 밖에서 볼 때는 불확실성이 높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새로운 형태의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등장했다.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대 초반에 그칠 것으로 예측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3% 안팎의 평균적인 경제 성장 속도가 불과 3년 만에 1%대로 주저앉았다. 특히 IMF 전망치를 기준으로 할 때도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1.4%)이 미국(2.1%)과 일본(2.0%)보다 낮은 수준이라는 점은 믿기지가 않는다. 나아가 IMF는 향후 5년 동안 한국 경제성장률을 연평균 2.2% 수준으로 내다봤다. 이는 앞으로도 1%대 성장률이 나올 수 있다는 의미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3년 동안 한국경제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성장 동력이 크게 훼손됐다는 점이다. 글로벌 산업 지형이 신기술 중심으로 급변하는 과정에서 우리 기업들의 대응이 늦었다. 우리 기업들의 성장 전략은 여전히 안정성을 추구하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일 뿐 기업의 사운을 거는 공격적인 투자는 엄두를 못 내는 실정이다. 그나마 최근 전기차와 이차전지에 뒤늦게 발을 걸치고 있는 정도다. 기업이 이렇게 축 처진 상황에서 정부는 어땠나.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정부도 미래를 생각할 여유가 없이 버티는 데 급급했다.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재정을 대규모로 풀어 경기를 떠받치는 방법 밖에는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그 후유증으로 재정건전성이 크게 악화되고 국가채무가 급증해 향후 상당 기간은 재정이 성장잠재력을 갉아 먹을 수 밖에 없다. 또 다른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은 미국의 중국에 대한 견제로 중국 시장에서 우리기업들의 입지가 크게 약화된 점이다. 한국경제가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빠르게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이라는 배후시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직후 중국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우리에게 기회를 제공했고, 금융위기 당시 중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경기부양에 나섰던 것이 위기 극복의 큰 힘이 됐다. 그러나 이제 그 배후시장이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 2020년 5월에 대 중국 수출비중이 30.8%에 달하던 것이 올해 10월에는 20% 밑으로 떨어졌다. 삼화하는 사회적 갈등도 코리아디스카운트에 한몫을 한다. 지금 한국 사회는 토마스 홉스(Thomas Hobbes)가 말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그대로다.사회적 갈등은 약간의 긴장가 건전한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너무도 다양한 갈등이 존재하고 갈등 표출 방식도 과격하다. 더 큰 문제는 그 어느 사회 주체들도 그러한 갈등을 중재하려 하지도 않고 중재할 능력도 없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한국 사회는 극단적인 비효율성으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만 맴돈다. 이러한 한국 경제에 대한 새로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 누구나 알고 있다. 그래서 더 언급하고 싶지는 않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 장기화의 위기를 벗어나고자 한다면 그 방법을 실천에 옮길 때다.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기자의 눈] 슬금슬금 오르는 서울 아파트 분양가, 그 대책은?

서울 아파트 분양가가 빠른 속도로 올라가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 ‘민간아파트분양시장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서울 아파트 3.3㎡(평)당 분양가는 약 2921만원이었던데 반해 지난 8월 평당 분양가는 약 3180만원으로 약 14개월 만에 12.73% 가량 상승했다. 국평이라고 불리는 84㎡를 기준으로 했을 때 서울에서 분양하는 아파트 대부분의 단지들은 10억원이 넘어가며, 이제는 수도권에서 그 이상의 가격을 목격하는 것도 대수롭지 않은 일이 돼버렸다. 상황이 이렇게 변하자 오히려 분양가상한제(분상제)가 적용되는 강남권 아파트들의 가격이 합리적으로 보이는 것은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올 들어 부동산시장 회복세로 인해 아파트값이 지속적으로 오르자 수요자들은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 및 추가 상승 여력이 높은 수도권 분양시장에 몰리며 한동안 호황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금융권의 대출 제한 및 고금리 영향으로 분양시장이 주춤하자 고분양가의 부작용이 하나 둘 씩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서울 동대문구 이문·휘경뉴타운의 대장 단지로 손꼽히던 이문동 ‘이문아이파크자이’는 지난달 31일 1순위 청약을 마감한 결과 총 787가구 모집에 1만3280명이 신청해 평균 16.8대 1이라는 상대적으로 저조한 경쟁률을 기록했으며, 3개 타입은 청약자가 모집가구의 5배수에 미치지 못해 2순위 청약을 실시하게 됐다. 올 들어 호조세를 보인 서울 및 수도권 청약 시장을 감안할 때 이 같은 흥행 참패에는 높은 분양가가 주요했다는 분석이 뒤따르고 있다. 이문아이파크자이의 3.3㎡(평)당 분양가는 3550만원으로 최고가 기준 전용면적 84㎡의 가격은 13억원 이상을 호가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분양시장 상승세가 한풀 꺾인 지금부터 이러한 고분양가 관련 부작용이 지속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확실시되며, 이러한 전망이 현실이 될까 우려된다. 강북 및 수도권의 경우 분상제가 적용되지 않을뿐더러 입지도 강남권에 미치지 못해, 고분양가 논란과 이로 인한 부작용들은 향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강남권에서의 분양은 자주 없을뿐더러 분상제의 영향으로 향후에도 흥행이 계속될 것이라는 의견을 표출했다. 이를 감안할 때 앞서 주택 당국이 부동산시장 주요 투기 우려 지역에 분상제를 적용했듯이, 고분양가와 이로 인한 부작용에 대한 해결책을 조속히 마련해 수요자들의 우려를 잠재워주길 간절히 기대해본다.증명사진

[EE칼럼] 항공기·선박·군 장비 탄소중립 해법은 ‘인공석유’

기후위기 시대에 탄소중립을 위해 전기화가 급속히 이루어지고 있다. 전기는 풍력, 태양광, 원자력과 같은 무탄소 전원을 이용해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최종에너지 소비량 중에서 전기가 차지하는 비중도 2000년 14%에서 2021년엔 21%로 늘었다. 전기는 모자라도 안 되고 남아도 안 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많아 전기 생산량이 소비량보다 많은 시간대에는 남는 전기를 저장할 곳이 필요하다. 배터리나 양수 발전소를 이용하면 좋지만 비용과 입지가 문제다. 전기화에 따라 전력망도 대폭 확대해야 하는데 수용성과 비용 문제 로 많은 국가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업이나 건물부문에서는 전기를 이용해 공장을 가동하거나 냉난방을 하기가 쉽다. 반면 수송부문은 전기화가 어렵다. 2021년 수송부문의 전기 소비량 비중이 0.9%에 불과하다는 통계가 이를 잘 보여준다. 수송부문은 우리나라 최종에너지 소비량의 17%를 차지하고 있어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수송부문의 저탄소화 역시 중요하다. 섹터 커플링(sector coupling)을 통해 수송부문의 저탄소화를 실현할 수 있다. 섹터 커플링은 발전, 난방, 수송 등의 여러 부문을 연결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전기가 저장이 어렵다는 특성과 수송부문의 저탄소화를 위해서 전기차와 더불어 수소를 섹터 커플링의 중간고리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현재 수소 저장 기술은 부피당 에너지가 높지 않아 효율적인 저장과 운송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에너지 저장 밀도를 높이기 위해 고압 압축 또는 극저온 액화 방식이 사용되고 있다. 수소를 이용해 암모니아나 각종 탄화수소계 연료를 합성할 수도 있는 데 이를 e-Fuel이라 부른다. e-Fuel은 재생에너지로 물을 전기분해해 생산한 그린수소(H2)와 공기 중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CO2)로 만든 인공석유다. e-Fuel은 연소할 때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만, 제조할 때 이산화탄소를 활용하기 때문에 전 과정 평가 관점으로 보면 탄소가 재순환된다. e-Fuel을 탄소중립연료라고 부르는 이유이다.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를 추진하던 EU는 e-Fuel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예외로 인정하기로 했다. 자동차산업 강국인 독일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e-Fuel의 제조 기술 가운데 이미 상용화된 ‘피셔-트롭쉬(Fischer-Tropsch) 합성법’은 1926년 독일의 화학자 피셔와 트롭쉬가 석탄가스화에 의한 합성가스를 이용해 휘발유, 경유 등과 유사한 인공석유를 제조하는 기술을 개발한데서 시작됐다. 독일은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후 석유 수입이 막혔다. 석탄이 풍부한 독일은 석탄석유화 공장 25곳에서 하루 12만 배럴이 넘는 인공석유를 만들면서 버텼다. 당시 독일 항공 휘발유의 92% 이상과 전체 석유의 절반을 인공석유 공장에서 생산했다. 1944년 말부터 1945년 초에 연합군이 독일의 인공석유 공장에 집중적인 폭격을 가하기 시작하자 독일의 전쟁 기계 전체가 멈춰 섰다. 휘발유 부족은 전쟁의 종식을 의미했다. 전쟁이 끝나면서 이 기술은 잊혀지는 듯했다. 그러나 남아프리카공화국이 1950년대부터 악명 높은 인종차별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를 실시하면서 국제사회에서 고립되자, 남아공 정부는 인공석유 생산을 위해 화학회사 사솔(Sasol)을 전폭 지원해 피셔-트롭쉬 공정을 개선했다. 사솔은 하루 16만5000 배럴의 생산용량을 갖춘 인공석유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석탄 매장량이 많지만 석유는 거의 없는 남아공에서 석탄을 사용해 남아공 석유 수요의 약 40%를 충당하고 있다.우리나라에도 이 연료가 들어온 적이 있다. 2002년 남아공 사솔사의 제품을 수입한 것이다. 바로 ‘슈퍼세녹스’다. 석탄액화연료는 대체에너지법에 대체에너지로 규정돼 있어서, 수입사는 교통세가 면제될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정부는 관련 법규를 개정해 휘발유와 같은 세금을 부과했다. 법 개정으로 인해 당시 휘발유보다 비싸져 가격 경쟁력을 상실했다. 사솔의 방식은 석탄으로 인공석유를 만드는 것인데, 이 공정을 개조한 제조법이 석탄의 탄소 대신 공기 중에서 포집한 탄소를, 물을 전기분해해 생산한 수소와 결합시킨 e-Fuel이다. 액체 상태의 e-Fuel은 기존 석유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어 수송부문의 전동화에 필요한 인프라 투자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대규모 수전해와 탄소 포집 설비가 충분하지 않고, 가격 경쟁력이 화석연료에 비해 떨어진다는 점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삼면이 바다인 데다 북으로 막혀 있는 지정학적 여건 때문에 우리나라는 수출입을 해운과 항공물류에 의존하고 있으며, 북한과의 관계 때문에 충분한 국방력을 유지해야 한다. 2050년 이후에도 전기화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항공기, 선박, 군용차(트럭·장갑차 등)의 탄소중립을 위해 e-Fuel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탄소중립 시대의 에너지 시스템은 각국의 상황과 지리적 위치 등에 따라 다양한 체제가 공존할 것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e-Fuel과 같은 에너지원을 포함해 다각적이고 광범위한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짜고 여기에 필요한 기술개발과 실용화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박성우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정책실장

[이슈&인사이트]

고물가 시대가 지속되고 있다. ‘월급만 빼고 다 올랐다’는 말이 피부에 와 닿는다. 이런 가운데 소비시장에서 최근들어 완전 공짜에서 할인 쿠폰, 앱 테크 초절약 관련 정보가 쏟아지고 있다. 무료 문자와 벨소리는 물론 무료 시사회, 화장품, 만화 심지어 운세까지 다양하다. 인터넷에서는 5000원으로 1주일 살아보기, 배달 서비스 이용 줄이기, 돈 안 드는 집이나 공공시설 이용 데이트, 무료공연이나 무료전시장 등 이른바 ‘짠돌이 십계명’이 소개되고 있다. 여기에다 도시락 싸서 출근하기, 회사 커피 마시기, 사지 않고 만들기, 하루 지출 0원인 ‘무지출 챌린지’도 성행한다. 소비 유혹 줄이기 위해 온라인 쇼핑몰 안 가기, 백화점 안 가기를 실천하고, 새로운 기분 전환 방법으로 산책, 대청소, 요리, 도서관 이용을 늘리자는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한 유튜브의 ‘가계부 작성법’도 인기를 끈다. 영수증 기록과 관리, 생활비 달력 만들기 등 불경기와 고물가를 겪고 있는 만큼 과시적 소비에서 탈피해 현명한 소비로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짜투리 시간에 광고 시청하기, 설문조사 응하기, 리워드 앱 이용후 포인트나 현금 보상 받기, 매일 생방송으로 퀴즈 풀기 앱, 매일 걷기 만보 채워 적립금 쌓기, 할인 쿠폰과 적립금 모으기, 지역사랑상품권 및 앱테크 이용하기 등 일상 속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적립 혹은 추가적인 부수입을 만들 수 있는 서비스 이용이 늘고 있다. 게다가 ‘디지털 폐지 줍기’라고 해서 ‘거래소(K뱅크, 코빗, 고팍스 등)에 가입해 1만원 받기’ 등을 활용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어떤 앱에서는 소비자가 직접 방문했던 장소에 대한 리뷰를 남기면 첫 방문 시 50원, 재방문 시 10원의 포인트를 적립해 주는 곳이 있는가 하면, 리서치 기업에서 진행하는 설문조사에 참여하면 참여자들에게 설문 소요 시간이나 난이도에 따라 현금으로 환급해 주거나 문화상품권을 제공하기도 한다. 가까운 거리 걷기 등 걷는 활동 만으로 현금을 모을 수 있는 앱이 있어서 하루 1만보 걸으면 100 캐시를 보상 받아 주요 사용처에서 현금처럼 사용 가능하다. 어떤 앱 서비스는 걸음 수에 따라 소모한 열량, 또래의 평균 걸음 수도 확인할 수 있게 해 주는 재미 요소도 곁들여 소비자의 눈길을 끈다. 앞서 소개된 절약 꿀팁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사고 싶은 게 생기면 30일 규칙 실천, 외출 대신 친구 초대, 옷장 정리와 옷 수선, 유행 옷 안 사기, 고정 수입 외 수입 무조건 저금, 샤워 시간 줄이기, 온수 아끼기, 쓰지 않는 조명 끄기, 신용카드 할인에 현혹되지 않기, 통신비 낮추기, 카페 소비 줄이기, 도서관 애용, 돈 안드는 취미 찾기, 미용실 비용 줄이기, 여행 갈 때 한끼 음식 포장, 자동차 안 타기, 외식 안 하기, 안 쓰는 물건 팔기, 자녀를 즐겁게 해 주는 것에 돈 안 쓰기, 애매하게 남은 밥 얼리기 등을 꼽을 수 있다. 검소함이 지나치고 무엇에든지 인색한 사람을 가리켜 ‘자린고비’라고 부른다. 시쳇말로 ‘짠돌이’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의 유래는 다양한 데 이 가운데서도 조선시대 이항복이 쇠 조각을 매일 모아, 호미를 만들어 팔고, 그 돈으로 쇠를 사다 더 큰 삽을 만들어 팔고…. 이렇게 하다보니 예전 살림을 다 찾게 됐다는 설이 있다. 중국의 고사성어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말도 비슷한 의미를 가진다. 어떤 사람들은 우공이산에 대해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한다‘는 의미로 폄훼하지만 사실 이 말은 노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라는 교훈을 담고 있다. 작은 생활 태도, 별 것 아닌 것 같은 변화가 태산을 만들고 산을 옮기는 힘의 원천이 된다. 요즘 시대에 딱 와닿는 말이다.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생활문화산업학과 교수

[기자의 눈] 카카오, 얄밉지만 이건 좀...

[에너지경제신문 성우창 기자] 올해 카카오 관련 기사를 쓸 때는 비판 기사를 더 많이 썼던 것 같다. 관련 주식을 조금 가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카카오의 행보에서 도저히 옹호할 거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주식은 하락 일로를 걷는데 주가 부양에 대해서는 심드렁한 태도를 보였던 카카오 취재 과정은 지금도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화가 치밀곤 한다.그런 내가 보더라도 최근 정부의 ‘카카오 때리기’에는 눈살이 찌푸려진다. ‘친기업’을 표방했던 윤석열 정부는 출범 당시부터 카카오에 대해서만큼은 그 어느 곳보다 견제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올해 역시 상반기부터 플랫폼 규제 도입 검토, 카카오모빌리티 문제로 공정위원회가 공개적 비판을 가했고, 지금은 금융감독원이 주 공격수로 나선 모습이다.급기야 윤 대통령마저 직접 나서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달 윤 대통령은 직접 ‘카카오’라는 기업명과 함께 "매우 부도덕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의 주가조작 문제로 김범수 창업자를 금감원에 출석시킬 때는 사라졌던 포토 라인을 부활시키기까지 했다. 얼마 전 사우디아라비아 순방에 나섰을 때는 라이벌 기업 네이버 관계자는 대동시켰으나 카카오는 목록에서 빠졌다. 정부의 노골적 박해로 해석될 수 있는 모습이다.카카오가 성장 과정에서 여러 부도덕한 모습을 보였던 것은 사실이지만, 시총 20조(코스피 17위)에 달하는 대기업을 시장에서 퇴출시키려는 기세에 오히려 ‘시장 왜곡’을 우려해야 할 처지가 됐다. 오히려 윤 정부에 대한 좋지 않은 평가를 더욱 증폭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지금 시민들은 늦은 새벽 카카오T 서비스가 없다면 집에 귀가하기 어려울 지경이며, 여전히 많은 사람이 카카오톡을 주 메신저로 사용하고 있다. 단순히 카카오 주주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 대다수의 생활 편의성에 관한 문제다. 나아가 물밑에서 성장을 꾀하고 있는 미래의 ‘카카오’들도 행여나 다음 희생양이 될까 혁신을 주저하게 될 계기가 될 수 있다. 지은 죄가 있다면 그에 따른 처분은 이뤄져야 하지만, 도가 지나친 정치적 제스처로 일선 기업에 필요 이상의 압박을 가해지는 일이 이 이상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suc@ekn.kr

[이슈&인사이트]

여권 발 ‘메가시티’ 구상 발표로 대상지역인 서울 인접 도시 주민들의 기대가 한 껏 부풀고 있다. ‘메가시티’는 미래 도시경쟁력 강화를 위한 세계적인 추세인 점에 비춰 이번 구상은 긍정적이며 주민들의 희망대로 실현되면 좋겠다. 다만 서울 메가시티가 지역정책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최대 현안인 지방살리기, 즉 지방소멸 대책이 뒷전으로 밀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 지방 소멸 대책은 대기업의 지방 이전 외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고 본다. 지방에 대기업이 들어서면 인구가 늘어나고 출산율도 높아진다는 것은 이미 증명됐다. 경기도 평택시의 경우 2022년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1.028명으로, 인구 50만 이상 도시 가운데 유일하게 늘어났다. 이는 전국 평균(0.778명)보다 32%나 높은 수치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평택에 들어서고, 반도체 관련 기업들도 옮겨 오면서 일자리와 인구가 늘어난 것이 합계출산율 증가로 이어졌다. 지방에 대기업이 생기거나 이전하면 인구가 유입되고 출산율이 증가하며, 지방이 살아나고 국토 균형발전이 이루어지는 선순환이 일어난다. 무엇보다 대기업의 지방이전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많은 젊은층이 유입되기 때문에 출산율 증가로 이어지고 이것이 지방 소멸 극복과 함께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이어지게 된다. 기업이 지방으로 이전하려면 기업주의 결심, 회사 자체의 비전, 직원 만족 등 3가지 요소가 충족돼야 한다. 기업주가 지방 이전을 결심하려면, 먼저 현재의 사무실과 공장을 처분하고 새로 이전할 사업장 신설에 소요되는 토지 매입과 공장 신설비용 등 막대한 자금 조달에 대한 대책이 서야 한다. 그런데 이는 새로운 투자비용이 되고, 추가 투자비용 지출은 투자 리스크 상승을 의미하므로 파격적인 지원이 없으면 기업 이전은 어렵다. 그 핵심은 상속세 면제와 자본이득세 도입이다. 10년간 법인세 감면 정도로는 어림없다. 상속세를 지방세로 전환하고, 지자체가 상속세 존치 여부 및 세율을 설계할 수 있도록 해 지자체 간의 기업유치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 회사 자체의 비전은 업무환경을 말한다. 교통과 물류(고속도로 및 철도를 통한 항구 및 공항과의 접근성), 해외 네트워크가 원활히 작동될 수 있어야 한다. 토지ㆍ전력ㆍ공업용수 문제는 최우선 해결과제다. SK하이닉스가 용인에서 고전하는 이유를 살펴야 한다. SK하이닉스는 2018년 투자의향서 제출 후 5년이 지난 아직까지 공장 건물 착공조차 못하고 있다. 제1공장은 2025년 3월에 착공해 2027년 완공이 목표다. 정부는 이러고도 기업에게 무슨 할 말이 있나? 직원 만족을 위해 아파트 재개발 수준의 획기적인 인프라 개선이 필요하다. 안정적이고 쾌적한 주거환경(기숙사는 물론 가족용 숙소 공급), 교육환경(어린이집, 자사고 수준의 교육기관의 존재), 의료환경 및 문화환경(우체국, 대형 마트, 카페, 은행 등의 편의시설, 아이맥스 영화관ㆍ테마파크 등 오락시설), 대규모 테니스장 복합단지ㆍ저렴한 퍼블릭 골프장, 축구장, 야구장 등 체육시설을 갖춰 젊은이들이 머물고 싶은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일본 도요타시(豊田市)가 좋은 본보기다. 도요타시는 본래 양잠ㆍ견직물 주산지인 고모로시(擧母市)였지만, 토요타 자동자가 공장을 옮겨오면서 친환경ㆍ모빌리티ㆍ5Gㆍ로보틱스ㆍAI기반 미래기술 등 스마트시티로 변모했다. 직원 전용 호텔ㆍ예식장ㆍ수영장ㆍ스타디움ㆍ중앙도서관ㆍ미술관ㆍ콘서트홀ㆍ도요타기념병원ㆍ도요타공업대학이 설립됐다. 도시 이름도 아예 기업이름을 따서 도요타시로 바꿨다. 기존 문법을 뛰어넘는 발상의 전환 없이는 지방소멸·인구절벽을 극복할 수 없다. 앞의 과제를 특별자치도법이나 각 지자체의 ‘기업 및 공장유치 조례’제정 등 법률로 뒷받침해야 한다. 지금까지 많은 공기업이 지방으로 옮겼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기업주가 움직일 수 있게, 기업이 편하게 일할 수 있게, 직원이 가서 살고 싶게 만드는 것 외에 무슨 방법이 있겠는가?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EE칼럼] 무탄소에너지 정책, 기업에게 또 다른 짐 아닌가

지난달 19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 관계장관회의에서 CFE(Carbon Free Energy·무탄소에너지)를 ‘범 정부적 아젠다’를 설정하고 ‘국제 협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국내에서는 부족한 재생에너지 잠재량을 고려해서 마찬가지로 저탄소 전원인 원자력과 수소를 추가한다는 취지는 좋다. 하지만 국제사회 혹은 공급망 사슬의 최정점에 있는 재생에너지 주도자들로 만들어진 해외 대기업들이 이미 만들어진 RE100 네트워크에 CFE라는 새로운 이니셔티브를 인정해줄지 걱정이다. CFE로 국제연대를 강화해 나가겠다는 것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 중국과 함께 가자는 ‘일대일로(一帶一路)’처럼 CFE도 개발도상국에게는 억지주장스럽다. 정부의 CFE 계획안 마지막에 보면 공적개발원조(ODA) 확대가 따라 붙는거 보니, 아무도 호응 안할 CFE를 위해 개도국들의 지지 한마디 받기 위한 반대급부가 두렵다. 한국형 원전과 수소 인프라라도 지어줄 생각일까. 세일즈 외교에서 상대국에 ‘무탄소(CF) 연합’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동참을 이끌어내는 것도 공짜는 아닐 것이다. 사실 재생에너지의 활용을 주 목적으로 하는 RE100과 온실가스 자체의 전방위적 감축을 목표로 하는 CFE는 서로 다른 결을 가진 제도다. 물론 둘다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큰 공통분모가 있지만 말이다. 엄밀히 말해서 온실가스 감축과 재생에너지 확보는 별개의 문제로 봐야 한다. 한국에서도 온실가스배출권 거래제가 존재하고 있음에도 재생에너지의 비중 자체를 더 늘리기 위해 위해 신재생에너지의무화 제도를 따로 두고 있다. 그럼 태양광 발전소를 세워서 재생에너지도 늘리고 온실가스도 감축해 사업성을 확보하는 일거양득을 사업자들이 취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예컨대 태양광을 이용해 재생에너지 발전 실적을 취득하면 이를 만약 신재생에너지의무화 제도의 충족에 사용하고 나면, 이로부터 발생된 온실가스 감축 효과는 배출권거래제에서 따로 수익화 하는 것이 원천 차단돼 있다. 두 제도가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유사 제도들을 가진 국가들도 마찬가지로, 과거에 이런 제도에 대한 철학과 목적을 가지고 출범했음에도 세월이 지나면서 당국자들도 업무파악이 안되다 보니 이를 자꾸 섞어서 운영하려는 생각들을 하게 된다. CFE를 들고 나온 것도 근본적으로는 이러한 제도에 대한 개념과 배경의 혼동이 자리잡고 있다고 본다.그냥 CFE 혹은 CF100으로 별도로 슬로건을 내걸든, 아니면 따로 원자력· 수소·재생에너지 등 무탄소 전원 활용을 개별적으로 운영하든, 실질적으론 큰 차이가 없다. RE100이란 ‘골문’은 너무 멀어 보이는데 재생에너지 발전 실적의 가격은 높아져만 가고 원전은 늘리기가 쉽지 않으며 수소는 단가가 안맞으니 CFE라는 새로운 ‘골문’을 만든 것이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CFE가 목표로 하는 온실가스 감축과는 별도로 재생에너지 확보를 주 목표로 하는 RE100에 대한 대체개념으로는 수용이 어렵다는 것이다. 마치 서로 사이즈가 다른 볼트와 너트처럼 호환이 불가능하다. RE100이 재생에너지를 저렴한 값에 확보할 수 있는 일부 선진국들의 신종 무역장벽이든, 뭐든 그 목적이 어떻든 간에 재생에너지 확대 자체를 목적으로 출범한 것이기 때문에 거기에 우리가 CFE를 들이밀어 봐야 인정해 주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기후변화 대응 정책으로서의 무탄소 전원은 별개로 키워 나가면 된다. 싼 값으로 할 수만 있다면,안정적으로 원전을 운영하고 수소경제를 이룩해 극적인 온실가스 감축에 성공하는 한국을 국제사회는 인정해줄 것이다. 다만 이미 국제 공급망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RE100 조건과는 별개로 돌아갈 것이다.유종민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기자의 눈] 보증보험 가입 가능 전세 빌라의 품귀현상

"보여줄 전세 매물은 많은데 보증보험 되는 매물만 찾다보니 보여줄 매물이 확 줄어드네요." 서울시 강서구 화곡동, 영등포 신길동, 영등포시장역, 마포구 도화동·염리동 등 일대 공인중개사들이 공통으로 전하는 말이다. 전세사기 급증 및 역전세, 깡통전세를 방지하고자 정부가 임대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강화하는 바람에 이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임대보증보험 요건 강화는 쉽게 주택가격이 3억원이라면 전세금이 3억원(100%)이어도 임대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던 것을, 2억7000만원 이하(90%)여야만 가입이 허용되도록 개선한 내용이다. 반환을 보장하는 금액이 줄어든 것이기에 임대인들이 보증보험 가입 의무를 지키기 위해서는 전세금을 낮춰야 한다. 특히 주택가격 산정은 이전에 공시가격 150%까지 인정해줬지만 이젠 140%까지만 인정해주기에 임대 보증보험은 공시가격의 126%(공시가격 적정비율140%*전세가율90%)여야만 가입 기준이 된다. 이는 전세가격을 떨어뜨리는 정부의 묘수다. 전세가격이 떨어지니 세입자가 반겼으나, 아파트 전세로 거주할 형편이 안 되는 예비 임차인들이 보증보험이 가능한 빌라 등 전세매물 자체를 찾기가 버거워졌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반전세로 불리는 보증부월세로 전환된 매물이 많아져 오히려 세입자 월 부담금만 늘어나게 됐다. 빌라, 오피스텔 등 비(非)아파트 전세 기피현상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있었는데 현실로 다가왔다. 상황이 반전되다 보니 세입자들이 전세 빌라보다는 소형 아파트 반전세, 월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전세금 떼일 걱정이 빌라보다는 훨씬 덜하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경제만랩이 집계한 자료에도 잘 나와 있다. 그러나 직주근접과 역세권, 풀옵션 등이 필요한 세입자가 상급지에서 하급지로 밀려나가는 것을 꺼려하거나, 환승이 잦아지는 부분을 생각하면 모두가 소형 아파트를 거주하겠다는 생각을 하진 않을 것이다. 전세사기를 방지하겠다는 정부의 대책에는 긍정적이나, 실거주 임차인이 거주 가능한 매물의 선택 폭을 넓힐 수 있도록 합리적인 보증보험 가입 책정과 적정한 매매 가격산정 방법을 찾는 등 좀 더 세밀한 제도개선이 요구되고 있다.건설부동산부 ㅇㅁ

[EE칼럼] RE100 기업 도와주겠다며 헛다리 짚은 정부

신동한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 이사 RE100은 민간단체인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와 ‘더 클라이미트 그룹’ 주도로 2014년부터 시작된 글로벌 기업들의 자발적 탄소감축 운동이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 활동에 필요한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로 사용하겠다는 약속이다. 구글,애플과 같은 IT업체는 물론 GM등 제조업체, 코카콜라와 레고 같은 소비재 업체까지 현재 380개 이상의 글로벌 기업이 참여했으며 이들 중 30개 이상의 기업이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고 있다. 참여 기업들의 평균 RE100 달성 목표 연도는 2030년이며 2050년을 넘지 않아야 참가 자격이 주어진다. 그런데 민간의 기후변화 대응 활동이 어떻게 한국 경제에서 키워드가 됐을까? RE100 참여 기업들은 자신들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부품이나 소재 업체에게도 RE100을 요구한다. 이들에게 부품을 납품하는 기업은 생산 과정에서 재생에너지 전기를 사용했다는 증빙을 첨부해야 한다. 수출 주도형 산업구조를 가진 우리나라 많은 기업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지 이미 오래이다. 스웨덴의 볼보나 독일의 BMW에 납품하는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이를 충족하지 못해 최종 계약 단계에서 무산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 중국에 현지 공장을 가지고 있는 기업의 경우 재생에너지 전기 조달이 가능하다. 하지만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내건 삼성전자도 국내 공장을 제대로 가동하려면 국내에서 생산한 재생에너지 전기가 뒷받침해주어야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태양광,풍력 같은 재생에너지 예산을 사정 없이 잘라버린 정부지만 국내 기업의 생산시설 이탈은 막아야 할 상황이다. 그래서 나온 대책 중 하나가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의 ‘국가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거래’와 ‘REC 상한제’ 도입을 위한 행정지침 개정이다. 산업부는 지난 10월 20일 RE100 달성이 시급한 국내 기업들의 REC 조달을 지원한다는 취지로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 및 연료 혼합의무화제도 관리·운영지침’ 개정을 공고했다. 그동안 시장에 풀지 않았던 국가 대상으로 발급되는 REC를 거래하기 위한 준비다. 그런데 진단을 잘못해 오답을 낸 안타까운 사례가 됐다. 2012년 신재생에너지로 발전한 전력에 대해 REC를 발급하기 시작한 이래 REC 가격은 크게 변동해왔다. 2013년 1월 15만7806원으로 시작한 REC 가격은 2018년 연평균 9만5781원으로 떨어졌고 2021년에는 3만6523원으로 최저치를 찍었다. 이후 지난해 5만6478원으로 상승 전환해 올해들어 이달 2일 현재 REC 현물가격은 RPS시장 7만6600원, K-RE100시장 7만3324원이다. 본래 REC는 한국전력에서 매입하는 전력가격(SMP)으로는 생산비 보전이 되지 않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공급의무를 가진 대형 발전사에 REC를 판매해 수지를 맞추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그런데 2017년부터 의무발전사의 공급의무량보다 REC 발급량이 많아져 가격이 내려간 것이다. 2021년 최저 2만원 대까지 떨어져 수익 악화로 고전하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이 대책 마련을 요구하자 산업부는 기준가격의무매입제(FIT)에 비해 시장의 자율 조정에 따르고자 RPS를 시행하는 것이므로 개입할 수 없다며 딱 잘라 거부했다. 그러나 지난해 들어 상황이 변했다. 여전히 공급의무량에 비해 REC 발급량이 많은데도 REC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유일한 구매자 그룹이던 공급의무발전사 외에도 국내 RE100 참여기업과 글로벌 기업에 납품하는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전기 사용을 증명하기 위해 REC를 구매하기 시작하면서다. 그리고 그 수요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되자 산업부가 내놓은 대책이라는 게 국가REC를 판매해 가격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아예 상한제까지 도입해 가격을 묶겠다니,그동안 시장경제를 내세우던 산업부의 태도는 어디로 갔는지 의문이다. 국내 RE100 관련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전기 사용을 증빙하는 방법은 재생에너지발전사업자에게서 REC를 매입하거나, 한전에 프리미엄 가격을 지불하고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하는 방법 등 2가지다. 후자의 경우 한전은 재생에너지 전기를 더 비싼 값으로 팔 수 있으니 재생에너지 지원 비용을 일부 회수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2022년 기준으로 국내 RE100 기업들의 합계 사용 전력량은 5만6338GWh로 서울시의 연간 총 전력사용량(4만8789GWh)보다 많다. 삼성전자만 해도 연 2만1731GWh를 사용하여 부산시(2만1493GWh)보다 많이 쓴다. 같은 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모두 4만7266GWh에 불과했다. RE100 참여 기업들은 2030년까지 사용 전력의 60%, 2040년까지 90%, 2050년에는 전량 재생에너지 전기만을 사용해야 한다.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전력 수요는 점점 늘어나는데 국내에서 공급하는 양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지난해부터 REC 가격이 오르는 배경이다. 그렇다면 대책은 당연히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을 늘리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런데도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은 여전히 억제 일변도다. 이번 조치도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의 손익분기점을 어렵게 해 민간 투자 의욕을 꺾고 있다. 이번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은 지난해 신규 태양광발전 설비 감소로 그 효과를 입증했다. 정부가 진정으로 RE100 기업을 돕고 싶다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 쥐어짜기가 아니라 획기적인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내놓기를 바란다.신동한 신동한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 이사

[기자의 눈] 이통사에 집중된 요금인하 압박이 아쉬운 이유

[에너지경제신문 윤소진 기자] 얼마 전 선택약정 할인에 재가입했다. 휴대폰을 구입하면서 가입했던 2년의 약정 기간이 종료했기 때문이다. 기자가 이용하고 있는 요금제는 KT의 5G 넷플릭스 초이스 베이직으로 월 9만원에 무제한 음성과 데이터를 제공한다. 선택약정 25% 할인을 적용하면 요금은 월 6만7500원으로 줄어든다. 요금제 혜택으로 월 1만원 상당의 넷플릭스를 무료 구독할 수 있는 것을 감안하면 모바일 이용으로만 쓰는 돈은 부가세를 더하더라도 월 6만원 남짓이다. 최근 만난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이통사에서 5G 무제한 등 고가요금제에 가입해 사용하는 이용자들은 실상 저가 요금제나 중간 요금제가 나와도 크게 이동하는 경향을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통사에서 아무리 저렴한 요금제 라인업을 선보여도 알뜰폰보다 저렴하긴 어렵다"며 "이통사가 요금인하 압박으로 비교적 저렴한 요금제를 내놓고 있지만 실상 타겟하는 고객은 무제한 고가 요금제 이용자다. 정말 통신비 다이어트를 원하는 이용자는 알뜰폰으로 이동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실제 기자도 휴대폰 개통 시 가입했던 위 요금제를 단 한 번도 변경하지 않았다. 이통사에서 제공하는 멤버십 혜택이 쏠쏠하기도 하고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구독 등 이용 중인 서비스를 변경하는 게 번거로워서다. 그간 정부와 국회는 가계 통신비 인상의 주범을 이통사의 고가 요금제로 보고 요금 인하 압박을 지속해 왔다. 이에 이통사들이 5G 중간요금제를 출시했지만, 큰 수확이 없었던 것을 보면 이통사의 신규 요금제 출시가 과연 국민의 가계 통신비 인하를 위한 정답일지 의문이 든다. 통신 요금을 큰 폭으로 줄이고 싶다면 알뜰폰의 이동이 훨씬 효율적일 것이다. 소비자 관점에서 봐도 이통사의 무제한 5G 요금제를 이용하는 이유는 다양한 혜택과 양질의 서비스, 오프라인 매장의 접근성, 앱·웹에서의 편의성 등이다. 혜택과 편의성을 다소 포기하고 월 통신비 부담을 줄이려는 이용자들은 이미 알뜰폰으로 대거 이동했다. 또 최근에는 통신물가 상승이 통신요금 보다 고가의 단말기 할부금 때문이라는 시각도 커지고 있다. 이통사에 반복되는 요금 인하 압박보다는 그보다 먼저 통신 품질이나 고객 서비스 강화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정부와 국회가 이통사에 대한 요금인하 압박에 나서는 동안 알뜰폰 활성화 정책도 뒷전으로 밀린 모양새다. 이제는 국민의 실질적인 통신 서비스 이용 환경 향상을 위해 더 많은 고민을 기울여 주길 바란다. sojin@ekn.kr반명함 윤소진 산업부 기자.

배너